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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기술이 사용기술로, 새로운 탐색의 방향

인공지능 시대의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화두

 

최근 인공지능과 관련해 세 가지 기사를 흥미롭게 읽었다. 하나는 과학학술지 [네이처](Nature)가 2023년 과학계에서 중요한 역할과 영향력을 미친 인물로, 10명의 과학자와 함께 챗GPT를 명단에 올렸다는 기사였다. 작년 초, [네이처]는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은 투명한 과학을 위협하기 때문에 연구 논문 저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하지만 불과 1년도 안 되어 챗GPT를 영향력 있는 연구자 중 ‘하나’로 인정한 것이다. 두 번째 기사는 일본의 한 권위 있는 문학상을 받은 작가가 수상 직후, 챗GPT의 도움을 받아 글을 썼다고 밝히며 벌어진 여러 논란에 관한 기사였다. 우리에게 익숙한 챗GPT 이전 버전(GPT-3, GPT-3.5)과 함께 글을 쓰고 책으로 출간한 사례는 여럿 있었지만, 문학상 수상까지 영향력이 이어진 사례는 없었기에, 이 일은 인간과 기계 사이의 해묵은 창의성 논란을 확실하게 현실의 문제로 가지고 왔다.

 

마지막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등장한 인공지능을 적용한 군사 무기에 대한 것이다. 이스라엘군이 사용하고 있는 이 새로운 전쟁용 광학기계 역시 인공지능이 그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안면 인식 기술과 총술을 결합해, 표적을 발견하면 총기 자동 발사까지 가능하다. 이 무기는 가자 지구 일대 검문소에서 팔레스타인인의 얼굴을 스캔하고 분류하는 감시 데이터셋(Data-set)과 연동된다. 얼굴을 잘못 인식할 오작동의 위험, 인권과 기술 남용 문제는 전쟁의 살상력 앞에서는 고려되지 않는다. 이처럼 인공지능의 기술 개발 목적과 적용의 스펙트럼은 현실의 자장 안에서 다양하게 경계를 나누며 주체가 되기도, 창작의 보조자가 되기도, 자동화 화기가 되기도 하며, 급발진하듯 우리 앞 현실의 문제로 당도하고 있다.

 

급박한 기술 전개의 이면

 

기사에서의 사례처럼 인공지능과 연결된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더 이상 ‘혁신기술’이 아닌 ‘사용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사용자로서의 개인 역시 이 기술의 급박한 전개에 자신을 동기화하고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의식과 태도로 인공지능 기술을 수용하고 다루어야 할지, 세심한 탐색과 판단을 스스로에게 허용하지는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 내부의 작동, 그리고 이 새로운 인지 기술이 그리는 영토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는 더욱더 어려운 질문이 된다. 불투명한 인프라와 기술을 가진 인공지능은 닫혀있는 폐쇄상자, 블랙박스와 같다. 기술 층위의 블랙박스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블랙박스를 위해 어떤 자원이 동원되는지, 그리고 어떤 사회적, 경제적 가치가 상수가 되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계산, 추론, 예측을 내어놓는 것인지 알기 힘들다.

 

이런 인공지능의 감추어진 시스템을 연구자 블라단 욜러(Vladan Joler)와 케이트 크로포드(Kate Crawford)는 ‘추출주의(Extractivism)’라는 단어로 지도를 그려본다. 그리고 그 지도는 때 묻지 않은 코드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인간의 데이터와 노동, 물적 자원의 추출로 작동되고 있음을 매핑한다. 인공지능의 기계학습을 위한 데이터셋은 동의 없이 수집되었고, 인간의 편견을 반영하고 있는 데이터셋을 학습한 인공지능 모델은 부적절하거나 유해한 결과로 윤리적 문제를 초래한다. 문제와 위험에 대한 다양한 공론화에 앞서 인간의 드러나지 않는 이차적 그림자 노동과 피드백으로 오류는 수정되고 ‘개선’되고 있다고 발표된다. 빠르게 상용화된 인공지능에 의해 이루어지는 데이터 추출은 더욱 세밀해지고, 이를 통해 인간의 경험은 다시 인공지능의 ‘개선’에 암묵적으로 기여한다. 질문들은 이 속도에 점점 뒤처진다. 또한 데이터 처리 및 분석, 대규모 컴퓨팅 연산을 위한 광물 채굴과 데이터센터 건립으로 인한 자연 생태계의 위기는 늘 그렇듯 효율에 가려진다. 이처럼 인공지능 기술의 속도와 편의성 뒤에는 윤리와 노동, 생태와 환경 문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이 문제를 직시하거나 규제하는 인간의 경험과 대응 속도는 기술의 가속에 비하면 너무나 느리다. 국가적,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에 비해, 법에 의한 규제(EU AI act)는, 그나마 초안이 나온 것도 최근 일이다.

 

 

낯설고도 난감한 화두의 등장

 

2022년 11월 챗GPT의 등장 이후 불과 1년여 만에, 문화예술교육의 장도 ‘인공지능 시대의 문화예술교육’이라는 화두로 새로운 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다. 문화예술과 교육 분야는 생성형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탐색의 필요를 느끼고 있지만 속도를 쫓지 못하는 피로감과 그 속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무력감이 계속 누적되고 있다. 이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이행기에 겪은 시간에 비하면 너무나 빠르고, 그 속성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이를테면 현실에서 촬영해 얻어낼 수 있는 이미지인 ‘렌즈 기반의 사진’(Lens base photography)과 인공지능이 가중치를 기반으로 합성해 얻어내는 ‘연산 기반 사진’(Computation base photography)의 이행 속에서 이 둘을 가지고 문화예술교육을 한다면 어떤 깊이 있는 재현적, 미적 질문을 할 수 있을까? 그보다는 많은 교육이 그것들을 ‘잘’ 생성해 내기 위한 프롬프트를 사고하는 방식으로 맞추어지기에 십상일 것이다. 혹은 인공지능의 속도와 자동화의 자장 안에서 어떻게 접근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난감함 속에서 서성거리게 될 것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마주하는 우리의 태도는 긍정과 부정을 오간다.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접근 가능성이 열리면서 학습자에게 맞는 맞춤형 교육, 자기 주도적 학습이 가능한 환경에 대한 기대도 있다. 반면에 이것이 과연 우리의, 사용자의 자율성과 주도성을 얼마나 높일지 의문과 의심이 가득하다. 사물과 세계를 다르게 해석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문화예술교육과 다르게, 생성형 인공지능의 지적, 창의적 작업의 자동화(자동 위탁)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표준화’하거나 ‘평균화’할 수 있고, 결과물 역시 마찬가지다. 평균화된 이미지와 텍스트의 범람이 우리의 미적, 인지적작용에 가져올 영향은 심대하다. 합성데이터로 만든 정보와 콘텐츠의 가짜와 진짜를 분별하는 문제도 향후 우려되는 현상이다.

 

 

프롬프트를 다루는 사용자의 경험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인공지능과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인공지능 시스템이 더 급진적으로 다르게 인식하거나, 생각을 촉발하는 알레고리가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생성 인공지능의 초기 버전이 가짜 정보를 뱉어내는 ‘환각’으로 문제가 되었다면, 지금은 오히려 사용자의 경향을 맞춰주는 ‘아첨’이 문제가 되는 것도 이와 연결된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어쩌면 우리를 더욱 에코 체임버(echo chamber)에 가두는 역할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예술교육이 가장 실천적이면서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접근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해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이나 창작물을 얻는 것이 아니라 이것들을 하나의 모형(모델링)으로 다루게 하는 접근이다. 기술사에서 모형은 폐쇄상자 같은 거대과학 기술을 사용자 측면에서 이해하고 재구성하게 하는 매개체였다. 이런 모델링 과정은 기술의 보이지 않는 면을 이해하고, 메타적으로 해석하기 좋은 방법론으로 자동화된 인공지능의 결과 생성에서 확장 또는 누락, 생략되는 것을 조정(파인튜닝)할 수 있다. 이 과정은 메타적 질문을 구체적으로 작동하는 모델로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끝없는 질문과 마찰을 일으켜야

 

앞으로 인공지능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서비스 및 새로운 운영 체제가 되어 우리 일상과 사회 시스템에 계속 이식될 것이다. 이에 따라 일상생활부터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던 많은 관행과 지식, 교육과 창작의 체계까지 영향을 받고, 재구성될 것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피할 수 없는 기류라면, 우리는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 적극적 사용자이자 개입자로 인공지능의 잠재공간을 탐색하며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마찰을 만들어 가야 한다. 기술은 사회적 차원에서, 사용자 측면에서 계속 재구성되고 변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예술교육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의 사용은 관련 툴(tool)을 가르치고 배우기를 앞세우기보다는 사회적, 문화적, 생태적, 경제적 맥락에서 지도를 그려내고, 그 사용법을 스스로 모형화(모델링) 해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한다면 생성형 인공지능과 결부된 진부한 창의성 논란을 피하고 학습자가 스스로 탐구하고 발견하며 새로운 인식과 감각을 촉발하는 하나의 지식 탐색 시스템으로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송수연언메이크랩(unmake lab). 작가. 기술을 다루는 과정이 창의적이고 비판적 접근이자 사회를 매개하는 생각과 실천으로 확장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 및 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songsooyon@gmail.com

 

 

< 출처 : 아르테 365 >

:
Posted by sukji

 

 

 

산업부터 의료·법률까지…정부, 7000억 들여 ‘AI 일상화’ 추진

 

민·관 거버넌스 ‘AI전략최고위협의회’ 발족

‘3대 강국’ 목표 기술 확보·인재 양성 등 총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AI 일상화’ 추진계획

 

정부가 올해 7000억원 이상을 들여 ‘인공지능(AI) 일상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가 AI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혁신 성장 전략도 본격 추진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민·관 AI 최고위 거버넌스인 ‘AI전략최고위협의회’를 발족하는 첫 회의를 열고 올해 69개 AI 일상화 과제에 7102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추진계획은 국민 일상 AI 확산, 일터 현장 AI 융합·접목, 공공행정 AI 내재화, 국민의 AI 역량 제고·AI 윤리 확보 분야로 나뉘어있다.

 

9종의 소아희귀질환을 진단·치료·관리하기 위한 AI 소프트웨어와 12개 중증질환의 진단 보조 AI 의료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자폐 스펙트럼 조기 예측과 관리를 위한 AI 기반 디지털의료기기 개발도 지원한다. 장애인을 위한 정보통신 보조기기 보급과 독거노인을 비롯한 취약계층 건강관리 서비스, 복지 사각지대 가구 지원 등에도 AI를 활용할 계획이다.

 

모든 산업 분야에 AI를 접목하는 차원에서 법률, 의료, 심리상담을 위한 분야별 초거대 AI 서비스를 각각 개발하기로 했다. 신약 개발과 항체 설계에 AI를 활용하는 바이오산업은 물론 제조·물류·철강·농업에서도 AI를 통해 효율을 높이고 신규 서비스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공공 분야에서는 AI 기술로 화재나 홍수 등 재난과 감염병 대응 역량을 높인다.

 

이를 통해 국민의 AI 서비스 경험률을 지난해 51%에서 올해 60%로, 기업들의 AI 도입률을 28%에서 40%로, 공공 부문 AI 도입률을 55%에서 80%로 각각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과기정통부는 회의에서 AI 3대 강국(G3)으로 도약하기 위한 ‘AI·디지털 혁신성장전략’도 보고했다.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AI 기술혁신, 전 산업의 AI 대전환, 국민 일상에 선도적 AI 도입, 디지털 권리장전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 신질서 정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미국과의 기술력 격차가 다시 벌어지면서 AI 선도국 도약을 위한 골든타임이 앞으로 1∼2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라 AI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기술력 확보와 고급인재 양성에 공을 들일 계획이다.

 

이날 출범한 AI전략최고위협의회는 공동위원장인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과 염재호 태재대 총장, AI 각 분야를 대표하는 민간 전문가 23명, 주요 정부 부처 실장급 7명 등 모두 32명으로 구성됐다. 민간 위원으로는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KT, 아모레퍼시픽 등 주요 기업 대표와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국가 전체 AI 혁신의 방향을 이끌 이 협의회는 산하 6개 분과를 운영하고, 국내 AI 기업과 스타트업으로 구성된 ‘초거대AI추진협의회’를 외부 민간 자문단으로 둔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와 공동 연구한 보고서를 통해 제조·의료·금융 등 전 분야에 생성형 AI가 적용됨으로써 창출되는 경제 효과가 2026년 기준 3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AI 도입에 따른 매출 증대가 국내총생산(GDP)으로 연결될 경우 향후 3년간 연평균 1.8%포인트의 추가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AI를 통해 성장 둔화와 저출산·고령화에 직면한 한국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경제 재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 출처 : 경향신문 >

:
Posted by sukji

 

 

 

“다양한 구성원 이끌 ‘리더십’ 기를 방법? 오로지 인문학, 독서뿐”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1〉 왜 인문학인가… 김형석 석학에 듣다
중학교 중퇴 후 매일 도서관 다녀
문학, 역사, 철학 등 수많은 책 읽어… 도산 안창호 만난 뒤 인문학 입문
AI가 인간의 노동 대체한다 해도, ‘휴머니즘’ 세우는 인문학은 불멸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대학에서 문학, 역사, 철학과는 문을 닫고, ‘문송’(문과여서 죄송합니다)이란 말도 익숙해졌다. 그러나 정말 인문학은 인생에서 전혀 쓸모없을까. 동아일보는 인문학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사회 문제를 극복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며 인문학의 저력을 들여다봤다. 4회에 걸쳐 매주 연재한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27일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한 뒤에도 꾸준히 무게 있는 고전을 읽어야 한다. 책을 읽은 나라의 국민이 세계를 이끈다”고 말했다. 

 

 

“자연과학은 하나의 질문에서 하나의 답을 찾고, 사회과학은 하나의 질문에서 파생된 여러 답 중 타당성 높은 하나의 답을 고르지요. 하지만 인문학은 하나의 질문에 모두가 같은 답을 내놓으면 안 됩니다. 인문학은 모든 사람의 생각이 다 다르다는 다양성을 바탕으로 해요.”

가치는 숫자로 측정되고, 효율이 최고로 여겨지는 시대다. 인문학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103)는 27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삶의 목적’을 묻는 인문학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인문학이 모든 학문의 뿌리라며 최근 인문학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리적, 이성적 판단력을 기르는 인문학의 토대 위에 사회과학, 자연과학이 꽃피었다는 것. 그는 “개인의 모든 활동은 오로지 전체를 위해 존재한다는 전체주의가 범람할수록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 등 갈등이 첨예하다”며 “시대를 화해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게 인문학”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인문학 전도사’다. 전국을 다니며 인문학 강연을 열고, 전공인 철학을 기반으로 문학, 역사학을 버무린 인문학적 사고를 풀어낸다. 에세이 ‘영원과 사랑의 대화’(1961년·김영사), ‘백년을 살아보니’(2016년·덴스토리) 등 60여 년 동안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냈고 여전히 현역 칼럼니스트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비결이다. 그는 “기업에서도 부장이나 임원 등 관리자가 인문학적 기반이 없으면 다양한 구성원들의 생각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삼성 등 여러 대기업에서 강의했는데, 특히 임원들이 인문학의 가치를 인정하더군요. 각기 다른 생각을 지닌 구성원을 이끄는 리더십을 기를 방법은 오로지 인문학, 독서입니다.”

김 교수가 인문학에 매료된 건 중학생 때다. 그는 평양 숭실중 3학년 때 시련을 맞았다. 일제가 신사참배를 강요해 이를 거부하면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됐다. 나중에 시인이 된 동급생 윤동주(1917∼1945)에게 어떡할 거냐고 물으니 “신사참배는 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도 윤동주를 따라 자퇴했다. 김 교수는 “도서관에 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책을 읽으며 학업을 대신했다”며 “이때 문학, 역사, 철학책을 셀 수도 없이 많이 읽었다. 독서가 인문학으로 가는 길이었다”고 회고했다.


도산 안창호 선생(1878∼1938)의 연설도 그를 인문학의 길로 이끌었다. 당시 서대문형무소에 수감 중이던 도산이 요양차 가석방됐는데, 그가 사는 평안남도 대동군 송산리로 와서 연설을 했던 것. 김 교수는 “어릴 적엔 기독교적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신학자를 꿈꿨지만 도산의 연설을 듣고 난 뒤 더 넓은 시각을 지닌 인문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달걀을 깨고 나온 병아리처럼 세상이 다시 보였어요. 도산의 연설과 그때 읽었던 책들이 인생의 거름이 됐죠.”

김 교수는 “평생 철학을 공부했지만 러시아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통해 인간에 대해 알게 됐다. 에드워드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로 판단력을 배웠다”고 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등장한 지도 1년이 됐다. 점차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게 된다면 인문학의 빛이 바래지 않을까. 그는 웃으며 어림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AI가 못하는 게 하나 있어요. 휴머니즘이죠. 휴머니즘이 없으면 어른은 약한 아이를 상대로 싸우고, 악(惡)을 악으로 갚습니다. AI가 인간을 위해, 인간이 인간답게 존재하기 위해선 휴머니즘을 세우는 인문학이 사라질 수 없죠.”

 

 

 

< 출처 : 동아일보 > 

:
Posted by sukji

 

 

‘고소득’ 의사·회계사, AI가 일자리 뺏는다

 

 

한은 ‘노동시장 변화’ 분석

20년내 국내 취업자 341만명 대체
빅데이터 기반 분석 업무 수행 가능
전문직·고학력자 위협 가능성 커
성직자·예술인 등 대면 직종은 낮아
“팀워크·의사소통 능력 중요해질 것”

 

 

 

 

의대 증원과 맞물려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지만 오히려 가까운 미래에 의사들은 인공지능(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직종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 산업용 로봇이 공장에서 단순 노동만을 대체한 것과 달리 AI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인지적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정보통신과 과학기술 등 전문 분야와 의사, 회계사 등 고소득·고학력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 한지우 조사역과 오삼일 팀장은 16일 ‘BOK 이슈노트- AI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를 통해 향후 20년 간 우리나라 취업자 중 약 341만명이 AI 기술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전체 취업자 수의 12%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특정 직업이 수행하는 업무 중 AI 기술이 할 수 있는 업무가 얼마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직업별 AI 노출 지수’를 산출했다. 직업 세분류별로 살펴보면 일반의와 한의사, 철도 및 전동차 기관사, 화학공학 기술자 및 연구원 등 18개 직업의 AI 노출 지수가 상위 1% 이내로 나타났다. 노출지수가 높다는 건 향후 해당 직업이 AI 기술과 중복돼 대체될 위험이 크다는 의미다.

 

전문의(상위 7%), 회계사(상위 19%), 자산운용가(상위 19%), 변호사(상위 21%) 등 대표적인 고소득 직업들도 AI가 대체할 수 있는 고위험군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예를 들어 화학공학 기술자는 생산 공정을 설계 및 운영하는데, AI 알고리즘이 기술자를 대체해 공정 최적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별로는 정보통신업과 전문과학기술, 제조업 등이 AI 노출 지수가 높았다. 연구진은 산업용 로봇이 단순노동을 대체해 저학력 및 중간 소득 근로자에게 영향을 미쳤던 것과 달리 AI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비반복적, 인지적 및 분석적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 고학력·고소득 일자리까지 대체할 위험이 크다고 진단했다. 반면 AI 노출 지수가 하위 10% 이하인 직업들에는 승무원, 청소원, 가사도우미, 성직자, 대학교수, 예술인 등 주로 대면 서비스 종사자 등이 있다. 보고서는 “대면 접촉 및 관계 형성이 필수인 일자리는 AI가 대체할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AI가 일자리를 대체함에 따라 고용은 줄고 임금 상승률도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일부 근로자들은 AI 도입에 따른 일자리 전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 “근로자들에게는 기존 기술뿐 아니라 팀워크와 의사소통 같은 ‘대인 관계 기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출처 : 서울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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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