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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슐츠 씨 : 오래된 편견을 넘어선 사람들 / 박상현

303.484 박51ㅊ / 사회과학열람실(도서관 3층)

 

ㅣ 추천 글 ㅣ

 

세상의 차별과 편견을 경험할 때,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저자 박상현은 『친애하는 슐츠 씨』에서 미국 사회의 차별과 편견에 대해, 더 정확히는 이러한 차별과 편견을 넘어서려는 사람들의 다양한 노력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만화 피너츠의 흑인 캐릭터 탄생 배경, 기권한 체조선수 시몬 바일스의 용기, 교육의 양극화로 인한 기회 배제, 미국 선거에서의 완톤폰드 사용 이유 등 미국 사회에서 오랜 관습으로 만들어진 차별과 편견의 사례들을 설명해 준다. 다소 무겁고 복잡한 주제일 수 있지만 구체적이고 상세한 배경지식과 다양한 자료사진들이 내용 이해를 돕는다. 이러한 차별과 편견의 장벽을 넘어서려는 사람들의 용기와 노력을 살펴보는 일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던 차별과 편견 문제를 직면하게 한다.

차별과 편견 앞에서 생각과 고민만 하고 있다면, 이 책에 나오는 용기 있는 사람들처럼, 이제는 한번 넘어서려는 용기를 내보는 게 어떨까?

 

나답게 산다는 것 : 나를 찾고자 하는 이들의 철학수업 / 박은미

158.1 박68ㄴ / 인문과학열람실(도서관 3층)

 

ㅣ 추천 글 ㅣ

 

AI와 같은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역할과 가치가 변하고 있는 지금, 철학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일상과 철학을 연결하는 ‘철학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을 자청하는 저자는 철학이야말로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자기 자신으로 사는 길을 열어준다고 말한다. 철학이 너무 어렵고 자신과는 무관한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삶에 닿아있는 철학을 제시한다. 이 책은 나를 찾고 나답게 살면서 행복을 찾으려면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하고, 그 과정을 통해 마음의 소리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답을 찾느라 막막한 당신에게 좋은 안내서가 되어 줄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표현대로 “더 높은 삶으로 들어가는 계절”인 이 가을, 철학적 사색을 통해 진지하게 자신을 성찰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재뉴어리의 푸른 문 / 앨릭스 E. 해로우

823.92 H323tKㄴ / 인문과학열람실(도서관 3층)

 

ㅣ 추천 글 ㅣ

 

눈앞에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문이 있다면?

『재뉴어리의 푸른 문』은 한 세상과 다른 세상을 연결하는 포털이자 통로, 그리고 입구인 '문(Door)'을 찾아 떠나는 소녀의 모험을 그린 판타지 소설이다. 주인공 재뉴어리는, W.C. 로크 회사의 최고 경영자이자 고고학 협회 회장인 윌리엄 코닐리어스 로크 씨에게 고용된 아빠가 세상 여기저기를 떠돌며 보물을 수집하는 동안, 로크 씨의 저택에 살며 아빠를 기다리고 있다. 일곱 살 때, 우연히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푸른 문’을 발견하지만, 로크 씨의 기대에 부응하는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다른 세상을 꿈꾸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열일곱 살이 되던 해, 『일만 개의 문』이라는 책을 발견하게 되면서 그녀는 문 너머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재뉴어리의 모험 이야기에서 우리는 불의에 맞서는 용기에 감동하고, 초월적이고 신비한 힘에 매료되며, 안타까운 가족의 사랑에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또한, 1900년대 초 미국의 여성과 유색 인종에 대한 차별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우리가 삶 속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선택의 순간을 상징하는 재뉴어리의 푸른 문. 이 책을 읽는 동안 스스로에게 계속 묻게 될 것이다. 우리는 과연 그 문을 열고 모험을 떠날 것인가? 아니면 현실에 안주할 것인가?

 

살아있니 황금두더지 / 캐서린 런델

591.68 R941gKㅈ / 자연과학열람실(도서관 4층)

 

ㅣ 추천 글 ㅣ

 

황금두더지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동화 속에서만 있을법한 낯선 이름이지만, 이 지구 어딘가에 실존하는 동물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청록색, 남색, 보라색 금색 등 색깔이 달라지는 털을 지니고 있어 포유류 중 유일하게 무지갯빛을 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이 반짝이는 털을 보지 못한다. 눈에 흙이 들어가지 않도록 납작한 털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기 때문이다.

『살아있니, 황금두더지』는 황금두더지를 포함하여 21종의 동물을 소개한다. 르네상스 문학을 연구한 저자는 이러한 동물과 관련된 고대 기록, 셰익스피어의 작품 등을 인용하여, 유머러스하면서도 서정적인 문체로 다양한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과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매 챕터마다 귀여운 일러스트로 시작하고 그들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며 끝나지만, 그 속엔 인간의 오해와 욕심으로 인한 잔인한 이야기도 담겨있어 독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자연과 지구, 생명에 관심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까마귀는 물론, 한 번도 보지 못한 낯선 생명과도 금방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 / 김선현

757 김53ㅈ / 자연과학열람실(도서관 4층)

 

ㅣ 추천 글 ㅣ

 

수많은 사회적 가면을 쓰고 살아가기 바쁜 현대인들, 진짜 ‘나’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는 세계 유명 화가들의 자화상 작품을 심리학적으로 해석하여 현대인들에게 위로와 치유의 말을 건네는 책이다. 미술치료 전문가로 활동 중인 작가는 유명 화가들의 자화상을 통해 ‘진정한 나’를 찾는 시간을 제안한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깊은 내면과 만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하는 작가는 고독, 욕망, 사랑, 치유, 여유, 완벽이라는 여섯 가지 키워드로 자화상을 설명하고 해석한다. 프리다 칼로, 폴 고갱, 앤디 워홀, 뭉크, 피카소 등 57명의 화가의 104점에 이르는 자화상을 소개하고 있다.

“내가 되고 싶은 나, 사람들이 원하는 나, 니가 사랑하는 나 또 내가 빚어낸 나. ... 지금도 매분 매 순간 살아 숨 쉬는 페르소나”라는 BTS의 노래 가사에 공감해 본 적 있다면 이 책을 통해 페르소나 가면을 벗고 ‘진정한 나’를 만나는 마음의 여정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

 

 

<내용 출처 :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도서>

:
Posted by jisanlib24

 

 

마음이 쌀쌀해질 때 읽으면 좋을 책 4

 

 

 

부암동 랑데부 미술관 : 채기성 장편소설 / 채기성 /  811.32 채19ㅂ  인문과학열람실(3층)

 


주인공은 아나운서 시험에 수차례 낙방하다 미술관 행정직을 제안받은 '호수’. 호수가 제안받은 '랑데부 미술관’은 사연을 신청받아 그중 하나를 소속 작가가 작품으로 만드는 콘셉트의 전시를 열고 있다. 빌딩 숲 사이에서 정신없이 일하고 퇴근하는 월급쟁이들을 동경해왔던 호수는 한적한 동네인 부암동 미술관에서 일하게 된다. 직장 생활을 하다 그동안 모은 돈으로 카페를 오픈했으나 폐업한 사람, 조직 생활을 청산하려는 건달 등 다양한 사연을 받아 보며 호수도 함께 성장한다. 한 장소와 사람들의 사연이 한데 얽힌다는 점에서 '불편한 편의점’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떠오른다. 201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문단에 나온 채기성 작가는 "속도와 효율이 중요시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며 "이 책은 여백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어른의 문해력 차이를 만드는) 한 끗 어휘력 /  박선주 /  411.4 박53ㅎ  인문과학열람실(3층)

‘심심한 사과’ '중식 제공’ '모집 인원 0명’ 등 문해력 논쟁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문해력의 시작은 어휘력이다. 최근 불거진 문해력 논쟁을 살펴봐도, 글의 맥락에서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다기보다 어휘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EBS 평생학교’에서 맞춤법 강의를 진행하는 저자가 헷갈리기 쉬운 어휘 100가지를 정리했다. 글을 업으로 삼는 기자 역시 한나절이 6시간과 12시간을 모두 의미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하지만 저자는 '중식’이나 '심심한’의 의미를 안다고 문해력이 무조건 높아지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꼬집는다. '뒤쳐지다’와 '뒤처지다’의 차이, '개발’과 '계발’ 등 헷갈리기 쉬운 단어의 한 끗 차이를 정확한 의미와 함께 전달하면서 소통을 잘하려면 원하는 바를 올바르고, 정확하고,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친다. 아이들과 함께 100가지의 어휘를 하루에 하나씩 살펴보는 독서법도 추천한다.

 

2026 대한민국 대학입시 트렌드 / 윤윤구 / 378.161 윤67ㄷ  사회과학열람실(3층)


메디컬 계열의 여전한 인기에 겹친 의대 증원 이슈, 첨단 계약 학과의 부상과 무전공 전형의 등장에 N수생의 약진까지. 내후년 대학 입학을 앞둔 예비 수험생 앞에 놓인 입시 현실이다. 이 책은 다양한 입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만의 파도를 탈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입시의 기본인 전형 설명도 들어 있지만 단순히 입시 정보만을 전달하는 책은 아니다. 저자는 한양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에서 융합인재부 부장 교사로 일하며 현장에서 아이들의 입시 지도를 맡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입시 정보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의 학습량임을 강조한다. 공부는 본래 힘든 것이며, 고통은 뒤따르게 돼 있는 것이라고 덧붙이며 막연한 불안감을 줄일 수 있는 팁도 책 군데군데 넣어뒀다. EBS 입시 대표 강사로 전국에서 대입 관련 설명회를 열며 학생, 학부모, 교사 등으로부터 받은 질문에 대한 답도 들어 있다. 방구석 1열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입시 설명회가 열렸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김하나·황선우  /  811.8 김91여  인문과학열람실(3층)

 



1인 가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고, 2030 결혼 비율은 갈수록 줄고 있는 시대. 우리는 어쩌면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대부분 외로움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타인과의 동거가 쉬운 일도 아니다. 글 쓰는 직업인이자 팟캐스트 진행자이기도 한 두 작가의 살림 합치기도 조율 과정이 동반됐다. 맥시멀리스트와 미니멀리스트, 외향인과 내향인 간극이 큰 두 사람의 결합 역시 투닥거림 속에서 이뤄졌고 그래서 더 맛깔스러운 글이 탄생했다. 2019년 출간된 이 책은 5년 만에 '동거인의 바이블’로 불리며 증보판으로 재출간됐다. 그 기간 코로나19가 지나갔고 둘째 고양이 '고로’가 명을 달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둘의 우정은 그대로다. 김하나는 "황선우와 나는 여전히 가장 좋은 대화 상대이자 술친구, 운동 메이트 그리고 세 고양이의 돌봄 파트너이자 생업의 동료로서 서로를 믿고, 또 서로에게 책임감을 가지며 잘 지낸다"고 썼다. 2024년 7월 '뉴욕타임스’는 이들의 이야기를 실으며 "결혼 제도 바깥에서 동거 형태로 살아가며 전통적인 가족 구조에 도전하는 한국인, 특히 여성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한다"고 평가했다.

 

 

< 출처 ; 여성동아 > 

:
Posted by sukji

 

 

 

전세계의 한국 문학 입문자를 위한 책 5  : https://v.daum.net/v/b4uNaedz6F

 

안녕하세요, 하루입니다. 책 이야기를 나누고 기록하는 걸 좋아해서 4년째 북튜브와 북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2024년 10월 10일은 문학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너무나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로 한강 작가가 선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선정위원회에 따르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한 강렬한 시적 산문을 남긴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해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전 세계 많은 독자들이 한국소설에 관심을 가지고 작품을 찾아볼 거라 예상됩니다. 어떤 작가와 작품들이 있을까요? 이번 기회에 한국문학 읽기를 시작해 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책을 골라봤습니다.

 


[1]
정세랑, <시선으로부터,> / 811.32 정53ㅅ / 인문과학열람실(3층)

“리브 어 리틀. 난 좀 살아볼 거야.”

정세랑 작가는 2010년 단편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로 <이만큼 가까이>, <지구에서 한아뿐>, <피프티 피플>, <시선으로부터,> 등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를 선보였습니다. 그중에서도 <보건교사 안은영>은 정유미, 남주혁 주연의 드라마로 넷플릭스에서 제작되기도 했어요. 그만큼 재미도 보장되지만, 무엇보다 정세랑 작가의 소설은 특유의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뜻한 발랄함, 경쾌한 다정함 같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고, 진지한 메시지를 너무 어둡지 않게, 그러나 너무 가볍지도 않게 표현해냅니다.

장편소설 <시선으로부터,>는 ‘심시선’이라는 인물의 제사를 지내는 가족들의 이야기입니다. 시선은 20세기 한국의 비극적인 역사를 통과하며 미술가이자 작가로 살아남은 인물이에요. 시선이 죽고 21세기에 남은 가족들은 특별한 방식으로 제사를 치르기로 합의합니다. 모두 함께 하와이로 떠나 엄마 또는 할머니였던 시선에게 가장 뜻깊은 선물을 하는 것으로 대신하기로요. 소설은 뜨개질을 하듯이 시선이 살아있는 동안 남긴 말의 조각들과 21세기를 살아가는 가족들의 저마다 다른 이야기들을 엮어나갑니다.

 

정세랑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은 무엇보다 20세기를 살아낸 여자들에게 바치는 21세기의 사랑이다”라고 밝혔는데요, 독자로서는 시선이 남긴 조각들이 ‘20세기를 살아낸 여성이 다음 세대에게 건네는 응원이자 위로’ 같이 느껴졌어요. 사랑스러운 인물들의 일대기를 통해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2]
천선란, <천 개의 파랑> / 811.32 천53ㅊ / 인문과학열람실(3층), 독서인증실(3층)

˝그리운 시절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거야.˝

 

<천 개의 파랑>은 2019년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으로, 2020년에 단행본으로 출간된 이후 온라인상에서 꾸준히 호평을 받아왔어요. 중심이 되는 캐릭터는 ‘C-27’이라는 인공지능 로봇과 고등학생 ‘연재’입니다. C-27은 경마 기수를 대신하기 위해 대량 생산된 제품이지만 제작 과정에서 우연히 인간의 실수가 더해져 일반적인 AI 로봇이라면 하지 않을 질문을 던지고 생각에 빠집니다. 그러다 경마 경기에서 낙마해 망가진 채 방치되고 말아요. 그런 C-27을 과학을 좋아하는 고등학생 연재가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가 조금씩 고쳐주면서 ‘콜리’라는 새 이름을 붙입니다. 콜리는 연재를 만나 다시 예전의 모습을 찾았지만, 콜리와 짝을 이뤄 경마 경기에 참여하던 말 ‘투데이’는 부상을 입고 안락사당할 위기에 놓입니다. 이 소식을 들은 연재와 콜리, 그리고 모든 등장인물들이 투데이를 살릴 방법을 찾아나가며 이야기는 결말을 향해 달려갑니다.

<천 개의 파랑>은 SF소설 혹은 과학소설이라고 하면 왠지 어려울 것 같은 고정관념을 깨는 작품이에요. 복잡한 원리나 현상, 과학적 사고가 끼어들 틈 없이 다양한 인물들의 탄탄한 서사로 꽉 채워져 있어요. 확률의 의미와 기능, 장애와 정상성뿐만 아니라 동물권, 발전과 도태의 문제까지, 다양한 주제로 생각할 거리를 남깁니다. 천선란 작가는 <천 개의 파랑>이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놓은 한 줄의 메모,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느리게 달리기를 연습하는 경주마의 이름이 투데이, ‘오늘’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하죠? 조금 두껍지만 일단 읽기 시작하면 멈추기 힘든, 따뜻한 SF소설의 매력을 느껴보세요.


[3]
성해나, <빛을 걷으면 빛> / 811.32 성92ㅂ / 인문과학열람실(3층)

“나는 결코 내 마음을 속이지 않을 거예요. 속 편히 웃고 울고 싸우고. 견디지 않을 거예요.”

 

 

<빛을 걷으면 빛>은 성해나 작가가 2019년에 등단한 이후 3년 만에 나온 단편소설집입니다. 여덟 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등단작이기도 한 「오즈」였어요. 비극적으로 가족을 잃고 혼자 남은 20대 초반의 ‘하라’는 독거노인 하우스 쉐어링 사업을 통해 할머니 ‘오즈’와 함께 살게 됩니다. 복지 혜택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라를 받았다는 오즈는 불친절하고 예민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라가 문신을 새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안 오즈가 먼저 다가와 부탁합니다. 내 몸에도 문신을 해달라고요. 알고 보니 오즈의 몸에는 일제 강점기의 아픔을 짐작할 수 있는 문신들이 남아있어요. 하라는 자신의 주저흔을 커버하기 위해 시작했던 기술로 오즈의 아픈 과거를 짐작할 수 있는 문신 위에 새로운 그림으로 커버 문신을 새기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오즈’ 외에도 이 책에 실린 작품들에는 다양한 위치의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농인 할머니와 둘이 살고 있는 도호, 임용고시에서 수차례 낙방하고 도망치듯 고향에 내려온 경과 젊은 시절 스턴트맨으로 활동했던 할머니 이목, 전교조 지부장이었던 아버지와 자유분방한 아들, 농촌의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유튜브 영상 편집 기술을 가르치게 된 20대 취준생 등 비슷한 컨셉이 반복되지 않고 나이와 지역, 계급이 다른 인물들이 만나는 지점을 디테일하게 그려냅니다.

 

게다가 대부분 낯설고 어색한 관계를 다루고 있어요. 주요 인물들이 자신의 익숙한 활동 반경 밖에 있는 인물을 만나서 새로운 자극을 받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결정하는 데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가장 안전하다고 느껴야 할 관계에서 상처받고 버려진 인물이 어떻게 대안을 발견하고 나아가는지, 당연하게 여겨지는 관계를 비틀어서 어떤 대안이 가능할지 함께 고민할 수 있어요.


[4]
최은영, <밝은 밤> / 811.32 최68ㅂ / 인문과학열람실(3층)

“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

 

<밝은 밤>은 간단하게 말하면 증조모-할머니-엄마-딸, 이렇게 4대에 걸친 여성들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전개되는 소설입니다. 그중에서도 중심이 되는 인물인 지연(딸)은 전남편의 외도로 이혼한 후 주변을 정리하고 ‘희령’이라는 낯선 도시로 내려옵니다. 경상북도와 강원도 사이, 동해 근처 작은 도시로 짐작되는 새로운 도시, 희령에서 지연은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과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져요.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할머니 ‘영옥’입니다.

할머니와 엄마가 수십 년간 연락을 끊고 살았기 때문에 지연은 할머니의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지만, 할머니는 오래전부터 희령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지연이 내려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우연히 마주치고, 곧 어색하지만 따뜻한 관계를 형성해요. 오랫동안 서로를 모르고 지냈기 때문에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 할머니와 손녀라는 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족애보다는 동지애가 느껴지기도 해요. 조금씩 더 가까워지면서 지연은 영옥에게 지난 이야기를 해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렇게 증조모와 할머니, 그리고 엄마의 이야기를 전해 듣게 돼요.

단편소설집 <쇼코의 미소>와 <내게 무해한 사람>에서도 보여주었던 것처럼, 최은영 작가는 막연하고 무어라 설명하기 힘든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밝은 밤>에서는 세상에 혼자 남은 듯한 깊은 외로움이 찾아올 때 ‘너는 혼자가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누군가가 곁에 있고,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사실인지 알려줘요. ‘밝은 밤’이라는 제목을 떠올리면 어두운 밤에 밝게 빛나는 달이 떠오르는데, 달이 빛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의 빛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가장 어둡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나를 비추는 빛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소설입니다.

 

[5]
박솔뫼, <미래 산책 연습> /  811.32 박55ㅁ  / 인문과학열람실(3층)

“원하는 미래를 그리고 손으로 만져보기 위해 어떤 시간을 반복해야 할까.
나는 그것을 우선 어딘가에 써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미래 산책 연습>은 부산을 배경으로 일인칭 화자인 ‘나’와 ‘수미’, 두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나’의 목소리는 중얼거림을 닮았어요. 일기인지 소설인지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쓰고 있는 작가 ‘나’는 부산의 오래된 거리를 배회하다 우연히 들어간 목욕탕에서 60대 여성 최명환을 만납니다. 최 선생에게 옛날이야기들을 들으며 가까워지고, 충동적으로 월세 아파트도 계약해 버려요.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자꾸만 걷고 또 걷는 ‘나’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부원아파트, 용두산아파트, 미국문화원 같은 장소들이 머릿속에 들어옵니다. 다른 주인공인 수미는 교도소에서 막 출소한 ‘윤미’ 언니와 갑자기 함께 살게 돼요. 윤미 언니가 교도소에 가게 된 이유가 밝혀지면서 이 이야기의 배경에는 1982년 부산 지역 대학생들의 미국문화원 방화 사건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알려지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소설이 바로 <미래 산책 연습>이었어요. 한강 작가의 소설들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제주 4·3 사건 등을 다루고 있다면 박솔뫼 작가의 <미래 산책 연습>은 82년 미국문화원 방화 사건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너무 빨리 잊혀지거나 제대로 이야기되지 않은 것들을 조명합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시간과 기억에 관한 문장을 반복하면서 읽는 이로 하여금 무엇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 되물으면서요. 노벨문학상 선정위원회에서는 한강 작가의 작품을 두고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미래 산책 연습>의 문장들 역시 독특한 매력을 지녔어요. 시작과 끝이 분명하지 않은, 흐르는 생각을 그대로 담아내는 것 같은 문장들 덕분에 책을 읽는 동안 책 속의 인물들과 같이 산책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현재란 단순히 지금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누군가가 줄기차게 계속하고 있는 연습의 시간인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 속으로 함께 걸어볼까요?

 

 

< 출처 : 디에디트 > 

:
Posted by sukji

 

 

 

01.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 811.32 한11ㅈ  인문과학열람실(3층)

02.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한강 시집 / 811.15 한11ㅅ  북큐레이션(3층)

03. 채식주의자 : 한강 연작소설 / 811.32 한11ㅊ 인문과학열람실(3층)

04. 노랑무늬영원 : 한강 소설집 / 811.32 한11노  인문과학열람실(3층)

05. 내 여자의 열매 : 한강 소설집 / 811.32 한11ㄴ  인문과학열람실(3층)

06. 디  에센셜 / 811.081 한11ㅎ   인문과학열람실(3층)

07. 소년이 온다 : 한강 장편소설 / 811.32 한11소   인문과학열람실(3층)

09. 흰 : 한강 소설 / 811.32 한11흰   인문과학열람실(3층)

10. 검은 사슴 : 한강 장편소설 / 811.32 한11ㄱ   인문과학열람실(3층)

11. 회복하는 인간  /  811.32 바69아 v.24   인문과학열람실(3층)

12.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 한강 산문집 / 811.4 한11ㄱ   인문과학열람실(3층)

13.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 제15회(2015) :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회복기의 노래

/ 811.32 황57 v.15    인문과학열람실(3층)

14. 김유정 문학상 수상 작품집. 제12회(2018)  : 작별 / 811.32 김67 v.12  인문실(3층)

15. 내 이름은 태양꽃 : 한강 동화 / 811.38 한11ㄴ 인문과학열람실(3층)

16. 희랍어 시간 : 한강 장편소설 / 811.32 한11ㅎ   인문과학열람실(3층)

17. 바람이 분다, 가라 : 한강 장편소설 /  811.32 한11ㅂ    인문과학열람실(3층)

18.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제29회(2005) 몽고반점 / 811.32이51v.29   인문실(3층)

19.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 한강 산문집 / 811.4 한11ㅅ   인문과학열람실(3층)

20. 붉은 꽃 이야기 /  811.32 한11ㅂ 보존서고( J1 3198)   인문과학열람실(3층)

21. 그대의 차가운 손 : 한강 장편소설 / 811.32 한11ㄱ 보존서고( J1 2848, J1 2849)

22. 내 여자의 열매 : 한강소설 / 811.32 한11ㄴ  인문과학열람실(3층)

23. 검은 사슴 : 장편소설 / 811.32 한11ㄱ  보존서고 ( J1 2858, J1 2859)

24. 여수의 사랑 : 한강 소설집 / 811.32 한11ㅇ 보존서고 ( J1 3194, J1 3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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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