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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 경계에 구멍을 뚫고 틈을 벌리는 공동공간

 

장소와 공간에 대해 지금보다 더 예민해진다면, 더 많은 공동공간이 있다면 우리는 더 좋은 사회에 살 수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지며 공간을 간절히 욕망하기 시작하였을 때는 10여 년 동안 살던 시골을 떠나 다시 도시로 돌아온 8년 전이다. 다시 도시에 살게 된 그때 나를 압도하는 느낌은 불행하게도 답답함과 무력감이었다. 생계를 위해 할 일이나 직장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이내 나를 사로잡는 답답함과 무력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도시는 공간이 부족했고, 관계는 단절되어 있었고 시간은 부서져 있었다. 도시에서 내가 하고 싶은 활동을 자유롭게 할 야외 공간도 실내 공간도 부족했다. 작은 공간을 임대하는 데도 감당하기에 너무 큰 비용이 필요했다. 도시에서 맺기 시작한 관계는 깊은 연결을 느낄 수 없는 업무 관계가 전부였다. 살고 있던 아파트에서도 몇 년간 이웃이 없었다. 다행히 지금은 몇몇 이웃들이 생겼다. 그러나 공간 부족은 쉽게 해결될 수 없는 과제였다. 도시에서 내가 하고 싶은 활동을 위해 공간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공간에 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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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공간: 커먼즈로서의 도시 / 스타브로스 스타브리데스 / 빨간소금 / 구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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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시대 : 시대를 빛낸 집합주택 / 손세관 / 집 / 728.31 손53ㅈ   자연과학열람실(4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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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발견, 교실의 발명 : 학습 공간 모델과 학교 유형 / 김성원 / 소동 / 371.6 김53ㅎ

사회과학열람실(3층)

 

사이 공간으로서의 공동공간

 

공간에 대해 탐구할 때 접하게 된 책들 가운데 내게 적지 않은 영향을 준 한 권은 스타브로스 스타브리데스(Stavros Stavrides)가 지은 『공동공간: 커먼즈로서의 도시』(Common Space: The City as Commons) 이다. 당시는 영문 서적만 구해 읽을 수 있었는데 올해 번역본이 출간되어 다시 읽게 되었다. 책의 저자는 그리스의 건축가, 사회 활동가, 아테네 국립기술대학교 건축학부 준교수로, 사회주택 설계 과정과 대도시 경험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 대학원에서 가르치고 있다.

『공동공간 : 커먼즈로서의 도시』는 도시 공간을 연구한 다양한 학자와 연구자들의 주장과 세계 곳곳 공동공간의 사례를 소개하며 공동공간이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공간을 사적공간, 공적공간, 공동공간으로 구분한다. 사적공간은 말 그대로 개인 또는 사적 기업이 소유한 공간이며 타인의 이용을 배제하는 폐쇄적 영토이다. 공적공간은 정부가 소유하고 관리하며 시민들이 이용하는 것을 허락하는 공공공간이지만, 이곳에서 시민의 활동은 주권자가 허락한 범위 안에서만 허용된다. 반면 공동공간(Common space)은 폐쇄적이지 않고 개방적이며 내부 규율과 질서를 유연하게 지속해서 민주적으로 재정립하며, 권력 집중을 방지하고, 끊임없이 창조적인 관계와 활동이 만들어지는 상시적이거나 임시로 조성되는 공간이다. 저자는 이런 관점에서 도시를 공동체의 터전으로 보고, 집합주택, 공원, 광장, 가로에서 시민들이 함께 공동공간을 자율적으로 만들어 갔던 사례들을 소개하며, 공적공간을 시민들이 개입하여 각자 주체적으로 창조적인 활동을 제약받지 않는 공동공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공간을 저자는 도시 속의 틈새 공간이자 경계가 있지만 개방된 문턱 공간이자 경계에 구멍을 내는 다공성의 공간이자 사이 공간, 즉흥적 열정이 넘치는 공간으로 묘사한다.

 

이 책은 나의 인식을 확장하고, 새로운 지식과 실천을 소개하는 지도였다. 이 책에서 발견한 공공장소(Public Space)와 공동장소(Common Space)란 키워드를 붙들고 탐색하기 시작했다. 이때 세계 도시 공공장소에서 시민의 사회적 관계와 예술과 문화 활동을 확장하는 활동을 소개하는 PPS(Project for Public Space)를 알게 되었다. 이 사이트는 내가 도시 공공장소를 좀 더 생생하고 의미 있게 이해하고 공공장소 활동에 대해 풍부한 다양한 사례와 아이디어를 알게 한 정보의 보고이다. 한편, 소토노바(ソトノバ)는 일본에서 마을과 지역의 야외공간인 소토노바를 공공장소로 만들기 위한 가이드와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이곳에서 발견한 사례들을 안내자 삼아 서울혁신파크 옥상에 옥상 공유지 실험을 전개했고, 혁신파크가 폐쇄된 이후에는 살고 있던 마을 인근 공공텃밭 일부를 주민들과 함께 살래공동텃밭으로 만들었다. 올해 초 마을 서점 ‘소동’에서 두 달에 걸친 연속 인문학 강좌를 진행하며 마을의 공공장소를 어떻게 공동공간으로 바꿀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최근에는 마을 앞에 텅 빈 채 남아 있는 1만여 평 LH 소유 부지에 어떻게 주민들이 사회적 관계를 확장하는 공공시설을 유치하고 공동공간으로 만들지 몇몇 이웃과 모여 작당을 하기 시작했다. 말로 끝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고, 잠깐 벌이는 해프닝만 일어날 수 있지만, 도무지 이 답답한 도시에서 사람들이 함께하는 공간에 대한 욕망과 불쑥 일어나는 상상을 멈출 수는 없다.

이 책이 소개하고 있는 사례 중에는 튀르키예서 살다 그리스로 강제 이주한 그리스계 난민들의 정착촌 이야기가 나온다. 이 슬럼가의 난민들을 위해 정부는 10년 만에 아테네 인근에 알렉산드라 주택단지를 지었다. 1934-35년에 지어진 알렉산드라 주택단지의 각 세대는 대부분 방 2개, 주방과 작은 욕실만 있는 작은 공간이었지만, 주민들은 아무것도 없던 야외 공간을 자율적으로 작은 안뜰, 보도, 나무 그늘, 즉흥 놀이터, 회의 장소로 변형했다. 여성들은 공용 세탁실을 사교장처럼 사용했다. 겨울철 외부 계단은 시끄러운 놀이터로 변했다. 이처럼 튀르키예 공동체 문화를 공유하고 있던 그리스계 난민들은 주택단지를 사적 경계와 공적 경계를 흐리게 하는 다공(多孔)의 도시 환경으로 만들었다.

 

함께 살고 교류하는 집합주택

 

알렉산드라 주택단지는 손세관의 『집의 시대 : 시대를 빛낸 집합주택』을 떠올리게 했다. 손세관은 중앙대학교 건축과 명예교수이자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소장을 역임하며 세계의 주거 문화를 탐색한 연구자이다. 이 책은 20세기 등장한 세계의 집합주택, 우리가 부르는 아파트 단지와 연립주택, 주상복합주택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30개 주택단지를 소개한다. 그중에는 로테르담의 주택국에서 일하던 야코부스 오우트(J.J.P.Oud)가 설계한 튀센디켄(Tusschendijken) 블럭형 주택단지가 있다. 이 주택단지 중앙에 거대한 중정이 있는데 가장자리는 개인 정원으로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중앙은 주민 공동의 여가 공간으로 사용케 했다. 입주자들의 교류를 위한 기획이었다. 미힐 브링크만(Michiel Brinkman)이 설계한 로테르담 스팡언 지구의 집합주택(Spangen Quarter Housing)역시 블럭형이고 중정을 개인정원과 공용정원으로 구성한 것은 같지만 3층에 골목길 같은 공중 가로를 만들었다. 주민들은 이곳을 통행, 교류 공간, 개인 정원처럼 이용했다.

책 속에는 그 유명한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가 설계한 마르세유의 위니테 다비타시옹(Unité d’Habitation)도 있다. 이 집합주택은 17층 높이에 350가구를 수용하는 데 상점 거리와 26종류의 공공시설을 포함하고 있으며, 옥상에는 체육관, 수영장, 유아원, 노천극장까지 두었다. 이런 시설들은 모두 사회적 교류와 관계를 촉진하기 위한 조치였다. 비행기 위에서 보면 온통 삐죽삐죽 솟은 아파트 단지만이 보이는 아파트의 나라 한국에서 주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다양한 아파트의 유형과 혁신적인 시도들, 그리고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고 사회적 교류를 촉진하고자 공공공간을 포함하려 했던 건축가들의 노력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의 아파트는 비록 이웃 소통이 단절된 주거 형태로 여겨지고 있음에도 크고 작은 커뮤니티 시설들을 포함하고 있다. 집합주택을 사회적 관계가 일어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 20세기 건축가들의 영향이다. 한국의 커뮤니티 공간은 아파트 거주민 이외 사용을 허락지 않고 일방적 이용규칙이 작동하는 폐쇄적 공간이거나 주민 간의 사회적 교류가 제대로 일어나지 않고 있지만, 이 공간들을 어떻게 보다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사회적 교류와 창의적 시도들이 만들어지는 유연한 공동공간으로 바꿀 수 있을까? 문화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공통 분모 없이 지나칠 정도로 개별화되고 폐쇄적이고, 아파트 공동의 관리 문제에도 크게 관심이 없는 아파트 주민들의 성향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가 가속하면서 10년 내 아파트의 상황은 바뀌게 될 것이다. 아파트가 거주지의 위기가 되지 않도록 아파트의 커뮤니티 시설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아파트의 조경과 정원을 어떻게 그리스 알렉산드라 주택단지의 주민들처럼 창조적이고 자율적으로 경계를 허물며 야외 공간을 다공의 공공장소로 만들 수 있을까?

 

교육을 넘어, 공동체를 생각하는 학교

 

공동공간을 향한 채워지지 않는 갈망은 나를 도시의 공공장소들에 대한 연구와 실천으로 이끌고 있다. 세계의 도서관과 미술관, 문화센터, 놀이터, 체육관, 공공텃밭, 도시공원과 수변 공원의 변화와 시민 참여 사례를 연구하게 되었고, 결국 교육기관 그 이상인 주요 공공공간으로서 학교까지 연구하게 되었다. 여러 학교의 공간기획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 결과 최근 『학교의 발견, 교실의 발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세계의 다채로운 교실 모델과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다양한 학교 건축과 미래 교육 방식을 소개한다. 특히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을 우려하는 지역에서 문화, 복지, 평생교육, 스포츠, 위생 건강 시설까지 복합한 공동체학교(community school)에 대해 소개한다. 시설 복합화한 학교는 이제 단지 교육을 위한 섬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현재 한국 정부도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공공시설의 효율적 관리와 운영을 위해 학교의 시설 복합화를 추진하고 있다. 비단 학교뿐 아니라 앞서 열거한 도서관, 미술관 등 공공시설들 역시 단지 정부의 재원만으로 운영하던 시대는 지나고 있고, 시민들의 참여와 개입, 지원을 요청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베이비부머의 등장과 함께 급성장했던 세계의 도시들처럼 6.25 전쟁 후 급격히 확대한 한국의 도시들도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도시의 어떤 부분은 지나치게 낡아졌다.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던 시대, 사회적 교류를 지향하며 풍요로운 거주 환경을 추구했던 건축가들의 시도를 따르기 보다는 유난히도 개발 논리에 따라 조성되어 온 한국의 도시와 그 도시의 주요 거주 형태인 아파트는 도시민들의 삶과 일상을 파편화하며 답답하게 고착해왔다. 시민들을 일터와 거주 공간에 가두고 직업 활동 외 다양한 사적 창의 활동이나 취미활동, 사회적 활동과 사회적 연결을 촉진할 공동공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한편, 이제 인구가 감소하면서 공공시설들의 유지와 관리보수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공공시설의 총량을 줄이고 조절하려는 정책을 펴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고, 시민들의 지원과 개입 없이는 공공공간의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은 시민들이 다양한 공간과 시설에 개입하고 공간의 용도를 바꾸고 자신들의 공동공간을 만들 기회이기도 하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보다 도시의 공간에 대해 예민해지고 공동공간을 확장하기 위한 상상과 도전을 해야 한다.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인 복합 위기 상황이 다가온다 해도 자유롭게 이용하고 타인들과 연결할 수 있는 공간의 크기와 다양성은 한 개인은 물론 지역사회가 위축되지 않고 시민 문화와 예술이 성장할 가능성의 척도이자 일상의 풍요로움을 확장할 근거이기 때문이다.

 

 

김성원파주에서 적정기술, 공예, 다양한 공공장소와 공간에 대해 연구하며 저술과 실천 활동, 그리고 공간기획가로 살고 있다. 저서로는 『이웃과 함께 짓는 흙부대집』 『점화본능을 일깨우는 화덕의 귀환』 『화목난로의 시대』 『시골 돈 보다 기술』0 『마을이 함께 만드는 모험 놀이터』 『근질거리는 나의 손』 『자연 미장』 『학교의 발견 교실의 발명』 『독일의 학교 시설 복합화 및 개방 정책 사례와 시사점』이 있다. 공저로 『2019 한국의 논점』 『기술비평들』 『사물에 수작부리기』 『똥의 인문학』 『지구별 생태사상가』 등이 있다.
coffeetalk@naver.com
Play AT 연구소 페이스북책표지 제공_빨간소감, 도서출판 집, 도서출판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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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 집과 도시 그리고 삶 

 

“집이란?” “도시란?” 이 질문에 집은 아파트, 도시는 빌딩이 많은 곳 정도로 쉽게 답하거나, 질문 자체를 굉장히 당황스러워할 가능성이 크다. 지극히 뻔하고 쉬운 용어인 것 같지만, 막상 대답하려고 보면, 단순하지 않은 개념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주거, 거주, 공간, 장소, 마을, 지역 등 유사한 단어로 확장해 생각하면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진다.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음의 괴리가 있고, 이는 이 단어들이 대체로 추상화되고 형식화되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짓기와 거주하기: 도시를 위한 윤리』 『한옥 적응기: 전통 가옥의 기구한 역사』 이 두 책은 어쩌면 일반적으로 머릿속에 떠올린 ‘집’과 ‘도시’와는 전혀 다른 ‘집’과 ‘도시’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이런 혼돈이 생긴 것은 서구에서 유입된 개념의 혼재와 부동산이라는 자본주의적 상품으로서의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살고 싶은 집을 커다란 네모 상자에 여러 개의 네모난 창문으로 표현한다. 기존의 집과 도시라는 물리적 환경이 인간의 상상 자체를 제한하는 지경에 이르러 있다는 말이다. 지금 우리가 집과 도시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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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기와 거주하기 : 도시를 위한 윤리 / 리처드 세넷 / 307.1216 S478bKㄱ

/ 사회과학열람실(3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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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적응기 : 전통 가옥의 기구한 역사 / 정기황 / 728.3 정19ㅎ / 자연과학열람실(4층)

 

한국적 장소 개념

 

한국에서 장소적 개념에 대한 관심은 1990년 전후에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서구사회에서 모더니즘 사조가 시작된 20세기 초 한국은 일제 식민지기였고, 1968년 ‘68혁명’을 기점으로 하는 포스트모던 시기에 한국은 군사정권에 의해 통치되던 때였다. 따라서 한국은 서구의 개인 자율성에 기초한 근현대 문화와는 크게 다를 수밖에 없고, 군사정권이 끝난 1990년대에 이르러 포스트모던과 장소 개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경제적 잉여와 물리적 도시화라는 기반도 주요한 조건이었다.

 

1990년대 한국에서 사용된 장소 개념에는 마르틴 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론, 특히 그가 1951년에 발표한 ‘건축함, 거주함, 사유함(Building, Dwelling, Thinking)’이 주요한 논거가 되었다. 하이데거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진정성(Authenticity)’이다. 이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일상적 살아감(비본래성)의 상대적 개념으로 일상적 관계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의 본래적 모습(내면)을 회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성’이 개인의 욕망과 주체에 기대어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이와는 상반된 성질이다. 무언가(장소)에 영원불변의 성질이 있다고 보는 관점이다. 하이데거의 ‘장소’는 내면의 본래적 회복의 의미로 영원불변한 ‘장소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한국적 특수성과 결합하여 또 다른 고정값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박제화된 궁궐 등의 한옥이 그렇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함께 만들어가는 ‘도시’

 

‘장소’는 개인의 자율성을 중심으로 본다면, 인간 삶과 문화가 집적되어 현상(現象)될 수는 있지만, 영원불변한 성질일 수는 없다. 즉 장소는 인간이 생산하고 만들어갈 뿐이고, 이렇게 생산된 가치가 집적되어 현상될 뿐이다. 리처드 세넷은 “물질과의 관계에서 인간은 세계 속에서 스스로 살 곳을 만드는 유능한 창조자다”(『장인』)라고 말하며, 외부와의 관계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비본래성을 강조한다. 어쩌면 세넷이 하이데거의 ‘건축함, 거주함, 사유함’에서 ‘사유함’을 뺀 ‘짓기와 거주하기’를 제목으로 선택한 이유일 것이다. 『짓기와 거주하기』는 『장인』 『투게더』에 이은 리처드 세넷의 ‘호모 파베르 3부작’의 완결판이다. 세넷은 건축과 도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도구적 인간’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 물질, 타인 등 외부와 관계 맺으며 살아가는 인간의 세계로서 건축과 도시의 중요성을 말한다.

세넷의 도시 개념을 간단하게 나누어 보자면, 물리적 도시인 빌(Ville)과 비물리적 도시인 시테(Cite)로 나눌 수 있다. 이 둘이 유기적 관계를 조화롭게 유지하는 상태를 좋은 도시로 본다. 이런 이유로 세넷은 ‘빌’ 중심으로 이루어진 20세기 도시계획을 “일단 헐 수 있는 것은 모조리 헐고 맨땅처럼 밀어버린 다음, 새로 건설한다는 것이다. 이전에 있던 환경은 설계자에게 가로 고치는 것으로 간주됐다. 이와 같은 공격적인 처방은 번번이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했다.”(『장인』)라고 비판했다. 이를 간단하게 말하면 “도시계획의 규율이 건축과 거주에 대한 지식 사이에서 분열하여 파열되었다.”(『짓기와 거주하기』)라고 분석한다.

 

세넷의 이런 관점은 현재 도시와 건축이 처해 있는 상황을 인간과 인간성 자체의 파멸로 심각하게 보는 문제의식이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보자면, 한국은 ‘빌’에 집중된 전형적인 20세기 도시계획을 여전히 맹신하고 있다. 더구나 ‘빌’을 완전하게 자본주의적 교환가치로 치환했기 때문에 분열과 파열을 넘어 거주, 건축, 도시(계획)은 교환가치의 하위에 위치한다고 할 수 있다.

 

‘집’은 형태가 아니라 공감

 

『한옥 적응기』는 ‘한옥’이 아니라 ‘적응(adaptation)’에 방점을 찍고 있다. 적응은 “적절하고 유익하게 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으로서, 외부 세계의 현실에 적당히 맞추는 활동과 환경을 바꾸거나 더 적절하게 통제하기 위한 활동을 포함한다. 또한 개인과 환경 사이에 존재하는 ‘함께 어울림(adaptedness)’의 상태를 의미”(『한옥 적응기』)한다. 왜 ‘한옥’을 주제로 하면서 ‘적응’에 방점을 찍었을까?

‘한옥’은 기이한 말이고, 고정불변의 법칙처럼 틀을 짓는 용어다. 한옥은 양옥과 구분하기 위해 1908년에 만들어진 용어이고, 1960년대부터 정부와 언론을 중심으로 일반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말이다. ‘한옥’의 ‘한’은 새로운 것과 구분하기 위한 접두사다. 하지만 보통은 ‘파’가 있고, ‘양파’가 있고, ‘배추’가 있고, ‘양배추’가 있듯이 새로운 것에 접두사를 붙인다. 따라서 ‘옥(집)’이 있고 ‘양옥(일옥)’이 있어야 하지만 ‘한옥’이 된 것이다. 현재는 오히려 ‘양옥’이 ‘양’을 뺀 채 일반적인 ‘집’이 되고, ‘한옥’이 특수한 것으로 구분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아파트가 보편적 주거유형이 되고, 한옥이 박제화되어 보존되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우리말 ‘집’은 한자 ‘葺(기울 즙)’에서 연원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초가집은 ‘초즙(草葺)’, 기와집은 ‘와즙(瓦葺)’으로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다. 한자 ‘즙’은 ‘귀에 대고 말하는 형상’의 ‘소곤거릴 집(咠)’ 위에 ‘초두머리(艹)’를 얹은 글자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초가를 잇는 행위를 나타내는 글자라고 할 수 있다. 외부와의 관계와 문화적 공감대, 함께 만들어가고 나누는 과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 ‘집’이 물리적 환경으로서의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은 이유는 물리적 환경은 이런 인간의 집단적 행위로 만들어지는 결과물일 뿐이기 때문이다. 즉 현재의 집은 “살아온 사람들의 치열한 삶과 문화가 축적된 역사의 한 단면이고, 더 나은 공간이 되기 위한 발판”(『한옥 적응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한옥 적응기』에는 집과 도시에 대한 지나간 옛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가 담겨 있다.

 

『짓기와 거주하기』 『한옥적응기』 두 책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집과 도시’의 주인으로 서기를 요구하고 있다. 두 책이 ‘짓기와 거주하기’라는 행위 자체와 ‘적응’이라는 변화 과정 자체를 중요하게 다루는 이유다. 두 책은 모든 인간을 집과 도시를 만드는 주체로서 다루는 ‘집과 도시’의 역사이고, 현재 ‘집과 도시’의 문제에서 인간성을 중심에 둔 근원적 고민과 대안을 제시한다.

 

정기황각 시대의 문화가 새겨진 공간과 도시를 계보학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이며, 이를 기초로 공간을 설계하는 건축가다. 근대 서울의 도시건축 적응과정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시시한연구소 소장으로 장소인문학적 도시건축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더불어 경의공유지시민행동 공동대표, 공유성북원탁회의 공동대표, 커먼즈네트워크 등의 도시사회운동 활동을 하고 있다.
www.facebook.com/keehwang.jung/이미지 제공_김영사, 빨간소금

 

 

 

< 출처 : 아르테365 > 

:
Posted by sukji

 

 

선선한 바람 맞으며 외출해볼까요?

 

길고 더웠던 여름이 가고 드디어 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읽으면 외출하고 싶어지는 책, 자연의 성스러움을 알려주는 책을 소개합니다.

 

01. 리턴 투 네이처 삶이 불안할 때 나는 숲으로 갑니다 / 에마 로에베 / 정리 중

02. 나무를 읽는 법 : 나무껍질과 나뭇잎이 알려주는 자연의 신호들 / 트리스탄 굴리 / 정리 중

03. 경외심 :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경이의 순간은 어떻게 내 삶을 일으키고 지탱해주는가

/ 대커 켈트너 / 152.4 K29aKㅇ 인문과학열람실(3층)

04. 식물에 관한 오해 / 이소영 / 580.2 이55ㅅ 자연과학열람실(4층)

05. 식물이라는 세계 : 식물세밀화가가 43가지 식물에게 배운 놀라운 삶의 지혜 / 송은영

/ 580.2 송68ㅅ  자연과학열람실(4층)

06. 북극에서 얼어붙다 : 소멸하는 북극에서 얼음 시계를 되감을 330일간의 위대한 도전

/ 마르쿠스 렉스 / 919.8 R455eKㅇ  사회과학열람실(3층)

07. 서울 건축 여행 : 시간을 건너 낯선 눈으로 서울을 보다 / 김예슬 / 720.95191 김64ㅅ

자연과학열람실(4층)

08. 어반 정글 : 도시와 야생이 공존하는 균형과 변화의 역사 / 벤 윌슨 / 577.56 W746uKㅂ 

자연과학열람실(4층)

09. (숲의 인문학을 위한) 나무문답 / 황경택 / 구입 중

10. 철학자의 걷기 수업 : 두 발로 다다르는 행복에 대하여 / 알베르트 키츨러 / 170.44 K62vKㅇ

인문과학열람실(3층)

11. 흔들릴 때마다 걸었습니다 : 굽이지고 흔들리는 인생길에서 마음근육을 키우는 법

/ 박대영 / 구입 중

12.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 / 허태임 / 580 허832ㄴ  자연과학열람실(4층)

13.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 30년간 아픈 나무들을 돌봐 온 나무 의사 우종영이 나무에게

배운 단단한 삶의 지혜 35; 1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 구입 중

14. 야생의 위로 : 산책길 동식물에게서 찾은 자연의 항우울제 / 에마 미첼 / 155.91 M681wKㅅ 

인문과학열람실(3층)

15.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 세상에서 가장 나이 많고 지혜로운 철학자, 나무로부터 배우는

단단한 삶의 태도들 / 우종영 / 179.9 우75ㄴ  인문과학열람실(3층)

16. 한국의 나무 : 우리 땅에 사는 나무들의 모든 것 / 김태영 외 / 582.160951 김79한   

자연과학열람실(4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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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

 

 

 

 

금일이 금요일? 중식은 중국음식? 문해력 키우는 책 쏟아진다

 

01.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노트 / 유선경 / 411.4 유53ㅎ  인문과학열람실(3층)

02. 국어 잘하는 아이가 이깁니다 : ‘갓민애’ 교수의 초등 국어 달인 만들기 / 나민애

/ 372.6 나39ㄱ  사회과학열람실(3층)

03.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 : 사람들이 읽기를 싫어한다는 착각 / 김지원 / 028.1김79ㅈ

인문과학열람실(3층)

04. 술술 읽고 정확히 이해하고 싶은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문해력 / 이주윤

/ 411.13 이77ㅇ  인문과학열람실(3층)

05. 정확한 말, 세련된 말, 배려의 말 : 문해력을 높이고 언어 감수성을 키우는 우리말 핵심 표현

100  / 강성곤 / 411.4 강53ㅈ  인문과학열람실(3층)

06. (요즘 어른들을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 읽을수록 교양이 쌓이는 문해력 필수 어휘 70

/ 이주윤 / 411.13 이77ㅊ  인문과학열람실(3층) 

07. 말과 글을 잇는 수업 / 정소영 / 375.6 정55ㅁ  사회과학열람실(3층)

08. 하루 한문 공부 : 우리말 문해력을 높이는 한문교양 365 / 임자헌 / 181.2 임71ㅎ 

인문과학열람실(3층)

09.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 : 종이에서 스크린, 오디오까지 디지털 전환 시대의 새로운

읽기 전략  / 나오미 배런 / 028.9 B265hKㅈ  인문과학열람실(3층)   

10. 읽었다는 착각 : 어른들을 위한 문해력 수업 / 조병영  / 302.2244 조44ㅇ  

사회과학열람실(3층)

11. (과학적 읽기와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학교 속 문해력 수업 / 박제원 / 302.2244박73ㅎ 

사회과학열람실(3층)

12. 말글 공부 : 한글 깨치기에서 문해력까지 / 김민숙 / 411.2 김39ㅁ  인문과학열람실(3층)

13. 어른의 문해력 : 나도 쓱 읽고 싹 이해하면 바랄 게 없겠네 / 김선영 / 302.2244 김53ㅇ

사회과학열람실(3층)

14. 몰입독서 : 문해력을 키우는 읽기 습관 / 스키마언어교육연구소  / 028.55 스829ㅁ 

인문과학열람실(3층)

15. 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 / 조병영 / 302.2244 조44ㅇ  사회과학열람실(3층)

16.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 삶을 위한 말귀, 문해력, 리터러시 / 김성우

/ 302.2244 김53ㅇ 사회과학열람실(3층)

17.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 : 지금 준비해야 할 문해력의 미래

/ 김성우 / 정리 중

 

 


‘쇼츠’ 젊은세대 잇단 문해력 논란
어휘력 높이는 요령 관심 늘어
‘…필사노트’ 넉달만에 29쇄 찍어
젊은 부모위한 어휘력 책도 인기

 

 


해외 영업부서에서 일하는 직장인 김모 씨(32)는 지난달부터 매일 아침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를 필사하고 있다. 직장에서 영어 보고서를 읽는 일은 많지만, 우리말 책을 곱씹을 기회가 좀처럼 없기 때문이다. 특히 틈날 때마다 유튜브 쇼츠(짧은 동영상)를 즐기고, 긴 글을 읽지 않다 보니 문해력이 갈수록 떨어진다고 느꼈다. 김 씨는 “요즘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글귀를 적고, 모르는 우리말은 사전을 찾아 정리한다. 필사를 하니 마음이 정돈되고 글을 꼼꼼히 읽는 습관도 들어 좋다”고 말했다.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책들이 서점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한 어린이집 교사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우천시 OO로 장소 변경’이라고 공지하면 ‘우천시에 있는 OO 지역으로 장소를 바꾸는 거냐’고 묻는 학부모도 있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금일(今日)을 금요일로, 무운(武運)을 ‘운이 없다’는 말로 오해하는 이도 적지 않다.

 

‘문해력 위기감’을 독자들이 체감하기 시작하면서 이를 겨냥한 책들도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16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제목이나 부제에 ‘문해력’ 또는 ‘어휘력’이 들어간 책이 올 상반기(1∼6월)에만 105권 출간됐다. 이는 5년 전인 2019년 한 해 동안 출간된 수량(28권)의 약 3.8배다. 2020년 36권, 2021년 78권, 2022년 147권, 지난해 162권 등 매년 증가했는데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올해는 200권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이틀에 한 권꼴로 출간되는 셈이다.

 

그럼 문해력 책은 누가 살까. 올 3월 출간된 유선경 작가의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노트’(위즈덤하우스)는 불과 넉 달 만에 29쇄를 찍었다. 이달 첫째 주 기준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1위다. 이 책의 구매자들을 살펴본 결과 여성(75%)이 남성보다 많았다. 연령대로는 40대(36%)가 가장 많았고, 30대(25%)가 뒤를 이었다.

문해력 관련 육아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17일 출간된 김종원 작가의 ‘부모의 어휘력’(카시오페아)은 출간 한 달 만에 1만 부 넘게 팔렸다. 젊은 부모들이 헷갈리기 쉬운 어휘 126개를 골라 뜻과 쓰임새를 정리한 책이다. 김 작가는 “부모의 어휘력은 아이의 세계를 결정하기 때문에 특히 중요하다”며 “풍부한 어휘를 가진 아이들은 남들보다 다채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 3월 출간된 나민애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의 ‘국어 잘하는 아이가 이깁니다’(김영사)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에 ‘도둑맞은 집중력’(어크로스) 등 집중력을 높이는 책들이 인기를 끌었고, 이번 문해력 책들도 ‘반짝 관심’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쇼츠 등 짧은 동영상 콘텐츠를 과다하게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한편으로 자신의 문해력 저하를 체감하는 사람도 증가할 것으로 출판계는 보고 있다. 관련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기호 출판평론가는 “언젠가부터 우리는 온라인의 수많은 콘텐츠를 빨리 읽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데 급급해져 ‘문해력’ 논란이 발생하는 상황까지 왔다”면서 “사람들이 바르고 좋은 문장을 읽고 쓰는 것에 관심이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기사 출처 : 동아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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