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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 세계와 겨룰 만한가? [김상균의 메타버스]

 

 

                                                                                   게티이미지뱅크

김상균 | 인지과학자·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한국대학교. 드라마에서 가공의 대학교를 지칭할 때 자주 쓰는 이름이다. 이글에서는 그저 우리나라의 모든 대학교를 한국대학교라고 칭하겠다.

대학, 성인 교육 시장을 겨누고 활약하는 무크 플랫폼이 여럿 있다. 무크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다양한 주제의 교육 콘텐츠를 무료 또는 저가로 불특정 다수에게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세계 3대 무크로 코세라, 에드엑스, 유데미를 거론한다. 코세라 강좌를 수강하는 한국인은 70만명이 넘는다. 전 세계 가입자는 1억명을 넘어섰다. 그런 코세라가 강좌에 자동번역 서비스를 넣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지금도 강좌 하나를 여러 나라 언어로 자막을 통해 볼 수 있으나, 인공지능 투자를 확대해서 그 질을 획기적으로 높인다는 선언이다. 장기적으로는 음성, 입 모양까지 인공지능을 통해 다양한 언어에 맞게 바꿔준다는 계획이다. 미국 대학교수가 영어로 전공수업을 하는데 마치 한국인 교수가 수업하듯이 우리나라 말로 들리고, 입 모양도 맞춰준다는 접근이다. 필자도 코세라 강좌를 가끔 듣는 입장이어서 수강생 입장에서는 참 반가운 소식이다.

 

사실 코세라의 이런 전략은 그리 새롭지도 않다. 아마존, 테뮤, 넷플릭스 등 세계시장에서 활약하는 유통·콘텐츠 기업의 전략을 살펴보면, 본질은 코세라와 비슷하다. 모든 제품, 서비스, 콘텐츠에서 벽을 무너뜨리고 있다. 국내 방송사는 미국기업인 넷플릭스에게, 국내 유통사는 중국기업인 테뮤에게 점점 더 많은 시장을 내어주고 있다. 연장선에서 코세라는 교육에서 국가, 언어, 제도의 벽을 허물려 한다.

 

이렇게 벽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대학의 이름이 교육 콘텐츠나 서비스의 품질, 지속성을 보장해 주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리라 예상한다. 이제껏 우리 사회에서 대학은 그 이름을 놓고, 졸업생의 성취 수준을 보장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런 역할, 기능에 이미 금이 가기 시작했다. 사회가 개인의 학습, 성취 경로를 세세하게 추적하고 정밀하게 측정하며 분석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협업해 온 모기업의 상황이다. 과거에는 주로 명문대 졸업생 위주로 신입 사원을 뽑았다. 어느 순간부터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매우 낮은 대학의 졸업생들도 회사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변화의 배경은 단순하다. 예전에는 누가 얼마나 잘하는지 판단이 어려워서 대학과 학과 명칭을 높은 비중으로 살펴봤다. 그런데 기존 직원들의 누적된 업무 기록, 신입 사원이 수습 기간 중 보인 성과를 인공지능으로 정밀하게 분석하기 시작했다. 사회적 후광이 아니라 기업의 눈으로 직접 판단한 데이터를 믿기 시작했다. 대학의 이름이 가진 후광이 빛을 잃어가는 단면이다.

 

이제 한국대학교는 교육 콘텐츠가 품은 본질 가치를 놓고 넓고도 혹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한다. 전 세계 대학, 무크 플랫폼의 높은 파고와 맞붙어야 한다. 한국대학교는 인공지능이 벽을 허무는 시대, 눈앞에 닥친 세계화 시대를 잘 준비하고 있는가? 집단주의 시대의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대학 시스템, 여전히 구호뿐인 혁신, 외국 대학교수가 집필한 교재를 우리말로 옮겨서 설명하기에 급급한 수업, 학습자의 사고력과 도전 의식을 자극하지 못하는 교수법과 수업환경. 이런 것들을 짊어지고, 그 높은 파고를 넘어설 수 있을지, 마음이 무겁다.

 

 

< 출처 : 한겨레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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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