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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 강의도 한국어로 … AI번역이 유학장벽 허문다

 

세계최대 온라인 강의 플랫폼 코세라
제프 마지온칼다 CEO
인공지능 번역 완벽하지 않지만
저비용으로 지식 접근성 탁월
세계적 강좌 4400여개 한글화
한국인 디지털기술 열의 높아
삼성·SK와 반도체 강의도 희망

 

 

 

앞으로 영어를 못해도 프린스턴·스탠퍼드·예일대를 비롯한 세계 유수의 명문대 수업을 수강하고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 역으로 한국 대학들 우수 강좌의 수출길도 열렸다. 전 세계 1억4000만여 명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온라인 강의 플랫폼 '코세라'를 통해서다.

지난 12일 코세라가 한국 첫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무크(온라인 공개 강좌) 시장 본격 공략을 선언하며, 인공지능(AI) 번역을 활용해 인기 강좌 4400여 개를 한국어로 내놓았다. 코세라는 330여 개 대학·기업 등과 협력해 7000개가 넘는 강의를 제공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영어로 돼 있어 그간 학습이 쉽지 않았다. 제프 마지온칼다 코세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간담회를 마치고 매일경제와 별도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언어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사람이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더 많은 강좌를 번역해 한국 수강생들이 들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 지사가 없는 코세라는 정보기술(IT) 솔루션 기업 에티버스와 국내 총판 협약을 체결하고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 내 코세라 이용자는 72만1000명 수준이고, 기업·대학·공공기관 등 기관 고객은 15곳이다. 마지온칼다 CEO는 "규모가 더 커진다면 서울에 사무소를 설립하고 인력도 채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번역 대상엔 한국인이 즐겨찾는 AI·프로그래밍 강의가 다수 포함됐다. 스탠퍼드대 '지도형 머신러닝', 구글 '파이선 단기집중과정', 미시간대 '모두를 위한 프로그래밍' 등이다. 마지온칼다 CEO는 "한국 학습자들은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배우려는 열의가 높다"며 "첨단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를 기반으로 전 세계에서 한국이 AI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강의 한글화엔 딥엘·구글 번역 등 외부 번역기를 쓴다. 기술 발달로 일상회화는 번역가와 수준 차이가 없지만 아직 학술번역에 광범위하게 적용하기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있다. 철학·미학 등 추상적인 학문이나 양자역학 등 고도로 전문화된 학문에선 여전히 전문가 번역 품질이 월등하기 때문이다.

마지온칼다 CEO는 "AI 번역이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며 교육 접근성 확대 측면을 강조했다. "AI 번역을 통해 저비용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번역이 있는 강좌의 완강률은 번역이 없는 강좌의 2배입니다. 사람을 쓸 땐 한 강좌를 번역하는 데 만달러가 넘게 들었지만 이젠 20달러 정도면 됩니다."

국내 대학의 우수 강좌도 21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 공개된다. 코세라는 연세대 '한국어 첫걸음', KAIST '명상: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 포항공대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으로 프로그래밍하기'를 비롯한 70여 개 강좌를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등으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기술력과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한국 콘텐츠의 인기가 높은 덕분이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에서 연세대·성균관대·포항공대·KAIST 등 4개 대학이 코세라를 통해 99개 강의를 열었다. 190개국 270만명 학습자가 등록했고, 그중 98%가 해외 수강이다. 특히 연세대 '한국어 첫걸음'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좌로 꼽힌다. 지난해 50개 이상 국가에서 '인기 강좌 TOP10'에 선정됐다.

코세라는 한국어 강의도 외국어로 번역하고 기업 기술 강좌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제까지 코세라에 올라온 한국 대학들 강의에선 거의 대부분 교수가 영어로 말했다. 앞으로는 영어는 잘 못하지만 강의력이 좋은 교수도 전 세계인을 상대로 수업할 수 있게 된다. 마지온칼다 CEO는 "K팝과 K드라마의 인기에서 볼 수 있듯이 K콘텐츠의 인기는 전 세계적"이라며 "사람들이 많이 찾고 전문성을 갖춘 콘텐츠 제공자의 참여를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회사와의 기술교육 협업에도 큰 관심을 드러냈다. 관련 강좌를 코세라에서 서비스하며 반도체 인재를 길러내고 싶다는 것이다. 반도체 인력난을 겪고 있는 이들 기업은 인재 수급을 위해 여러 대학에 계약학과를 두고 있다. 서울대 '인공지능반도체공학 연합전공',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등이다. 그는 "전 세계에서 반도체 인력 수요가 상당하다"며 "훌륭한 교육 콘텐츠를 코세라에 도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세라는 이미 미국에서 구글·IBM과 손잡고 인력 양성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기업이 코세라에 '데이터 분석' '사이버보안' '인공지능' 강의를 제공하고 이용자는 수강 후 수료증을 받는다. 이는 해당 기업에 지원할 때 도움이 된다.


일반 기업체의 직원 재교육 수요도 상당할 것으로 코세라는 본다. 많은 해외 경쟁사가 생성형 AI를 활용하며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있는데 국내 기업들만 역행하면 세계 시장에서 도태되기 때문이다. 마지온칼다 CEO는 "다른 모든 기업과 마찬가지로 한국 기업은 디지털 기술, 디지털 인재, 생성형 AI가 필요하다"며 "코세라를 통해 이런 역량을 기르는 데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세라 개인용·기업용·교육기관용·정부용 서비스 중에서 기업용 서비스가 한국에서 가장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SK그룹 학습 플랫폼 '마이써니(mySUNI)'는 일찍부터 코세라를 도입해 활용하는 대표 사례다. 2700명 넘는 구성원이 이용하고 있고, 내부 전문지식과 통합해 맞춤형 콘텐츠를 학습자들에게 공급한다.

'커리어 중심 학습'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무크 트렌드다. 팬데믹 기간에 사람들은 웰빙, 육아, 삶의 목적과 의미 찾기에 관한 강의를 찾았지만 이제 다시 비즈니스, 기술, 데이터 분야가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코세라는 성별 간 교육 격차 해소에도 기여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면서다. 2023년 말 기준 코세라 한국 이용자 중 여성 비중은 38%로 2019년 대비 4%포인트 증가했다. 여성 이용자의 전문 자격증 과정 등록 비율도 42%로 2019년과 비교해 12%포인트 늘었다. 전 세계로 범위를 넓혀도 경향은 비슷하다. 마지온칼다 CEO는 "대학 교육은 더 많은 여성이 경제적 독립을 이루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길"이라며 "여성의 교육 접근성 확대가 성별 임금 격차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크가 발달하면서 이따금 '대학 진학 무용론'도 제기된다. 수만 달러씩 내며 대학교에 가지 않아도 집 안에서 전 세계 명문대 수업을 들으며 지식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온칼다 CEO는 "온라인 교육과 대학은 양립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대학에선 기초교육을 받고 비판적 사고를 기를 수 있습니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공동체를 경험하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죠. 물론 캠퍼스를 떠나고 나서도 배움은 지속돼야 합니다."

 

 

< 출처 : 매일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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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