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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 사피엔스 : 디지털로 입고, 먹고, 자는 신인류 / 이재형 외

303.483 이72ㅌ   사회과학열람실(3층)

 

책소개

 

디지털 신인류 테크노 사피엔스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앞으로 10년, 인류의 생활 패러다임이 완전히 뒤바뀐다!

최첨단 기술이 일상 곳곳에 스며든 2030년 미래 사회와 10년 후 인류의 모습을 예측하는 디지털 라이프 트렌드서가 나왔다. 『테크노 사피엔스』는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기술경영(MOT)을 공부하는 박사 및 석사 17인이 기술에 둘러싸여 매 순간 숨쉬듯 자연스레 기술을 사용하는 디지털 신인류 ‘테크노 사피엔스’의 디지털 라이프를 분석·예측한 것이다. 이 책은 4차 산업혁명을 기술 중심으로 서술하는 기존 책들과 달리 철저하게 인간 중심의 관점에서 10년 후의 사회 모습을 조망하고 의식주, 경제, 교육, 헬스, 엔터테인먼트, 교통, 사회, 종교, 환경 등 11가지 영역에서 2030년 인류의 일상생활을 세분화해 살펴본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선언한 이후 4차 산업혁명이 누구에게나 익숙한 단어가 되었지만, 이를 일상에서 체감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구글이 디자인한 옷을 다운받아 3D 프린터로 제작해 입으며, 애플이 만든 자율주행 자동차를 타고, 나의 기분과 상태에 맞춰 집 안의 무드를 알아서 조절하는 집에서 잠을 자는 시대가 곧 도래한다. 세상은 당신의 생각보다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 시대에 뒤처진 ‘테크노맹’이 될 수 있다. 우리에게 밀접한 일상의 각 영역이 기술의 진화로 인해 어떻게 변화하는지,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치 않는 본질과 가치는 무엇인지,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준비하고 맞이할 것인지에 대해 묻고 그 답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이 책을 통해 개인은 빠르게 진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완벽히 적응할 수 있으며, 기업은 새로운 디지털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출판사 서평

 

각 분야의 전문가 17인이 예측한
2030년 디지털 라이프 트렌드 전격 공개!

4차 산업혁명은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꿀까? 이 책은 총 11가지 일상 영역별로 현재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신기술로 인한 변화를 알아보고, 이를 단서로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새로운 미래 모습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본다. 또한 ‘변화하지 않는 가치’라는 시각에서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기술’을 바라봄으로써 인간이 가진 가치와 변화하는 기술 사이의 접점을 찾아내 현대 세상을 사는 우리들에게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1장 ‘푸드’, 2장 ‘패션’, 3장 ‘주거&라이프’에서는 뉴 푸드, 유전체 맞춤 식단, 3D 프린팅, 스마트웨어, RFID, 스마트홈 등 디지털로 먹고 입고 자는 테크노 사피엔스의 의식주에 대해 소개한다. 4장 ‘경제&금융’에서는 현금이나 은행의 역할을 대신하는 블록체인 및 공유경제 플랫폼으로 인해 데이터 기업을 주축으로 완전히 새로워지는 금융 환경에 대해, 5장 ‘교육’에서는 개인별 맞춤 교육이 가능한 인공지능 로봇 선생님이나 온라인 강의가 보편화된 미래 교육기관에 대해 알아본다. 6장 ‘헬스&케어’에서는 신체 배양, 냉동인간, 트랜스 휴먼 등의 의학 기술로 불로장생에 한발 다가서는 인류에 대해, 7장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무한히 즐길 수 있는 가상현실 공간에 대해, 8장 ‘교통’에서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와 자율주행 자동차의 현실화 및 ‘소유’가 아닌 ‘공유’하는 MaaS에 대해 살펴본다. 9장 ‘개인&사회’에서는 소니의 ‘아이로봇’ 같은 가정용 로봇 펫부터 시작해 인공지능 로봇 ‘소피아’와 같은 새로운 가족 구성원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 10장 ‘종교’에서는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기술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본다. 마지막 11장 ‘환경’에서는 인간의 욕망으로 오염된 자연을 기술로 다시 되살리기 위한 인류의 노력에 대해 살펴본다.

 

목차

감수의 글_ 2030년 디지털 신인류 테크노 사피엔스는 무엇을 입고 먹으며 무엇에 열광할까?
서문_ 테크노맹이 되지 않기 위한 노력

1장 테크노 사피엔스는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 : 푸드
01 식탁 혁명의 시작, 푸드테크
-식문화를 발전시키는 편의 욕구
02 로봇이 요리하는 시대
-푸드 로봇의 등장
-나만을 위한 특별한 셰프, 스마트 키친
03 미래 인류의 식생활
-투명하고 스마트해진 소비 프로세스 6
04 음식의 변하지 않는 가치
-맛있는 음식에 대한 영원한 열망
-친환경 제품에 대한 인식 확산
[Techno Insight] 음식 소비 행태 변화에 따른 기업의 과제

2장 옷은 스마트하게 진화한다 : 패션
01 스마트웨어는 어디까지 발전할까?
-SF 영화 속 의상이 현실화되다
02 한계를 뛰어넘고 신기술을 입다
-신체적 제약을 보완해 주는, 스마트웨어
-강력한 보호막, 스마트 군복 및 특수복
-디자인과 기술의 접목, 아트테크
03 의복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디지털 기술
-생산주기 단축의 열쇠 ‘자동화
-알라딘의 요술램프 ‘3D 프린팅’
-투명한 재고 관리 ‘RFID’
-나만의 인공지능 스타일리스트
04 의복의 변하지 않는 가치
-신체 한계 보완 및 개성 표출
[Techno Insight] 인공지능이 패션 인력을 대체할 수 있을까?

3장 일상에 기술을 담다 : 주거&라이프
01 나와 직접 소통하는 스마트홈
-현재 주거환경은 어디까지 발전했을까?
-한국의 스마트홈 발전 단계
02 미래 주거 변화를 이끄는 7대 메가트렌드
-기술의 양면성, 스마트홈 해킹
03 주거의 변하지 않는 가치
-외부 위협으로부터의 보호, 쉼터
[Techno Insight] 국내외 스마트홈 시장 전망

4장 블록체인이 만들어 낸 새로운 비즈니스 : 경제&금융
01 소유하지 않고 접속해서 체험한다
-소유의 종말
-플랫폼 경제에서 초공유경제로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과 관련 기업 현황
02 현금 없는 사회
-지폐와 동전이 사라진다
-실물 없는 화폐의 등장, 암호화폐
03 금융과 기술의 파워 게임
-핀테크 기업의 등장과 금융 혁신
-데이터 기업으로 변화하는 금융회사
04 핀테크 기업이 주도하는 금융 변화
-더 빠르고, 더 간편하게
-금융 혁신 vs 소비자 보호
05 경제와 금융의 변하지 않는 가치
-인간의 존엄성과 기술의 충돌
[Techno Insight] 완전한 공유경제와 새로운 금융을 위한 도전

5장 에듀테크가 학습 패러다임을 바꾸다 : 교육
01 대학교가 사라진다
-파괴적 혁신이 이뤄지는 교육 현장
02 2030년 미래 학교의 모습
-교수가 아닌 로봇이 강의하는 시대
-새로운 학습 모델, 플립러닝
-뉴미디어 세대의 뇌 변화
03 교육과 학습의 유토피아 vs 디스토피아
-10년 동안 교육 분야에 일어날 12가지 변화
04 교육의 변하지 않는 가치
-삶의 목적 찾기
-이미 도착한 미래에 대응하기
[Techno Insight] 기업이 주목해야 할 미래 교육 트렌드

6장 디지털 영생의 시대가 열린다 : 헬스&케어
01 불로장생에 한발 다가선 인류
-냉동인간, 현재의 의학 기술로 가능할까?
-헬스케어에 뛰어든 인터넷 기업
02 새로운 종, 트랜스 휴먼의 탄생
-디지털 영생의 가능성
03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그 사이에 선 우리
-5대 정신질환 치료 기술
-영화로 미리 살펴보는 디스토피아
-‘인간다움’에 대한 고민
04 건강과 의료의 변하지 않는 가치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 4P 의료
[Techno Insight] 미래 의료 산업이 가야 할 길

7장 시공간 제약 없이 즐기는 문화생활 : 엔터테인먼트
01 앞으로 무엇을 하며 놀게 될까?
-기술과 기기의 발달로 진화하는 여가문화
-자동차에서도 즐길 수 있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더욱 빨라진 콘텐츠 사이클
02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진짜 유토피아
-시공간이 무의미해지는 문화 산업
-심화되는 디지털 수용 능력의 격차
03 엔터테인먼트의 변하지 않는 가치
-호모 루덴스는 영원하다
-결국, 즐기는 것은 사람
[Techno Insight] 플랫폼 지배 사회에 적응하는 방법

8장 탈것의 무한한 변신 : 교통
01 상상 속 교통수단의 현실화
-자율주행 자동차의 상용화
-자율주행 기술이 바꿀 미래 모습
02 하늘을 나는 자동차의 시대가 열렸다
-하늘 길을 여는 시작, 무인 드론 배송
-드론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
-자동차 대신 소형 항공기, 에어 택시의 등장
-땅 위를 달리는 비행기, 하이퍼 루프
03 교통수단, 소유의 종말을 맞이하다
-자동차, 사지 않고 ‘호출’한다
04 교통수단의 변하지 않는 가치
-더욱 커지는 이동의 자유
-편의 vs 프라이버시
[Techno Insight] 교통 산업의 지각 변동

9장 로봇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 개인&사회
01 인간과 인공지능은 공생할 수 있을까?
-인간의 감정을 읽는 인공지능
02 최초의 전자인간
-휴머노이드 로봇, 소피아
-로봇 시민권과 법적 지위 논쟁
-인공지능 로봇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
03 개인과 사회의 변하지 않는 가치
-줄어드는 결혼, 늘어나는 배우자
-사회 구성원으로서 인공지능의 역할
-신뢰와 인간 사회
[Techno Insight] 인간 관계와 공동체의 재정립

10장 기술이 신의 영역을 대체할 수 있을까? : 종교
01 포스트 휴머니즘의 도래
-로봇이 설교하는 시대
-포스트 휴머니즘을 맞이하는 자세
02 인공지능 성직자에게 믿음이 있을까?
-종교계에서도 갈리는 반응
-끝나지 않는 질문
-Where from, Where to, 신은 어디에?
03 신이 된 인공지능
-신의 조건을 충족하면, 로봇도 신이 될 수 있을까?
-인간이 신을 창조했다?
04 종교의 변하지 않는 가치
-절대자를 통해 얻는 마음의 안식
[Techno Insight] 종교에 스며든 기술

11장 오염된 지구, 기술로 다시 살린다 : 환경
01 자연재해와 환경오염, 막을 수 있을까?
-지능형 센서로 재난·재해 예측
02 기술이 파괴한 환경, 기술로 살린다
-대기오염: 미세먼지 저감 기술
-수질오염: 수로 모니터링
-토양오염: 오염 확산 예방 및 정화 시스템
03 환경의 변하지 않는 가치
-싱가포르: 뉴워터 프로젝트
-일본: 기타큐슈 에코타운
-독일: 환경 기술 수출
[Techno Insight] 대한민국 환경 산업의 방향성 3가지

참고문헌
이 책을 만든 사람들

 

< 내용 출처 : 교보문고 >

:
Posted by sukji

디지털 시대의 ‘웰빙’이란 무엇일까

 

 

 

 

최근 영국의 공영방송인 <비비시>(BBC)에서는 디지털 공간에 막 발을 들여놓은 어린이 이용자의 ‘디지털 웰빙’을 지원하기 위한 앱을 발표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들어 ‘디지털 웰빙’이라는 말을 자주 접합니다. 디지털 환경은 이제 피하거나 막을 수 없는 것이 되었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잘, 건강하게 쓸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필요에서 제시되는 개념이 디지털 웰빙 아닌가 싶습니다.

디지털 환경을 이루는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과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들은 각각 강점과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주제에 관해 방대한 양의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고, 그 주제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과 연결해주기도 하며, 내가 손쉽게 생산자가 되어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이런 특징은 양날의 검과도 같습니다. 강점과 매력은 그대로 약점이자 위험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방대한 정보 중에는 잘못된 정보나 거짓 정보도 섞여 있고, 온라인상에서 익명의 대중과 소통함에 있어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많은 연구자들이 표현하는 것처럼 디지털 공간은 우리에게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주고 있어요.

이런 환경에서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최대한 안전하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에 디지털 웰빙을 강조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최근 영국의 공영방송인 <비비시>(BBC)에서는 디지털 공간에 막 발을 들여놓은 어린이 이용자의 디지털 웰빙을 지원하기 위한 애플리케이션을 발표했습니다.

어린이가 온라인상에서 긍정적이고 건강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인데,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의 키보드와 연동해 작동합니다.  이를테면 어린이가 키보드를 사용해서 글을 쓰기 시작하면, 앱이 머신러닝을 활용하여 글을 분석합니다.

 

팝업창이 뜨면서 어린이가 작성한 메시지에 관해 여러 제안을 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어린이가 악플을 쓸 경우 글을 등록하기 전에 ‘진짜 이 글을 올리기를 원하는지’ 한 번 더 확인을 합니다. 개인정보 등을 노출한다고 판단될 경우 경고 메시지를 띄우거나, 이용자가 부정적 메시지를 잦은 빈도로 작성하는 경우 주변 성인에게 도움을 청하도록 권하고, 도움받을 수 있는 기관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또한 다이어리 기능이 있어서 이 앱을 활용하는 어린이가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할 때마다 어떤 느낌을 받았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기록으로 남기고 돌아볼 수 있도록 돕습니다.

성인이나 부모와 대화하는 것을 권장하지만 아이들의 기록과 정보를 부모에게 제공하지는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요.

이외에도 이용자가 많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들은 사용시간 조절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용자, 특히 어린이 이용자의 디지털 웰빙을 지원하기 위한 기능을 도입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런 디지털 웰빙 지원 서비스가 디지털 공간의 위험을 막는 완벽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기술적 거름망을 만들어도 이용자들은 그것을 피하는 방법을 찾아내거나, 제약이 없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하곤 하지요.

디지털 미디어는 이제 도구나 테크놀로지가 아닌 일상이자 문화입니다.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환경이라는 이야기지요. 특히 기성세대로서 우리는 어린이의 권리를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린이의 디지털 웰빙, 그리고 더 나아가서 우리 사회의 디지털 웰빙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사용시간 통제 등의 손쉬운 방법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조금씩 실천에 옮겨보면 어떨까요?

 

김아미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이해> 지은이



< 출처 : 한겨레신문 >

:
Posted by sukji

 

 

4차산업혁명 시대의 ‘세계화’가 갈 길은?

세계경제포럼은 매년 새로운 어젠다를 놓고 해법을 논의한다. 세계경제포럼 제공

 

세계화 시각으로 본 인류 역사 30만년

 
물건을 어느 위치에서 보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리 보이는 경우가 많다. 역사적 사실도 마찬가지다.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역사적 사실의 의미가 달라진다. 그래서 역사적 관점은 결국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이어진다.

18세기 독일 철학자 헤겔은 역사를 이성의 실현, 자유의 전개 과정으로, 20세기 영국 역사학자 토인비는 역사를 도전과 응전의 패러다임으로 보았다. 요즘 가장 주목받는 역사학자 가운데 하나인 유발 하라리는 호모 사피엔스의 지구 지배력 강화 과정으로 역사를 풀어낸다. 그에 따르면 인류는 언어가 촉발한 인지혁명(7만년 전)에서 시작해 농업혁명(1만2천년 전), 과학혁명(500년 전)을 거치며 지구의 지배력을 강화해 갔다. 이것 말고도 생산 방식이나 정치 체제, 기술의 변화 등 역사를 보는 관점들은 다양하다.

리처드 볼드윈(Richard Baldwin) 스위스 제네바 국제경제대학원 교수는 인류의 역사를 세계화의 과정으로 바라보는 경제학자다. 그는 2016년 <위대한 수렴>(The Great Convergence)에서 세계화를 생산과 소비가 일어나는 공간의 변화라는 시각으로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구석기 수렵채집 시대까지만 해도 세계화는 없었다. 생산과 소비는 한 곳에서 일어났다. 최초의 세계화, 즉 세계화 1.0 시대를 촉발시킨 건 기후변화였다. 기원전 30만년~기원전 1만년에 이르는 시기다. 볼드윈은 이 시기를 `지구의 인간화'라고 이름 붙였다. 7만년 전 대규모 화산 폭발로 구름이 하늘을 뒤덮으면서 기온이 뚝 떨어져 지구 생태계에 위기가 닥쳤다. 저온 현상과 가뭄으로 먹을 것이 부족해지자 호모 사피엔스는 식량을 찾아 아프리카를 탈출했다. 한 무리는 북쪽 유럽으로, 다른 한 무리는 아시아로, 또 다른 한 무리는 더 남쪽으로 미지의 세상을 찾아 나섰다.

 

인류 역사를 세계화의 심화 과정으로 보는 사람들은 지금을 `세계화 4.0‘으로 규정한다. 픽사베이.
인류 역사를 세계화의 심화 과정으로 보는 사람들은 지금을 `세계화 4.0‘으로 규정한다. 픽사베이.

농업혁명에서 출발해 증기기관으로 가속

세계화 2.0(기원전 1만년~서기 1820년)은 지역 경제의 발흥기다. 신석기 시대를 연 농업혁명이 촉발했다. 농업 덕분에 사람들은 각자가 있는 곳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이때도 구석기시대와 마찬가지로 생산과 소비는 한 곳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인류는 아프리카라는 한 지역에 고정돼 있지 않았다. 필요한 것들을 자연에서 수집하는 대신 흙과 나무, 풀 등을 이용해 의식주를 해결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개발이 시작된 때다. 개발의 중심은 강 주변이었다.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황하 등지에선 거대한 강을 중심으로 고대 문명이 번성하기 시작했다. 볼드윈은 "이 시기에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생산과 소비가 특정 지역에서 한 묶음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한다.

세계화 3.0(1820~1990년)은 지역경제의 세계화 시기다. 증기기관이 첫 물꼬를 텄다. 증기기관은 먼 곳까지 쉽게, 그리고 싸게 물건을 운송할 수 있게 해줬다. 운송비용이 급락해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생산과 소비 지역이 처음으로 분리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장은 산업지구 같은 특정 지역에 몰려 있었다. 이는 특정 지역, 국가만이 부유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세계는 잘 나가는 자본주의 그룹 1세계와, 이에 반대의 깃발을 든 공산주의 2세계, 이도 저도 아닌 저개발 3세계로 나뉘었다.

 

주요 7개국과 중국, 인도의 세계화 단계별 경제 비중. 볼드윈 교수 링크드인
주요 7개국과 중국, 인도의 세계화 단계별 경제 비중. 볼드윈 교수 링크드인

 

공장의 세계화에서 가상 세계화까지

세계화 4.0은 공장의 세계화다. 1990년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우선 정보통신기술이 상품과 서비스의 운송, 거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공정의 표준화를 가능하게 해줬다. 생산과 소비의 분리를 넘어, 생산 과정의 분리가 시작됐다. 완제품 공장과 부품 공장이 한 나라에 있을 필요가 없게 됐다. 두번째 분리다. 선진국 기업들은 저임금 개발도상국에 공장을 두는 게 더 유리했다. 오프쇼어링(해외생산)이 유행처럼 번져갔다. 선진국 제조업 독점 시대가 끝났다.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신흥경제가 급부상하게 됐다.

이제 모든 것이 디지털화하는 4차산업혁명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앞으로는 노동과 노동 서비스의 분리가 가능해진다. 즉 사람의 몸과 노동이 분리된다. 세번째 분리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도 전세계 어느 곳의 일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이름하여 `가상(버추얼) 세계화'다. 공장의 세계화와 구분하자면 오피스의 세계화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마지막 장벽이라 할 언어장벽도 인공지능의 기계번역 기술 발전과 함께 점차 허물어질 것이다. 볼드윈은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현격한 임금 격차가 `가상 세계화'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는 이를 원격이민(telemigration)이라고 이름 붙였다. 사실 웹 개발 분야에선 벌써 많이 퍼져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여태까지 높은 숙련도와 전문성으로 버텨온 사람들도 이 물결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4차산업혁명에선 블루칼라에서 화이트칼라에 이르는 대부분의 노동자가 세계화 문턱에 서게 된다. 볼드윈은 24일에 출간하는 새 저서에서 이런 상황을 `글로보틱스 격변'(The Globotics Upheaval)으로 표현했다. 앞으로 진행될 세계화 4.0은 인류를 어디로 데려갈까?

 

세계경제포럼이 열리는 스위스 여름 휴양지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제공
세계경제포럼이 열리는 스위스 여름 휴양지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제공

 

세계경제포럼이 2019년 주제로 삼은 `세계화 4.0'

22일부터 나흘 동안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올해의 토론 주제를 `세계화 4.0 : 제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정했다. 2년 전 이 포럼에서 논의한 4차산업혁명과 코드를 맞춘 작명이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이 초래할 변화를 압축한 표현이기도 하다. 세계경제포럼은 전세계 거물급 기업인, 정치인, 관리, 학자들이 모여 세계 경제의 현안과 대안을 논의하는 모임이다. 해마다 연초에 스위스의 여름 휴양지 다보스에서 열린다 해서 다보스포럼이라고도 불린다. 참여자들이 다 거물 보스(boss)들이어서 `다 보스'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일부에선 부자들이 벌이는 `그들만의 잔치판'이라며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낸다.

1971년 하버드대 교수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이 창립한 유럽경영포럼에서 시작했지만 1987년부터 세계 현안을 논의하는 세계경제포럼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제는 굴지의 민간 국제포럼으로 발돋움했다. 더 나은 세계(2010), 유연한 역동성(2013), 세계의 재편(2014), 4차 산업혁명(2016)에 이어 지난해 `소통과 책임 리더십'에 이르기까지 해마다 포럼이 내세우는 주제들은 전세계 리더들을 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포럼의 슈밥 대표는 세계화 4.0을 들고나온 이유에 대해 "닥쳐올 변화는 엄청나지만 이를 맞을 준비가 거의 안 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세계화, 즉 세계화 4.0을 이끌어가는 흐름으로 네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세계 경제가 다자주의(multilateralism)에서 다원주의(plurilateralism)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생존의 룰이 경쟁이나 협력에서 공존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둘째는 세계의 힘의 균형은 일극에서 다극으로 이동했다는 인식이다. 셋째는 기후변화를 포함한 생태적 도전이 사회경제 발전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넷째 4차산업혁명으로 기술이 사상 유례없는 속도와 규모로 인류의 삶에 파고들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의 새우 경매장. 옥스팜 보고서
인도네시아의 새우 경매장. 옥스팜 보고서

 

세계화의 어두운 그림자 `약육강식'과 `불평등'

하지만 인류가 경험해온 세계화가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해준 것만은 아니다. 산업혁명 이후 오랜 기간 세계화는 세계적인 약육강식 사태를 불렀다. 자유방임주의, 제국주의, 독점자본 환경이 이를 조장했다. 세상은 강자들만의 무대였다. 아무도 감히 이들을 막지 못했다. 한쪽은 제국의 신민으로, 다른 한쪽은 식민지 노예로 엇갈렸다. 가진 자의 부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그렇지 못한 자는 비참한 신세가 됐다. 이는 결국 피를 불렀다. 세계대전, 대공황, 공산주의 혁명, 파시즘 반동이 이어졌다. 수억명이 목숨을 잃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고 나서야 인류는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유엔, 아이엠에프, 세계은행 같은 것들이다.

세계화의 또 다른 얼굴은 불평등 심화다. 완전고용과 사회보장, 노동권 등은 선진국에만 해당하는 사항이었다. 부의 편중은 자산의 평형추를 `20 대 80'에서 `1 대 99'로 바꿔놓았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7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최상위 1%가 새로운 창출된 부의 82%를 가져갔다. 세계 전체의 빈곤율은 줄어들고 있지만,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선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2030년 빈곤 퇴치라는 유엔 목표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최저임금을 벌기 위해 시간당 950마리의 새우 껍질을 벗겨야 하는 동아시아시아 노동자가 미국 슈퍼마켓 경영자의 1년치 수입을 벌려면 5천년 이상을 일해야 한다고 고발했다.

성장이 주춤해지면서 20세기 후반에 등장한 신자유주의 정책은 미국의 시스템을 전세계에 퍼뜨렸다. 1994년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협정(TRIPS)은 그 사례다. 거대 제약사와 기술 기업들이 덕분에 엄청난 지대수입(불로소득)을 올렸다. 비대해진 선진국 금융자본은 세계 구석구석의 자산을 곶감 빼먹듯 했다. 명분은 시장개방과 금융 자유화였지만, 그 속은 자국에 유리한 무역과 투자 규칙을 강요하는 것이었다. 이는 결국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렀다. 벼랑에 내몰린 이들에게 포퓰리즘 세력들은 화살을 내부의 기득권층이 아닌 외부로 돌리게 했다.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 미국의 트럼프 당선 등은 포퓰리스트들의 증오 전략이 먹혀든 결과였다. 가이 스탠딩(Guy Standing) 런던대 소아즈(SOAS) 교수는 20세기 후반 신자유주의 시대 이후 약탈이 더 심해지면서, 프롤레타리아보다 더욱 불안정한 `프레카리아트'(precariat)라는 새로운 무산계층이 탄생했다고 말한다. 세계는 소수 글로벌 공룡과 나머지 수십억 파편들로 나뉘었다.

 

프랑스에서 벌어진 노란조끼 시위. 위키백과
프랑스에서 벌어진 노란조끼 시위. 위키백과

 

디지털 기술이 펼칠 세계화 4.0은 어떤 모습일까

불평등은 불만의 증폭제다. 방치된 불만은 결국 충돌을 부른다. 수많은 피의 역사가 이를 말해준다. 지난해 말 유류세 인상에 반발해 순식간에 반정부 시위로까지 번진 파리 서민들의 '노란 조끼'(gilet jaune) 운동은 아주 작은 사례다. 지난해 지구촌은 중산층과 인터넷 이용자 인구가 처음으로 전세계 인구의 절반을 넘어서는 분기점을 맞았다. 잠자던 의식을 일깨우는 중요한 기폭제가 등장한 셈이다. 빈곤을 넘어선 사람들은 앞으로 삶의 질을 따지기 시작할 것이다. 인터넷에 널린 정보들은 그들이 자신의 처지가 얼마나 열악한지 깨닫게 해줄 것이다. 불평등 이슈가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산업의 역사가 오랜 선진국들은 또 다른 문제를 코앞에 두고 있다. 불평등의 대물림이다. 인구 감소와 자산 승계, 저성장이 어우러지면서 문제가 복잡해지고 있다.

포럼이 이 시점에서 세계화를 화두로 삼은 건 100년 전 파국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의 반영이다. 여기엔 세계로 확산된 불평등이 세계 경제의 위험 요인이 됐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4차산업혁명의 중심인 디지털 기술은 불평등을 한 차원 더 심화시킬 잠재력을 갖고 있다. 디지털은 그나마 남아 있던 지리적 장벽마저 쓸모없게 만들 것이다. 샤란 버로우(Sharan Burrow) 국제노동조합총연맹(IYUC) 사무총장은 전세계인의 85%가 세계 경제의 규칙을 다시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전했다. 4차산업혁명론자들이 지금 시점에서 `세계화 4.0'을 화두로 삼은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지난해 11월 두바이에서 열린 2019 세계경제포럼 사전 모임. 세계경제포럼 제공
지난해 11월 두바이에서 열린 2019 세계경제포럼 사전 모임. 세계경제포럼 제공

 

불평등 해소는 정의의 문제...올바른 혁신 규칙 고민을

어떤 해법을 생각해볼 수 있을까? 볼드윈 교수는 각국 정부를 향해 변화의 속도를 늦추라고 권한다. 사람들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며, 이를 위해선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스탠딩 교수는 정부가 할 일은 불안하고 고단한 삶에 노출된 프레카리아트를 구출해내는 것이며, 프레카리아트가 할 일은 정부에 기술진보의 과실을 좀 더 평등하게 나눌 수 있는 지속가능한 경제 시스템을 만들도록 압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럼 대표인 슈밥은 공동번영의 미래를 위한 세계화의 규칙을 다시 만들자고 제안한다. 그는 이를 위해 모든 이해관계자의 꾸준한 대화와 국가적 이해관계를 넘어선 상상력을 주문했다.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관통하는 기본 가치는 물론 휴머니즘이다. 세계화 4.0 시대에 중심으로 떠오르는 가치는 뭘까? 지난 100년의 세계화 흐름은 평등 문제가 시급한 과제임을 말해준다. 불평등을 완화하고 해소하는 건 정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평생을 정의론 정립에 바쳐온 미국의 철학자 존 롤스는 최소 수혜자의 몫이 커지는 것이 바로 정의라고 했다. 이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사회적 불평등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그는 강조한다. `세계화 4.0' 논의는 세계적인 불평등 확산의 흐름을 바꾸는 물꼬를 틀 수 있을까?

 

< 출처 : 한겨레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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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