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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학문, 아메바처럼 자기변신해야…문과생도 AI교육"

 

서강대 `비전 2030`선언한 심종혁 총장

학문간 융합이 시대정신
지식의 깊이와 넓이를 갖춘
`T자형 인재` 키우는게 목표
서강대 융합DNA있어 자신

AI역량 강화에 최선
AI·메타버스 전문대학원
산학연협력으로 내년 출범
창업아이디어 구현 앞장

 

 

심종혁 서강대 총장이 17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AI융합대학원과 메타버스 전문대학원 설립 계획 등을 골자로 한 `비전 2030`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2월에 취임한 심 총장은 2025년 1월 31일까지 4년 동안 서강대를 이끈다. [김호영 기자]다방면에 재능을 지닌 '제너럴리스트'와 한 우물을 파서 특화된 능력을 지닌 '스페셜리스트.'

박식을 추구하다가는 깊이가 없고, 전문만을 중시하다가는 학문 간 교류가 없다는 지적을 받기 쉽다. 이 때문에 시기에 따라 사회가 어떤 인재상을 더 선호하느냐가 달라지곤 한다.

그래서 나온 개념이 'T자형 인재'다. 여러 분야에 걸쳐 깊이 있는 지식을 갖춘 사람이란 뜻으로, 존 섹스턴 전 뉴욕대 총장도 강조했던 개념이다.

 

서강대학교는 심종혁 신임 총장이 재임하는 동안 'T자형 인재' 육성에 드라이브를 건다. 전통적으로 강점을 지닌 학과에 인공지능(AI)을 융합해 연구 강화를 꾀하고, 이를 기반으로 시대를 선도하는 학생들을 배출하겠다는 복안이다.

지난 2월 제16대 총장에 취임한 심 총장은 17일 매일경제와 만나 "학문 간 융합은 앞으로의 시대정신"이라며 "서강대는 AI를 기반으로 문·이과 융·복합 교육, 메타버스 체제 구축, 창업 지원 등을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국내 대학 환경에서 서강대 역할은.

▷ 서강대는 예수회 대학으로서 늘 현실 세계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실용적인 학문을 추구해왔다. 그런 맥락에서 과거 경제학에서 서강학파가 이름을 날렸고, 신문방송학과에서는 최첨단 수재 교육으로 많은 원로 언론인을 배출했다. 대학이 열린 자세로 시대의 흐름에 맞게 교육 시스템을 변화시킬 때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기를 수 있다. 지난 6월 서강대가 '서강 비전 2030'을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융·복합 DNA를 갖고 있는 서강대는 앞으로 AI 역량을 갖춘 인재 양성에 힘쓰겠다.

― 서강대가 융·복합 DNA를 갖고 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전국 대학 중 처음으로 다전공 제도를 시행했다. 문·이과 구분 없이 학생을 뽑는 최초 학과인 아트&테크놀로지학과를 만드는 등 융합 인재 교육에 전통적으로 강점이 있다. 이 같은 서강의 융합 DNA는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경영 91학번), 김태훈 뱅크샐러드 대표(경영 04학번) 등의 성공 사례로 이어졌다. 영화감독 박찬욱(철학 82학번), 최동훈(국문 90), 가수 양희은(사학 71) , 신해철(철학 87학번) 등 문화콘텐츠 분야에서의 선전도 융합 교육의 결과물이다.

― 왜 지금 융·복합 인재인가.

▷아메바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자기 변신을 한다. 변하는 세계에 맞춰 학문 분야도 끊임없는 자기 변화를 해야 하는데 대학은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은 계속 바뀐다. 즉 자신의 전문지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폭넓은 지식을 갖춰 '통섭'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과거에는 여러 영역을 두루 아는 제너럴리스트가 리더였지만 근대와 현대 초기에 이르면 특정 영역을 잘 아는 스페셜리스트가 리더가 됐다.

앞으로는 두 가지 덕목을 모두 갖춰야 리더가 될 수 있다. 시대 흐름에 맞춰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대학의 책무다. 서강대는 미래 산업의 핵심인 AI 교육·연구 강화를 통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융·복합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 AI 역량 강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미래에는 경제, 과학기술, 법률 등 모든 분야에서 AI가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AI가 기본 맥락이 되고 학제 간, 산학 간 협력도 AI를 기반으로 이뤄질 것이다. 과거 수출 주도 경제 성장 시기에 중요했던 능력이 영어였다면 앞으로 가장 핵심적인 능력은 AI다. AI 교육을 담당하는 첨단 학과를 만들고 두뇌 역할을 하는 AI 연구센터를 세워 교육·연구 역량을 기를 것이다.

― 구체적인 AI 역량 강화 방안은.

▷서강이 20~30년 전에 영어 교육을 필수로 의무화한 것처럼 AI 기초 교육을 필수 교육으로 할 것이다.

또한 AI융합대학원을 세워 내년 3월에 입학할 신입생을 올해 10월부터 모집할 계획이다. 석사 과정 정원 20명(전액 장학금 지급)을 선발해 스마일게이트 전공(Digital Human&Entertainment) 설계를 지원하고 연구센터를 설립해 중장기 AI 연구 역량 강화와 핵심 기술 확보를 추진한다. 서강대 발전위원장인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 대표(전자공학 92학번)가 연간 10억원을 매년 지원할 예정이다. LG전자 등 유수 기업들과 산학 협력도 이어 나갈 계획이다.

― 메타버스도 도입하나.

▷ 메타버스 역시 경제, 공학, 엔터테인먼트 등 전 분야가 투입돼 융합을 이뤄낼 수 있는 수단이다. 서강대는 메타버스 전문대학원도 설립해 내년 1학기 입학생을 올해 10월부터 모집할 예정이다. 총장 취임 이후 관련 기업들을 만나며 첨단 학과 설립과 운영 지원을 약속받았다.

― 학부 과정 융·복합 교육 방안은.

▷학부 과정의 첨단 학과 설치는 교육부 절차 등을 고려해 2023년 3월 신입생 모집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전공 설립 외에도 교양필수 과목으로 AI 기초 교육 수강을 12학점 정도 의무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AI를 자신의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모든 학생에게 길러주는 것이 목표다.

― 대학 내 창업 지원은 어떤 상황인가.

▷AI 교육으로 기른 융·복합 인재들이 마음껏 창업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줄 것이다. 학내 아이디어의 사업화를 돕는 오픈이노베이션센터의 기능을 강화하고, 서강앙트프레너센터가 스타트업 창업과 디지털 혁신을 총괄하도록 확대 개편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일찍이 뱅크샐러드, 엔젤로보틱스 등도 서강대의 교내 창업 지원을 통해 사업화를 진행할 수 있었다. 학교가 창업을 위한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제공할 때 많은 학생의 도전이 이어질 수 있다.

― 창업 실패 독려의 의미는.

▷학생들이 실패 경험을 통해 성공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줄 것이다. 모든 창업 시도가 성공할 수는 없다. 학생들이 창업에 몇 차례 실패해도 큰 타격을 받지 않고 재창업에 도전할 수 있어야 성공 사례가 늘어난다. 김윤종 꿈희망미래재단 이사장(전자공학 69학번)처럼 학생들이 이전의 실패를 거울 삼아 창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물리학도에서 가톨릭 신부로…"돌아보니 내 삶도 융복합 지식의 길"


학부에서 수학을 공부한 심종혁 서강대 총장은 이론물리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외국으로 나가 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심 총장 스스로가 자연과학과 철학·신학의 '융·복합' 지식의 길을 걸어온 셈이다.

― 원래 꿈이 성직자였나.

▷어린 시절에는 항상 과학자가 되는 것을 꿈꿨다. 초등학교 때부터 기계를 뜯어보는 걸 좋아해 서울 혜화동 세운상가에서 망가진 시계를 사서 분해하고 중·고등학교 때는 라디오, 전축, 앰플리파이어 등을 만들기도 했다.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서울 동성중·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신부가 되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과학자가 돼야 하기 때문에 신부는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 신부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우연히 신부이면서 과학자인 피에르 테야르 드샤르댕에 대해 배웠다. 고생물학자이면서 베이징원인 발견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다. 신부이면서 과학 활동을 한 테야르 드샤르댕을 알게 되면서 그가 속했던 예수회를 배웠고, 예수회 신부가 돼서 과학자 신부가 되기로 결정했다. 예수회가 한국에서 서강대를 운영하기 때문에 과학자 신부가 되기 위해 서강대에 진학했다.

― 학사·석사·박사 학위 전공이 모두 다르다.

▷원래는 물리학자가 되고 싶었다. 물리학을 잘하려면 수학을 잘해야 한다고 해서 학부를 수학과로 하고 물리학과를 제2전공으로 했다. 이후 대학원에서 물리학 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에 가서 신학을 공부하는데 4년을 공부해 신부가 된 뒤 다시 물리학 박사로 들어가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수회에서도 내가 과학자 신부가 되길 바랐지만 신학만 하다 보니 물리학 수식도 잘 기억나지 않는 상황이 됐다. 신학이나 철학은 만학이 가능하지만 내가 공부했던 입자물리학은 나이가 들어 연구하는 것이 힘든 분야다. 고민 끝에 깨끗하게 물리학을 그만두고 로마로 가서 신학을 공부한 뒤 서강대에 돌아왔다.

― 그간 걸어온 길이 융·복합 교육에도 효과적이겠다.

▷물리학에서 기른 공간에 대한 안목이 학생들에게 추상적인 신학 개념을 전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서강대 학부생들은 인문학·윤리학 강의를 필수로 들어야 하는데, 내가 이공계· 문과대 학생들에게 하던 강의들은 120명 정원이 모두 찼다. 인문학적 개념을 시각화해서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자연과학적 배경, 인문학적 지식이 모두 있기 때문에 총장으로서 여러 학과 교수와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다. 서강대의 융·복합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 학제 간 융합 연구나 산업 간 협력 등에서 이 같은 '통섭' 능력을 더 많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출처 : 매일경제 >

:
Posted by sukji

 

대학에 진정한 배움이 있는가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언어


 

  

 

간혹 대화가 막히거나 어색한 이유는 서로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언어는 곧 관심이다. 우리의 관심은 어떤 언어를 선택한다. 그리고 선택하여 사용하는 언어들은 우리의 의식을 형성하고 문화가 된다. 그 언어들은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고 조정한다. 가령 돈에 관계되는 언어들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의 주된 관심은 곧 돈일 것이다. 때문에 돈으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해석하고 행동할 것이다. 관심과 언어의 악순환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온통 ‘돈’의 언어가 넘쳐나고 있다. 돈에서 파생된 신종 언어를 보면 얼마나 돈이 득세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돈’ 그 자체가 선과 악의 본질은 아닐 것이다. 돈에 대한 시선과 해석이 돈을 천사로 만들고 악마로 만든다. 문제는 그 ‘돈’의 언어가 다른 언어들을 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돈이 우리 삶에 꼭 필요하고 소중한 언어들을 낯설게 하고 있다.

 

돈의 득세와 위력으로 밀려나고, 희미해지고, 낯설어진 언어들을 생각해 본다. 하나하나 끄집어내 보니 참 많다. 그중에 ‘훌륭하다’는 말이 이에 해당하겠다. ‘훌륭하다’는 국어사전에 보면 ‘썩 좋아서 나무랄 것이 없다’는 뜻이다. 마음가짐과 마음 씀씀이, 이를 바탕으로 능력도 뛰어난 사람을 일컫는다. 훌륭한 선생님, 훌륭한 인격자, 훌륭한 학생…. 참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운 수식어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훌륭’이란 언어가 ‘성공’이란 언어에 밀려나갔다. 무한히 많이 가지고, 높은 자리에 오르고, 오래도록 독점하는 함의를 가진 성공이 사회 전면에 출현했다. 그 ‘성공’이 위력을 떨쳐 나갔다. 그 위세 앞에 맑고 향기로운 언행을 가진 사람,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 지식과 신념을 돈과 권력에 팔지 않는 사람, 늘 나와 이웃을 한 몸으로 살아가는, 그런 ‘훌륭한’이라는 언어가, 세력을 잃어가는 시절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훌륭한’과 어울렸던 언어들이 하나하나 함께 잊히고 낯설게 되었다. 이제는 인성, 인품, 인격이라는 말이 돈과 성공이라는 말에 밀려 사회 전면에서 퇴장한 지경이 되었다.

 

조용히 생각한다. 우리 시대를 가꾸는 언어를 복원하고 생성해야 하는 텃밭이 어디인가를. 겸허하게 답한다. 그곳은 바로 진리와 지성의 전당인 대학이라고. 다시 엄중하게 묻는다. 오늘의 대학은 언어의 오염을 막아내고 생명 본원의 언어를 생성하는 진리 탐구와 지성을 연마하고 있는 배움터인가를. 겸허하게 답해야 한다.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라고.

 

무엇보다도 언어의 오염과 실종, 굴절이라는 비상경보가 울리고 있는 곳은 대학이다. 그런데 그 대학에서 경보음을 듣지 못하고 있다. 소중한 언어가 대학에서부터 실종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대학에서 실종된 언어는 무엇인가. 자유, 정의, 진리, 우정, 사랑, 헌신, 지성은 대학의 주요 교훈이다. 그러나 오늘의 이렇게 ‘훌륭함’으로 집약되는, 대학의 건학 이념은 한낱 치장이 되었다. 대신 수상하고 불순한 언어들이 대학을 점령하고 있다. 실적, 순위, 취업, 예산, 기부, 조작, 줄 세우기, 성폭력, 정치 등의 언어들이 음과 양으로 포진해 있다. 이들 언어는 대학 당사자가 ‘돈’을 위한, 또는 돈을 버는 능력과 연줄을 생산하기 위한 수단과 목적으로 집약되어 있다. 한마디로 자본의 노예가 되어 있다고 하겠다. 

 

“대학의 교훈들, 예를 들면 ‘진리는 나의 빛’(서울대), ‘자유·정의·진리’(고려대), ‘지덕겸수 도의실천’(원광대)은 얼마나 뜻깊은 언어들인가. 삶과 공동체에 필수적인 이러한 가치를 내건 한국 대학들은 사회를 분열로 몰아넣는 자본의 논리로 무장하고 있다. 대학마다 주차장은 유료며 프랜차이즈 점포들이 즐비하다. 또한 정부 연구비에 목을 매며 피눈물 나는 경쟁에 뛰어든다.”

❶ 오늘의 대학의 위기를 짚어내고 있는 글이다.

 

대학은 글자 그대로 큰 배움터이다. 배움은 언어와 삶의 일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불순한 관심사는 대학의 언어를 교체했다. 고전 《대학》은 삼강령 팔조목(三綱領 八條目) ❷을 교육의 골간으로 삼고 있다. 이 강령과 조목의 언어들의 지향을 살펴보자. 언어의 실종을 읽어내지 못하고 있는 대학, 진정 대학 교육의 위기가 아니겠는가?

 

월간참여사회 2019년 1-2월 합본호(통권 262호)

 

❶원익선 교무 <경향신문> 2018년 12월 21일자 칼럼

❷삼강령은 《대학》의 세가지 강령으로 명명덕(明明德), 천민(親民), 지어지선(止於至善)을 말하며

 팔조목은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를 말함.

 

* 이 글은 참여연대가 발행하는 월간 <참여사회> 1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 출처 : 한겨레신문 >

:
Posted by sukji

 

“4년간 고전 200권 읽고 토론” 세인트존스칼리지의 교육법

 

카넬로스 총장은 ’고대 그리스에서 수사학과 수학을 함께 배웠듯 교양교육은 인문학과 과학이 만나는 연결 지점을 탐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이 그 어느 때보다 중히 여겨지는 시대에도 교양교육은 필요할까. ‘문송(문과라서 죄송)’이란 말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인문학은 과연 쓸모가 있을까. 미국의 명문대학인 세인트존스칼리지는 이런 편견을 완전히 뒤엎는다. 이 학교엔 철학·경제학 같은 세부 전공이 없다. 모든 학생들의 교육과정은 하나로 동일하며 졸업 때 ‘인문교양학사’ 학위를 받는다. 강의실에선 그 흔한 ‘○○학 개론’ 류의 서적은 펴보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늘 세계 최고 대학 중 하나로 꼽힌다.
 

방한한 카넬로스 총장 인터뷰
교양교육만으로 명문대 반열
과학에 영혼 불어넣는 건 인문

그 비결은 200권의 고전이다. 학생들은 대학 4년간 소크라테스부터 니체까지 오직 책을 읽고 토론하며 에세이를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학교 졸업생들은 잘 나가는 IT기업부터 의학전문대학원, 로스쿨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한다. 지난 9월 뉴욕타임스는 세인트존스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모순적인 대학”이라고 평했다. “가장 미래를 내다보는 대학이지만, 그 방법은 오로지 과거를 깊이 탐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국제교양교육포럼 참석차 방한한 이 대학의 파나이오티스 카넬로스 총장을 만났다. 이 포럼은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주최하고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이 주관했다. 주제는 ‘변화의 시대, 교양교육의 재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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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넬로스 총장은 구글의 연구 결과를 먼저 화두로 꺼냈다. “구글은 10년 동안 어떤 직원들이 높은 성과를 내는지 조사했다. 처음엔 공학적 지식을 가진 인재들이 많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협력적 마인드와 창의성, 소통능력을 갖춘 이들이 더 크게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런 능력은 오롯이 인문교양교육을 통해 길러지는 역량”이라고 말했다.
 
질의 : 현대 사회에선 코딩처럼 과학기술 지식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
응답 : “과학기술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 바탕은 인문학이다. 과학과 기술은 ‘어떻게(how)’에 대한 답을 주지만, 인문은 ‘무엇(what)’을 위한 고민을 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과학에 가치를 부여하고 기술에 영혼을 입히는 것은 인간이다.” 

 

질의 : 한국엔 ‘문송’이란 말이 있다, 인문학 전공자는 일자리조차 얻기 힘들다는 뜻이다.

응답 : “미국도 그랬다. 그러나 이젠 인문교양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공계 지식만 있으면 시야가 좁아져 혁신과 창의성이 나올 수 없다. 우리는 인문학만 공부하는 게 아니다. 과학기술에 연결되는 지점도 함께 탐구한다. 졸업생 중 상당수가 컴퓨터공학·의학 등 분야로 진출하는 이유다.”

 

질의 : 세인트존스에선 정말 전공을 안 배우나.

응답 :“전공 자체가 없다. 모든 학생들은 동일한 커리큘럼으로 4년을 지낸다. 1학년 때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부터 시작해 그리스 고전을, 2학년 때는 중세와 르네상스 학문을 배운다. 3학년 때는 코페르니쿠스부터 과학을 만나고 4학년 때는 니체와 같은 근대 철학가 등을 접한다.” 

질의 : 200권은 누가 정하나.

응답 : “1937년 현재의 교육과정을 시작했다. 그 때 정한 인류의 고전들을 아직도 배우고 있다. 훌륭한 책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시간의 시험’을 견뎌야 한다. 100년 이내의 책들이 고전으로 들어오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한다.”

 

질의 : 한국에선 교양 교육이 낯설다.

응답 : “한국의 학부모들은 자녀의 성공에 크게 집착하지만 그 방법을 잘 모르겠다고 한다. 성공의 기준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지식 습득 교육만으론 안 된다. 미래엔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것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인간과 자연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전제돼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선 인문교양 교육이 필요하다.”

 

질의 : 대학은 왜 존재하는가.
응답 : “대학은 인간을 성찰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비판적 사고방식을 기른다. 세인트존스는 학생이 이런 판단능력을 키우도록 돕는다. 우리가 교수를 ‘professor’가 아닌 ‘tutor’라고 부르는 이유다. 교수는 학생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단지 도울 뿐이다.”

 

[출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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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