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 15. 10:37
인류 종말을 겨누는 10가지...누가 쏜 화살인가? 교육.기타2019. 1. 15. 10:37
인류 종말을 겨누는 10가지...누가 쏜 화살인가?
글로벌챌린지재단이 꼽은 위험 요인들
`세계 인구 10% 이상 희생 가능성' 기준
`세계 인구 10% 이상 희생 가능성' 기준
1945년 8월9일 아침 일본 나가사키 원폭 투하 직후 피어오른 핵먼지구름. 위키미디어 코먼스
한국전쟁 중인 1951년 미국에서 실시된 핵실험 장면. 위키미디어 코먼스
핵폭탄보다 더 무서운 핵겨울…생화학전의 참상 보고서가 첫손에 꼽은 건 핵전쟁이다. 오늘날 핵무기는 이전보다 훨씬 강력해졌다. 반경 4km 안의 생물 치사율은 80~95%에 이르고, 그 6배에 이르는 지역은 심하게 손상된다. 핵군축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국과 러시아는 각기 7천개 안팎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두 나라가 핵전쟁을 벌여 핵무기 4천개를 사용할 경우 희생될 사람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더 끔찍한 건 그 뒤에 오는 핵겨울이다. 핵먼지가 만든 구름이 햇빛을 가려 지구 기온을 크게 떨어뜨린다. 4~5년에 걸쳐 최고 섭씨 8도까지 내려갈 수 있다. 농작물 재배가 불가능해진다. 이는 생존을 위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부를 것이다. 지금 인류는 마음만 먹으면 불과 몇분 안에 핵무기 수백개가 발사될 수 있는 상황에 있다. 핵과학자단체가 핵 전쟁 위기를 경고하기 위해 설정한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는 현재 23시57분30초를 가리킥 있다. 드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집권 이후 30초가 앞당겨졌다. 이어 생화학전이 꼽혔다. 생화학 무기는 핵무기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만들 수 있다. 시리아 내전은 화학 무기의 참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시리아는 수년간 사린, 염소 등을 이용한 화학무기로 나라 전체가 황폐해졌다. 이들 독성물질이 공기나 상수도원으로 배출되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생물학 무기는 더 위험하다. 합성생물학 기술의 발전으로 치명적인 병원균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게 됐다.
1951~1980년 평균기온 대비 2015년의 지구기온 상승폭. 위키미디어 코먼스
개발과 산업이 재촉하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붕괴 셋째는 기후변화다. 인류문명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지구온도는 이미 1도 높아졌다. 2도가 넘으면 지구 곳곳이 더 강력하고 잦은 홍수, 가뭄, 한파, 태풍 등 이상기후로 큰 재앙에 직면한다. 각 나라가 발표한 탄소배출 억제 약속을 지키더라도 3도 상승할 가능성이 30%를 넘는다. 그렇게 되면 해수면 상승으로 주요 도시들이 물에 잠기고, 최악의 경우 인류문명이 종말을 맞을 수 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 재앙을 피할 수 있는 준비기간이 12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넷째는 생태계 붕괴다. 자연 생태계엔 일부 파괴되더라도 스스로 회복하는 힘이 있다. 파괴의 원인은 인간 활동이나 자연 재해다. 그러나 회복력에도 한계가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미 회복의 한계점을 넘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예컨대 서아프리카의 차드 호수는 지난 60년간 가뭄과 물 남용 등으로 물이 90%나 줄어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이에 따라 호수 주변 지역 주민 4천만명이 고통을 겪고 있다. 인간의 등쌀에 1970년대 이후 척추동물 개체수는 무려 58%나 감소했다. 생태계를 떠받치는 생물 다양성이 소멸하고 있다.
1918년 프랑스의 스페인독감 환자 격리병동. 위키미디어 코먼스
없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없는 대역병과 소행성 충돌 위험 다섯째는 전염병이다. 인류는 6세기(유스티니아누스역병)와 14세기(흑사병) 두 차례에 걸쳐 전세계적인 전염병 확산을 경험했다. 이로 인해 당시 전세계 인구의 최대 13~16%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의 도시화와 세계화는 전염병의 확산 위험을 높인다. 물론 세계 전역으로 번질 수 있는 전염병이 흔한 건 아니다. 하지만 100년 전 5천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독감이나 최근의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에볼라는 그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걸 말해준다. 앞으로 20년 안에 3000만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전염병이 창궐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항생제에 내성을 갖춘 박테리아의 등장과 확산에 대한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여섯째는 소행성 충돌이다. 태양 주위를 돌던 소행성이 어느 순간 지구와 충돌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12만년에 한 번꼴로 그런 소행성이 지구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소행성은 공룡 멸종을 비롯해 역사상 3차례의 대멸종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룡을 멸종시킨 것보다 10분의 1 크기에 불과한 소행성도 수억명의 생사를 쥐락펴락할 만한 파괴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나사는 2011년 지름 1km가 넘는 우주 물체의 90% 이상을 살펴본 결과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건 현재로선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보다 작은 물체에 대해 갖고 있는 정보는 30%도 되지 않는다.
7만5천년 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서 있었던 토바 화산 대폭발 상상도. 위키미디어 코먼스
예측할 수 없는 화산 대폭발…`양날의 칼'이 될 태양지구공학 일곱째는 화산 대폭발이다. 페름기 대멸종의 원인이기도 하다. 인류가 경험한 가장 큰 화산폭발은 7만4천년 전 인도네시아에서 있었다고 한다. 그 영향으로 당시 지구 기온이 섭씨 몇도 떨어졌다. 가장 최근의 대폭발은 2만6500년 전 뉴질랜드에서 있었다. 보고서는 역사적 자료로 미뤄볼 때 화산 대폭발은 1만7천년에 한 번꼴로 일어났다고 말한다. 이 계산대로라면 화산 대폭발 시점이 이미 지났다. 하지만 인류의 화산 폭발 예측 능력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예방법은 전혀 모른다. 여덟째는 태양 지구공학(Solar geoengineering)이다. 지금의 지구 기온 상승 흐름을 뒤바꿀 대안으로 꼽히는 게 태양 지구공학이다. 성층권에 에어로졸을 쏘아 태양으로부터 오는 빛과 열을 우주로 되돌려 보내는 기술이다. 보고서는 하버드대 연구진이 첫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기엔 커다란 위험이 따른다. 지구 기후나 생태계가 불안정해져 또다른 재앙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양날의 칼이다. 보고서는 "이 기술을 사용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한 해 100억달러면 된다. 따라서 한 국가나 단체, 개인이 이 기술을 적용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후변화 위험을 줄여주는 또하나의 신기술로 꼽히는 건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해 제거하는 것이다. 아홉째는 인공지능이다.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50년까지 인공지능은 거의 모든 부문에서 인간과 비슷하거나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반반이다. 인공지능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는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인식에서 시작된다. 인공지능은 목표 달성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악의적인 사람이 인공지능을 이용할 경우 인공지능은 가공할 무기가 될 수 있다. 열째는 아직 등장하지 않은 잠재적 위험들이다. 핵무기가 등장하기 45년 전인 1900년에 핵무기를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앞으로 어떤 위험이 새롭게 등장할지 모른다. 이들 위험의 상당수는 인간의 기술 개발과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나노테크놀로지도 그 중 하나다. 나노기술에 의한 나노입자와 나노장치들이 인간이나 사회에 끼칠 부작용에 대해 지금의 우리는 알지 못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위성에서 본 지구. 구글 어스
10가지 위험 중 8가지가 인간 활동과 관련 보고서에서 언급한 것 가운데 일부는 비현실적인 공상소설처럼 들릴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대재앙의 원인으로 꼽히는 10가지 가운데 소행성 충돌과 화산 폭발을 제외한 8가지가 모두 인간이 유발하는 것이란 점이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기후변화는 사람들의 머리 속에 있지 않았다. 보고서는 "지난 1만2천년 동안 안정적이었던 환경이 인간 활동의 영향으로 불과 50년 사이에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며 "앞으로 50년이 인류의 향후 1만년과 그 이후 운명을 결정할 것"라고 지적했다. 인류문명이 지구 환경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지금 이 순간을 인류세(Anthropocene)라고 부를 만큼 격변의 시대를 우리는 지나고 있다. 자연의 법칙대로라면 앞으로 수억년 동안 지구는 거주 가능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인류는 그때까지 지구와 함께할 수 있을까? 한 해를 마감하는 시점에서, 지구의 내일을 생각하며 자문해본다.
< 출처 : 한겨레 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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