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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적자국' 될 수 없다…질문하는 인간 '호모 콰렌스' 길러내자

 

대한민국, 초일류 선진국으로 가자
교육시스템 개혁해 글로벌 인재 육성
20세기는 테일러주의 '표준의 시대'
표준화된 일꾼 양성이 산업화 원동력
韓, 교육열 바탕으로 亞 호랑이 급부상
"한국식 성장 모델은 지속 불가능"
석학 경고 빗나가며 '다른 경로'로 성장
교육에 GDP 5% 투자…OECD 중 유일
장학퀴즈형 두뇌, 21세기엔 구시대 인재
교육부를 '인력유치부'로 과감히 개편
AI시대 창의 인재 길러내는데 집중해야

 

지난 20세기는 평균의 시대, 표준화의 시기였다. 사회 현상과 정책에 처음 수학적 분석을 적용한 평균주의는 산업과 교육 현장의 표준화로 이어졌고 20세기 모든 산업화 국가의 기본 모델이 됐다. 미국 경영학자 프레더릭 윈즐로 테일러가 1911년 최초로 소개한 관리의 표준화는 테일러주의라는 이름으로 20세기 세계 산업계를 휩쓸었다. 테일러주의를 가장 먼저 채택한 미국은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세계 초강대국으로 발돋움했다. 독일의 히틀러, 소련의 스탈린도 그의 열렬한 지지자 대열에 합류하며 전시 산업에 테일러주의를 도입했다. 외세 침탈과 전쟁으로 20세기의 절반을 잃어버린 한국은 1960년대부터 테일러주의를 전면 도입해 세계에서 유례없는 산업화를 이뤘다. 테일러를 두고 “20세기 남녀의 사적·공적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일지 모른다”는 평가가 결코 무리하다고 할 수 없다.

 

테일러의 표준화 시스템의 대전제 조건은 교육받은 산업역군의 확보다. 1900년 고졸 이상 학력자가 인구의 6%에 불과한 미국이 테일러식 시스템을 교육에 전면 도입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늦깎이로 산업화에 합류한 한국도 같은 길을 걸었다. 1960년대 20%대에 그친 고교 진학률은 기술고 상업고 등의 등장과 함께 비약적으로 증가하며 산업 현장에 표준화된 인력을 쏟아냈다. 1980~1990년대 높은 성장률을 구가하며 한국이 ‘아시아의 타이거’로 급부상한 원동력이다.

 

 

 

인재 표준화 전략으로 가장 빠른 산업화 이뤄

“노동력 증대와 자본 축적에 의존한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성장모델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기술혁신이나 생산성 향상이 없기 때문이다.”

 

고성장하던 한국 등을 향해 1994년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포린어페어즈에 기고한 ‘아시아의 기적은 신화였는가’를 통해 경고장을 날렸다. 한국 대만 등 아시아 타이거 국가들의 놀라운 성장세가 더 이상 지속 가능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노동과 자본 투입에 집중한 성장모델은 수확체감의 법칙을 피해 갈 수 없다는 게 그의 신랄한 진단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으며 그의 불길한 예언이 적중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30년간 무슨 일이 벌어졌나. 1994년 1만90달러이던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23년 3만6194달러로 세 배 이상으로 뛰었다. 국내총생산(GDP)은 이 기간 372조원에서 2401조원으로 일곱 배가량으로 늘었다. 크루그먼은 무엇을 놓친 것일까.

 

 초일류 국가의 출발선은 교육혁신

 

한국은 그의 예측과는 다른 경로를 걸어왔다. 크루그먼이 간과한 것 중 핵심은 한국인의 남다른 교육열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국내 기업들이 전면적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과 병행해 한국은 강력한 교육 투자로 인적자본을 고도화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GDP의 5%를 교육에 투자하는 나라, 고교 졸업생의 70%가 대학에 진학하는 나라가 됐다.

 

1980년 종합대학 이상 고등교육기관 진학률이 11.2%에 불과하던 것과 비교하면 믿기 힘든 변화다. 정부는 1990년대 들어 대학 정원 자율화와 대학설립준칙주의에 따른 신생 대학 허가로 인재 공급의 물꼬를 텄다. 2001년 처음 70%대에 진입한 대학 진학률은 이후 줄곧 70~80%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 성인(만 25~64세)의 대학 이상 고등교육 이수율은 54.5%로 OECD(평균 40.7%) 국가 중 1위다.

 

대한민국은 농경사회에서 유례없는 속도로 산업화에 성공한 나라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화와 더불어 민주화에도 성공한 세계 유일한 국가다. 그 원동력은 테일러주의를 통한 표준화한 산업 일꾼 양성이었다. 오랜 기간 농경사회의 관습에 안주하던 문화를 일순간에 바꿔놓은 것은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 정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 하지만 앞으로 50년도 지금의 표준화한 인재 시스템으로 꾸려갈 수는 없다. 20세기 산업화 시대의 ‘장학퀴즈형’ 두뇌는 인공지능(AI) 시대에는 구시대 인재상이 될 수밖에 없다. 표준형 고급 인재를 양성하던 종합대학도 그 효용이 다하고 있다.

 

21세기는 질문하는 인간 ‘호모 콰렌스’의 시대

 

초일류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교육 혁신, 인재 혁신에서 시작해야 한다. 5000만 명의 내부 인적자원을 넘어 세계 인재를 활용하는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인재들이 자유롭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국가, 관용이 넘치는 매력적인 나라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 규제의 중심인 교육부를 인력유치부로 개편해야 한다. 교육부는 산업화 시대의 표준화 인재를 양성하는 것으로 그 역할과 수명을 다했다. 과거 초·중·고교 관할이 주 업무이던 교육부는 직선제 교육감이 등장하면서 업무의 상당 부분을 교육청으로 이관한 뒤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을 관리·감독하는 방향으로 그 역할이 변질했다. 학생 선발과 등 록금 등의 자율권이 철저히 박탈된 고등교육기관이 세계적 교수진과 학생을 유치할 역량을 갖출 리 만무하다. 소임을 다한 교육부를 인재유치부 등으로 전환해 대학이 자율과 창의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1세기 AI 시대에는 ‘맡은 바 임무’를 다하는 인재만으로는 초일류 국가 도약을 기약할 수 없다. 미래의 인재는 적응력과 창의성을 갖추고 질문하는 인간 ‘호모 콰렌스(Home quaerens)’가 될 것이다. 표준화한 교육 시스템에서는 기를 수 없는 비선형적 인재다.

 

 초일류 글로벌 인재 모이는 용광로

 

글로벌 인재 확보는 21세기 생존이 걸린 문제다. 초저출생 환경에서 내부 인적자원만으로 산업·기술·과학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요원하다. 인구 15억 명의 중국이 3억5000만 명의 미국을 뛰어넘을 수 없는 것은 군사력과 경제력의 한계 때문이 아니다. 15억 내부 자원만 활용하는 중국의 배타주의가 80억 세계 인재를 활용하는 미국의 개방주의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에서 단일성을 앞세워 제국이 되거나 초일류 국가를 이룬 적은 없다. 세계 최초의 제국 로마는 전쟁 포로도 10년이 지나면 자유인이 될 수 있게 허용하고 그 자식에게는 로마 시민권을 부여하는 포용성으로 제국을 완성했다. 두 번의 전투 패배로 페르시아제국은 몰락했지만 로마는 카르타고의 한니발에게 전 국토가 유린당하는 세 번의 참패에도 살아남았다. 그 원동력은 포로의 자식까지 시민으로 받아들이는 개방성이었다. 200만 명의 인구로 17세기 세계의 바다를 지배한 ‘가장 작은 제국’ 네덜란드의 힘은 유럽에서 유일하게 종교와 사상 그리고 자본의 자유를 허용한 관용이었다.

 

 교육판 맨해튼 프로젝트의 상상력

인종 국적 종교와 관계없이 일류 인재들이 실험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판 맨해튼 프로젝트’에 나서야 한다. 인류 최초의 핵폭탄은 미국 뉴멕시코주 로스앨러모스에 최고의 과학자와 기술자, 군인을 한데 모아 모든 역량을 집중했기에 가능한 대역사였다. 지난 50년간의 초고속 산업화는 내부 인적자원으로 가능했지만 초일류 국가의 길은 외부 역량까지 쏟아부어야 개척할 수 있는 험로다. 동아시아 우수 과학 인재들에게 과감히 영주권을 부여해 끌어안아야 한다. 서구 과학자들이 한국의 역동적 문화와 자유로운 연구 환경에 매료돼 찾아오는 매력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 교육 혁신에 최적화한 첨단 도시를 세우고 혁신적 교육 방법론과 기술을 실험하고 개발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세계 인재를 끌어모아야 한다.

 

 교육개혁은 양극화·극단주의 막는 방파제

 

교육개혁은 세계적으로 심화하는 정치·경제적 양극화를 막아내는 방파제가 될 것이다.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와 영국 독일 프랑스 등 한때 제국이거나 제국을 꿈꾸던 유럽 주요국의 이민정책을 둘러싼 갈등과 양극화는 미래 경쟁력을 훼손하고 내부 응집력을 파괴하는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정치적 양극화가 깊어지고 있지만 고등교육을 받은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점은 그들과 다른 길을 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남다른 교육열을 바탕으로 한 인재 혁신은 비판의식을 지닌 글로벌 시민 배양으로 이어질 것이다. 종교 간 극단적 갈등이 없고, 고질적 지역 갈등이 약화하는 환경은 산업화, 민주화에서 유례가 없는 성공의 길을 걸어온 우리에게 사회적 통합에서도 제3의 길을 안내할 것이다. 전 국민의 디지털 리터러시를 키우는 교육개혁은 만개한 AI 시대에 대한민국이 통합과 관용의 매력이 넘치는 초일류 국가로 가는 신항로를 안내할 것이다.

김형호 사회부장

 

☞ 교육판 맨해튼 프로젝트

 

최초의 핵무기 개발에 미국 영국 캐나다의 과학자, 엔지니어, 군인 등 국적과 분야가 다른 전문가 집단을 집중 투입한 것처럼 미래 인재 확보를 위한 글로벌 인재 융합형 ‘메가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

 

 

< 출처 : 한국경제 > 

:
Posted by sukji

 

 

(대전·충남·충북) 퓨전 국악부터 연극, 오페라까지… 한가위 공연 보따리

 

대전·충남·충북 문화예술 공연

한가위를 앞두고 충청지역 문화예술 공연이 풍성하다. 한가위는 가을 한가운데 달 또는 팔월의 한가운데 날을 뜻한다. 한 해 으뜸 가는 명절이다. 국악부터 클래식, 오페라, 재즈, 가요, 체험공연까지 다양한 문화예술의 향연이 귀성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오랜만에 들른 충청 고향에서 한바탕 신나게 놀아볼까.
 

대전문화재단이 12일 오후 7시 30분 대전예술가의집 누리홀에서 차세대 아티스타 연합 공연 'DNA 프로젝트'를 개최한다. 사진은 지난해 공연 모습. 대전문화재단.
 
대전문화재단이 12일 오후 7시 30분 대전예술가의집 누리홀에서 차세대 아티스타 연합 공연 'DNA 프로젝트'를 개최한다. 사진은 지난해 공연 모습. 대전문화재단.

 

◇ 대전 차세대 아티스타 'DNA 프로젝트'= 대전문화재단은 12일 오후 7시 30분 대전예술가의집 누리홀에서 차세대 아티스타(Artistar) 연합 공연 'DNA 프로젝트'를 개최한다. 이번 기획공연은 대전문화재단의 청년예술인 지원사업에 선정된 예술가들이 협업을 통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발표하는 행사로 'Daejeon New generation Artistar project'를 축약해 DNA 프로젝트라 이름 붙였다. 사업에 참여한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경계를 허물고 장르를 넘어서는 협업을 통해 새롭고 참신한 무대를 선보인다. 올해는 차세대 아티스타 9명과 객원 연주자 5명이 팀을 이룬다. 국악분야 선정자 이선명이 준비한 퓨전 국악 공연을 시작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클래식 연주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윤유경과 첼리스트 원민지의 듀엣 연주가 이어진다. 클래식 작곡가 이원희의 곡을 테너 박푸름의 깊은 울림과 윤재웅이 연주하는 더블베이스의 풍부한 음색, 피아노의 섬세한 반주를 통해 음악이 가진 고유의 아름다움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시각예술 분야 선정자 곽준영과 무용분야 안무가 권진철은 '관계의 미학: 추락에는 날개가 없다'란 주제로 무분별한 경쟁사회에 놓인 현대인이 겪는 다양한 감정과 관계를 고찰한다. 시각예술·무용의 융복합 공연이다. 연극분야 선정자 최한솔은 일인극을 통해 예술가들의 삶에서 느끼는 창작의 고통과 기쁨을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빗대 생생하게 펼쳐낸다. 공연은 7세 이상 전석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공연 정보는 대전문화재단 누리집(dcaf.or.kr)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문의는 대전문화재단 예술지원팀으로 하면 된다. 백춘희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대전을 대표하는 젊은 예술가들이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앞으로도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논산문화관광재단이 추석 명절을 맞아 준비한 공연 포스터. 논산시.

 

충남 태안읍 걷고 싶은 거리에서 추석 연휴 전날인 13일 오후 1시부터 열리는 '태안 5일장 추석맞이 대공연' 포스터. 태안군.

 

 

◇ 충남 논산·태안 귀성객 위한 특별 공연= 충남은 논산과 태안에서 추석 기획 공연을 마련했다. 먼저 논산 선샤인랜드에선 추석 연휴를 맞아 14-18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까지 귀성객들을 위해 '1950스튜디오 거리공연'을 선보인다. 참여형 공연과 액션형 캐릭터 롤플레잉 '수사반장 1950', 페이스페인팅, 네일아트, 병뚜껑 문방구(업사이클링 체험) 등 다채로운 체험프로그램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오후 2시에 진행되는 간판 공연은 △인형극단 초록나무(14일) △매직저글링(15일) △인형극단 초록나무·버스킹 공연(16일) △수피아엔터테인먼트 마술·버블 공연(17일) △벌룬퍼포머 클라운진·뮤지케이트(18일)가 준비돼 있다. 21일 강경산 소금문학관 2층 테라스에서는 저녁 7시에 '제3회 루프탑 콘서트'가 열린다. 이번 콘서트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브라스 퍼포먼스 그룹 '퍼니밴드'가 클래식부터 재즈, 가요, 영화음악 등 다양한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는 공연 레퍼토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사전 신청 없이 누구나 현장에서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충남 태안군은 '태안 5일장' 특별 행사를 개최한다. 추석 연휴 전날인 13일 오후 1시부터 태안 5일장이 열리는 '태안읍 걷고 싶은 거리' 일원에서 '태안 5일장 추석맞이 대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이날 오후 1시부터 귀성객 노래자랑을 시작으로 재즈가스 '루나퀸', 퓨전 플루티스트 '서가비', 트로트 디바 '지원이' 등 초청 가수들의 공연이 펼쳐진다.
 

충북문화재단이 11일부터 3개월간 도내 6개 시·군에서 '2024 충북 공연예술 페스타'를 개최하는 가운데 지난해 청년극장 '숙희책방'의 공연 모습. 충북문화재단.

 

충북문화재단이 11일부터 3개월간 도내 6개 시·군에서 '2024 충북 공연예술 페스타'를 개최하는 가운데 지난해 국립오페라단의 공연 모습. 충북문화재단.
 

◇ 충북 6개 시·군서 '공연예술 페스타'= 충북에선 11일부터 세 달 동안 6개 시·군에서 '2024 충북 공연예술 페스타'가 이어진다. 충북문화재단이 제천, 옥천, 괴산, 증평, 영동, 보은 총 6개 시·군 문예회관에서 21회의 공연을 개최한다. 무대는 △국공립단체 특별공연·지역순회 △민간 우수단체 지역순회 △공연장 상주단체 페스티벌로 구성됐다. 국공립단체로는 국립오페라단, 영동난계국악단, 올해 창단된 충북도립극단이 참여한다. 국립오페라단은 11일 옥천문화예술회관에서 '오페라 갈라콘서트'를 선보이며 페스타의 첫 출발을 알린다. 다음날인 12일엔 영동난계국악단이 괴산문화예술회관에서 '공감 콘서트' 공연을 펼친다. 소리꾼 남상일이 협연자로 참여한다. 충북도립극단은 다음 달 6일 옥천을 시작으로 증평, 영동, 괴산 등 5개 지역에서 순회공연을 한다. 공연 작품은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 사건'이다. 극단 청년극장, 프리마앙상블 등 7개 민간 우수단체의 순회공연도 계획돼 있다. 민간 단체 첫 공연은 극단 청년극장의 '숙희책방'이다. 이달 24일 제천시문화회관에서 열린다. 다음 날 25일 옥천문예회관에선 프리마앙상블의 '코리안랩소디·환타지'가 관객들을 만난다. 나머지 5개 단체들도 증평, 옥천, 괴산 등에서 공연을 펼친다. 이달 26-28일엔 증평문화예술회관에서 상주단체들의 우수 공연도 예정돼 있다. 자세한 사항은 충북문화재단 누리집을 확인하거나 문화사업추진단으로 문의하면 된다.

 

<출처 :  대전일보 >

:
Posted by sukji

 

 

한국 현대시집 1세기…현역 시인들이 ‘경전’ 삼는 시집은?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156648.html

 

시인 80명에게 ‘가장 좋아하는 시’를 물었다

창비·문지시인선 시인 80명 설문조사
‘최애 시인’ 현역은 황지우·이성복·김혜순

 

‘한국 현대 시집 1세기’를 계기 삼아 한겨레가 창비 시선, 문학과지성사 시인선을 통해 시집을 출간한 적 있는 시인들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가장 좋아하는 시인 5명’의 상위 그룹에 언급된 시인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종삼, 김소월, 황지우, 허수경, 이상, 김혜순. 한겨레 자료사진
 

2024년은 한국 최초의 창작시집인 김억의 ‘해파리의 노래’가 올해 101살, 최초의 자유시 ‘불놀이’를 담은 주요한의 첫 시집 ‘아름다운 새벽’은 100살, 근대문학사에서 대중 시집의 전범을 세운 김소월의 첫 시집 ‘진달래꽃’이 99살 되는 해다. 한국 시집 100년의 경계. 시인들에게 당신의 시인, 당신의 소설가, 당신의 자긍심과 안부는 물론 문학판의 공정성, 현 정부 출판 정책에 대한 평가, 21세기 반시적(反詩的) 사건 등 30여가지를 물었다. 한국 문단사에 없던 방식과 규모의 설문조사다. 2회에 걸쳐 2024년 ‘시인의 초상’을 그린다. 편집자주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木手)네 집 헌 샅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시인들의 시’로 꼽힌 백석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이다. 1948년 10월 문예지 ‘학풍’에 실린 이 시를 끝으로 남쪽에서 백석의 시는 더 볼 수 없게 된다. 고작 94편 남기고 그해 신의주 거쳐 고향 정주로 돌아간 때문이다. 시는 그 귀향길을 상상했던 것일까. “나 혼자도 너무 많”다는 백석을 많은 현역 시인들이 어떻게 품어왔는지 이번 조사로 여실해진다.

 

 

시인의 시와 시집 그리고 시인의 시인

 

올 상반기 창비·문학과지성사 시선 출신 시인 80명이 ‘지난 100년, 가장 좋아하는 국내 시’로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을 꼽았다. 2위 ‘흰 바람벽이 있어’를 포함해 백석 시 8편(총 32표)이 전체 255편에 들었다. 시인들은 “방언 구사와 초현실적 현실 처리”의 매력, “인간적 정서와 구체적 경물이 어우러져 깊게 울리는 절창” 등으로 백석 시를 평가했다.

 

‘최애 시 목록’에 가장 많은 시를 배출한 이는 14편의 김수영(총 33표), 11편 김종삼(총 18표), 10편의 서정주(총 18표) 순이다. 2000년 등단한 한 시인은 김수영의 ‘사랑의 변주곡’을 꼽으며 “수영의 시는 이상적인 시민이라기보다 욕망을 가진 존재로서의 현실적인 시민상을 처음으로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현역 중엔 이성복(9편·10표), 황지우(5편·5표)에 이어 4편씩의 김혜순(5표)·신해욱(4표), 3편씩의 김행숙·백무산·심보선·오규원·이수명·이장욱·이제니·장석남·진은영 시가 많이 들었다.

 

‘남의 김수영, 북의 백석’은 ‘가장 좋아하는 시인 5명’을 묻는 항목에서도 확인된다. 나란히 33표로 1위를 차지했고, 김종삼(18표), 윤동주(17표), 최승자(16표), 기형도·김소월(14표), 정지용·허수경(11표)이 뒤따랐다. 단독적 시 세계에 더불어, 시의 사회성, 시인의 삶을 평가한 응답자들이 많았다. 한 시인은 윤동주-정지용-백석-김수영-신경림을 차례로 꼽아 “시상이 떠오르지 않을 때 꺼내 경전처럼 꺼내 읽는 시인들”이라며 “시도 좋지만 이 시인들의 삶을 대하는 태도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시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 삶도 떳떳했다”며 김소월-정지용-윤동주-신경림-허수경을 솎은 또 다른 시인도 이유는 비슷하다. 남성 대세에서 최승자·허수경의 족적이 또렷하다. 전체 거명된 110명 가운데, 12표의 황지우가 현역으론 으뜸. 이성복(10표), 김혜순(7표), 장석남(5표)이 뒤를 이었다. 이편의 김혜순과 황지우는, 저편의 허수경·서정주와 함께,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집 3권’ 목록(전체 118종)에 각기 4종씩 꼽혀 가장 많았다.

 

 

하지만 기호의 스펙트럼은 실로 광대하다. 교직자였던 한 시인은 “김소월에 비해 백석이 너무 과대 포장됨. 마찬가지 이유로 김수영 대신 김춘수”라며 김춘수의 ‘처용’, 서정주의 ‘동천’, 이상의 시전집 ‘나는 장난감 신부와 결혼한다’(시인 박상순 역) 3종을 ‘최애 시집’으로 내밀었다.

시·시집 애호도 조사에서 주요 순위 밖 장석남·박용래·최정례·이장욱 등이 눈에 띈다. 최정례는 시 ‘캥거루는 캥거루고 나는 나인데’ 등 2편과 시집 ‘개천은 용의 홈타운’을 각 항목에 올린 이로, 2021년 영면했다. 소설·평론도 쓰는 이장욱은 시집 3권, 시 3편이 각 부문에서 지목됐다.

한국 시 국면을 바꾼 시인의 현재성

위 세 질문의 답변 안에 한국 시집 100년의 국면이 모두 관통된다. 그 영향은 지극히 현재적이다. 2002년 등단한 한 시인은 한용운의 ‘님의 침묵’, 이성복의 ‘정든 유곽에서’, 허수경의 ‘혼자 가는 먼 집’, 백석의 ‘흰 바람벽이 있어’, 김소월의 ‘여자의 냄새’ 순의 5편을 ‘최애 시’로 꼽으며 “우리 현대시사의 핵심을 이루는, 변혁의 기점이 되었던 시”로 평했다. 좋아하는 시집으로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과 김혜순의 ‘죽음의 자서전’을 꼽은 한 시인(2008년 등단)은 기형도를 “죽음을 테마로 한국 현대시의 패러다임을 바꾸어놓은 시인”, 김혜순을 “그가 집약적으로 드러내는 세계에는 국경이 없으며, 스스로를 매번 경신 중”인 “현재 한국 시의 간판”으로 평가했다. “작품만 봐도 누군지 알 정도로 독보적인 시 세계를 구축한 시인들”의 “흉내 낼 수 없는, 문장 안에 신비로움을 품고 있는 시”로 “이러한 시들은 점점 더 찾아볼 수 없어서인지 애틋해진다”며 김이듬·임솔아·신해욱·이제니·이근화의 시를 추어올린 시인(2015년 등단)도 있다.

당대 시인들의 외국 시로는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심보르스카)의 것이 독보적이다. ‘소개하고 싶은 외국 시(집) 3’에 110편·종 가까이 추려진 가운데, ‘끝과 시작’(17표), ‘검은 노래’, 유고시집 ‘충분하다’(이상 1표씩) 등 국내 출간된 시집 전부를 아울러 총 19명이 쉼보르스카의 작품(특정 시 수록 시집 포함)을 추천했다.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 -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 그러므로 아름답다”(‘두 번은 없다’)고 위로하며 노벨 문학상(1996)을 받은 여성 시인이다. 샤를 보들레르는 ‘악의 꽃’(10표), 산문시집 ‘파리의 우울’(2표)로, 울라브 하우게(올라브 헤우게)는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6표), ‘내게 진실의 전부를 주지 마세요’(2표)로 다음 많이 호명됐다. ‘두이노의 비가’ 등의 라이너 마리아 릴케(총 8표),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 등의 파블로 네루다(칠레), ‘절망이 벤치에 앉아 있다’ 등의 자크 프레베르(프랑스, 이상 6표),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의 아르튀르 랭보, ‘단 하나의 눈송이’ 등의 사이토 마리코(이상 5표)가 뒤를 이었다. 일본 시인 미즈노 루리코(‘헨젤과 그레텔의 섬’), 다니카와 슌타로(‘이십억 광년의 고독’) 등이 3표씩 받으며 주목을 받은 반면, 페르난두 페소아와 앤 카슨 등은 2표에 그쳤다.

 

 

이제 독자의 시간

최근 출판계에선 ‘2030 독자’의 시 문학 유입 추세에 주목하는 이들이 적잖다. 1980년대 ‘시의 시대’에 견줄 바 못 되나, 쇼트폼과 영상의 시대에 특히 한국 사회에서 시의 생태는 여전히 도드라진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시인들 열에 일곱이 “국외에 견줘, 국내 시인과 시집이 매우 많다”(30%)거나 “많은 편”(40%)이라고 볼 정도다. 이런 평가는 세대 전반에서 골고루다.

다만 질적 평가는 다르다. 현대시와 독자의 괴리가 명확한지, 그 경우 무엇이 원인인지로 비롯한다. 스마트폰, 소비자본주의 등 외부 요인을 차치한다면, 시의 난해성이 첫 쟁점이다. “언어적 기술에만 치우친 난해한 요즘 시”(1990년 등단 시인) 내지 “해석하기 어려운 시만 등단시키고 출판, 평론하는 세태”(2014년 등단 시인), “전체적으로 시가 너무 길어지며, 시의 본령인 압축미나 리듬, 긴장감을 잃어버렸다”(2011년 등단 시인) 지적하는 부류와, “시가 어려워져 멀리하기보다 책, 문학과 멀어지”(2019년 등단)거나 “독서문화가 황폐해진 것”(2001년 등단 시인)으로, 되레 “행·연을 가른 것만 시가 아닌, 모바일 이모티콘, 문자 등 다양한 형태로 대중들은 시적 쓰기·읽기에 열렬히 참여하고 있다”(1981년, 1989년 등단자) 보는 부류가 맞선다. 2015년 등단 시인은 이를 “시와 독자의 진화 과정”으로도 본다. 1999년 등단 시인은 “자발적으로 시를 찾고 배우고 쓰는 사람도 많다”면서도, 문학적 권위주의, 문학집단의 시대착오(권력편중이나 성추문들) 등에 대한 대중의 염증을 더 중요한 실태로 지적했다.

 

 

그럼에도, 당대 시인들의 ‘시인으로서의 자긍심’(0~10점)은 높은 편이다. 10점 만점에 평균 7.55점. 등단 시기를 밝힌 이들만 보면, 1990년 이전 등단자(17명) 7.53점, 1991~2000년(14명) 8.07점, 2001~2010년(17명) 8.0점, 2011~2021년(21명) 7.24점이었다. 세대를 아울러 전체 58명이 7점 이상을 부여했다.

왜일까. “시인이 되고 싶지 않았으며 시인이 되지 않으려 발버둥쳤”으나 “시가 인생에 찾아와 주어서”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으므로” 나아가 “시의 진정성과 진실성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메아리가 될 수 있겠다 믿어서” “적어도 덜 부끄럽고 싶어서” 많은 이들은 “시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시인이 되고자 했던 이유’에 대한 답변)고 ‘한때’를 회고한다. 그리고 이들은 대중의 말이, 시대의 말이 무엇이든 “단, 하루도 시 쓰기를 중단한 적이 없다” “시인이 되고 싶었을 때부터 시를 쓰지 않은 해는 없었다” “40여년간 단 한 번도 시 쓰기를 중단한 적이 없다” 말한다.

 

 

< 한겨레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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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연극협회대전광역시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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