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15. 10:08
우리 삶에 더 깊숙이, 확장과 변화를 이끌기 위하여 :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효과 측정 교육.기타2024. 10. 15. 10:08
우리 삶에 더 깊숙이, 확장과 변화를 이끌기 위하여 :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효과 측정
문화예술교육이 점점 우리 삶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은 ‘학교 안’을 나와 ‘사회 안’으로 그 범위를 확장하면서 시민들의 일상적 활동 중 하나로 자리매김 중이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문화예술교육이 이끄는 사회적 효과(social impact)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효과(impact)와 가치(value)는 종종 혼용되어 사용되나, 이 둘은 분명 구분되는 개념이다. ‘가치’가 거시적인 차원에서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변화를 의미하는 데 반해 ‘효과’는 보다 구체적인 수준에서 측정 가능한 성과(performance) 혹은 결과(outcome)를 뜻한다. 과거의 연구들이 상상력, 창의력, 자존감, 행복감 등 문화예술교육이 가져오는 정서적·심리적 효과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사회적 참여 및 교류의 기회 제공, 타인에 대한 이해와 관용 증진, 지역사회 정체성과 자부심 고취, 공동체 의식 함양 등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되어 나타나는 효과들에 주목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효과는 ‘문화예술교육이 이끄는 개인적 차원에서의 삶의 변화와 이를 바탕으로 나타나는 사회적 차원의 변화’를 포괄한다. 문화예술교육이 갖는 내재적 가치를 넘어 문화예술교육으로 인한 개인적·사회적 변화를 객관적으로 지표화하고 측정하는 작업은 문화예술교육의 정당성과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화예술교육의 공급자로서 공공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공공 재정 투입의 효율 및 효과 분석에 대한 요구가 점점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문화예술교육의 효과 측정이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적 가치보다 그것이 산출하는 경제적, 사회적 성과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비판적 성찰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화예술교육의 개인적·집합적 성과를 객관화하는 작업은 문화예술교육의 존재 이유를 논리적으로 입증하는 것으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규범적 지지를 넘어 실질적인 투자와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단기적 성과에서 점진적‧누적적 효과로
최근 문화예술교육이 창출하는 사회적 효과의 내용, 범위, 측정 지표 등과 관련하여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문화예술교육 현장과의 괴리는 여전한 듯하다. 먼저 문화예술교육의 효과를 ‘정책 성과’로 이해하면서 단기적으로 관찰 가능하고 직접적으로 관리 가능한 지표 위주로 측정하는 것이다. 프로그램 참여자 수, 프로그램 참여자 만족도, 예술강사 파견 수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정책 성과 중심 지표들은 문화예술교육 효과의 시간성을 간과하기 쉽다. 문화예술교육 효과는 즉각적이기보다는 점진적이고 누적적이며 단계적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개인의 심리 상태와 가치관의 변화 등 개인적 차원의 효과는 물론이고 사회자본 형성, 공동체의 의식 제고, 포용과 관용의 증대 등 사회적 차원의 효과는 더더욱 그러하다. 단기 성과 중심의 지표들은 참여자가 교육의 전 과정과 교육 종료 이후에 나타날 수 있는 장기적·누적적 효과들을 누락하거나 평가절하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문화예술교육의 경우, 유경험자가재참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업 단위의 평가가 아니라 개인 단위 변화를 종단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설문 중심의 경험적 방법론이 갖는 한계도 명확하다. 문화예술교육의 효과 측정은 주로 설문 등 경험적 자료를 수집하여 분석하는 양적 방법론에 의존하고 있다. 교육 참여자와 비참여자 그룹으로 나눠 설문하거나 참여자 그룹을 참여 전후로 나눠 설문하고 비교 분석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표준화된 정량적 지표 체계는 교육 사업이나 프로그램 간 효과를 비교하는데 용이할 수 있다. 하지만 문화예술교육은 상황과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고 사업 목적, 유형, 방법 등 조건에 따라 그 효과가 상이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일반화된 해석을 적용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따라서 정량적 변수 중심의 양적 방법과 맥락과 의미를 토대로 통찰하는 질적 연구 방법을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하여 참여자의 변화를 다층적으로 해석하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학교와 기관, 참여자를 넘어서
문화예술교육이 매개하는 사회적 효과의 공간적 범위에 대한 고민도 요구된다. 오늘날 문화예술교육은 학교 교육에서 사회 교육으로 확대되면서 그 파급력 또한 지역(도시)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문화도시 사업 등 지역사회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증가하면서 그 성과 또한 지역사회와 결부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춘천의 경우, 문화도시 사업의 일환으로 저출생, 고령화, 사회적 고립 등 지역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의제들과 문화예술교육을 적극적으로 결합하면서 지역사회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현재의 보편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문화예술교육 성과 평가는 지역 현안이나 특수성을 충분히 담보할 수 없다. 전국적 수준의 성과와 지역적 수준의 성과가 적절히 균형을 이루면서 지역사회에 미치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효과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지역 특화 모델 및 관련 지표 개발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문화예술교육의 주체로서 교육자(예술가)가 교육 과정을 통해 겪는 변화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하는 예술교육가(Teaching Artist)는 교육학적 역량을 겸비한 예술가로서 참여자의 예술 창작 과정과 활동을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 현장에서 만난 예술교육가들은 예술교육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예술적 역량도 키워나갈 뿐 아니라 참여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태도, 활동, 작업이 갖는 의미와 가치를 재확인하게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예술교육가에게 나타나는 변화 또한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성과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 참여자(시민)에게 초점이 맞춰진 사회적 효과 측정을 장기적으로 교육자(예술가)까지 확대해야 할 것이다.
막연한 추측에서 객관적‧입체적인 근거로
그동안 문화예술교육의 가치는 암묵적으로 인정되고 막연하게 추측되어 왔다. 문화예술교육이 사람과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음에도 이를 객관적인 수치로 제시하기 어려워 여러 선택의 상황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보류되는 경우도 종종 목격되었다.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효과를 정량화하는 것은 참여자에게는 학습의 객관적 성취 및 성과를 제공하고, 매개자(행정가, 예술교육가)에게는 교육의 실천 능력을 높이며, 정책 및 행정가에게는 예산 집행 근거 자료로써 유용하다. 무엇보다 문화예술교육의 목적과 지향을 점검하고 공론화하는데 초석이 될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놓치거나 도구화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의 성과를 입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측정 지표와 방법론을 지속적으로 정교화해 가야 할 것이다.
< 출처 : 아르테 3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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