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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충격적 속도”로 인간을 앞서고 있다

 

스탠퍼드대 인공지능 분석 보고서
이미지 분류 등 기본 작업에서 앞서

 

인공지능 시스템이 영어 이해도, 이미지 분류, 시각적 추론 등을 포함한 몇가지 기본적 업무 분야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수준에 이르렀다. Andy Kelly/Unsplash

 

 

챗지피티와 같은 인공지능 시스템이 영어 이해도, 이미지 분류, 시각적 추론 등을 포함한 몇 가지 기본적 업무 분야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 스탠퍼드대 인간중심 인공지능연구소(HAI)는 최근 7번째 발표한 ‘인공지능 지수 2024’(AI Index 2024) 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히고 “이는 시스템을 평가하기 위한 다수 벤치마크(표준 지표)의 유효성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음을 뜻한다”며 추상 및 추론과 같은 복잡한 작업에 대한 성능을 평가하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네스토어 마슬레이(Nestor Maslej) 편집장은 “10년 전만 해도 벤치마크는 5~10년 동안 유효했지만 이제는 몇 년 안에 무의미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경시대회급 수학이나 시각적 상식 추론(시각 정보를 활용해 상식을 이해하고 추론하는 기술) 등 더 복잡한 분야에서는 인공지능이 아직 인간에 약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플랫폼 공유 코드, 800개서 180만개로

 

2017년부터 해마다 발표되고 있는 스탠퍼드 인공지능 보고서는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이 인공지능 분야의 기술 수준과 비용, 윤리 등 다양한 측면을 평가해 작성한다. 400쪽이 넘는 올해 보고서 작성과 편집에도 인공지능이 활용됐다.

 

보고서는 인공지능의 발전은 2010년대 초반 신경망과 기계학습(머신러닝)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시작됐으며, 이후 급속히 확산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그 사례로 코드 공유 플랫폼인 깃허브에 올라와 있는 인공지능 코딩 프로젝트 수가 2011년 약 800개에서 2023년 180만개로 증가한 점을 꼽았다. 보고서는 또 이 기간중 인공지능에 관한 학술지 논문도 약 3배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박사급 연구자들보다 훨씬 높은 정답률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의 최전선을 이끌고 있는 연구는 대부분 산업계에서 이뤄지고 있다. 2023년 산업계에서는 51개의 주목할 만한 머신러닝 시스템을 개발한 반면, 학계에서 내놓은 것은 15개에 그쳤다. 오스틴 텍사스대 인공지능연구소의 레이몬드 무니 소장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학계의 연구는 기업에서 나오는 모델을 분석하고 약점을 파헤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뉴욕대 연구진은 지난해 거대언어모델(LLM) 성능 평가 도구 ‘GPQA1’을 개발했다. 400개 이상의 객관식 문항으로 구성된 이 벤치마크는 대학원 수준으로 매우 까다로워서 박사급 연구자들도 정답을 맞추는 비율이 65%에 그친다. 같은 박사급 연구자들이라도 자신의 전공 분야가 아닌 문제에 정답을 맞춘 비율은 인터넷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34%에 그쳤다. 지난해 기준으로 인공지능의 정답률은 30~40%대였다. 그러나 올해 샌프란시스코의 인공지능 업체 앤스로픽의 최신 챗봇 클로드3의 정답률은 약 60%였다. 뉴욕대의 데이비드 레인 연구원은 네이처에 “상당히 충격적인 발전 속도”라고 평가했다.

 

학습 비용·에너지 소비량 상승…윤리적 우려도 커져

 

인공지능의 빠른 성능 향상은 비용 상승과 비례하고 있다.

 

챗지피티 개발 업체인 오픈에이아이(OpenAI)의 경우, 2023년 3월에 출시한 거대언어모델 지피티4(GPT4)를 훈련하는 데 7800만달러(1080억원)가 든 것으로 알려졌다. 9개월 후인 지난해 12월 구글이 내놓은 챗봇 제미나이 울트라(Gemini Ultra)를 훈련하는 데는 1억9100만달러(2600억원)가 들었다. 네이처는 “이에 따라 많은 이들이 인공지능 시스템의 에너지 소비량과 시스템 운영에 동원되는 데이터센터 냉각에 필요한 물의 양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인공지능 시스템 성능을 높이는 주요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시스템을 더 크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성능이 좋아질수록 비용과 에너지가 더 많이 들어간다.

 

인공지능 성능 개선을 위해선 또 더 많은 문서와 사진 등의 학습 자료가 필요하다. 보고서는 일부에서 학습 데이터 부족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비영리 연구기관 에포크(Epoch)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르면 2024년 안에 고품질 언어 데이터 공급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했다. 네이처는 그러나 에포크의 최신 분석에서는 그 시기가 2028년으로 수정됐다고 전했다.

 

인공지능의 설계와 사용 방식을 둘러싼 윤리적 우려도 커지고 있다. 보고서는 미국의 경우 2016년에는 인공지능을 언급한 규정이 단 한 건이었지만 지난해엔 25건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마슬레이 편집장은 “2022년 이후 인공지능 관련 법안 발의 건수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에 대한 일반인들의 우려와 기대도 함께 커지고 있다. 보고서는 세계 31개국 2만2816명(16~74살)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52%)이 인공지능에 대한 불안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도의 39%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인공지능의 문제보다는 혜택이 더 많을 것이라는 응답자 비율도 52%에서 54%로 조금 늘었다. 응답자 셋 중 둘(66%)은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인공지능이 3~5년 내에 자신의 삶을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 출처 : 한겨레신문 > 

:
Posted by sukji

 

 

 

스탠퍼드 강의도 한국어로 … AI번역이 유학장벽 허문다

 

세계최대 온라인 강의 플랫폼 코세라
제프 마지온칼다 CEO
인공지능 번역 완벽하지 않지만
저비용으로 지식 접근성 탁월
세계적 강좌 4400여개 한글화
한국인 디지털기술 열의 높아
삼성·SK와 반도체 강의도 희망

 

 

 

앞으로 영어를 못해도 프린스턴·스탠퍼드·예일대를 비롯한 세계 유수의 명문대 수업을 수강하고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 역으로 한국 대학들 우수 강좌의 수출길도 열렸다. 전 세계 1억4000만여 명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온라인 강의 플랫폼 '코세라'를 통해서다.

지난 12일 코세라가 한국 첫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무크(온라인 공개 강좌) 시장 본격 공략을 선언하며, 인공지능(AI) 번역을 활용해 인기 강좌 4400여 개를 한국어로 내놓았다. 코세라는 330여 개 대학·기업 등과 협력해 7000개가 넘는 강의를 제공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영어로 돼 있어 그간 학습이 쉽지 않았다. 제프 마지온칼다 코세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간담회를 마치고 매일경제와 별도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언어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사람이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더 많은 강좌를 번역해 한국 수강생들이 들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 지사가 없는 코세라는 정보기술(IT) 솔루션 기업 에티버스와 국내 총판 협약을 체결하고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 내 코세라 이용자는 72만1000명 수준이고, 기업·대학·공공기관 등 기관 고객은 15곳이다. 마지온칼다 CEO는 "규모가 더 커진다면 서울에 사무소를 설립하고 인력도 채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번역 대상엔 한국인이 즐겨찾는 AI·프로그래밍 강의가 다수 포함됐다. 스탠퍼드대 '지도형 머신러닝', 구글 '파이선 단기집중과정', 미시간대 '모두를 위한 프로그래밍' 등이다. 마지온칼다 CEO는 "한국 학습자들은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배우려는 열의가 높다"며 "첨단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를 기반으로 전 세계에서 한국이 AI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강의 한글화엔 딥엘·구글 번역 등 외부 번역기를 쓴다. 기술 발달로 일상회화는 번역가와 수준 차이가 없지만 아직 학술번역에 광범위하게 적용하기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있다. 철학·미학 등 추상적인 학문이나 양자역학 등 고도로 전문화된 학문에선 여전히 전문가 번역 품질이 월등하기 때문이다.

마지온칼다 CEO는 "AI 번역이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며 교육 접근성 확대 측면을 강조했다. "AI 번역을 통해 저비용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번역이 있는 강좌의 완강률은 번역이 없는 강좌의 2배입니다. 사람을 쓸 땐 한 강좌를 번역하는 데 만달러가 넘게 들었지만 이젠 20달러 정도면 됩니다."

국내 대학의 우수 강좌도 21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 공개된다. 코세라는 연세대 '한국어 첫걸음', KAIST '명상: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 포항공대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으로 프로그래밍하기'를 비롯한 70여 개 강좌를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등으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기술력과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한국 콘텐츠의 인기가 높은 덕분이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에서 연세대·성균관대·포항공대·KAIST 등 4개 대학이 코세라를 통해 99개 강의를 열었다. 190개국 270만명 학습자가 등록했고, 그중 98%가 해외 수강이다. 특히 연세대 '한국어 첫걸음'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좌로 꼽힌다. 지난해 50개 이상 국가에서 '인기 강좌 TOP10'에 선정됐다.

코세라는 한국어 강의도 외국어로 번역하고 기업 기술 강좌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제까지 코세라에 올라온 한국 대학들 강의에선 거의 대부분 교수가 영어로 말했다. 앞으로는 영어는 잘 못하지만 강의력이 좋은 교수도 전 세계인을 상대로 수업할 수 있게 된다. 마지온칼다 CEO는 "K팝과 K드라마의 인기에서 볼 수 있듯이 K콘텐츠의 인기는 전 세계적"이라며 "사람들이 많이 찾고 전문성을 갖춘 콘텐츠 제공자의 참여를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회사와의 기술교육 협업에도 큰 관심을 드러냈다. 관련 강좌를 코세라에서 서비스하며 반도체 인재를 길러내고 싶다는 것이다. 반도체 인력난을 겪고 있는 이들 기업은 인재 수급을 위해 여러 대학에 계약학과를 두고 있다. 서울대 '인공지능반도체공학 연합전공',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등이다. 그는 "전 세계에서 반도체 인력 수요가 상당하다"며 "훌륭한 교육 콘텐츠를 코세라에 도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세라는 이미 미국에서 구글·IBM과 손잡고 인력 양성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기업이 코세라에 '데이터 분석' '사이버보안' '인공지능' 강의를 제공하고 이용자는 수강 후 수료증을 받는다. 이는 해당 기업에 지원할 때 도움이 된다.


일반 기업체의 직원 재교육 수요도 상당할 것으로 코세라는 본다. 많은 해외 경쟁사가 생성형 AI를 활용하며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있는데 국내 기업들만 역행하면 세계 시장에서 도태되기 때문이다. 마지온칼다 CEO는 "다른 모든 기업과 마찬가지로 한국 기업은 디지털 기술, 디지털 인재, 생성형 AI가 필요하다"며 "코세라를 통해 이런 역량을 기르는 데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세라 개인용·기업용·교육기관용·정부용 서비스 중에서 기업용 서비스가 한국에서 가장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SK그룹 학습 플랫폼 '마이써니(mySUNI)'는 일찍부터 코세라를 도입해 활용하는 대표 사례다. 2700명 넘는 구성원이 이용하고 있고, 내부 전문지식과 통합해 맞춤형 콘텐츠를 학습자들에게 공급한다.

'커리어 중심 학습'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무크 트렌드다. 팬데믹 기간에 사람들은 웰빙, 육아, 삶의 목적과 의미 찾기에 관한 강의를 찾았지만 이제 다시 비즈니스, 기술, 데이터 분야가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코세라는 성별 간 교육 격차 해소에도 기여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면서다. 2023년 말 기준 코세라 한국 이용자 중 여성 비중은 38%로 2019년 대비 4%포인트 증가했다. 여성 이용자의 전문 자격증 과정 등록 비율도 42%로 2019년과 비교해 12%포인트 늘었다. 전 세계로 범위를 넓혀도 경향은 비슷하다. 마지온칼다 CEO는 "대학 교육은 더 많은 여성이 경제적 독립을 이루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길"이라며 "여성의 교육 접근성 확대가 성별 임금 격차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크가 발달하면서 이따금 '대학 진학 무용론'도 제기된다. 수만 달러씩 내며 대학교에 가지 않아도 집 안에서 전 세계 명문대 수업을 들으며 지식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온칼다 CEO는 "온라인 교육과 대학은 양립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대학에선 기초교육을 받고 비판적 사고를 기를 수 있습니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공동체를 경험하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죠. 물론 캠퍼스를 떠나고 나서도 배움은 지속돼야 합니다."

 

 

< 출처 : 매일경제 >

:
Posted by sukji

 

 

노동 담당 기자가 추천하는  ‘일’과 ‘사람’을 다룬 신간들

 

1. 베테랑의 몸  / 희정 / 한겨레출판 / 정리 중

2.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서유미 외 / 문학동네 / 정리 중

3.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세라 자페 / 현암사 / 정리 중

4. 디지털 팩토리 / 모리츠 알텐리트 338.47004678A466dKㄱ / 사회실(3층)

 

 

 

조해람 기자

모처럼만의 황금 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휴식은 달콤하지만 연휴가 끝난 뒤 출근할 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쌓인 업무, 인간관계, 거래처들…. 아예 연휴 기간에 출근하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저도 연휴 중 하루는 당직근무가 예정돼 있답니다.

저는 작년부터 노동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노동 분야를 취재하다 보면 가끔, ‘일이 뭐길래 우리를 이렇게 힘들게 할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누군가와 ‘일’이라거나 ‘출근’ 같은 주제로 대화를 했을 때, 행복한 웃음보다는 한숨을 들은 경험이 저는 훨씬 많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우리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계약’을 맺은 것 뿐인데, 왜 항상 몸과 마음이 어딘가 짓눌린 듯 힘겹게 살게 되는 걸까요. ‘노동은 신성한 것’이라고 배워 왔는데 내 현실은 왜 이럴까요.

간단히 답을 찾기는 어렵겠지만, 생각할 거리를 함께 나눌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연휴를 맞아 최근 인상깊게 읽은 노동 관련 신간들을 소개합니다. 일하는 모든 이들의 고민을 어루만지고, 우리의 노동은 왜 이렇게 됐고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짚어보고, ‘나’를 넘어 ‘우리’를 생각하게 하는 책들입니다. 올해 하반기 나온 신간들로 추렸습니다.

#1 ‘베테랑의 몸’ 희정(글)·최형락(사진) | 한겨레출판

 

조해람 기자

 

“저 자세를 안다. 오랜 시간 한자리에서 일한 사람만의 태가 있다.”

 

일이 몸에 붙고, 몸이 일을 닮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평생 한 가지 노동을 꾸준히 해 온 ‘베테랑’들입니다. 이들에게 일은 나와 뗄 수 없는 무엇, 긍지, 자부심, 때로는 아픔, 결국에는 ‘삶’과 동의어가 됩니다. ‘베테랑의 몸’은 노동 현장에서 삶의 잔뼈가 굵어진 장인 12명의 인터뷰 모음집입니다.

어떤 이들은 ‘베테랑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어떤 이들은 손부터 내젓습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자신의 일에 대해 말할 때면 아이처럼 눈을 빛냅니다. 제철 식자재를 보면 어떤 요리를 해줄지 생각만으로도 즐겁다는 조리사 하영숙, 보이지도 않는 바닷속 바위의 위치를 ‘감’으로 찾아 그물을 내리면 늘 틀림이 없는 어부 박명순·염순애 부부, 아흔 평생 수많은 신문과 책을 찍어온 1934년생 식자공 권용국까지. 덤덤하지만 누구보다 단단한 장인들의 자부심에서는 도를 닦는 구도자의 자세까지 읽힙니다.

베테랑들에게 늘 ‘일의 기쁨’만 있는 건 아닙니다. 세신사 조윤주는 IMF 사태에 회사가 망한 뒤 청소·간병 등 “여자 일자리”를 전전했고, 끼니도 거르며 그림을 그리던 일러스트레이터 전포롱은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사회가 말하는 ‘예쁜 몸’을 그리지 못해 파스텔을 놓았습니다. 고층빌딩 외벽을 타고 하늘을 누비는 로프공 김영탁의 걱정은 ‘남의 방충망을 잘못 밟아 물어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베테랑들은 역시, 쓰러지지 않습니다. 장인으로서의 자부심과 타인과의 연대를 두 다리로 삼아 다시 일어납니다. ‘믿을 건 내 기술뿐’이라는 마음으로 살던 32년차 세공사 김세모는 이제 “베테랑은 내가 아니라 우리가 일한다는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일러스트레이터 전포롱과 같은 고민에 빠졌던 배우 황은후는 이제 자신의 몸을 ‘어떤 배역이든 생명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터’로 연마합니다. 타인의 노동을 대상화하거나 낭만화하지 않고 그대로 존중하는 희정의 문장이 따뜻하고, 최형락의 감각적인 사진으로 눈이 즐겁습니다.

 

▶ 책 속으로

“여기에 한 번 그물을 던졌는데, 안 잡힌다고 계속 자리를 이동하면 안 돼요. 물때가 맞으면 고기들은 와요. 사람은 거짓말해도 고기는 거짓말 안 해. 언제고 와. 끝까지 참고 기다리면. 몇 번 해 보고 포기하는 사람은 안 돼. 못 잡아.”(어부 박명순·염순애, 121p)

세신사가 빨간색이나 검정색의 속옷을 입는 이유가 있었다. “눈에 잘 띄어야 손님이 다가오기 쉽잖아요.” 영업 전략이었다.…(중략)…강해 보인다거나 촌스럽다거나 화려하다거나, 그런 한가한 감상은 들어올 자리가 없는 작업복이었던 게다. (세신사 조윤주, 223p)

주름진 손으로 돌같이 검은 활자를 차분히 쌓아 올리는 그를 보자니, 일터가 고요했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오롯한 집중. 어쩐지 그 모습이 기원을 품고 돌탑을 쌓는 것만 같았다. 차곡차곡 쌓아올려 완성을 이룬다. 세월의 풍파에 다소 허물어질지라도.(식자공 권용국, 361p)

 

 

#2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서유미 외 | 문학동네

 

조해람 기자

 

“세상을 구하는 것도 아니고 지구를 지키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일하는 게 힘들까?”

 

우리 사회의 ‘먹고사는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뤄보자며 소설가들이 뭉쳤습니다. 소설 ‘표백’과 여러 번의 방송 출연으로 대중에게 친숙한 장강명 작가의 제안이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사실적으로 그리는 한국소설이 드물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한 11명의 작가들은 ‘월급사실주의’라는 이름으로 동인을 결성했습니다. 이런 규칙도 세웠습니다. “한국 사회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다.” “당대 현장을 다룬다” “발품을 팔아 사실적으로 쓴다”….

소설가들은 우리 사회 구석구석의 노동을 예리한 눈으로 꼼꼼히 포착했습니다. 식품 공장 여성 노동자들(김의경 ‘순간접착제’), 먹고살기 위해 설계 비위를 저지르는 건설현장 소장(임성순 ‘기초를 닦습니다’), 코로나19로 구조조정에 내몰린 여행사 직원들(장강명 ‘간장에 독’)까지. 11편의 단편은 너무나 현실적인 오늘날 ‘나’와 ‘너’의 이야기들입니다.

변화하는 시대상에도 예민하게 반응했습니다. ‘플랫폼’이라는 이름 아래 점점 쪼개지고 녹아내리는 노동시장이 고스란히 반영됐습니다. 월급사실주의 동인은 “비정규직 근무, 자영업,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노동은 물론 가사, 구직 학습도 우리 시대의 노동”이라고 말합니다. 배달노동과 상하차를 전전하는 청년(주원규 ‘카스트 에이지’), 아파트와 아파트를 바삐 오가는 청년 여성 학습지 교사와 그를 바라보며 과거 같은 일을 했던 경험을 떠올리는 또다른 여성(서유미 ‘밤의 벤치’)의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의 노동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다른 이들의 처지에 가닿습니다. 그렇게 ‘나’를 넘어 ‘너’를, ‘우리’를 생각하게 되는 게 이야기의 힘입니다. 점점 쪼개지고 있는 오늘날의 사회는 ‘다른 위치’에 선 이들의 얼굴을 종종 잊게 만듭니다. 11편의 단편소설을 건너고 건너다 보면, 우리가 잊고 있던 감각을 다시 떠올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 책 속으로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몇몇 천재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부동산에 매겨지는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는데 성실한 노동의 가치는 추락한다.…(중략)…나는 저 현상들의 한가운데 있으며 그 현상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원인도 모르고 대책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알고, 그 고통에 대해서는 쓸 수 있다.(장강명 ‘기획의 말을 대신하여’ 11p)

그러면 다시 묻겠지. 오늘도 오후 세시에 지하철 2호선에서 나갈 자신이 있냐고, 오토바이에 올라타 돈 벌 자신 있냐고…(중략)…끝으로 하나만 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내 지겨운 스무 살, 사과받지 않고도 살아갈 자신 있냐고.(주원규 ‘카스트 에이지’, 271p)

“근데 제가 부품처럼 느껴져요. 일이 년에 한 번씩 교체되는 부품이요. 여길 떠날 때쯤 제가 얼마나 마모되어 있을지 모르겠어요.”

“……부품이 나빠?” (지영 ‘오늘의 이슈’, 287p)

 

#3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세라 자페 | 이재득 역 | 현암사

 

조해람 기자

 

“우리는 왜 열심히 일할수록 더 지치고 외로워질까.”

올해 초 온라인에는 ‘누칼협(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떠돌았습니다. 누군가 직장생활의 힘듦을 토로하면 ‘누가 그 일 하라고 칼 들고 협박했냐’고 빈정대는 식이죠. 그런데 ‘누칼협’이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말일까요? 사실 우리는 예전부터 비슷한 말을 들어 왔습니다. ‘네가 좋아서 하는 일이잖아’ ‘네가 선택한 일이잖아’…. 나는 힘들어 죽겠는데 세상은 ‘네 일을 사랑하라’며 꾹 참으라고 합니다. 이런 경험, 다들 있지 않나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세라 자페는 ‘네 일을 사랑하라’는 현대사회의 계율을 ‘만들어진 신화’라고 단언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일을 사랑해야 한다’같은 미사여구는, 결국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착취하도록 몰아넣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자페 스스로도 이 ‘사랑하는 일’ 이데올로기에 붙잡힌 처지를 고백합니다. “난 오늘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장장 12시간을 보냈다. 현재 시각 오후 8시. 전자레인지에 데운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수프를 먹으며 꽤 잘 쓴 내 글을 보고 흡족해하고 있다.”

10명의 직장인을 만난 자페는 1부에서 가정주부·가사도우미·교사 같은 돌봄노동자 이야기에 집중합니다. 주로 여성이 많이 일하는 직군인데요. 자페는 사회가 여성들에게 ‘사랑과 돌봄은 여성의 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고된 노동을 강요했다고 폭로합니다. 우리가 아는 ‘가족’이란 자본주의의 존립을 위해 근래 등장한 시스템이며, 이를 지탱하기 위한 돌봄·요리 등을 여성에게 ‘몰빵’했다는 겁니다.

‘즐기는 일’을 다룬 2부에서는 예술가·운동선수부터 프로그래머, 시간강사, 인턴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건강이 상하는 줄 알면서도 밤을 새우는 프로그래머, 무급으로 인턴들을 착취하면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동경과 희망고문을 자행하는 기업들의 모습을 고발합니다. 이 함정에 탈출구가 있을까요. 자페는 일에 대한 ‘만들어진 사랑’ 대신, 함께 노동하는 내 옆의 사람을 향한 사랑을 시작하자고 제안합니다.

▶ 책 속으로

일은 절대로 당신을 사랑해주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일터에서 행복해야 한다는 강요는 늘 일하는 사람에게 감정 노동을 요구한다. 일에 무슨 감정이 있단 말인가.(‘일하러 오신 걸 환영합니다’ 26p)

다시 말해 교사들은 아마도 최고의 사랑 노동자들인 듯하다. 예산을 줄여야 할 때면 그 줄어든 범위 내에서 더 많은 일을 해내라는 기대를 받으면서도, 그런 예산 삭감으로 문제가 생기면 비난을 떠안는 것도 교사들이다.(‘사명감이라는 이름으로: 교사’ 127p)

밤늦게 일하는 사무실은 파티 같기도 하고 뭔가 중요한 일에 다 함께 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지배한다. 스튜디오 고보의 홈페이지에는 또 이런 내용이 있다. “재미가 저희가 하는 일의 핵심입니다. 우리는 재밌는 게임을 만들려면 게임을 만드는 일도 재밌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재밌다는 분위기는 윗선에서 직접 압박을 주지 않아도 매일 더 오래 일하도록 직원들을 가두기 위한 계획에 불과하다.(‘좋아하는 일이니까 다 괜찮지는 않습니다: 프로그래머’ 367p)

#4 ‘디지털 팩토리’ 모리츠 알텐리트 | 권오성·오민규 역 | 숨쉬는책공장

 

 

조해람 기자

 

“플랫폼은 오늘날 디지털 자본주의의 전형적인 공장이 될지도 모른다.”

 

먼 훗날 한 화가가 2023년 한국의 도시 풍경을 스케치한다면 무엇을 떠올리며 그림을 그릴까요? 저라면 ‘쿠팡 트럭’과 ‘배달의민족 라이더’를 꼭 그려넣을 것 같습니다. 어느덧 도시 풍경의 일부가 된 이들은 플랫폼에서 일감을 구하는 전형적인 ‘플랫폼 노동자’입니다. 오늘날 플랫폼 노동은 물류·배달은 물론 IT, 돌봄노동, 문화예술,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거대한 ‘공장’으로 대표되던 자본주의는 새 시대를 맞는 걸까요? 많은 플랫폼 기업들이 광고하듯 우리는 드디어 자유롭게 일감과 노동시간·장소를 선택할 수 있는 유토피아에 진입한 걸까요? ‘긱 이코노미’ 시대의 노동을 오래 연구해 온 모리츠 알텐리트는 절대 아니라고 말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이르러 공장은 ‘공장 건물’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집과 동네 같은 시공간 전체로 확장됐다는 겁니다.

알텐리트는 아마존 같은 물류센터에서 시작해 전 지구의 플랫폼 노동 현장을 하나씩 해부합니다. 디지털·자동화라는 환상 뒤에 가려진 ‘진짜 노동’의 현실입니다. 하루 종일 서양의 게임 유저들에게 팔 아이템을 ‘파밍’하는 중국의 ‘골드 파머’들, 오류를 찾기 위해 수만 번의 클릭을 반복하는 게임 테스터들, 전 지구에 퍼진 재택근무 노동자들과 SNS 유해 콘텐츠 모니터링 요원들의 사례를 저자는 날카롭게 분석합니다.

알텐리트가 발견한 것은 공장 시대의 통제·감시가 일상 속으로 파고든 모습입니다. 플랫폼 기업들이 비공개 알고리즘으로 노동자의 발걸음 하나까지 통제하면서, ‘유연한 고용’을 악용해 노동자에 대한 책임은 피하는 현실이 드러납니다. 옮긴이의 말을 빌리면, 책은 “공장제도에 근거한 노동법은 낡았다”는 자본의 주장에 “온 세상이 공장이 됐다”고 반박합니다.

저자는 자동화에 대한 사회적 질문과 대안적 비전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우리 사회는 어떤 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분명한 건 ‘플랫폼’을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의 노동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 책 속으로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다른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피커에게는 시간당 60~180건의 피킹에 대한 명확한 성과 목표가 부여된다. “일단 목표에 도달하면 이튿날이나 다음 시간에는 거의 항상 목표가 더 높아집니다. 한 번은 상사에게 물어봤더니 스포츠맨답게 행동하라고 하더군요.” (‘글로벌 공장’ 79p)

불만이나 문제가 발생하면 아마존은 정규직보다 훨씬 쉽게 독립계약자를 해고할 수 있으며, 이를 긱 경제 전반에 걸쳐 노동자에 대한 징계 수단으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노동자가 고객 불만을 피하고 고객과 플랫폼을 만족시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며, 높은 평가 등급을 받아서 더 많은 일감을 얻으려 하고, 긱 경제에서 해고 통지서나 다름없는 계정 정지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만들 수 있다.(‘글로벌 공장’ 110p)

분산된 노동자를 분해, 표준화, 감시를 통해 조직화하는 디지털 기술의 가능성이 크라우드워크의 중요한 측면 중 하나이지만, 특정한 계약 및 임금 형태를 통해 구현되는 급진적인 유연성도 또다른 측면을 보여준다.…(중략)…작업자를 규제하는 계약 방식은 최대한 유연성을 촉진하고 플랫폼이 작업자에 대한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분산된 공장: 크라우드워크’ 198~199p)

 

< 출처 : 경향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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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

 

 

열 '비서' 안 부러운 AI 서비스,  개인별 맞춤 정보 제공 

 

일일이 자료를 검색하고 정리하던 지난날과는 이별할 때가 왔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개인별 맞춤 정보를 제공하고 작업 시간을 단축해주는 플랫폼이 생활 곳곳을 파고드는 중이다.

 

 

 

챗봇과 대화하듯 검색하는 재미 바드(Bard)

구글에서 오픈AI의 챗GPT에 대항해 선보인 바드는 이용자 질문에 답변하거나 시·소설 같은 창작 활동도 가능한 거대 언어 모델 기반의 생성 AI 서비스다. 질문에 따라 조금씩 다른 3가지 답변을 제시하기도 하고, 부족한 부분은 챗봇과 대화하듯 다시 검색을 이어가는 재미가 있다. 바드 화면에서 바로 구글 검색이 가능하며, 파이썬(Python), 자바(Java), C++ 등 프로그래밍 언어를 통한 코딩 작업 기능도 갖췄다. 또 현재 바드에서 작성된 글을 Gmail로 바로 보내거나 표를 만들어 구글 시트로 내보내기, 문서로 내보내 구글 드라이브에 저장하기가 가능하다. 향후 다른 구글 서비스와 더 연계된다면 보다 쓰임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챗GPT와 비교하면 바드가 좀 더 최신 정보를 다루는 경향이 있다. 특히 한국어를 지원하는 부분이 매력적이다. 다만 아직 시험 단계라 사실 전달이 중요한 글은 크로스체크가 필수다. 특정 데이터 세트의 패턴을 학습한 다음 새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생성 AI의 특성상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생성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드에 사용 팁을 물어보니 “질문을 명확하고 간결하면서도 구체적으로 해달라”며 “바드는 아직 개발 중인 모델이기 때문에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고 답했다. 또 한국어보다 영어에 더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어 영어로 질문하면 답변 내용이 더 풍부해질 수 있고 영어 답변으로 이미지를 받아볼 수도 있다.

문맥을 파악한 자연스러운 번역체 딥플(DeepL)

독일 회사에서 만든 AI 번역 서비스다. 한국어를 포함한 31개 언어를 번역할 수 있는데, 영어의 경우 미국식과 영국식으로 구분해 요청한 대로 번역해준다.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번역기’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만큼 구글 번역기나 파파고보다 한글 번역체가 자연스럽다는 평가다. 구글 번역기나 파파고가 문자 그대로 직역한다면 딥플은 문맥을 이해하고 매끄럽게 다듬은 느낌이 든다. 영어 작문을 할 때도 틀린 문법을 고쳐주는 것은 물론 여러 어조의 대안을 제시한다. 이미지 인식을 통한 번역이나 PDF, 워드(docx), 파워포인트 등으로 작성된 문서 파일을 통째로 번역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무료 버전은 한 번에 번역할 수 있는 길이가 5000자로 제한된다. 긴 글을 번역하거나 사이트 전체 번역이 필요한 경우 유료 버전을 활용해야 하지만 국내에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딥플에 문의하니 조만간 출시 예정이라고 한다.

알아서 척척 텍스트와 이미지 생성까지 캔바(Canva)

‘캔버스’에서 이름을 따온 캔바는 50만 개 이상의 무료 템플릿을 기반으로 초보도 손쉽게 영상이나 파워포인트 발표 자료, 그래픽, 인쇄물, 애니메이션 등을 만들 수 있는 디자인 플랫폼이다. 이미 1억 명 이상이 사용할 만큼 편리하기로 이름난 프로그램으로 지난해부터 10가지 AI 기반 기능이 추가됐다.

특히 만들고 싶은 이미지를 텍스트로 자세히 입력하면 해당 이미지를 생성해주는 ‘Text to Image’와 5가지 이상의 단어를 사용해 요청 사항을 전달하면 순식간에 글로 완성해주는 ‘Magic Write’ 기능은 작업 시간을 줄이고 아이디어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 사용하려는 이미지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브러시로 칠하고 텍스트로 설명하면 알아서 이미지를 구현해주는 ‘Magic Edit’ 기능, 작업물 자체에서 바로 번역해주는 기능도 쏠쏠하다. AI 기능 중에는 아예 유료인 프로 버전에서만 사용할 수 있거나 무료 이용 횟수에 제한을 둔 것도 있다. 프로 구독료는 월 1만4000원이며, 30일 무료 사용 후 구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AI 추천 컷으로 손쉬워진 일상 기록 픽스픽스(Pickspix)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아이의 성장사를 기록하고 싶은 마음에, 여행 가서 남는 건 사진뿐이란 생각에 열심히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지만 딱 그때뿐이다. 막상 찍고 나면 생각만큼 잘 들여다보지 않는다. 그렇게 쌓인 사진이 휴대폰 갤러리에 수천 장이다 보니 정작 보고 싶을 때, 필요할 때는 찾기가 쉽지 않다. 픽스픽스는 이러한 귀차니스트들을 위해 탄생한 사진 정리 서비스다. 사진 정리가 필요한 대상을 정해 얼굴이 잘 보이는 정면 사진을 등록해놓으면 AI 인물 인식 기술을 통해 베스트 컷만 간추려 날짜별로 정돈해준다. 매월 AI가 1장씩 1년에 12장을 골라 모아놓은 연간 베스트 목록과 주제별 앨범 만들기 서비스도 제공한다.

직접 사용해보니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갤러리를 바로 정리해주는 게 아니라 일단 앱에 업로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무료로 업로드할 사진 개수가 한정되어 있다. 처음 가입할 때 500포인트를 제공하는데, 1포인트당 사진 1장을 업로드할 수 있다. 이후 더 많은 사진을 업로드하거나 만든 앨범을 실물로 소장하고 싶을 경우 추가 비용이 든다.

AI 도구 정보를 한자리에 퓨처피디아(Futurepedia)

퓨처피디아는 엄밀히 말하면 AI를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는 아니다. 하지만 보다 편한 AI 서비스를 찾아 정보의 바다를 헤맨 경험이 있다면 일종의 ‘AI 도구 백화점’인 퓨처피디아 사이트(futurepedia.io)부터 방문해볼 것. 7월 중순 기준 약 4100여 개의 AI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으며, 내게 필요한 앱을 직접 검색하거나 최신순, 인기순으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어떤 기능을 제공하는지부터 서비스 이용료, 사용자 평가, 현재 인기 순위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퓨처피디아 안에서 바로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연계해 편리성을 높였다. 회원 가입을 하지 않고도 이용이 가능하나 가입한 후 사용하면 얻는 게 더 많다. 54개의 카테고리를 둘러보다 마음에 드는 서비스를 즐겨찾기 해둘 수 있고, 업데이트되는 AI 앱에 대한 최신 소식을 메일로 받아볼 수도 있다. 회원 가입 비용은 무료다.

단, 퓨처피디아 자체에서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을뿐더러 소개하는 AI 도구들 역시 외국 기업에서 만든 서비스가 대부분이다. 영어 울렁증이 있다면 전체 페이지 번역기의 도움을 받기를 권한다.

 

 

< 출처 : 여성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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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