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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누구나 8개 국어 배울 수 있다

 

메타·구글 사로잡은 라틴어… 한국어와 영어 섞어 노래 가사 쓰는 K팝

 

창의성에 대한 지독한 관심은 미술 창작 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에서 시작됐다. ‘화가처럼 생각하기’라는 책에서 설명했듯이, 그림을 그려 전시회를 여러 번 할 정도로 발전해도 부족한 점이 있었다. 현대미술은 시각철학으로 불릴 만큼 일반인에게는 난해해 보인다. 현대미술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미술사, 미술평론 책을 많이 읽고 평론가 입장에서 글도 썼다. 그 결과 이강소, 김종학 같은 화가들에 대한 평론을 쓸 기회도 주어졌다.

이탈리아어가 준 즐거움

 

이 노력의 또 다른 결론은 철학 공부였다. 철학책을 잔뜩 읽었지만 좀처럼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었다. 특히 서양 고전을 번역본으로 읽다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번역이 잘된 책이라도 이해가 쉽지 않다. 필자는 번역본을 읽고 이해가 안 되면 거꾸로 영어책을 읽는다.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으면 독일어, 라틴어 등 원조 언어로 읽어본다. 능통하게 읽을 만한 실력은 아니지만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으로 유학을 간 사람들은 언어 장벽 탓에 무척 고생한다. 15년 전 아무리 노력해도 영어를 완벽하게 하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차라리 해보고 싶었던 언어를 다 배워보자’는 발칙한 생각을 했다. 차라리 남들이 배우지 않는 언어를 배우자. 만주어, 폴란드어, 벵골어, 스와힐리어는 어떤가.
한국 사회는 너무 실용성 중심으로 흘러간다. 국제공용어는 영어지만 중국어와 일본어, 스페인어도 매우 쓸모가 있다. 실용적 측면을 철저히 배격하고 배우고 싶던 언어를 배워보기로 마음먹으니 이탈리아어가 눈에 들어왔다. 당시 갖고 있던 우울증이 치유될 정도로 명랑하면서도 깊은 의미를 가진 언어였다. 덕분에 오페라 아리아도 쉽게 이해하고 단테의 신곡도 부분적으로 읽을 수 있게 됐다. 이후 프랑스어와 독일어도 공부했다.

철학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면서 아예 서양 문물의 뿌리이자 지식인들의 국제어인 라틴어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우연히 읽은 것이 계기였다. 당시 사람들이 ‘에티카’를 몇 년씩 강독하면서도 왜 라틴어를 배우지 않고 번역본과 씨름할까 생각했다. 라틴어는 정말 어려웠지만 5년 정도 버티면서 배웠다.

라틴어 문법은 무척이나 논리적이고 아름답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가 고등학생 때 제일 열심히 공부한 것이 라틴어다. 구글은 라틴어 능통자를 우대 채용한다. 라틴어를 알면 번역 프로그램을 짜는 데 도움이 된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과거에 실용성이 없다고 버렸던 것들이 되살아날 수 있다. 라틴어는 비현실적으로 어려운 언어지만 배우고 나면 정말 머리가 똑똑해진다. 이상적인 학교 다빈치스쿨에서는 라틴어와 한문을 동시에 배운다. 두 언어는 과거 동서양의 국제어이기도 했다.


필자가 지적 도전을 위해 학생들에게 권하는 것은 영어·독일어·네덜란드어 1그룹, 라틴어·프랑스어·이탈리아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 2그룹, 한문·중국어·일본어 3그룹, 고전그리스어(헬라어)·히브리어·산스크리트어·팔리어 4그룹이다. 모두 중급 수준까지 배워야 하고 1~2개는 고급 수준까지 추구한다. 좀 더 가벼운 접근 방법은 로망스어군을 먼저 배우는 것이다.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프랑스어를 원하는 순서대로 배우면 된다(표 참조).

인공지능(AI) 시대에 접어들어 다양한 나라의 언어를 배우기가 수월해졌다. [GETTYIMAGES]

 

지금은 외국어를 배우기에 무척 좋은 시대다. 모르는 단어는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되고, 구글 번역기나 네이버 파파고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홍대 앞에서는 번역기를 사용해 외국인 친구와 데이트하는 젊은이들을 볼 수 있다. 기본 문법과 500개 단어 정도만 알면 좀 더 깊은 소통이 가능하다. ‘감사하다’ ‘좋다’ ‘기쁘다’ ‘멋지다’ 같은 기본 표현 50개를 숙지한 뒤 번역기를 사용하면 상대에게 감정 전달이 가능하다는 것이 놀랍다.

김재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민대 경상대학장, 국민대 도서관장과 박물관장, 한국예술경영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민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를 지내고 있다.

 

 

< 출처 : 동아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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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