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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몰입 경험 중요해…뇌 정교한 ‘연결망’ 만들어” 

‘읽기 뇌’ 분야 세계적 연구자 메리앤 울프 인터뷰

 

독서가 깊어질수록 두뇌의 복잡한 회로와 신호 네트워크는 더욱 강력하고 정교해진다. 게티이미지뱅크

 

 

‘독서’가 부활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한국 출판계가 오랜만에 활기를 띠고 있다. 독서 열풍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영국에서는 6억6900만 권의 종이책이 판매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독서는 섹시하다’(Reading is sexy)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종이책 열풍을 다뤘다. 또한 뉴욕타임스 등 외신도 미국에서 ‘독서 파티’가 새로운 사회적 커뮤니티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깊이 읽는 경험이 정교한 뇌 회로 형성

 

독서에 대한 찬사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독서는 인간의 지적 능력을 키우는 최고의 방법으로 칭송받아왔다. 읽기 뇌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이자 인지신경학자인 메리앤 울프는 한겨레와의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독서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으로, 인간의 인지 발달을 변화시켜 사고 능력을 확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책 읽는 뇌’ ‘다시 책으로’ 등의 저서로 유명한 울프는 디지털 기기의 확산으로 인해 책에 몰입하는 경험이 줄어들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주의 집중과 깊이 있는 사고를 저해한다고 우려했다.

 

정말 짧은 시간 “다중적·동시적 뇌 자극”

 

많은 이가 독서를 자연스러운 활동이라고 생각하지만, 읽기는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능력이 아니라 배워야 습득할 수 있다. 울프는 “새로운 것을 배울 때마다 뇌 속에 있는 신경세포는 새로운 연결과 경로를 만들어내는 뇌의 가소성 덕분에 독서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책을 읽을 때마다 뇌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짧은 시간 안에 다중적이고 동시다발적인 활동을 한다. 글자를 보고, 의미를 이해하며, 문맥을 파악하고, 감정과 상상력을 동원해 이야기를 그려낸다. 이 과정에서 뇌의 여러 영역이 협력하고 새로운 신경 회로가 형성되거나 강화된다. 대표적으로 독서에 관여하는 뇌 영역으로는 시각피질, 측두엽, 브로카 영역, 각회, 상각회, 그리고 백질 경로가 있다. 이들 영역은 시각적 인식, 음운 인식, 문법적 이해 등을 담당하며, 서로 협력해 독해 과정을 원활하게 한다. 울프는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사람의 뇌 안에 이미 생리적, 인지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났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읽기 뇌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이자 인지신경학자인 메리언 울프는 한겨레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몰입해서 읽는 독서는 뇌의 비판적 사고 능력을 향상시켜준다고 강조했다. 로드 시어시 제공

 

알던 정보와 새 정보를 연계해  ‘추론 능력 키워’

 

독서의 효과를 연구한 과학자들은 뇌의 복잡한 회로와 신호 네트워크가 독서 능력과 관련이 깊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독서가 성숙할수록 이 네트워크는 더욱 강력하고 정교해진다. 2013년 미국 에머리대학 연구팀은 소설 읽기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기능적 뇌 자기공명영상’(fMRI) 스캔을 사용했으며, 독서 뒤 며칠 동안도 뇌 연결성이 증가하는 현상을 관찰했다. 9일간 소설을 읽었던 연구 참가자들의 뇌는 이야기가 긴장감 있게 전개될수록 여러 영역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움직임과 통증 같은 신체 감각에 반응하는 뇌의 일부인 ‘체성감각 피질’의 변화가 활발했다.

 

울프는 특히 몰입해서 읽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몰입해서 독서할 경우 우리의 뇌는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복잡하고 정교한 회로를 만들어낸다”며 “몰입 독서의 경험을 통해 독자는 글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이를 통해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알고 있던 정보와 새로운 정보를 연계하거나 표면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내용을 추론하는 등, 글과 독자가 풍부한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가 독서에 대해 ‘저자의 지혜를 넘어 우리의 것을 발견한다’고 말했듯이, 몰입 독서를 통해 자신을 성찰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디지털 시대에 책 읽기 중요성 더욱 커져

 

울프는 디지털 기기 확산에 대한 우려도 밝혔다. 최근 확산하는 디지털 기기에서의 읽기는 짧고 빠른 정보 처리에 적합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속도와 효율성만 부각되기 때문이다. 울프는 “이런 환경에서 독자들이 깊이 읽기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할애하지 못하고, 글을 빠르게 스캔하고 넘기는 경향이 생긴다. 이는 독서의 깊이를 얕게 만들 수 있다”며 “이런 피상적 읽기 방식이 지속되면 ‘정교한 뇌 회로의 발달’이 저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우,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이 많아질수록 집중력은 더 떨어지고 성적도 하락할 수 있다. 올해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실린 싱가포르의 새 연구에 따르면, 0~8살 아이들이 디지털에 많이 노출될수록 학교에서의 집중력과 성적이 더 나빠진다.

 

지난해 스페인 발렌시아대학의 리디아 알타무라 연구팀은 2000년부터 2022년까지의 디지털 독서와 종이책 독서의 효과를 비교한 선행 연구들을 메타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30개국에서 47만 명이 참여한 25편의 연구를 기반으로 했다. 분석 결과, 종이책 독서가 디지털 독서보다 독해력 향상에 더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경우, 디지털 독서는 오히려 독해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고등학생과 대학생은 디지털 독서와 독해력 사이에 약간의 긍정적 연관성을 보였지만 그 효과는 미미했다. 연구팀은 종이책 독서가 디지털 독서보다 독해력을 6~8배 더 효과적으로 높인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디지털 기기가 주의를 산만하게 하고, 온라인 글들이 어휘나 내용 면에서 종이책에 비해 미흡한 점이 독해력 향상을 방해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디지털 독서를 자주 하는 아이들은 학문적인 어휘 발달이 더딜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따라서 연구진은 디지털 독서가 완전히 부정적이지는 않지만, 종이책 독서만큼의 장점을 제공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울프 박사는 또한 한국 문화에서 두드러지는 예술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해서 매우 기쁘다”면서 “문학뿐만 아니라 음악, 드라마, 영화, 춤 등 많은 분야에서 한국은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예술 중시 흐름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깊이 있는 독서는 마음과 예술 모두를 풍요롭게 만든다. 또한 공감과 성찰을 키우고, 철학자 한병철이 논한 ‘머무르는 사유’를 가능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울프는 비판적 사고와 관점을 키우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독서가 필수라면서 “기본적으로 깊이 있는 독서 과정을 완전히 학습할 때까지는 인쇄물로 읽는 것이 중요하며, 이 과정을 신중하게 디지털 등 다른 매체로 ‘전이’시키기 위해서는 잘 훈련된 교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프로그래밍과 코딩을 배우는 과정은 디지털 기기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지만, 소셜미디어 등에서처럼 이러한 디지털 기기들이 학습 과정에 전면적으로 도입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 출처 : 한겨레신문 >

:
Posted by sukji

 

 

 

Z세대에게 ‘책 읽기=힙한 것’…2024 상반기 도서 이슈

 

성인 중 절반이 책 한 권을 읽지 않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관람객이 여행 가방(캐리어) 한 가득 책을 산 인증샷이 SNS상에서 화제가 되는 아이러니함이 공존한다. 이 같은 현상을 정의하는 ‘Z세대의 독서 이슈’와 함께, 올해 상반기 서점가를 휩쓴 베스트셀러 동향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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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책 읽지 않는 시대, 국제도서전은 흥행

 

올 초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에서 조금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지난 1년 동안(2022. 9. 1.~2023. 8. 31)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성인이 무려 57%나 된 것. 지난 1년간 종합 독서율은 성인 43%로,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종합 독서율 추이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종합독서량은 3.9권에 달했으며, 성인들은 독서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24.4%)라고 응답했고, 2위로는 ‘책 이외의 매체를 이용해서’(20.6%)가 뒤를 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와 상반된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지난 6월 26일부터 30일까지 닷새간 열린 ‘2024 서울국제도서전’ 이야기다. 제66회를 맞이한 ‘2024 서울국제도서전’은 ‘미래의 행복’을 찾기 위한 여정을 모색하자는 의미의 ‘후이늠’(『걸리버 여행기』 속 완벽한 세상으로 묘사되는 세상)으로 주제를 선정, 총 19개국 452개(국내 330개사, 해외 122개사)의 참가사가 전시, 부대행사, 강연 및 세미나, 현장 이벤트 등 450여 개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올해 도서전은 관람객 15만 명을 기록, 지난해 방문객(약 13만 명)보다 증가 추세를 보였다. 주말에는 입장 인원이 몰리며 대기 시간에만 1시간 정도가 소요됐다는 후기도 만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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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울국제도서전 풍경 (ⓒ허승주)

 

독서 인구의 감소, 출판계의 적자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이슈 속에서 서울국제도서전에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는 소식은 다소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는 풍경이다. 이번 도서전과 관련된 언론 보도 중 다음의 기사가 화제가 되었다. ‘인스타용이라도 좋다···서울국제도서전 역대급 흥행(출처: 24. 7. 3. 국민일보 박은주 기자·최다희 인턴기자)’이라는 헤드라인의 기사에서는 이번 도서전의 흥행을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했다. 젊은 세대의 인증 욕구에서 온 ‘보여주기식 문화’라는 점과, 젊은 사람들 사이에 비슷한 고민과 정서를 지닌 사람들의 연결 욕구가 투영됐다는 점, 그리고 이런 도서전이 출판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종합해보자면, 독서 인구가 줄어들며 출판시장 역시 쇠락해가고 있다고 보지만, 책,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텍스트(Text)와 관련된 사람들의 관심이 결코 적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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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주)
 

‘과시하면 어때?’ 독서도 Z세대에겐 ‘경험’이 된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듯하다. 태어나면서부터 인터넷과 전자 기기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Z세대가 등장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도서의 위기’는 매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항간에는 ‘디지털 환경의 포화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수단, 종이 책’에 대한 유행이 퍼져나가고 있는 현상상과, 애서가들 사이에선 ‘텍스트는 힙하다’는 표현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 2월 영국 「가디언」지는 Z세대 사이에 종이 책 판매 붐이 일고 있다며, Z세대 모델이자 독서 클럽 사이트를 운영 중인 카이아 거버(Kaia Gerber)의 인터뷰 문장을 인용했다. “책은 항상 내 인생의 큰 사랑이었고, 독서는 정말 섹시하다Reading is so sexy.”(-참고 기사: ‘Reading is so sexy’: gen Z turns to physical books and libraries, 24. 2. 9. The Guardian, Chloe Mac Donnell)

 

국내에서도 지난 한 해 2030세대 사이에서 도서 『도둑맞은 집중력』이 화제성을 얻은 바 있다. 책은 집중력 감퇴의 원인 중에는 독서 시간의 감소를 꼽으며, 소설 읽기를 통해 집중력을 회복하고 몰입할 기회를 얻는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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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울국제도서전 포스터

 

한편으론 국내외 주요 매체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과시적 독서’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셀럽이나 인플루언서들을 위시한 Z세대들이 북 클럽에 가입을 하고, 도서 필사 노트의 인증샷을 찍으며, 서점의 팝업 공간을 찾는 경험 자체를 즐기는 것처럼, 종이책과 독서를 일종의 힙한 문화처럼 여기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최근 기성 세대 사이에서도 ‘과시적 독서’에 대한 표현이 결코 부정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 역시 주목해볼 부분이다. 도서전에서 산 책을 읽지 않고 쌓아둔다는 지탄 어린 글보다도, 이렇게라도 책을 접하는 기회, 읽을 기회를 얻는 것이 점차 중요해지는 시대라는 것. 이 역시 도서와 독서의 ‘자연스러운 순환’의 일부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2024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한 출판사가 판매 부스 앞에 붙여 놓은 사진이 화제가 됐다.
‘Q 안 읽는 책을 사놓는 사람을 부르는 말은? 오답: 지적허영, 정답: 출판계의 빛과 소금’(-다산북스) SNS에서 밈(meme)으로 화제가 된 문구를 활용한 사진 등을 활용한 도서 홍보 문구는 MZ세대에게 화제가 되었고, 도서전은 약 15만 명이 관객을 모으며 흥행리에 마무리됐다.

 

키워드로 보는 2024 상반기 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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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Keyword#1 ‘구간(舊刊)이 명관’

 

교보문고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98년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로 사랑받은 『모순』(소설 1위)을 포함해, 소설 분야 30위 내에서 무려 11종이 출간한 지 10년이 되어가거나, 훌쩍 넘은 책들이 자리했다.

 

이는 지난해 『달러구트 꿈 백화점』, 『불편한 편의점』으로 신작 한국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거나, 『세이노의 가르침』 같이 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주목을 받은 것과는 다른 풍경이다. 2015년 출간한 『구의 증명』(소설 3위)은 독자들의 입소문과 추천으로 판매 역주행을 하며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했고, 『인간실격』(소설 6위), 『데미안』(소설 12위), 『노르웨이의 숲』(소설 23위)과 같이 오랫동안 소설 분야 순위권을 기록하는 도서들이 자리하는 등, 출간한 지 오래된 도서(구간)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교보문고는 2024년 상반기 판매 동향으로 ‘구간이 명관’이라는 키워드를 선정했고, 예스24 역시 ‘소설, 시, 희곡 분야에서 고전의 강세가 돋보였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구간 소설들 중 영화, 드라마, 유튜브, OTT 오리지널 시리즈 원작 소설로 화제가 되면서, 갑자기 역주행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사례도 있다. 시간을 거슬러 인기를 얻는 책들이 등장하며, 교보문고는 하반기 도서 시장에 절판된 지 오래된 도서들의 재개정판 출간 활동이 늘 것으로 분석했다.

 

Keyword#2 ‘철학적 사고’

 

교보문고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도서 판매 트렌드 중에서도 인문 분야가 신장, 특히 서양철학 관련 도서의 신장률은 125.8%에 달했다. 철학 분야에서 판매 비중도 58.6%나 차지했다. 지난해 -32.1% 하락세를 보였던 동양철학 관련 도서의 신장률은 상반기 16.4% 상승했다.

 

그중에서도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는 올해 시작부터 베스트셀러 1위 및 상위권을 유지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이후에도 ‘쇼펜하우어’ 키워드를 단 제목의 책들은 지난해 8종, 올해 상반기에만 13종이 출간되었고, 일부는 상위권에 오르는 등 책 속에 담긴 쇼펜하우어 인생철학을 추구하고자 하는 독자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다른 서양철학자들의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쇼펜하우어뿐만 아니라 니체, 마키아벨리, 플라톤, 칸트 순으로 상반기에 판매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양철학자 관련 도서 중에서는 『강신주의 장자수업』, 『오십에 읽는 장자』 등 장자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졌다.

 

Keyword#3 ‘핵인싸의 추천 도서’

 

도서『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가 2024년 상반기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했다. 해당 도서는 이동진 평론가의 추천 도서라는 점도 주목해볼 부분이다. 이동진 평론가는 오랫동안 도서 팟캐스트를 진행, 교양 예능프로그램을 통해서 다양한 도서를 추천해오며 애독가 팬덤을 형성해왔다. 그가 지난해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2023 올해의 책’으로 이 책을 꼽았는데, 연말에 감성과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에세이로 입소문을 타며 추천 이후 점점 더 인기를 얻었다.

 

이 밖에도 스타나, 인플루언서들이 선택한 도서들에 관심을 보이는 추세가 커지고 있다. 특히 Z세대 독자들은 최애 아이돌의 도서 리스트에 주목했는데, 팬 소통 플랫폼을 통해 방탄소년단 RM은 『언어의 무게』를, NCT 드림의 재민은 『자존감 수업』을 추천한 바 있다. 또 평소 다독가 아이돌로 유명한 르세라핌의 멤버 허윤진이 출국 길 공항에 책을 들고 오는 모습 등이 공개되며, ‘공항 책’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허윤진의 책 리스트에는 『Breasts and Eggs』(한국어판 『젖과 알』), 『올 어바웃 러브All about Love』, 『세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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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Keyword#4 ‘갓생 위한 자기계발’

 

경기침체와 고물가가 이어지며 현실을 반영하듯 자기계발, 외국어, 수험서 분야가 ‘갓생’의 열기를 이어갔다. 예스24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점가에 혜성처럼 등장한 『세이노의 가르침』이 예스24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위 및 자기계발 분야 1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도 부와 성공, 동기부여 관련 도서가 꾸준히 관심을 얻으며 종합 100위권 내 자기계발서 10권이 포진했다. 올 상반기 자기계발 관련 도서 신간으로는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나는 나의 스무 살을 가장 존중한다』 등이 주목받았고, 그 외 기존 베스트셀러 『퓨처 셀프』, 『역행자 확장판』, 스테디셀러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무삭제 완역본)』, 『원씽』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Keyword#5 ‘웰에이징과 노년의 삶‘

 

초고령화 시대를 앞두고 ‘노화’, ‘나이듦’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젊은층 사이에 ‘저속노화식단’, ‘감속노화법’ 등이 트렌드가 된 것처럼, 건강한 나이듦을 뜻하는 ‘웰에이징Well-aging’, 노년의 삶, 죽음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 도서가 관심을 받고 있다. 예스24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노화, 나이듦’ 관련서는 2023년 64종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31종이 출간됐다. 판매량 역시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68.7% 증가했다. 노년내과 전문의 정희원 교수의 『느리게 나이드는 습관』『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가 관련 도서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올랐다. 더불어 나이듦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조명하는 『오십, 나는 재미있게 살기도 했다』 등도 사랑받았다. 특히 기대 수명이 늘어나며 4050대가 새로운 시작,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재조명되면서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같이 ‘마흔’, ‘오십’ 등을 키워드로 한 인문서, 시, 에세이 관련 도서들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참고 자료: ‘교보문고 2024 상반기 결산’, ‘예스24 2024년 상반기 베스트셀러 트렌드 및 도서 판매 동향’, ‘알라딘 2024년 상반기 베스트셀러 총결산’

2024 상반기엔 어떤 도서들이 인기였을까?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서점 3사의 2024 상반기 베스트셀러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강용수 저 / 유노북스 펴냄) / 193 강66ㅁ  인문과학열람실(3층)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강용수 저 / 유노북스 펴냄)

 

쇼펜하우어는 40대를 인생의 분기점’이라고 말한다. 여러 위기들 가운데 ‘마음의 위기를 다스리는 철학 수업’이 공감을 얻은 것처럼, 그의 통찰이 현대인의 질문의 답이 되어준다.

 

『세이노의 가르침』 (세이노 저 / 데이원 펴냄) / 650.1 세69ㅅ  사회실(3층) 독서인증실(3층)

세이노의 가르침 (세이노 저 / 데이원 펴냄)

 

지난해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며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른 세이노의 가르침. ‘당신이 믿고 있는 것들에 No!를 외치고 제대로 살아가라’는 뜻을 담은 필명 ‘세이노(Say No)’처럼, 저자가 20여 년간 쌓아온 부와 성공에 대한 지혜를 아낌없이 들려준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 저 / 김희정·조현주 역 /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824.92 B858aKㅍ  인문과학열람실(3층)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 저 / 김희정·조현주 역 /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친형의 죽음 이후 뉴욕의 미술관에서 경비원으로 10년간 근무하게 된 저자 패트릭 브링리의 자전적 에세이다. 7만 평의 공간, 300만 점의 작품, 연 700만 명의 관람객들 사이에서 발견한 저자의 다시 일어설 용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아마존 40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미국, 영국 유수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lee.seungyeon@mk.co.kr)]

[사진 및 자료 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서울국제도서전,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각 출판사 /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 출처 : 매일경제 > 

:
Posted by sukji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 : 책을 왜 읽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다 / 김지원

028.1 김79ㅈ    인문과학열람실(3층)

 

 

책 소개

 

문해력 위기 시대? 문제는 문해력이 아니다.

책 읽는 사람이 줄며 사람들은 너무 쉽게 “요즘 사람들은 읽기를 싫어한다”라고 말하지만, 통계에 따르면 과거에 비해 글 읽는 시간이 짧아지지도, 읽은 글의 양이 줄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왜 ‘즐거운 읽기 경험’은 요원하고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을까?

책을 기반으로 한 인문교양 뉴스레터 ‘인스피아’ 발행인 김지원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간다. 우리는 지금 어떻게 읽고 있는가? 왜 즐겁게 읽지 못하고 있는가?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좋은’ 글이란 무엇일까? ‘좋은’ 글은 어디에 있는가? 고민 끝에 그가 찾은 해답은 책이다. 출처가 분명하고 저자가 명시된, 믿고 읽어도 될 만한 지식. 가치 있는 텍스트를 모은 방주. 광고의 방해ㆍ알고리즘의 개입이 없는 읽기 경험을 선사하는 도구가 책이니까. 그런 책을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활용하고 읽어야 할까?

무언가를 끝없이 읽고는 있지만 점점 읽기에 지쳐 가는 사람, 일상의 질문에 답이 되는 책을 찾아 더 제대로 읽어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재미나고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책이다.

 
 

출판사 서평

 

텍스트 홍수 시대 한 가운데서 읽을 수 있는ㆍ읽을 가치가 있는ㆍ읽는 재미있는 글을 찾아서

사람들은 지금을 “문해력 위기 시대”라고 합니다. 읽는 사람이 줄고, 읽고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요. 어휘력ㆍ집중력ㆍ사고력을 문제 삼고, 문해력 높이는 법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이 글을 잘 읽지 않는 것이 정말 문해력 문제일까요? 독자만의 탓일까요? 정말로 과거에 비해 글 읽는 시간, 읽는 글의 양이 줄어들었을까요?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이런 질문에서 시작하는 책입니다.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요즘 사람들도 읽기를 싫어하지 않는다고요. 사람들이 싫어하는 건 재미없는 글ㆍ가치 없는 글ㆍ어딘가에서 복사-붙여넣기 해 온 출처 없고 신뢰성 없는 글이며, 이런 글은 시대를 막론하고 환영받지 못했다고요. 그런데 지금 우리의 읽기 경험 대부분은 온라인에서 이루어집니다. 온라인에는 즐겁고 유익한 읽기를 방해하는 요소가 가득하지요. 원리를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의해 눈앞에 나타난 맥락 없는 글, 클릭을 유도하는 자극적인 제목이 달린 일명 낚시 글, 읽는 사이사이 어김없이 나타나는 달갑지 않은 광고, 출처 없는 통계, 근거 없는 주장. “풍요 속의 가난”이라는 말마따나 텍스트 생산량은 갈수록 늘고 읽을 만한 글 찾기는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저자는 텍스트가 그야말로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에 “읽을 수 있는(가독성)ㆍ읽을 가치가 있는(효용성)ㆍ읽는 재미(즐거움)가 있는” 글을 찾는 가장 쉬운 방법은 책을 집어 드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책은 적어도 출처가 있고, 저자가 명시된 만큼 믿고 읽어도 될 만한 지식이며, 광고의 방해ㆍ알고리즘의 개입이 없는 읽기 경험을 선사하니까요. 당장 필요한 정보가 있다고 해도 무가치한 텍스트 사이를 헤매며 끝없이 검색하기보다 도서관에서 가서 알맞은 책 한 권을 찾아 읽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여전히 책을 읽는 이유이지요. 시간이 곧 비용이라며 책 읽을 시간도 아껴야 한다는 사람들에게 그럼에도 책을 권하는 이유입니다.


책은 ‘당연히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의 가장 좋은 도구’

저자는 ‘읽는 재미’와 ‘한 끗 다르게 생각하는 재미’를 전하고자 2021년 책을 기반으로 한 뉴스레터 ‘인스피아’를 창간하고 지금까지 100편이 넘는 이메일을 발행했습니다. 신ㆍ구간을 막론하고 한 편에 적게는 2권 많게는 4권의 책을 묶어 다루면서, 혐오ㆍ노동ㆍ환경ㆍAIㆍ미디어 등의 주제를 다뤘지요. ‘진지한 긴 글’로 채워진 이 뉴스레터는 광고 한 번 없이 읽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순식간에 5천 명이 넘는 구독자를 불러들였고, 뉴스레터에서 소개한 구간이 다른 독자들에게 재발견ㆍ재평가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저자의 독서 방식이 설득력을 얻은 것은 무엇보다 책을 ‘무조건 좋은 것’ ‘당연히 읽어야 하는 것’으로 규정 짓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책 (읽기) 자체를 목적으로 삼은 것이 아니라, 선거법 개편ㆍ노키즈존ㆍ통화 스와프ㆍ비트코인 등 일상과 사회에서 마주하는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는 데 가장 좋은 도구로서 책을 선택한 것이지요. 문해력 부족을 지적받는 세대에게 책은 어쩌면 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책이 좋은 매체라는 것을 각각이 깨닫기 전에 독서 의무부터 주어지는 경우가 보통이었으니까요. 저자 역시 그 세대의 일원이었기에 ‘지금 내게 정말 필요한 책’을 알아보고 활용하는 방식을 새롭게 정립할 수밖에 없었고, 그가 발행한 뉴스레터는 바로 그 결과였기에 ‘좋은 글에 굶주려 있던 사람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즐거운 읽기 경험’이 사라져 버린 현재의 텍스트 생태계를 분석하고, 이 시대에 왜 책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 후에, 그런 책을 어떻게 하면 적소에 배치해 활용할 수 있는지 실리적인 독서법을 소개합니다. 무언가를 끝없이 읽고는 있지만 ‘좋은 글’에 닿지 못해 점점 읽기에 지쳐 가는 사람, ‘문해력 논란’이 왜 제기되었는지 바닥부터 살펴보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고 싶은 사람, 독서 권태기에 빠져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 일상의 질문에 답이 되는 책을 찾아 더 제대로 읽어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목차

 

들어가는 말 ─ 즐거운 읽기 경험이 사라진 시대


Ⅰ 잃어버린 즐거운 읽기 경험을 찾아서
1 사람들은 여전히 ‘좋은 글’을 찾는다
2 읽는 맛·읽을 가치 있는·읽을 수 있는 글
3 문제는 문해력이 아니다

Ⅱ 책은 [ ]다
4 책은 알고리즘의 대항이다
5 책은 원산지가 표시된 정보다
6 책은 가치 있는 텍스트를 모은 방주다
7 책은 다양한 읽기 경험을 돕는 도구다
8 책은 믿을 만한 지식의 지도다
9 책은 서문이 붙어 있는 글이다

Ⅲ 도구로서의 책 읽기
10 3무 독서법: 부담 없이·중심 없이·대책 없이 읽기
11 ‘좋은’ 책 불러오는 법: 일상의 질문에 답이 되는 책 찾기
12 인터뷰 독서법: 대화하듯 읽기
13 읽기와 쓰기를 연결하는 메모법: 독서 일기에서 서평까지
14 책이라는 기회: 책은 생각을 낚는 그물

나가는 말 ─ 읽기가 열어 주는 즐거운 소통, 환대의 세계

참고 문헌

 

 

< 내용 출처 : 교보문고 >

:
Posted by sukji

 

 

 

편집 만세 : 100%의 세계를 만드는 일 / 리베카 리

070.5 L479hKㅎ  인문과학열람실(3층)

 

 

책 소개

 

V 영국 펭귄 출판사 편집장이 말하는 ‘한 권의 세계를 만드는 일’
V 책의 탄생에 A부터 Z까지 관여하는 출판 전문가들의 유쾌한 직업 정신
V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 저자, 금정연 강력 추천!

백 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펭귄 출판사 편집장인 리베카 리,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까지 편집자의 손길을 거치는 출판 과정의 면면을 꼼꼼하고도 유쾌하게 소개한다.
100퍼센트 완벽에 가까운 세계에 가닿기 위한 각 단계를 거칠 때마다 원고는 조금씩 더 좋은 글이 된다. 기획, 교정과 교열, 팩트 체크, 윤문, 색인 작업… 이 마법 같은 일은 과연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글을 대신 써주는 유령 작가가 실제로 존재할까? 작가가 원고 집필을 끝낸 뒤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책이 될까? 편집자는 오탈자와 비문을 잡아내는 데 하루에 몇 시간을 쓸까? 광활한 편집의 세계에서 매일 벌어지는 다채로운 사건과 활기찬 과정을 20년 경력 베테랑 편집자의 관록 어린 시선으로 소개한다. 색인(찾아보기)이 있는 책 특유의 재미를 누리는 방법은 무엇인지, 번역과 교정 전후로 글은 어떤 변화를 겪게 되는지에 관한 내용이 가득하다. 또 파피루스에서 구텐베르크의 활자를 지나 전자책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책이라는 매체에 얽힌 역사적 흐름도 흥미롭게 풀어낸다.

 

이 책에는 편집자 외에 다양한 출판 종사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디자이너, 번역가, 인쇄업자, 에이전트를 비롯해 함께 책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책 뒤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금정연 작가는 이 책에 대해 “구텐베르크 은하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완벽한 안내서”라 칭하며 추천의 말을 보탰다. 한강의 『채식주의자』, 정보라의 『저주토끼』를 언급하며 한국의 문화와 출판을 향한 특별한 애정을 표한 저자가 한국 독자만을 위해서 쓴 특별한 서문도 실려 있다. 유쾌하고 프로페셔널한 편집 전문가가 들려주는 활자와 편집의 세계 이야기에는 책 애호가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만세’의 순간이 깃들어 있다.

 

출판사 서평

 

편집의 세계에 얼렁뚱땅이란 눈곱만큼도 없다!
100%를 향해가는 펭귄 출판사 편집장이 기록한 ‘만세’의 순간들

글쓰기는 인간의 일이고, 편집은 신의 일이다.
- 스티븐 킹

소설의 거장 스티븐 킹은 “편집은 신의 일”이라 표현한 바 있다. 오탈자와 비문을 바로잡는 교정 교열은 기본이고, 독자의 구매욕을 자극할 카피 뽑아내기, 골치 아픈 저자와 유연하게 소통하기, 수백 개의 색인 페이지 일일이 대조하기, 인쇄소에 방문해 출력물에 이상 없는지 확인하기 등등을 모두 동시에 완벽하게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만히 책상 앞에 앉아 여유로이 원고를 들여다보는 순간은 편집자가 하는 업무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펭귄 출판사에서 20년간 근무하며 수백 권의 책을 편집한 편집장 리베카 리는 이런 편집의 세계를 누구보다 빠삭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다. 작가가 완성한 원고를 한 번 정도 대강 훑어본 뒤 인쇄소에 넘기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마음가짐으로 출판사에 입사했던 리는, 편집의 세계를 가까이에서 만나고서야 자신이 얼마나 큰 오해를 한 것인지 깨닫는다. 『편집 만세』는 그렇게 온갖 책을 편집하며 어느덧 베테랑 편집자가 된 리가 수십 년간 축적해온 경험의 농축본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편집에는 수많은 ‘만세’의 순간이 있다. 편집의 여정을 거치는 동안 연이은 실수와 건망이 초래한 좌절을 몇 번이고 맛보지만, 편집자는 100퍼센트라는 완벽에 가까운 세계에 가닿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신중을 기한다. 리도 마찬가지다. 원고를 다 읽고도 과연 제대로 이해한 게 맞는지 자신하지 못하고, 자리에 가제본이 도착해도 실수를 발견할까 봐 최후의 순간까지 열어보기를 미루지만, 책 곁에 바짝 붙어 온갖 지식과 노하우를 총동원해 편집이라는 탐험을 주관하는 그의 자세만큼은 누가 뭐라 해도 훌륭한 편집자다.

편집이란 예측할 수 없는 예외의 연속
완벽해 보이는 책 뒤에 숨겨진 비화들이 가득
그럼에도 “모든 책은 잠재적으로 완벽한 순간을 기다린다”

경력이 쌓여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면 더 이상 실수는 없을까? 그럴 리 만무하다. 편집의 세계에서는 언제나 ‘예외’가 도사리고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책의 오탈자는 예외 1순위다. 리가 말하는 최고의 오탈자는 무엇일까? 바로 ‘히틀러’다. 그래서 히틀러가 자주 언급되는 책에는 ‘힐터Hilter’라는 오탈자를 막기 위해 ‘힐터 필터’를 설정한다고 한다. 오탈자는 역사적으로 영원히 박제되어버리기도 한다. 작가로 세계적 명성을 떨친 셰익스피어의 묘비명에는 ‘friend’가 ‘frend’라는 오탈자로 떡하니 새겨져 있으며, 피츠제럴드의 『낙원의 이편』은 앞의 헌사 페이지부터 오탈자가 너무 많아 실수를 발견하는 게임까지 생겨날 정도였으며, 작가로 세계적 명성을 떨친 셰익스피어의 묘비명에는 ‘friend’가 ‘frend’라는 중세 영어로 떡하니 새겨져 있어 현대인들에게 오탈자가 아닌가 하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책의 얼굴인 표지를 결정하는 순간에도 예외는 있다. 저자인 피츠제럴드가 특별히 그림 사용을 요청해 만들어진, 역대 가장 유명한 표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위대한 개츠비』의 초판 표지는 어떨까? 헤밍웨이는 이 표지를 보고 “수준 미달의 SF 소설에나 어울릴 법”하다며 비판의 말을 얹었다.

 

이처럼 편집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선택은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모르는 예외투성이 그 자체다. 어떤 책이 언제 어떻게 성공을 누리게 될지 역시 예외에 포함된다. ‘인생 책’ ‘반드시 읽어야 하는 위대한 소설’ 같은 칭호가 붙게 된 『스토너』 또한 뉴욕리뷰북스클래식이 재발행한 뒤, 뒤늦게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얻은 케이스다. 이런 사례는 동시대 독자가 알아보지 못했다고 해서 후대에도 영원히 그저 그런 책으로 남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걸 증명한다. 행운의 예외인 셈이다. “모든 책은 잠재적으로 완벽한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리의 말처럼 말이다.

책 뒤편에서 빛을 비추는 수많은 목소리

편집자 혼자서 한 권을 전부 만드는 것일까? 당연하게도 결코 그렇지 않다. 작가가 원고를 집필했다고 해서 저절로 책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듯, 편집자가 도맡아 편집을 했다 해서 그 모든 과정이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는 편집자 외에도 수많은 역할이 필요하다. 리베카 리는 책이란 함께 만들어가는 연쇄 작용의 결과물임을 강조하며, 업계 동료들과 주고받은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V 영국의 가장 큰 단일 인쇄소인 클레이스에서 오래 근무한 인쇄업자 ‘M’
“인쇄소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비실용적인 혼돈 상태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정밀함이 뒤섞여 있는 곳이랍니다.”

V 교열자인 동시에 프랑스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번역가 ‘W’
“번역에도 창의적인 기술이 필요해요. 모든 단어는 번역가가 선택한 것이니까요.”

V 펭귄 클래식 시리즈를 디자인한 디자이너 ‘S’
“디자이너는 글에 시각적 정체성을 부여하는 일이에요. 사람들이 책을 집어 들고 읽고 싶게끔 만들어야 하죠.”

V 자신의 존재를 감추고 저자 대신 글을 쓰는 유령 작가 ‘?’
“대필 작가는 이야기에 매혹되어 그 이야기를 최대한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세상에 내놓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에요.”

이들을 비롯한 여러 인물의 목소리는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데 각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한 권에 깃든 총체적인 노력이 얼마나 가상한지 아는 리는 이렇게 말한다. “실은 이 숨겨진 인력들이 글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독자가 잘 즐길 수 있도록 뒤편에서 글에 의미와 의의를 부여하고 있다”고 말이다.

이제는 전자책과 인공지능의 시대?

그럼에도 오직 인간만이 해낼 수 있는 고유한 편집의 영역

하지만 모든 공정에 최선을 다해 만든 종이책 구매율은 떨어지는 반면, 전자책 구매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대중교통을 타도 종이책보다는 이북 리더기나 핸드폰 앱으로 책을 읽는 사람이 훨씬 많이 보인다. 정말 종이책은 수명을 다해가고 있는 걸까? 여전히 편집자로서 매일을 활자와 어우러져 살아가는 저자는 이런 생각의 흐름에 반대표를 던진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3차원으로 구성된 종이책이 전자책보다 기억을 구성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 오감을 활용해 냄새, 느낌, 모양을 인지하면 보다 오랫동안 책을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전자책을 애용해도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종이책으로 구매해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대한 데이터의 총합으로 구성된 인공지능은 어떨까? 가장 강력한 언어 모델로 평가받는 GPT-3처럼 문장을 만들고, 심지어는 소설까지 써내는 인공지능에게 작가와 편집자의 자리가 위협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엄청난 발전 속도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응집성 있는 산문”을 써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현실적 평가다. 적어도 글에 있어서만큼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곧잘 저지를 뿐만 아니라 맥락을 고려해 자연스러운 흐름을 구성하고, 틈과 틈을 잇고, 예외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데 무척이나 취약하니 말이다. 진정 좋은 작가는 자신의 글에 담긴 의미가 독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까지 헤아리며, 이는 아직까지 인공지능이 해낼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리고 리는 한발 더 나아가, 진정 훌륭한 편집자의 역량에 대해서도 정의 내린다. “훌륭한 편집자란 작가의 이 능력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어 있다. 편집자는 책을 만드는 내내 독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유기적으로 이어진 편집 과정은 리의 표현처럼 “빙하가 움직이는 속도”와도 같이 천천히,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다. 책을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비교적 많은 품이 든다는 사실은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여전히 책이 지닌 가치의 유의미한 힘을 믿는다. 작가 곁에서 좋은 글이 탄생하게끔 돕고, 그 글이 더 좋아지도록 갈고닦고, 끝내 자유로운 상태로 독자에게 뻗어나갈 수 있게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하는 편집자라는 직업. 이 모든 과정이 녹아 있는 『편집 만세』와 함께 한 권이라는 그 거대하고 촘촘한 세계 속으로 들어가보자.

 

목차

 

한국어판 서문 | 글의 여정을 함께할 한국 독자에게ㆍ10

들어가며 | 구텐베르크 은하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ㆍ14

글은 어떻게 탄생하는가ㆍ27
이야기의 아름다운 형태 ─ 작가ㆍ31
단어를 기워 노래하는 자들 ─ 유령 작가ㆍ48
에이전트의 비밀ㆍ68
생生과 진眞 ─ 편집자ㆍ91

글은 어떻게 더 좋아지는가ㆍ103
작가는 나의 천적 ─ 교열ㆍ108
글 속의 작은 점들 ─ 문법과 문장부호ㆍ131
샬럿 브론테의 격투 편지 ─ 철자ㆍ165
각주 질환 ─ 각주ㆍ208
인덱스, 미주리 ─ 색인ㆍ226

글은 어떻게 자유로워지는가ㆍ247
매그레 반장과 스카이 콩콩 ─ 번역ㆍ250
블랩, 블로버, 블러브ㆍ273
그리고 모두 노란색이었다 ─ 표지와 커버ㆍ294
손가락표와 머리 표제 ─ 텍스트 디자인ㆍ315
상실의 기억 ─ 잃어버린 글ㆍ342
영구적인 글 ─ 인쇄ㆍ366
광야를 헤매는 글 ─ 절판ㆍ385

에필로그 | 용감하고 새로운 글ㆍ400

감사의 말ㆍ407
찾아보기ㆍ410

 

< 내용 출처 : 교보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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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