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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글로벌 AI 인재 쟁탈전 : 

미·중 ‘총성 없는 AI 전쟁’…日은 초등학교부터 AI 교육

 

벤 괴르첼 싱귤래리티넷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이 접목된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소피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1 대 125의 싸움.’

인공지능(AI) 분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우리나라와 일본 정부의 마스터플랜을 단순 비교하면 이런 그림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AI 전문인력 1명이 같은 분야의 일본인 인재 125명을 상대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초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데이터·AI 경제 활성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14조원 규모인 국내 데이터 시장을 2023년까지 30조원 규모로 끌어올리고, AI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10곳과 전문인력 1만 명을 길러내겠다고 선언했다. 5년간 1만 명이니 매년 2000명의 전문인력이 새로 생기는 셈이다.

그런데 일본은 3월 29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총리 비서실장 격)이 나서 매년 25만 명의 AI 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1 대 125의 싸움이다. 물론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단순한 숫자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 건 내용의 구체성과 방향성이다.

먼저 일본은 AI 인재 수요와 공급을 치밀하게 계산해 필요한 인력의 수를 산출했고, 구체적인 인력 육성 방법도 제시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당장 내년 말이 되면 AI 지식을 갖춘 인력이 30만 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추산한다. 현재 일본 4년제 대학 학생은 학년별로 약 60만 명이다. 이 중 이공계, 보건계열 18만 명과 인문계 15%가량인 7만 명을 합쳐 매년 25만 명을 AI 관련 인재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통섭형 인재 양성을 위해 ‘AI와 경제학’ ‘데이터 사이언스와 심리학’ 등 문과와 이과의 경계를 넘나드는 과목을 개설하기로 한 것도 눈길을 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데이터와 AI 산업을 육성해 2023년까지 글로벌 선도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거창한 목표에 비해 상황 인식과 세부 추진 계획은 빈약하다. 30곳으로 운영되던 소프트웨어(SW) 중심 대학을 얼마 전 35곳으로 늘렸고, 9월부터 KAIST·고려대·성균관대에 AI 대학원 개설을 확정 지었지만, 전문 교원과 연구자 수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그나마 있는 전공자들도 열악한 국내 환경에 좌절해 다른 분야나 외국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많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대학 교육까지 완전히 뜯어고쳐가며 AI 인력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글로벌 AI 연구의 양대 산맥인 미국과 중국 추격은 고사하고 일본에도 크게 뒤처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AI 산업 경쟁력은 경제 수준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일본과 우리나라가 보유한 AI 전문인력 수(2008~2017년 누적 기준)는 각각 3117명, 2664명으로 조사 대상 15개국 중 14위와 15위에 머물렀다. 1위 미국(2만8536명), 2위 중국(1만8232명)이었고, 이어 인도·독일·영국·프랑스·이란 등의 순이었다.

 

IoT 확산으로 AI 인력 확보 ‘비상’

세계 각국이 AI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빅데이터 기반 산업의 파이가 커지는 데다, 일상의 모든 영역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확산하면서 ‘두뇌’ 역할을 하는 AI 기술의 중요성이 부쩍 커졌기 때문이다.

제조업과 유통,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술 접목 성공 사례가 쏟아져 나오면서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관련 분야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도 AI 전문가 확보가 시급해진 주요 원인이다.

아마존은 폭넓은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고 AI를 통해 이를 분석∙적용하면서 시가총액 1조달러(약 1136조원)를 넘나드는 글로벌 초우량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빅데이터 기반의 AI 접목을 통해 최적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어느새 전자상거래 서비스의 기본이 돼 버렸다.

일찌감치 AI 기술의 중요성을 파악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사이버 냉전’이란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서 보듯 과거 높은 몸값을 주고 경쟁사의 인재를 빼 오는 차원에 머물던 AI 인재 확보 경쟁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정부 주도의 교육 과정 혁신 노력으로 발전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AI 인재 확보를 위한 주요국의 노력을 정리했다.

 

일본 정부가 최근 발표한 ‘연 25만 명 AI 인력 양성 계획’의 핵심은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최소한 프로그래밍(코딩)의 원리와 AI 관련 윤리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AI의 핵심인 ‘딥러닝’과 ‘알고리즘’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도록 교육할 예정이다. 대학 교육 전반도 그에 맞춰 재편된다.

AI 전문가 양성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대학들은 관련 전공과정 개설로 화답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의 최근 보도를 보면, 사이타마대와 무사시노대·도쿄공과대 등 3개 대학은 내년 봄학기부터 AI 전공과정을 신설하기로 했다. 사이타마대는 새 전공 과정을 통해 ‘일본 딥러닝협회’의 전문가 자격 취득을 지원하기로 했다. 무사시노대는 1학년 때부터 교수의 지원을 받아 연구에 돌입할 수 있도록, 오는 2020년까지 교수 13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도쿄공과대는 컴퓨터과학부 내 AI 전공 과정을 신설해 의료보건학부·응용생물학부 등 다른 전공과 교차 연구를 진행하며 다양한 분야의 AI 인재를 육성할 계획이다.

 

현재 AI 인재 확보와 양성에 가장 적극적인 곳이 중국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중앙정치국 집체학습에서 “AI는 신과학기술 혁명과 산업 변혁을 이끄는 전략 기술이자 전 분야를 끌어올리는 선도·분수 효과가 강력한 기술”이라며 “(14억 시장에서 발생하는) 거대한 데이터와 풍부한 시장 잠재력을 (AI 기술 발전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교육부는 최근 35개 대학에 AI 학과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베이징이공대·통지대·저장대·난징대·상하이교통대·하얼빈공대 등이 포함된다. 중국 교육부는 이와 별개로 AI 관련 학과 신설을 허용해 현재까지 총 329개 대학이 관련 학과 개설을 허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101개 대학은 ‘로봇 엔지니어링’ 학과, 203개 대학은 ‘데이터 과학과 빅데이터 기술’ 학과, 25개 대학은 ‘빅데이터 관리와 응용’ 학과를 각각 개설할 예정이다.

 

미국은 글로벌 ICT 기업인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이 포진해 있고, AI 학습에 필요한 연산처리장치 제조 기업인 인텔·엔비디아·AMD 등이 관련 분야를 선도해 왔다. 하지만 중국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양국의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지난해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표한 2017 ICT 기술 수준 조사 보고서를 보면, 중국은 AI 분야에서 미국과 기술 격차를 1.4년까지 따라잡았다. 다국적 회계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최근 보고서에서 앞으로 10년간 중국의 AI 기술이 7조달러(약 7846조원)의 가치를 생산하는 반면 미국을 포함한 북미 지역은 3조7000억달러(약 4150조원)를 만드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는 미국이 중국을 앞서지만 10년 내에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급해진 미국은 2월 11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나서 연방정부 모든 기관이 AI 연구·개발에 우선순위를 두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AI 이니셔티브’로 명명된 이 행정명령은 연방정부가 차세대 AI 기술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기술 개발의 필요성과 이를 위한 중장기 연구 지원, AI 연구 증진을 위한 연방정부 정보 접근권 확대, 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교육 강화 등을 명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AI 분야에서 지속적인 리더십은 미국 경제와 국가 안보 유지에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웃한 캐나다는 수년 전부터 캐나다에서 AI 관련 연구를 하는 기업·연구소에 투자 비용의 15%를 세액공제해 주는 등 AI 거점 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여기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의 반작용으로 미국 대신 캐나다를 선택하는 다국적 인재가 늘면서 ‘AI 강국’으로 급부상했다. AI 딥러닝 분야의 3대 석학으로 꼽히는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와 얀 르쿤 페이스북 수석 AI 과학자,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명예교수가 모두 캐나다 출신이거나 캐나다에서 주요 연구를 진행(르쿤은 힌튼의 토론토대 박사과정 제자)했다.

 

유럽에서는 일찌감치 AI 연구에 뛰어든 독일이 앞서가고 있다. 독일은 이미 1988년 민관 공동으로 AI 연구소를 세웠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의 연구개발센터를 유치하면서 인재 확보를 서둘렀다. 그 결과 AI 인재 양성의 핵심인 전문 강사를 많이 배출할 수 있었다. 독일 정부는 관련 분야 전문가 육성을 위해 2025년까지 30억유로(약 3조800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소프트웨어(SW)·빅데이터·클라우드까지 포함한 AI 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다. 9월부터 KAIST·고려대·성균관대에 AI 대학원을 개설한다. KAIST는 AI 대학원을 2023년 이후 단과대 수준 인공지능대학(College of AI)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성균관대 AI 대학원은 현장 중심 AI 혁신 연구를 위해 삼성전자 등 39개 기업과 협업해 산업 중심 산학협력 체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고려대는 AI 분야 최고급 인재를 집중 양성하기 위해 박사과정(석·박사 통합 및 박사) 중심으로 운영한다.

프랑스 파리의 혁신적 SW 교육기관인 ‘에콜42’를 벤치마킹해 서울 개포동에 한국판 에콜42를 올해 9월 개원할 예정이다. 에콜42는 교사나 교재 없이 학생이 스스로 과제를 선정하고 팀을 꾸려 연구한다. 학비는 무료다. 취업 또는 창업하거나 목표했던 기술을 습득하면 과정을 마친다. 재학생들은 통상 3~5년간 150여 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다.


“지금의 언어로 설명 어려운 시대 온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AI 경쟁력은 미국·중국과 격차가 크다. 대학원과 학과 몇 개 개설하는 것으로 따라갈 수 있는 격차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전문가들은 AI 분야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문과와 이과를 엄격히 구분하는 현재의 학제를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간의 정체성과 무인 기술, 지속 가능한 발전 등 AI 기술을 통해 다뤄야 할 이슈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는 만큼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통섭형’ 인재 육성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AI 연구가인 벤 괴르첼 싱귤래리티넷(SingularityNET)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지금의 언어로는 설명조차 어려운,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며 “특정한 기술이나 지식을 가르치기보다는 그것을 습득하는 방식을 전수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서로 다른 영역끼리 연결하는 능력도 가르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싱귤래리티넷은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AI 오픈마켓이다. 괴르첼은 홍콩에 있는 로봇제조사 핸슨 로보틱스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겸하고 있다. 핸슨 로보틱스는 지금까지 개발된 로봇 가운데 사람과 가장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 휴머노이드 ‘소피아’ 개발사다.

철학과 교수로서 AI의 윤리 문제를 오래 연구해온 데이비드 댄크스 카네기멜런대 교수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IT 기업들이 기술의 윤리적 측면을 간과하다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늘면서 철학·윤리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최대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다각도로 문제를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엉뚱한 방향으로 기술이 치우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plus point

국내 AI 연구의 버팀목 삼성전자

 

1980년대 이건희 당시 삼성전자 회장은 반도체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관련 분야의 고급 인재들을 대거 영입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삼성전자는 인텔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AI와 빅데이터,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성장 사업 육성을 위해 최고 인재를 영입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벌써 기대가 모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AI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위구연 미국 하버드대 전기공학·컴퓨터과학과 석좌교수를 ‘펠로’로 영입했다. 펠로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전문가나 석학에게 주는 연구 분야 최고직이다. 위 교수는 2013년 세계에서 가장 작은 비행 곤충 로봇인 로보비의 센서와 프로세서 등 핵심 기술을 개발한 AI 프로세서 부문 세계적 석학이다. 그는 삼성전자 AI 연구를 총괄하는 삼성리서치에 소속돼 인공신경망 기반 차세대 AI 프로세서를 연구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이에 앞서 지난해 6월 AI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세바스찬 승 미국 프린스턴대 뇌과학연구소 컴퓨터공학과 교수와 다니엘 리 코넬대 전기공학과 교수를 부사장으로 영입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이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AI 인재들의 몸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놓은 것은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와 중국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2017년 기준 텐센트의 평균 임금은 77만8300위안(약 1억3100만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삼성전자 평균 임금(1억1700만원)을 앞질렀다. 2016년 60만400위안으로 삼성전자(1억700만원)를 턱밑까지 쫓아온 뒤 1년 사이 29%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임금 상승률을 기록하며 삼성전자를 추월했다.

 

<출처 : 조선일보>

:
Posted by sukji

 

 

기술에 던져진 ‘지구적 과제 10가지’

 

 

 

이스라엘 소렉 지역에 건설된 세계 최대규모의 역삼투압 방식의 해수 담수화 설비. IDE 테크놀로지 제공.


 
[구본권의 사람과디지털]

‘MIT 테크놀로지 리뷰’ 선정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과제들
일부는 시범서비스 단계…비용 낮춘 보급형 모델 개발경쟁 활발
 
우리나라 국토 전체에 예외없이 침범한 미세먼지 재난 사태에서도 드러나듯, 지구 온난화, 해양오염 등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들의 특징은 국가 단위의 접근과 해결이 불가능한 지구적 차원의 과제라는 점이다. 당면한 지구적 차원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학기술적 시도도 활발하다. 미국의 과학기술 전문매체 <매사추세츠공대(MIT) 테크놀로지 리뷰> 최신호는 과학기술이 직면한 전지구적 과제 10가지를 꼽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과제 목록이지만, 우리 시대가 직면한 거대한 과제의 주소를 알려준다. 10가지 과제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 편집진이 선정한 목록이다.

 

1. 이산화탄소 포집, 격리 온실가스 배출 통제만으로는 지구 온난화의 급속한 진행을 막을 수 없다. 대기중 배출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게 필요한데,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또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활용할 용도를 찾아야 한다.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합성연료, 탄소섬유, 콘크리트, 폴리머 등으로 만드는 방법을 찾는 연구진과 스타트업들이 다수 생겨나고 있다. 관건은 수십억톤에 이르는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값싸게 분리해 저장하는 기술이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지하, 해저에 저장하기 위한 방법을 설명한 개념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지하, 해저에 저장하기 위한 방법을 설명한 개념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2. 재생에너지 저장법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생산비가 낮아지고 있지만 바람이나 햇빛이 없을 경우엔 안정적 공급이 불가능하다. 재생에너지가 화석에너지 수요를 대체하려면 현재의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막대한 규모의 에너지 저장 장치가 필요하다. 과학자들과 신생기업들은 액체 배터리와 녹인 소금 탱크 등을 활용해 값싸게 에너지를 저장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3. 범용 독감백신 유행성 독감은 치명적이다. 1918년 스페인독감(H1N1 독감)으로 약 5천만명이 숨졌고, 2009년에도 H1N1의 재발로 약 50만명이 사망했다. 2009년 인플루엔자는 바이러스가 상대적으로 약한 변종이었지만, 다음 변종은 다를 수 있다. 강력한 바이러스 변종은 단기간에 복제되기 때문에 맞춤형 백신이 효과적이지 못하다. 일반적 인플루엔자 변종과 100년에 한번꼴로 발생하는 재앙적 독감 바이러스에 모두 효과적인 범용 독감 백신 개발이 공중 보건의 과제다.

4. 치매 치료 65살 이상 인구의 10%, 85살 이상의 3분의1 이상이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다. 세계적으로 수명이 연장되면서 알츠하이머 상태로 사는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에 대한 의학적 이해는 낮은 수준이다. 정확한 진단은 사망 이후에나 가능한 상황이다. 최근의 신경과학과 유전학의 발달은 알츠하이머의 진행을 늦추거나 멈추는 방법에 대한 실마리를 내놓고 있다.

5. 해양 청정 전세계 해양을 엄청난 양의 미세 플라스틱이 부유하고 있다. 대부분이 오랜 기간에 걸쳐 버려진 비닐봉지, 빨대 등에서 배출된 것인데, 새나 물고기만이 아니라 사람마저 중독시키고 있다. 수십년간 축적된 수억톤의 미세플라스틱을 정화하는 데는 수백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거대한 해양 쓰레기더미를 수거하는 것은 비교적 용이하지만, 해안과 바다, 수로에 대해선 해결방안이 없는 상태다.

6. 효율적 해수담수화
지구상엔 민물의 50배에 이르는 바닷물이 있다. 인구 증가와 기후 변화로 담수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이스라엘은 세계 최대 규모의 역삼투압 방식의 담수화 시설을 건립해 가정의 생활용수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지만, 이를 널리 보급하기엔 너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다. 새로운 형태의 멤브레인(막), 전기화학적 기술을 활용한 방법으로 관개용수를 생산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해수를 식수 수준으로 정화하는 기술에 대한 수요가 우선적이다.

7. 안전한 무인자동차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 교외에서 자율주행차 택시 운행이 시범서비스에 들어갔지만, 일반 도로로 확대하기엔 걸림돌이 매우 많다. 도로의 교통혼잡, 눈, 안개와 같은 기상조건에서도 안정적인 운행이 가능해야 한다. 만약 자율주행차가 신뢰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발된다면 교통, 운수, 도시계획은 완전히 새로운 상상의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현재 1년에 125만명에 이르는 교통사고 사망자 또한 획기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

 

지난해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아틀라스가 뒤로 공중제비 도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제공.
지난해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아틀라스가 뒤로 공중제비 도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제공.
8. 내장형 인공지능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2018년 공개한 로봇 아틀라스는 특공대원처럼 파쿠르 동작과 공중제비돌기를 매끄럽게 시연했다. MIT의 4족보행 로봇 치타도 최근 공중제비돌기 기술을 습득했다. 딥마인드의 알파고는 2016년 이세돌9단을 꺾은 데 이어, 알파제로로 진화하며 포커와 스타크래프트 등에서도 인간을 능가했다. 하지만 아틀라스는 바둑을, 알파고는 걷기를 하지 못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알파고와 같은 학습능력의 인공지능을 갖게 된다면 어떤 일이 가능할까. 많은 연구자들이 몰려들고 있는 분야인데, 해당 기술이 성공적으로 구현된다면 미래는 상상할 수 없는 변화를 만난다.

9. 지진 예측 지진은 가장 치명적 인명·재산 피해를 끼치지만 가장 예측하기 힘든 자연재난이다. 2010년 아이티 지진으로 10만명 넘게 숨졌고, 2004년 인도양 쓰나미로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인도 등지에서 250만여명이 사망했다. 현재 허리케인 등은 발생 몇주 전에 예측이 가능한 상태이지만, 지진은 발생 직전까지도 탐지하지 못한다. 지진을 몇 시간 전에만 예측할 수 있으면, 수백만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10. 두뇌 신경망 해독 과학 발달에도 불구하고 인간 두뇌는 여전히 미스테리의 영역이다. 생각하고 말하고 기억하는 모든 두뇌 활동은 1000억 뉴런(신경세포), 100조 시냅스의 활동이다. 이를 코드화하고 해독할 수 있다면, 조현병과 같은 정신장애를 치료할 수 있다. 또한 인간 두뇌를 전자적 신호의 형태로 해독할 수 있다면 두뇌-컴퓨터 연결(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을 가능하게 해 사지마비, 언어장애자 등에게 새로운 표현 수단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출처 : 한겨레신문 >

:
Posted by sukji

 

 

세계화와 AI가 만났을 때…일자리 지도는 어떻게 바뀔까

[더 나은 사회]
세계화와 로보틱스의 동시적 진행
볼드윈, ‘글로보틱스 격변’이라 정의
원격지능과 인공지능의 세상 그려내

글로벌 가치사슬도 변화 흐름 뚜렷
이제는 데이터 흐름이 세계화 주도

선진국 서비스 부문에 집중된 압력
과거 전환들과는 근본적 차이 보여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선진국 서비스 부문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케이티(KT)가 인천공항에 설치한 무인 로봇카페 ‘비트’의 모습. 연합뉴스 


 

#에밀리 드라이퍼스는 미국의 정보기술 전문지 <와이어드> 기자다. 동부 보스턴 주재기자인 에밀리는 서부 샌프란시스코에 자리 잡은 본사 편집국의 회의에 늘 ‘참석’한다. 영상통화? 천만에. 비밀은 가상현실 기술을 적용해 원격 현장감(telepresence)을 높인 로봇에 있다. 편집국을 돌아다니는 로봇을 조종하는 건 6천㎞ 이상 떨어진 보스턴의 에밀리다.

#‘코인’(COIN). ‘계약지능’(Contract Intelligence)의 줄임말인 코인은 투자은행 제이피모건이 2016년 말 ‘채용’한 비서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이 똑똑한 비서는 예전엔 회사의 수많은 고학력 동료들이 연 36만시간을 들여 처리하던 자료 검색 및 처리 업무를 단 몇초 만에 해치운다.

원격지능(RI·Remote Intelligence)과 인공지능(AI)을 각각 상징하는 두 이야기는 일터에서 진행 중인 디지털 전환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다. ‘지금, 거기(에도) 있음’이 특징인 원격지능의 시대에 물리적 거리는 의미를 잃기 마련이다. 나날이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은 전문서비스직 일터를 꿰찬 화이트칼라 로봇의 다른 얼굴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세계화. 세계화가 인공지능을 만났을 때, 세계 경제는 어떤 모습을 띠게 될까? 일자리 지도는 어떻게 바뀔까?

 

‘건당 고용 모델’ 자리 잡나

스위스 제네바의 국제개발연구원(IHEID) 교수인 리처드 볼드윈이 최근 출간한 <글로보틱스 격변>은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볼드윈은 세계화와 자동화 두 변수의 조합에 따라 끊임없이 변해온 세계 경제 질서가 최근 또 한번의 격변을 경험하는 중이라며, 이를 ‘글로보틱스’로 정의했다. 세계화(글로벌라이제이션)와 로보틱스(로봇공학)를 합친 단어다.

볼드윈이 눈여겨보는 대목은 작업 방식의 변화다.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에 따라 선진국의 제조업 일자리뿐 아니라 일부 서비스 부문 일자리가 개발도상국으로 옮겨간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콜센터 일자리가 대표적. 하지만 현실의 행보는 저만치 앞서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프리랜서 일자리 연결 플랫폼인 ‘업워크’(Upwork)를 예로 들어보자. 지원자(노동력 제공자)가 세계 어느 곳에 있든지 간에 플랫폼을 통해 간단한 절차를 거쳐 엔터키만 누르면 계약이 성사된다. 태스크래빗(TaskRabbit) 파이버(Fiverr) 크레이그리스트(Craiglist) 피플퍼아워(PeoplePerHour) 프리랜서닷컴(Freelancer.com) 등 일자리 연결 플랫폼은 차고 넘친다. 건당 유료시청(pay-per-view) 모델에 비견되는 ‘건당 고용 모델’인 셈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이 실태조사를 해보니, 이들 플랫폼을 통해 일자리를 얻는 노동자 가운데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출신은 8분의 1에 그쳤다.

언어 장벽을 무너뜨리는 기계번역 기술과 원격 현장감 기술의 발전은 이런 흐름에 날개를 달아준다. 볼드윈은 이런 현상이 선진국의 저임금 서비스 일자리 일부를 아웃소싱하거나 개도국의 노동력이 일자리를 찾아 선진국으로 밀려들던 과거의 양상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한다. 개도국 노동력이 선진국의 사무실 안으로 ‘일시적으로’ 이민해오는 것과 마찬가지인 까닭이다. 물리적 공간을 이동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원격이민’(telemigration)이라 이름 붙인 배경이다.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당선의 밑바탕엔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에 대한 영국과 미국 노동자들의 불만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 많다. 사진은 지난 1월 런던 중심가에서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는 모습.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당선의 밑바탕엔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에 대한 영국과 미국 노동자들의 불만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 많다. 사진은 지난 1월 런던 중심가에서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는 모습.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지식서비스 산업 ‘교역 집약도’ 높아져

약 250년 전 산업혁명의 불길이 처음 댕겨진 이래 세계 경제는 몇차례 커다란 전환을 경험했다.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글로보틱스 격변이 과거의 전환들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볼드윈은 서비스 부문과 직결돼 있고, 세계화와 자동화가 동시에 진행돼 충격을 증폭시킨다는 점에 주목한다. 기술 발전의 충격을 흡수할 공간을 더는 남겨두지 않는 방향으로 몰아치고 있다는 얘기다. 산업혁명 이래 20세기 중반까지 장구한 세월 동안(‘거대한 전환’) 끊임없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냈거나, 1970년대 무렵부터 본격화한 또 다른 전환(‘서비스 전환’)에서 선진국의 서비스 부문이 격변의 압력으로부터 한발 물러서 있던 것과는 분명 대비된다.

이런 엄연한 현실은 세계화에 대한 우리의 낯익은 생각마저 뒤흔들고 있다. 세계화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어서다. 세계화의 최신 해부도가 증명한다. 매킨지글로벌연구소가 올해 초 발표한 ‘이행기의 세계화’ 보고서를 보면, 2000~2017년에 글로벌 가치사슬 구조는 더욱 지식집약적인 색채로 탈바꿈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킨지글로벌연구소는 43개국 23개 산업을 크게 6개 유형으로 나눠 산업별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를 분석했다. 6개 유형은 △글로벌 혁신형(화학·자동차·컴퓨터/전자 등) △노동집약적 재화형(섬유·가구 등) △지역공정형(식음료·제지/인쇄·유리/세라믹 등) △자원집약적 재화형(농업·광업·에너지 등) △노동집약적 서비스형(도소매·운송/창고 등) △지식집약적 서비스형(전문직·금융·IT서비스 등)이다. 보고서를 보면, 산업별 전체 생산 대비 수출 비중을 뜻하는 교역 집약도가 2007년 이후 거의 모든 산업 유형에서 낮아졌다. 이와는 달리 아이티서비스와 전문서비스직 등 지식집약적 서비스형 산업에서의 교역 집약도는 높아졌다.

 

미국 정보기술 전문지 ‘와이어드’ 본사 건물 안을 로봇 ‘엠봇’이 돌아다니고 있다. 엠봇은 가상현실 기술을 적용해 원격 현장감을 높인 로봇이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미국 정보기술 전문지 ‘와이어드’ 본사 건물 안을 로봇 ‘엠봇’이 돌아다니고 있다. 엠봇은 가상현실 기술을 적용해 원격 현장감을 높인 로봇이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세계 경제 ‘거대한 수렴’ 계속될까

실제로 전 세계 총생산(GDP) 대비 재화·서비스 및 금융의 글로벌 이동 규모 비중은 2014년 39%로, 2007년(53%)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대신 그동안 주목받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글로벌 흐름이 빈자리를 빠르게 꿰찼다. 전자상거래·검색·동영상 등의 얼굴을 한 데이터(지식정보)의 흐름이 주인공이다. 2005~2014년 10년 사이 데이터의 글로벌 이동 규모는 45배나 급증했다. 21세기 초반까지 세계화의 전형적 양상이던 재화·서비스 및 금융의 이동과는 다른,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도 같은’ 지식정보의 세계화가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디지털 세계화’가 불러올 파장. 볼드윈이 말한 세계 경제의 ‘거대한 수렴’(great convergence)이 계속될지 여부가 관건이다. 단순하게 말해 세계화는 여러 비용의 함수다. 재화를 멀리 옮기는 운송 비용이 낮아지면서 세계화는 시작됐다. 하지만 제조과정에 드는 ‘커뮤니케이션 비용’은 산업화에 앞선 나라들에서 이뤄진 기술 혁신의 열매가 그들 나라 내부(제조업)에만 머물게끔 했다. 대략 1820~1990년 사이 세계 경제가 선진국과 개도국의 격차가 벌어지는 ‘거대한 분기’(divergence·발산)를 경험한 배경이다.

20세기 중후반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정반대의 흐름을 낳았다. ‘아이디어(노하우) 이동 비용’이 낮아지자 선진국의 제조공정은 개도국으로 하나둘씩 옮겨갔다. 전 세계 제조업 생산에서 주요 7개국(G7)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65%에서 2014년엔 47%로 낮아졌다. 선진국과 신흥 시장의 수렴이 나타난 것이다. 앞으로 인공지능과 원격 현장감 기술 등이 꾸준히 발전하며 ‘대면(face-to-face) 비용’까지 급속도로 떨어뜨린다면? 현재의 수렴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에 일단 무게가 실린다.

이 과정에서 선진국 등 산업화에서 앞선 나라들의 혼돈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정보산업 부문 일자리 추이는 시사하는 바 크다. 퇴직과 해고 등 일자리를 떠난 이직자 수를 전체 일자리 수로 나눈 ‘이직률’은 높아진 데 반해, 신규 채용과 배치전환 등 입직자 수를 전체 일자리 수로 나눈 ‘입직률’은 2015년을 정점으로 빠르게 낮아지는 중이다. 질 좋은 일자리가 ‘어딘가’로 증발했음을 알 수 있다. 과연 어디로?

 

리처드 볼드윈 스위스 제네바 국제개발연구원(IHEID) 교수가 최근 펴낸 <글로보틱스 격변>.
리처드 볼드윈 스위스 제네바 국제개발연구원(IHEID) 교수가 최근 펴낸 <글로보틱스 격변>.

 

혼돈의 밑바탕엔 일시적 ‘피난 심리’

시곗바늘을 잠시 되돌려보자. 19세기 중반 수백만명의 일자리를 위협한 건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가 아니라 인간이 운전하는 첨단 ‘탈것’이었다. 마부들의 거센 저항을 누그러뜨리고자 영국에선 특이한 조례가 잠시 존재했다. 증기기관이나 동물 이외의 동력원으로 움직이는 차량의 경우, 최소한 3명을 반드시 고용해야 한다는 게 뼈대. 특히 이 중 한명에게는 차량보다 60야드(약 55m) 앞서 붉은 깃발을 들고 걸어가면서 경고 신호를 주는 역할을 맡겼다. 바로 1865년의 ‘붉은 깃발 조례’다. 이 조례대로라면 차량의 최고 제한속도는 시속 3.2㎞(!)였다. 기술과 혁신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얼마나 덧없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종종 거론된다.

과연 글로보틱스 격변에선 어떨까? 격변의 파고에 가장 크게 노출된 건 수억명에 이르는 선진국의 서비스 노동자다. 특히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지 않는 금융·아이티·물류 부문 등은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 볼드윈이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의 ‘뒤섞임’(fusion)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치는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 제조업에서 서비스 부문으로 일자리의 무게중심이 옮겨가면서 블루칼라 일자리가 집중 타격을 받았다면, 이젠 화이트칼라 일자리마저 흔들리고 있어서다.

물리적 장벽조차 세울 수 없는 원격이민자와 인공지능의 거센 물결. “기술 발전을 거부하지는 않으나 일시적으로나마 도피하고 싶은” 일종의 ‘피난 심리’(그가 ‘shelterism’이라 표현한 현상의 알맹이다)가 퍼져가는 상황에선 출구를 찾지 못한, 방향을 잃은 ‘분노의 연대’만이 근육을 키우기 십상이다. 글로보틱스 격변은 이제 겨우 시작됐을 뿐이다. 

 

 

< 출처 : 한겨레산문 >

:
Posted by sukji

 

 

 

초예측 : 세계 석학 8인에게 인류의 미래를 묻다 / 유발 하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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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열람실(3층)

 

책소개

 

세계 석학들의 대담한 고찰을 통해 인류의 미래를 위한 최선을 길을 찾다!

20세기 부와 평화를 담보했던 기성 체제는 빠른 속도로 무너져 내리고, 인류 문명이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국면에 진입할 순간이 머지않아 보이는 지금, 몇몇 숫자와 조어로 포장된 단기 예측보다 변화의 방향과 강도를 입체적으로 분석해 미래를 적극적으로 사유할 수 있게 돕는 지혜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우리 문명에 다가올 지각변동을 날카롭게 통찰하는 세계 석학 8명과의 대담을 엮은 『초예측』은 전환의 길목에서 결정된 미래를 수용하는 대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사피엔스》의 저자로 인류의 앞날을 고민하는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와 퓰리처상 수상작 《총, 균, 쇠》의 저자이며 세계적 문명 연구가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를 비롯해 인공지능 연구가 닉 보스트롬, 인재론 권위자 린다 그래튼, 경제학 대가 다니엘 코엔, 노동법 전문가 조앤 윌리엄스, 인종사학자 넬 페인터, 전 미 국방부 장관 윌리엄 페리가 놈 촘스키, 마이클 샌델, 짐 로저스 등 세계 주요 인사들과 단독 인터뷰를 해온 경험 풍부한 국제 저널리스트 오노 가즈모토의 진행으로 미래에 대한 생각을 독자들과 나눈다.

최악의 경우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 학자로서의 소명이라고 밝히는 유발 하라리는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대부분의 인간이 경제적, 정치적 가치를 잃고 ‘무용 계급(useless class)’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위기가 현실이 되기 전에 지금 바로 움직일 것을 당부한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세 가지 위협으로 신종 감염병, 테러리즘, 타국으로의 이주를 꼽으며 그 원인이 되는 국가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국제적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위험에 맞서 최선의 길을 찾을 수 있는 힘을 선사하는 석학들의 통찰을 만나볼 수 있다.

 

 

출판사 서평

 

 

“하룻밤 사이 더 멀리, 더 크게 미래를 보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의 역습과 무용 계급의 탄생부터
민주주의의 위기와 혐오 사회의 도래까지,
변곡점에 선 우리가 맞이할 미래는 무엇인가

문명의 분기점에서 미래 위험을 예지하는
세계 석학들의 통찰!

인류의 운명을 좌우할 거대한 변화가 가속되고 있다. 기계 지능이 인간 지능을 압도하고 생명공학이 진화의 법칙을 초월하는 순간, 대부분의 인간은 존재 가치를 잃고 무용 계급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기대 수명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준 과학기술은 교육-일-은퇴라는 삶의 3단계를 해체하고 몇백 년간 지속돼온 생애 공식을 파괴했다. 이런 변화들로 부와 권력은 극소수에게 더욱 집중되고 있고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들의 좌절과 분노는 약자에 대한 혐오로, 기득권에 대한 증오로,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되면서 20세기 진보와 평화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현대 문명은 정점을 지난 것인가? 사피엔스에겐 어떤 내일이 기다리고 있는가? 붕괴의 징후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이례적인 분기점 앞에서, 우리에겐 단기적 전망을 넘어선 미래에 대한 문명사적 방향 감각이 절실하다. 우리 문명에 다가올 지각변동들을 날카롭게 통찰하는 세계 석학 8인의 『초예측』은,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위험에 맞서 최선의 길을 찾을 수 있는 힘을 선사할 것이다.

왜 지금, 초예측인가?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세상이 아주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제 기존 데이터를 토대로 패턴을 도출해 미래에 외삽하는 식의 예측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과학기술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질주에 질주를 거듭하고, 20세기 부와 평화를 담보했던 기성 체제는 빠른 속도로 무너져내리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극도의 복잡성과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불안감과 초초함은 거의 공포 수준에 가깝다. 인류 문명이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국면에 진입할 순간이 머지않아 보이는 가운데, 우리에겐 몇몇 숫자와 조어로 포장된 단기 예측보다 변화의 방향과 강도를 입체적으로 분석해 미래를 적극적으로 사유할 수 있게 돕는 지혜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초예측』은 그런 혜안을 가진 세계 석학 8명과의 대담을 엮은 책이다. 『사피엔스』의 저자로 인류의 앞날을 고민하는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와 퓰리처상 수상작 『총, 균, 쇠』의 저자이며 세계적 문명 연구가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를 비롯해 인공지능 연구가 닉 보스트롬, 인재론 권위자 린다 그래튼, 경제학 대가 다니엘 코엔, 노동법 전문가 조앤 윌리엄스, 인종사학자 넬 페인터, 전 미 국방부 장관 윌리엄 페리가 미래에 대한 생각을 이 책에서 독자들과 나눈다.
진행은 놈 촘스키, 마이클 샌델, 짐 로저스 등 세계 주요 인사들과 단독 인터뷰를 해온 경험 풍부한 국제 저널리스트 오노 가즈모토가 맡았다. 베테랑 언론인이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과 세계 석학들의 대담한 고찰이 책에 깊이를 더한다. 또한 그 많은 내용이 간결한 분량으로 짜임새 있게 담겨 있어 짧은 시간 안에 밀도 있는 독서가 가능하다. 『초예측』은 전환의 길목에서 결정된 미래를 수용하는 대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모든 시민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아무도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의 예지를 활용할 수 있다면, 대략적인 윤곽이라도 잡아볼 수 있지 않을까. 미래의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으면 현재 해야 할 일은 더욱 명확해진다.”―「프롤로그」에서

인류 문명의 내일을 묻다

책의 첫 장은 세계적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와의 대화에서 출발한다. 그는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대부분의 인간이 경제적, 정치적 가치를 잃고 ‘무용 계급(useless class)’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육체적 능력은 기계에게 뒤지고 정신적 능력마저 인공지능에게 압도당한 인간은 조만간 무기 생명체로 대체될지도 모른다. 최악의 경우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 학자로서의 소명이라고 밝히는 하라리는 위기가 현실이 되기 전에 지금 바로 움직일 것을 당부한다.

“어쩌면 40억 년 역사의 유기 생명체 시대가 곧 막을 내리고 그 자리를 무기 생명체가 차지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30년 안에 우리가 내릴 수많은 결정은 단순히 정치판을 흔드는 데 그치지 않고 생명의 미래 자체를 좌우할 것입니다.”

이어서 세계적 문명 연구가이자 서울대 도서관 대출 순위 1위인 『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현대 문명이 당면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는 오늘날 세계는 아주 사소한 충격에도 무너질 수 있다. 특히 그는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세 가지 위협으로 신종 감염병, 테러리즘, 타국으로의 이주를 꼽으며 그 원인이 되는 국가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국제적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류는 현재 지속 가능한 경제를 만들 수 있는가, 전 세계적으로 일정 수준의 생활이 평등하게 보장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우리는 환경을 파괴하고 자원을 엄청나게 소비하고 있습니다. 나라 간 소비 수준에 엄청난 격차가 있는데 이를 방치하는 한 세계는 불안정할 것입니다.”

그다음 장에선 인간을 능가하는 초지능의 출현을 예측한 저서 『슈퍼인텔리전스』의 저자이며 저명한 인공지능 연구가인 닉 보스트롬이 나온다. 그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지금부터 진지하게 고민해야 디스토피아를 피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유전자 조작 등으로 인간 지능이 향상되면 그만큼 더 똑똑한 인공지능을 만들어내기도 쉬워질 터, 보스트롬은 이런 딜레마 속에서 인공지능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논의한다.

“미래의 인공지능을 설계할 때 그 기질이 우리의 것과 딱 맞아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초지능의 사고를 인간의 가치나 의지에 부합하게 형성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열쇠가 될 것입니다.”

개인의 삶과 행복을 묻다

미래에 일, 휴식, 취미 등을 포함해 우리의 삶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할까? 인재론과 조직론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100세 인생』의 저자 린다 그래튼은 기대 수명 100세 시대에 ‘교육-일-은퇴’라는 3단계 생애 공식은 끝났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학습과 휴식을 유연하게 배치하며 돈이나 집 같은 유형 자산보다 건강, 적응력, 인맥 등의 무형 자산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사람만이 늘어난 수명만큼 더 행복한 삶을 누린다고 조언한다.

“지금까지 삶에서는 교육-일-은퇴라는 3단계만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이 3단계를 거쳤기에 개인은 단계별 변화를 의식할 필요조차 없었습니다. 그러나 다단계의 삶에서는 변화의 방향과 정도, 시기를 스스로 조절해 결정해야 합니다. 그때마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에 대해 고민하고 선택해야겠죠.”

프랑스를 대표하는 사상가이자 토마 피케티와 학문적 궤를 같이 하는 경제학자 다니엘 코엔은 기술 발전으로 물질적 풍요가 증대되어 행복 지수가 높아진다고 하는 근대의 가정이 산산조각 난 이유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그는 기술 혁신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리라는 안일한 생각에 경종을 울리며 인간의 행복은 컴퓨터와 하나가 되어 불로장생을 누리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더욱 더 인간다워지는 것에 있음을 피력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컴퓨터를 이기는 것도, 컴퓨터 자체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진정 필요한 것은 컴퓨터를 수단으로 충분히 활용하면서 우리의 인간성이 확보된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묻다

2016년 알파고 쇼크, 2017년 촛불 혁명, 2018년 제주 난민 사태와 북한 비핵화 합의 등에서 볼 수 있듯 우리 또한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찌 될까? 먼저 미국이라는 거울을 통해 민주주의의 위기와 포퓰리즘의 귀환, 혐오 사회의 도래를 살펴보고자 한다면, 2016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을 주제로 한 미국의 노동법 전문가 조앤 윌리엄스와 인종사 전문가 넬 페인터와의 대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2018년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 관련해서는 1차 북핵 위기를 외교교섭으로 헤쳐나간 이력이 있는 전 미국 국방부 장관 윌리엄 페리와의 인터뷰가 도움이 된다. 세계 석학들의 냉철한 분석과 평가에서 우리 사회가 당면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또는 앞으로의 위험에 어떻게 대비할지에 대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난민, 이민에 대하여

“미국에서는 국민을 두 부류로 나누어 생각합니다. 한 부류는 에너지가 넘치고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고자 하는 사람들입니다. 다른 부류는 지금까지 해온 과정을 고수하려는, 야심 없는 사람들이지요. 이민은 둘 중 위험을 택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 합니다. 위험이 겁나는 사람은 이민을 엄두조차 못 내지요. 미국은 이민자들을 받아들인 덕분에 가장 야심만만한 국민을 얻은 셈입니다.”―재레드 다이아몬드

-추억 팔이 하는 정치 행태에 대하여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하다니요. 우리가 언제 황금기를 경험했다는 건지요. 1950년대를 말하나요? 말도 안 돼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를 그리워하기보다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린다 그래튼

-혁신 만능주의에 대하여

“과학기술만으로 경제성장을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새로운 과학기술이 오히려 일자리를 빼앗아버리는 측면이 강합니다.”―다니엘 코엔

-사회 불평등에 대하여

“미국의 엘리트들은 사회 불평등에 관심을 갖는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나, 정작 계급에 대한 이해는 낮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출발점이 다르다는 점을 생각하지 못합니다. 자신들이 전문직이나 관리직에 있는 이유는 본인이 똑똑하기 때문이라고 믿거든요. 하지만 사실은 다릅니다. 그들이 진정 계급 문제를 이해하려면, 본인이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3루에 서 있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자신이 3루타를 쳐서 3루까지 달린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고, 따라서 날 때부터 타석에 서보지도 못한 사람에 비하면 홈베이스를 밟을 확률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말이죠.”―조앤 윌리엄스

-북한의 비핵화 합의에 관하여

“북한은 과거 수십 년간 ‘미국이 우리 체제를 무력으로 전복시키려 한다.’고 끊임없이 의심했습니다. 그리고 핵무기야말로 그런 미국을 억지할 수 있으리라 믿었지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북한은 비핵화에 합의한다고 해도 또다시 철회할 것입니다. 성공의 열쇠는 핵 억지력 외에 북한 체제의 존속을 보장해줄 다른 대체 수단을 찾아내는 것입니다.”―윌리엄 페리

 

목차

 

프롤로그
1장 인류는 어떤 운명을 맞이할 것인가(유발 하라리)
2장 현대 문명은 지속할 수 있는가(재레드 다이아몬드)
3장 인공지능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닉 보스트롬)
4장 100세 시대는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린다 그래튼)
5장 기술이 인간을 행복하게 해주는가(다니엘 코엔)
6장 무엇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조앤 윌리엄스)
7장 혐오와 갈등은 사회를 어떻게 분열시키는가(넬 페인터)
8장 핵 없는 동북아는 가능한가(윌리엄 페리)
에필로그

 

< 내용 출처 : 교보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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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