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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수록 풍요롭다  :  지구를 구하는 탈성장  /  제이슨 히겔

338.927 H628LKㄱ  사회과학열람실(3층)  

 

책소개

 

경제는 영원히, 끊임없이 성장해야 할까?
전세계적 기후위기와 불평등의 현실을 뒤흔드는 탈성장 제언

세계 경제가 고도로 성장하는 동안 지구 곳곳에서 수많은 이상징후가 나타났다. 빈곤과 불평등은 증가했고 온난화와 환경오염으로 광범한 삶의 터전이 사라졌다. 모든 산업, 모든 부문, 모든 국가에서 경제가 늘 성장해야 하고 이는 인류 번영의 필요조건이라는 명제가 진리로 떠받들리지만 상승하는 GDP 그래프와는 정반대로 대다수 인간의 삶과 행복은 하강 곡선을 그려왔다. 『적을수록 풍요롭다: 지구를 구하는 탈성장』은 경제인류학자로서 세계 불평등 문제와 국제개발의 정치경제학 연구로 주목받는 신진 연구자 제이슨 히켈(Jason Hickel)의 저작 중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책으로, 한계에 다다른 기후위기와 불평등 문제의 원인으로 ‘끊임없는 경제성장’과 이를 동력으로 하는 자본주의 자체를 지적하며 ‘탈성장’을 해법으로 제안한다. 생태경제학의 측면에서 성장이라는 대세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경제성장 없는 그린뉴딜’ 사회가 현실적으로 어떻게 가능한지, 단기적으로 효과적인 방법은 물론 포스트 자본주의 사회의 장기적인 안목까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출판사 서평

 

탈성장은 선택이 아니다, 유일한 답이다
자연 상태에서 모든 유기체는 성장하지만, 성장에는 종착역이 존재한다. 성숙한 단계에 이르면 성장을 멈추고 상태를 유지한다. 만약 성장이 멈추지 않고 세포가 계속해서 증식한다면 이는 암세포나 일종의 코딩 오류로 표현된다. 그런데 경제성장에서만큼은 이러한 한계가 없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자본주의하에서 매년 세계 GDP는 적어도 2~3%는 성장해야 한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단 3%의 경제성장만 지속되어도 이는 23년마다 세계경제의 전체 규모를 두배로 늘리는 수준이다. GDP는 필연적으로 에너지와 자원 사용을 동반한다는 점과 인류가 이미 지구의 한계를 넘어선 수준으로 자원을 소모하고 쓰레기를 쏟아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류가 봉착한 위기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물론 지구온난화의 폭을 1.5℃ 이하로 유지하고 2050년에는 탄소배출량을 0까지 감축하자는 국제적 합의가 정립되었고 각종 ‘그린뉴딜’도 등장했다. 하지만 저자는 현재와 같은 경제성장과 물질생산을 지속한다면 어떠한 그린뉴딜도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힘주어 말한다. 더 많은 성장은 더 많은 에너지 수요를 의미하고, 에너지 수요가 많아진다면 대체에너지를 아무리 개발한다고 해도 충분한 생산량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가속화된 불평등, 대멸종과 기후 붕괴의 현실 속에서 경제가 계속해서 성장한다는 것은 동화 같은 이야기다. 성장 없는 미래를 상상하지 못하는 관성에서 벗어나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저자는 탈성장이라는 발본적인 전환을 주장한다.

한계에 다다른 지구
생태경제학자로서 저자는 전세계적으로 보고되고 있는 다양하고도 연쇄적인 대멸종과 기후 붕괴의 민낯과 앞으로 지구에 닥칠 미래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전세계적으로 곤충 숫자가 감소하고 곤충을 먹이로 삼거나 수분 매개체로 곤충에 의존하는 생물종 역시 광범위하게 감소하고 있다. 지구 토양의 40%가 심각하게 침식되었고 전세계 농지의 5분의 1에서 작물 수확량이 줄어들고 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지구에서 농작물을 수확할 수 있는 기간이 60년밖에 안 될 수도 있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한다. 해양의 상황도 비슷하다. 공격적인 남획과 오염으로 세계 어족 자원의 85%가 고갈되었다. 바다는 지구온난화로 생성된 열의 90% 이상을 흡수하면서 뜨거워졌고 먹이사슬이 끊어지며 해양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다. 탄소배출로 인해 바다가 산성화하는 문제도 눈여겨봐야 한다. 6600만년 전 마지막 멸종 당시 바다의 산성도 pH는 0.25 낮아졌고, 그 결과 해양 생물 종의 75%가 절멸했다. 지금의 흐름대로면 해양 산성도는 금세기 안에 0.4만큼 낮아질 것이다. 현재 멸종 속도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1000배 이상 빠르다. 기온 상승으로 매년 발생하는 초대형 태풍의 숫자는 1980년대 이후 두배가 되었고, 2003년 유럽을 강타한 폭염은 7만명을 사망케 했다. 저자는 이 모든 위기와 기후행동 실패의 배경에 우리의 경제체제, 즉 자본주의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자본주의는 어떻게 세계를 파괴해왔는가
생태계 파괴는 수백년 전에 등장한 자본주의, 특히 1950년대부터 가속화된 산업화와 함께 시작되었고 이런 인간의 시대를 학계에서는 인류세(Anthropocene)라고 부른다. 그러나 저자는 지금의 위기가 인간보다는 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의 압도적 지배력과 관련이 있으니 자본세(Capitalocene)로 규정하는 것이 맞는다고 주장한다. 책의 1장과 2장에서 저자는 그렇다면 자본주의가 어떤 과정을 통해 등장했고, 어떻게 성장이라는 핵심가치를 동력으로 삼아 부를 축적함과 동시에 지구를 파괴해왔는지, 무엇보다 그러한 착취의 시스템이 어떤 방식으로 공고화되었는지를 분석한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1300년대 유럽의 농민혁명에 대한 반동으로 시작된 인클로저에서 태동했다고 설명한다. 목초지ㆍ숲ㆍ강 등 풍요로운 자연에 대한 접근을 제한함으로써 인위적 희소성과 궁핍을 퍼뜨리는 방식, 즉 커먼즈의 약탈을 통해 초기 자본주의의 본원적 축적이 이루어졌고 사람들은 빈곤과 열악한 노동에 내몰렸다는 분석이다. 똑같은 과정은 유럽 열강의 식민지로 전락한 다른 지역에서도 반복되었다. 산업혁명으로 향하는 1500년대부터 1800년대 사이에 이러한 격동이 세계를 휩쓸었고, 대다수 인간의 삶은 홉스의 말처럼 “더럽고, 잔인하고, 짧”아졌다. 자연과 상생하는 애니미즘의 전통이 자연을 약탈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기계론적ㆍ이분법적 철학으로 대체되었고 생태계는 무분별하게 파괴되었다.

성장주의라는 거대한 괴물
저자는 자본의 내재적 논리가 ‘성장’이라는 절대과제고 자본주의의 특징은 지속적인 성장 추구라고 정리한다. 교환가치를 통해 축적되는 ‘이윤’을 위해 자본이 증식하는 과정에서 이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이윤은 ‘자본’이 되고, 다시 새로운 이윤창출, 즉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된다. 성장을 멈추는 순간 인플레이션과 감가상각으로 자본은 가치를 잃기 때문에, 자본이 축적되어도 성장에 대한 압박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이러한 시스템을 저자는 계속 성장하기 위해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돌아가는 수레바퀴, 즉 ‘저거너트’(Juggernaut)에 비유한다. 또한 경제성장의 핵심지표로 등장한 국내총생산(GDP)이라는 측정기준은 성장에 대한 공적 강박증을 강화했다. GDP를 만든 쿠즈네츠조차 사회적 비용을 계산하지 못하는 GDP의 한계를 지적하며 단순히 경제활동을 돈으로 환산한 총계보다, 인간의 좋은 삶을 고려하고 더 균형 잡힌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1960년 OECD 설립 이후 무제한적인 GDP 성장이 각국의 정책 목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면 기업과 정부가 파산하고 일자리가 사라지고 모두가 빈곤해진다는 성장주의의 신념이 전세계에 뿌리를 내렸다.
저자는 성장이 나쁘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성장주의(growthism)라고 분명히 말한다. 인간의 필요와 행복, 사회적 목적을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성장 그 자체 또는 이윤추구만을 위해 성장을 추구하는 행위가 문제라는 것이다. 성장주의는 인간의 노동력을 값싸게 착취하려 할 뿐 아니라 엄청난 양의 자원을 먹어치운다. 금속·광물·화석연료·건축자재를 비롯하여 매년 인간이 추출하고 소비한 모든 재료의 총량을 집계한 물질 발자국(material footprint) 통계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1945년 이후 경제성장이 가속화하면서 물질 사용량은 2017년 920억톤까지 치솟는다. 과학자들은 지구가 연간 500억톤까지 물질 발자국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 추산한다. 최대 안전 한계인 셈인데, 우리는 이미 이 한계를 두배 초과했다. 물질 사용의 폭발적 증가는 당연히 심각한 생태계의 파괴를 의미한다. 성장이라는 정언명령은 한계가 없지만, 지구의 생명력에는 분명히 한계가 존재한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기술은 우리를 구원할 수 없다
성장주의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유지하면서 기술혁신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을 조장한다. 정말 기술의 효율성만 개선하면 자본주의의 어떤 것도 바꾸지 않은 채 세계경제를 계속해서 성장하게 할 수 있을까? 3장에서 저자는 기후변화를 막을 것으로 기대되는 여러 첨단 기술과 공학의 문제점을 진단한다. 재생에너지와 혁신적인 재활용 기술, 대기 중의 탄소를 빼내는 ‘배출 흡수 기술’(negative-emissions technologies), 심지어는 태양을 차단하거나 바다의 화학적 구성을 바꾸는 지구공학적 기술까지, 위기의 지구를 구하고 성장을 ‘녹색’으로 만들어 줄 기술로 각광받는 여러 대안들이 언급된다. 저자는 각 기술의 기본적인 내용과 현실적 한계들을 꼼꼼하게 분석하며 대다수 기술이 현시점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만큼 효과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밝힌다. 설혹 이런 해결책들이 기후변화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해도 지금처럼 경제성장을 지속하면 물질 사용도 줄어들지 않고 궁극적으로는 생태계 붕괴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물론 기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생태계 붕괴에 대항하려면 절대적으로 기술과 효율성 개선이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논지다. 실제로 생태경제학자들과 이 분야를 연구하고 메타 분석을 실행해 2019년 관련 논문을 발표하기도 한 저자의 결론은 간단하다. ‘녹색성장’은 없다. 실증적 증거가 없다. 성장 지향의 경제하에서는, 생태적 영향을 줄이려는 기술조차 결국 성장 목표를 높이고 채굴과 생산의 순환에 점점 더 많은 자연을 착취하는 데 이용된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성장이다.

탈성장이 만드는 포스트 자본주의 사회의 미래
2부에서는 탈성장이라는 목표를 제시하며 생태계 붕괴를 되돌리고 대안 경제를 건설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조치들을 살펴본다. 탈성장은 에너지와 자원의 과도한 사용을 계획적으로 줄임으로써 경제가 안전하고 정의로우며 공정한 방식으로 생명세계와 균형을 이루게 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이때 저자는 탈성장이란 GDP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전적으로 다른 경제, 애초에 성장이 필요 없는 경제로의 전환이 핵심이다. 결론적으로 탈성장을 통해 끝없는 자본축적이 아니라 인간 번영을 중심으로 조직되는 포스트 자본주의 경제가 가능해진다는 주장이다. 경제의 모든 영역이 항상 성장해야 한다는 불합리한 신조에서 벗어나면, 우리의 필요를 위해 성장시켜야 할 분야(청정에너지, 필수 공공 서비스 등)와 탈성장해야 할 분야(화석연료, 무기 등)를 결정할 수 있다. 또한 더 많은 상품 판매를 위해 제품을 단기간에 고장나게 만드는 계획적 진부화, 무절제한 소비를 자극하는 광고 등 순전히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안한 경제 부문을 축소할 수 있다. 그러면 결국 사람들이 불필요한 노동의 고역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주당 노동시간을 줄여 완전고용을 유지할 수 있고 소득과 부를 보다 공정하게 분배할 수 있으며 보편적 의료보장, 교육, 저렴한 주거와 같은 공공재에 투자할 수 있다. 탈성장 경제의 모습을 생생히 묘사함으로써 저자는 ‘탈성장=빈곤’이라는 선입견을 격파한다. 나아가 경제적ㆍ사회적 대전환과 기후실천의 가능성을 설득력 있게 전하고 진정한 사회적 번영에 이르는 길을 제시한다. 이 길을 갈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고 저자는 경고한다. 대멸종과 기후 붕괴의 엄중한 현실 앞에서, 우리 모두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서문 │ 우리 공동의 취약성, 그리고 우리의 연대에 근거한 비전
들어가며 │ 인류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1부 │ 많을수록 빈곤하다
1장 자본주의: 탄생 이야기
2장 저거너트의 등장
3장 기술이 우리를 구원할 것인가?

2부 │ 적을수록 풍요롭다
4장 좋은 삶의 비밀
5장 포스트 자본주의 세계로 가는 길
6장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 기후위기 너머의 미래를 상상하기

 

< 출처 : 교보문고 >

:
Posted by sukji

 

노마드랜드 : 압도적 찬사, 역대급 수상 기록, 영화 〈노매드랜드〉 원작  / 제시카 브루더

331.3980973 B888nKㅅ   사회과학열람실(3층)

 

책소개

 

압도적 찬사, 역대급 수상 기록, 영화 〈노매드랜드〉 원작
리베카 솔닛, 바버라 에런라이크 추천

미국에서 고정된 주거지 없이 자동차에서 살며 저임금 떠돌이 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삶을 한 노년 여성을 중심으로 밀도 있게 묘사한 논픽션. 이 새로운 ‘노마드’ 노동자들은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주거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집을 포기하고 길 위의 삶을 택한 퇴직한 노년의 노동자들이 주를 이룬다. 평생을 끊임없이 일했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집 한 채 가질 수 없는 사람들.

책은 가장 취약한 계층을 가장 집요하게 착취하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개인의 삶이 주는 감동 또한 놓치지 않는다. 이들의 이야기는 사회적 불의에 분노하고 문제를 절감하게 하는 한편으로 우리에게 꿈이란 무엇인가, 또 집은 무엇인가를 되묻게 만든다. 이 책은 지금 가장 주목받는 감독인 클로이 자오가 연출하고,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주연을 맡아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영화 〈노매드랜드〉는 2020년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비롯해 세계 유수의 영화제들을 휩쓸며, 평론가들의 극찬 속에 수상 기록을 여전히 갱신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평생 쉼 없이 노동하는,
그러나 집 한 채 가질 수 없는 삶에 대하여

린다 메이, 예순네 살, 지프에 작은 연노란색 트레일러를 달고 광활한 국유림으로 달려가는 중이다.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트레일러는 그의 집이다. 그는 그 집을 ‘가지고’ 일을 하러 달려간다. 여름 한 계절 동안, 그는 국유림에 있는 캠프장 관리를 맡을 것이다. 운이 좋으면 주당 40시간을 꽉 채워서, 최저임금보다 조금, 아주 조금 더 받으면서. 물론 근무시간은 회사가 원하는 대로 그때그때 조정될 것이고, 언제든 사유나 예고 없이 해고될 수 있다.
지금 미국에는 집을 포기하고 밴이나 RV, 심지어 세단까지, 다양한 차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미국 전역을 누비는데, 대부분 더는 주거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진 은퇴 연령대의 사람들이다. 이 새로운 노마드 노동자들은 많은 수가 중산층이었고, 누구보다 사회 규범에 충실하게, 안정을 추구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아무리 애써봐도 집값은 수입을 훌쩍 뛰어넘고, 은퇴는, 일하지 않고 쉬는 삶은 불가능하다. 그들은 마침내 집을 포기하고 길 위로 나선다. 이것은 사회도, 그들 자신도 상상하지 못한 미래다. 그리고 지금, 그와 같은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이들은 고용주에게는 필요할 때에, 필요한 만큼만 일을 시키고, 최대한 낮은 임금을 주고, 언제든 해고할 수 있는 노동자들이다. 그중 가장 적극적인 고용주인 아마존은 연말 성수기에 폭증하는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노마드 노동자들을 모집하는 ‘캠퍼포스’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몇 년 전 당시 아마존 최고경영자였던 제프 베이조스는 자신만만하게 2020년까지 이런 노동자들 네 명 중 한 명은 아마존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게 될 거라고 예견했다. 린다 메이 또한 그 넷 중 하나에 곧 합류하게 될 터였다.

집 없는 삶은, 은퇴 이후의 미래는 선택일까 결과일까
우리의 삶을 되묻는 노마드들의 이야기

아마존 물류 창고에서 일한다는 건, 10시간 이상을 주야간 교대 근무로 일하며, 매일 하프 마라톤 거리 정도를 걷고, 반복되는 단순 동작으로 머릿속이 멍해진 채 진통제를 몇 알씩 삼키며, 그래도 사라지지 않는 끔찍한 통증을 견뎌야 한다는 의미다. 노마드 노동자들이 하게 되는 일 어느 하나도 흔히 상상하는 노년의 ‘소일거리’와는 거리가 멀다. 이들은 산더미같이 쌓이는 사탕무와 씨름하며 12시간을 버티거나, 커다란 캠프장을 관리하며 갖가지 일을 몽땅 떠맡거나, 각종 부상과, 때로는 죽음을 감내하며 놀이공원에서 피곤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2016년에 이미 900만 명에 달하는 65세 이상의 미국인들이 여전히 일을 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고, 그 증가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몇 년 전 한 여론 조사는 사람들이 “이제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자산이 버텨주는 나이보다 오래 사는 일”을 더 두려워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죽음보다도 두려운 삶, “새로운 은퇴자들의 시대”는 그렇게 와 있다.
아마존과 같은 기업들은 어째서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나 할 법한 고된 일에 고령의 노동자들을 선호할까? 순응적이고 성실한 태도 때문이기도 하고, 사회적 약자를 채용할 때 주어지는 세액 공제를 받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이들은 집을 들고 나타나 작은 기업 의존형 마을을 형성했다가 필요 없어지면 사라진다. 그러니까 아주 맞춤하게, 간편하고 값싼 노동력인 것이다.
이들의 삶은 하나의 질문으로 이끈다. 어떻게 해서 평생 열심히 일해온 사람들이 결국 집도, 영구적인 거주지도 없이 앞날을 알 수 없는 저임금 노동에 의존해 살아가게 되는 걸까. 린다 메이는 갖가지 직업을 전전하며 살았다. 트럭 운전사, 칵테일 웨이트리스, 종합 건설업자, 그 외에도 일고여덟 가지쯤. 근근이, 그래도 끊임없이 살길을 찾으며 두 아이를 거의 혼자서 키워냈다. 아픈 어머니를 돌봤다. 하지만 이 지칠 줄 모르는 베테랑에게도 끝은 찾아왔다. 어디에도 일자리가 없었다. 린다는 궁금했다. 모두들 대체 어떻게 노년을 살아갈 수 있나.
노마드들에겐 저마다 수백, 수천 가지 사연이 있다. 2008년 금융 붕괴로 직격탄을 맞아 집을 압류당하거나 예금이나 주식, 개인연금을 날려버린 사람들도 있고, 그 후 이어진 대침체 기간에 사업이 기울거나 직장에서 밀려난 사람들도 있다. 어떤 이들에겐 경제 위기 속에서 이혼이나 부상 같은 개인적 불행을 견딜 만한 안전망이 없었다. 하지만 국가는 그들에게 개인의 일은 개인이 알아서 하라고 한다. 가난은 당신 탓이고, 당신은 온전히 당신 책임이라고.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실패한 개인들의 합이 아니다. 경제체제의, 국가 시스템의 실패를 말해주는 지표다. 그리고 차량에서 살아가게 되지 않더라도, 많은 미국인들이 그들과 마찬가지의 변화를 강요받고 있다. 빚을 따라잡을 수 없는 수입, 점점 더 벌어지는 임금 격차는 많은 가구들의 가계 상태를 위태위태하게 만들고 있다. 더 이상 사회이동은 불가능하고, 불평등과 단절의 골은 돌이킬 수 없이 깊어진다. 그렇게 시스템이 변화하는 사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이 파괴되고, 사회질서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텅 빈 미래로부터 탈출하기 위하여
길 위에서 찾아낸 전혀 다른 삶, 전혀 다른 꿈

노마드들은 기본적으로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또 몰려서 더는 갈 곳도 숨을 곳도 없이 길 위로 내밀린 사람들이다. 대부분은 절망 속에서 이 삶을 시작한다. 몰락한 사람, 홈리스, 실패자, 낙오자, 바닥까지 가버린 사람이라는 생각에 잠들지 못하는 밤들이 이어진다. 이들은 화장실을 처리하고, 샤워를 하는 것부터 숨을 곳을 찾아 주차하는 방법까지 모든 것을 다시 다 배워야 한다. 그리고 그중에 즐겁고 아름다운 일은 별로 없다. 생존을 위해 자조적으로 “노예 노동”이라고 일컫는 일자리들을 전전해야 하고, 때로는 홈리스라는 낙인이 찍혀 가족들로부터도 버림받는다.
하지만 길 위의 삶이 단지 생존인 것만은 아니다. 노마드들은 길 위에서 전혀 생각지 못한 행복,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발견한다. 중산층이라는 환상을 좇는 무리에서 밀려날 때의 막막함과 불안은 이내 사라진다. 오히려 실은 잃은 것이 별로 없음을, 마침내 지긋지긋한 집세와 주택 융자금의 압박에서 해방되었음을 깨닫는다. 밴을 집답게 꾸미고, 생활을 되찾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들은 이 새로운 생활방식을, 자유와 모험의 삶을 다시 한번 받아들인다.
그리고 노마드들은 혼자 떠도는 외톨이가 아니다. 이들에겐 그들만의 공동체가 있고, 동류의식이 있다. 웹사이트에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길 위의 만남에서 그들은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를 격려한다. 계절성 일자리들의 해고가 시작되는 한겨울에는 황량한 사막을 들뜬 열기로 채우는 그들만의 행사를 열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밴 가족’이 되어서, 함께 휴일을 보내고 생일을 축하하고 아플 때 돌봐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신산한 가난의 현실을 멋지게 포장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는 이들에게서 험난한 여정 속에서도 여전히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 끈질긴 용기, 삶의 품격을 지키려는 노력들, 한곳에 정주하지 않는 삶을 하나의 생활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유연함과 낙천성을 목격하게 된다. 3년간 이들과 함께한 저자는 이 낙천적인 태도가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보다는, 역경에 직면했을 때 적응하고, 의미를 추구하고, 연대감을 찾으려는 인류의 놀라운 능력을 증명”한다고, 위기의 시기에 더욱 빛을 발하는 역설적인 힘을, 순간순간 반짝이는 행복을 발견해내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린 쓰러지지 않게 서로를 붙잡아줄 거예요
놀랍고도 강렬한 기쁨으로, 그렇게 연결되어

책은 “어디에나 틈은 있어. 빛은 그 틈을 통해 들어오지”라는 레너드 코언의 가사로 문을 연다. 틈은 체제의 빈곳이고, 균열의 흔적이다. 혹은 부서진 삶의 증거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그렇게 벌어진 틈을 통해, 빛은 들어온다. 이들은 막다른 골목에 내몰려 어쩔 수 없이 길로 나선 사람들이지만, 그게 결말은 아니다. 길 위에 선 그 자리에서 삶은 다시 시작된다.
쓰라리고 험난한 고난을 겪으면서도 우리는 혼자가 아닐 수 있다. 사막 같은 땅들과 지평선이 까마득한 길들과, 곡예하듯 구불구불한 산길을 외로이 운전하고 있대도 혼자가 아닐 수 있다. 고된 육체노동을 견딜 수 있을지 걱정하는 한 노마드에게 린다는 말한다. “우린 쓰러지지 않게 서로를 붙잡아줄 거예요.”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좋은 일들이, 좋은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믿음. 그렇게 그들은 길 위를 홀로 달리고, 차에서 몸을 구겨 잠들면서도, 끝없이 희망을, 꿈을 갱신한다. 왜냐하면 당연하게도, 누구나 풍요롭게 살고 싶어하므로. 그냥 하루하루 살아남는 게 아니라. 린다는 “모든 것을 곱씹어본 끝에 삶은 멋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낯설고 불안했던 길 위에서 “나는 행복하고, 기쁘고, 자유롭다”고 말하면서.

 

목차

서문

1부
1장 틈새 호텔
2장 끝
3장 미국을 살아내기
4장 탈출 계획

2부
5장 아마존 타운
6장 집결 장소
7장 타이어 떠돌이들의 랑데부
8장 헤일런
9장 더 이상 사탕무할 수 없는 경험들

3부
10장 H로 시작하는 단어
11장 홈커밍

코다 - 코코넛 속 문어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참고 문헌

 

< 출처 : 교보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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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 :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마지막 선택  / 최재천

577 최72ㅅ  자연과학열람실(4층)

 

책소개

 

매일 만나는 오늘의 교양, 미래의 지혜

21세기 생활철학으로서 생태학 입문하기
지식 라이브러리 〈굿모닝 굿나잇〉 ‘환경 편’

아침에 시작해서 저녁에 끝내는 지식 라이브러리, 〈굿모닝 굿나잇〉 시리즈 출간! 21세기 지식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굿모닝 굿나잇〉 시리즈가 출간되었다. 최고의 필진이 집필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를 전한다. 우리는 어디에 있고, 어떤 변화를 맞이하여,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를 조망한다.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의 생명체들도 다양한 삶의 주체임을 인정하며 자연과 공생하는 생태적 삶을 제안하는 책. 평생 자연을 관찰하고 생명에 대한 지식과 사랑을 실천해온 최재천 교수는 이 책에서 환경 재앙의 역사를 개괄하고 팬데믹에서 기후 위기, 생물다양성 고갈까지 인간 존립을 흔드는 환경 문제를 살펴보며 21세기 지구인이 실천해야 할 생태학의 핵심을 보여준다.

인간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이른바 ‘환경의 세기’에 인간에게 남은 유일한 전환은 생태적 전환이다. 오직 자신의 성공과 풍요를 추구해온 인간의 생태적 죄를 비판하고 현명한 인간 ‘호모 사피엔스’에서 모든 생명체와 공생하는 인간 ‘호모 심비우스’로의 생태적 전환을 강조한다. 각 분야 최고의 학자와 연구자가 미래 세대를 위해 만든 지식 라이브러리 〈굿모닝 굿나잇〉 시리즈의 ‘환경 편’이다.

 

출판사 서평

 

 

호모 사피엔스에서 호모 심비우스로 전환하라
21세기 생활철학으로서 생태학 입문하기

팬데믹은 일상이 되었고 지구 곳곳에 대규모 산불과 긴 장마가 계속되고 있으며 야생생물 개체수는 40년 전에 비해 3분의 2가 줄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구 아니면 갈 곳 없는 인간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평생 자연을 관찰하고 생명에 대한 지식과 사랑을 실천해온 최재천 교수의 신작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는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의 생명체들도 다양한 삶의 주체임을 인정하며 자연과 공생하는 생태적 삶을 제안한다. 환경 재앙의 역사를 개괄하고 팬데믹에서 기후 위기, 생물다양성 고갈까지 인간 존립을 흔드는 환경 문제를 살펴보며 21세기 지구인이 실천해야 할 생태학의 핵심을 보여준다.
그동안 인류는 언어적, 문화적 전환을 이루었고 기술, 로봇, 정보의 전환 등 새로운 전환을 구상해왔다. 저자는 인간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이른바 ‘환경의 세기’에 인간에게 남은 유일한 전환은 생태적 전환이라고 역설한다. 오직 자신의 성공과 풍요를 추구해온 인간의 생태적 죄를 비판하고 현명한 인간 ‘호모 사피엔스’에서 모든 생명체와 공생하는 인간 ‘호모 심비우스’로의 생태적 전환을 강조한다.

인간만 잘 살 수 있는 지구는 없다
자연과 공생하는 생태적 삶에 대하여

인간은 스스로를 ‘호모 사피엔스’라고 부르며 풍요롭고 독창적으로 문명을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저자는 인간의 자만으로 인해 지구가 파괴되어 인간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에 서 있다고 말한다. 팬데믹, 기후 위기, 생물다양성 고갈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며 인간만 잘 살 수 있는 지구는 없다고 경고한다.
지구온난화로 박쥐의 서식지가 인간 거주지와 지나치게 가까워져 인간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알 잘 낳게 하려고 인위선택을 하여, 유전자다양성을 거의 상실한 닭들은 밀집된 환경에서 한 마리만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되어도 전원 몰살당할 수 있다. 세계기상기구에 따르면 2015~2019년은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운 5년으로 기록되었다. 대기 온도는 산업화가 시작된 이래, 200여 년 동안 1.1도 올랐는데, 2011~2015년에만 0.2도나 올랐다. 2015~2019년에 이산화탄소 증가율이 이전 5년에 비해 20퍼센트나 증가했으니 기온도 비례해 증가했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생물다양성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지만 한번 멸종한 생물은 다시는 지구상에 불러낼 수 없다. 생물학자들은 지금 수준의 환경 파괴가 계속된다면 2030년경에는 현존하는 동식물의 2퍼센트가 절멸하거나 조기 절멸의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 이기심과 욕망을 버리고 지구의 생명체들과 손 잡아야 살아남는다. 이 책은 자연계 자체와 사회 체계의 상호작용에 대해 보다 많이 알기 위해 노력하며 공생하는 길이 무엇인지 가르쳐준다.

ㆍ 조류 인플루엔자부터 코로나19까지, 끝없는 인간의 탐욕이 낳은 재앙
ㆍ 지난 5년간 지구는 얼마나 더 뜨거워졌을까?
ㆍ 생물다양성의 위기가 기후 위기보다 어쩌면 더 심각할 수 있다
ㆍ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생태적 삶 시작하기

매일 만나는 오늘의 교양, 미래의 지혜
아침에 시작해서 저녁에 끝내는 지식 라이브러리, 〈굿모닝 굿나잇〉 시리즈 출간!

〈굿모닝 굿나잇〉은 21세기 지식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합니다.
최고의 필진이 집필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를 전합니다.
우리는 어디에 있고, 어떤 변화를 맞이하여,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를 조망합니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전 분야에서 패러다임이 전환하고 있다.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시대다. 거대한 변화의 흐름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변화를 읽지 못해 위기에 빠질 것인가,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기회를 만들 것인가. 우리는 어디에 서 있고 어떤 변화를 맞이하고 있으며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각 분야 최고의 학자와 연구자가 미래 세대를 위한 지식교양 총서를 만들기 위해 모였다. 인문 사회 경제 자연과학 예술 등 전 분야에서, 전환의 시대에 마주하는 변화와 쟁점을 역사적으로 고찰하고, 현상과 본질을 통합적으로 조망하여, 해법과 대안을 모색하는 지식 라이브러리다. 학생부터 대학생, 일반인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며 누구나 읽을 수 있고, 한 권에 핵심 지식과 교양을 담은 문고본으로 가장 가까운 곳에 두고 매일 만날 수 있다.
이번 1차분에는 주경철(역사학자), 박지향(역사학자), 임혁백(정치학자), 이지순(경제학자), 최재천(생물학자) 교수가 참여했다. 이어서 과학, 철학, 수학, 사회 등 시리즈는 계속된다. 〈굿모닝 굿나잇〉 라이브러리는 21세기 지식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를 선사하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혜안과 통찰을 찾는 당신을 기다린다.

 

목차

프롤로그-지나치게 성공한 동물의 고민

1장 환경 재앙의 역사
1. 성경이 기록한 환경 재앙
2. 근대의 환경 재앙

2장 팬데믹의 일상화
1. 야생동물 수난 시대
2. 질병의 생태와 진화
3. 행동 백신과 생태 백신
4. 누구에게나 공평한 바이러스

3장 기후변화의 위기
1. 기후의 Y2K
2. 기후변화와 팬데믹
3. 슬기로운 기후 위기 대응

4장 생물다양성의 고갈
1. 어쩌면 기후 위기보다 더 심각한 위기
2. 생물다양성의 개념과 현황
3. 다양성은 왜 중요한가?

에필로그-생태적 죄와 생태적 전환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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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교보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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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의 문법  : 도시에서 가난하게 산다는 것 / 소준철

362.6 소77ㄱ   사회과학열람실(3층)

 

책소개

 

도시에서 가난하게 산다는 것,
그리고 늙어간다는 것-

『가난의 문법』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0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도시연구자 소준철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연구한 결과를 책으로 묶었다. 저자는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여성 도시 노인의 생애사적 특징과 재활용품 수집이라는 일을 통해 가난을 들여다본다. 그들은 어떠한 가난의 경로를 거쳐왔는가? 분기점에서 한 어떤 선택이 그들을 가난으로 이끌었는가? 그들이 살아온 삶, 재활용품 수집을 시작한 이유, 수집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경쟁, 노인들의 지역공동체를 들여다보며 가난의 구조를 배운다. 그 구조는 개인의 노력으로 벗어날 수 있는 것인가?

저자는 ‘윤영자’라는 여성노인의 생애경로를 해부하며 노인들의(특히 여성노인의) ‘가난’에서 구조를 찾으려 시도한다. 윤영자는 개인적으로는, 결혼, 3남3녀의 출산, 그들의 대학 진학, 그들의 결혼, 자식들의 퇴직 및 사업 실패와 금전 요구, 남편의 퇴직, 남편의 질병과 같은 사건사고를 겪었다. 사회적으로는 남방개발(남편의 인도네시아 파견), IMF 경제위기, 북아현동 재개발, 2008년 세계경제위기 등의 경로를 거쳤다. 윤영자는 한때 아현동에 단독주택을 구입할 정도의 부를 축적했지만 이런 개인적/사회적 사건사고를 겪으며 자산을 잃고, 지금은 20만원 남짓 하는 연금과 폐지를 주워 판 돈, 노인일자리사업으로 벌어들이는 돈을 합쳐 50만원 남짓으로 한 달을 살아가고 있다. 윤영자씨의 가난은 그녀의 개인적인 선택으로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국가와 사회와 시대의 변화 과정에 휘말린 결과다. 저자는 이렇게 윤영자의 생애경로를 좇으며 가난의 구조를 해부한다.

 

출판사 서평

 

가난에도 문법이 있다
도시의 길거리에서 보이는 폐지 줍는 노인들은
이 문법의 대명사다

이제는 가난의 문법이 바뀌었다. 도시의 가난이란 설비도 갖춰지지 않은 누추한 주거지나 길 위에서 잠드는 비루한 외양의 사람들로만 비추어지지 않는다.(28쪽)

거리에서 폐지와 박스가 산더미처럼 쌓인 리어카나 카트를 끌고 가는 노인들의 모습을 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대충 다음의 세 가지 정도로 나뉜다.(세 가지 반응이 혼재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외면하거나, 동정하거나, 두려워하거나.
세 가지 반응을 나타내는 무리 중 각자의 사정은 이렇다. 첫째, 외면하는 사람들의 경우다. 아스팔트에서 김이 나게 뜨거운 날, 혹은 언덕길이 빙판이 된 날, 폐품을 잔뜩 쌓아 수백 킬로그램은 될 리어카를 끌고 그 길을 힘겹게 걷는 그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불편한 마음이 절로 든다. 하지만 그들의 처지를 직면하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젊었을 때 저축을 별로 안 한 사람들이겠지, 자식 농사를 잘못 지어서 자식이 생활비도 안 주나 보네. 나는 지금 열심히 일하고 있고 연금도 붓고 있으니 저런 노인이 될 일은 없을 거야. 외면하는 이들은 그들의 처지가 ‘내 일’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리고는 고개를 돌린다.
둘째, 마음에 불편함을 느끼는 어떤 이들은 동정하기를 택한다. 폐지 줍는 노인들은 연민의 대상이 된다. 두 번째 경우에 속하는 이들은 가끔 노인들의 리어카를 뒤에서 밀어주기도 하고, 어디에 폐품이 많이 쌓여 있다고 알려주기도 하고, 집에 모아둔 폐품을 노인들에게 건네기도 한다. 이들은 늙어서도, 몸이 아픈데도, 푼돈을 위해 거리를 쏘다녀야 하는 그들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긴다.
세 번째 경우의 사람들은 극도의 두려움을 느낀다. 그 노인들의 처지가 언젠가 ‘내 일’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경우다. 이들은 현재의 사회보장 제도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노인이 되었을 때 사회보장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며 걱정한다. 정년을 보장받지 못하여 일찍 은퇴하거나, 질병으로 모아둔 재산을 병원비로 소진할 경우, 자식이 없거나 자식에게 노후의 부양을 기대하지 못하는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고려하며 냉정하게 미래를 계산한다. 하지만 남는 것은 실질적인 대비보다는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커다란 두려움이다. 나도 저런 처지가 되면 어쩌지. 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어느 도시연구자가
골목길에서 목격한 우리 시대 ‘가난의 표상’

이 책의 저자인 소준철은 어느 날 한 무리의 노인들을 목격했다. “2015년 3월의 어느 날, 가양역 근처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작은 골목을 지나가는데, 1km가 채 안 되는 거리에서 재활용품을 줍는 노인 여럿을 보게 됐다. 그녀들은 함께 다니는 게 아니었다. 그녀들은 어떤 갈림길에 다다르자 뿔뿔이 흩어졌다.”(271쪽) 소준철이 본 노인들의 모습은 어떤 소설의 묘사와도 맞아떨어진다. “고물은[고물 줍기는] 타이밍이 중요했다. 먼저 발견한 사람이 임자였다. 물건이 나올 시점을 잘 잡아 때맞춰 돌아다녀야 했다.”(《소각의 여왕》, 이유, 23쪽) 즉, 소준철이 본 것은 폐지를 비롯한 재활용품을 주워 파는 노인들의 무리였다. 소준철은 이들을 외면하거나, 동정하거나, 이들의 처지를 자신에 빗대 두려움을 느끼기보다는 이들을 연구하기를 택했다. 《가난의 문법》은 그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현장을 조사하고 연구한 결과물이다.
리어카나 카트를 끌며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모습은 지금, 우리 시대 가난의 표상이다. 가난의 표상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왔다. 전후 시대에 누더기를 입고 맨발로 미군들에게 껌을 구걸하는 모습에서, 경제성장기 달동네의 판잣집 좁은 부엌에서 연탄불을 때는 모습, IMF 경제위기 이후 도심을 차지한 노숙인의 모습으로. “가난의 모습은 늘 바뀔 것이다. 다음에 올 ‘가난’이 어떤 모습인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9쪽)

가난한 여성노인에 대한 상징은 여기저기서 찾을 수 있다. 대개는 재활용품을 줍는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된다. 〈빨래〉라는 뮤지컬에서 빈곤층 여성노인은 폐지가 실린 작은 손수레를 끄는 모습으로 재현되는데, 꽤나 상징적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의 광고공모전에서 최우수 수상작을 받은 한 포스터는 더 노골적이다. “65세 때, 어느 손잡이를 잡으시렵니까?”라는 문구가 적혀 있고, 아래에는 여행용 캐리어가, 위에는 신문이 쌓인 카트가 그려져 있었다. 국민연금에 가입하면 “노년에 폐지를 팔아 생계를 잇지 않고, ‘품위 있게’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 의미가 담긴” 셈이다.(125쪽)

달동네가 재개발되고 판잣집이 사라지면서, 넝마를 입고 고물을 주우러 다니던 넝마주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면서, 사람들은 우리사회에서 가난이 사라진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가난은 모습을 바꾸었을 뿐,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판잣집 대신 쪽방 살이를 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넝마주이 대신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나타났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이루어지면서, 그 옛날의 공동체는 사라지고 한낮의 동네에는 일할 곳 없는 노인들만 남았다. 도시의 노인들은 각자도생하며 폐지를 줍는다. 참 이상한 일이다. 우리사회는 65세 언저리를 은퇴연령으로 정해놓고 그 연령이 지나면 미래세대에게 일자리를 넘기기를, 이제는 쉬면서 사회의 복지제도라는 혜택을 누리기를 ‘강요’한다. 그런데 왜 폐지를 주워 파는 노인들이 있는 걸까? 젊은 날에 저축을 못한 것이, 연금을 부으며 노후 대비를 하지 못한 것이, 자식이 있어도 그들에게 부모의 생활비를 댈 능력이 없는 것이, 과연 노인들의 잘못일까?

자립自立하고, 자구自救하라는 주문
죽어야만 끝나는 ‘노오력’-

거리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들 중에는 여성이 많다. 남성보다 평균수명이 긴 여성노인의 빈곤은 심각한 문제다.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수명이 긴 만큼 빈곤함도 길게 겪는다. 게다가 여성노인은 남성노인에 비해 체력이 달리고, 숙련된 기술이 없는 경우가 많고, 특별한 직업 경력도 없다. 소준철은 ‘폐지 줍는 도시의 여성노인’을 주인공 삼아 사회와 제도 사이의 빈틈에서 연구를 이어나간다.

남성노인의 경우, 젊은 시절부터 쌓아온 기존의 경력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은 편이지만 여성노인의 경우는 숙련된 기술 혹은 장기적인 경력이 없는 경우가 많고, 경력이 있다 하더라도 낮은 취업문에 막혀 나쁜 환경과 조건의 서비스업으로 전환하거나 진입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57쪽)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여성과 남성의 생애경로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조사에서 만난 노인들을 돌아보면, 남성노인은 ‘출생’에서 ‘진학(초등-중등)’에서 ‘취업’과 ‘결혼’과 ‘은퇴’로 이어지는 사회적 경로를 거쳐 나이 들지만, 여성은 ‘출생’에서 ‘진학(초등)’ 이후 잠깐의 ‘취업’과 ‘결혼’과 ‘육아’를 거쳐 ‘자녀와의 분리’로 이어지는 개인화되는 경로를 거친다. 여성노인들은 남성인 파트너와 그의 임금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생활이 재편되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제도에서 벗어난 ‘시장’의 변방에 나가 직접 생계를 꾸려나가야 했다. 현재의 여성노인들은 직접 임금노동자가 될 기회가 별로 없었고, 이로 인해 경력과 숙련이 없는 상태였다. 다시 말하자면, 가난한 여성노인은 이전의 한국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여성 생애의 목표를 남편에 대한 내조와 자녀의 양육으로 삼게 하고, 따라서 교육을 받고 직업을 가질 기회를 갖지 못하게 했던 결과인 것이다.(12쪽)

소준철은 《가난의 문법》에서 ‘윤영자’라는 여성노인의 생애경로를 해부하며 노인들의(특히 여성노인의) ‘가난’에서 구조를 찾으려 시도한다. 윤영자는 소준철이 현장조사 과정에서 만난 여러 노인을 합해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다.

이어지는 14개의 장은 가상의 인물인 윤영자의 하루 중 일부와 이에 대한 해석으로 이뤄져 있다. 1945년생인 윤영자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의 이름은 1945년에 출생등록을 했던 이들의 이름 가운데 가장 많았던 것을 골라 지은 것이며, 그녀의 남편이나 자녀들의 이름 역시 같은 방식으로 지었다.(16쪽)

글에 나오는 윤영자와 가족의 학력, 출산(출생), 결혼 등의 여부와 때에 있어서는, 1945년생이 ‘일반적인 생애주기’를 거쳤다고 여겨지는 사건들을 반영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윤영자가 의무교육으로 국민학교에 입학했으리라는 가정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결혼 시기, 첫 출산의 나이와 자녀의 수, 그리고 자녀들의 독립 시기 등에 대해서는 1945년생 노인들 생애의 평균치라고 생각되는 것을 반영했다. 그러므로 윤영자는 그들의 대표가 아닌 ‘평균의 노인’이며, 이 이유 때문에 그 어디에도 없는 존재다.(16~17쪽)

우리는 살아가면서 갖가지 개인적/사회적 사건사고를 맞닥뜨린다. 윤영자는 개인적으로는, 결혼, 3남3녀의 출산, 그들의 대학 진학, 그들의 결혼, 자식들의 퇴직 및 사업 실패와 금전 요구, 남편의 퇴직, 남편의 질병과 같은 사건사고를 겪었다. 사회적으로는 남방개발(남편의 인도네시아 파견), IMF 경제위기, 북아현동 재개발, 2008년 세계경제위기 등의 경로를 거쳤다. 윤영자는 한때 아현동에 단독주택을 구입할 정도의 부를 축적했지만 이런 개인적/사회적 사건사고를 겪으며 자산을 잃고, 지금은 20만원 남짓 하는 연금과 폐지를 주워 판 돈, 노인일자리사업으로 벌어들이는 돈을 합쳐 50만원 남짓으로 한 달을 살아가고 있다. 윤영자씨의 가난은 그녀의 개인적인 선택으로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국가와 사회와 시대의 변화 과정에 휘말린 결과다. 저자는 이렇게 윤영자의 생애경로를 좇으며 가난의 구조를 해부한다.

 

목차

프롤로그

13시
도시에서 가난한 노인으로 늙는다는 것 / 넝마주이의 후예들 / 이 책의 배경-북아현동의 지역적 특징 / 이 책의 주인공-북아현동의, 폐지 줍는, 여성, 노인들

13시 15분
고령사회 진입과 노인의 가난 / 통계의 역설 / 노인을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 가난의 구조적 요인: 생애, 쓸모의 변화, 가족, 부양의무자 / 재활용품 수집을 시작하는 이유

13시 30분
재활용품 수집 노인은 몇 명이나 될까? / 재활용품 수집이라는 일과 그 산업 / 제도의 바깥, 혹은 빈틈에 그들이 있다

14시 30분
리어카와 카트 / 재활용품 수집이라는 생태계

16시 30분
재활용품 수집이라는 일의 어려움 / 고물상과 노인의 관계-재활용품 판매가는 어떻게 정해지는가 / 고물상의 모순 / * 재활용품 수집 노인의 소득

17시 30분
여성노인이 거치는 가난의 경로-개인의 문제인가? / 자립(自立)하고, 자구(自救)하라는 요구 / 여러 가지 가난의 경로

18시 30분
가난한 여성노인의 가사노동 /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는 /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한 노력 / 수집한 재활용품의 보관

20시 20분
노인을 위한 공동체는 가능한가-공간에 대해 / 노인의 정신적·육체적 건강 문제 / * 위험한 노인의 현실

22시 00분
재활용품 수거원들과의 경쟁 / 재활용정거장이라는 대안은 제대로 기능하는가 / 제안 / * 재활용품 수집 노인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시도

1시 25분
새벽의 노인들을 위협하는 것들 / 위험 1. 교통사고 / 위험 2. 묻지마폭행

5시 30분
그들을 바라보는 몇 가지 시선 / 빈곤의 쓸모 / 노인이라는 ‘밋밋한’ 규정

6시 34분
재활용품 수집 노인의 소득 / 지원을 받기 위한 경쟁 / 외로운 노인의 경우 / 취로사업에서 일자리사업으로 / 노인의 쓸모? / 여러 가지 시도들

10시 30분
노인의 가족은 집에 있지 않다 / 결국, 그들도 재활용품을 줍는다 / 노인의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경로당 / 경로당의 여가 활동 / 경로당을 중심으로 한 시도들 / 새로운 ‘식구’

12시 30분
도시에서 늙는다는 것 / 죽는다는 것

에필로그
후기

*붙임 1 윤영자라는 ‘가상’ 인물의 생애
*붙임 2 윤영자의 가족 이야기
*붙임 3 윤영자의 일

참고문헌

 

< 출처 : 교보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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