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 아무 데나 버리는 순간 생태계가 멈춘다 교육.기타2021. 11. 23. 09:43
담배꽁초, 아무 데나 버리는 순간 생태계가 멈춘다
담배꽁초 독성 수생생물에 치명적, 육상생물에게도 위험
담배꽁초 독성 연구 36건 모두 '생태계에 치명적 피해'로 결론
기사원문은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타임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https://bit.ly/3oMbPvi
세계질병부담(The Global Burden of Diseases)에 의하면 2019년 기준으로 11억 3,000만 명 흡연자가 7조 4,100억 개비의 담배를 소비했다. 그중 4분의 3분량의 담배꽁초가 버려졌다. 버려진 담배꽁초는 하수구를 통해 강, 호수, 바다 등으로 흘러간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발표된 36건의 담배꽁초의 독성과 관련한 논문은 생태계에 심각한 상황을 알리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꽁초는 타다 남은 담뱃잎, 담배 섬유, 필터 등으로 구성됐다. 필터 소재는 ‘셀룰로스 아세테이트(Cellulose acetate)’의 극세사 다발로 포장됐다.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는 목재, 목화씨 등 식물에서 유래한 재료로 제조되는 미세플라스틱이다. 분해에 걸리는 시간은 14년. 온도, 습기, 가열된 질소 함량 조건이 미생물 분해를 어렵게 만든다.
문제는 담배꽁초가 물에 닿았을 때 유독물질과 섞여 나오는 침출수다. 여기에는 인체나 환경에 심각한 오염원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니코틴과 폼알데하이드, 사이안화수소, 비소와 카드뮴, 휘발성 유기물질이 포함됐다.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의하면 98개의 담배꽁초 침출수에 포함된 화학물질 중 1/3은 매우 유독하고 10%는 급성 및 만성 독성을 나타냈다.
영국 앵글리알러스킨대학교 생명과학부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생태와 진화 경향(Trends in Ecology & Evolution)’을 통해 지금까지 여러 과학자가 발표한 연구를 증거 삼아 담배꽁초의 독성에 관한 심각성을 알렸다.
담배꽁초 4개 이상이면 수생 생물에게 치명적 독성
2006년 이후 현재까지 담배꽁초가 생태계에 미치는 생태독성학 관련 연구논문은 총 36건이 발표됐다. 꽁초에서 물과 섞여 나오는 침출수 영향이 커 육상보다는 수생생태계에 관한 연구가 더 많다. 육상 생태계는 담배꽁초 독성물질의 전파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기 때문이다.
침출수의 독성은 어느 정도일까. 수생 생물에게는 거의 치명적이라는 것이 연구자 대다수의 공통된 결론이다.
담배꽁초가 세 종의 유공충에게 피해를 주는 침출수 농도 비율. Rosalina globularis (파란색), Quinqueloculina spp. (빨간색) 및 Textularia agglutinans (녹색) ⓒ해양 환경 연구(Marine Environmental Research)╷프란체스카 카리디(FrancescaCaridi) 외╷doi-org-ssl.openlink.khu.ac.kr/10.1016/j.marenvres.2020.105150
다 핀 담배꽁초의 평균 무게는 약 310㎎. 가장 민감하다는 물벼룩류(Ceriodaphnia dubia)의 LC50(실험 생물 50%를 사망시키는 독성물질 농도)은 48시간 기준으로 꽁초의 침출수 0.125~0.25㎎ 정도다. 원생생물인 유공충은 48시간 기준으로 리터당 4개 꽁초 이상에서 나온 침출수가 껍질 생성을 떨어뜨리거나 사망하게 했다.
또, 유공충보다 큰 이매패류의 경우 꽁초의 침출수에 영향을 받아 식세포 활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정상일 때보다 굴을 얕게 팠다. 얼룩말홍합(Dreissena polymorpha), 편형동물인 폴리셀리스 니그라(Polycelis nigra), 플라노비스(Planorbis planorbis) 달팽이, 비티니아 텐타쿨라타(Bithynia tentaculata) 달팽이 등은 5개 분량의 담배꽁초 침출수가 담긴 물에서 48시간 이내에 40~60%가 죽었다. 72시간이 지나자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수생 척추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미국 세인드사비에대학교에서 아프리카 발톱개구리(Xenopus laevis) 올챙이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올챙이 480마리 중 56마리가 죽었다. 남은 마리 중 4%는 기형을 나타냈다.
토양에 존재하는 니코틴은 식물에 흡수되어 잔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오염(Environmental Pollution)╷더크셀마(Dirk Selmar) 외╷doi.org/10.1016/j.envpol.2018.01.113
수생생태계에 비교해 논문 수는 적지만 육상 생물에게도 안전하지는 않다. 담배꽁초가 식물에 위협적인 이유는 담배꽁초의 남은 니코틴이 토양으로 흡수되기 때문이다.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식물생물학연구소에서 이뤄진 실험은 충격이다. 담배꽁초가 들어있는 10㎡ 면적에 고수와 파슬리를 재배한 결과 니코틴 섭취 기준 함량(0.05㎎/g)을 초과한 17㎎, 4㎎이 각각 검출됐다. 각각 300배와 8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꽁초 개수가 많을수록 니코틴의 함량도 높았다.
문제는 식물을 먹는 곤충, 포유류, 그리고 인간으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먹이 그물을 고려할 때 심각하다는 점이다. 몇몇 실험에서 잠두, 양파, 등 채소류와 호밀, 토끼풀의 종자 발아를 떨어뜨렸다.
육상 척추동물 피해에 관한 연구는 현재까지 단 3건이 보고됐다. 담배꽁초 침출수에 노출된 쥐를 고양이와 함께 두었을 때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는 ‘회피행동’ 능력이 떨어졌다.
브라질 고이아노 생명과학 연구소 연구진은 “담배꽁초에서 발견되는 물질이 시상하부와 뇌하수체, 부신의 기능적 불균형을 만들어 코르티코스테론과 같은 호르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집핀치새 새끼. 최근 연구에 따르면 어미새가 둥지 재료 일부를 담배꽁초를 사용해 부화한 새끼에게 의도치 않게 독성을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캘리티그(Kelly Teague)╷위키미디어코먼즈
또, 집핀치새(또는 집양진이, Carpodacus mexicanus)는 둥지를 만드는 재료 일부로 담배꽁초를 사용하는 행동을 나타냈다. 둥지에 담배꽁초의 비율이 증가하면서 핀치새 새끼가 장기적인 니코틴 독성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새끼는 신진대사가 빨라 섭취 시 화학물질을 더 빨리 흡수한다는 것이 생물학자들의 설명이다.
불 꺼진 담배꽁초, 5년이 지나도 독성 남아
버려진 담배꽁초가 오래되면 독성이 줄어들까. 지난해 이탈리아 나폴리페데리코대 농업과학부 연구진의 담배꽁초 분해 관련 실험에서 30일간 전체 질량의 약 15%가 줄고, 이후 2년 동안 천천히 분해됐다.
꽁초가 탈아세틸화되지 않아 미생물에 의한 분해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태에 대한 독성은 흡연 직후 꽁초가 가장 높았지만, 5년이 지난 담배꽁초의 침출수를 담수 미세조류에 떨어뜨리니 여전히 유독했다.
담배꽁초의 이런 독성 효과를 역이용하려는 연구도 있다. 뎅기열의 매개곤충인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 말라리아모기를 감염시키는 말라리아기생충(Plasmodium falciparum)에 대한 방제 효과다.
특히, 담배꽁초 추출물과 은(Ag) 나노구조를 합성한 물질이 말라리아기생충의 부화율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이런 살충제가 오히려 모기 유충에게 살충제 내성을 갖게 한다는 연구보고서도 발표된 바 있다.
36개의 관련 연구논문을 종합하면 플라스틱 필터, 재, 담배 잔여물, 필터의 극세사, 침출수 모두가 환경으로 유입된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침출수만으로도 생태계에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또한, 아직 여러 생물을 대상으로 실험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결과는 뻔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 출처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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