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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랩스, 웹 3.0 기반 뉴스 콘텐츠 플랫폼 ‘뉴밍’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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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3.0 기반 뉴스 콘텐츠 플랫폼인 뉴밍 [사진출처=그립랩스]

 

그립랩스는 언론 시장 변화를 목표로 웹(WEB) 3.0 기반의 뉴스 콘텐츠 플랫폼 ‘뉴밍’(newming)을 출시한다고 22일 밝혔다.

뉴밍에는 매일경제, 중앙일보, 파이낸셜뉴스, 한겨레, 한국경제, 한국일보 6개사가 함께 한다.

 

웹 3.0은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탈 중앙화된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데이터의 개인 소유 개념을 강화한 3세대 인터넷이다. 모든 정보가 플랫폼에 의해 통제되는 웹 2.0과 달리 개인이 정보를 소유, 보안성과 익명성이 뛰어나다.

뉴밍은 웹 3.0 기반의 서비스를 지향하는 만큼 유저 중심이다. 유저가 자신이 관심 있는 키워드를 선택해야 서비스가 시작된다.

 

서비스에 접속하는 모든 유저가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다른 화면을 보게 된다. 해당 키워드 콘텐츠를 소비하는 정도에 따라 다른 정보가 제공된다.

 

뉴밍은 유저 개인이 정보 소유권과 수익을 가지는 웹 3.0 특성에 맞춰 서비스에 참여하는 모든 유저에게 보상을 지급하는 C2E(Contribute to Earn) 개념을 뉴스에 최초로 도입했다. 이를 통해 뉴밍에서는 매일 뉴스를 읽는 것만으로도 보상받을 수 있다.

 

뉴스 콘텐츠 플랫폼으로 여론을 수렴하는 일반적인 투표뿐 아니라, 웹 3.0 기반의 투표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유저는 뉴밍 고유의 유저 참여시스템을 통해 서비스 운영과 가짜뉴스 판별에도 기여할 수 있다.

엄미령 그립랩스 CPO는 “그립랩스는 한국을 대표하는 6개의 언론사와 힘을 합쳐 웹 3.0 시대를 대표하는 뉴스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 출처 : 매일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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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

 

 

챗GPT, 업무 도와줄 만능비서일까? 직업작가 위협할 괴물일까?

 

MS·구글, 업무도구에 AI 적용 경쟁
IBM “향후 인사관리 분야 채용 안해”
미 온라인 교육업체 실적·주가 폭락

“작가는 AI 활용해 창작·각색 가능,
AI 100% 작업결과는 작품 인정 못해”
미 작가노조 요구에 영화사 “수용불가”

대화형 인공지능, 글쓰기 직무영향 현실화

 

5월2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폭스영화사 앞에서 미국 작가노조(WGA) 조합원들이 인공지능 글쓰기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작가노조는 이날 16년 만의 파업에 돌입했다. 할리우드/AP 연합뉴스
 

대화형 인공지능 챗지피티 (ChatGPT) 가 산업과 일자리에 끼치는 영향도 구체화하고 있다 . 챗지피티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프롬프트 엔지니어와 같은 새로운 직업이 출현했다. 아이비엠(IBM)의 최고경영자 아르빈드 크리슈나는 지난 2일 앞으로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는 인사 관리와 같은 지원업무 분야는 신규 채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온라인 교육업체 체그는 지난 1일 분기실적 발표에서 “챗지피티로 인해 사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밝힌 직후 주가가 48% 폭락했다. 코로나 비대면 상황에서 활황을 누린 에듀테크 기업인 듀오링고, 피어슨 등도 비슷한 이유로 주가가 급락했다. 말과 글을 정교하게 다루는 능력은 고등교육과 지적 노동의 핵심인데 챗지피티가 전문가 수준의 능력을 과시함에 따라, 산업과 직무에 끼치는 영향이 본격화하고 있다.

 

■ “반복작업 대신할 효율적 도구”

 

인공지능을 이용해 철자와 문법 교정등 영어 작문을 도와주는 도구인 그래머리(Grammarly)는 챗지피티를 활용해 글을 대신 작성해주는 기능을 선보였다. 이메일이 오면 내용을 자동분석하고 요약하고 자동으로 답변해주는 기능이다. 이메일을 보낼 때 설득력, 친근함, 외교적 표현 등의 어조를 선택할 수 있으며 안부 인사로 마무리한다. 무료로도 쓸 수 있지만, 월 30달러를 내면 사용가능한 제시어가 5배(500개)로 늘어난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전세계 31개국 3만1000과 업무용 도구 ‘MS365’ 데이터를 분석해 지난 9일 발표한 ‘2023 워크 트렌드’ 따르면, 직장인의 25%는 이메일을 읽고 처리하는 데 주당 8.8시간을 투입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메일 요약과 대필 기능은 직장인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도구로 기대받고 있다.

 

독일의 인공지능 번역 서비스인 딥엘(DeepL)의 최고경영자 야렉 쿠틸로브스키는 지난 9일 국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오는 8월부터 ‘딥엘프로’ 한국어 유료 번역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현재 딥엘은 한국어 번역을 5000자 한도의 무료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는데, 뛰어난 품질로 이용자 만족도가 높다.

 

엠에스가 지난 3월 빙 검색을 비롯해 파워포인트·워드·팀즈·엑셀 등 오피스 프로그램에 챗지피티를 적용한 데 이어 구글도 지난 10일 연례 개발자회의(I/O)에서 검색을 포함해 이메일·클라우드 등 대부분의 제품에 대화형 인공지능 ‘바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사무직 노동자들에게 단순 반복적 업무에서 벗어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도구가 주어지는 셈이다. 오픈에이아이(OpenAI)와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은 챗지피티와 같은 인공지능이 미국 노동자의 80%에 영향을 끼칠 것이며 이전의 자동화 물결과 달리 고소득 일자리가 가장 취약하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 작가노조, 일자리 위협 ‘파업’ 대응

 

직업 작가는 챗지피티의 글쓰기 기능으로 인해 현실적 위협에 직면한 대표적 직군이다. 1만1500명이 가입한 미국 최대의 방송·영화·작가 노조인 미국작가노조(WGA)는 98%의 찬성률로 지난 2일부터 16년 만의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의 주요 요구사항중 하나는 작가들의 작품과 관련해 인공지능 도구에 대한 작가들의 전면적 통제 요구다. 작가노조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새 대본을 작성하거나 작가들이 만든 대본을 인공지능을 이용해 수정·각색해선 안된다고 주장하지만, 디즈니, 소니, 엔비시(NBC) 유니버설, 파라마운트 등 할리우드 대형 제작사들은 이를 거부해 파업으로 치달은 상황이다.

 

작가노조는 디지털과 인공지능 환경을 반영한 계약조건 갱신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몇 달간 챗지피티와 같은 인공지능 문제에 대한 집중적 논의와 투표를 진행해왔다. 작가노조는 지난 3월 투표를 통해 창작활동에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는 범위와 방식에 대해 합의하고 인공지능을 창작자나 저작권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을 확정했다. 작가노조는 인공지능이 사람 도움없이 대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썼다면 창작으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작가가 인공지능을 창작 과정에 활용하는 것은 그 범위와 내용에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 작가가 챗지피티를 보조창작자 또는 조수로 활용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한 권리와 책임은 전적으로 작가의 몫이라는 얘기다.

 

작가노조는 작가가 인공지능을 이용해 집필을 하거나 기존 대본을 인공지능으로 각색하거나 추가 대본을 생성할 수 있도록 하고 시나리오 작업에서 작가의 개입 없는 인공지능 활용과 권리를 부인한 개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대본 제작에 인공지능의 광범한 활용을 위한 길을 확보하고자 하는 방송·영화사 등 제작사쪽의 반대에 부닥쳐 있는 상태다. 글쓰기가 직업인 작가들이 챗지피티와의 대결에 제일 먼저 나선 셈이지만 여파가 사회 각 영역과 직업군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

 
< 출처 : 한겨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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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

 

 

‘일자리 파괴’ 현실로…“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엔 사람 안 뽑아”

 

IBM 크리슈나 대표, 인사 등 지원업무 꼽아
고객 비대면 업무 30% 5년내 자동화 예상
다른 기업들 뒤따를땐 일자리 영향 가속화

 

아이비엠이 향후 몇년 내에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있는 업무에는 지금부터 사람을 뽑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아이비엠 베이징 빌딩.

 
 

미국 컴퓨터 제조 대기업 아이비엠(IBM)이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있는 업무에는 사람을 뽑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기업들이 아이비엠 같은 채용 전략을 채택할 경우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감소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아이비엠의 아르빈드 크리슈나 최고경영자(CEO)는 2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몇년간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업무에는 신규 채용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그는 그런 업무의 사례로 인력 개발 및 평가, 보상 등 인적자원(HR)을 관리하는 것과 같은 후선지원업무(백오피스)를 들었다.

 

크리슈나는 “아이비엠에서 고객과 직접 대면하지 않는 이런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은 약 2만6000명에 이른다”며 “이 가운데 30%는 앞으로 5년에 걸쳐 인공지능과 자동화 시스템으로 대체되는 걸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앞으로 5년 동안 약 7800명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걸 뜻한다. 아이비엠 대변인은 “줄어든 일자리의 일부는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슈나 대표는 앞서 지난 4월 경영전문지 <포천> 기고문에서 “오늘날의 직원들은 인공지능과 함께 일할 준비를 해야 한다”며 “인재 채용, 승진, 관리에 필요한 일을 자동화하는 기술을 시험 적용한 결과 인적자원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인원을 700명에서 50명 미만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발표한 인공지능 보고서에서도 사무 및 행정 업무는 인공지능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분야로 꼽혔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챗지피티(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미국과 유럽연합에서만 3억명의 일자리를 자동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미국과 유럽의 일자리 중 3분의 2는 어떤 형태로든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화의 영향을 받으며, 4분의 1은 완전히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재직 증명서 발급이나 부서간 이동 같은 일상적인 업무는 완전히 자동화 시스템으로 바뀔 것이다. 픽사베이

 
 

인공지능의 일자리 파괴, 새 국면 진입

 

아이비엠의 방침은 인공지능 도입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인데다 적극적인 의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블룸버그>는 아이비엠의 계획은 급속한 기술 발전에 대응해 발표된 것 가운데 가장 포괄적인 인재 전략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다.크리슈나는 예컨대 재직 증명서 발급이나 부서간 이동 같은 일상적인 업무는 완전히 자동화 시스템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직의 인력 구성, 생산성 평가와 같은 일부 기능은 향후 10년 동안은 자동화하거나 인공지능으로 대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전 세계에 26만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아이비엠은 그러나 소프트웨어 개발과 고객대면 업무 분야에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아이비엠의 새로운 인력 운용 전략은 인공지능의 일자리 영향력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음을 시사한다.

 

최근 10년간 몸담았던 구글을 그만둔 인공지능의 권위자 제프리 힌튼 박사는 지난 1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이 결국엔 고용 시장을 전복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은 챗지피티와 같은 챗봇이 사람을 보완하는 경향이 있지만 나중엔 변호사 보조원, 개인 비서, 번역가와 기계적인(단순반복) 업무 처리를 하는 사람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보고서는 그러나 자동화가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크게 높여 세계 경제 전체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인공지능에 의한 ‘생산성 붐’은 앞으로 10년에 걸쳐 전 세계 연간 국내총생산(GDP)를 궁극적으로 약 7% 증가시킬 수 있다고 추정했다.

 
< 출처 : 한겨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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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

 

 

가속을 멈춰라, 달팽이처럼 기어서 가자

 

 

탈성장 진영의 상징인 달팽이의 겉껍데기는 한 바퀴 더 자라면 16배 커진다. 그래서 일정 크기에 이르면 달팽이는 몸을 더 키우지 않는다. 경제의 성장도 그래야 한다는 게 탈성장론이다. REUTERS 연합뉴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내의 식료품점에선 2020년 말부터 다소 독특한 영수증을 볼 수 있다. 제품 가격 표시에 탄소발자국, 토지 영향, 공정임금 같은 항목이 추가됐다. 암스테르담 시민 예니퍼르 드라우인(30)이 한 매장에서 고른 호박 영수증에도 낯선 항목들이 보였다. 킬로그램(㎏)당 6유로센트의 탄소발자국, 농업의 토지영향세 5유로센트, 공정임금 4유로센트. 드라우인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과의 인터뷰에서 “이것들은 모두 평소 아무도 지급하려 하지 않거나 인식조차 못하는 우리 일상에 추가되는 비용”이라고 말했다. 암스테르담시가 도입한 이른바 ‘진가제’(True-price Initiative)다. 시민의 일상이 무엇에 기반했는지 쉽게 알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도넛 경제’ 채택한 도시가 늘고 있다

 

암스테르담시 정부는 2020년 4월 코로나19 회복 전략이자 정책 기준으로 ‘도넛 경제’ 모델을 채택했다. 식료품 영수증에 탄소발자국을 표기하고, 모든 건설 프로젝트에서 지속가능성을 중심에 둔다. 건축 자재엔 ‘재료 여권’을 적용해 철거 때 재사용한다. 계단이나 창문에 쓰인 자재가 만들어지고 쓰인 이력을 기록해놓고 나중에 건물이 철거된 뒤 내용연수가 남은 자재를 재활용하는 것이다. 또 시정부가 직접 고장 난 노트북을 수거해 수리한 뒤 나눠주거나 옷수선점을 운영한다. 도시 내 모든 물자에 순환경제 원칙을 적용해 환경과 자원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배제를 줄인 시민의 ‘좋은 삶’(Well-being)을 보장하는 것이 목표다.

 

도넛 경제 모델은 덴마크 코펜하겐과 벨기에 브뤼셀, 뉴질랜드 더니든, 캐나다 너나이모 등이 채택했거나 검토 중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0년 출간한 책 <렛 어스 드림>(Let Us Dream)에서 도넛 경제가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는 바티칸의 고민에 도움을 줬다며 “팬데믹 관점에서 경제에 대한 새로운 사고가 필요했다”고 언급했다.

도넛 경제는 이른바 ‘탈 성장’(Degrowth) 진영에서 제출한 여러 정책 대안 중 가장 유의미한 것으로 평가된다. 영국 옥스팜의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가 만든 것으로, 레이워스는 같은 이름의 책을 2017년 펴냈다. 국내에선 2018년 번역돼 나왔다. 도넛 경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전세계 주요 도시의 네트워크인 C40이 레이워스에게 정책모델로 개발을 요청해 만들어지기도 했다.

 

도넛 경제의 개념도는 바깥과 안쪽에 두 개의 원이 있어 도넛 모양이다. 바깥 원은 자연적 한계, 안쪽 원은 사회적 기초를 뜻한다. 인류 활동이 이 두 원 사이, 즉 도넛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바깥 원인 자연적 한계는 9개 지표로 측정한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책임자인 요한 록스트룀이 2009년 만든 지표다. 해양 산성화, 기후변화, 오존층 파괴, 대기오염, 생물다양성 손실, 토지 개간, 담수 고갈, 질소·인 축적, 화학적 오염이다. 안쪽 원은 인류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평등과 자유, 정의가 보장되도록 하는 12개 지표를 적용했다. 보건, 교육, 소득과 일자리, 평화와 정의, 정치적 발언권, 사회적 공평성, 성평등, 주거, 각종 네트워크의 접근권, 에너지, 물, 식량이다. 2015년 유엔이 ‘지속가능 발전목표’에 적시한 우선적 과제에서 도출한 것들이다. 이것이 최소한도로 보장되는 수준에서 다시 자연적 한계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게 도넛 모델의 기본 취지다. 탄소발자국을 표기한 영수증 등 암스테르담의 시책도 이런 취지를 따른다.

 

중요한 건 크기가 아니다

 

도넛 경제가 부상한 데는 당면한 기후위기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파리기후협정에 따른 1차 목표(온실가스 2010년 대비 45% 감축) 시한이 불과 8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지구상 온실가스는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부정적 전망도 많아졌다. 세계경제포럼은 2023년 1월 발간한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서 ‘향후 10년간 인류를 위협할 문제’로 기후 완화(Mitigate) 실패를 1위로 꼽았다. 2위는 기후 적응(Adaptation) 실패, 3위는 극단기후다. 위협할 문제로 모두 ‘기후’를 꼽았다.

조사에 응한 1천 명의 세계 각 분야 전문가들은 파리기후협정에서 제시한 지구 기온 상승폭 1.5도 선을 지키려는 인류의 노력이 향후 10년 내 결국 실패할 것으로 봤다. 그도 모자라 변화한 기후에 적응하는 것조차 실패하며, 일상이 된 극단기후에 인류가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 것이다. 결국, 현 상황이 매우 비관적이라는 것이다.

 

영국 옥스팜의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 레이워스가 만든 도넛 경제 모델은 탈성장 진영에서 제출한 여러 정책 대안 중 가장 유의미한 것으로 평가된다. 레이워스는 같은 이름의 책을 2017년 펴냈고 국내엔 2018년 번역돼 나왔다. DEAL 제공

 

‘기후가 아니라 체제를 바꾸자’(System Change, Not Climate Change). 십수 년째 이어진 세계 기후정의운동에서 반복되는 구호 중 하나다.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도 2019년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 연설에서 “어떻게 감히 당신들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하나도 바꾸지 않고 기술적인 해결책만으로 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척하냐?”고 물었다. 위기의 근본 원인은 결국 인류 공동체가 먹고사는 방식 그 자체, 즉 ‘체제’에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시민사회단체 연대기구 성격으로 만들어진 한국의 ‘기후위기비상행동’도 2021년 국회에 기후정의기본법 제정을 요구하며 “기후위기 대응과 기후정의 실현을 중점에 두는 방향으로 사회경제체제를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장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탈성장의 고민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

 

고민의 바탕에는 근본적으로 닫힌계라는 지구가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케네스 볼딩은 ‘우주선 지구호의 경제학’(1966년)에서 “지구를 일종의 우주선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했다. 지구 밖은 에너지의 원천 태양을 제외하면 어둠뿐이다. 인류의 경제활동 규모가 행성 내 모든 생명체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커졌으니, 이제 그 크기의 적정함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장을 멈추거나, 더는 성장에 연연해하지 말자는 것. 탈성장 진영의 상징인 달팽이가 그렇다. 달팽이의 겉껍데기는 한 바퀴 더 자라면 16배 커진다. 그래서 일정 크기에 이르면 달팽이는 몸을 더 키우지 않는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그렇다. 성체가 되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중요한 건 크기가 아니니까. 경제의 성장도 그래야 한다는 게 탈성장론이다.

이때 저량(Stock)과 유량(Flow)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욕조 안 물을 생각하면 쉽다. 순간순간 달라지는 수위가 저량이다. 틀어놓은 수도꼭지에서 욕조로 흘러드는 물의 양과, 다시 배수구로 빠져나가는 양의 차이가 유량이다. 우린 주로 당장 눈에 보이는 저량만 생각한다. 저량이 계속 느는 게 성공이자 행복이었다. 하지만 욕조 안 물은 끊임없이 새로 유입되고 배출된다. 유량이 지나치게 많거나 적으면, 욕조 안 물도 언젠가 넘치거나 사라진다. 지구 생태계 내에서 이뤄지는 인류의 경제활동도 마찬가지다. 인류의 경제는, 인류가 가져다 쓰고 버리는 원재료와 폐기물을 지구 생태계가 재생하고 흡수하는 수준 내에서 제한돼야 한다. 건강한 신체를 위해 몸에 들고 나는 에너지의 균형을 맞춰야 하듯이.

 

IPCC 보고서에도 등장한 탈성장

 

그러나 지난 20세기 인류는, 그전 천 년 동안 사용한 에너지의 10배를 한 세기 만에 썼다. 18세기까지 인류의 경제 규모는, 해마다 0.05% 정도만 성장했을 뿐이다. 인구가 조금씩만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1950년대부터 해마다 3.7%씩(1950~2010년) 커졌다. 인류 역사에서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미국의 기후학자 윌 스테픈은 이를 ‘거대한 가속’이라 불렀다. 탈성장은 인류가 지구 생태계에서 마구 가져오고 내뱉은 물질과 에너지의 흐름을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탈성장은 조금씩 주요 담론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관한 한 가장 과학적 권위를 갖는 조직인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보고서에도 탈성장이 등장했다. IPCC 산하엔 세 개의 실무그룹이 있는데, 인문사회과학자들이 참여한 2·3실무그룹이 2022년 발간한 보고서(6차)에서 처음 탈성장이 언급됐다.

 

김현우 탈성장과대안연구소 소장은 “IPCC의 지난 5차 보고서(2014년)가 인간의 책임과 닥쳐올 위험에 초점을 맞췄다면, 6차 보고서는 처음으로 시스템 전환의 필요를 다뤘다. 주로 수요 측면, 흡수원에 대한 내용이 늘었는데 그러면서 탈성장이나 식민주의, 자본주의, 권력관계를 처음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경제를 성장시키지 않거나 탈성장, 혹은 포스트성장을 하는 접근법만이 2도 이하의 기후 안정화에 도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을 (일부 연구가) 확인했다”고 말한다. 다만 IPCC 6차 보고서의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에는 이런 내용이 빠져 있다.

 

이런 주장에 자연스러운 반응이 있다.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냐’는. 물론 넓은 범위의 탈성장 진영이 내세우는 주장에는 산업문명 자체를 부정해야 한다는 것도 있다. 하지만 핵심 주장은 아니다. 탈성장론은 지금까지 끊임없이 성장을 추동해온, 국내총생산(GDP)으로 대표되는 성장중심주의의 한계가 뚜렷하니(기후위기) 이를 인간과 지구 생태계 모두에 좋은, 새로운 체제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탈성장의 핵심 개념은, 탈성장론자인 독일의 경제사학자 마티아스 슈멜처가 말한 ‘사적 충분성’과 ‘공적 풍요로움’이란 말에서 잘 드러난다. 개인은 ‘과시적 소비’에 집착하지 않고 기본적 필요를 채우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관점으로 삶의 태도를 바꾼다(사적 충분성). 그리고 동시에 넘치는 재화와 서비스를 공유자원으로 만들어 더러 부족할 수 있는 개인의 필요를 보완한다(공적 풍요로움). 결국 지구로부터 가져오는 에너지와 물질을 낭비하지 않고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중요한 건 생산과 소비의 균형

 

실제 지금도 많은 영역에서 엄청난 규모의 낭비가 발생한다. 섬유산업만 놓고 보면, 현재 운영하는 지구상 모든 섬유 재료의 12%는 생산과정에서 버려지거나 유실된다. 73%는 소비 뒤 매립되거나 소각되고, 단 1% 미만이 새 옷을 만드는 데 다시 쓰인다. 글로벌 패션산업은 전세계 온실가스의 2%를 배출한다. 날마다 쌓이는 막대한 양의 음식물도 그렇다. 세계 인구의 13%가 영양실조 상태지만, 정작 전세계 식량 공급량의 3%만으로도 이들의 배고픔을 덜 수 있다. 세계 식량의 30~50%가 유통 과정에서 버려지거나 쓰레기로 사라지지만, 먹지 않는 음식 10%만으로 지구상 굶주림을 해소할 수 있다. 문제는 분배와 낭비에 있다. 계획적 진부화, 과시적 소비 등이 다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생태주의 사상가이자 <녹색평론>의 발행·편집인이던 김종철 전 영남대 교수도 유작이 된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2019년)에서 이렇게 강조한다. “건강한 경제가 유지되자면 중요한 것은 생산력의 크기나 경제 규모나 1인당 국민소득 따위가 아니다. 생산과 소비의 균형이다. 생산·유통·소비 과정이 사이클을 그리면서 원활하게 돌아갈 때 경제는 안정성을 유지하고 사회는 평화로워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영국의 생태경제학자인 허먼 데일리는 인류가 쓰는 에너지와 물질의 처리량을 통제하자는 제안을 한다. ‘처리량’이란 인간의 경제와 지구 생태계 사이 오가는 에너지·물질의 유량을 1년 단위로 정리한 것인데, 이를 확인해 관리하자는 것이다. 실제 생태경제학자들이 이미 관련 지수를 개발했고, 유럽 통계국 등은 해마다 ‘물질흐름계정’(Material Flow Account)을 작성한다. 이 계정에선 국내에서 추출하거나 외국에서 수입한 에너지·물질의 총량과 함께, 쓰이고 난 뒤 대기와 흙 속으로 배출된 배기가스, 어딘가에 흩어지고 축적된 것, 수출된 것의 양을 확인할 수 있다. 추출되고 수입된 물질의 총량은, 배출되고 흩어지고 축적되고 수출된 물질의 총량과 같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전경. 암스테르담은 2020년 4월 코로나19 회복 전략이자 정책 기준으로 ‘도넛 경제’ 모델을 채택했다. 식료품 영수증에 탄소발자국을 표기하고, 모든 건설 프로젝트에서 지속가능성을 중심에 둔다. REUTERS 연합

 

문제는 ‘우리를 오직 성장으로 추동하는 숫자’, GDP다. 1949년 미국을 시작으로 각국이 도입한 GDP는 꾸준히 그 한계를 지적받았다. 1972년 로마클럽이 발간한 보고서 <성장의 한계>를 공동 집필한 미국의 환경학자 도넬라 메도스는 GDP를 두고 “인류가 찾아낸 가장 어리석은 목표”라 했다. 존 F. 케네디의 동생이자 미국 법무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케네디는 “GDP는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측정한다”고 했고, GDP 개념을 만든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사이먼 쿠즈네츠조차 “국민소득(GDP를 의미)이란 한 국가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만 포착한 것”이라 했다. 그는 “여기에는 일상생활에서 사회와 가정 경제가 스스로를 위해 생산한 어마어마한 가치의 재화와 서비스가 모두 빠져 있다. 국민소득이란 지표로 한 나라의 후생을 추론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1934년 쿠즈네츠가 미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 ‘국가 수익, 1929~1932’)며 GDP 맹신을 경고했다.

 

인류가 찾아낸 가장 어리석은 목표

 

그래서 대안지수가 꾸준히 요구됐다. 특히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본격화됐다. 부탄은 2008년 헌법에 GDP 대신 국민총행복지수(GNH)를 정부의 성취 목표로 명시했다. 아이슬란드도 2019년 GDP보다 ‘좋은 삶’에 초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대안지수는 이미 많이 개발됐다. 생태발자국, 참진보지수, 인간개발지수, 환경성과지수, 행복지수 등이 대표적이다. 계산 방식을 보면 GDP의 한계가 또렷하다. GDP는 오염이 생성되고 정화될 때 두 번 다 증가한다. 반면 참진보지수(GPI)는 오염이 발생하면 줄어든다. 빈곤 등 사회 부정 요인도 그렇다.

 

기후위기가 본격화하면서 탈성장은 점차 주목받는다. 막연하고 공상적인 단계에서 실질적 대안으로 떠오른다. 탈성장론자인 프랑스 경제학자 세르주 라투슈 파리11대학 교수는 탈성장이 “과잉소비로 비만의 위협에 노출된 시대에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검소한 생활을 선택하는 치료법”이라면, 경기침체는 “기아로 죽게 될 가능성이 있는 강요된 다이어트”라고 비유했다. 김현우 소장은 “탈성장은 하나의 청사진이나 지침이 아닌 초대장으로, 여러 색깔과 방식이 있을 수 있다. 함께 가감 없이 토론하고 자극하고 구체적 대안을 모색하고 시도하려는 초대다. 탈성장으로 세계를 통일하는 게 목표가 아닌, 여러 대안의 모자이크로 성장중심주의를 상대화하고 비판하는 게 주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참고 자료

<도넛 경제학>, 케이트 레이워스 지음, 홍기빈 옮김, 학고재, 2018

<기후를 위한 경제학>, 김병권 지음, 착한책가게, 2023

정책이론지 <보다 정의> 7호, 정의당 정의정책연구소, 2023

<탈성장 쫌 아는 10대>, 하승우 지음, 방상호 그림, 풀빛, 2021

다큐멘터리영화 <성장이라는 거짓말>, 피에르 스미스 카나, 2020

 

[탈성장 사전] 도넛 경제란?


도넛 경제: 영국 옥스팜의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가 만든 것으로, 각각 자연적 한계(바깥쪽)와 사회적 기초(안쪽)를 뜻하는 두 개의 원으로 그린 도식으로 설명된다. 인류 활동이 이 두 원 사이, 도넛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탈성장 진영에서 제출한 여러 정책 대안 중 가장 유의미한 것으로 평가된다.

탈성장(Degrowth): ‘성장 지양’, 혹은 ‘적정 성장’으로도 번역된다. 도넛 경제 말고도 생태경제학자인 허먼 데일리가 주창한 ‘정상상태 경제’, 탈성장 국제회의에서 2018년 만들어진 ‘좋은 삶 경제동맹’(WE-ALL·Well-being Alliance)이 제안한 정책과 실천 방안도 관심받는다. 자본주의 자체를 극복해야 한다는 생태사회주의적 견해도 있다.

사적 충분성(Private Sufficiency)과 공적 풍요로움(Public Abundance): 개인은 기본적 필요를 채우는 것만으로 충분하며, 넘치는 재화와 서비스를 공유자원으로 만들어 부족할 수 있는 개인의 필요를 보완하는 제안. 공적 호화로움(Public Luxury)이라 말하기도 한다.

계획적 진부화: 상품 판매를 촉진하려 기업이 기존 상품을 일부러 쉽게 고장 나게 하거나 노후화하는 일.

참진보지수(GPI): 국내총생산(GDP)의 대안 지수 중 하나. GPI=Cadj+G+W-D-S-E-N로 계산한다. 소비(Cadj)와 자본(G), 복지(W)는 더하고 개인의 방어적 지출(D), 사회적 자본에 부정적 활동(S), 환경 악화 비용(E), 자연 자본에 부정적 활동(N)은 뺀다. 이렇게 계산하면, 지속해서 증가하는 GDP와 달리 GPI는 계속 머물러 있다.

 
 
 
 
< 출처 : 한겨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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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