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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 중심은 컴퓨터와 모니터 너머에 있다 : 기술 융합 문화예술교육에서 잊지 

말아야 할 몇 가지

 

 

학생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하게 된 지도 벌써 여러 해가 지났다. 처음 문화예술교육과 만나는 계기가 된 것은 2017년, 예술교육가 대상 특강이었다. 당시 특강을 인상 깊게 보신 한 교수님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해보자는 제안을 해 주셨다. 평소 전자음악 작곡과 공연을 주로 해왔고, 뮤직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아트 작업이 나의 전문 분야이기에 ‘문화예술교육’은 나에게도 도전과 같은 과제였다. 하지만 워낙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기도 했고, 대학생이 아닌 청소년들과 새로운 경험을 나눌 수 있다는 설렘이 크게 다가왔다. 또한 평소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관련한 기술적인 내용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흔쾌히 제안을 수락하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직접 강의를 시작했다.

처음 기획한 교육은 가상현실을 활용한 프로그램이었다. 가상현실에 대한 기술적 지식에 자신이 있었던 터라 어렵지 않게 수업을 진행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실제 상황은 달랐다.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차시가 진행될 때마다 학생들은 조금씩 프로그램에서 이탈하였고, 결국 전체 프로그램을 온전히 마치지 못하고 프로그램은 조기 종료되었다. 이렇게 기술을 통한 문화예술교육에 처음 눈을 떴다. 신고식은 혹독하게 치렀지만 분명 의미 있는 일이기에, 처음 제안을 주셨던 교수님과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 성찰과 회의를 거듭했다. 그 결과 다행히 다음 프로그램부터는 무사히 전 과정을 잘 마칠 수 있었고 이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히 기획하면서 현재까지 다양한 교육 주제로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시행착오를 딛고, 예술의 본질을 향해

현재 기술을 융합한 문화예술교육은 4차 산업혁명의 특징적인 기술인 메타버스, 가상현실, 인공지능 등과 결합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의 예술적 경험과 창의적 활동에 더불어 4차 산업혁명 인재의 필수 항목인 문제해결 능력을 더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있다. 거기에 코로나 팬데믹까지 더해져 온라인이라는 패러다임이 이전보다 더욱 주목받게 되었고 문화예술 분야 역시 온라인의 활용 비중이 커졌다. 나 역시 코딩을 이용한 음악 창작 프로그램, 가상공간을 활용한 AR 프로그램, VR을 이용한 스토리텔링 프로그램 등 기술을 융합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해왔다. 매 프로그램마다 적극적으로 기술을 융합하려 노력했으나 시행착오는 항상 존재했고 그 과정을 통해 느꼈던 점을 몇 가지 간추려보려고 한다.

 

우선, 기술적 융합이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을 넘어서면 안 된다.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기획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기술을 융합한 문화예술교육에서 자칫 기술 학습 교육에 너무 치중하는 경우가 있다. 필자의 경우 앞서 언급한 실패 사례가 여기에 속한다. 기술적 내용이 주를 이루고 너무 광범위한 나머지 정작 참여자의 예술적 경험과 표현이 한계를 갖게 되는 경우이다. 참여자의 수준을 고려하여 기술적 수준을 편성하고, 누구나 쉽게 기술을 경험하고 이를 토대로 예술적 표현에 이르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수업 중 한 학생이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기술로 어떻게 표현하는지 더 알고 싶다고 질문한 적이 있다. 기술을 더한 예술적 표현의 범위를 더 명확히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기술 융합 문화예술교육에서도 인문학적 가치와 정서의 함양을 고려해야 한다. 문화예술교육에서 활용되고 있는 기술, 특히 4차 산업과 관련된 핵심 기술들에서 결국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인문학적 가치를 이루는 것이다. 챗GPT 등 인공지능이 일상화되고 현실에서 인간의 역할과 가치는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의 기술 또한 마찬가지이다. 기술적 내용을 바탕으로 문화, 예술적 교육을 이루고 있지만, 결국 인문학적 소양과 가치, 그리고 그에 따른 예술적 정서의 함양에 중요한 핵심요소로 작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술의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교육을 이끌어야 한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기술이라고 해서 문화예술교육에 단순 적용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융합이 아닌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그칠 수 있다. 기술의 심도 있는 연구와 기획을 통해 프로그램에 융합할 기술의 수준을 정리하고 참여자들의 수준을 고려한 기술 학습 교육 등 기술의 연구는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기술 융합 문화예술교육의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는 예술교육가가 기술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나와 같은 연구자가 프로그램의 강사를 맡았던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예술교육가가 할 수 없는 기술적 내용을 교육하기 위함이었는데, 이 또한 프로그램이 앞선 실패 이유로 남았다. 예술교육가를 대상으로 한 기술교육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수준에 대응할 수 있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기술 격차를 줄이는 기술 융합

 

이렇게 많은 당면 과제를 가지고 있는 기술 융합 문화예술교육이지만 기술이 문화예술교육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가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현재 초중고 학생들은 디지털 기기와 기술을 몸으로 겪으면서 자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이다. 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기술에 관대하며 포용력과 이해력이 높다. 기술을 활용하는 예술적 표현과 정서의 함양이 이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며, 익숙한 일이다. 따라서 기술을 이용한 문화예술교육이 현재 세대들에게는 더 잘 맞는 옷을 입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참여자들의 기술 습득 능력을 보고 깜짝 놀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한 기술 융합 문화예술교육은 기술의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코로나 이후 디지털 기술에 대한 격차는 교육 기회에 온전히 참여하는 능력을 제한하는 현상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러한 격차의 해소는 단순 디바이스, 인터넷 문제만은 아니다. 체계적인 기술 학습과 더불어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의 경험과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 이러한 기술 격차를 기술을 융합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줄여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야흐로 인공지능의 시대이다.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사람이다. 기술 융합 문화예술교육 또한 기술이 중심이 되어 문화예술교육을 이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 간의 상호작용과 친밀성으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서로를 인정하고, 그로 인해 행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 글을 마치며 컴퓨터 너머로 짓던 학생들의 미소가 떠오른다. 앞으로 어떤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더라도 늘 그 미소들이 존재하길 바란다.

 

권현우 : 뮤직테크놀로지를 전공하고 전자음악 작곡, 미디어아트 그룹인 COR3A(코리아)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성결대학교 융합학부 차세대미디어학과 조교수로 ‘크리에이티브 코딩’ ‘미디어 사운드’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기술 기반 교육에 대한 꾸준한 관심으로 주말예술캠퍼스, 신기술기반 랩, 원캠퍼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 출처 : 아르떼 3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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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

 

책방 구구절절, "10월까지 글쓰기 강좌 무료로 들으러 오세요"

 

▶ 시인·작가들이 운영하는 동네책방 ‘구구절절’ : https://bit.ly/3Lv2ynK

대전 책방 ‘구구절절’서 책 읽으면 ‘RE100 술’이 별책부록 : https://bit.ly/3Awtc9I

 

 

대전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책방 구구절절 모습.

 

대전의 작가들이 운영하는 서점인 '책방 구구절절'(대전 중구 테미로 34-1)은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 서점 지원사업' 일환으로 글쓰기강좌, 낭독회, 작가와의 만남 등을 10월까지 무료로 운영한다.

이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작가회의 주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후원하는 작은 서점 지원 사업 공모를 통해 이뤄지게 됐다. 참여하는 서점은 작가 인건비와 공간 대관료, 문학프로그램 운영비 등을 지원받는다.

이에 올해 3월 전국 공모를 통해 모두 17개의 문학 거점서점이 선정됐는데,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대전 대흥동에 있는 '책방 구구절절'이 선정됐다.

'책방 구구절절'은 이번 사업의 전체적인 콘셉트를 "나는 문학이다"라고 정해 시민들과 책방 인근에 있는 원도심 주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시창작 강좌를 비롯해 누구나 자신의 삶을 글로 옮기는 생활글쓰기, 좋은 소설과 시를 함께 읽는 낭독회, 작가와의 만남, 북콘서트 등을 지속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함께 파트너로 공동 참여하는 그림책 전문서점 '넉점반'과 월간 토마토 내 작은 서점 '이데'에서도 서점의 특성을 반영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넉점반'에서는 아동문학 창작과 이야기 만들기를 중심으로 강좌를 운영하고, '이데'에서는 시인과 함께하는 시 감상과 연극을 이해하는 강좌를 열 예정이다.

모든 프로그램의 참가비는 무료이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책방 구구절절'의 상주작가인 김병호 작가는 "이번 작은 서점 지원사업을 통해 시민 누구나 문학과 글쓰기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거의 매주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만큼 동네책방을 찾는 발길이 조금이나마 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책방 구구절절'은 지난 2월 문을 연 신생 서점이다. 지역 작가들이 함께 운영하고 있어 주목을 받았다. 책방을 운영하는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은 2013년 창립해 시인, 소설가, 방송작가, 글쓰기 강사 출판편집자, 대학교수 등으로 구성된 전문작가 법인으로 꾸준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 출처 : 중도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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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

 

 

우리는 서로에게 신중한 독자입니까? 인공지능 시대, 문화예술교육의 자리

 

기술의 변화 과정이 놀랍다. 인간의 창의력은 호모 사피엔스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생각한 것이 무너지고 있다. 알파고에서 시작된 충격은 미드저니(Midjourney)나 챗GPT 등의 생성형 인공지능에 이르러 절정에 달하고 있다. 생각하는 능력을 넘어서 창조력, 심지어 그럴듯하게 거짓말하는 역량까지 인공지능이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이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창조물’을 인간의 것과 구별하는 것은 점점 더 불가능해질 것이다.

인간의 자리는 어디일까? 이 자리를 찾기 위해 ‘인간’이 상투적으로 집착하는 말이 있다. ‘절대’다. 동물이 ‘절대’ 못하는 것. 인공지능이 ‘절대’ 못하는 것. 심지어 인간은 신이 ‘절대’ 못하는 것을 찾아서 인간만의 자리를 확보하려고 했다. 그 인간만의 자리가 바로 다른 종들은 넘보지 못할 인간만의 고유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인간만큼 ‘고유성’이라는 말에 집착하는 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잠시 우회하여 설명하면 신과 비교할 때 인간만의 고유성은 ‘결핍’이었다. 그러자 신과 인간의 지위와 역전되었다. 충만한 자인 신이라는 존재가 결핍을 결핍한 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 결핍은 결핍보다 더 문제적인 결핍이 되었고 급기야 신은 인간을 질투하게 된다. 결핍 없이 충만한 신으로서는 인간이 결핍으로 누리는 사랑과 같은 충만함을 결코 누릴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그 순간 만족만을 아는 신은 동물과 동등한 존재로 추락하게 되었다.

 

사실 이것이야말로 인간 고유성의 핵심이었다. 언어로 한순간에 존재를 역전시켜버리는 것이 인간이 가진 가장 위대한 힘이다. 신을 동물로 동급으로 만들어버린 것은 충만함을 ‘결핍을 결핍한 것’으로 정의(define)하는 언어의 힘이다. 물론 이때 언어의 힘이란 그저 말이나 고립되거나 파편적인 단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하는 힘, 그것도 개념을 정의하여 존재를 포획하는 것을 말한다. 충만함을 ‘결핍의 결핍’으로 개념화하여 정의함으로써 그 존재를 동물과 같은 위상으로 포획해버리는 것이다.

 

‘아직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은 이 언어 구성력에서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고 있다. ‘단적으로 큰’ 언어의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하여 문장을 구성한다. 질문을 구성하는 A라는 단어와 B라는 단어, 그리고 C라는 단어가 병렬될 때 확률적으로 어떤 배치가 가장 많은지를 찾아내어 문장으로 생성해낸다. 인공지능이 참조할 수 있는 문장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압도적이다. 물론 그 뒤에 더 유려한 문장을 만들어 내기 위해 저개발국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는 ‘인간의 개입’이 있지만 말이다. 언어를 생성적으로 구성해낼 수 있다는 것은 개념 정의를 통해 존재를 역전시킬 가능성을 내포한다. 물론 ‘아직은’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문장 구성의 효과로 그렇겠지만 말이다.

언어 생성에 인공지능이 밀고 들어온다면 인간의 고유한 자리는 어디일까? 창의력의 자리에 이어 창의력에 대한 개념 정의의 자리, 인공지능이 개념 정의를 효과라는 측면에서 생성해낼 수 있게 되면 인간의 고유한 자리는 어디에 있을까? 사실 문화예술계에서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직접 위협받는다고 말하는 ‘창의력’의 문제보다 이 ‘개념 정의’를 생성할 수 있다는 것이 더 근본적인 위협이 될 것이다.

 

여기에서 인간의 자리에 대한 초점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인간의 자리를 신이든 동물이든 기술이든 그들이 ‘절대’ 못하는 것에서 찾았다면 지금부터는 인간의 자리를 그들이 ‘아직은’ 못하는 것에서 찾으면 어떤가. 대화형 인공지능은 질문에 대해서는 인간을 뛰어넘는 답변을 생성해내고 있지만 ‘아직은’ 질문에 대해 머뭇거리고 있거나 침묵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말을 걸지는 못한다. 즉 질문된 것에 훌륭한 답변을 만들어낼 수는 있지만 ‘아직은’ 인간에게 말을 거는 존재는 아니다. 언젠가는 그렇게 될지 모르지만 ‘아직은’ 말이다. 인공지능은 ‘아직은’ 인간의 침묵에 먼저 말을 걸지 못한다.

 

이 ‘아직은’을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인간이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더 실용적이지 않을까 한다. 해야 할 것이 바로 눈에 보이니까 말이다. 예를 들면 학생들이 과제를 낼 때 미드저니나 챗GPT를 얼마나 참조했는지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챗GPT에 무엇을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모르는 학생들과 자신이 궁금한 것이 무엇인지를 같이 찾아보는 것은 ‘아직은’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선생님 하나도 모르겠는데요?”라고 할 때 “자, 네가 모른다고 말하는 그 ‘하나’가 무엇인지를 같이 찾아보자”라고 말을 거는 것은 ‘아직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곧 인공지능이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비어있는 자리

 

미디어에 대한 이해는 아마도 이런 점에서 가장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 시각적 매체이건 혹은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이건 ‘아직은’ 그와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그 기술 사이에 있는 인간들끼리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찾아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기계가 아직 못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기계와 내 ‘관계’가 아직 못하는 것을 찾는 것이다. 전자로만 본다면 그것은 기술/기계의 문제이지만 후자로 본다면 그것은 ‘관계’의 문제이며 여기서 아직 대체되지 않는 ‘관계’로서의 사람과 사람 사이를 성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와 인간 사이에서 아직 미디어(매개)되지 못하는 것을 찾는 것이다.

 

특히 문화예술교육에서 아직 미디어가 인간과 미디어(매개)되지 못하고 아직 인간의 자리로 비어있는 것이 서로에게 ‘신중한 독자’가 되어주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지식재산권의 문제가 첨예해지고 다른 한편에서는 배움의 과정이 개별화되면서 문화예술교육에서 합평 형식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학생들은 합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아이디어 등이 다른 사람에게 도둑맞는 것을 두려워하여 공개적으로 자기 생각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공격받는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피하려는 경향도 있다. 더하여 피드백을 받는 과정이 교육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으로 개별화됨으로써 가르치는 사람으로부터‘만’ 듣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인간 자리의 몫으로 남아있다고 말했지만 시장의 영역에서 ‘신중한 독자’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하고 그 자리는 즉각적인 소비자들이 대체하였다. 이 소비자들은 작품을 스낵컬쳐(snack culture) 상품으로 소비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그 어떤 신중함도 보이지 않는다. 조금만 이야기가 지체되는 느낌만 있다고 하더라도 바로 돌변하여 공격하며 작품을 ‘망친다’. 서사 구조의 치밀함을 위한 전개는 ‘고구마’이며 돈을 벌기 위한 늘리기 ‘수작질’로 비판한다. 여기에는 그 어떤 ‘신중함’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교육 현장에서라도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배우는 사람들끼리 서로에게 신중한 독자가 되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 관계는 다른 존재를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불가능한 것인지, 그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는 점에서 ‘신중한 관계’다. 신중한 독자들끼리의 대화는 작품에 대해, 그리고 작품을 통해 서로를 타자로 발견하게 한다.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여 타자를 타자화하거나 혹은 손쉽게 자기 앎으로 타자를 동일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타자의 타자성을 발견하고 존중하게 한다.

 

창작자가 되기 위해 무엇보다 창작자들이 서로에게 신중한 독자가 되는 관계를 교육 현장에서 구축해야 한다. 이 관계가 인간과 인간의 사이에서는 급속도로 사라지고 인간과 기술/기계의 관계에서는 아직 출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타자성의 사이가 아니라면 문화예술이 숨 쉴 곳이 어디란 말인가?

 

 

엄기호 : 배움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인간의 가장 큰 기쁨이며 그 기쁨에 보탬이 되는 것이 사람의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라고 믿는다. 사람의 성장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사회가 가장 끔찍한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저서로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단속사회』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등이 있다.
uhmkiho@gmail.com        

 

< 출처 : arte3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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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

 

 

대전한밭도서관 '도서관의 날' 맞아 다양한 문화행사 개최

 

 

4월 12일부터 18일까지 도서관의 날 기념
노명우 아주대 교수, 뮤지션 요조 북토크 등

 

 

대전 한밭도서관은 4월 12일 첫 번째 '도서관의 날'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연다.

한밭도서관은 도서관의 날을 기념해 12일 오후 7시부터 한밭도서관 지혜마당에서 아주대 사회학과 노명우 교수와 작가이며 뮤지션인 요조의 '첫 번째 도서관의 날을 축하합니다, 도서관, 봄, 설레임' 북 토크를 개최한다.

노명우 교수는 '인생극장', '세상 물정의 사회학' 등을 출간했고 본인 성(姓)의 자음 발음을 딴 '니은서점'을 2018년부터 운영 중인 책방지기이며 칼럼니스트이다. 올해 1월 '만지고 싶은 기분'을 출간한 요조는 뮤지션으로 가장 많이 알려졌지만 7번째 책을 낸 작가이자 제주의 '책방 무사'를 운영 중인 책방지기이기도 하다.

노명우 교수와 요조, 두 명의 책방 주인들은 오랜 시간 우리가 고민해 왔던 책은 왜 읽는지, 우리의 삶에서 독서는 어떤 의미인지 대전시민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도서관주간(4. 12.~4. 18.)과 4월 23일 책의 날을 맞아 여러 행사가 준비돼 있다.

2022 생활밀착형 숲 조성 사업의 정원작가인 ㈜씨토포스 최신현 대표의 해설로 듣는 '한밭도서관 미로미로원(迷路美路園)을 거닐다'가 4월 15일 오전 11시 한밭도서관 정원 미로미로원(迷路美路園)에서 진행된다. 최 대표는 서울시 72시간 도시생생프로젝트 조직위원장이며 강북구 매력만점 삼양동 마을만들기 총괄계획가(mp)다.

 



4월 22일 오후 1시에는 특별한 손님이 한밭도서관을 찾아온다. 6살 때부터 초등학교 4학년까지 한밭도서관을 들락달락한 꼬마가 그림책 작가로 성장해 대전의 어린이들과 작가와의 만남을 가진다.

주인공은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올 줄이야'의 최민지 작가. 최민지 작가는 2018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 '문어 목욕탕' 더미북으로 참가했으며, 국제아동도서협의회 한국지부(KBBY) 추천 한국 젊은 작가로 2019 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BIB)에 참가하는 등 활발한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최 작가의 방문을 계기로 4월 26일까지 '최민지 그림책 展: 소중한 친구!'가 한밭도서관 1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이외에도 한밭도서관 강당에서는 4월 15일 오후 3시 마술, 풍선, 레이저 등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한 멀티매직쇼 '수리수리 판타지 드림'이, 4월 22일에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그림책 '도서관에 간 사자'를 각색한 어린이 뮤지컬이 공연된다. 유아를 위한 꼬꼬마 인형극도 4월 15일 오후 2시부터 한밭도서관 창작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혜정 관장은 "아직 완전히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되지는 않았지만 도서관과 함께 꾸준히 독서를 이어가고 있는 대전시민께 감사드리며 첫 번째 맞는 '도서관의 날'에 많은 대전시민이 오셔서 함께 축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 출처 : 디트뉴스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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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