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 나는 지금 괜찮은 걸까? 나는 어디에 서 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살고 있을까? 이런 질문을 가진 사람이라면 <나를 찾는 자화상 그리기> 워크숍에 참여해보자. 자화상 그리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치유하고, 내가 만든 작품은 세상의 유일한 콘텐츠가 된다.
#2. 힐링이 필요하지만 지루한 건 싫다는 사람이라면, <삼바카니발> 워크숍을 통해 자유로운 음악의 세계에 빠져보자. 브라질의 타악기 '바투카다'를 배우면서 다양한 리듬을 익히고, 퍼레이드부터 무대 공연 연출까지 직접 경험할 수 있다.
3월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 동안 충북 충주시에 위치한 대표적인 힐링 센터인 '깊은산속 옹달샘'에서 '힐링콘텐츠 창작캠프'가 열린다.
사진, 그림, 영상, 음악 등 어떤 형태의 콘텐츠라도 제작해 본 경험이 있는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힐링·창작 워크숍이다. 창작 캠프인만큼 참가자는 워크숍 과정에서 자신의 작품이나 마무리 공연 등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 대신 2박 3일 동안의 워크숍 수강료와 숙식 모두 무료. 또 15일 서울 종합운동장역 2번 출구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 역시 무료다.
이번 창작 캠프에서는 모두 8가지 힐링콘텐츠 워크숍이 진행된다. 참가자는 한 가지 워크숍을 신청해 2박 3일 동안 배우고, 작품을 만들면서 힐링과 창작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인터뷰와 글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기억의 책, 예비 인터뷰 작가 워크숍>을 눈여겨 볼만하다. 박범준 기억의 책 꿈틀 편집장이 자신의 제작 경험을 공유하고, '경청하는 인터뷰'와 '존중하는 글쓰기'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갖는다. 아울러 '내 삶을 돌아보는 자서전 쓰기'도 진행한다.
또한, 최근 국내·외에서 각광받고 있는 소매틱 기반의 <힐링 커뮤니티 댄스> 워크숍은 최보결 춤의 학교 대표와 함께 미러링 댄스, 디톡스 댄스를 배우면서 참가자들의 치유와 회복을 돕는다. 워크숍의 결과물로 마지막 날에는 <100인 댄스> 공연에 도전한다.
프로젝트 디자이너 릭킴은 <나를 비우는 타인 그리기> 워크숍을 진행한다. 참가자들은 타인과 대화하면서 '블라인드 컨투어 드로잉'이라는 기법을 통해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 본다.
이밖에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충주 택견 등 각종 원데이 클래스와 고도원 작가의 힐링 특강이 진행되고, 마지막 날 네트워크 파티에서는 가수 인순이씨의 공연도 펼쳐진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고도원 작가(국립산림치유원 원장, 고도원의 아침편지 운영자)는 "대한민국 대표 힐링 센터인 옹달샘에 모이는 만큼 콘텐츠 창작자들이 서로 꿈을 공유하고, 영감을 얻는 축제의 장이 됐으면 한다"면서 "기성 창작자가 아니더라도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누구나 와서 배우고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행사는 지난 몇 년 동안 젊은 작가들과 무명의 예술가들에게 작업 공간을 제공하고, 창작의 기회를 마련해줬던 충주 '깊은산속 옹달샘'의 경험을 살려 콘텐츠 창작 캠프로 확장시킨 것이어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충청북도가 주관하고 충북콘텐츠코리아랩이 주최하는 이번 캠프는 3월 9일까지 힐링콘텐츠 창작캠프 홈페이지(http://healtheworld2019.com/guide.php)를 통해서 참가 신청이 가능하다.
▲ 힐링콘텐츠 창작캠프 포스터 3월 15일(금)부터 3월 17일(일)까지 충주 "깊은산속 옹달샘" 에서 2019 힐링콘텐츠 창작캠프가 열린다. 이번 캠프는 2박 3일간 워크숍 및 숙식이 모두 무료로 진행된다.
감정인식 기술의 토대를 마련한 미국의 심리학자 폴 에크만(Paul Ekman, 1934~)에 따르면 사람의 얼굴에는 42개의 근육이 있다. 이들 근육이 조합해 낼 수 있는 표정은 1만개가 넘는다. 이 가운데 3000개가 생활 속의 감정과 관련이 있는 것들이다.
심리학자들은 이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감정으로 행복, 슬픔, 분노, 놀람, 공포, 혐오(Happiness Sadness Anger Surprise Fear Disgust) 6가지를 꼽는다. 어떤 학자들은 여기에 경멸(Contempt)을 추가하기도 한다. 동양에선 유교 경전 중 하나인 ‘예기’ 등을 통해 인간의 기본 감정으로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 사랑, 미움, 욕심)을 꼽았다. 이를 칠정(七情)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러나 같은 감정이라도 표현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또 문화권마다 다를 수 있다.
다양한 표정 가운데 문화권을 넘어 서로 통할 수 있는 것은 몇 가지나 될까? 최근 미 오하이오주립대 연구진이 저널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 감성컴퓨팅 처리’(IEEE Transactions on Affective Computing ) 온라인판에 이와 관련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인간처럼 복잡한 창조물이 고작 몇 가지 감정만 갖고 있다는 건 터무니없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마티네즈 교수가 분류한 6가지 기본 감정에 복합 감정을 추가한 20가지 표정. (맨 위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행복, 슬픔, 공포, 분노, 놀람/혐오, 행복한 놀람, 행복한 혐오, 슬픈 공포, 슬픈 분노/슬픈 놀람, 슬픈 혐오, 두려운 분노, 두려운 놀람, 두려운 혐오/화난 놀람, 화난 혐오, 혐오스러운 놀람, 증오, 외경심. 마티네즈 교수 제공
만국 공통의 표정은 35가지…전체의 0.2% 절반이 행복 관련…혐오 표정은 단 1가지
연구진은 우선 이론적으로 몇 개의 표정이 가능한지 계산해봤다. 연구진은 자체 개발한 컴퓨터 알고리즘을 토대로 계산한 결과, 1만6384가지 방식으로 얼굴 근육을 조합할 수 있다는 걸 알아냈다. 이어 연구진은 감정을 표현하는 영어 단어 821개의 목록을 작성했다. 그런 다음 이 단어들을 키워드로 사람들이 많이 쓰는 검색엔진에서 약 720만개의 표정 이미지를 내려받았다. 비교 연구를 위한 조사 대상국으로 북미, 남미, 유럽, 아시아에서 호주에 이르기까지 5개 언어권 31개국을 선정했다. 그런 다음 이 단어들을 스페인어(21개국) 중국어(3개국) 페르시아어(1개국) 러시아어(1개국)로 옮겨 검색했다. 영어권 국가로는 미국과 캐나다 호주 영국을 선택했다. 아프리카를 비롯한 몇몇 지역은 포함하지 않았다. 이 지역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감정 이미지 후보군이 적었기 때문이다. 편향을 피하기 위해 연구진은 단어마다 똑같은 수의 이미지를 내려받았다. 이와 별도로 1만 시간에 해당하는 분량의 동영상도 분석했다.
분석 결과, 5개 문화권 사람들 모두에게 공통으로 같은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보편적인 표정은 35개로 나타났다. 이는 이론상 구성 가능한 표정의 0.22%에 해당한다. 연구진은 적어도 몇백개는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결과는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가장 다양한 표정은 행복과 관련한 것이었다.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17가지 표정이 이 범주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이는 인류가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환호, 기쁨, 만족감 등 긍정적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가장 많이 개발했다는 걸 뜻한다. 행복 감정의 공유는 사회 구성원들의 유대감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반면 혐오감을 드러내는 만국 공통의 표정은 단 한 가지였다. 연구를 이끈 미 오하이오주립대 전기컴퓨터공학 교수 알레익스 마티네즈(Aleix Martinez)는 이런 결과를 “사회 접착제 역할을 하는 행복감의 복합적 특성을 말해주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밖에 공포를 전달하는 데는 세 가지, 놀람에는 네 가지, 슬픔과 분노를 표현하는 데는 각각 5가지의 보편적 표정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의 목적은 사람의 감정을 읽을 줄 아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 픽사베이
영어권 사람들의 얼굴 표현력이 풍부
연구진은 보편적인 표정의 수가 예상보다 크게 적은 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표정은 대부분 각 문화권에 고유한 건 아닐까? 그런데 이에 대한 분석 결과는 더욱 놀라웠다. 5개 문화권 전체가 아닌 일부 문화권(1~4개 문화권)에만 통하는 고유한 표정도 8가지에 불과했다. 더구나 이 8가지는 기쁨이나 분노 같은 감정이 아닌 긍정-부정의 정서를 전달하는 것들이었다. 눈길을 끄는 건 1가지를 제외한 7가지가 영어 문화권에 속한다는 점이었다. 연구진은 이와 관련해, 미국인들은 다른 문화권 사람들보다 얼굴 표현력이 풍부하다는 이전의 연구와 일치하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이 내린 결론은 세 마디로 요약된다. “감정을 드러내는 표정은 대부분 보편성을 띤다. 그 종류는 수십 가지에 불과하다. 상당수는 행복감을 드러내는 표정들이다.”
인간의 감정을 읽는 컴퓨터 알고리즘 개발을 위해 시작한 이번 연구는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통한 감정 전달 방법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사람의 감정을 드러내는 바디랭귀지에 표정만 있는 건 아니다. 그 중엔 얼굴색의 변화도 있다. 마티네즈 교수는 사람의 코, 눈두덩, 뺨이나 턱의 색이 미묘하게 변화하는 것만 갖고도 사람의 감정을 75% 정확도로 식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연구진은 얼굴색 변화에도 세계 공통적인 요소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을 다음 연구과제로 내세웠다.
해가 갈수록 출판업계는 ‘불황’이라는 단어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또한 여가시간이나 짬을 내 독서로 여유로움을 찾는 대신, 일상에 쫓겨 책마저도 기피하게 되는 ‘책혐시대’라는 단어가 생겨난 지도 오래다. 그런데 한동안 몸을 움츠렸던 출판업계가 최근 소비자들의 변화에 맞춘 새로운 콘텐츠를 앞세워 이러한 흐름에 반전을 노리고 있다. 호기심과 감성으로 무장한 텍스트들, 소리와 시각을 이용한 독서 콘텐츠 등을 마주하며 그 변화의 키워드를 살펴보도록 하자.
Listen | 책을 ‘듣다’
마치 학교 선생님처럼 배우 변요한이 조곤 조곤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는 어떨까. 이병헌의 목소리로 듣는 인류의 탄생과 진보, 그리고 미래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함께 활약한 배우 이병헌과 변요한이 독서 앱 ‘밀리의 서재’의 모델로 등판했다.
밀리의 서재는 월정액 도서앱으로, 월 9900원으로 앱 내에 있는 책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출판업게, E-book 업계에서도 적지 않은 화제가 됐다. 앱은 3만 권 이상의 도서 목록 속에서 베스트셀러, 신간, 웹툰, 웹 애니메이션 등의 다채로운 콘텐츠가 포함됐고, 그중 북 큐레이터처럼 소비자의 취향을 세분화 해 추천한 파트도 눈에 띈다.
밤에 듣는 ‘소심한 책’을 클릭하자,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 진실한 철학의 시간에서 센치해지는 누군가’를 위해 『밤에 읽는 소심한 철학』(민이언 저) 등 다소 감성적인 방법으로 도서를 추천하는 형태도 만나볼 수 있다.
현재 ‘밀리의 서재’ 리딩북에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배우
변요한과 이병헌이 각각 읽어준 리딩북 『역사의 역사』(유시민 저)와, 『사피엔스』(유발 하라리 저)는 물론이고, 그밖에도 가수, 북 큐레이터, 책의 저자 등이 다양하게 참여한 리딩북을 차례대로 선보이고 있다. 리딩북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각 분야의 전문가와 자타 공인 독서 고수들로 구성된 리더(reader)들이 해설하고 요약해주는 콘텐츠를 통해 독자들이 귀로 듣고 눈으로 따라 읽으며 짧은 시간 안에 도서의 내용을 파악하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책을 읽지 않은 시대에 이러한 오디오북이 최근 대안책으로 등장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독서하는 습관을 길러주게 한다는 점, 그리고 남이 골라주고, 남이 읽어주는 것을 따라 보고 듣기만 해도 된다는 거부감 대신 독서의 한계를 정해두지 않고, 새로운 경험과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뚜렷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Collaboration | E-Book과 종이책 감성의 결합
종이책의 가장 큰 특징은 책을 넘기는 손맛도 있지만, 좋아하는 문장을 체크하고 다시 꺼내보고, 책장 속 모아둔 북 리스트를 보며 내가 좋아하는 책 종류를 가늠하기 쉽다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취향에 맞춘 서비스가 출시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운영 중인 ‘책 읽는 사람들의 SNS’ 북플의 경우 밑줄 긋기 방식인 ‘초간단 밑줄긋기’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했다. 초간단 밑줄긋기는 말 그대로 책을 읽다가 발견한 좋은 문장을 간단하게 텍스트로 옮길 수 있는 기능으로, 구글 AI 머신러닝의 광학문자인식(OCR) 기능을 활용해 제공되는 서비스다. 독자가 책 본문을 촬영한 후 원하는 범위를 선택하기만 하면 해당 범위의 이미지 속 글자들이 텍스트로 자동 변환돼 저장되고 언제든 책 속 마음에 든 문장을 꺼내서 살펴볼 수 있다.
또한 북플은 ‘지난 오늘’과 ‘독서 취향이 비슷한 친구’ 코너도 오픈했다. 이 기능은 페이스북 ‘과거의 오늘’과 유사한 콘셉트로, 과거 동일한 날짜에 등록된 ‘읽은 책’, ‘100자평’, ‘리뷰’, ‘독서기록’ 등을 통해 과거의 독서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코너다. 이처럼 최근 E-book 시장은 종이책에서 느낄 수 있었던 감성을 담고자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다.
New Trailer | 책을 추천하는 콘텐츠
유튜브에 책 리뷰 영상을 올리는 ‘북튜브’와, 책의 주된 줄거리를 웹툰, 카드 뉴스 형식으로 꾸민 ‘책 끝을 접다’는 제작자와 크리에이터들의 개성 있는 콘텐츠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책에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채널이다. 마치 개그맨 김경식이 영화를 소개하는 방식처럼, 책 속 흥미가 가는 요소들을 뭉친 알짜배기를 소개해 호기심을 자극하고, 책 속의 지식을 전달하기도 한다. 특히 지난해 6월 ‘책 끝을 접다’의 운영사인 ㈜디노먼트를 리디북스가 인수하며 또 다른 온라인 도서 마케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책 끝을 접다’의 경우, 책 소개 콘텐츠를 카드 뉴스와 북 트레일러 형태로 제작해 페이스북, 유튜브 등 SNS 채널로 알리며 기존에 있었던 책도 다시금 주목받게 하는, 이른바 ‘죽은 책도 살리는’ 유명 온라인 도서 마케팅 채널로 알려져 있었던 바. 인수 이후 채널 내에선 주기적으로, 소설, 에세이, 만화책 등 다양한 도서를 소개했고, 이를 본 소비자들 역시 ‘광고야, 미친 듯이 읽은 내가 싫다’ ‘요즘 이런 책 광고 볼 때마다 너무 보고 싶음’ 등의 후기를 남기고 있다. 한편 오프라인 모임을 통한 독서 모임의 확대 역시 좀처럼 미뤄둔 독서를 다시 시작하기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30대 직장인 정 씨는 커뮤니티 앱 ‘소모임’에서 독서 모임에 참석 중이다. 그녀는 2주에 한 번씩 자율적으로 독서 모임을 찾는다. 규모는 1회에 7명 내외 정도. 모임 타입에 따라 참가자는 2시간 동안 자유롭게 책을 읽거나, 각자 읽은 책을 소개를 하기도 하고, 독후감 등을 소개한다. 정 씨는 이러한 독서 모임에 대해 “한동안 서점가에 유행이었던 에세이 도서를 자주 읽었었는데, 이번 독서 모임을 통한 새로운 장르와의 만남이 꽤 만족스러웠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례처럼 체험을 중시하는 독자 층의 요구에 맞춰 최근 도서를 소개하는 콘텐츠들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독자들에게 독서 본연의 즐거움을 되살려주는 동시에, 도서 시장에도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New Way | 편식독서를 권하는 도서
화장을 책으로 배우고, 연애를 책으로 배우는 방법은 들어봤어도, 독서법을 책으로 배운다?! 딱딱하고 지루한 책 대신 내게 즐거운 놀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책 덕후들이 있다. 『이동진 독서법』 저자 이동진은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책을 읽으라고 권하며,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여러 이유 때문에 미뤄두고 있던 이들에게 ‘완독하지 마라’ ‘재미있는 책부터 읽어라’ ‘책을 함부로 대하라’ 등 ‘독서’의 딱딱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독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또 글 쓰는 판사, 소문난 다독가로 알려진 『개인주의자 선언』 『미스 함무라비』의 저자 문유석 역시 마찬가지. 그는 저서 『쾌락독서』를 통해 책 덕후로서의 자신을 소개한다. 사춘기 시절 야한 장면을 찾아 읽다가 한국문학전집을 샅샅이 읽게 된 사연, 만화책 『유리가면』으로 순정만화 세계에 입문한 이야기, 고시생 시절 『슬램덩크』가 안겨준 뭉클함, 김용과 무라카미 하루키 전작을 탐독한 이유 등 누구나 한번쯤 공감할 만한 ‘책과 함께 가슴 설레고 즐거웠던 책 덕후 인생’을 솔직하게 펼쳐 보인다.
자타공인 책 덕후들의 말처럼 의무적으로 읽어야 할 책은 없다. 적절한 순간에 멈추게 만드는 피로감을 느낀다면 그 책이 나에게 맞는지 한번쯤 자문해보자. 그렇지 않다면 그 책이 책꽂이 속으로 다시 돌아가게 해도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을 것이다.
Special Edition | 소장 가치, 디자인 전쟁이 불붙었다
읽는 재미를 넘어 소장하고 싶은 가치를 가진 스페셜 에디션 북이나 리커버북이 출판계 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인터파크 도서 전문 MD들이 ‘2018년 우리 사회를 달군 주요 이슈와 도서 판매 자료 분석’을 통해 지난 해 출판계 키워드로 ‘P.E.A.C.E’를 선정, 그중에는 ‘Premium Book’(리커버 프리미엄북 인기)도 포함돼 있다. 수많은 책 중에서 책 표지 디자인이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아 결국 구매하기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형 서점과 출판사들은 독자들이 색다른 각도에서 책을 즐길 수 있도록 스테디셀러나 인기 도서를 새로운 디자인과 구성으로 선보이고 있다. 내용은 바뀐 것이 없더라도 마치 새 책 같은 효과를 줘 독자 반응도 꽤 좋은 편이다. 이는 SNS 등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해지고, 독자들의 취향과 맞물려 책이 선물용으로도 주목받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인터파크는 올해 프리미엄 북 시리즈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재탄생시켰다.
줄리언 반스의 대표작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영국 대표작가 ‘줄리언 반스’답게 영국 품종인 웰시코기 캐릭터 무늬를 입혀 출간했다. 또한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의 경우도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였다. 한편 인터넷 서점 브랜드 예스24가 한 달간 진행한 2018년 독자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올해의 책’과 ‘올해의 커버’를 뽑는 온라인 투표 결과 출판사 편집자, 디자이너, 마케터 및 예스24 MD의 추천을 받은 70권 내외의 책 표지 중 10종을 뽑는 올해의 커버 투표에서는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가 2만1925표(11.8%)로 1위를 차지했다. 해당 도서 커버는 해변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남성과 고양이의 모습을 그린 재치 있는 일러스트로 ‘더하는 삶이 아닌 덜 하는 삶을 살자’는 책의 메시지를 담아냈다.
물건을 어느 위치에서 보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리 보이는 경우가 많다. 역사적 사실도 마찬가지다.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역사적 사실의 의미가 달라진다. 그래서 역사적 관점은 결국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이어진다. 18세기 독일 철학자 헤겔은 역사를 이성의 실현, 자유의 전개 과정으로, 20세기 영국 역사학자 토인비는 역사를 도전과 응전의 패러다임으로 보았다. 요즘 가장 주목받는 역사학자 가운데 하나인 유발 하라리는 호모 사피엔스의 지구 지배력 강화 과정으로 역사를 풀어낸다. 그에 따르면 인류는 언어가 촉발한 인지혁명(7만년 전)에서 시작해 농업혁명(1만2천년 전), 과학혁명(500년 전)을 거치며 지구의 지배력을 강화해 갔다. 이것 말고도 생산 방식이나 정치 체제, 기술의 변화 등 역사를 보는 관점들은 다양하다. 리처드 볼드윈(Richard Baldwin) 스위스 제네바 국제경제대학원 교수는 인류의 역사를 세계화의 과정으로 바라보는 경제학자다. 그는 2016년 <위대한 수렴>(The Great Convergence)에서 세계화를 생산과 소비가 일어나는 공간의 변화라는 시각으로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구석기 수렵채집 시대까지만 해도 세계화는 없었다. 생산과 소비는 한 곳에서 일어났다. 최초의 세계화, 즉 세계화 1.0 시대를 촉발시킨 건 기후변화였다. 기원전 30만년~기원전 1만년에 이르는 시기다. 볼드윈은 이 시기를 `지구의 인간화'라고 이름 붙였다. 7만년 전 대규모 화산 폭발로 구름이 하늘을 뒤덮으면서 기온이 뚝 떨어져 지구 생태계에 위기가 닥쳤다. 저온 현상과 가뭄으로 먹을 것이 부족해지자 호모 사피엔스는 식량을 찾아 아프리카를 탈출했다. 한 무리는 북쪽 유럽으로, 다른 한 무리는 아시아로, 또 다른 한 무리는 더 남쪽으로 미지의 세상을 찾아 나섰다.
인류 역사를 세계화의 심화 과정으로 보는 사람들은 지금을 `세계화 4.0‘으로 규정한다. 픽사베이.
농업혁명에서 출발해 증기기관으로 가속세계화 2.0(기원전 1만년~서기 1820년)은 지역 경제의 발흥기다. 신석기 시대를 연 농업혁명이 촉발했다. 농업 덕분에 사람들은 각자가 있는 곳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이때도 구석기시대와 마찬가지로 생산과 소비는 한 곳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인류는 아프리카라는 한 지역에 고정돼 있지 않았다. 필요한 것들을 자연에서 수집하는 대신 흙과 나무, 풀 등을 이용해 의식주를 해결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개발이 시작된 때다. 개발의 중심은 강 주변이었다.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황하 등지에선 거대한 강을 중심으로 고대 문명이 번성하기 시작했다. 볼드윈은 "이 시기에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생산과 소비가 특정 지역에서 한 묶음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한다. 세계화 3.0(1820~1990년)은 지역경제의 세계화 시기다. 증기기관이 첫 물꼬를 텄다. 증기기관은 먼 곳까지 쉽게, 그리고 싸게 물건을 운송할 수 있게 해줬다. 운송비용이 급락해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생산과 소비 지역이 처음으로 분리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장은 산업지구 같은 특정 지역에 몰려 있었다. 이는 특정 지역, 국가만이 부유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세계는 잘 나가는 자본주의 그룹 1세계와, 이에 반대의 깃발을 든 공산주의 2세계, 이도 저도 아닌 저개발 3세계로 나뉘었다.
주요 7개국과 중국, 인도의 세계화 단계별 경제 비중. 볼드윈 교수 링크드인
공장의 세계화에서 가상 세계화까지세계화 4.0은 공장의 세계화다. 1990년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우선 정보통신기술이 상품과 서비스의 운송, 거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공정의 표준화를 가능하게 해줬다. 생산과 소비의 분리를 넘어, 생산 과정의 분리가 시작됐다. 완제품 공장과 부품 공장이 한 나라에 있을 필요가 없게 됐다. 두번째 분리다. 선진국 기업들은 저임금 개발도상국에 공장을 두는 게 더 유리했다. 오프쇼어링(해외생산)이 유행처럼 번져갔다. 선진국 제조업 독점 시대가 끝났다.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신흥경제가 급부상하게 됐다. 이제 모든 것이 디지털화하는 4차산업혁명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앞으로는 노동과 노동 서비스의 분리가 가능해진다. 즉 사람의 몸과 노동이 분리된다. 세번째 분리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도 전세계 어느 곳의 일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이름하여 `가상(버추얼) 세계화'다. 공장의 세계화와 구분하자면 오피스의 세계화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마지막 장벽이라 할 언어장벽도 인공지능의 기계번역 기술 발전과 함께 점차 허물어질 것이다. 볼드윈은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현격한 임금 격차가 `가상 세계화'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는 이를 원격이민(telemigration)이라고 이름 붙였다. 사실 웹 개발 분야에선 벌써 많이 퍼져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여태까지 높은 숙련도와 전문성으로 버텨온 사람들도 이 물결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4차산업혁명에선 블루칼라에서 화이트칼라에 이르는 대부분의 노동자가 세계화 문턱에 서게 된다. 볼드윈은 24일에 출간하는 새 저서에서 이런 상황을 `글로보틱스 격변'(The Globotics Upheaval)으로 표현했다. 앞으로 진행될 세계화 4.0은 인류를 어디로 데려갈까?
세계경제포럼이 열리는 스위스 여름 휴양지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제공
세계경제포럼이 2019년 주제로 삼은 `세계화 4.0'22일부터 나흘 동안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올해의 토론 주제를 `세계화 4.0 : 제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정했다. 2년 전 이 포럼에서 논의한 4차산업혁명과 코드를 맞춘 작명이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이 초래할 변화를 압축한 표현이기도 하다. 세계경제포럼은 전세계 거물급 기업인, 정치인, 관리, 학자들이 모여 세계 경제의 현안과 대안을 논의하는 모임이다. 해마다 연초에 스위스의 여름 휴양지 다보스에서 열린다 해서 다보스포럼이라고도 불린다. 참여자들이 다 거물 보스(boss)들이어서 `다 보스'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일부에선 부자들이 벌이는 `그들만의 잔치판'이라며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낸다. 1971년 하버드대 교수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이 창립한 유럽경영포럼에서 시작했지만 1987년부터 세계 현안을 논의하는 세계경제포럼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제는 굴지의 민간 국제포럼으로 발돋움했다. 더 나은 세계(2010), 유연한 역동성(2013), 세계의 재편(2014), 4차 산업혁명(2016)에 이어 지난해 `소통과 책임 리더십'에 이르기까지 해마다 포럼이 내세우는 주제들은 전세계 리더들을 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포럼의 슈밥 대표는 세계화 4.0을 들고나온 이유에 대해 "닥쳐올 변화는 엄청나지만 이를 맞을 준비가 거의 안 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세계화, 즉 세계화 4.0을 이끌어가는 흐름으로 네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세계 경제가 다자주의(multilateralism)에서 다원주의(plurilateralism)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생존의 룰이 경쟁이나 협력에서 공존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둘째는 세계의 힘의 균형은 일극에서 다극으로 이동했다는 인식이다. 셋째는 기후변화를 포함한 생태적 도전이 사회경제 발전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넷째 4차산업혁명으로 기술이 사상 유례없는 속도와 규모로 인류의 삶에 파고들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의 새우 경매장. 옥스팜 보고서
세계화의 어두운 그림자 `약육강식'과 `불평등'하지만 인류가 경험해온 세계화가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해준 것만은 아니다. 산업혁명 이후 오랜 기간 세계화는 세계적인 약육강식 사태를 불렀다. 자유방임주의, 제국주의, 독점자본 환경이 이를 조장했다. 세상은 강자들만의 무대였다. 아무도 감히 이들을 막지 못했다. 한쪽은 제국의 신민으로, 다른 한쪽은 식민지 노예로 엇갈렸다. 가진 자의 부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그렇지 못한 자는 비참한 신세가 됐다. 이는 결국 피를 불렀다. 세계대전, 대공황, 공산주의 혁명, 파시즘 반동이 이어졌다. 수억명이 목숨을 잃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고 나서야 인류는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유엔, 아이엠에프, 세계은행 같은 것들이다. 세계화의 또 다른 얼굴은 불평등 심화다. 완전고용과 사회보장, 노동권 등은 선진국에만 해당하는 사항이었다. 부의 편중은 자산의 평형추를 `20 대 80'에서 `1 대 99'로 바꿔놓았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7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최상위 1%가 새로운 창출된 부의 82%를 가져갔다. 세계 전체의 빈곤율은 줄어들고 있지만,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선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2030년 빈곤 퇴치라는 유엔 목표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최저임금을 벌기 위해 시간당 950마리의 새우 껍질을 벗겨야 하는 동아시아시아 노동자가 미국 슈퍼마켓 경영자의 1년치 수입을 벌려면 5천년 이상을 일해야 한다고 고발했다. 성장이 주춤해지면서 20세기 후반에 등장한 신자유주의 정책은 미국의 시스템을 전세계에 퍼뜨렸다. 1994년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협정(TRIPS)은 그 사례다. 거대 제약사와 기술 기업들이 덕분에 엄청난 지대수입(불로소득)을 올렸다. 비대해진 선진국 금융자본은 세계 구석구석의 자산을 곶감 빼먹듯 했다. 명분은 시장개방과 금융 자유화였지만, 그 속은 자국에 유리한 무역과 투자 규칙을 강요하는 것이었다. 이는 결국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렀다. 벼랑에 내몰린 이들에게 포퓰리즘 세력들은 화살을 내부의 기득권층이 아닌 외부로 돌리게 했다.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 미국의 트럼프 당선 등은 포퓰리스트들의 증오 전략이 먹혀든 결과였다. 가이 스탠딩(Guy Standing) 런던대 소아즈(SOAS) 교수는 20세기 후반 신자유주의 시대 이후 약탈이 더 심해지면서, 프롤레타리아보다 더욱 불안정한 `프레카리아트'(precariat)라는 새로운 무산계층이 탄생했다고 말한다. 세계는 소수 글로벌 공룡과 나머지 수십억 파편들로 나뉘었다.
프랑스에서 벌어진 노란조끼 시위. 위키백과
디지털 기술이 펼칠 세계화 4.0은 어떤 모습일까불평등은 불만의 증폭제다. 방치된 불만은 결국 충돌을 부른다. 수많은 피의 역사가 이를 말해준다. 지난해 말 유류세 인상에 반발해 순식간에 반정부 시위로까지 번진 파리 서민들의 '노란 조끼'(gilet jaune) 운동은 아주 작은 사례다. 지난해 지구촌은 중산층과 인터넷 이용자 인구가 처음으로 전세계 인구의 절반을 넘어서는 분기점을 맞았다. 잠자던 의식을 일깨우는 중요한 기폭제가 등장한 셈이다. 빈곤을 넘어선 사람들은 앞으로 삶의 질을 따지기 시작할 것이다. 인터넷에 널린 정보들은 그들이 자신의 처지가 얼마나 열악한지 깨닫게 해줄 것이다. 불평등 이슈가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산업의 역사가 오랜 선진국들은 또 다른 문제를 코앞에 두고 있다. 불평등의 대물림이다. 인구 감소와 자산 승계, 저성장이 어우러지면서 문제가 복잡해지고 있다. 포럼이 이 시점에서 세계화를 화두로 삼은 건 100년 전 파국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의 반영이다. 여기엔 세계로 확산된 불평등이 세계 경제의 위험 요인이 됐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4차산업혁명의 중심인 디지털 기술은 불평등을 한 차원 더 심화시킬 잠재력을 갖고 있다. 디지털은 그나마 남아 있던 지리적 장벽마저 쓸모없게 만들 것이다. 샤란 버로우(Sharan Burrow) 국제노동조합총연맹(IYUC) 사무총장은 전세계인의 85%가 세계 경제의 규칙을 다시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전했다. 4차산업혁명론자들이 지금 시점에서 `세계화 4.0'을 화두로 삼은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지난해 11월 두바이에서 열린 2019 세계경제포럼 사전 모임. 세계경제포럼 제공
불평등 해소는 정의의 문제...올바른 혁신 규칙 고민을어떤 해법을 생각해볼 수 있을까? 볼드윈 교수는 각국 정부를 향해 변화의 속도를 늦추라고 권한다. 사람들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며, 이를 위해선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스탠딩 교수는 정부가 할 일은 불안하고 고단한 삶에 노출된 프레카리아트를 구출해내는 것이며, 프레카리아트가 할 일은 정부에 기술진보의 과실을 좀 더 평등하게 나눌 수 있는 지속가능한 경제 시스템을 만들도록 압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럼 대표인 슈밥은 공동번영의 미래를 위한 세계화의 규칙을 다시 만들자고 제안한다. 그는 이를 위해 모든 이해관계자의 꾸준한 대화와 국가적 이해관계를 넘어선 상상력을 주문했다.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관통하는 기본 가치는 물론 휴머니즘이다. 세계화 4.0 시대에 중심으로 떠오르는 가치는 뭘까? 지난 100년의 세계화 흐름은 평등 문제가 시급한 과제임을 말해준다. 불평등을 완화하고 해소하는 건 정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평생을 정의론 정립에 바쳐온 미국의 철학자 존 롤스는 최소 수혜자의 몫이 커지는 것이 바로 정의라고 했다. 이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사회적 불평등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그는 강조한다. `세계화 4.0' 논의는 세계적인 불평등 확산의 흐름을 바꾸는 물꼬를 틀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