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 31개국 481개 출판사 행사 참여 ‘파이 이야기’ 쓴 얀 마텔 등 강연
왼쪽부터 소설가 천선란 편혜영 오정희 김인숙 김애란 최은영. 이들은 ‘2023 서울국제도서전’의 홍보대사로 다음달 18일
‘2023 서울국제도서전’ 현장에서 강연을 통해 독자들과 만날 계획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국내 최대 책 축제이자 한국과 세계를 책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인 ‘2023 서울국제도서전’(SIBF)이 다음 달 14일부터 5일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다. 이번 도서전은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선과 환경 문제 등에 주목해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이라는 주제를 다루며, 한국을 포함한 31개국 481개 출판사, 215명에 달하는 작가 및 연사들이 참여한다.
이번 도서전의 주빈국은 아랍에미리트의 일곱개 토후국 중 하나인 샤르자다. 샤르자는 도서전 내 강연장 및 주빈국관에서 북토크와 도서 전시, 문화 공연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독자들에게 아랍 문화와 책을 선보인다. 더불어 한국과 수교 60주년을 맞은 캐나다가 ‘스포트라이트 컨트리’로 조명된다. 주빈국 다음으로 주목할 만한 나라를 소개하는 자리인데, 캐나다관에서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가 얀 마텔이 직접 강연에 나선다.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얀 마텔은 다음 달 14일과 15일 두 번의 강연과 17일 사인회를 할 계획이다.
국내관에는 약 360개의 출판사 및 출판 관련 단체가 참여하여 도서 전시, 강연 및 사인회 등의 이벤트를 진행한다. 아트북 및 독립출판물 출판사가 참여하는 ‘책마을’에서는 국내 72개사와 아시아 5개국(태국, 싱가포르, 일본, 중국, 대만)에서 참여하는 5곳의 서점 및 독립출판사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도서전의 홍보대사 격인 올해 ‘도서전의 얼굴’에는 국내 소설가 오정희·김인숙·편혜영·김애란·최은영·천선란이 선정됐다. 세대를 아우르는 6인의 소설가들이 18일 도서전 현장에서 강연을 통해 독자들과 만날 계획이다. 6명의 소설가 외에도 소설가 천명관·김연수·김초엽·김금희·정지돈·김멜라, 시인 오은·서윤후, 생태학자 최재천, 작사가 김이나, 아나운서 임현주, 문학평론가 신형철 등 다양한 분야의 연사들이 도서전 무대에 선다. 또한 얀 마텔 외에도 퓰리처상 수상작 <동조자>의 저자 비엣 타인 응우옌, <작은 땅의 야수들>의 저자인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김주혜, 그리고 <녹색 계급의 출현>을 부뤼노 라투르와 공저한 니콜라이 슐츠 등 국외 작가들도 도서전을 찾는다.
도서전 주제인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를 다룬 주제 전시에서는 주제와 관련된 600권 규모의 큐레이션을 선보인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BBDK)’ 전시에서는 올해 공모에 선정된 10종의 책을 살펴볼 수 있다. ‘여름, 첫 책’ 코너에서는 도서전 개막에 맞춰 출간되는 새 책을 만날 수 있다.
매년 도서전을 기념하기 위해 한정판으로 제작하는 ‘리미티드 에디션’에는 김금희(소설가), 김멜라(소설가), 김화진(소설가), 박혜진(평론가), 백은선(시인), 서윤후(시인), 서효인(시인), 성동혁(시인), 양안다(시인), 오은(시인), 오정희(소설가), 이소호(시인), 임소연(과학기술학자), 정지돈(소설가), 해도연(소설가)까지 작가 15인의 글과 2022 서울국제도서전 ‘여름의 드로잉’ 선정 작가들의 일러스트 9점이 수록된다. ‘리미티드 에디션’은 도서전 기간 중 현장 이벤트를 통해 일정 수량을 선착순 증정한다.
‘2023 서울국제도서전’ 입장을 위한 티켓은 다음 달 13일까지 도서전 홈페이지(sibf.or.kr)에서 온라인으로 30%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다. 관람료는 성인은 1만원, 학생(만 18살 이하)은 5천원이고 장애인과 미취학 아동은 증빙 서류가 있으면 무료로 입장 가능하다. 전체 강연 및 기획 프로그램도 도서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디오북을 둘러싼 전망은 올해 초반만 해도 잿빛에 가까웠다. 영미권처럼 시장이 크지 않은 데다 독서율마저 하락하는 상황. 그냥 책도 아닌 ‘듣는 책’이 성공하기 힘들다는 예측이었다. 하지만 최근 ‘윌라’, ‘네이버오디오클립’ 등이 선전하는 가운데 유럽권을 평정한 스웨덴의 ‘스토리텔’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오디오북의 매력은 무엇이며 각각의 서비스는 어떻게 다를까. 오디오북 전문 업체인 스토리텔과 윌라의 서비스를 체험해 봤다.
○ 스토리텔
‘연말요? 자기 계발이죠’, ‘메리 크리스마스’, ‘보온병처럼 따뜻한 북유럽의 기운’, ‘통근길 시사 만사’….
최근 한국에 상륙한 신상 서비스 스토리텔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본 오디오북 목록들이다. 첫 화면부터 친숙하다. 취향에 기반한 추천 큐레이션이 넷플릭스와 비슷했다. 서비스 이용료는 월 1만1900원으로 첫 2주는 무료다.
스토리텔에서 선보인 리스 위더스푼의 책 ‘위스키 인 어 티컵(Whiskey in a Teacup)’의 표지. 힐러리 클린턴, 케이트 윈즐릿 등 유명 인사가 낭독에 참여했다. 스토리텔 제공
첫눈에 들어오는 타이틀은 박상영의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과 장류진의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 스토리텔이 독점 계약한 작품들이다. ‘일의…’를 틀자 발랄한 30대 여성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일, 도시, 여성을 관통하는 책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졌다.
재생 화면에는 타이머, 목차, 북마크, 속도, 다운로드 아이콘이 나타났다. 플랫폼 설계가 아이폰처럼 직관적이라 어렵지 않게 사용법을 익혔다. 친구에게 책 주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공유 기능도 인기 있겠다 싶었다. 오디오북 관련 정보가 미흡하고 ‘뒤로가기’ 버튼이 없는 점은 아쉬웠다.
스토리텔이 갖춘 오디오북은 5만여 권이다. 4만5000권은 영어 원서, 5000여 권은 국내 책이다. ‘한국어 영어 둘 다 궁금!’ 코너는 스토리텔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베어타운’,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 줄리언 반스의 ‘시대의 소음’ 등 소설은 원서와 국내서가 나란히 올라와 있다.
원서 중에는 명사가 읽은 책도 적지 않다. ‘해외 셀럽, 여기서!’에 들어가 힐러리 클린턴이 직접 낭독한 자서전 ‘Hard Choices’를 틀었다. 자서전을 읽는 클린턴의 헛기침과 작은 한숨들에 미묘한 감정이 묻어나는 듯했다. 케이트 윈즐릿이 낭독한 동화를 다음 듣기 목록으로 저장해 뒀다.
‘잠자리 동화’로도 유용했다.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대신 아이들에게 오디오북을 고르게 했다. 해당 연령대보다 어려운 책도 이야기로 들으니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는 듯했다. 이야기에 몰입해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는 낭패도 겪었다. ‘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골라야 10∼20분 사이 잠들었다.
아직은 초기 단계라 국내서가 부족했다. 스토리텔 측은 매주 5, 6권씩 데이터를 늘려 가고 있다고 한다.
○ 윌라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이 아들과 함께 쓴 동화 ‘로봇일레븐’을 녹음하는 모습. ‘윌라’에는 전문 성우뿐 아니라 저자가 낭독한 오디오북도 적지 않다. 윌라 제공
윌라는 강연 및 출판업체인 인플루엔셜이 운영하는 오디오북 앱이다. 앱 무제한 이용료는 월 9900원, 첫 한 달은 무료.
‘오디오북’ 코너는 인문, 경제·경영, 소설, 주니어 등으로 콘텐츠가 나뉘어 있었다. 인터넷 교보문고와 비슷한 구성이다. 무엇을 들을지 첫 선택부터 막혔다.
‘이달의 책’ 추천 코너로 눈을 돌렸다. ‘2030 대담한 도전’, ‘엄마의 말공부’, ‘익명의 소녀’, ‘백년을 살아보니’ 등이 보였다. 서비스 주 이용층인 ‘지적 호기심이 강한 30, 40대’를 위해 매주 2권씩 올려놓는다.
딱히 손이 가는 책이 없어 평소 잘 접하지 못했던 경제·경영 ‘주간베스트’에서 ‘부의 추월차선’을 골랐다. 책과 저자에 대한 소개와 목차별 재생 시간을 알려줘 선택에 도움이 됐다. 완독 시간은 8시간 20분.
인터넷 서핑, 운동, 넷플릭스 시청을 하면서 들었다. “오디오북의 최대 장점은 멀티태스킹”이라는 말이 이해가 갔다. 발췌독이 안 되는 점은 낯설었다. ‘차선을 추월해 부를 얻는 비법’만 알고 싶은데…. 윌라 측은 “발췌독이 안 되기 때문에 오디오북이 종이책보다 완독률이 높다”고 말했다.
윌라의 히트작인 ‘한자와 나오키’를 틀었다. 성우 한 명이 목소리를 바꿔 여러 인물을 연기했다. 윌라 측은 “연기적 요소가 지나치지 않도록 1∼3명이 목소리를 달리해 녹음하고 있다”고 했다.
윌라가 보유한 1만5000권은 짤막한 ‘리뷰’도 함께 제공한다. 지금 듣는 책은 박경리 작가의 ‘김약국의 딸들’이다. 소설의 무대인 통영의 풍광을 설명하는 도입부 문장은 귀로 들으니 책과는 다른 맛을 느끼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