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12

« 2024/12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이적의 단어들 :  어느 낱말에서 촉발된 단편들  / 이적

811.8 이73ㅇ  인문과학열람실(3층)

 

 

책 소개

 

우리가 그토록 기다려온
천부적 이야기꾼 이적의 생애 첫 산문집

새 책을 쓰려고 새 노트북을 산 사람이 있다. 그는 3년간 초고를 쓰면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짧은 글들을 이따금 공개했다. 문제적 화두를 던졌고 사회적 울림을 전했고 대중적 공감을 자아냈다. 어느 날부턴가 제법 쌓인 단편들을 수차례 다듬고, 어디에도 내보이지 않은 미발표작들을 살피며 두 계절을 흘려보냈다. 눈치 빠른 이들은 알아챘다. 그가 책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이름 앞에 수식어가 필요치 않은 싱어송라이터이자 타고난 이야기꾼. 이적은 그렇게 생애 첫 산문집을 썼다. 마감 직전 그는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래 곁에 머무는 “시간을 견디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적의 단어들》은 어느 단어에서 촉발된 이야기를 엮은 산문집이다. 산문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실상 시와 소설을 넘나든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현실을 꼬집고 새의 깃털처럼 새로운 세계를 펼치며 “희망이자 구원”을 그린다. 인생의 넓이, 상상의 높이, 언어의 차이, 노래의 깊이, 자신의 길이 등 총 5부로 나뉜 책은 장황하게 에둘러가지 않고 이야기의 핵심으로 파고들며, 날카로운 유머로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우리가 그동안 보던 산문에서 벗어나 일상과 환상의 중간 지점에서 의미를 발산한다.

이적은 언어를 씻기고 씻기며 마땅한 문장과 정직한 수사를 찾았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그림으로 표현하거니와, 섭씨 1,250도 가마 속 불길을 견디는 도자기, 그것을 노려보는 소년의 눈빛과 바라보는 노년의 눈빛이 섞인 눈동자를 닮았다. 그가 써 내려간 글을 묘사하거니와, 펜촉에서 떨어진 벼락 같다. 벼락의 전후 사정을 쓰는 건 서술이지만 벼락이 번뜩이는 순간을 쓰는 건 정신이다. 이 책에는 그런 번쩍이는 정신이 담겨 있다. 잔재주가 없어 군소리로 들리지 않는 단단한 단편들이 기쁨과 슬픔을 깨운다.

 

 

출판사 서평

 

이적이 고른 어느 낱말에서 촉발된 단편들
알쏭달쏭한 세상에서 벼락처럼 번뜩이는 에스프리

천부적 이야기꾼 이적이 ‘단어’를 모티브로 한 생애 첫 산문집을 썼다. 때론 수학자처럼 언어를 예리하게 분석하고, 때론 철학자처럼 수수께끼 같은 삶의 이면을 꿰뚫어 보고, 때론 소설가처럼 상상의 불꽃을 터트린다. 그가 고른 낱말들에는 생활인의 근심과 욕심, 음악인의 기쁨과 슬픔, 이 세계의 구성원으로서의 살아가는 절망과 희망이 스며 있다. 그는 어떤 마음으로 수록된 101개의 낱말을 골랐을까? 인상적 사건이나 궁극적 가치, 사회적 화두, 인간적 면모, 즉흥적 발상, 희로애락의 순간 등 그 주위를 도는 세상과 사유의 편린을 오래도록 공글리고 모았을 터. 그래서 그의 글에서는 시간과 깊이가 느껴진다.

지금의 나를 만든 단어는 무엇인가. 인생은 한 단어를 부르고 쓰면서 시작된다. 한 생명은 태어날 때 한 단어로 된 이름을 얻는다. 그 생명은 ‘엄마’ ‘아빠’라는 한 단어를 익히고, 사랑하는 무엇을 무엇이라 명명하면서 성장한다. 그리하여 인간을 둘러싼 단어는 몇 음절로 이루어진 문자를 넘어서, 수백 가지 뜻을 지닌 ‘의미 상자’와 같다. 《이적의 단어들》은 그런 단어 상자들의 모음집이다.

1부는 인생의 ‘점 선 면’을 그려보고 넓이를 헤아린다. 아이가 어른이 되기까지 마주하는 의문점과 지향점을 돌이켜보고, 구겨진 종이를 닮아 흔적이 남는 상처의 선을 들여다보고, 자기에게 적당한 면을 찾아간다. 팬데믹에서 엔데믹을 거치며 ‘마스크 한 장’의 가치가 변했듯, 변하는 것들과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들이 우리네 인생에 존재함을 짚는다.

2부는 소설 같은 현실과 현실 같은 소설을 담았다. “당신과 주변의 모든 상황이 5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리셋 버튼, “어느 화창한 토요일 아침 화장실 변기 위에 앉아 있는데” 등장한 악마, 전성기를 보내고 빠르게 대중에게 잊힌 가상인간 등을 소재로 한 낯선 이야기가 등장한다. 악의 없는 농담, 묘하게 비틀린 필치가 빛난다.

3부는 언어의 형태적 분석을 넘어 의미적 사유를 확장해간다. “앞을 내다보라”와 “뒤를 내다보라”는 같은 뜻이지만, 전자는 시선을 향하고 있고 후자는 시선을 등지고 있다는 것. “너 변했어”와 “몰라보게 바뀌었네”는 언뜻 비슷하지만, 전자는 ‘단절’이고 후자는 ‘변혁’에 가깝다는 것. ‘똥 누다’와 ‘똥 싸다’, ‘가스’와 ‘까스’, ‘무서움’과 ‘두려움’ 등. 같은 듯 다른 언어의 속뜻을 감지하며 적확한 말로 정확하게 인식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4부는 “시간을 견디는 음악”을 하는 이적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본다. 그의 팬이라면 궁금한 글들일 터. 카니발의 〈거위의 꿈〉에서 정규 6집 앨범 《Trace》의 수록곡인 〈흔적〉까지, 이적의 음악 세계와 노랫말의 탄생기가 기록되어 있다. 우리는 음악이 없이 살 수 있지만, 음악이 있어 우리의 삶은 나아질 수 있을 터. “끌어안지 않고 기타를 칠 방법이 있을까.” 대개 명곡은 삶의 비감(悲感) 안쪽을 끌어안으며 흘러나오지 않는가. 깊은 울림을 동반하는 노랫말의 기원을 4부에서 찾을 수 있다.

5부는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떠올리며 살아갈 길이를 재어본다. 나이를 먹는 중년의 심정과 이석증을 겪으며 달라진 잠자리의 사정. 여전한 강박과 유연한 욕심. 〈씨앗〉으로 시작해서 〈근심〉으로 끝나는 각 편은 ‘삶의 유한성’과 나의 잠재력을 되짚으며, 우리가 그토록 추구하는 자유에 당도한다. 자유란 무엇인가. 비 내릴 때 젖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몸짓이 아니라 온전히 젖을 때에야 느낄 수 있는 것. 근심도 낙심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우리는 평정심을 찾을 수 있지 않은가.

건반에 놓인 손만큼 타자기에 놓인 손이 어울리는 한 사람, 그가 쓴 책은 그의 음악을 닮았다. 전주 〈말〉로 시작해 후주 〈숲〉으로 끝나는 101편은 “마음의 풍경./ 때때로 살풍경”을 스케치하면서 ‘쉼’이란 단어로 끝을 맺는다. 왜 쉼일까. 쓰는 일도, 부르는 일도, 사는 일도, 숨 고르기를 잘할 때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적은 소극장에서 낭독회를 하듯 글을 썼고, 당신은 책 속 문장을 음미하며 이렇게 읊조릴지도 모른다. “이제는 안다. 그 눈물에 일리가 있었음을.”

 

 

목차

 

전주. 말


1부. 인생의 넓이
인생 ◦ 인생 2 ◦ 지혜 ◦ 스타 ◦ 홍어 ◦ 상처 ◦ 신발 ◦ 이어폰 ◦ 악순환 ◦ 엇갈림 ◦ 쓰레받기 ◦ 멀미 ◦ 가치 ◦ 투표 ◦ 지폐 ◦ 고스톱 ◦ 시간 ◦ 성탄절 ◦ 송년

2부. 상상의 높이
영화관 ◦ 리셋 ◦ 라면 ◦ 가르마 ◦ 가방 ◦ 라이터 ◦ AI ◦ 절연 ◦ 악마 ◦ 좀비 ◦ 가상인간 ◦ 물수제비 ◦ 불멸 ◦ 서재 ◦ 물방울 ◦ 평행우주 ◦ 중앙선 ◦ 불면증 ◦ 공포증 ◦ 눈사람 ◦ 위기 ◦ 기차 ◦ 샤워볼 ◦ 베개 ◦ 휴지 ◦ 회전문 ◦ 보조개 ◦ 세포

3부. 언어의 차이
앞뒤 ◦ 두려움 ◦ 원만(圓滿) ◦ 변화 ◦ 누다 ◦ 개떡 ◦ 클리셰 ◦ 공감 능력 ◦ 가스 ◦ 부분 ◦ 친절 ◦ 맛 ◦ 칫솔 ◦ 인과(因果)

4부. 노래의 깊이
기타 ◦ 춤 ◦ 창작 ◦ 사고실험 ◦ 멀티태스킹 ◦ 거위 ◦ 비 ◦ 하늘 ◦ 빨래 ◦ 매듭 ◦ 거짓말 ◦ 렛잇고 ◦ 산토끼 ◦ 라이브 ◦ 층간소음 ◦ 콘서트 ◦ 피아노

5부. 자신의 길이
씨앗 ◦ 짜증 ◦ 경우 ◦ 솜사탕 ◦ 눈물 ◦ 이석증 ◦ 고수 ◦ 지속 가능성 ◦ 강박 ◦ 잠 ◦ 삼시 세끼 ◦ 나이 ◦ 커피 ◦ 술 ◦ 거울 ◦ 욕심 ◦ 성공 ◦ 부작용 ◦ 수염 ◦ 자유 ◦ 근심

후주. 숲

 

< 내용 출처 : 교보문고 >

:
Posted by sukji

 

언어의 역사 : 말과 글에 관한 궁금증을 풀다 / 데이비드 크리스털

400 C957lKㅅ   인문과학열람실(3층)

 

책소개

 

인간의 언어는 어떤 매력과 반전을 품고 있을까?
말과 글의 기원부터 일상생활 속 활용법까지, 언어에 관한 모든 것

인간의 모든 생각과 행동은 언어의 지배를 받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중요성과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언어의 역사』는 세계적인 언어학자 데이비드 크리스털이 언어의 역사가 왜 재조명되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밝히면서 갓난아기가 내뱉는 최초의 낱말부터 문자메시지에 이르기까지 언어의 변이 과정과 가변성을 재치 있는 논리로 풀어나간다. 언어의 재탄생과 사멸 위기에 놓인 언어들에도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고 기술의 발전이 일상적인 읽기, 쓰기, 말하기에 미치는 영향까지 폭넓게 탐구한다. 친근하고 재기발랄한 문체를 바탕으로 적절한 예시와 퀴즈까지 더해지면서 자칫 딱딱해질 수도 있는 언어라는 주제를 모든 연령층이 한 번쯤 꼭 읽어야 할 매혹적인 이야기로 탈바꿈시켜놓았다.

이 책은 언어에 관한 일반적인 관점을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6,000여 개에 달하는 전 세계의 언어는 제각각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발음 규칙, 문법, 어휘, 대화 규칙이 서로 다르고 문자로 표기될 때 언어마다 나름의 철자법과 구두법이 있다. 말하기와 쓰기 스타일, 악센트와 방언, 문학 등도 각기 다르다. 그럼에도 인간의 언어는 어떤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영국에서 태어난 아기는 영어로, 중국에서 태어난 아기는 중국어로 말을 배우지만 엄마와 아기가 나누는 대화나 언어습득 과정은 거의 동일하다. 수천 년 동안 진화해오면서 인간은 성대를 이용해 말을 하게 되었고, 여성이 남성보다 고음이고, 아이가 글자를 인식하고 학습하는 과정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출판사 서평

 

인간에게 말과 글이 없는 세상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언어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그 역사를 들여다보면서 미래를 이야기한다!

우리의 삶에서, 그리고 인간의 역사에서 언어보다 더 중요하고 필수적인 것이 또 있을까? 그런데도 우리는 매순간 말하고 듣고 쓰고 읽는 언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자신의 욕구나 감정, 그리고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고 서로 소통하는 매개라는 단편적인 사실을 뛰어넘어 언어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갖게 되면 기본적인 체계와 학습 과정, 기원과 변화,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용법 등에 관한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난다. 그중 각각의 분야는 음성학, 문법론, 의미론, 사회언어학, 심리언어학, 역사언어학 등과 같은 고유의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물론 이 책은 언어에 관한 학문적인 지식을 논하지 않는다. 일반 독자들이 언어에 대해 한 번쯤 품었을 만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인간은 언제부터 말과 글을 사용했을까?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데도 왜 서로 다르게 발음하거나 억양이 다를까?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신조어나 이모티콘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갈까? 갓난아기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어떻게 말과 글을 배우고 익혀나갈까? 결국 인간에게 언어란 무엇이며, 더 효율적이고 유용하게 활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크리스털은 세계적인 언어학자로, 언어에 대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숱한 궁금증에 명쾌하게 답해준다. 40개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읽히면서 각 챕터의 말미에 연관된 사례와 재미있는 이야기 등을 덧붙임으로써 언뜻 딱딱해 보일 수도 있는 내용을 신선하고 생동감 넘치게 이끌어나가고 있다. 특히 전문 언어학자임에도 불구하고 꽉 짜인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이 언어에 관심 갖기를 바라는 마음과, 사라져가는 언어를 향한 안타까움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언어에 관심 있는 이들을 향한 충고도 아끼지 않는다. 언어 다양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소수 언어와 자신의 모국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가능한 한 많은 언어를 배우려 하고, 언어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돕는 데 앞장서라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곧 지금의 언어 세계를 보다 풍요롭고 유익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언어에 관한 일반적인 관점을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6,000여 개에 달하는 전 세계의 언어는 제각각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발음 규칙, 문법, 어휘, 대화 규칙이 서로 다르고 문자로 표기될 때 언어마다 나름의 철자법과 구두법이 있다. 말하기와 쓰기 스타일, 악센트와 방언, 문학 등도 각기 다르다. 그럼에도 인간의 언어는 어떤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영국에서 태어난 아기는 영어로, 중국에서 태어난 아기는 중국어로 말을 배우지만 엄마와 아기가 나누는 대화나 언어습득 과정은 거의 동일하다. 수천 년 동안 진화해오면서 인간은 성대를 이용해 말을 하게 되었고, 여성이 남성보다 고음이고, 아이가 글자를 인식하고 학습하는 과정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서로 다르지만 모두가 알아야 할 공통된 언어의 세계
최초의 언어와 사라져가는 언어,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언어의 다양한 패턴까지!

언어의 역사에서 첫 번째 궁금증은 단연 말과 글의 기원일 것이다. 말을 할 수 있으려면 갖가지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발성기관과 소리를 단어 또는 문장으로 변환시키는 뇌가 필요한데, 연구자들은 유골로 남아 있는 두개골과 목뼈의 형태를 현대인과 비교함으로써 기원전 3만 년경에 인간의 말과 어느 정도 비슷한 소리를 만들어냈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인류의 최초 문자는 기원전 3만 년경에 동굴 벽면에 그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호 형태로 남아 있다. 이후 기원전 3400년경에 필경사들이 점토판에 부호를 새겨 넣는 새로운 방식의 글쓰기 체계가 개발되었고, 그로부터 약 1,000년 후에는 갈대로 쓴 쐐기 모양의 부호 집합체, 즉 설명문자로 바뀌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인류 발전사에서 최초의 진정한 글쓰기 체계는 설형문자인데 이집트, 중국, 중앙아메리카 등지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각기 고유한 문자를 개발해왔다는 것이다.
언어의 변이 과정 또한 흥미롭다. 사회계층과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발음과 억양, 철자가 생겨나고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표준’이라는 지위를 누리게 되면서 오늘날까지도 그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나이와 성별, 인종 집단 등에 따라 어투나 어법이 달리 나타나는데, 언어는 한 개인이 속한 사회계층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표식이기 때문이다. 어떤 관계인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주고받는 말과 호칭이 달라지고, 장소가 말하는 방식을 결정짓기도 한다. 법정이나 의회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정해진 대로 지칭해야 하고, 신문지상이나 영상물에서는 목적에 맞는 문어의 형태를 취해야 한다.
사용자 수가 극히 적어 곧 사멸할 가능성이 높은 ‘위기언어’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언어학자들은 100년 내에 전 세계 언어의 절반이 사멸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과 함께 오늘날 2주마다 하나꼴로 언어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정부의 소수 언어 탄압과 새로운 언어 습득을 통한 개인의 성공 욕구 등이 언어의 다양성 보존을 해치는 요인으로 손꼽히는데, 그 해결 방안으로 여러 방안이 제시되거나 실행되고 있다. 그 예들 중 하나로 뉴질랜드에서 시행되고 있는 는 ‘언어 보금자리(language nests)’를 꼽을 수 있는데, 마오리족 아이들이 ‘보금자리’를 떠나기 전에 마오리어를 완전히 배워 익혔다가 훗날 성인이 되면 이번에는 그들이 발 벗고 나서서 다음 세대가 그 언어를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다.
컴퓨터와 휴대전화가 보편화되면서 현대의 언어생활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메일, 채팅,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문자메시지, 온라인 게임, 웹 페이지 검색 등을 통한 의사소통 방식은 다양한 문체와 신조어의 발생을 촉발시키고 있다. 약어와 이모티콘, 언어유희 등은 기존의 철자법이나 구두점 사용법을 따르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글쓰기 형태를 보여준다. 그 사례들을 통해 향후 우리의 언어생활이 어떻게 변화해갈지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언어폭력과 악플이 개인의 삶을 위협하는 시대에
인간에게 언어란 과연 무엇인가를 돌이켜본다!
흉기가 되어버린 말과 글, 품격 있고 건강한 언어 선택이 절실한 때다

인간이 말하고 쓰고 수화하는 목적은 서로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함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도 대부분 그와 관련되어 있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서로 생각과 견해를 공유한다. 우리는 언어를 사용하여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요청하거나 우리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해준다. 우리는 진실을 말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거짓을 말한다. 경우는 달라도 그 기본적인 목적은 변함이 없다. 우리는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다른 사람의 머릿속으로 옮기고 싶어 한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말하고 쓰고 수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단순히 재미를 위한 놀이 언어, 정체성이나 감정 표현, 예의를 갖추거나 어색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고 건네는 인사말, 경매장ㆍ종교ㆍ사교 단체 등에서의 의식과 같은 경우에는 의사소통이나 정보 전달 수단으로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언어에 대해 알아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 중 하나는 많은 사람이 그들 특유의 말과 글을 통해 우리의 사고와 감정을 조작하려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에 대처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특정한 어휘나 발음, 문장 패턴 등을 효과적으로 선택하여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려 한다. 이것은 정치가가 유권자를 설득하여 표를 얻기 위한 연설이나 마케팅 담당자와 광고대행업체가 소비자를 자극하여 특정 제품의 수요를 조장하려 할 때 즐겨 사용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그들이 의도하는 바를 꿰뚫어보는 예리한 통찰력이 필요하다. 이처럼 언어는 우리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게끔 만들기도 한다.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 이상의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인터넷 사용이 생활화되고 다양한 매체가 등장하면서 언어폭력과 가짜뉴스가 넘쳐나고, 인신공격성 발언과 악성 댓글로 인해 개인의 삶이 한순간에 산산조각 나버리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때문에 건강하고 시의적절한 말과 글의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자신의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고 상대방의 주장도 겸허히 받아들이려면 어떻게 말하고 표현해야 할지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굳이 언성을 높이거나, 모욕적인 발언을 하거나, 욕을 하거나, 발끈하여 자리를 박차고 일어설 필요가 없다. 적절하게 선택된 언어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배려하면 되는 것이다. 말과 글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심지어 목숨까지 앗아가는 흉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인간은 왜 굳이 말하고 쓰고 수화하는 법을 배워야 했을까?’ ‘언어를 사용하는 목적은 과연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들을 곱씹어보면서 지금 우리의 언어생활 모습을 다시 한 번 돌아보아야 할 때다.

 

목차

1 베이비 토크
2 울음소리에서 말로
3 이해 방법 학습
4 음파
5 발음하기
6 문법의 발견
7 대화하기
8 읽고 쓰기 학습
9 철자와의 씨름
10 철자법과 그 변이형
11 문법 규칙과 그 변이형
12 악센트와 방언
13 이중 언어 사용
14 전 세계 언어
15 말의 기원
16 글쓰기의 기원
17 오늘날의 표기법
18 수화
19 언어의 비교
20 사라져가는 언어
21 언어의 변천
22 언어의 변이
23 직업어
24 속어
25 사전
26 어원
27 지명
28 인명
29 전자혁명
30 문자메시지
31 놀이 언어
32 언어는 왜 필요할까?
33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
34 정치적 공정성
35 문학어
36 스타일 개발
37 언어의 복잡성
38 언어학
39 응용언어학
40 여러분의 언어 세계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 내용 출처 : 교보문고 >

:
Posted by sukji

 

 

단어의 사연들 : 내가 모르는 단어는 내가 모르는 세계다 사연들 / 백우진

411.2 백67ㄷ

인문과학열람실(3층)

 

 

책소개

 

말할 수 없는 것까지 말하기 위한 단어 공부!

20여 년간 활자 매체에서 기사를 써온 백우진. 시간이 빌 때마다 약 2,400쪽인 사전을 한 단어 한 단어 읽으면서 눈에 띄는 표제어를 적어나갔던 그가 단어를 실마리로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생각을 소리에 실어내는 방식을 포착해 풀어낸 『단어의 사연들』.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인으로 살아오면서 수없이 주고받았던 단어들을 마치 어린아이가 처음 말을 배우듯이 낯설게 바라본다.

먼저 저자는 다른 언어와의 비교를 통해 우리말 고유의 맛이나 무늬를 찾아본다. 또 단어가 오래전 태어난 사연, 즉 유래를 찾아본다. 한 사회의 언어에는 그 사회의 발자국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이어서 우리말의 조어 방식, 단어가 헤치고 모여든 사연을 짚어본다. 마지막으로 단어가 그동안 숨었던 사연을 살펴본다. 곱고 귀한데 쓰이지 않았던 말을 통해 우리말을 더 우리말답고 풍성하게 빚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출판사 서평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이다
말할 수 없는 것까지 말하기 위한 단어 공부

우리는 우리말의 한계를 알아야 우리가 보는 세계의 한계를 파악할 수 있다. 아울러 우리는 우리말의 한계를 알아야 그 한계를 어떻게 확장할지 궁리하고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 서문 중에서

“왜 한국어에만 ‘억울하다’가 있을까?”
어떤 사회에 있는데 다른 사회에는 없는 단어가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인들이 목욕탕에서 미는 ‘때’에 해당하는 한 단어가 영어에는 없다. 영어로 때를 표현하려면 ‘dirt and dead skin cell’이라는 식으로 풀어야 한다. 그렇다고 영어권 사회 사람들의 몸에 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때를 미는 문화가 없을 뿐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사람들을 억울한 상황으로 몰아넣는 경우가 다른 문화권보다 더 자주 발생하는 걸까?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라고 말했다. 언어는 세계를 반영하는 동시에 세계를 사유하는 수단이 된다. 어휘가 풍부하다는 것은 세계를 보는 시선이 넓다는 뜻이며, 단어를 명징하게 사용한다는 것은 사물을 예리하게 분별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언어에 대한 관심은 꼭 말을 잘 하거나 글을 잘 쓰는 데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한 단어를 요모조모 뜯어보는 일, 그 기원과 변천과 쓰임에 대해 고민하는 일은 ‘특정한 모국어를 사용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시야를 넓히고 사고의 단계를 끌어올린다.

언어를 탐식(貪識)하는 사람, 백우진
하나의 단어를 붙잡아, 하나의 우주를 궁리하다


이 책은 한국인으로 살아오면서 수없이 주고받았던 단어들을 마치 어린아이가 처음 말을 배우듯이 낯설게 바라본다. 단어를 실마리로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생각을 소리에 실어내는 방식을 포착해 풀었다. 저자 백우진에게 단어는 20여 년간 활자 매체에서 기사를 쓰는 내내 ‘말동무’ 같은 존재였다. 시간이 빌 때마다 약 2,400쪽인 사전을 한 단어 한 단어 읽으면서 눈에 띄는 표제어를 적어나갔다. 그러다 자주 쓸 만한 우리말 단어를 모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채운 메모를 간직하며 우리말을 궁리했다. 이 책은 그렇게 언어를 탐식(貪識)하기에 이르러온 과정에 관한 저자의 보고서(寶庫書)이기도 하다.
단어의 ‘사연들’은 그래서 흥미롭다. 사연을 듣다 보면, ‘어떤 영역에 관심을 둘 경우 대개 보통 수준을 넘어선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의 단어 사랑에 수긍하게 된다. 단어가 탄생한 배경을 추적해보는 일, 단어가 조합되는 원리를 탐색해보는 일, 사라진 단어들을 기억해보는 일은 단지 ‘단어에 관한 일’이 아니다. 하나의 단어를 붙잡으면 그로부터 하나의 우주가 걸려들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의 독자가 언어를 사색하는 일이 인문학의 입구라는 것, 내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단어는 내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무엇’을 말해준다는 것을 실감하기를 바란다.

오래전 태어나, 공간에 녹아들고,
그동안 숨었다가, 헤치고 모여든 단어들

이 책은 먼저 다른 언어와의 비교를 통해 우리말 고유의 ‘맛이나 무늬’를 찾아본다. ‘단어가 공간에 녹아든 사연’이다. 언어는 그 사회를 비춰서 보여주는 거울이므로 한 사회의 낱말이 그 사회를 이해하는 단서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말의 ‘잘코사니’가 그런 실마리가 되는 단어다. 잘코사니는 ‘미운 사람이 불행을 당한 경우에 고소함’을 뜻한다. 영어나 일본어에는 잘코사니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다. 독일어에는 ‘Schadenfreude’가 있다.
이 책의 둘째 부분은 ‘단어가 오래전 태어난 사연’, 즉 유래를 찾아본다. 한 사회의 언어에는 그 사회의 발자국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한자에서 출발해 우리말로 들어오고 세계적으로도 확산된 단어의 여정을 들려주기도 한다. 출발 단어는 ‘확(?)’이다. ?은 ‘가마솥’을 가리키고, 간체자로는 ‘?’으로 쓴다. 이 한자어의 광둥어 발음이 ‘웍’이다. 웍은 오늘날 세계 전역의 주방에서 쓰이며 영어로는 ‘wok’로 표기된다. 확은 우리말로 넘어와서는 ‘돌확’ 등이 됐다.
셋째 장은 우리말의 조어 방식, ‘단어가 헤치고 모여든 사연’을 짚어본다. 그중 하나가 우리말에는 끝부분이 같은 단어의 묶음이 많다는 것이다. ‘깨비’로 끝나는 낱말에는 도깨비, 허깨비, 진눈깨비, 방아깨비 따위가 있다. 이렇게 단어를 묶어서 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예컨대 ‘깨비’는 주변적인 존재를 가리키는 데 붙는다고 할 수 있다.
넷째 장은 ‘단어가 그동안 숨었던 사연’이다. 곱고 귀한데 쓰이지 않았던 말들을 골라놓았다. ‘도사리’ 같은 낱말들이다. 도사리는 ‘다 익지 못한 상태에서 떨어진 과실’을 뜻한다.

 

 

목차

 

 

들어가며: 말할 수 없는 것까지 말하기 위해

1. 단어가 공간에 녹아든 사연
: 낱말의 문화
-그냥 좀 아까워서
-때 미는 사람들, 억울한 사람들
-여미려 해도 여밀 깃이 없어
-파란색과 국방색
-눈으로 말하는 사람들
-배고픔의 6단계
-말에 콩을 넣으면
-콩이 어떻게 하늘까지 자랄까
-기회를 별러, 결의를 벼리고
-서슬은 무섭고 윤슬은 예쁘다
-마실 때 나는 소리
-모음의 감각
-준첩어가 올망졸망
-블링블링 대롱대롱
-소리에 가깝게 받아쓰기
-유의어 사전
-쇼미더‘라임’
-법쪽에 계신 분
-아재개그를 위한 변명


2. 단어가 오래전 태어난 사연
: 낱말의 유래
-불맛을 내는 단어
-고양이와 나비 사이
-“제가 깁니다.”
-붉어서가 아니라 뾰족해서
-슬픈 넉점박이
-도토리를 먹어서 돼지
-뒷담화가 필요하다
-핑킹가위로 바삭바삭
-벼락박과 바람벽
-서울로 오기까지
-남산이 많은 이유
-한자 꿰맞추기
-쑥스러움을 덜어보려고
-오징어가 까마귀를 먹는다?
-‘싱숭생숭’의 싱숭생숭한 어원
-양복과 함께 들어온 단어
-한국식 외래어



3. 단어가 헤치고 모여든 사연
: 낱말의 규칙과 변화
-된사람, 든사람, 난사람
-‘뱅이’의 족보
-떨새와 차도녀
-‘러미’라는 어미
-송이버섯, 표고버섯, 검버섯
-발목 옆은 복사뼈, 손목 옆은 무슨 뼈?
-어렵다, 어지럽다
-숭이, 통이, 퉁이, 뚱이
-씬 있는 낱말
-그렇게 어리버리하다가는
-가난하게 살지언정, 일거리가 없을망정
-‘작은뜸부기’보다 작은 뜸부기
-리, 리,리 자로 끝나는 말은
-역순사전을 갖고 싶다
-이를 꼭 쑤셔야 할까
-단어 생태계의 적자생존
-발라내고, 되살리고
-‘없다’ 때문에 없어진 말들
-한ㆍ중ㆍ영 작명 센스


4. 단어가 그동안 숨었던 사연
: 낱말의 재발견
-당신의 결을 살릴 수 없다면
-귀얄의 말맛
-도사리처럼 떠난 사람
-돌땅을 뚝딱
-오늬무늬의 리듬
-우듬지 사이로 검푸른 하늘
-할머니 손등에 보굿 같은 세월
-이랑이 고랑 되고, 고랑이 골짜기 되고
-갑자기 하는 설거지
-가위의 중요한 부위
-샅치기 샅치기 샅뽀뽀
-어디 있기는, 고섶에 있잖아
-속담의 추억
-어깨를 결고 걷기
-부레가 끓자 부아가 나다
-전 꼽사리인데요
-‘윙’이 두 번을 넘으면
-바지의 맵시, 말씨의 맵시

나가며: 말을 홀로 생각하는 연습
참고문헌

 

< 내용 출처 : 교보문고 >

:
Posted by sukji

 

대학에 진정한 배움이 있는가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언어


 

  

 

간혹 대화가 막히거나 어색한 이유는 서로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언어는 곧 관심이다. 우리의 관심은 어떤 언어를 선택한다. 그리고 선택하여 사용하는 언어들은 우리의 의식을 형성하고 문화가 된다. 그 언어들은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고 조정한다. 가령 돈에 관계되는 언어들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의 주된 관심은 곧 돈일 것이다. 때문에 돈으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해석하고 행동할 것이다. 관심과 언어의 악순환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온통 ‘돈’의 언어가 넘쳐나고 있다. 돈에서 파생된 신종 언어를 보면 얼마나 돈이 득세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돈’ 그 자체가 선과 악의 본질은 아닐 것이다. 돈에 대한 시선과 해석이 돈을 천사로 만들고 악마로 만든다. 문제는 그 ‘돈’의 언어가 다른 언어들을 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돈이 우리 삶에 꼭 필요하고 소중한 언어들을 낯설게 하고 있다.

 

돈의 득세와 위력으로 밀려나고, 희미해지고, 낯설어진 언어들을 생각해 본다. 하나하나 끄집어내 보니 참 많다. 그중에 ‘훌륭하다’는 말이 이에 해당하겠다. ‘훌륭하다’는 국어사전에 보면 ‘썩 좋아서 나무랄 것이 없다’는 뜻이다. 마음가짐과 마음 씀씀이, 이를 바탕으로 능력도 뛰어난 사람을 일컫는다. 훌륭한 선생님, 훌륭한 인격자, 훌륭한 학생…. 참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운 수식어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훌륭’이란 언어가 ‘성공’이란 언어에 밀려나갔다. 무한히 많이 가지고, 높은 자리에 오르고, 오래도록 독점하는 함의를 가진 성공이 사회 전면에 출현했다. 그 ‘성공’이 위력을 떨쳐 나갔다. 그 위세 앞에 맑고 향기로운 언행을 가진 사람,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 지식과 신념을 돈과 권력에 팔지 않는 사람, 늘 나와 이웃을 한 몸으로 살아가는, 그런 ‘훌륭한’이라는 언어가, 세력을 잃어가는 시절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훌륭한’과 어울렸던 언어들이 하나하나 함께 잊히고 낯설게 되었다. 이제는 인성, 인품, 인격이라는 말이 돈과 성공이라는 말에 밀려 사회 전면에서 퇴장한 지경이 되었다.

 

조용히 생각한다. 우리 시대를 가꾸는 언어를 복원하고 생성해야 하는 텃밭이 어디인가를. 겸허하게 답한다. 그곳은 바로 진리와 지성의 전당인 대학이라고. 다시 엄중하게 묻는다. 오늘의 대학은 언어의 오염을 막아내고 생명 본원의 언어를 생성하는 진리 탐구와 지성을 연마하고 있는 배움터인가를. 겸허하게 답해야 한다.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라고.

 

무엇보다도 언어의 오염과 실종, 굴절이라는 비상경보가 울리고 있는 곳은 대학이다. 그런데 그 대학에서 경보음을 듣지 못하고 있다. 소중한 언어가 대학에서부터 실종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대학에서 실종된 언어는 무엇인가. 자유, 정의, 진리, 우정, 사랑, 헌신, 지성은 대학의 주요 교훈이다. 그러나 오늘의 이렇게 ‘훌륭함’으로 집약되는, 대학의 건학 이념은 한낱 치장이 되었다. 대신 수상하고 불순한 언어들이 대학을 점령하고 있다. 실적, 순위, 취업, 예산, 기부, 조작, 줄 세우기, 성폭력, 정치 등의 언어들이 음과 양으로 포진해 있다. 이들 언어는 대학 당사자가 ‘돈’을 위한, 또는 돈을 버는 능력과 연줄을 생산하기 위한 수단과 목적으로 집약되어 있다. 한마디로 자본의 노예가 되어 있다고 하겠다. 

 

“대학의 교훈들, 예를 들면 ‘진리는 나의 빛’(서울대), ‘자유·정의·진리’(고려대), ‘지덕겸수 도의실천’(원광대)은 얼마나 뜻깊은 언어들인가. 삶과 공동체에 필수적인 이러한 가치를 내건 한국 대학들은 사회를 분열로 몰아넣는 자본의 논리로 무장하고 있다. 대학마다 주차장은 유료며 프랜차이즈 점포들이 즐비하다. 또한 정부 연구비에 목을 매며 피눈물 나는 경쟁에 뛰어든다.”

❶ 오늘의 대학의 위기를 짚어내고 있는 글이다.

 

대학은 글자 그대로 큰 배움터이다. 배움은 언어와 삶의 일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불순한 관심사는 대학의 언어를 교체했다. 고전 《대학》은 삼강령 팔조목(三綱領 八條目) ❷을 교육의 골간으로 삼고 있다. 이 강령과 조목의 언어들의 지향을 살펴보자. 언어의 실종을 읽어내지 못하고 있는 대학, 진정 대학 교육의 위기가 아니겠는가?

 

월간참여사회 2019년 1-2월 합본호(통권 262호)

 

❶원익선 교무 <경향신문> 2018년 12월 21일자 칼럼

❷삼강령은 《대학》의 세가지 강령으로 명명덕(明明德), 천민(親民), 지어지선(止於至善)을 말하며

 팔조목은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를 말함.

 

* 이 글은 참여연대가 발행하는 월간 <참여사회> 1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 출처 : 한겨레신문 >

:
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