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독자를 이야기 속의 시공간으로 보내는 힘이 있다면 서점은 그 여정의 관문이다. 선선한 가을 밤, 등잔불을 켜고 책 읽기 좋은 계절이 왔다. 아고다가 추천하는 독립 서점 문학 여행지 4곳을 추려봤다.
1900년대 초반의 한국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
역사적 정취가 오롯이 보존된 군산은 문학과 시간 여행을 떠나기 더 없는 곳이다. 군산 시간여행 마을에서는 일제강점기였던 1910년부터 1945년 동안 놓인 격자무늬 거리를 따라 일본식 가옥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 속에 근대 건축물의 고운 목재 구조와 내부를 그대로 보존한 독립서점이 있다. ‘심리서점 쓰담’은 심리 서적을 전문으로 취급하며 독자가 자신과 타인을 이해 할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 화가 마리 로랑생의 이름을 딴 독립서점인 ‘마리서사’는 시인 박인환이 1940년대에 종로에서 운영하던 서점을 재해석한 공간이다. 아늑한 공간에서 독서가들은 옛 문학가들의 정신을 느끼며 안락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소리소문 인스타그램 갈무리
보석 같은 서점 찾아 떠나는 동네 책방 기행
제주도에는 초록빛 자연과 고요한 바다를 품은 아름다운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보석처럼 숨겨진 독립서점이 무수히 많다. 하지만 ‘제주책방올레지도’를 참고한다면 곳곳에 흩어져 숨어있는 서점들을 손쉽게 탐방할 수 있을 것이다. 지도는 섬 곳곳의 67개 서점의 위치뿐만 아니라 아동용 서적 구비, 반려동물 동반 입장 가능, 커피 제공과 같은 각 서점마다 특징과 정보를 통합해 소개하고 있다.
지도 표시된 가장 유명한 서점 중 하나인 독립서점 ‘소리소문’은 란누 출판사가 ‘죽기 전에 방문해야 할 150개의 서점’ 목록에 선정된 바 있다. 이곳의 아늑한 예스러운 분위기는 제주도의 푸르른 녹음과 어우러져 매력적인 추억을 자아낼 것이다.
파피루스 인스타그램 갈무리
나만의 비밀 서점을 찾아서
강원도에서 가장 많은 독립서점이 모여있는 도시 춘천은 소도시의 여유로운 삶과 친절한 사람들, 아름다운 풍경이 어우러져 곳곳의 독립서점들을 차례대로 들러보며 느긋한 책방을 여행을 떠나기에 최적화된 곳이다.
온의동의 골목에서는 울긋불긋 물든 단풍과 함께 아기자기한 카페와 춘천닭갈비 맛집을 방문할 수 있다. 이 마을 한구석에 위치한 ‘고양이 책방 파피루스’에서는 시인이자 사진작가면서 동시에 길고양이 출신 고양이 포뇨의 보호자인 주인장이 직접 선별한 고양이 관련 서적 100여 권을 만나볼 수 있다.
멋스러운 독서 경험을 원한다면 교동의 중심지에 있는 비밀장소인 ‘책방달방’이 제격이다. 해가 저물고 저녁이 찾아와야지만 문이 열리는 ‘책방달방’에서는 은은한 조명 아래 달콤한 차와 함께 책 속 이야기에 더 깊이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머물다가게 인스타그램 갈무리
지역 독서 문화를 확산시키는 독립서점의 힘
대전시는 지역 서점의 홍보를 지원하고 지역 내 독서 문화 확산을 위해 ‘지역 서점 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지원에 힘입어 대전의 많은 독립서점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하며 대전의 독서 문화를 이끌고 있다. 버찌 책방은 북 토크 모임, 시인 초청 강연 등을 비롯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청소년층의 독서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머물다가게’는 1층 공간을 작문 수업과 책 동아리 회의실로 제공한다. 11월 대전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22일부터 24일까지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되는 ‘2024 대전 북페어’를 놓치지 말자. 지역의 독립서점 책방지기와 독립 출판사, 신예 작가, 독서 애호가 등 다양한 문화인을 만나볼 기회가 될 것이다.
경기 의정부시 민락동에 있는 의정부미술도서관. 3층짜리 도서관 건물 한쪽에 녹지를 바라보는 큰 통창을 냈고, 채광이 좋아 책 읽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제2회 도서관의 날(4월12일)과 제60회 도서관 주간(4월12~18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도서관 주간은 도서관의 가치와 필요성을 알리고 도서관 이용을 활성화하고자 한국도서관협회가 1964년부터 해마다 운영하는 독서문화 캠페인이다. 올해도 전국의 도서관들이 ‘도서관, 당신의 내일을 소장 중입니다'를 주제로 작가 강연, 특강, 체험, 전시 등 책과 친해질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 가운데 자녀와 함께하면 좋은 행사들을 소개한다.
국립중앙도서관 야외마당에서는 11(목)~12일(금) 양일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도서관 숫자의 비밀, 사서의 세계:사서 진로체험, 당신의 리터러시는 안녕하신가요?, 우리 동네 도서관 홍보관 등의 홍보부스와 함께 한글 레터링 엽서·나무책갈피·팝업북·디폼블럭 열쇠고리 만들기 등의 체험부스가 설치된다. 디지털도서관 입구에서는 거리독서·포토존·북큐레이션 등의 체험공간 ‘함께야 책 있는 거리’, 마술·서커스·버블·사운드오브 서초 오케스트라·아동극 등의 공연이 펼쳐지는 ‘깜짝야 책 있는 거리’, 도서관·사람들·그림책 등을 전시하는 ‘알아가 책 있는 거리’ 행사가 열린다.
서울 강남구 산하 강남문화재단 도곡정보문화도서관은 12(금)~18일(목) 자료실에서 ‘블라인드 북’을 포함한 체험행사와 이벤트를 연다. 12일에는 ‘북유럽 미술관 여행’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미술 100’ ‘사연 있는 그림’ 등을 쓴 이은화 작가의 ‘북유럽 미술관과 도서관을 가다’ 강연이, 14일에는 ‘과학 마술 콘서트’가 마련된다. 일원라온영어도서관에서는 13일(토) 2014~2017년생 어린이들이 직접 영어책을 만들고 연기해보는 원어민 영어 특강을 진행한다.
도서관의 날·도서관주간 포스터
경기도 내 공공도서관들도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고양시는 지속가능한 미래와 일상을 위해 일주일간 버린 쓰레기를 기록해 쓰레기를 줄이고 현장에서 직접 플로깅해보는 ‘플로깅 책읽깅: 플라스틱 쓰레기 다이어트 클럽’ 등을 운영한다. 의왕시는 자녀의 문해력을 키우는 강연과 상처 입은 관계 회복을 위한 ‘마음 헤아리기’ 강연, ‘수어(手語)’를 그림책과 함께 배우는 강의 등을 마련했다. 화성시, 동두천시, 양평군 작은도서관은 헌 그림책을 재사용한 팝업북, 친환경 샴푸바, 나만의 펫푸드 등 다양한 만들기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이밖에 △‘4번 달걀의 비밀’ 하이진 작가와의 만남(수원시) △가족이 함께하는 음악도서관(시흥시) △마술 인형극 ‘현작가의 베스트셀러’(부천시) △어린이·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도서 전시와 독후활동 키트를 배부하는 도서 ‘북트럭 버스킹 큐레이션’(의정부시) △어린이가 직접 책 내용을 소개하는 컨텐츠를 제작하는 ‘나도 어린이 북튜버’(용인시) △자료실에서 필사를 한 후 인증사진을 남기는 ‘온 김에 필사’(남양주시) △가족이 함께 피크닉을 하며 책을 읽는 ‘봄볕애서(愛書) 가족북크닉’(성남시) △차와 계절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알아보고 차를 시음해보는 ‘일상 속 티 클래스-차의 계절’(김포시) 등의 프로그램이 펼쳐질 예정이다.
인천광역시 청라국제도서관은 12일(금) ‘디즈니 샌드아트’와 13일(토) 윤지선 작가와의 만남 ‘초등 문해력 공부 혁명’을 진행하며, 청라호수도서관은 15일(월) ‘그림책의 이해’ 행사를 연다. 영종하늘도서관에서는 17일(수)과 18일(목) 양일간 ‘그림책은 살아있다!’가, 마전도서관에서는 13일(토) 그림책 원예테라피 ‘잠시, 멈춤’과 함께 14일(일)부터 장애 인식 개선 특강 ‘유니버설 북아트’가 진행된다.
부산광역시 부산도서관은 13일(토) 유아를 대상으로 그림책과 입말로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문화 공연 등을 마련했다. 14일(일) 부산시청 들락날락 도서관에서는 독서와 공연을 접목한 스토리텔링매직쇼가, 19일(금) 해운대인문학도서관에서는 그림책 ‘또 만나요 달평씨’의 신민재 작가와의 만남 등이 진행된다.
대구광역시 남부도서관은 ‘재미있는 우리나라 유물 이야기-최경원 작가와의 만남’, 남부알강달강동극단과 함께하는 ‘저리가! 짜증송아지’ 동극 공연, 중국고전 소설 서유기 속 인물 샌드아트 만들기, 도전! 남부 가로세로 낱말 퀴즈, 책든 손 꽃든 손 등의 행사를 마련했다.
서부도서관은 온 가족이 즐기는 ‘늑대와 방귀돼지’ 인형극 공연, 압화 책갈피 만들기, 인공지능 로봇이 읽어주는 그림책 체험 등을 준비했다. 두류도서관은 책표지 가방 만들기, 가족 공동체 프로그램 ‘내 가족 뿌리찾기’ 및 ‘가계도 작성’,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 상영, 스마트폰 활용 특강 등을 진행한다.
동부도서관은 초등학생 대상 ‘토이 스토리 속 나만의 주인공 만들기’ 체험과 ‘3D펜으로 만나는 동화 속 캐릭터’, ‘북아트 그림책 여행’ 특강 등을 마련했다. 수성도서관은 그림책을 읽고 함께 가족화분을 만드는 ‘우리 가족은 정원사’ 체험 행사를 마련했다. 달성도서관은 도서관 속 그림책 가족 나들이, 현직 초등교사이자 동화작가인 이초아 작가에게 배우는 인문독서 교육법 강의를 준비했다.
2·28기념학생도서관은 가족이 함께 보태니컬 아트 체험 및 에코백 만들기 행사와 함께 무인대출반납기 이용 어린이 대상 선물 증정 이벤트를 펼친다.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은 어린이 공작소 체험행사 ‘우리 가족 커플템 모루인형 키링 만들기’, ‘스텐실 패브릭 커튼 만들기’, 동화구연가와 함께 하는 책놀이 활동 등을 진행한다. 삼국유사군위도서관에서는 어린이 맞춤형 클래식 콘서트 ‘무지개 물고기 음악회’, 작은도서관으로 찾아가는 북극곰 지구 수제 비누 만들기, 어린이와 함께하는 추억의 뽑기 행사가 진행된다.
광주광역시 광주중앙도서관은 온라인 퀴즈와 함께 우드버닝 독서대 목공 및 MBTI 모루인형 만들기, 독서꿈나무 독서복권 및 추천·인기도서 목록 제공, 온라인 원화 전시 ‘리보와 앤’ 등을 마련했다. 분관인 최상준도서관은 △책이랑 쿠키랑 △말하는 도서관, 들리는 종이책: 더책 △꽝 없는 뽑기 이벤트 등의 행사를 준비했다.
대전광역시 한밭도서관에서는 13일(토) 오전 10시 전시실에서 그림책 ‘여름비’ 작가인 신경아 작가와 만남의 시간을 갖는다. 같은날 강당에서는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의 찾아가는 공연 ‘4월의 싱그러운 하모니’가, 20일(토)에는 아동 명작인 ‘무지개 물고기’를 각색한 야광입체인형극이 예정돼 있다.
한편, 세부 행사 정보는 도서관의 날·도서관 주간 누리집(https://www.libraryday.kr) 및 각 시·군 공공도서관 누리집에서 확인이 가능하고, 더 자세한 사항은 거주지 인근에 위치한 각 도서관에 문의하면 된다.
4월 23일은 세계 책의 날이다. 독서 출판을 장려하고 저작권 제도를 통해 지적 소유권을 보호하기 위해 1995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제정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 시대 독서 문화 관련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3%는 “책을 전혀 읽지 않아도 일상생활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책을 한 권이라도 읽게 되면 분명히 생각을 확장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88.7%를 차지했다. 독서가 우리 삶에 유익하다는 사실은 인지하지만 당장 절실하게는 여기지 않는 양분된 입장을 읽어낼 수 있다.
이처럼 책에서 점차 멀어지는 독자들을 다시 불러모으는 특색 있는 동네 책방이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각기 다른 개성으로 책의 매력을 알리고 보급하는 책방들은 어떤 곳이 있을까?
▣ 서울 사적인 서점
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 한 사람을 위한 서점 / 정지혜 / 유유 / 381.45002 정79ㅅ 사회과학열람실(3층)
지루함을 달래주는 친구, 지식으로 무장한 똑똑한 선생님, 아픈 마음을 달래주는 의사. 책은 우리인생에서 참으로 다양한 역할을 해준다. 하지만 막상 우리가 필요로 할 때 적합한 책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책의 망망대해에서 독자들을 위한 ‘사적인’ 책처방을 해주는 서점이 있다. 바로 ‘사적인 서점’. 2016년 10월 홍익대학교 인근에 문을 열었고 화제 가 되었던 이 서점은 2020년 서울 송파구에서 시즌2를 시작했다. 이 책은 출판사 편집자로 책에 관련된 일을 시작한 저자가, 서점의 직원이 되고, 직접 독특한 서점을 차리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 속초 동아서점
당신에게 말을 건다 / 김영건 / 알마 / 811.8 김64ㄷ 인문과학열람실(3층)
최근 국내 여행지로 주목받는 강원도 속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버킷리스트 중에는 닭강정 시식과 함께 꼭 방문해야 할 서점 방문이 있다. 바로 삼 대가 이어 운영하는 동아서점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수십 년 전 정겨운 동네 서점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서울에서 비정규직 공연기획자로 일하다가 고향 속초에 내려와 아버지 김일수 씨에게 서점을 물려받은 김영건 매니저. 책 속에는 60년 넘는 세월의 풍랑을 고스란히 맞으며 묵묵히 자리를 지키면서 점차 진화해 가는 동아서점의 고민과 담담하지만 굳건한 의지가 담겨 있다.
▣ 경주 어서어서 서점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 양상규 / 출판사 / 381.45002 양51ㅇ 사회과학열람실(3층)
수천년의 시간이 겹겹이 쌓인 도시 경주. 이곳의 황리단길이 명성을 얻기 전부터 이 골목에는 터줏대감 같은 서점 ‘어서어서’가 있었다. 여기선 책을 구입하면 약 봉투에 담아준다. 이곳에서 만난 책이 읽는 사람의 마음을 더 건강하게 해주길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어서어서 책방의 주인이 쓴 서점 운영기다. 경주에서 태어난 저자가 사진작가, 댄스강사, 새마을금고 직원 등을 거쳐 소규모 프랜차이즈 식당을 운영하다가 마침내 서점을 차리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서점의 이름을 짓고, 경주라는 공간성을 서점에 담고, 독자들과 만나면서 성장하는 서점의 현재와 미래를 고스란히 접할 수 있다.
책은 미래를 짊어질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더없이 필수적인 요소다. 동네에 아이에게 꼭 필요한 책을 권해주는 책방이 있다면 교육에 더없이 유익한 일일 것이다. 부산 해운대에서 20년 째 운영 중인 어린이·청소년 전문 책방 곰곰이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유아부터 학부모에 이르기까지 연령별로 책을 안내해주는 ‘북클리닉 회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연령별 독서 강좌나 더 많은 책을 읽고 싶은 아이를 위한 ‘서재 만들기’ 프로그램, 책에 흥미를 붙이게 돕는 ‘책재미 회원제’ 등 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 책은 오늘날의 곰곰이 책방이 있기까지의 이야기와 다양한 책방 운영 노하우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