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열린 `트라이 에브리싱 2020`에서 존 헤네시 알파벳 회장이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장과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시대 트렌드에 맞게 변화에 성공한 기업만 생존한다. 기존 틀을 깨는 과감한 용기가 필요하다."(존 헤네시 알파벳 회장)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묻겠다. 당신의 비즈니스가 당신의 인생을 바쳐도 될 만큼 중요한가?"(팀 드레이퍼 DFJ 회장)
코로나19 이후 세계는 전례 없는 변화에 직면했다.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에 걸친 변화는 기업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내놓은 2021년 세계 경제 전망에서 세계 경제가 올해 회복세를 보인다 하더라도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신이 등장했다고 해도 불확실성이 상존할 것이라는 의미다.
이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혁신은 계속되고 있다. 혁신으로 무장한 스타트업이 새로운 변화를 타고 경제의 전면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혁신 스타트업이 이끄는 `빅 트렌드`는 코로나19 영향에도 불구하고 대세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스타트업 대축제 `트라이 에브리싱 2020`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지속되던 지난해 9월 개최됐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스타트업이 시도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또 이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어떤 것이 있는지 고민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인과 스타트업 창업가, 창업 지원 기관, 세계적인 석학 등 세계적인 전문가 230여 명을 온·오프라인으로 연결했다.
이번에 출간된 `스타트업 빅 트렌드`는 트라이 에브리싱 2020에 참석한 스타트업 구루들의 통찰력이 담겨 있는 보고서이자 미래 전략서다. 실리콘밸리의 살아 있는 전설이라 불리는 존 헤네시 알파벳 회장, 팀 드레이퍼 DFJ 회장, 사이드 아미디 플러그앤드플레이 창업가 겸 대표 등이 스타트업의 생존 전략과 미래 산업의 방향에 대해 논한다. 이와 함께 마윈 알리바바그룹 창업가와 존 맥닐 전 테슬라 사장, 마크 랜돌프 넷플릭스 공동창업가는 성공으로 이끄는 스타트업의 원칙과 조건에 대해 그들만의 경영 철학과 실증적인 성공 스토리를 연결하며 조언했다.
이 책에는 트라이 에브리싱 2020 세션에서 논의된 주요 내용들도 수록됐다. 우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스타트업 미래 전략과 혁신 비법을 담았다. 특히 위기를 기회로 바꾼 언택트 비즈니스 강자들의 성공 사례와 인공지능·블록체인·바이오·모빌리티 분야 등 미래 기술 분야를 선도하는 스타트업의 노하우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비법`은 스타트업이 아닌 기존 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 스타트업이 성공으로 이어지기까지 필요한 실무적인 부분도 다뤘다. 성공적인 스타트업 투자 유치 전략과 코스닥 상장에 앞서 준비해야 할 사항 등 `성공적인 펀딩 기술`이 소개된다. 또 스타트업 성공의 `필수조건`이 된 글로벌 진출과 관련해서도 알찬 정보가 들어 있다. 주요 국가별 창업 생태계 정보 등 해외 진출을 위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글로벌 진출 전략이 수록됐다.
창업자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룬샷(Loonshots) 아이디어도 담겼다. 사피 바칼의 저서 명칭인 룬샷은 `미친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색다른 아이디어로 각자의 성공신화를 써나가고 있는 창업가들이 직접 자신만의 스케일업 전략을 들려준다.
세계적인 스타트업 전문가들이 분석한 트렌드와 스타트업의 성공 조건은 무엇인지를 지켜보는 것도 이 책의 포인트다.
2021 트렌드 2021년 트렌드 예측 도서들이 한결같이 주목한 것은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삶’이다. 백신이 나온다 해도 완전한 종식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코로나19와 함께하는 미래에 대한 관심과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1 / 338.544 트233 2021
2021 트렌드 모니터 / 구입 중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1> / 구입 중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21> / 구입 중
<카이스트 미래전략 2021> / 정리 중
<2021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 / 338.544 코838ㅅ 2021
<세계미래보고서 2021> / 303.49 박64ㅅ 2021
<2021 한국경제 대전망> / 구입중
트렌드 전망 ‘키워드’ 보니…바이러스가 바꿔놓은, 바꿀 경제 ‘브이노믹스’ 비대면으로 만남 어려워지자 다시 ‘나’에 집중…정체성 찾는 사람들 자신의 영향력으로 변화 꾀하는 ‘MZ세대’에 주목하기도
‘2021’을 제목에 단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철이 됐다. 2021년은 어떤 해가 될까.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모든 계획이 무너지고 일상의 불확실성도 높아졌다. 23일까지 나온 ‘2021 트렌드 전망’ 책들의 핵심 키워드 역시 코로나19로 달라진 삶이다. 역병이 만들어낸 비대면 환경은 삶과 소비에 변화를 가져왔을 뿐 아니라 사람들 마음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언택트, 집 중심 라이프스타일, 온라인 쇼핑 등 이미 확산하던 흐름에 더욱 속도를 붙이기도 했다.
# 브이노믹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트렌드 코리아 2021>은 10가지 키워드 중 첫 번째로 ‘브이노믹스(V-nomics)’를 꼽았다. “바이러스가 바꿔놓은, 그리고 바꾸게 될 경제”라는 의미다. V자 회복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전반적인 국내 경기는 K자형 양극화를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코로나 특수형인 국내여행·화상 커뮤니케이션·홈웨어 시장은 역V자형으로 분류됐으며, 비대면 성향이 높고 기존 트렌드와도 부합하는 온라인 쇼핑·캠핑·호캉스·애슬레저룩 등은 코로나 이후에도 성장이 가속화하는 S자형으로 분류됐다.
# 피보팅
급변하는 시장을 상대하기 위한 ‘피보팅(pivoting)’도 강조됐다. 축을 옮긴다는 스포츠 용어지만, 최근에는 사업 전환을 일컫는 경제 용어로 자주 쓰인다. 변화하는 시장환경에서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끊임없이 점검하며, 방향성을 수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집’은 거리 두기의 확산으로 가장 큰 변화를 겪게 된 공간이다. 생활 근거지이면서 외부 활동도 이뤄지는 집은 공간과 기능이 여러 층위로 분화하고 중첩되는 ‘레이어드 홈(layered home)’ 현상으로 분석됐다.
리서치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2021 트렌드 모니터>는 “타인으로부터의 자유, 다시 ‘나’를 찾는 여행”을 소비 트렌드 변화의 핵심으로 꼽았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비대면 환경으로 반갑지 않은 친구나 불편한 직장 상사를 만나지 않아도 되지만, 나와 취향이 같고 좋아하는 이들과의 만남 역시 어려워졌다. 일상이 제한되고, 진정한 소통에 대한 결핍이 쌓여가면 정체성에 대한 욕구가 높아질 수 있다. 책에선 비대면으로 개인의 ‘정체성 찾기’에 나서려는 욕구를 트렌드 핵심에 두고 28개 세부 키워드로 정리했다. 재택근무의 확산은 노동 형태와 조직문화, 리더십에도 큰 영향을 준다. ‘일의 내용’만이 회사와 공유되는 근무 형태이기 때문에 업무 습관이 바뀌어야 하며, 리더십 유형도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 정체성_필터_버블
개인의 정체성과 관련해 주목하는 것은 ‘필터 버블’이다. 소셜미디어의 ‘자동 추천’을 통해 내가 능동적으로 원하지 않아도 편향된 정보를 받게 하는 알고리즘과 그것이 야기하는 현상이다. 비대면 환경에서 필터 버블이 작동하면 비현실적이고 극단적인 주장에 빠지기 더욱 쉽다. ‘가짜뉴스’와 정치 영역의 ‘팬덤’이 대표적이다.
광고회사 이노션 인사이트전략팀이 내놓은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1>은 코로나19로 달라진 소비자들 생활양식과 변화 추이에 주목한다. 변화가 가져올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의 시사점과 활용 가치에 주안점을 두는 것이 특징이다. 삶과 맞닿은 4가지 키워드인 ‘일상’ ‘놀이’ ‘세상’ ‘마케팅’ 그리고 브랜드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스페셜 리포트’를 제시한다. 이를테면 첫째 파트 ‘일상’에선 코로나19가 가속화한 디지털화 시대에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전지적 자기관리’, 알고리즘을 현명하게 역이용해 소비하는 ‘비욘드 알고리즘’, 주관을 유지한 채 남을 선택적으로 따라하는 ‘스마트 카피캣’, 집안일의 아웃소싱과 관련된 ‘홈시어지 서비스’를 다룬다.
트렌드 책들이 코로나19와 함께 공통적으로 주목한 키워드는 MZ세대다. 1980~1990년대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2000년대 태어난 ‘Z세대’를 아우른다. 2019년 기준 전체 인구의 33.7%를 차지하는 이들은 소비 중추를 이루는 것을 넘어 세상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 인플루언서블_MZ세대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21>은 코로나19라는 엄혹한 현실 속에서 온라인에 가장 친숙하고 변화에 유연한 MZ세대가 위기에 어떻게 적응하며 변화를 선도하는지 들여다본다. MZ세대를 대표하는 핵심 키워드로는 ‘인플루언서블 세대(Influenceable+世代)’를 선정했다. 자신의 영향력을 알고 행동하며 변화를 만든다는 의미다. 가수 비의 ‘깡’ 뮤직비디오를 즐기며 노는 MZ세대의 팬덤 현상은 농심 ‘깡 시리즈’ 제품 매출이 역대 최초로 100억원을 넘기는 결과로 이어지는 등 실제 현실의 영향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책에선 ‘일상력 챌린저’ ‘컨셉친’ ‘세컨슈머’ ‘선한 오지랖’ 등 4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일상과 소비 전반의 변화를 예측했다. 도통 알 수 없는 신조어들이 궁금한 사람들, MZ세대가 노는 판에 자연스럽게 섞여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포스트 코로나’는 ‘위드 코로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거시적 흐름이 궁금한 독자들은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의 <카이스트 미래전략 2021>, 코트라의 <2021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 싱크탱크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세계미래보고서 2021>, 한국 경제전문가들의 <2021 한국경제 대전망> 등도 펼쳐볼 만하다.
"PC에서 인터넷, 인터넷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갈 때처럼 거대한 트렌드 변화가 오면 경험이 적은 대학생도 창업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최근 이화여대에서 열린 `매일경제 CEO 특강` 연사로 나선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33)는 대표적인 청년 창업가다. 그는 2009년 아이폰 출시 이후 스마트폰이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보고 새로운 `혁신`이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라디오가 이용자 5000만명을 확보하는 데 걸린 시간은 38년. 스마트폰은 단 2년 만에 해냈다. 인터넷도 4년 이상 걸린 일이다. 김 대표는 "새로운 산업이 탄생하고 모든 사람이 경험이 없을 때는 아이디어만으로 경쟁할 수 있다"며 "트렌드를 읽으려면 10~20년 전 언론 기사를 살펴보고 시계 초침과 분침이 아닌 시침을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1년 반 근무한 정보기술(IT) 금융정보회사에서 인덱스펀드 알고리즘을 설계하며 `데이터`의 매력에 빠졌다. 그는 만 24세였던 2011년 모바일 리서치 분석 업체 `아이디인큐`(현 오픈서베이)를 처음 창업했다. 김 대표는 "질문을 던지는 것을 제외하고 모든 설문 절차를 자동화했다"며 "가격이 저렴하고 설문조사 결과가 단 몇 시간 만에 나왔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이었던 오픈서베이는 언론에 인용 보도되며 신뢰를 얻기 시작했다.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며칠 이상 걸렸던 기존 여론조사업체와 달리 오픈서베이는 전국 규모 여론조사도 몇 시간 만에 끝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픈서베이는 현재 유한킴벌리와 SK텔레콤 등 1300개 넘는 다양한 기업에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2016년 1월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그가 두 번째로 창업한 기업이 한국신용데이터다. 김 대표는 "스마트폰이 처음에 나왔을 땐 애플리케이션(앱) 중심이었다면 2016년 당시엔 4000만명 이상이 쓰는 카카오톡이 있었다"며 "앱을 만들지 않고 카카오톡 안에서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주 사용자인 중장년층이 이용하기 쉬운 방법이기도 했다. 마침 카카오톡에서 다른 업체들이 자유롭게 카카오톡 기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를 공개했다.
카카오톡 `친구 추가`만으로 가능한 서비스가 바로 자영업자 매출 관리 서비스인 `캐시노트`다. 그동안 자영업자의 고민은 `오늘 현금이 얼마나 계좌에 들어올 것인지`를 모른다는 점이었다. 고객이 밥값을 카드로 내면 카드사는 전표를 확인한 뒤 자영업자에게 약 2~3일 뒤 돈을 준다. 캐시노트는 자영업자에게 오늘 통장에 입금될 돈을 알려준다. 그 밖에 고객을 분석해 매출을 올려주거나 국세청 세금 신고를 간편하게 할 수 있다. 전국 자영업자 60만명이 이 서비스를 사용한다.
그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실현하려 현장을 파고들었다. 김 대표는 "고객을 책상에 앉아 이해하려고 하면 큰 실수로 이어진다"며 "만약 사장님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려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게 아니라 카페에 들어가 가게 주인을 붙잡고 물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각만 해선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식단 조절을 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듯이 현장에 파고들어 굉장히 깊게 고객을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안에 전국 자영업자 절반 이상이 캐시노트를 이용하게 하는 게 김 대표 목표다. 그는 "이 영역을 선점한 사업자이긴 하지만 지배적인 사업자는 아니다"며 "많은 고객을 확보해 플랫폼 비즈니스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도 정부가 자영업자 매출 추이를 분석하는 데 캐시노트 역할이 컸다.
어린 나이에 창업한 그를 사람들은 `무모하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그러나 "이제 직업의 안정성은 기업 브랜드가 아닌 본인 실력으로 보장된다고 생각한다"며 "즐겁게 일할 수 있고 전문성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데이터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해 노력해온 게 저로서는 가장 안전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성을 쌓기 전에 본인이 좋아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영역을 먼저 찾으라고 학생들에게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