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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온오프 ‘하이브리드’로 출격

 

9~16일까지…개막작 ‘여고괴담 리부트: 모교’
CGV소풍 8개관과 왓챠에서 동시 관람 가능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포스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장르영화 축제인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9일 개막해 16일까지 열린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규모를 축소하고, 온·오프 동시 상영으로 진행하는 ‘하이브리드 영화제’를 표방했다.

우선 개막식부터 축소한다. 9일 저녁 7시 경기 부천 씨지브이(CGV)소풍에서 예년의 성대한 개막식 대신 단출한 개막작 상영회를 연다. 개막작은 11년 만에 돌아온 ‘여고괴담’ 시리즈 여섯 번째 편 <여고괴담 리부트: 모교>다. 개막식 날 초청작 감독·배우들이 시민들과 만나는 ‘레드카펫’ 행사를 하지 않고, 개막작 <여고괴담 리부트: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 <여고괴담 리부트: 모교> 스틸컷.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상영작은 42개국 194편이다. 이 가운데 장편 22편과 단편 50편은 세계 최초 공개작(월드프리미어)이다. 오프라인 상영관은 철저한 방역을 위해 씨지브이소풍 8개관으로 일원화했다. 이와 함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왓챠를 통해 10~16일 장편 37편, 단편 31편 등 68편을 상영한다. 온라인이라도 영화제라는 취지에 맞게 가급적 한 자리에서 영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피시(PC)로만 볼 수 있게 했다. 영화별 온라인 관람권 수량은 500장으로 제한되며, 부천영화제 누리집에서 살 수 있다. 관람료는 장편 5천원, 단편 1천원이다.또 모바일 플랫폼 스마트시네마코리아와 함께 중국영화특별전을 마련한다. 오프라인 상영관뿐 아니라 스마트시네마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중국·홍콩 장르영화 6편을 볼 수 있다. 가상현실(VR) 체험, 마스터클래스, 프로젝트 마켓 등은 비대면으로 치른다. 신철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 영화제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한겨레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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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

뜨거운 우정 그린 영화 두편 ... 새해 첫 영화로 어때요?

 

[시네마&] 2020년 새해를 맞아 극장을 찾는다면 첫 영화로 어떤 작품이 좋을까. 가까운 친구 혹은 멀어진 친구를 떠올리며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영화는 어떨까. 사랑보다 더 뜨거운 우정을 그린 두 편의 영화가 한 주 간격으로 나란히 극장에 걸린다. 지난 26일 개봉한 허진호 감독의 한국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와 1월 1일 개봉을 앞둔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이탈리아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이 주인공이다. 두 편의 영화를 차례로 살펴보자.

▲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신분을 뛰어넘는 우정 '천문: 하늘에 묻는다'

"제가 별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세종과 장영실의 신분을 초월한 우정을 그린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영화 중반부에 나온다. 어릴 적부터 별 보기를 좋아한 왕을 위해 장영실은 왕의 침소 문살에 구멍을 뚫어 별 모양을 만들어준다. 두 사람은 작은 혼천의로 별을 바라보며 아이처럼 해맑게 웃는다.

자신을 반대하는 신하들에 둘러싸인 외로운 개혁론자 군주와 모두에게 천대받던 외로운 발명가 노비는 극과 극의 신분이지만 의지할 곳 없이 살아왔다는 데서 동병상련을 느낀다. 세종이 장영실의 기술을 높이 사 그를 노비에서 면천시켜 가까이 두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인데 영화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두 사람이 서로에게 둘도 없는 친구였다고 상상의 나래를 편다. 두 사람이 침소에서 함께 별을 보는 장면은 이들에게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한때를 상징한다.

▲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대호군 장영실이 안여(임금의 가마) 만드는 것을 감독하였는데, 튼튼하지 못하여 부러지고 허물어졌으므로 의금부에 내려 국문하게 하였다."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장영실에 대한 마지막 기록이다. 세종의 총애를 받던 장영실은 이 사건으로 곤장 80대를 맞고 벼슬이 떨어진 채 갑작스럽게 쫓겨난다. 이후 장영실은 기록에서 사라진다. 영화는 '안여 사건'을 중심에 놓고 상상력을 덧붙였다. 독자적인 천문기구를 만드는 데 대한 명나라의 반대와 사대부들의 질투가 끝내 세종과 장영실을 갈라놓았다는 것이다.

▲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역사의 빈칸을 채운 영화의 상상력은 세종이 등장했던 기존 사극과 비교할 때 새롭지는 않다. 한석규가 연기한 세종은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연장선상에서 백성만 생각하는 자비로운 군주로 그려지고, 주변 인물들도 장영실을 반대하는 세력과 이용하는 세력 등 스테레오타입을 벗어나지 않는다. 천문관측기구 혼천의와 간의, 시간마다 종이 울리는 자격루, 해시계 앙부일구, 비가 온 양을 측정하는 측우기 등이 등장해 조선시대의 과학기술 수준을 엿볼 수 있지만 러닝타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은 편이다.

다만 영화에서 눈여겨볼 것은 세종과 장영실의 로맨스에 가까운 우정이다. 동국대 연극영화과 선후배로 30년 가까이 영화계에서 동고동락해온 최민식과 한석규가 각각 장영실과 세종을 연기해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 실제 세종과 장영실도 20대에 만나 인생의 황금기를 함께 보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1420년, 세종은 20대 초반, 정확한 생몰연도가 불분명한 장영실은 대략 30대 초반의 나이였는데, 두 사람은 '안여 사건'이 벌어진 1442년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선 굵고 격정적인 남자를 주로 연기해온 최민식과 댄디하면서도 느릿한 남자를 주로 연기해온 한석규는 '쉬리'(1999)에서 처음 연기 호흡을 맞춘 뒤 정반대의 영역에서 자신만의 연기세계를 구축해오다 20년 만에 다시 만났다. 인생의 황금기를 충무로라는 같은 공간에서 보내며 나란히 별의 자리에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세종과 장영실이 함께 별을 보며 이름을 붙여주는 장면은 두 사람의 인생사와 오버랩된다. 두 연기의 대가는 한 화면에 등장할 때도 연기 대결을 펼치고 있다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 만큼 자연스럽다.

'행복' '호우시절' '봄날은 간다' 등 로맨스 영화에서 발군의 기량을 발휘해온 허진호 감독은 세종과 장영실의 우정을 아예 로맨스처럼 섬세하게 다루며 감정선을 끌어올린다. 신구, 김홍파, 허준호, 김태우, 김원해, 임원희, 오광록, 윤제문, 박성훈, 전여빈 등 연기 잘하는 충무로 배우들이 배역 비중에 상관없이 활약한다는 것도 반갑다.

▲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

바다를 뛰어넘는 우정 '피아니스트의 전설'

"그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남자예요. 이 음악은 저만의 비밀이죠."

생활고에 시달리던 트럼펫 연주자 맥스는 트럼펫을 팔기 위해 악기상을 찾았다가 오래된 LP를 발견한다. 이 음반의 피아노 연주자를 궁금해하던 악기상 주인에게 맥스는 자신만이 알고 있는 피아니스트에 대한 비밀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1900년 유럽과 미국을 오가는 대형 크루즈 버지니아호에서 태어나 평생 육지를 밟지 않고 살아온 피아니스트의 이름은 나인틴 헌드레드. 선원이었던 아빠가 태어난 해를 기념해 지어준 이름이다. 운명과도 같은 배를 떠나지 않는 나인틴 헌드레드에게 피아노는 자신의 존재를 표현할 유일한 수단이다. 맥스는 나인틴 헌드레드를 만나 음악적 교감을 이루며 그에게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준다.

▲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1998)은 만들어진 지 22년 만인 2020년 1월 1일 국내 첫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뷔가 추천한 OST가 담긴 영화로 한때 아미들 사이에서 관심의 영화로 떠오르기도 했다. 영화 OST는 이탈리아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만들어 2000년 골든글로브 음악상을 받았다.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는 나인틴 헌드레드와 맥스가 처음 만나는 순간이다. 파도가 심하게 몰아쳐 흔들리는 배 안에서 맥스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있는데 파도가 익숙한 나인틴 헌드레드는 피아노 의자에 편하게 앉아 있다. 그는 맥스에게 피아노 바퀴를 풀어달라고 하더니 곧 움직이는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피아노가 배 안을 이리저리 춤추듯 돌아다니는 가운데 나인틴 헌드레드가 연주하는 'Magic Waltz'가 스크린에 흐르고, 옆에서 맥스는 피아노를 부여잡고 멀미하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고 있다. 피아노 연주가 끝난 뒤에야 두 사람은 통성명을 한다.

▲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

영화는 미스터리의 피아니스트 나인틴 헌드레드의 일대기를 맥스가 들려주는 액자 구성으로 전개된다. 22년 전 영화인 만큼 스타일은 다소 투박하지만, 나인틴 헌드레드가 사랑에 빠진 순간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Playing Love', 나인틴 헌드레드가 배 안에서 재즈의 발명자와 대결을 펼칠 때 연주하는 'Enduring Movement' 등 놀라운 피아노 연주가 영화에 빠져들게 한다.

'피아니스트의 전설'은 많은 사람들이 인생 영화로 꼽는 '시네마 천국'(1988)을 32세의 젊은 나이에 만들어 이탈리아의 거장으로 떠올랐던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스타 메이커'(1995)와 '말레나'(2000) 사이에 만든 영화다. 토르나토레의 다른 초기작처럼 20세기 초반 미국 동부에 대한 유럽인들의 동경과 감상주의적 시선 등을 엿볼 수 있다.

▲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

나인틴 헌드레드 역할을 맡은 배우는 1990년대 미국 독립영화계의 프린스였던 팀 로스로 현재도 왕성하게 활동 중인 그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다. 팀 로스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현실과 꿈 사이에서 갈등하는 나인틴 헌드레드를 섬세하게 연기한다. 맥스 역할을 맡은 프룻 테일러 빈센트는 안구진탕증을 가진 개성파 배우로 '헤비'(1995)의 과체중 요리사, '아이덴티티'(2003)의 연쇄살인범, '버드박스'(2018)의 시각장애인 릭 등 그동안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 출처 : 메일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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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

이대로 묻히기 아쉬운 2019년 영화 5편

 

[시네마&] 큰 영화들이 스크린을 점령할 동안 작은 영화들은 대작들 틈바구니에서 상영시간과 사투를 벌인다. 어떤 영화들은 개봉한지도 모른 채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 2019년을 돌아보며 흥행에선 주목받지 못했지만 묻히기 아까운, 작지만 강한 영화 5편을 골라봤다.

▲ 두 교황


진보와 보수의 진솔한 대화 - 두 교황  (관객 1만6427명)

가톨릭 역사상 이런 경우는 없었다. 2013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생전 퇴임해 새로운 교황에게 직위를 물려준 것은 600년만의 대사건이었다. 독일 출신 베네딕토 16세와 아르헨티나 출신 프란치스코 교황 사이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영화는 너무나도 성향이 다른 두 인물에 주목해 교황 교체 과정을 재현한다. 드라마에 간간이 섞은 실제 화면은 이야기에 관객이 몰입하도록 돕는다. 브라질의 슬럼가를 리얼하게 묘사해 극찬받은 '시티 오브 갓'(2002), 주제 사라마구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눈먼자들의 도시'(2008)를 만든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은 이번에도 뛰어난 연출력을 보여준다.

뼛속까지 보수주의자인 베네딕토 16세에 비해 프란치스코는 개방적인 성향으로 인기 많은 추기경이었다. 영화는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프란치스코 교황의 본명) 추기경이 로마 교황청에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시작한다. 교황청의 성추문 스캔들로 위기에 몰린 베네딕토 16세는 베르골리오를 바티칸으로 초청하고 두 사람은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 교리를 중시하는 보수주의자와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이자는 진보주의자는 사사건건 의견 충돌을 빚지만 결국 가톨릭 전체를 위해 각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합의를 이루고 두 사람은 서로를 위해 기도해주는 친구가 된다. 특히 두 사람이 함께 탱고를 추는 마지막 장면이 뭉클하게 남는다. 진보와 보수로 극명하게 갈린 한국 사회에 참고가 될 만한 영화다.

물러날 때를 아는 원칙주의자 베네딕토 16세로 분한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는 정말 놀랍다. 미세한 동작 하나하나에 감정이 묻어난다. 프란치스코를 연기한 조나단 프라이스도 싱크로율이 딱 맞는 캐스팅이다.

▲ 미안해요, 리키


고달픈 노동현장 보고서 - 미안해요, 리키  (관객 2만5649명)

열심히 일하며 살고 있는데 왜 내 형편은 나아지지 않고 있는지 의문을 품고 있는 사람들에게 권할 만한 영화다. 영국의 거장 켄 로치 감독은 언제나 노동자의 편에서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는 영화를 만들어왔고 83세 백발의 할아버지가 된 지금도 예의 날카로운 시선은 조금도 낡지 않았다.

이번엔 잉글랜드 북동쪽에 위치한 공업도시 선더랜드에서 택배기사로 일하는 리키(크리스 히친)와 간호조무사 애비(데비 허니우드) 부부의 이야기다. 영화는 리키가 큰돈을 들여 밴을 구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리키는 고용 형태가 바뀌어 개인사업자로 택배회사에서 일하게 됐다. 엄밀하게 회사 대 회사의 계약이지만 명백한 갑을 관계로 인해 이제 관객은 비정규직보다 더한 노동 착취를 목도하게 된다. 리키에겐 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을 쉴 경우엔 대리기사를 고용하는 비용을 토해내야 한다.

사춘기가 된 아들이 학교에서 범죄자로 몰릴 위기에 처하자 리키는 배달을 멈추고 학교로 달려갔는데 이게 화근이 된다. 설상가상으로 리키는 폭력 강도를 당해 배달할 물품을 도둑 맞고 회사는 그에게 물품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한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크게 잘못한 일이 없음에도 악화되기만 하는 리키 가정의 상황에 마음이 복잡해진다. 더 싸게 더 빨리를 모토로 효율적인 성과만 추구하는 시스템이 정작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영화는 고통스러울 만큼 자세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뒤늦게 조금씩 입소문을 얻고 있지만 감독의 전작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가 10만명 가까운 관객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흥행 성적은 조금 아쉽다.

▲ 스탈린이 죽었다!


정치풍자 블랙코미디 - 스탈린이 죽었다!  (관객 5546명)

정치풍자 미드 '부통령이 필요해'의 아르만도 이아누치 감독이 만든 소련판 '그때 그 사람들'.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이후 우왕좌왕하는 권력자들을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그린 임상수 감독의 영화 '그때 그 사람들'(2005)을 재미있게 봤다면 '스탈린이 죽었다!'의 유머코드에도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오케스트라 공연 담당자가 스탈린의 전화를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공연 녹음본을 가져오라는 스탈린의 말에 공연 담당자는 사색이 돼서 방금 막 끝난 공연장에 연주자들과 관객을 다시 불러모아 억지로 녹음을 위한 재공연을 펼친다. 스탈린의 말 한 마디가 곧 법이고 목숨이던 시대를 풍자하는 에피소드다.

제멋대로 사람들을 죽이며 공포정치를 일삼던 독재자 스탈린은 그러나 공연 LP를 듣다가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진다. 스탈린에 아부하는 것이 일상이던 권력자들은 스탈린 이후 누가 후계자가 될 것인지를 놓고 온갖 눈치 작전을 벌인다. 부서기장 게오르기 말렌코프(제프리 탬버)가 권한대행에 오르지만 비밀경찰 NKVD 총수 라브렌티 베리야(사이먼 러셀 빌)와 중앙위원회 제1서기 니키타 흐루쇼프(스티브 부세미)는 우유부단한 말렌코프를 호시탐탐 견제한다. 여기에 스탈린의 철부지 아들과 딸이 등장해 차기 권력을 놓고 긴장감은 고조된다.

1953년 소련 역사의 분기점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굵직한 이름들이 주요 배역으로 등장하지만 모든 캐릭터들을 우스꽝스럽게 그려 가볍게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모든 진지한 순간을 무력화시키며 무소불위 권력자들을 광대로 만들어버린 배우들의 호연이 반갑다.

▲ 아사코


강렬한 첫사랑 - 아사코 (관객 1만5535명)

바람 부는 육교 위에서 아사코(가라타 에리카)는 바쿠(히가시데 마사히로)에게 첫눈에 반하고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하지만 첫사랑 바쿠는 예고 없이 그녀를 떠난다. 2년 후 첫사랑을 잊지 못하며 살던 아사코는 바쿠와 똑같이 생긴 남자 료헤이를 만난다. 제멋대로인 바쿠와 달리 자상한 료헤이의 고백을 아사코는 받아들인다. 또다시 5년의 시간이 흘러 료헤이는 아사코에게 청혼하지만 이때 사라졌던 바쿠가 나타나면서 아사코의 마음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영화는 첫사랑의 기억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아사코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순수했기에 어리석었고, 가장 가까운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결정을 내렸으면서도 그 결정이 충동적이었던 탓에 스스로 책임지지 못하는 아사코는 지켜보는 입장에선 '민폐' 캐릭터지만 우리에겐 누구나 아사코 같은 면이 있기에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다.

청춘영화로 한정하기에 영화의 만듦새는 훌륭하다.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도 적절히 세련된 영상미에 절제하는 연출력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모더니즘 영화를 떠올리게도 한다. 감정이 끌어오르는 순간 여백의 미를 활용해 관객으로 하여금 한 발 떨어져 사랑의 의미를 자문하게 만든다. 특히 마지막 장면 도망가는 료헤이와 쫓아가는 아사코를 원경에서 롱 쇼트로 촬영한 장면은 긴 여운을 남긴다.

영화를 만든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동일본 대지진에 관한 다큐멘터리 '파도의 소리'(2011)와 프랑스 누벨바그 거장 자크 리베트를 떠올리게 하는 5시간짜리 영화 '해피 아워'(2015)로 호평받으며 주목받아온 감독이다. '아사코'는 2018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출품작으로 봉준호 감독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 갤버스턴


희망없는 세상의 출구찾기 - 갤버스턴  (관객 6536명)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40세 남자 로이(벤 포스터)는 자신을 괴롭히는 악당을 처리한 뒤 우연히 19세 소녀 로키(엘르 패닝)를 구하게 된다. 폭력적인 계부를 피해 세 살난 아이와 함께 도망친 로키는 로이에게 의지하려 하지만 로이는 로키가 더 좋은 보호자를 만나기를 바란다. 세상에서 고립된 두 사람이 점점 가까워질 때 이들에게 더 큰 시련이 찾아온다.

킬러인 아저씨가 고통받는 소녀를 구해준다는 점에서 영화는 레옹 서사를 따르고 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매우 무거운 편이다. 두 사람이 짊어진 삶의 무게가 러닝타임 내내 화면을 짓누른다. 하지만 고통스런 시간 속에 간간히 피어나는 웃음꽃, 힘든 자가 더 힘든 자를 돕는 희생 등이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프랑스 배우이자 작가인 멜라니 로랑이 할리우드에서 처음으로 연출을 맡은 영화다. 대사 중간마다 여백의 미가 시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떠올리기 싫은 과거로부터 탈출하려 발버둥치다가 끝내 울부짖는 로키 역할은 엘르 패닝이 맡았다. 아역 배우 출신으로 그동안 수십 편의 영화에서 다양한 배역을 소화해온 21세의 패닝은 이 영화를 통해 쌓아온 연기 내공을 여실히 드러낸다.

'갤버스턴'은 텍사스 남동부에 위치한 섬으로, 영화 속에서 로이와 로키, 세 살난 아이가 유일하게 가족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낸 바다가 있는 곳이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고통스러운 삶에서 작은 희망을 상징하는 제목이다.

 

< 출처 : 매일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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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을 읽고 각오를 다진다”  독자 추천 처방전

변화하는 시대, 힘이 되어줄 영화・음악・도서

 

시대가 빠르게 급변하고 있다. 더불어 우리 삶의 양상도 변해간다. 그 속에서 함께 변화해야 할 가치와 변치 말아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문화예술교육 매개자로서 어떤 생각과 태도로 이 흐름을 맞아야 할까. 사회·정치·경제·문화·환경 등 거대한 세상의 변화 흐름 속에서 [아르떼365] 독자들은 무엇으로부터 영감을 받고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 ‘세상의 변화에서, 힘이 되어준 ○○○은?’이라는 주제로 콘텐츠를 추천하는 독자 참여 이벤트를 진행했다. 2019년 9월 3일부터 29일간 총 177명이 참여한 만큼, 책, 영화, 음악, 전시, 공연 등 정말 다양한 콘텐츠를 추천해 주었다. 그중 변화의 시대를 함께 해 줄 몇 가지 처방을 추천의 말과 함께 소개한다.

 

치유와 회복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 811.4 백53ㅈ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 158.1 좌76ㅂKㄱ

 

“주변의 우울을 관찰하고 받아들이고 손 내밀며 자신의 우울을 돌보는 데 도움이 되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기분부전장애를 가진 저자와 정신과 전문의와의 12주간의 대화를 엮은 책이다. 지난해 9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건강보험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병원의 도움을 받은 환자가 2012년 58만 8천 명에서 2017년 68만 1천 명으로 15.8% 증가했다. 굳이 수치를 찾아보지 않아도 ‘사회적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우울증은 어느덧 우리 근처에 머무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예전에는 그것을 밖으로 꺼내 보이는 걸 금기시 해왔다면, 이제는 자신의 내면에 감춰둔 깊은 우울을 인정하고 꺼내 보일 수 있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소유는 적게, 삶은 풍요롭게’를 지향하며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을 찾아가는 부분이 치유와 회복에 가치를 두는 문화예술과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는 물건에 집착하던 한 출판 편집자가 미니멀리스트가 되면서 얻게 된 변화를 기록한 책으로 미니멀 라이프 열풍을 주도한 베스트셀러이다. 미니멀 라이프는 바쁘고 복잡한 현대인의 일상에서 간결함과 단순함을 추구하는 덜어냄의 미학을 통해 진정으로 얻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창조성과 상상력

 

『아티스트 웨이』 / 153.35 C182aKㅇ2 

『빨강 머리 앤』 / 823.912 M787rKㄱ 

 

“내면에 갇혀 있는 창조적인 힘이 마음껏 움직일 수 있도록 의식 속에 길을 터준다면 쳇바퀴 도는 삶 속에서도 창조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아티스트 웨이』는 사람의 내면에는 창조성(아티스트)이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나를 위한 12주간의 창조성 워크숍’이라는 부제대로 창조성을 일깨울 수 있는 다양하고 신선한 방법을 제시한다. 매일 아침 의식의 흐름을 적는 모닝 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신 내부에 잠재하고 있는 창조성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우리 삶이 그 자체로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앤이 지닌 상상력이야말로 문화예술의 중요한 요소이며, 지금을 넘어 미래를 살아갈 힘이다”

『빨강 머리 앤』은 캐나다 소설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1908년 출간한 소설로 고아 소녀가 농장을 운영하는 남매에게 실수로 입양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풍부한 상상력과 솔직함을 지닌 앤은 어린이·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까지 전 세계 독자들이 사랑하는 캐릭터로 손꼽히고 있다. 최근에는 원작의 긍정 아이콘에서 나아가 페미니스트로서의 면모를 부각한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로 시대를 넘나들며 사랑받고 있다.

 

변화에 대응하는 예술가의 태도

『이갈리아의 딸들』 / 839.82374 B821eKㄱ 

『반 고흐, 영혼의 편지』 / 759.9492 G613AKㄱ 

 

비틀즈 《애비 로드(Abbey Road)》

 

“성에 대한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사회의 흐름을 읽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갈리아의 딸들』은 남성과 여성의 성 역할 체계가 완전히 뒤바뀌어 여성이 사회를 지배하는 가상의 세계 이갈리아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이 책은 피지배 계층의 성(性)은 언제나 부당한 억압에 착취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젠더 이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언론계뿐만 아니라 기업과 학교에서도 젠더 감수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늘어나고 있다. 시대가 변해가면서 개인의 가치관과 인식에도 많은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

 

“그림에 대한 고흐의 열정과 예술에 대한 신념, 삶에 대한 철학 등 그의 이야기가 예술 선배로, 때론 인생 선배로 전하는 말 같아 작업을 시작하기 전 각오를 다질 때 큰 도움이 되었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는 1872년 8월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를 묶은 책이다. 이 책은 우리가 그에 대해 알고 있는 생과 작품에서 더 나아가 그의 불안하고 흔들리는 내면과 예술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37년의 짧은 생애 동안 극적인 삶을 살면서 강렬한 작품을 남긴 반 고흐의 삶과 예술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그들의 신념과 메시지, 도전정신을 떠올리며 트렌드에 발맞추기보다 자신의 신념과 사상을 가지고 좀 더 책임감 있는 메신저가 되어야 함을 느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유행은 더 빨리 흘러간다. 문화예술 역시 시대의 흐름과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잃지 않아야 한다.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밴드이자 비틀즈의 최고의 명반이라 불리는 《애비 로드(Abbey Road)》는 올해 발매 50주년을 맞아 다양한 포맷으로 기념 앨범이 나올 정도로 많은 이들의 추종을 받고 있다. 비틀즈의 노래가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그들의 신념과 메시지, 도전정신 그리고 지금에도 유효한 세련됨이 아닐까.

이 외에도 영화, 전시, 책, 뮤지컬, 연극,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가 추천되었다. 독자들의 추천 콘텐츠를 살펴보며 거대한 세상의 변화 흐름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각자의 처방전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세상의 변화에서, 힘이 되어준 ○○○은?

 

영화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보헤미안 랩소디> <서치> <쇼생크 탈출> <쓰리빌보드> <알라딘> <어바웃타임> <예스터데이> <위대한 쇼맨> <인터스텔라> <인턴> <죽은 시인의 사회> <지상의 별처럼> <토이스토리4> <파드레 파드로네> <판도라> <해리포터 시리즈> 등

 

책 : 『1984』 『82년생 김지영』 『90년생이 온다』 『duty free』 『Ways of Seeing』 『공부열전』 『국가란 무엇인가』 『그리스인 조르바』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나를 채우는 인문학』 『도덕경』 『리스본행 야간열차』 『몬테크리스토 백작』 『몰입』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부의 추월차선』 『부족의 시대』 『사피엔스』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해』 『서양미술사』 『선물』 『신과 함께』 『아주 작은 목표의 힘』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한 너에게』 『어떻게 인생을 살 것인가』 『열한 계단』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 『오베라는 남자』 『있는 그대로 참 소중한 너라서』 『자존감 수업』 『제3의 물결』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지혜를 읽는 시간』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체 게바라 평전』 『총균쇠』 『탈무드』 『핑』 『해골왕』 등

 

뮤지컬 : <라이온 킹> <레베카> <맨 오브 라만차> <명성황후> <마리앙투아네트> <엘리자벳>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쏘왓> <정글라이프>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지킬앤하이드> 등

 

그밖에 : 연극 <친정엄마>,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징비록>, 문화예술교육 체험, 전시나 박람회, 축제, 영화제, 누군가의 댓글, 여행, 유튜브 등

 

< 출처 : 아르떼3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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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