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니 빌뇌브의 ‘듄’ 리들리 스콧의 ‘라스트 듀얼’ 두 거장 감독의 신작 나란히 20일 개봉
영화 <듄>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새로운 거장과 전통의 거장, 미래와 과거. 소설과 실화.20일 나란히 개봉하는 드니 빌뇌브의 <듄>과 리들리 스콧의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두 거장 감독의 일합이라는 점과 더불어 각각 미래와 과거를 배경으로 소설과 실화에 기반해 만들어졌다는 특징을 보인다. 워너브러더스와 디즈니가 제작한 두 영화는 대작답게 상영시간도 155분과 152분으로 엇비슷하다.
제임스 캐머런의 영화 <아바타>(2009) 이후 ‘가장 혁명적인 프로젝트’라고 불리며 기대를 모은 <듄>은, 서기 1만191년 행성 아라키스에서 생명 유지 자원이자 신성한 환각제인 스파이스를 두고 벌어지는 전쟁을 그린 대서사시다. 1965년 프랭크 허버트가 쓴 동명 소설을 원작 삼아 우주의 왕좌에 오를 운명을 타고난 전설의 메시아 폴(티모테 샬라메)이 성장하는 여정을 담았다.
영화 <듄>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모래 언덕’(사구)을 뜻하는 ‘듄’(DUNE)은 모래 행성 아라키스를 의미한다. 사막으로 이뤄진 아라키스는 우주에서 가장 비싼 물질인 스파이스의 유일한 생산지로, 원주민과 점령자 사이에 전투가 끊이지 않는 비운의 땅. 제국의 황제는 귀족들의 지지를 받는, 폴의 아버지가 이끄는 아트레이데스 가문에 위험이 도사린 아라키스를 맡을 것을 명한다. 거대한 군대를 이끌고 아라키스에 도착한 폴의 가문은, 직전까지 이 행성에서 스파이스를 수탈해왔던 또 다른 가문으로부터 불의의 습격을 받는다.
<듄>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빌뇌브 감독은 <그을린 사랑>(2010)으로 주목받은 프랑스계 캐나다인으로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컨택트> <블레이드 러너 2049> 등을 잇따라 연출하며 할리우드 대표 감독 반열에 올랐다. 실사 촬영을 선호하는 그는 <듄>의 사실감과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특수효과를 최소화한 채 요르단·아부다비 사막과 거대한 세트장 촬영 등을 고집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상당 분량을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한 영화는 대서사시에 걸맞게 웅장한 스케일과 화려한 영상미를 보여준다. 거대한 우주선, 잠자리를 닮은 비행체, 드넓게 펼쳐진 모래사막 등의 비주얼이 압도적이다. 빌뇌브 감독은 “<듄>은 대형 스크린에 바치는 러브레터”라며 “이 이야기는 너무 방대해 한편의 영화에 다 담을 수 없었다. <듄>은 내가 찍은 영화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어려운, 거대한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영화 <듄>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화려한 캐스팅도 눈을 즐겁게 하는 요소다. 티모테 샬라메의 외모는 연약함 속에 강인함을 각성해나가는 메시아 폴의 모습 그 자체다. 폴의 어머니이자 사제인 리베카 퍼거슨이나, 폴의 아버지로 출연한 오스카 아이작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가문의 충직한 군인으로 나온 조시 브롤린과 제이슨 모모아, 원주민 리더로 나온 하비에르 바르뎀도 눈길을 끈다. 영화음악의 거장 한스 치머가 만든 음악도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이번 영화가 다룬 내용은 허버트의 6권짜리 소설 중 1권의 절반에 해당한다. 1권의 나머지 절반도 영화화가 거의 확정적이다. 전체 서사의 터를 닦는 도입부에 해당하기 때문에 전개는 다소 느리지만, 묵직한 세계관과 철학적 메시지를 품은 경이롭고 장엄한 우주 대서사시를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큰 만족감을 선사할 법하다. 다만 빠르고 화려한 블록버스터급 액션을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다.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듄>이 상상조차 하기 힘든 8100여년 뒤의 미래가 배경이라면, <라스트 듀얼…>은 야만의 시대였던 14세기 프랑스가 무대다. 부조리한 권력이 위세를 떨치던 그때, 유서 깊은 카루주가의 부인 마르그리트(조디 코머)는 남편 장(맷 데이먼)이 집을 비운 사이 들이닥친 장의 친구 자크(애덤 드라이버)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용서받지 못할 짓을 저지른 자크는 마르그리트에게 침묵을 강요하지만, 마르그리트는 자신이 입을 여는 순간 감내해야 할 불명예를 각오하고 용기를 내 자크의 죄를 고발한다. 권력을 등에 업은 자크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장은 가문과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승리하는 사람이 곧 정의로 판정받게 되는 결투 재판을 요청한다.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여성이 남편의 도움 없이 법적 지위를 가질 수도 없고 불합리한 일을 당해도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시대에 침묵을 거부한 한 여인의 이야기를 실화를 바탕으로 그린 <라스트 듀얼…>은, 스콧 감독의 여성 주체적 서사를 재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그동안 그는 여러 작품을 통해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여성 서사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초기작 <에이리언>(1979)에서는 외계 생명체에 당당히 맞서는 여전사 리플리를 선구적으로 선보이며 강인한 여성 캐릭터를 최초로 탄생시켰다. 또한 세상 밖으로 내몰린 두 여인의 눈부시고 짜릿한 일탈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델마와 루이스>(1991)를 통해 여성 버디무비의 전범을 만들기도 했다.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스콧 감독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더 공감이 간다. 작품을 만들 때마다 책임감을 느낀다. 이 영화에도 아주 강력한 메시지가 들어 있다”고 밝혔다.
<굿 윌 헌팅>(1997)에서 공동 각본을 쓰고 출연해 주연급으로 발돋움한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이 영화에서 다시 공동 각본을 쓰고 출연한 점도 이채롭다.
2021-2학기(10월) 및 중간고사 연장 이용 안내및 추천도서와 주제자료실별 10월 테마도서, 10월 구입 희망 도서 및 전자책(e-book) 신청 안내, 전자책 다독상 및 독서인증 새내기 이벤트, 추천영화(위대한 쇼맨).테마영화(서스펜스), 분야별로 수준별 디지털 맞춤 교육 디지털 배움터, 대전시청미디어센터 10월 온.오프 상설미디어교육 운영, 대전시 제7회 블로그 공모전 '세종 스타트업 위크 2021 in 메타버스- 창업박람회' 등으로 엮어보았습니다.
코로나19로 마땅히 갈 데가 없다보니 영화는 더 땡깁니다. 넷플릭스, 와챠, 워이브와 같은 OTT에는 셀수없을 정도의 많은 영화들이 숨어있죠. 하지만 정작 볼려고하면 무얼 봐야할까, 망설이게 됩니다. 경제를 소재로 한 영화는 어떨까요? 여기, 경제를 소재로 한 영화 세편을 추천 드립니다. 이 영화 놓치면 정말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 금융사의 도덕적 해이의 결말, <발신제한>
영화 <발신제한> 자료:네이버영화
이 영화, 기대하지 않고 봤다가 완전 몰입해서 봤습니다. 코로나19가 없었다면 1000만 관객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은행센터장 성규(조우진)는 딸을 차에 태우고 출발한 출근길에 한 통의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를 받습니다. “지금 당신 차 의자 밑에 폭탄이 설치돼 있다”는 겁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폭탄이 터진답니다. “이게 뭔 개소리”라고 생각하는 순간 회사 후배가 차량이 폭발합니다. 테러범은 44억원의 돈을 입금할 것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44억원이 어디 적은 돈인가요. 어느새 성규는 은행으로부터 계좌를 동결당하고, 딸을 납치한 것으로 몰려 경찰에게도 쫓깁니다. 설상가상 뒤죽박죽인 상황. 결말은 어떻게 치달을까요?
폭탄이 설치돼 있다는 전화를 받은 뒤 앞만보고 달리는 영화, 어디서 봤었죠? 네 <스피드>입니다. 키아누리브스와 산드라블록이 열연했던 그 영화요. 메가폰을 잡은 김창주 감독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군 장병시절 병장을 달고 휴가 나와 집에서 팝콘을 튀긴 뒤 <스피드>를 봤는데 영화가 끝날 때까지 팝콘을 하나도 먹지 못했다”며 “언젠가 영화를 만들면 <스피드>처럼 만들어야겠다. 어디 영화를 보는데 팝콘을 먹어, 화면에서 눈을 못 떼게 만들어야겠다라고 생각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 영화가 왜 경제를 소재로 한 영화냐구요? 세상에 이유 없는 범죄는 없죠. 성규가 6년전 판 금융상품과 관련이 있습니다.
피해 고객 “아니? 마이너스라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은행 직원 “환율이 상한선을 넘어서요. 낙인(Knock-in) 옵션이 적용되어서 시중거래 價(가) 두 배로 팔 수 밖에 없었어요.”
이 상품으로 큰 손실을 본 테러범의 아내는 죽음을 맞습니다. 뱃속의 아이도 함께요.
자료=네이버영화
이 금융상품, 당연히 키코사태가 연상이 됩니다. 키코(KIKO)는 2007년부터 국내 은행들이 수출 위주의 중소기업들에 판매한 환헤지 통화 옵션 상품입니다. 약정환율과 환율 변동 상한과 하한을 정해놓고 환율이 이 범위에서 움직이면 상품을 구매한 기업들은 약정환율로 달러 팔아서 환율 변동에 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율이 정해진 범위(달러당 900원~1050원)를 벗어나게 될 때가 문제입니다. 만약 만기 이전에 환율이 한 번이라도 1050원 이상을 넘어서면 기업들은 현재 환율과 약정환율 차이의 두배를 은행에 지급해야 합니다. 환율이 1200, 1300원으로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기업의 손실이 커집니다. 반면 환율이 900원 밑으로 떨어진다면 키코 계약은 무효가 됩니다.그러니까 기업들은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약세)가 되면 무한대로 책임을 지는데, 은행은 원달러환율이 하락(원화강세)때 책임이 제한됩니다.
2007년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로 떨어지면서 수출기업들의 부담이 커졌습니다. 정부는 원화약세를 유도하기 보다 환헷지 상품가입을 추천했습니다. 당시 저도 재정경제부를 출입했었는데요, 그곳에서 키코라는 상품을 처음 들었을 정도였습니다. 금융파생상품을 장려하는 분위기 속에 은행들도 열심히 환헷지 상품을 팔았습니다. 9.11 이후 미국은 계속 돈을 풀고 있었고요, 원화강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습니다. 정권이 바뀌고 강만수 장관이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왔습니다. 강 장관은 취임전부터 원화약세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환율이 반전되더니 1000원대로 올라섰습니다. 때마침 미국발 금융위기 조짐이 불면서 원화약세는 가팔라졌습니다. 2008년 환율은 1300원에 육박했습니다. 기업들은 은행에 막대한 돈을 배상해야 했습니다. 그 손실 금액만 3조원이 넘었습니다. 이 부담으로 흑자도산하는 기업들도 많았습니다.
2008년 6월 키코 피해 기업들이 키코 약관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했지만 한달 뒤 공정위는 ‘키코는 불공정 계약이 아니어서 약관법상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이후 100여 개의 키코 피해 기업들로 구성된 키코 공동대책위원회가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지만 5년 뒤인 2013년 9월 대법원은 “키코는 불공정 거래 행위가 아니다”며 은행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일부 기업들은 은행들이 상품을 판매할 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인정돼 불완전판매로 배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소수에 그쳤습니다.
■ 끝나지 않은 론스타 악몽, <블랙머니>
영화 <블랙머니> 자료=네이버영화
거침없이 조사하는 검사로 유명하던 양민혁 검사(조진웅)는 자신이 조사하던 피의자가 자살하면서 궁지에 몰립니다. 피의자가 양 검사의 강압조사와 성추행에 시달렸다고 주장하는 문자를 남긴 것이죠. 양 검사는 억울합니다. 그런 적이 없었거든요. 자신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내막을 파헤치다 피의자가 대한은행 헐값 매각사건의 중요 증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산가치 70조원의 대한은행은 해외 사모펀드인 ‘스타펀드’에 1조7000억원에 팔렸습니다. 그런데 말이 안되잖아요. 자산가치 70조원짜리가 ‘단돈’ 1조7000억원에 팔리다니요. 알고보니 이 과정에는 금융감독원이 받은 의문의 팩스 5장이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대한은행 매각에는 이상한 구석이 많습니다. 금감원 뿐 아니라 대형로펌, 고위관료출신까지 얽혀있습니다.
정지영 감독의 영화 <블랙머니>입니다.
이 영화는 론스타사건의 팩션이라고 보면 됩니다. 론스타는 텍사스에 거점을 둔 사모펀드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가 휘청일때 서울시내 주요건물과 극동건설을 사들이며 엄청난 수익을 남기지요. 한국이 미처 사모펀드의 금융기법에 눈을 뜨지 못하던 때였습니다. 백미는 2003년 외환은행 인수였습니다. 론스타는 2012년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매각만으로 4조6000억원이 넘는 차익을 남겼습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해 매각을 하는 9년간 얻은 전체 수익은 8조원에 육박했습니다.
자료=네이버영화
문제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그게 적법했느냐 하는 겁니다. 외환은행은 외환위기 당시 대출해줬던 주요 대기업들이 부실해지면서 동반부실해집니다. 문제는 영화에서도 언급된 5장의 팩스입니다. 당시 은행법은 금융자본만이 시중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허용했는데, BIS자기자본비율 비율이 8% 이하인 금융기관일 경우는 예외였습니다. 그런데 2003년 7월 외환은행측은 2003년 말 BIS 비율을 6.16%로 예상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금감원에 보냈고, 금감원은 이를 근거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해줍니다. 그런데 이 BIS비율이 조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당시에 연루됐던 관료들에 대한 조사가 이어지면서 이른바 론스타게이트로 비화됩니다.
론스타는 사태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론스타는 2007년 HSBC에 외환은행을 팔려고 했는데요, 최종적으로는 매각이 불발됐습니다. 당시 그대로 매각이 됐더라면 추가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며 론스타는 2012년 한국정부를 상대로 5조원 짜리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걸었습니다. 지난해 론스타측은 한국정부에 약 8억7000만 달러(약 9634억원)를 제시하며 협상을 시도했지만 정부는 거절했습니다. 9년을 끌어온 이 소송은 조만간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지난 9월14일 브리핑을 열고 “(론스타와의 국제소송은) 언제든 최종 판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후속 대응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쟁점이 상당히 복잡하고 증거량도 많아 결과를 예단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 국가가 국민을 버린 날, <국가부도의 날>
영화 <국가부도의 날> 자료=네이버영화
마지막 영화로는 김혜수와 유아인, 허준호의 열연이 돋보였던 영화 <국가부도의 날>입니다. 이 영화, 언젠가는 나올 수 밖에 없는 영화였죠. 미국에 1929년 대공황이 있다면 한국에는 1997년 외환위기가 있습니다. 누가 만들어도 만들었을 소재지요.
1997년, 대한민국 최고의 경제 호황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때,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은 한국경제에 큰 위기가 올 것을 감지합니다. 금융맨 윤정학(유아인)은 주변이 심상찮게 돌아간다는 것을 느끼고는 사표를 던지고는 한국경제에 역배팅을 하기로 결심하고, 투자자들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이런 상황을 알 리 없는 중소기업의 사장 ‘갑수’(허준호)는 대형 백화점에 대량납품을 하기로 하고 행복해 합니다. 빚을 빌려 시설을 확장하는 반면 백화점으로부터는 어음을 받은 갑수. 국가부도까지 남은 시간은 단 일주일. 세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이 영화는 개봉당시 기획재정부는 언잖아하는 기색이 완연했습니다. 한은은 겉으로는 무덤덤해 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싫지않은 표정도 감지됐습니다. 논란도 있었지요. 기재부를 너무 무능하게 표현했다는 것과 일개 한은 팀장의 역할을 과장시켰다는 것이지요.
어쨌거나 <국가부도의 날>은 외환위기 그날의 아픈 기억들을 개개인에게 소환시켰습니다. 태국에서 시작된 아시아 환율 불안은 마침내 한국도 전염을 시켰습니다. 정부는 환율을 방어하기위해 외환을 퍼붓지만 외환보유액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국가부도의 위기까지 몰립니다. 한국정부는 IMF에게 구제금융을 받아 위기를 벗어나지만, 그 댓가로 혹독했습니다. 서구사회가 요구하는 요구사항을 거의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그 결과 앞선 금융기법을 가진 외국계 헤지펀드가 들어와 우량기업들이 헐값으로 사고 팔면서 엄청난 수익을 남겨갑니다. 지금도 한국은 아시아의 ATM기라는 조롱을 때때로 받습니다. 아시아권에서 한국만큼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나라도 많지 않습니다.
자료=네이버영화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는 3명의 다른 캐릭터가 나오지요. 한시현 팀장, 금융맨 윤정학, 중기사장 갑수. 저는 사실 갑수에게 눈길이 가장 많이 갔습니다. 외환위기로 갑수는 위기에 몰리지만 누구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갑수가 동생인 한시현 팀장에게 무릎꿇으며 한번만 도와달라고 하는 장면은 참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수십년이 지난 뒤 다시 중기를 운영하는 갑수는 이제 과거의 갑수가 아닙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윽박지르고, 아들에게는 “믿을 것은 자신밖에 없다”는 말을 반복합니다. 사제를 털어 직원들의 월급을 마련하고 이웃에 다정다감하던 그 갑수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외환위기 당시 정부는 국민을 돕지 않았습니다. 돕고싶어도 도울 돈도 없었겠지요. 국민들은 알아서 위기를 견뎌야 했습니다. 실직하고, 주식을 날려먹은 가장들 중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도 많았습니다. 죽거나 살거나, 국민들은 각자도생을 해야 했습니다.
2021년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위태롭습니다. 얼마전에도 자신의 원룸 방을 빼 직원 월급을 주고는 극단적 선택을 한 호프집 사장님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정부는 위기에 빠진 국민들을 이번에는 제대로 돕고 있을까요? 2021년 한국은 대외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나라가 됐고, 외환보유액도 충분합니다. 국민을 돕고 싶어도 도울 수 없었던 1998년의 그 대한민국이 아니라는 얘기지요. 정부가 지출증가를 꺼려해 하는 만큼 개인의 대출은 늘어갑니다. 이번에도 살아남은 사람들만 돈잔치를 하는 일이 반복될까요. 폐업을 막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오늘이 바로 ‘국가부도의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