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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9. 30. 10:04

놓치면 후회할 경제 영화는? 영화.DVD/추천영화2021. 9. 30. 10:04

 

놓치면 후회할 경제 영화는?

 

코로나19로 마땅히 갈 데가 없다보니 영화는 더 땡깁니다. 넷플릭스, 와챠, 워이브와 같은 OTT에는 셀수없을 정도의 많은 영화들이 숨어있죠. 하지만 정작 볼려고하면 무얼 봐야할까, 망설이게 됩니다. 경제를 소재로 한 영화는 어떨까요? 여기, 경제를 소재로 한 영화 세편을 추천 드립니다. 이 영화 놓치면 정말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 금융사의 도덕적 해이의 결말, <발신제한>

영화 <발신제한> 자료:네이버영화

 

이 영화, 기대하지 않고 봤다가 완전 몰입해서 봤습니다. 코로나19가 없었다면 1000만 관객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은행센터장 성규(조우진)는 딸을 차에 태우고 출발한 출근길에 한 통의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를 받습니다. “지금 당신 차 의자 밑에 폭탄이 설치돼 있다”는 겁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폭탄이 터진답니다. “이게 뭔 개소리”라고 생각하는 순간 회사 후배가 차량이 폭발합니다. 테러범은 44억원의 돈을 입금할 것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44억원이 어디 적은 돈인가요. 어느새 성규는 은행으로부터 계좌를 동결당하고, 딸을 납치한 것으로 몰려 경찰에게도 쫓깁니다. 설상가상 뒤죽박죽인 상황. 결말은 어떻게 치달을까요?

폭탄이 설치돼 있다는 전화를 받은 뒤 앞만보고 달리는 영화, 어디서 봤었죠? 네 <스피드>입니다. 키아누리브스와 산드라블록이 열연했던 그 영화요. 메가폰을 잡은 김창주 감독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군 장병시절 병장을 달고 휴가 나와 집에서 팝콘을 튀긴 뒤 <스피드>를 봤는데 영화가 끝날 때까지 팝콘을 하나도 먹지 못했다”며 “언젠가 영화를 만들면 <스피드>처럼 만들어야겠다. 어디 영화를 보는데 팝콘을 먹어, 화면에서 눈을 못 떼게 만들어야겠다라고 생각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 영화가 왜 경제를 소재로 한 영화냐구요? 세상에 이유 없는 범죄는 없죠. 성규가 6년전 판 금융상품과 관련이 있습니다.

피해 고객 “아니? 마이너스라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은행 직원 “환율이 상한선을 넘어서요. 낙인(Knock-in) 옵션이 적용되어서 시중거래 價(가) 두 배로 팔 수 밖에 없었어요.”

이 상품으로 큰 손실을 본 테러범의 아내는 죽음을 맞습니다. 뱃속의 아이도 함께요.

자료=네이버영화

 

이 금융상품, 당연히 키코사태가 연상이 됩니다. 키코(KIKO)는 2007년부터 국내 은행들이 수출 위주의 중소기업들에 판매한 환헤지 통화 옵션 상품입니다. 약정환율과 환율 변동 상한과 하한을 정해놓고 환율이 이 범위에서 움직이면 상품을 구매한 기업들은 약정환율로 달러 팔아서 환율 변동에 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율이 정해진 범위(달러당 900원~1050원)를 벗어나게 될 때가 문제입니다. 만약 만기 이전에 환율이 한 번이라도 1050원 이상을 넘어서면 기업들은 현재 환율과 약정환율 차이의 두배를 은행에 지급해야 합니다. 환율이 1200, 1300원으로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기업의 손실이 커집니다. 반면 환율이 900원 밑으로 떨어진다면 키코 계약은 무효가 됩니다.그러니까 기업들은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약세)가 되면 무한대로 책임을 지는데, 은행은 원달러환율이 하락(원화강세)때 책임이 제한됩니다.

2007년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로 떨어지면서 수출기업들의 부담이 커졌습니다. 정부는 원화약세를 유도하기 보다 환헷지 상품가입을 추천했습니다. 당시 저도 재정경제부를 출입했었는데요, 그곳에서 키코라는 상품을 처음 들었을 정도였습니다. 금융파생상품을 장려하는 분위기 속에 은행들도 열심히 환헷지 상품을 팔았습니다. 9.11 이후 미국은 계속 돈을 풀고 있었고요, 원화강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습니다. 정권이 바뀌고 강만수 장관이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왔습니다. 강 장관은 취임전부터 원화약세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환율이 반전되더니 1000원대로 올라섰습니다. 때마침 미국발 금융위기 조짐이 불면서 원화약세는 가팔라졌습니다. 2008년 환율은 1300원에 육박했습니다. 기업들은 은행에 막대한 돈을 배상해야 했습니다. 그 손실 금액만 3조원이 넘었습니다. 이 부담으로 흑자도산하는 기업들도 많았습니다.

2008년 6월 키코 피해 기업들이 키코 약관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했지만 한달 뒤 공정위는 ‘키코는 불공정 계약이 아니어서 약관법상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이후 100여 개의 키코 피해 기업들로 구성된 키코 공동대책위원회가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지만 5년 뒤인 2013년 9월 대법원은 “키코는 불공정 거래 행위가 아니다”며 은행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일부 기업들은 은행들이 상품을 판매할 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인정돼 불완전판매로 배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소수에 그쳤습니다.

■ 끝나지 않은 론스타 악몽, <블랙머니>

영화 <블랙머니> 자료=네이버영화

 

거침없이 조사하는 검사로 유명하던 양민혁 검사(조진웅)는 자신이 조사하던 피의자가 자살하면서 궁지에 몰립니다. 피의자가 양 검사의 강압조사와 성추행에 시달렸다고 주장하는 문자를 남긴 것이죠. 양 검사는 억울합니다. 그런 적이 없었거든요. 자신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내막을 파헤치다 피의자가 대한은행 헐값 매각사건의 중요 증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산가치 70조원의 대한은행은 해외 사모펀드인 ‘스타펀드’에 1조7000억원에 팔렸습니다. 그런데 말이 안되잖아요. 자산가치 70조원짜리가 ‘단돈’ 1조7000억원에 팔리다니요. 알고보니 이 과정에는 금융감독원이 받은 의문의 팩스 5장이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대한은행 매각에는 이상한 구석이 많습니다. 금감원 뿐 아니라 대형로펌, 고위관료출신까지 얽혀있습니다.

정지영 감독의 영화 <블랙머니>입니다.

이 영화는 론스타사건의 팩션이라고 보면 됩니다. 론스타는 텍사스에 거점을 둔 사모펀드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가 휘청일때 서울시내 주요건물과 극동건설을 사들이며 엄청난 수익을 남기지요. 한국이 미처 사모펀드의 금융기법에 눈을 뜨지 못하던 때였습니다. 백미는 2003년 외환은행 인수였습니다. 론스타는 2012년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매각만으로 4조6000억원이 넘는 차익을 남겼습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해 매각을 하는 9년간 얻은 전체 수익은 8조원에 육박했습니다.

자료=네이버영화


문제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그게 적법했느냐 하는 겁니다. 외환은행은 외환위기 당시 대출해줬던 주요 대기업들이 부실해지면서 동반부실해집니다. 문제는 영화에서도 언급된 5장의 팩스입니다. 당시 은행법은 금융자본만이 시중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허용했는데, BIS자기자본비율 비율이 8% 이하인 금융기관일 경우는 예외였습니다. 그런데 2003년 7월 외환은행측은 2003년 말 BIS 비율을 6.16%로 예상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금감원에 보냈고, 금감원은 이를 근거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해줍니다. 그런데 이 BIS비율이 조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당시에 연루됐던 관료들에 대한 조사가 이어지면서 이른바 론스타게이트로 비화됩니다.

론스타는 사태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론스타는 2007년 HSBC에 외환은행을 팔려고 했는데요, 최종적으로는 매각이 불발됐습니다. 당시 그대로 매각이 됐더라면 추가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며 론스타는 2012년 한국정부를 상대로 5조원 짜리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걸었습니다. 지난해 론스타측은 한국정부에 약 8억7000만 달러(약 9634억원)를 제시하며 협상을 시도했지만 정부는 거절했습니다. 9년을 끌어온 이 소송은 조만간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지난 9월14일 브리핑을 열고 “(론스타와의 국제소송은) 언제든 최종 판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후속 대응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쟁점이 상당히 복잡하고 증거량도 많아 결과를 예단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 국가가 국민을 버린 날, <국가부도의 날>

영화 <국가부도의 날> 자료=네이버영화

 

마지막 영화로는 김혜수와 유아인, 허준호의 열연이 돋보였던 영화 <국가부도의 날>입니다. 이 영화, 언젠가는 나올 수 밖에 없는 영화였죠. 미국에 1929년 대공황이 있다면 한국에는 1997년 외환위기가 있습니다. 누가 만들어도 만들었을 소재지요.

1997년, 대한민국 최고의 경제 호황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때,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은 한국경제에 큰 위기가 올 것을 감지합니다. 금융맨 윤정학(유아인)은 주변이 심상찮게 돌아간다는 것을 느끼고는 사표를 던지고는 한국경제에 역배팅을 하기로 결심하고, 투자자들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이런 상황을 알 리 없는 중소기업의 사장 ‘갑수’(허준호)는 대형 백화점에 대량납품을 하기로 하고 행복해 합니다. 빚을 빌려 시설을 확장하는 반면 백화점으로부터는 어음을 받은 갑수. 국가부도까지 남은 시간은 단 일주일. 세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이 영화는 개봉당시 기획재정부는 언잖아하는 기색이 완연했습니다. 한은은 겉으로는 무덤덤해 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싫지않은 표정도 감지됐습니다. 논란도 있었지요. 기재부를 너무 무능하게 표현했다는 것과 일개 한은 팀장의 역할을 과장시켰다는 것이지요.

어쨌거나 <국가부도의 날>은 외환위기 그날의 아픈 기억들을 개개인에게 소환시켰습니다. 태국에서 시작된 아시아 환율 불안은 마침내 한국도 전염을 시켰습니다. 정부는 환율을 방어하기위해 외환을 퍼붓지만 외환보유액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국가부도의 위기까지 몰립니다. 한국정부는 IMF에게 구제금융을 받아 위기를 벗어나지만, 그 댓가로 혹독했습니다. 서구사회가 요구하는 요구사항을 거의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그 결과 앞선 금융기법을 가진 외국계 헤지펀드가 들어와 우량기업들이 헐값으로 사고 팔면서 엄청난 수익을 남겨갑니다. 지금도 한국은 아시아의 ATM기라는 조롱을 때때로 받습니다. 아시아권에서 한국만큼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나라도 많지 않습니다.

자료=네이버영화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는 3명의 다른 캐릭터가 나오지요. 한시현 팀장, 금융맨 윤정학, 중기사장 갑수. 저는 사실 갑수에게 눈길이 가장 많이 갔습니다. 외환위기로 갑수는 위기에 몰리지만 누구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갑수가 동생인 한시현 팀장에게 무릎꿇으며 한번만 도와달라고 하는 장면은 참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수십년이 지난 뒤 다시 중기를 운영하는 갑수는 이제 과거의 갑수가 아닙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윽박지르고, 아들에게는 “믿을 것은 자신밖에 없다”는 말을 반복합니다. 사제를 털어 직원들의 월급을 마련하고 이웃에 다정다감하던 그 갑수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외환위기 당시 정부는 국민을 돕지 않았습니다. 돕고싶어도 도울 돈도 없었겠지요. 국민들은 알아서 위기를 견뎌야 했습니다. 실직하고, 주식을 날려먹은 가장들 중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도 많았습니다. 죽거나 살거나, 국민들은 각자도생을 해야 했습니다.

2021년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위태롭습니다. 얼마전에도 자신의 원룸 방을 빼 직원 월급을 주고는 극단적 선택을 한 호프집 사장님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정부는 위기에 빠진 국민들을 이번에는 제대로 돕고 있을까요? 2021년 한국은 대외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나라가 됐고, 외환보유액도 충분합니다. 국민을 돕고 싶어도 도울 수 없었던 1998년의 그 대한민국이 아니라는 얘기지요. 정부가 지출증가를 꺼려해 하는 만큼 개인의 대출은 늘어갑니다. 이번에도 살아남은 사람들만 돈잔치를 하는 일이 반복될까요. 폐업을 막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오늘이 바로 ‘국가부도의 날’입니다.

< 출처 : 경향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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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