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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생활자를 위한 시시콜콜 100개의 퀘스트 : 기후와 자연 IQ를 키우는 지구살이 안내서 / 루시 시글

577 S571uKㅇ  자연과학열람실(4층)

 

책 소개

 

 

기후위기, 탄소제로… 그 너머를 그려볼 때
비로소 지구와 공생하는 삶이 시작된다
“지구를 지키자!” 보다는 “지구와 함께하자!”고 제안하는우리 행성에 관한 듣도 보도 못한 100개의 질문

 

“지구와 진짜 친구가 되기 위한 길에 들어선 것을 환영합니다!” 이 책의 저자 루시 시글이 건네는 첫 문장에 ‘친구? 지구랑? 갑자기?’ 하는 의문으로 좀 오글거린다면, 임자를 제대로 만났다. 저자 말마따나 이 책을 집어 든 호기심과 선의만으로 독자들은 ‘대박 행성 지구’와 ‘절친’이 된다는 것의 진짜 의미를 탐색해볼 흥미진진한 행운을 만난 셈이다.

그저 ‘기후변화’라 치부한 일이 어느새 ‘기후위기’가 되고 이젠 ‘기후비상’ 사태로 여겨지는 오늘날. 예상을 뛰어넘는 재난이 어떻게 눈앞에 닥칠지 몰라 누구나 걱정하지만, 또 탄소 배출과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도 알지만, 거대한 흐름은 거스를 수 없고 막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너무 미약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베테랑 기후문제 전문 저널리스트이자 환경문제 활동가인 저자도 그 두려움을 고스란히 겪었다. 그리고 불안을 넘어서기 위해 다양한 글과 방송과 행동으로 분투하는 과정에서, 이 첩첩의 위기에 대처하려면 더 많은 사람과 ‘지구와 좋은 친구로 지내는 법’을 공유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금 우리에겐 혼란과 비관보다는 긍정과 최선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배운 것을 이해하고 이해한 것을 사랑하며 사랑하는 것을 보호한다”는 자크이브 쿠스토의 말도 큰 영감을 주었다.

《지구생활자를 위한 시시콜콜 100개의 퀘스트》는 총 10개 단계 100개의 퀴즈로 구성된다. 각 단계는 지구 환경에 관심이 있다면 들어봤음 직한 주제를 다루는데, 반면 100개 퀴즈는 ‘친구라면 이 정도 TMI는 필수’라는 듯 듣도 보도 못한 내용이 가득하다. 난이도는 만만치 않지만, 퀴즈 형식을 택한 이유는 소박하다. 많은 사람이 재미있게 풀어보며 더 잘 기억해주길 바라서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지구라는 큰 그림을 완성해내는 과정이 사뭇 뭉클하다.
전반 다섯 단계는 지구 자연환경을 살펴보는 데 주력했다(전 세계 대부분 과학자가 동의하듯이 기후위기란 자연 문제와 분리할 수 없으므로). 숲과 바다와 다양한 동식물 등 우리가 뭉뚱그려 알았던 생물권의 구석구석을 태곳적부터 들여다보면서 지구 공동생활자들의 삶을 밀착 탐색한다. 거대하고 촘촘한 자연의 경이로운 네트워크를 만날 수 있다. 후반부에는 이러한 지구의 자연적 작동 원리인 ‘순환 시스템’에 기초를 두고 인류가 어떻게 지구와 공존하는 삶을 살 수 있을지 모색한다. 순환경제, 제로웨이스트, 업사이클링, 리와일딩 등 미래를 지향하는 지구사랑 움직임의 현주소를 만날 수 있다.

낯설어서 더욱 승부욕을 자극하는 신선한 100개의 퀴즈를 통해 독자들은 지구와 친해지는 기쁨을 누려볼 수 있을 것이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면서 많은 독자가 지구 공동생활자로 거듭나고픈 의지를 되새기고, 책을 덮은 뒤 진정한 지구살이를 지속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출판사 서평

 

‘지구와의 공존’이란 무엇일까?
지구를 보호한다는 수사학을 넘어
진정으로 지구와 가까워지는 낯설고도 신선한 100개의 질문들!

☑ 상공 1만 1,300미터부터 해저 1만 1,100미터까지 지구를 둘러보며 키우는 ‘지구 감수성’
☑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활발히 정보와 영양분을 주고받는 숲의 네트워크 들여다보기
☑ 탄소와 영양분을 배설해 바다의 생산력을 높여주는 ‘크릴’ 등 숨겨진 영웅들 소개

항상 우리 곁에 있으며, 일생 우리의 든든한 친구가 되어주는 존재는 무엇일까? 새삼스럽지만 다름 아닌 지구다. 하지만 익숙한 것에 자칫 무관심하듯, 지구는 많은 지구인에게 잊히고 방치된 것만 같다. 이제 다시 관심을 환기하고 지구와 친구 되는 과정에 첫발을 내디뎌보면 어떨까? 이 책은 그렇게 ‘환경 감수성’과 비슷해 보이지만 살짝 다를 ‘지구 감수성’을 제안한다. 지구의 상공부터 바닷속 깊은 곳까지 생생하게 들여다보면서, 그곳에서 살아가는 지구 공동생활자들의 삶을 되짚어보면, 우리 인간이 어떤 미래를 꿈꿔야 할지 보이리라는 것이다.
퀴즈의 형식으로 지구에 재밌게 접근해보자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색인데, 우선 지구의 다채로움을 들여다봄으로써 부담을 덜고 친구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만끽해보자는 취지다. 이러한 접근법은 기후위기라는 문제 원인과 탄소제로라는 해결 방식의 도식을 넘어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지구의 모습은 어떠한지 그릴 수 있도록 희망의 지평을 열어준다.
퀴즈의 점수를 따라 현 위치를 점검해보고 무엇이 더 필요한지 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익하다. “녹는 속도가 워낙 빠르고 해수면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쳐 ‘지구 종말의 날 빙하’라고도 불리는 빙하의 진짜 이름은?” “남아공에서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2000~2010년 사이에 밀렵꾼들에게 죽임을 당한 코뿔소는 몇 마리일까?” “냉장고, 텔레비전, 스마트폰, 전기주전자 가운데 무엇이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할까?”와 같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고, 꼭 알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 법한 의외의 생경한 질문들도 많다. 하지만 시시콜콜하게 대화를 나누며 상대를 하나하나 알아가듯, 100개의 퀴즈를 다 풀고 나면 모호했던 지구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지며 어느새 애틋하기까지 할지도 모른다.

예로, 생물다양성은 환경 논의에서 늘 빠지지 않지만, 많은 경우 구체적으로 지구에 어떤 생물이 살아가고, 이들이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는 모른 채 넘어간다. 2021년 미국에만 22종이 멸종했다는 공식 발표가 있었고, 현재 지구에서 생물다양성 보존도가 가장 회복이 어렵다는 스톡홀름복원력센터의 분석도 있었는데, 유엔의 아이치 생물다양성 목표는 수립된 2010년부터 단 하나도 달성되지 않았다. 이런 허점은 생물다양성이 단순 개념으로만 받아들여질 뿐, 실제 지구 공동생활자를 인식하는 단계까진 나아가지 못해 발생한다. 이 책이 말하는 ‘지구생활자’가 인간과 비인간동물, 이들의 터전이 되는 생물권까지 포함하는 개념인 만큼, 단순 지구인에서 지구생활자로 나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이해할 수 있을 테다.


선진국의 과소비 문화, 의심해본 적 없는 풍요로운 식단
익숙함에 가려졌던 현실의 기묘한 자연 파괴 행동들
〈진정한 비용〉 프로듀서, 〈더 원 쇼〉 지구 리포터가 전하는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

☑ 연간 생산되는 의류 절반이 소각되거나 매립 처리되어 쓰레기로 버려지는 현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34%를 차지하는 비효율적 푸드 시스템
☑ 미국에서만 하루에 1억 2000만 평 넘게 파괴되는 열대우림

저자인 루시 시글은 일반 가정집의 쓰레기통을 들여다보며 플라스틱 성분을 분석하는 일부터, 지하 하수도에 들어가 팻버그를 직접 마주하는 일까지 누구보다 현장에서 지구의 실태를 직관하며 대중에게 지구의 모습을 낱낱이 소개하고자 발 벗고 나서왔다. 저자는 방글라데시와 인도의 의류 생산 지역을 방문했던 경험을 공유하기도 한다. 대량생산 체제에 맞춰 품질과 관리 감독이 느슨해지면서 일명 ‘부자’ 나라에서 유행하는 색으로 염색 공장 앞 강물이 물들었던 상황을 말이다.
또한 지구에 해로운 걸 알면서도 점점 더 물건에 집착하는 기묘한 현실, 즉 산업화 국가의 컨슈머리즘을 비롯해 80조인분이 생산되지만 그중 6분의 1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음식 산업 구조, 선진국에 특히나 치중된 엄청난 쓰레기발자국 등, 익숙해서 더욱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던 일상의 탄소발자국을 하나하나 추적해나간다.

저자는 특히 소비가 필연적으로 남기는 탄소발자국 비용을 선진국이 아닌 개발도상국이 지불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이는 곧 개인의 소비 습관뿐만 아니라, 지구 공동 시민으로서의 공정한 책임, 생산과 소비의 시스템 문제로까지 확장된다. 현재 선진국의 소비 상품 대부분은 개발도상국에서 생산되고, 그 과정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도 개발도상국이 처리한다. 우리가 이토록 쓰레기와 과소비 문제에 무관심한 이유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생활자란 자신만이 아닌 공동체의 더 나은 삶을 변화의 목표로 삼는 바, 당연하게 유지해왔던 우리의 소비 습관이 지구에 어떤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지를 알 때 삶을 개선할 의지까지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달리, 넓게, 새롭게 보며 공존의 상상력을 키우다
지구와 관계를 재정비하고 새로운 지구를 상상하는
모두를 위한 지구살이 안내서!

 

☑ 재활용했다고 생각한 플라스틱, 의류, 장난감… 과연 얼마나 재활용될까?
☑ 한 번 쓰고 버려질 수밖에 없는 ‘다운사이클링’ 시스템, 과연 현재에도 유효할까?☑ 순환경제, 업사이클링 디자인, 리와일딩 등 지구 곳곳에서 펼쳐지는 움직임들

‘지구살이’란 지구를 종종 생각하며 플라스틱 덜 쓰기 같은 친환경 실천을 하는 의미에 머무르지 않는다. 지구를 바라보는 프레임부터 바꾼다는 뜻을 내포한다. 그간 많은 이가 몰라서 지구에 이기적인 부탁을 해왔다면, 지구와 친구가 된 지금은 지구를 넓게, 다르게 바라봄으로써 말뿐이 아닌 진정한 ‘더 나은 삶’이란 무엇인지를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산업 체계를 돌아보자면, 저자는 자본주의 시대에 권장되었던 ‘선형경제’가 자연 위기의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고 말하며, 실제 지구 곳곳에서 대안으로서 ‘순환경제’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여기서 ‘순환’이란 지구가 살아온 방식에 맞춰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것이 버려지지 않고 순환하도록 디자인·재사용한다는 의미이다. 궁극의 목표는 이 사회를 움직이는 시스템의 변화시키는 일이니 일상의 실천에서도, 사회에 요구할 때에도 토대를 순환 시스템에 두자는 말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우선 저자 특유의 유쾌함이 부담 없이 환경 논의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하거니와, 순환이라는 지구의 기본 작동 원리에 관한 이해에 약간의 상상력만 쌓여도 변화는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렌트 더 런웨이’ 같은 명품브랜드 대여 서비스나, 계획적 구식화(소비자가 새 제품을 소비하게끔 기업이 상품을 개발할 때 일부러 수명을 짧게 제한하는 것)에 대항해 영국, 프랑스, 미국 등에서 시작된 ‘수리할 권리’ 운동 등을 예시로 든다. 이처럼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도 상상해보지 않은 해결책들이 아직 많을 것이다. 지척의 지구가 아니라 더 넓은 지구를 다르게 바라볼 수 있을 때 저자가 말한 대로 “창조적이면서도 전략적인 아이디어가 샘솟기 마련”이다.

〈지구생활자를 위한 시시콜콜 100개의 퀘스트〉는 이제 환경 감수성을 넘어 지구 감수성으로 나아가자고, 에코 프렌들리를 품는 지구 프렌들리까지 생각해보자고 제안하는 책이다. 친구에겐 뭐든 좋은 것을 해주고 싶듯이, 지구와 점점 가까워질수록 자연스럽게 지구를 위한 삶을 살고 싶어질 테니 말이다.

 

목차

 

머리말 지구의 진짜 친구가 된다는 의미: ‘지구를 지켜라’와 ‘지구를 이해하자’의 차이


1단계 플래닛 하이프에 입장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Q. 내 친구 지구를 소개합니다: 알수록 궁금한 우리 행성 이모저모

2단계 인류세에서 홀로세로: 돌아가시겠습니까?
Q. 인류세 범인 수색 작전: 지구의 과거에서 미래까지

3단계 지구 공동생활자와 팀을 결성하시오
Q. 함께일수록 풍요롭다: 크릴새우부터 코뿔소까지

4단계 경이로운 숲의 네트워크로 들어가보자
Q. 지구가 사랑했던 모든 나무들에게: 산을 거닐며 버섯과 만나다

5단계 침입자들을 돌파하고 대양을 무사 횡단할 것
Q. 언제까지 바다가 푸를까?: 블루 액셀러레이션에 브레이크를 걸다

6단계 컨슈머리즘 탈출 대모험
Q. 소비주의를 권장하는 기묘 사회: 과다 소비를 무찌르자!

7단계 웨이스트랜드 청소 작전
Q. 쓰레기 섬 격퇴: 플라스틱은 바다 생물이 될 수 없어

8단계 순환경제를 타고 지구 한 바퀴
Q. 정의로운 공존을 향해서: 행동에 책임을 지는 공동 시민

9단계 탄소 배출 없이 지구와 함께하는 브런치
Q. 생태식품으로 레벨 업: 모두를 살리는 음식을 찾아서

10단계 함께하는 여행은 끝나지 않아!
Q. 지구와 절친 되기: 더 나은 ‘우리’를 향한 도약

맺음말 작은 실천을 습관화하는 지구생활자: 당신은 이미 잘 해내고 있다

참고자료

 

 

< 내용 출처 : 교보문고 > 

:
Posted by sukji

 

 

가속을 멈춰라, 달팽이처럼 기어서 가자

 

 

탈성장 진영의 상징인 달팽이의 겉껍데기는 한 바퀴 더 자라면 16배 커진다. 그래서 일정 크기에 이르면 달팽이는 몸을 더 키우지 않는다. 경제의 성장도 그래야 한다는 게 탈성장론이다. REUTERS 연합뉴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내의 식료품점에선 2020년 말부터 다소 독특한 영수증을 볼 수 있다. 제품 가격 표시에 탄소발자국, 토지 영향, 공정임금 같은 항목이 추가됐다. 암스테르담 시민 예니퍼르 드라우인(30)이 한 매장에서 고른 호박 영수증에도 낯선 항목들이 보였다. 킬로그램(㎏)당 6유로센트의 탄소발자국, 농업의 토지영향세 5유로센트, 공정임금 4유로센트. 드라우인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과의 인터뷰에서 “이것들은 모두 평소 아무도 지급하려 하지 않거나 인식조차 못하는 우리 일상에 추가되는 비용”이라고 말했다. 암스테르담시가 도입한 이른바 ‘진가제’(True-price Initiative)다. 시민의 일상이 무엇에 기반했는지 쉽게 알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도넛 경제’ 채택한 도시가 늘고 있다

 

암스테르담시 정부는 2020년 4월 코로나19 회복 전략이자 정책 기준으로 ‘도넛 경제’ 모델을 채택했다. 식료품 영수증에 탄소발자국을 표기하고, 모든 건설 프로젝트에서 지속가능성을 중심에 둔다. 건축 자재엔 ‘재료 여권’을 적용해 철거 때 재사용한다. 계단이나 창문에 쓰인 자재가 만들어지고 쓰인 이력을 기록해놓고 나중에 건물이 철거된 뒤 내용연수가 남은 자재를 재활용하는 것이다. 또 시정부가 직접 고장 난 노트북을 수거해 수리한 뒤 나눠주거나 옷수선점을 운영한다. 도시 내 모든 물자에 순환경제 원칙을 적용해 환경과 자원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배제를 줄인 시민의 ‘좋은 삶’(Well-being)을 보장하는 것이 목표다.

 

도넛 경제 모델은 덴마크 코펜하겐과 벨기에 브뤼셀, 뉴질랜드 더니든, 캐나다 너나이모 등이 채택했거나 검토 중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0년 출간한 책 <렛 어스 드림>(Let Us Dream)에서 도넛 경제가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는 바티칸의 고민에 도움을 줬다며 “팬데믹 관점에서 경제에 대한 새로운 사고가 필요했다”고 언급했다.

도넛 경제는 이른바 ‘탈 성장’(Degrowth) 진영에서 제출한 여러 정책 대안 중 가장 유의미한 것으로 평가된다. 영국 옥스팜의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가 만든 것으로, 레이워스는 같은 이름의 책을 2017년 펴냈다. 국내에선 2018년 번역돼 나왔다. 도넛 경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전세계 주요 도시의 네트워크인 C40이 레이워스에게 정책모델로 개발을 요청해 만들어지기도 했다.

 

도넛 경제의 개념도는 바깥과 안쪽에 두 개의 원이 있어 도넛 모양이다. 바깥 원은 자연적 한계, 안쪽 원은 사회적 기초를 뜻한다. 인류 활동이 이 두 원 사이, 즉 도넛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바깥 원인 자연적 한계는 9개 지표로 측정한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책임자인 요한 록스트룀이 2009년 만든 지표다. 해양 산성화, 기후변화, 오존층 파괴, 대기오염, 생물다양성 손실, 토지 개간, 담수 고갈, 질소·인 축적, 화학적 오염이다. 안쪽 원은 인류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평등과 자유, 정의가 보장되도록 하는 12개 지표를 적용했다. 보건, 교육, 소득과 일자리, 평화와 정의, 정치적 발언권, 사회적 공평성, 성평등, 주거, 각종 네트워크의 접근권, 에너지, 물, 식량이다. 2015년 유엔이 ‘지속가능 발전목표’에 적시한 우선적 과제에서 도출한 것들이다. 이것이 최소한도로 보장되는 수준에서 다시 자연적 한계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게 도넛 모델의 기본 취지다. 탄소발자국을 표기한 영수증 등 암스테르담의 시책도 이런 취지를 따른다.

 

중요한 건 크기가 아니다

 

도넛 경제가 부상한 데는 당면한 기후위기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파리기후협정에 따른 1차 목표(온실가스 2010년 대비 45% 감축) 시한이 불과 8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지구상 온실가스는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부정적 전망도 많아졌다. 세계경제포럼은 2023년 1월 발간한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서 ‘향후 10년간 인류를 위협할 문제’로 기후 완화(Mitigate) 실패를 1위로 꼽았다. 2위는 기후 적응(Adaptation) 실패, 3위는 극단기후다. 위협할 문제로 모두 ‘기후’를 꼽았다.

조사에 응한 1천 명의 세계 각 분야 전문가들은 파리기후협정에서 제시한 지구 기온 상승폭 1.5도 선을 지키려는 인류의 노력이 향후 10년 내 결국 실패할 것으로 봤다. 그도 모자라 변화한 기후에 적응하는 것조차 실패하며, 일상이 된 극단기후에 인류가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 것이다. 결국, 현 상황이 매우 비관적이라는 것이다.

 

영국 옥스팜의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 레이워스가 만든 도넛 경제 모델은 탈성장 진영에서 제출한 여러 정책 대안 중 가장 유의미한 것으로 평가된다. 레이워스는 같은 이름의 책을 2017년 펴냈고 국내엔 2018년 번역돼 나왔다. DEAL 제공

 

‘기후가 아니라 체제를 바꾸자’(System Change, Not Climate Change). 십수 년째 이어진 세계 기후정의운동에서 반복되는 구호 중 하나다.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도 2019년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 연설에서 “어떻게 감히 당신들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하나도 바꾸지 않고 기술적인 해결책만으로 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척하냐?”고 물었다. 위기의 근본 원인은 결국 인류 공동체가 먹고사는 방식 그 자체, 즉 ‘체제’에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시민사회단체 연대기구 성격으로 만들어진 한국의 ‘기후위기비상행동’도 2021년 국회에 기후정의기본법 제정을 요구하며 “기후위기 대응과 기후정의 실현을 중점에 두는 방향으로 사회경제체제를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장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탈성장의 고민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

 

고민의 바탕에는 근본적으로 닫힌계라는 지구가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케네스 볼딩은 ‘우주선 지구호의 경제학’(1966년)에서 “지구를 일종의 우주선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했다. 지구 밖은 에너지의 원천 태양을 제외하면 어둠뿐이다. 인류의 경제활동 규모가 행성 내 모든 생명체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커졌으니, 이제 그 크기의 적정함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장을 멈추거나, 더는 성장에 연연해하지 말자는 것. 탈성장 진영의 상징인 달팽이가 그렇다. 달팽이의 겉껍데기는 한 바퀴 더 자라면 16배 커진다. 그래서 일정 크기에 이르면 달팽이는 몸을 더 키우지 않는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그렇다. 성체가 되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중요한 건 크기가 아니니까. 경제의 성장도 그래야 한다는 게 탈성장론이다.

이때 저량(Stock)과 유량(Flow)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욕조 안 물을 생각하면 쉽다. 순간순간 달라지는 수위가 저량이다. 틀어놓은 수도꼭지에서 욕조로 흘러드는 물의 양과, 다시 배수구로 빠져나가는 양의 차이가 유량이다. 우린 주로 당장 눈에 보이는 저량만 생각한다. 저량이 계속 느는 게 성공이자 행복이었다. 하지만 욕조 안 물은 끊임없이 새로 유입되고 배출된다. 유량이 지나치게 많거나 적으면, 욕조 안 물도 언젠가 넘치거나 사라진다. 지구 생태계 내에서 이뤄지는 인류의 경제활동도 마찬가지다. 인류의 경제는, 인류가 가져다 쓰고 버리는 원재료와 폐기물을 지구 생태계가 재생하고 흡수하는 수준 내에서 제한돼야 한다. 건강한 신체를 위해 몸에 들고 나는 에너지의 균형을 맞춰야 하듯이.

 

IPCC 보고서에도 등장한 탈성장

 

그러나 지난 20세기 인류는, 그전 천 년 동안 사용한 에너지의 10배를 한 세기 만에 썼다. 18세기까지 인류의 경제 규모는, 해마다 0.05% 정도만 성장했을 뿐이다. 인구가 조금씩만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1950년대부터 해마다 3.7%씩(1950~2010년) 커졌다. 인류 역사에서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미국의 기후학자 윌 스테픈은 이를 ‘거대한 가속’이라 불렀다. 탈성장은 인류가 지구 생태계에서 마구 가져오고 내뱉은 물질과 에너지의 흐름을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탈성장은 조금씩 주요 담론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관한 한 가장 과학적 권위를 갖는 조직인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보고서에도 탈성장이 등장했다. IPCC 산하엔 세 개의 실무그룹이 있는데, 인문사회과학자들이 참여한 2·3실무그룹이 2022년 발간한 보고서(6차)에서 처음 탈성장이 언급됐다.

 

김현우 탈성장과대안연구소 소장은 “IPCC의 지난 5차 보고서(2014년)가 인간의 책임과 닥쳐올 위험에 초점을 맞췄다면, 6차 보고서는 처음으로 시스템 전환의 필요를 다뤘다. 주로 수요 측면, 흡수원에 대한 내용이 늘었는데 그러면서 탈성장이나 식민주의, 자본주의, 권력관계를 처음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경제를 성장시키지 않거나 탈성장, 혹은 포스트성장을 하는 접근법만이 2도 이하의 기후 안정화에 도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을 (일부 연구가) 확인했다”고 말한다. 다만 IPCC 6차 보고서의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에는 이런 내용이 빠져 있다.

 

이런 주장에 자연스러운 반응이 있다.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냐’는. 물론 넓은 범위의 탈성장 진영이 내세우는 주장에는 산업문명 자체를 부정해야 한다는 것도 있다. 하지만 핵심 주장은 아니다. 탈성장론은 지금까지 끊임없이 성장을 추동해온, 국내총생산(GDP)으로 대표되는 성장중심주의의 한계가 뚜렷하니(기후위기) 이를 인간과 지구 생태계 모두에 좋은, 새로운 체제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탈성장의 핵심 개념은, 탈성장론자인 독일의 경제사학자 마티아스 슈멜처가 말한 ‘사적 충분성’과 ‘공적 풍요로움’이란 말에서 잘 드러난다. 개인은 ‘과시적 소비’에 집착하지 않고 기본적 필요를 채우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관점으로 삶의 태도를 바꾼다(사적 충분성). 그리고 동시에 넘치는 재화와 서비스를 공유자원으로 만들어 더러 부족할 수 있는 개인의 필요를 보완한다(공적 풍요로움). 결국 지구로부터 가져오는 에너지와 물질을 낭비하지 않고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중요한 건 생산과 소비의 균형

 

실제 지금도 많은 영역에서 엄청난 규모의 낭비가 발생한다. 섬유산업만 놓고 보면, 현재 운영하는 지구상 모든 섬유 재료의 12%는 생산과정에서 버려지거나 유실된다. 73%는 소비 뒤 매립되거나 소각되고, 단 1% 미만이 새 옷을 만드는 데 다시 쓰인다. 글로벌 패션산업은 전세계 온실가스의 2%를 배출한다. 날마다 쌓이는 막대한 양의 음식물도 그렇다. 세계 인구의 13%가 영양실조 상태지만, 정작 전세계 식량 공급량의 3%만으로도 이들의 배고픔을 덜 수 있다. 세계 식량의 30~50%가 유통 과정에서 버려지거나 쓰레기로 사라지지만, 먹지 않는 음식 10%만으로 지구상 굶주림을 해소할 수 있다. 문제는 분배와 낭비에 있다. 계획적 진부화, 과시적 소비 등이 다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생태주의 사상가이자 <녹색평론>의 발행·편집인이던 김종철 전 영남대 교수도 유작이 된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2019년)에서 이렇게 강조한다. “건강한 경제가 유지되자면 중요한 것은 생산력의 크기나 경제 규모나 1인당 국민소득 따위가 아니다. 생산과 소비의 균형이다. 생산·유통·소비 과정이 사이클을 그리면서 원활하게 돌아갈 때 경제는 안정성을 유지하고 사회는 평화로워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영국의 생태경제학자인 허먼 데일리는 인류가 쓰는 에너지와 물질의 처리량을 통제하자는 제안을 한다. ‘처리량’이란 인간의 경제와 지구 생태계 사이 오가는 에너지·물질의 유량을 1년 단위로 정리한 것인데, 이를 확인해 관리하자는 것이다. 실제 생태경제학자들이 이미 관련 지수를 개발했고, 유럽 통계국 등은 해마다 ‘물질흐름계정’(Material Flow Account)을 작성한다. 이 계정에선 국내에서 추출하거나 외국에서 수입한 에너지·물질의 총량과 함께, 쓰이고 난 뒤 대기와 흙 속으로 배출된 배기가스, 어딘가에 흩어지고 축적된 것, 수출된 것의 양을 확인할 수 있다. 추출되고 수입된 물질의 총량은, 배출되고 흩어지고 축적되고 수출된 물질의 총량과 같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전경. 암스테르담은 2020년 4월 코로나19 회복 전략이자 정책 기준으로 ‘도넛 경제’ 모델을 채택했다. 식료품 영수증에 탄소발자국을 표기하고, 모든 건설 프로젝트에서 지속가능성을 중심에 둔다. REUTERS 연합

 

문제는 ‘우리를 오직 성장으로 추동하는 숫자’, GDP다. 1949년 미국을 시작으로 각국이 도입한 GDP는 꾸준히 그 한계를 지적받았다. 1972년 로마클럽이 발간한 보고서 <성장의 한계>를 공동 집필한 미국의 환경학자 도넬라 메도스는 GDP를 두고 “인류가 찾아낸 가장 어리석은 목표”라 했다. 존 F. 케네디의 동생이자 미국 법무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케네디는 “GDP는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측정한다”고 했고, GDP 개념을 만든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사이먼 쿠즈네츠조차 “국민소득(GDP를 의미)이란 한 국가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만 포착한 것”이라 했다. 그는 “여기에는 일상생활에서 사회와 가정 경제가 스스로를 위해 생산한 어마어마한 가치의 재화와 서비스가 모두 빠져 있다. 국민소득이란 지표로 한 나라의 후생을 추론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1934년 쿠즈네츠가 미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 ‘국가 수익, 1929~1932’)며 GDP 맹신을 경고했다.

 

인류가 찾아낸 가장 어리석은 목표

 

그래서 대안지수가 꾸준히 요구됐다. 특히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본격화됐다. 부탄은 2008년 헌법에 GDP 대신 국민총행복지수(GNH)를 정부의 성취 목표로 명시했다. 아이슬란드도 2019년 GDP보다 ‘좋은 삶’에 초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대안지수는 이미 많이 개발됐다. 생태발자국, 참진보지수, 인간개발지수, 환경성과지수, 행복지수 등이 대표적이다. 계산 방식을 보면 GDP의 한계가 또렷하다. GDP는 오염이 생성되고 정화될 때 두 번 다 증가한다. 반면 참진보지수(GPI)는 오염이 발생하면 줄어든다. 빈곤 등 사회 부정 요인도 그렇다.

 

기후위기가 본격화하면서 탈성장은 점차 주목받는다. 막연하고 공상적인 단계에서 실질적 대안으로 떠오른다. 탈성장론자인 프랑스 경제학자 세르주 라투슈 파리11대학 교수는 탈성장이 “과잉소비로 비만의 위협에 노출된 시대에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검소한 생활을 선택하는 치료법”이라면, 경기침체는 “기아로 죽게 될 가능성이 있는 강요된 다이어트”라고 비유했다. 김현우 소장은 “탈성장은 하나의 청사진이나 지침이 아닌 초대장으로, 여러 색깔과 방식이 있을 수 있다. 함께 가감 없이 토론하고 자극하고 구체적 대안을 모색하고 시도하려는 초대다. 탈성장으로 세계를 통일하는 게 목표가 아닌, 여러 대안의 모자이크로 성장중심주의를 상대화하고 비판하는 게 주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참고 자료

<도넛 경제학>, 케이트 레이워스 지음, 홍기빈 옮김, 학고재, 2018

<기후를 위한 경제학>, 김병권 지음, 착한책가게, 2023

정책이론지 <보다 정의> 7호, 정의당 정의정책연구소, 2023

<탈성장 쫌 아는 10대>, 하승우 지음, 방상호 그림, 풀빛, 2021

다큐멘터리영화 <성장이라는 거짓말>, 피에르 스미스 카나, 2020

 

[탈성장 사전] 도넛 경제란?


도넛 경제: 영국 옥스팜의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가 만든 것으로, 각각 자연적 한계(바깥쪽)와 사회적 기초(안쪽)를 뜻하는 두 개의 원으로 그린 도식으로 설명된다. 인류 활동이 이 두 원 사이, 도넛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탈성장 진영에서 제출한 여러 정책 대안 중 가장 유의미한 것으로 평가된다.

탈성장(Degrowth): ‘성장 지양’, 혹은 ‘적정 성장’으로도 번역된다. 도넛 경제 말고도 생태경제학자인 허먼 데일리가 주창한 ‘정상상태 경제’, 탈성장 국제회의에서 2018년 만들어진 ‘좋은 삶 경제동맹’(WE-ALL·Well-being Alliance)이 제안한 정책과 실천 방안도 관심받는다. 자본주의 자체를 극복해야 한다는 생태사회주의적 견해도 있다.

사적 충분성(Private Sufficiency)과 공적 풍요로움(Public Abundance): 개인은 기본적 필요를 채우는 것만으로 충분하며, 넘치는 재화와 서비스를 공유자원으로 만들어 부족할 수 있는 개인의 필요를 보완하는 제안. 공적 호화로움(Public Luxury)이라 말하기도 한다.

계획적 진부화: 상품 판매를 촉진하려 기업이 기존 상품을 일부러 쉽게 고장 나게 하거나 노후화하는 일.

참진보지수(GPI): 국내총생산(GDP)의 대안 지수 중 하나. GPI=Cadj+G+W-D-S-E-N로 계산한다. 소비(Cadj)와 자본(G), 복지(W)는 더하고 개인의 방어적 지출(D), 사회적 자본에 부정적 활동(S), 환경 악화 비용(E), 자연 자본에 부정적 활동(N)은 뺀다. 이렇게 계산하면, 지속해서 증가하는 GDP와 달리 GPI는 계속 머물러 있다.

 
 
 
 
< 출처 : 한겨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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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전쟁, 참사…긴 터널 속 10권의 길잡이 ② 번역서

 

 

그래픽 동혜원 hwd@hani.co.kr, 게티이미지뱅크
 

‘역대 최악의 대선’과 정치의 실종, 끝날 듯 끝나지 않는 팬데믹, ‘세월호’를 겪고도 또다시 마주한 사회적 참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꺾어놓은 세계 평화와 공존의 비전, 갈수록 수위를 높여가는 미중 갈등과 언제 내려앉을지 몰라 위태로운 세계 경제, 코앞에 닥친 기후 위기에도 끝없이 유예되는 대응….

여지껏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면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온 듯합니다. 문제는 고개를 돌려봐도 그 터널이 여전히 우리 앞으로 뻗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간절한 바람과 달리 ‘전환’은 그리 쉽게 오지 않을 듯합니다. 터널의 한가운데, 2022년 끄트머리에 서서 ‘올해의 책’ 스무 권을 꼽아봅니다. 한 해 동안 <한겨레> 책지성팀이 여러분께 소개하기 위해 꾸역꾸역 읽어낸 책들 가운데 국내서 10권과 번역서 10권을 골랐습니다.

 

저 끝에서 손짓하는 불빛까지는 못 되겠지만, 터널을 지나는 여러분의 머리에는 냉기를, 가슴에는 온기를 불어넣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봅니다.

 

 

신자유주의 이후, 국가가 돌아온다

 

거대한 반격 : 포퓰리즘과 팬데믹 이후의 정치 / 파올로 제르바우도 / 다른백년

320.5 G361gKㄴ  사회과학열람실(3층)

 

포퓰리즘 국면과 팬데믹을 거치며 주권, 안전, 보호, 돌봄 같은 가치들이 갈수록 주목받고 있다. 사회학자 파올로 제르바우도는 <거대한 반격>에서 글로벌, 세계화, 외주화 등 ‘외향정치’를 추구했던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동이 포퓰리즘 국면을 겪은 뒤 점차 ‘신국가보호주의’로 향해가고 있는 거대한 흐름을 포착해 제시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신자유주의가 지워버렸던 “정치공동체의 장소적·영토적 성격”의 귀환, 그러니까 국가와 주권·보호·통제 같은 ‘내향정치’의 가치들이다. 이는 좌·우파 모두에게 주어진 조건으로, 좌파는 우파의 ‘유산자 보호’에 맞서 ‘사회 보호’를 추구해야 한다 주장한다. 

 

플랫폼 자본주의가 만드는 디스토피아

 

 

노동자 없는 노동 : 플랫폼 자본주의의 민낯과 미세노동의 탄생 / 필 존스 / 롤러코스터

331.25 J78wKㄱ    사회과학열람실(3층)

 

디지털 기술을 앞세운 플랫폼 자본주의는 인간의 노동이 필요없는 세상이 곧 도래할 듯 군다. 그러나 영국의 대안적 싱크탱크 연구원이 쓴 책 <노동자 없는 노동>은 정작 우리가 우려해야 할 것은 ‘노동 없는 세상’이 아니라 ‘노동자 없는 세상’이라고 말한다.

책은 단돈 몇 푼으로 사진 속 개와 고양이를 분간하는 등의 파편화된 작업을 수행하며 알고리즘을 교육시키는 ‘미세노동’의 세계를 탐사한다. 자본은 공식 경제 영역에서 밀려난 잉여인구를 노동자 보호 수단들이 제거된 비공식 경제 영역으로 내몰고, 아예 이를 표준으로 삼고 있다. 이것은 과연 누구의 천국이고, 누구의 지옥인가? 

 

인간 의식을 진화로 설명해내기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무생물에서 마음의 출현까지/대니얼 데닛/바다출판사

128.2 D399fKㅅ  인문과학열람실(3층)

 

과학과 철학을 가로지르며 끊임없이 ‘의식의 문제’를 파고들어왔던 대니얼 데닛이 자신의 50여년 연구를 종합한 결정판. 박테리아처럼 단순한 움직임만 있는 세계에서 어떻게 천재 작곡가 바흐와 같은 인간의 마음이 탄생했을까 묻는다.

‘심신이원론’으로 오랫동안 이 문제를 풀기 위한 길을 가로막아온 ‘데카르트 중력’에서 벗어나, 지은이는 인간이 자연선택의 연쇄 속에서 유전적 본능에 근거하지 않은 행동방식(‘밈’)을 유전해온 궤적에 주목한다.

정보의 축적, 재생산, 전달을 가능하게 하는 언어가 인간 의식과 문화의 중심에 있는데, 지은이는 이 또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시스템으로 풀어낸다. 

 

서로 ‘물어 죽이는 축제’로의 초대

 

분해의 철학 : 부패와 발효를 생각한다  / 후지하라 다쓰시  / 사월의책 / 정리 중

 

일본 농업사학자 후지하라 다쓰시가 쓴 <분해의 철학>은 ‘여지껏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책’이다.

인간의 입맛대로 규정되지 않는 자연 속에서 ‘분해’란 도대체 무엇인가 묻는 철학을 전개하는데, 인간이 오랫동안 무시하거나 은폐해온 분해를 이 세상에서 가장 근본적인 작용으로 바라봄으로써 오직 생산과 소비에만 몰두해온 근대 문명을 비판한다.

 

환경이나 생태, 지속가능성 같은 개념에는 자연을 인간의 입맛대로 이상화하려는 태도가 드러나곤 한다. 그러나 분해를 중심에 놓는 사유는, 일말의 인간중심주의마저 털어내고 ‘무정한’ 이 세계를 바로 볼 수 있도록 새로운 시야를 열어준다. 

 

내년에도 여성은 난소보다 자궁보다 더 큰 우주

 

완경선언 : 팩트와 페미니즘을 무기로 내 몸과 마음을 지키는 방법 / 제니퍼 건터 /  생각의힘“

618.175 G977mKㄱ  자연과학열람실(4층)

 

완경을 둘러싼 침묵과 수치심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 팩트와 페미니즘을 장착할 것을 요구한다.” 이런 선언이 요구되기까지 완경은 “폐경”으로 불리었으며 고갈과 상실의 결과였을 뿐이다.

1812년 ‘완경기’라는 용어가 등장했음에도 출산도구로 여성을 취급하는 남성지배적 사고가 견고한 탓인데, 모성사회일지언정 발기부전을 두고 “페니스가 ‘닳디 닳아서 못 쓰게 됐다’”고 했겠는가. 올해도 철학, 인문사회, 운동으로서의 페미니즘 서적이 적지 않았다.

그 가운데 <완경선언>은 몸이 곧 의식이고 언어이며 사회를 구성하는 단위임을 새삼 자각시키고, 동성집단 내에서도 약자가 되는 중년의 여성을 뷰파인더 한가운데 두고 있다는 점에서 올돌하다.

 

아름답고 단단하고 오만한 장애인의 전보

 

우리 사이와 차이  / 얀 그루에 /  아르테

362.4 G886jKㅅ  사회과학열람실(3층)

 

당장 보도블록 턱, 당장 지하철 무승차 대응과 다퉈야 하는 한국의 장애 가진 사람에겐 실로 먼 책. 물을 한잔 뜨러 갈 때도 동선, 지점마다 수반되어야 할 자신의 체위, 동작을 매양 계산하고 외고 저자가 그것을 책 세 쪽에 걸쳐 복기할 수 있는 이유는 언어학자라서가 아니다.

휠체어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출신 대학 교수인 얀 그루에가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갈망하는 자유는 영원불멸의 테제가 아니다. 그는 당장의 감각, 당장의 자유, 당장의 존재이길 바란다. 한국과는 멀어도 결국 당도할 수밖에 없는 얘기. 아름답고 단단한, 심지어 오만한 문장으로 가득하다. 노르웨이 예술학교 교수이기도 한 손화수씨의 번역에 힘입었다. 

 

10년 번역으로 잃어버린, 그리고 ‘되찾은 시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마르셀 프루스트 / 민음사

843.912 P968rKㄱ  인문과학열람실(3층)

 

모른다는 이는 없어도 읽었다는 이는 많지 않은 프랑스의 대표적 고전. 비의지와 의식의 교차로 오랜 기억을 복원하며 작가 스스로의 소명을 ‘간증’해가는 과정이 실로 유장하고 난해하기 때문이다.

1950년대 판본이 국내 소개되어 오다 1987년 프랑스 플레이아드 전집(7편)을 저본 삼아 김희영 한국외대 교수와 민음사가 2012년 ‘스완네 집 쪽으로’(1·2권)를 옮겨 펴낸 후 꼬박 10년에 걸쳐 올해 말 마지막 편 ‘되찾은 시간’(1·2권)까지 모두 13권으로 완역 기획의 대장정을 마쳤다.

김 교수는 독자와의 거리를 줄이기 위해 직역 위주로 “원문의 떨림을 전달하는 데” 애쓰면서 세세한 주석과 각 편마다의 해설로 시대 배경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미·중 갈등의 본질을 꿰뚫다

 

제국의 충돌 : 차이메리카에서 신냉전으로  / 훙호펑 / 글항아리

327.51073 공15ㅊKㅎ  사회과학열람실(3층)

 

미국과 중국 사이 이른바 ‘제국의 충돌’을 분석할 때 가장 흔하게 쓰이는 틀은 ‘신냉전’으로, 이는 민주주의 체제와 권위주의 체제 사이 불가피한 이데올로기 대립을 전제로 삼는다.

홍콩 출신 사회학자 훙호펑의 책 <제국의 충돌>은 미·중 갈등의 실체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게 해줄, 더 넓고 깊은 시야를 제공한다. ‘차이메리카’라 불렸던 과거 미·중 공생 시기에도, 오늘날 갈등 상황에도, 언제나 그 핵심에 있는 것은 ‘자본 간 경쟁’이다.

지정학적 충돌이란 현상 너머에 있는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면, 그에 대한 우리의 대응 역시 과녁을 제대로 맞추지 못할 것이다. 

 

근대 정치사상의 다리를 놓은 중세의 고전

 

평화의 수호자  / 파도바의 마르실리우스 / 길

320.1 M372dKㅎ  사회과학열람실(3층)

 

마르실리우스는 서양 고대 사상과 근대 사상 사이에 다리를 놓은 중세 후기 정치철학자다. <평화의 수호자>는 마르실리우스 정치사상이 집결된 저작이며 근대 인민주권 사상의 원천이 된 고전이다. 마르실리우스의 근본 관심은 교황과 황제라는 이중권력이 서로 싸우는 상황에서 어떻게 평화를 찾아낼 것인가에 있다.

이 책은 교회 권력을 세속 권력에 복속시키는 방식으로 정치권력을 단일화할 때 평화가 실현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나아가 세속 권력의 단일성을 입증해 가는 과정에서 모든 권력의 토대를 ‘인민’ 또는 ‘시민 전체’에서 찾는다. 이 발상에서 인민주권과 사회계약이라는 근대 정치사상의 원리가 자라났다. 

 

포스트모더니즘 논란 일으킨 그 책

 

포스트모더니즘, 혹은 후기자본주의 문화 논리  / 프레드릭 제임슨 / 문학과지성사

809.91 J31pKㅇ  인문과학열람실(3층)

 

미국 문화비평가 프레드릭 제임슨의 1991년 저작 <포스트모더니즘, 혹은 후기 자본주의 문화 논리>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지식계를 휩쓰는 데 동력 노릇을 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포스트모더니즘은 20세기 후반 미국 대중문화를 넘어 현대 자본주의 문화 전반을 설명하는 용어로 올라섰다. 제임슨은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발전에 적용한 변증법적 방식을 끌어들여, 포스트모더니즘을 후기자본주의가 낳은 필연적인 문화 양식으로 이해하고 그것을 ‘진보이자 파국’으로 보는 관점을 제시한다.

그러나 제임슨의 포스트모더니즘론은 ‘백인 남성’의 관점에서 나온 서구중심주의적인 이론이라는 탈식민주의 진영의 공격에 직면했다. 

 

< 출처 : 한겨레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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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하여 : 슬기로운 지구생활을 위한 책

 

 

 

1. 지구 닦는 황 대리 : 플로깅으로 퇴근 후 인생이 바뀐 어느 월급쟁이의 친환경 라이프 / 황승용

    / 811.8 황58ㅈ 인문과학열람실(3층)  

2. 알맹이만 팔아요, 알맹상점 : 용기를 내면 세상이 바뀌는 제로웨이스트 습관 / 고금숙

    / 363.7 고18ㅇ  사회과학열람실(3층) 

3. (소소하지만 확실한) 오늘의 에코 라이프 / Wardley, Tessa / 363.7 W266eKㄹ  사회과학열람실(3층) 

4. 지구를 살리는 옷장 :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한 고민 / 박진영 / 646 박79ㅈ  자연과학열람실(4층) 

5. 당신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았다/Meur, Mikaëla Le/363.728 M598mKㄱ  사회과학열람실(3층) 

6. 미래가 우리 손을 떠나기 전에 : 나오미 클라인과 함께하는 기후행동 / Klein, Naomi 

    / 363.7 K64hKㅇ 사회과학열람실(3층)

7. 지구에서 가장 큰 발자국 80억 명의 인간이 1명의 거인이라면 / 롭 시어스 / 아동도서

8. 지구를 위해 모두가 채식할 수는 없지만 : 환경을 지키는 작은 다짐들 / 하루치 /  구입 중

9. (10대와 통하는) 기후 정의 이야기 / 권희중 / 363.7 권98ㄱ  사회과학열람실(3층) 

 

 

< 출처 : 인터파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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