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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 기후위기와 패스트패션에 맞서는 제로웨이스트 의생활 / 이소연

363.7 이55ㅇ  사회과학열람실(3층)

 

 

책 소개

 

 

스타일과 환경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착취 없는 멋부림은 어떻게 가능할까?

 
 

20대 내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매일같이 옷을 사 모으던 저자는 어느 날 해외의 패스트패션 매장을 방문했다가 충격과 의아함을 느낀다. “마음에 쏙 드는 패딩을 하나 발견했다. 부드러운 솜털과 깃이 가득한 패딩. 가격표를 뒤집어 확인해보니 1.5달러였다. 우리나라 돈으로 2000원도 안 되는 가격이었다. [……] 넌 어떻게 지하철 요금보다 싼값으로 여기에 온 거니? 이게 가능한가?”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새 옷 사기를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패션이라는 명분하에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착취적 현실을 탐구하기 시작한다.

5년째 제로웨이스트 의생활을 몸소 실천하며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 코리아에서도 활동 중인 저자는 옷이 생산·유통·폐기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악영향을 여과 없이 고발한다. 하지만 자기 혼자 새 옷을 사지 않는다 한들 옷으로 인해 벌어지는 숱한 문제를 해결할 순 없음을 인정하며 자신은 여전히 예쁜 옷을 보면 시선을 빼앗기기 일쑤라고 고백한다. 이렇듯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에는 패션업계 안팎의 현실에 대한 고발뿐 아니라 저자의 딜레마와 노하우도 두루 담겨 있어, 스타일과 환경 보호를 나란히 추구하려는 독자들이 거창한 결심이나 배경지식 없이도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최근 동물권과 환경에 관심 있는 이들이 늘어나며 비건 식생활이나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정보와 노하우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환경에 가해지는 악영향이 그에 못지않음에도 우리의 의생활에 관한 이야기는 지금껏 자주 다뤄지지 않았다.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는 이와 비슷한 갈증을 느끼며 실천의 방도를 찾던 독자들에게 친절한 안내서가 되기에 충분하다.

 
 

출판사 서평

 

럭셔리 브랜드에서 패스트패션,
디자인 도용에서 소각장 폐기물까지
옷의 생태계와 경제에 관한 종합 보고서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는 원자재 제조 단계부터 의류 생산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종다양한 해악을 독자들 앞에 하나씩 펼쳐놓는다. 저자는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을 인터뷰하고, 기업 및 단체에서 발표한 각종 자료와 보고서를 분석하고, 제로웨이스트와 재사용에 관한 참고서적을 읽으며 5년간 패션업계 안팎을 폭넓게 조사했다. 패션업계가 왜 속도와 물량 경쟁에 골몰할 수밖에 없는지, 패션업계와 물류업계가 어떻게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지, 비서구 개발도상국으로 떠넘긴 의류 폐기물이 어떻게 그곳의 환경과 사회를 파괴하는지, 패션 플랫폼이 어떻게 이 비정상적인 생산과 유통을 더 극단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지 등 이 책은 제로웨이스트 의생활 실천을 위해 그간 저자가 탐구한 내용을 총망라해 친절히 설명한다.


가령 전 세계 섬유 생산량의 85퍼센트를 차지하는 면은 식물에서 직접 재배하다 보니 흔히 친환경 섬유로 여겨지지만, 전 세계 농약 사용량의 10퍼센트가 목화 생산에 남용되며 이로부터 심대한 피해가 발생한다. 이렇듯 저자는 패션업계의 잔혹한 실태를 독자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조목조목 전달한다. 하지만 그저 폭로에 그치기보다 그 이면에 숨겨진 거대 자본의 야욕과 산업 전반의 착취적 구조를 드러내는 데까지 나아간다. 가령 인도에서는 1990년대부터 20여 년에 걸쳐 목화 농민 20만 명이 자살을 선택했는데, 이 문제의 진상은 다국적 기업 몬산토가 일삼아온 횡포와 결부돼 있다. 몬산토는 살충제가 필요치 않다며 신종 유전자조작 목화 종자를 인도 농민들에게 판매했지만, 해충은 감소하기는커녕 종자에 내성이 생겨 나날이 창궐했다. 결국 농민들은 살충제(심지어 예전보다 강력한 살충제)를 쓸 수밖에 없었는데, 이런 약품을 판매하는 회사는 다름 아닌 몬산토였다. 결국 인도 농민들은 해마다 종자와 살충제를 구입하다가 부채를 견디지 못해 연이어 죽음을 택했다.
한편 최근에는 비판을 의식한 기업들이 동물 윤리에 관심을 보이고, 친환경 행보를 내세우는 경우도 늘어났지만 이런 방책이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도 문제다.

가령 패딩점퍼 생산을 위해 생후 10주부터 일평생 털을 뽑히다가 죽음을 맞는 오리들의 사연이 알려지며 ‘윤리적 다운 인증(RDS, responsible down standard)’ 제품이 각광을 받았지만, 전 세계 오리털 생산량의 80퍼센트는 동물보호법이 부재한 중국에서 오는 것이어서 인증 제도가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또 주요 패스트패션 브랜드에서는 고객들이 입지 않는 옷을 수거해 개발도상국에 기부하는 정책을 홍보하며 자사 이미지를 개선하려 한다. 그러나 이는 섬유폐기물을 비서구 국가에 떠넘기는 행위에 지나지 않을 때가 많다. 이렇듯 저자는 패션기업의 표면적 변화 뒤에 은폐된 문제를 하나하나 들춰내며 궁극적으로 순환경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 다방면의 논의를 통해 독자들은 옷 때문에 벌어지는 환경오염과 인권침해의 실상을 전 세계 패션산업의 거시적 맥락 속에서 파악하게 된다.

 

 

우리의 소비 심리를 끊임없이 자극하는 패션업계의 계략
그 함정을 피해 새 옷 없이도 자기표현과 행복을 실현하는 법

그렇다면 패션 플랫폼은 왜 종종 우리에게 공짜로 덤을 얹어주고, 환불도 무료로 할 수 있게 해줄까? 우리는 본인이 옷을 사는 이유를 스스로 명쾌히 이해하고 있을까?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는 우리가 영위하는 의생활과 매우 밀접함에도 그간 우리가 따져 묻기를 망각해온 물음들을 파고들기도 한다. 저자는 소비자 심리학을 아우르는 접근을 통해 오늘날 패션업계의 경영 전략이 어떻게 소비자 개개인을 옭아매는지, 또 그런 행태가 어떻게 환경파괴를 부채질하는지를 입체적으로 분석해낸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한번 물건을 소유하고 나면 이전보다 그 물건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소유 효과’의 심리와 무료반품 혜택을 활용해 패션기업은 소비를 유도한다.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은 왜 자꾸 의류 소비에 빠지게 되는 걸까? 저자는 쇼핑중독에 시달리던 시절을 회고하며 그 심리적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솔직하고 깊이 있는 탐구를 이어간다. “난 ‘언제나’ 옷을 샀다. 길을 걷다 껌 한 통을 사는 것만큼 옷을 사는 게 쉬웠다. 하지만 끝내 행복해지지 못했다. [……] 그저 하루살이처럼 매일 업데이트되는 쇼핑몰의 저렴한 물건을 근근이 주워 담을 뿐이었다. 갈수록 빨라지는 패션을 따라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이, 내 행복은 옷장 속 어딘가에 파묻혀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생명을 잃어갔다.” 그는 옷을 산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게 아니며 옷을 사지 않다고 해서 자기표현을 억압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진실을 일깨우며 우리가 간과한 새로운 선택지, 다시 말해 제로웨이스트 의생활의 가능성을 독자 앞에 제시한다.

5년째 지속 중인 ‘쇼핑 없는 삶’과 변화하는 세계
저자가 몸소 축적한 제로웨이스트 패션 팁 대방출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는 무엇보다 저자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 개개인이 일상에서 시도하고 도전해볼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 패션 팁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실용적이다. 사계절의 구분, 각종 패션 앱과 당일 배송의 유혹, 유행의 압력 등이 굳건히 존재하는 사회에서 벌써 5년째 새 옷 구매 없이 생활 중인 저자는 그간의 시행착오를 통해 몸소 축적한 요령과 주의 사항을 이 책에 가감 없이 담았다. 이를테면 신제품 구매 없이도 옷장에 변주를 줄 수 있는 방식, 불필요한 소비를 막기 위한 정리 팁, 더는 손이 가지 않는 옷을 진정 친환경적으로 정리하는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어 독자들이 실생활에 직접 참고하고 응용할 수 있다. 또 중고 의류 교환을 도와주는 공간과 매장, 제로웨이스트 의생활과 관련해 이 책과 더불어 보기 좋은 콘텐츠에 관한 정보도 두루 정리해 수록했다.
저자는 기업 차원에서 벌어지는 긍정적 변화도 함께 언급한다. 패스트패션의 폐해가 지적되기 시작한 것이 벌써 20여 년 전인 만큼 개개인뿐 아니라 참된 의미의 친환경을 실천하는 패션기업도 분명 새로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탄소배출을 줄이는 중고거래와 의류 대여 등을 전문적으로 매개하는 플랫폼, 순환경제 모델을 실천하려 애쓰는 패션기업 등도 등장하고 있다. 저자는 사람들의 의생활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바꿔나가는 여러 주체의 사례를 고루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이 긍정적 미래를 함께 그려보도록 한다.

 

 

목차

 

ㆍ 프롤로그: 옷이라는 이름의 날개

ㆍ 1장: 옷을 산다는 것의 진짜 의미
ㆍ 2장: 당신은 단 한 번도 합리적으로 소비한 적 없다
ㆍ 3장: 유행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ㆍ 4장: 옷장 안에 사람 있어요
ㆍ 5장: 옷 안 사면 우리 경제 다 망한다?
ㆍ 6장: 죽겠다는 게 아니라 옷만 안 산다는 건데요
ㆍ 7장: 친환경처럼 보이지만 친환경이 아닌 것
ㆍ 8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ㆍ 9장: 새 옷을 사지 않고도 새 옷을 입는 법
ㆍ 에필로그: 자기만의 멋
ㆍ 부록: 제로웨이스트 옷장 실천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 추천

 

 

< 내용 출처 : 교보문고 >

:
Posted by sukji

 

 

 

‘하나뿐인 지구영상제’ 부산서 열린다…18개국 52작품 상영

 

9월 1일~5일 진행

 
                         하나뿐인 지구영상제 개막작 '레거시'의 한 장면. 지구영상제 공식 누리집 갈무리

 

46억년전 탄생한 지구에 생명체가 등장하고 진화에 진화를 거듭한 끝에 현생 인류가 나타났다. 인류는 문명을 급진적으로 발전시켰으나 그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인간의 욕망은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짓누르는 위협이 됐다. 지구의 미래? 누구도 모른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후위기의 심각한 결과들을 보여주며 지구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지금 당장 강력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프랑스의 얀 아스튀르 베르트랑 감독의 영화 ‘레거시’ 내용이다. 이 영화는 ‘하나뿐인 지구영상제’ 개막작이다.

 

기후위기를 다룬 영화제인 ‘하나뿐인 지구영상제’가 다음달 1~5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야외극장, 소극장, 광장 등지에서 열린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영화제는 환경영화제, 환경 영상 공모전, 환경 알림글 공모전, 친환경 체험 행사 등이 선보인다. 환경영화제에는 ‘원자력 비망록’ ‘재활용 허구’ ‘툰드라의 경고’ 등 18개국 52개 작품이 상영된다. 올해 처음으로 도입된 경쟁부문 ‘환경 영상 공모전’에서는 기후위기 원인 추적과 분석,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 등을 다룬 16개 작품이 선보인다. 16개 작품 가운데 우수작 6편을 선정해 시상할 예정이다.

 

영화제 기간 광장에서는 친환경 제품을 소개하는 판매 부스 40곳이 문을 연다. 어린이를 위한 환경체험 프로그램과 이동식 환경 교실도 마련됐다. 3일 광장에서는 재활용 제품을 소재로 한 미니카 레이싱 대회도 진행된다. 부산시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자연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구영상제를 통해 일상 속 녹색 생활 실천을 확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화는 지구영상제 공식 누리집(blueplanet.or.kr)에서 예매할 수 있다.

 

 
< 출처 : 한겨레신문 > 
:
Posted by sukji

 

 

지구생활자를 위한 시시콜콜 100개의 퀘스트 : 기후와 자연 IQ를 키우는 지구살이 안내서 / 루시 시글

577 S571uKㅇ  자연과학열람실(4층)

 

책 소개

 

 

기후위기, 탄소제로… 그 너머를 그려볼 때
비로소 지구와 공생하는 삶이 시작된다
“지구를 지키자!” 보다는 “지구와 함께하자!”고 제안하는우리 행성에 관한 듣도 보도 못한 100개의 질문

 

“지구와 진짜 친구가 되기 위한 길에 들어선 것을 환영합니다!” 이 책의 저자 루시 시글이 건네는 첫 문장에 ‘친구? 지구랑? 갑자기?’ 하는 의문으로 좀 오글거린다면, 임자를 제대로 만났다. 저자 말마따나 이 책을 집어 든 호기심과 선의만으로 독자들은 ‘대박 행성 지구’와 ‘절친’이 된다는 것의 진짜 의미를 탐색해볼 흥미진진한 행운을 만난 셈이다.

그저 ‘기후변화’라 치부한 일이 어느새 ‘기후위기’가 되고 이젠 ‘기후비상’ 사태로 여겨지는 오늘날. 예상을 뛰어넘는 재난이 어떻게 눈앞에 닥칠지 몰라 누구나 걱정하지만, 또 탄소 배출과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도 알지만, 거대한 흐름은 거스를 수 없고 막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너무 미약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베테랑 기후문제 전문 저널리스트이자 환경문제 활동가인 저자도 그 두려움을 고스란히 겪었다. 그리고 불안을 넘어서기 위해 다양한 글과 방송과 행동으로 분투하는 과정에서, 이 첩첩의 위기에 대처하려면 더 많은 사람과 ‘지구와 좋은 친구로 지내는 법’을 공유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금 우리에겐 혼란과 비관보다는 긍정과 최선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배운 것을 이해하고 이해한 것을 사랑하며 사랑하는 것을 보호한다”는 자크이브 쿠스토의 말도 큰 영감을 주었다.

《지구생활자를 위한 시시콜콜 100개의 퀘스트》는 총 10개 단계 100개의 퀴즈로 구성된다. 각 단계는 지구 환경에 관심이 있다면 들어봤음 직한 주제를 다루는데, 반면 100개 퀴즈는 ‘친구라면 이 정도 TMI는 필수’라는 듯 듣도 보도 못한 내용이 가득하다. 난이도는 만만치 않지만, 퀴즈 형식을 택한 이유는 소박하다. 많은 사람이 재미있게 풀어보며 더 잘 기억해주길 바라서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지구라는 큰 그림을 완성해내는 과정이 사뭇 뭉클하다.
전반 다섯 단계는 지구 자연환경을 살펴보는 데 주력했다(전 세계 대부분 과학자가 동의하듯이 기후위기란 자연 문제와 분리할 수 없으므로). 숲과 바다와 다양한 동식물 등 우리가 뭉뚱그려 알았던 생물권의 구석구석을 태곳적부터 들여다보면서 지구 공동생활자들의 삶을 밀착 탐색한다. 거대하고 촘촘한 자연의 경이로운 네트워크를 만날 수 있다. 후반부에는 이러한 지구의 자연적 작동 원리인 ‘순환 시스템’에 기초를 두고 인류가 어떻게 지구와 공존하는 삶을 살 수 있을지 모색한다. 순환경제, 제로웨이스트, 업사이클링, 리와일딩 등 미래를 지향하는 지구사랑 움직임의 현주소를 만날 수 있다.

낯설어서 더욱 승부욕을 자극하는 신선한 100개의 퀴즈를 통해 독자들은 지구와 친해지는 기쁨을 누려볼 수 있을 것이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면서 많은 독자가 지구 공동생활자로 거듭나고픈 의지를 되새기고, 책을 덮은 뒤 진정한 지구살이를 지속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출판사 서평

 

‘지구와의 공존’이란 무엇일까?
지구를 보호한다는 수사학을 넘어
진정으로 지구와 가까워지는 낯설고도 신선한 100개의 질문들!

☑ 상공 1만 1,300미터부터 해저 1만 1,100미터까지 지구를 둘러보며 키우는 ‘지구 감수성’
☑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활발히 정보와 영양분을 주고받는 숲의 네트워크 들여다보기
☑ 탄소와 영양분을 배설해 바다의 생산력을 높여주는 ‘크릴’ 등 숨겨진 영웅들 소개

항상 우리 곁에 있으며, 일생 우리의 든든한 친구가 되어주는 존재는 무엇일까? 새삼스럽지만 다름 아닌 지구다. 하지만 익숙한 것에 자칫 무관심하듯, 지구는 많은 지구인에게 잊히고 방치된 것만 같다. 이제 다시 관심을 환기하고 지구와 친구 되는 과정에 첫발을 내디뎌보면 어떨까? 이 책은 그렇게 ‘환경 감수성’과 비슷해 보이지만 살짝 다를 ‘지구 감수성’을 제안한다. 지구의 상공부터 바닷속 깊은 곳까지 생생하게 들여다보면서, 그곳에서 살아가는 지구 공동생활자들의 삶을 되짚어보면, 우리 인간이 어떤 미래를 꿈꿔야 할지 보이리라는 것이다.
퀴즈의 형식으로 지구에 재밌게 접근해보자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색인데, 우선 지구의 다채로움을 들여다봄으로써 부담을 덜고 친구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만끽해보자는 취지다. 이러한 접근법은 기후위기라는 문제 원인과 탄소제로라는 해결 방식의 도식을 넘어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지구의 모습은 어떠한지 그릴 수 있도록 희망의 지평을 열어준다.
퀴즈의 점수를 따라 현 위치를 점검해보고 무엇이 더 필요한지 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익하다. “녹는 속도가 워낙 빠르고 해수면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쳐 ‘지구 종말의 날 빙하’라고도 불리는 빙하의 진짜 이름은?” “남아공에서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2000~2010년 사이에 밀렵꾼들에게 죽임을 당한 코뿔소는 몇 마리일까?” “냉장고, 텔레비전, 스마트폰, 전기주전자 가운데 무엇이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할까?”와 같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고, 꼭 알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 법한 의외의 생경한 질문들도 많다. 하지만 시시콜콜하게 대화를 나누며 상대를 하나하나 알아가듯, 100개의 퀴즈를 다 풀고 나면 모호했던 지구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지며 어느새 애틋하기까지 할지도 모른다.

예로, 생물다양성은 환경 논의에서 늘 빠지지 않지만, 많은 경우 구체적으로 지구에 어떤 생물이 살아가고, 이들이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는 모른 채 넘어간다. 2021년 미국에만 22종이 멸종했다는 공식 발표가 있었고, 현재 지구에서 생물다양성 보존도가 가장 회복이 어렵다는 스톡홀름복원력센터의 분석도 있었는데, 유엔의 아이치 생물다양성 목표는 수립된 2010년부터 단 하나도 달성되지 않았다. 이런 허점은 생물다양성이 단순 개념으로만 받아들여질 뿐, 실제 지구 공동생활자를 인식하는 단계까진 나아가지 못해 발생한다. 이 책이 말하는 ‘지구생활자’가 인간과 비인간동물, 이들의 터전이 되는 생물권까지 포함하는 개념인 만큼, 단순 지구인에서 지구생활자로 나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이해할 수 있을 테다.


선진국의 과소비 문화, 의심해본 적 없는 풍요로운 식단
익숙함에 가려졌던 현실의 기묘한 자연 파괴 행동들
〈진정한 비용〉 프로듀서, 〈더 원 쇼〉 지구 리포터가 전하는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

☑ 연간 생산되는 의류 절반이 소각되거나 매립 처리되어 쓰레기로 버려지는 현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34%를 차지하는 비효율적 푸드 시스템
☑ 미국에서만 하루에 1억 2000만 평 넘게 파괴되는 열대우림

저자인 루시 시글은 일반 가정집의 쓰레기통을 들여다보며 플라스틱 성분을 분석하는 일부터, 지하 하수도에 들어가 팻버그를 직접 마주하는 일까지 누구보다 현장에서 지구의 실태를 직관하며 대중에게 지구의 모습을 낱낱이 소개하고자 발 벗고 나서왔다. 저자는 방글라데시와 인도의 의류 생산 지역을 방문했던 경험을 공유하기도 한다. 대량생산 체제에 맞춰 품질과 관리 감독이 느슨해지면서 일명 ‘부자’ 나라에서 유행하는 색으로 염색 공장 앞 강물이 물들었던 상황을 말이다.
또한 지구에 해로운 걸 알면서도 점점 더 물건에 집착하는 기묘한 현실, 즉 산업화 국가의 컨슈머리즘을 비롯해 80조인분이 생산되지만 그중 6분의 1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음식 산업 구조, 선진국에 특히나 치중된 엄청난 쓰레기발자국 등, 익숙해서 더욱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던 일상의 탄소발자국을 하나하나 추적해나간다.

저자는 특히 소비가 필연적으로 남기는 탄소발자국 비용을 선진국이 아닌 개발도상국이 지불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이는 곧 개인의 소비 습관뿐만 아니라, 지구 공동 시민으로서의 공정한 책임, 생산과 소비의 시스템 문제로까지 확장된다. 현재 선진국의 소비 상품 대부분은 개발도상국에서 생산되고, 그 과정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도 개발도상국이 처리한다. 우리가 이토록 쓰레기와 과소비 문제에 무관심한 이유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생활자란 자신만이 아닌 공동체의 더 나은 삶을 변화의 목표로 삼는 바, 당연하게 유지해왔던 우리의 소비 습관이 지구에 어떤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지를 알 때 삶을 개선할 의지까지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달리, 넓게, 새롭게 보며 공존의 상상력을 키우다
지구와 관계를 재정비하고 새로운 지구를 상상하는
모두를 위한 지구살이 안내서!

 

☑ 재활용했다고 생각한 플라스틱, 의류, 장난감… 과연 얼마나 재활용될까?
☑ 한 번 쓰고 버려질 수밖에 없는 ‘다운사이클링’ 시스템, 과연 현재에도 유효할까?☑ 순환경제, 업사이클링 디자인, 리와일딩 등 지구 곳곳에서 펼쳐지는 움직임들

‘지구살이’란 지구를 종종 생각하며 플라스틱 덜 쓰기 같은 친환경 실천을 하는 의미에 머무르지 않는다. 지구를 바라보는 프레임부터 바꾼다는 뜻을 내포한다. 그간 많은 이가 몰라서 지구에 이기적인 부탁을 해왔다면, 지구와 친구가 된 지금은 지구를 넓게, 다르게 바라봄으로써 말뿐이 아닌 진정한 ‘더 나은 삶’이란 무엇인지를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산업 체계를 돌아보자면, 저자는 자본주의 시대에 권장되었던 ‘선형경제’가 자연 위기의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고 말하며, 실제 지구 곳곳에서 대안으로서 ‘순환경제’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여기서 ‘순환’이란 지구가 살아온 방식에 맞춰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것이 버려지지 않고 순환하도록 디자인·재사용한다는 의미이다. 궁극의 목표는 이 사회를 움직이는 시스템의 변화시키는 일이니 일상의 실천에서도, 사회에 요구할 때에도 토대를 순환 시스템에 두자는 말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우선 저자 특유의 유쾌함이 부담 없이 환경 논의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하거니와, 순환이라는 지구의 기본 작동 원리에 관한 이해에 약간의 상상력만 쌓여도 변화는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렌트 더 런웨이’ 같은 명품브랜드 대여 서비스나, 계획적 구식화(소비자가 새 제품을 소비하게끔 기업이 상품을 개발할 때 일부러 수명을 짧게 제한하는 것)에 대항해 영국, 프랑스, 미국 등에서 시작된 ‘수리할 권리’ 운동 등을 예시로 든다. 이처럼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도 상상해보지 않은 해결책들이 아직 많을 것이다. 지척의 지구가 아니라 더 넓은 지구를 다르게 바라볼 수 있을 때 저자가 말한 대로 “창조적이면서도 전략적인 아이디어가 샘솟기 마련”이다.

〈지구생활자를 위한 시시콜콜 100개의 퀘스트〉는 이제 환경 감수성을 넘어 지구 감수성으로 나아가자고, 에코 프렌들리를 품는 지구 프렌들리까지 생각해보자고 제안하는 책이다. 친구에겐 뭐든 좋은 것을 해주고 싶듯이, 지구와 점점 가까워질수록 자연스럽게 지구를 위한 삶을 살고 싶어질 테니 말이다.

 

목차

 

머리말 지구의 진짜 친구가 된다는 의미: ‘지구를 지켜라’와 ‘지구를 이해하자’의 차이


1단계 플래닛 하이프에 입장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Q. 내 친구 지구를 소개합니다: 알수록 궁금한 우리 행성 이모저모

2단계 인류세에서 홀로세로: 돌아가시겠습니까?
Q. 인류세 범인 수색 작전: 지구의 과거에서 미래까지

3단계 지구 공동생활자와 팀을 결성하시오
Q. 함께일수록 풍요롭다: 크릴새우부터 코뿔소까지

4단계 경이로운 숲의 네트워크로 들어가보자
Q. 지구가 사랑했던 모든 나무들에게: 산을 거닐며 버섯과 만나다

5단계 침입자들을 돌파하고 대양을 무사 횡단할 것
Q. 언제까지 바다가 푸를까?: 블루 액셀러레이션에 브레이크를 걸다

6단계 컨슈머리즘 탈출 대모험
Q. 소비주의를 권장하는 기묘 사회: 과다 소비를 무찌르자!

7단계 웨이스트랜드 청소 작전
Q. 쓰레기 섬 격퇴: 플라스틱은 바다 생물이 될 수 없어

8단계 순환경제를 타고 지구 한 바퀴
Q. 정의로운 공존을 향해서: 행동에 책임을 지는 공동 시민

9단계 탄소 배출 없이 지구와 함께하는 브런치
Q. 생태식품으로 레벨 업: 모두를 살리는 음식을 찾아서

10단계 함께하는 여행은 끝나지 않아!
Q. 지구와 절친 되기: 더 나은 ‘우리’를 향한 도약

맺음말 작은 실천을 습관화하는 지구생활자: 당신은 이미 잘 해내고 있다

참고자료

 

 

< 내용 출처 : 교보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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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

 

 

가속을 멈춰라, 달팽이처럼 기어서 가자

 

 

탈성장 진영의 상징인 달팽이의 겉껍데기는 한 바퀴 더 자라면 16배 커진다. 그래서 일정 크기에 이르면 달팽이는 몸을 더 키우지 않는다. 경제의 성장도 그래야 한다는 게 탈성장론이다. REUTERS 연합뉴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내의 식료품점에선 2020년 말부터 다소 독특한 영수증을 볼 수 있다. 제품 가격 표시에 탄소발자국, 토지 영향, 공정임금 같은 항목이 추가됐다. 암스테르담 시민 예니퍼르 드라우인(30)이 한 매장에서 고른 호박 영수증에도 낯선 항목들이 보였다. 킬로그램(㎏)당 6유로센트의 탄소발자국, 농업의 토지영향세 5유로센트, 공정임금 4유로센트. 드라우인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과의 인터뷰에서 “이것들은 모두 평소 아무도 지급하려 하지 않거나 인식조차 못하는 우리 일상에 추가되는 비용”이라고 말했다. 암스테르담시가 도입한 이른바 ‘진가제’(True-price Initiative)다. 시민의 일상이 무엇에 기반했는지 쉽게 알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도넛 경제’ 채택한 도시가 늘고 있다

 

암스테르담시 정부는 2020년 4월 코로나19 회복 전략이자 정책 기준으로 ‘도넛 경제’ 모델을 채택했다. 식료품 영수증에 탄소발자국을 표기하고, 모든 건설 프로젝트에서 지속가능성을 중심에 둔다. 건축 자재엔 ‘재료 여권’을 적용해 철거 때 재사용한다. 계단이나 창문에 쓰인 자재가 만들어지고 쓰인 이력을 기록해놓고 나중에 건물이 철거된 뒤 내용연수가 남은 자재를 재활용하는 것이다. 또 시정부가 직접 고장 난 노트북을 수거해 수리한 뒤 나눠주거나 옷수선점을 운영한다. 도시 내 모든 물자에 순환경제 원칙을 적용해 환경과 자원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배제를 줄인 시민의 ‘좋은 삶’(Well-being)을 보장하는 것이 목표다.

 

도넛 경제 모델은 덴마크 코펜하겐과 벨기에 브뤼셀, 뉴질랜드 더니든, 캐나다 너나이모 등이 채택했거나 검토 중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0년 출간한 책 <렛 어스 드림>(Let Us Dream)에서 도넛 경제가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는 바티칸의 고민에 도움을 줬다며 “팬데믹 관점에서 경제에 대한 새로운 사고가 필요했다”고 언급했다.

도넛 경제는 이른바 ‘탈 성장’(Degrowth) 진영에서 제출한 여러 정책 대안 중 가장 유의미한 것으로 평가된다. 영국 옥스팜의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가 만든 것으로, 레이워스는 같은 이름의 책을 2017년 펴냈다. 국내에선 2018년 번역돼 나왔다. 도넛 경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전세계 주요 도시의 네트워크인 C40이 레이워스에게 정책모델로 개발을 요청해 만들어지기도 했다.

 

도넛 경제의 개념도는 바깥과 안쪽에 두 개의 원이 있어 도넛 모양이다. 바깥 원은 자연적 한계, 안쪽 원은 사회적 기초를 뜻한다. 인류 활동이 이 두 원 사이, 즉 도넛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바깥 원인 자연적 한계는 9개 지표로 측정한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책임자인 요한 록스트룀이 2009년 만든 지표다. 해양 산성화, 기후변화, 오존층 파괴, 대기오염, 생물다양성 손실, 토지 개간, 담수 고갈, 질소·인 축적, 화학적 오염이다. 안쪽 원은 인류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평등과 자유, 정의가 보장되도록 하는 12개 지표를 적용했다. 보건, 교육, 소득과 일자리, 평화와 정의, 정치적 발언권, 사회적 공평성, 성평등, 주거, 각종 네트워크의 접근권, 에너지, 물, 식량이다. 2015년 유엔이 ‘지속가능 발전목표’에 적시한 우선적 과제에서 도출한 것들이다. 이것이 최소한도로 보장되는 수준에서 다시 자연적 한계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게 도넛 모델의 기본 취지다. 탄소발자국을 표기한 영수증 등 암스테르담의 시책도 이런 취지를 따른다.

 

중요한 건 크기가 아니다

 

도넛 경제가 부상한 데는 당면한 기후위기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파리기후협정에 따른 1차 목표(온실가스 2010년 대비 45% 감축) 시한이 불과 8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지구상 온실가스는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부정적 전망도 많아졌다. 세계경제포럼은 2023년 1월 발간한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서 ‘향후 10년간 인류를 위협할 문제’로 기후 완화(Mitigate) 실패를 1위로 꼽았다. 2위는 기후 적응(Adaptation) 실패, 3위는 극단기후다. 위협할 문제로 모두 ‘기후’를 꼽았다.

조사에 응한 1천 명의 세계 각 분야 전문가들은 파리기후협정에서 제시한 지구 기온 상승폭 1.5도 선을 지키려는 인류의 노력이 향후 10년 내 결국 실패할 것으로 봤다. 그도 모자라 변화한 기후에 적응하는 것조차 실패하며, 일상이 된 극단기후에 인류가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 것이다. 결국, 현 상황이 매우 비관적이라는 것이다.

 

영국 옥스팜의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 레이워스가 만든 도넛 경제 모델은 탈성장 진영에서 제출한 여러 정책 대안 중 가장 유의미한 것으로 평가된다. 레이워스는 같은 이름의 책을 2017년 펴냈고 국내엔 2018년 번역돼 나왔다. DEAL 제공

 

‘기후가 아니라 체제를 바꾸자’(System Change, Not Climate Change). 십수 년째 이어진 세계 기후정의운동에서 반복되는 구호 중 하나다.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도 2019년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 연설에서 “어떻게 감히 당신들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하나도 바꾸지 않고 기술적인 해결책만으로 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척하냐?”고 물었다. 위기의 근본 원인은 결국 인류 공동체가 먹고사는 방식 그 자체, 즉 ‘체제’에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시민사회단체 연대기구 성격으로 만들어진 한국의 ‘기후위기비상행동’도 2021년 국회에 기후정의기본법 제정을 요구하며 “기후위기 대응과 기후정의 실현을 중점에 두는 방향으로 사회경제체제를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장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탈성장의 고민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

 

고민의 바탕에는 근본적으로 닫힌계라는 지구가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케네스 볼딩은 ‘우주선 지구호의 경제학’(1966년)에서 “지구를 일종의 우주선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했다. 지구 밖은 에너지의 원천 태양을 제외하면 어둠뿐이다. 인류의 경제활동 규모가 행성 내 모든 생명체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커졌으니, 이제 그 크기의 적정함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장을 멈추거나, 더는 성장에 연연해하지 말자는 것. 탈성장 진영의 상징인 달팽이가 그렇다. 달팽이의 겉껍데기는 한 바퀴 더 자라면 16배 커진다. 그래서 일정 크기에 이르면 달팽이는 몸을 더 키우지 않는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그렇다. 성체가 되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중요한 건 크기가 아니니까. 경제의 성장도 그래야 한다는 게 탈성장론이다.

이때 저량(Stock)과 유량(Flow)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욕조 안 물을 생각하면 쉽다. 순간순간 달라지는 수위가 저량이다. 틀어놓은 수도꼭지에서 욕조로 흘러드는 물의 양과, 다시 배수구로 빠져나가는 양의 차이가 유량이다. 우린 주로 당장 눈에 보이는 저량만 생각한다. 저량이 계속 느는 게 성공이자 행복이었다. 하지만 욕조 안 물은 끊임없이 새로 유입되고 배출된다. 유량이 지나치게 많거나 적으면, 욕조 안 물도 언젠가 넘치거나 사라진다. 지구 생태계 내에서 이뤄지는 인류의 경제활동도 마찬가지다. 인류의 경제는, 인류가 가져다 쓰고 버리는 원재료와 폐기물을 지구 생태계가 재생하고 흡수하는 수준 내에서 제한돼야 한다. 건강한 신체를 위해 몸에 들고 나는 에너지의 균형을 맞춰야 하듯이.

 

IPCC 보고서에도 등장한 탈성장

 

그러나 지난 20세기 인류는, 그전 천 년 동안 사용한 에너지의 10배를 한 세기 만에 썼다. 18세기까지 인류의 경제 규모는, 해마다 0.05% 정도만 성장했을 뿐이다. 인구가 조금씩만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1950년대부터 해마다 3.7%씩(1950~2010년) 커졌다. 인류 역사에서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미국의 기후학자 윌 스테픈은 이를 ‘거대한 가속’이라 불렀다. 탈성장은 인류가 지구 생태계에서 마구 가져오고 내뱉은 물질과 에너지의 흐름을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탈성장은 조금씩 주요 담론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관한 한 가장 과학적 권위를 갖는 조직인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보고서에도 탈성장이 등장했다. IPCC 산하엔 세 개의 실무그룹이 있는데, 인문사회과학자들이 참여한 2·3실무그룹이 2022년 발간한 보고서(6차)에서 처음 탈성장이 언급됐다.

 

김현우 탈성장과대안연구소 소장은 “IPCC의 지난 5차 보고서(2014년)가 인간의 책임과 닥쳐올 위험에 초점을 맞췄다면, 6차 보고서는 처음으로 시스템 전환의 필요를 다뤘다. 주로 수요 측면, 흡수원에 대한 내용이 늘었는데 그러면서 탈성장이나 식민주의, 자본주의, 권력관계를 처음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경제를 성장시키지 않거나 탈성장, 혹은 포스트성장을 하는 접근법만이 2도 이하의 기후 안정화에 도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을 (일부 연구가) 확인했다”고 말한다. 다만 IPCC 6차 보고서의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에는 이런 내용이 빠져 있다.

 

이런 주장에 자연스러운 반응이 있다.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냐’는. 물론 넓은 범위의 탈성장 진영이 내세우는 주장에는 산업문명 자체를 부정해야 한다는 것도 있다. 하지만 핵심 주장은 아니다. 탈성장론은 지금까지 끊임없이 성장을 추동해온, 국내총생산(GDP)으로 대표되는 성장중심주의의 한계가 뚜렷하니(기후위기) 이를 인간과 지구 생태계 모두에 좋은, 새로운 체제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탈성장의 핵심 개념은, 탈성장론자인 독일의 경제사학자 마티아스 슈멜처가 말한 ‘사적 충분성’과 ‘공적 풍요로움’이란 말에서 잘 드러난다. 개인은 ‘과시적 소비’에 집착하지 않고 기본적 필요를 채우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관점으로 삶의 태도를 바꾼다(사적 충분성). 그리고 동시에 넘치는 재화와 서비스를 공유자원으로 만들어 더러 부족할 수 있는 개인의 필요를 보완한다(공적 풍요로움). 결국 지구로부터 가져오는 에너지와 물질을 낭비하지 않고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중요한 건 생산과 소비의 균형

 

실제 지금도 많은 영역에서 엄청난 규모의 낭비가 발생한다. 섬유산업만 놓고 보면, 현재 운영하는 지구상 모든 섬유 재료의 12%는 생산과정에서 버려지거나 유실된다. 73%는 소비 뒤 매립되거나 소각되고, 단 1% 미만이 새 옷을 만드는 데 다시 쓰인다. 글로벌 패션산업은 전세계 온실가스의 2%를 배출한다. 날마다 쌓이는 막대한 양의 음식물도 그렇다. 세계 인구의 13%가 영양실조 상태지만, 정작 전세계 식량 공급량의 3%만으로도 이들의 배고픔을 덜 수 있다. 세계 식량의 30~50%가 유통 과정에서 버려지거나 쓰레기로 사라지지만, 먹지 않는 음식 10%만으로 지구상 굶주림을 해소할 수 있다. 문제는 분배와 낭비에 있다. 계획적 진부화, 과시적 소비 등이 다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생태주의 사상가이자 <녹색평론>의 발행·편집인이던 김종철 전 영남대 교수도 유작이 된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2019년)에서 이렇게 강조한다. “건강한 경제가 유지되자면 중요한 것은 생산력의 크기나 경제 규모나 1인당 국민소득 따위가 아니다. 생산과 소비의 균형이다. 생산·유통·소비 과정이 사이클을 그리면서 원활하게 돌아갈 때 경제는 안정성을 유지하고 사회는 평화로워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영국의 생태경제학자인 허먼 데일리는 인류가 쓰는 에너지와 물질의 처리량을 통제하자는 제안을 한다. ‘처리량’이란 인간의 경제와 지구 생태계 사이 오가는 에너지·물질의 유량을 1년 단위로 정리한 것인데, 이를 확인해 관리하자는 것이다. 실제 생태경제학자들이 이미 관련 지수를 개발했고, 유럽 통계국 등은 해마다 ‘물질흐름계정’(Material Flow Account)을 작성한다. 이 계정에선 국내에서 추출하거나 외국에서 수입한 에너지·물질의 총량과 함께, 쓰이고 난 뒤 대기와 흙 속으로 배출된 배기가스, 어딘가에 흩어지고 축적된 것, 수출된 것의 양을 확인할 수 있다. 추출되고 수입된 물질의 총량은, 배출되고 흩어지고 축적되고 수출된 물질의 총량과 같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전경. 암스테르담은 2020년 4월 코로나19 회복 전략이자 정책 기준으로 ‘도넛 경제’ 모델을 채택했다. 식료품 영수증에 탄소발자국을 표기하고, 모든 건설 프로젝트에서 지속가능성을 중심에 둔다. REUTERS 연합

 

문제는 ‘우리를 오직 성장으로 추동하는 숫자’, GDP다. 1949년 미국을 시작으로 각국이 도입한 GDP는 꾸준히 그 한계를 지적받았다. 1972년 로마클럽이 발간한 보고서 <성장의 한계>를 공동 집필한 미국의 환경학자 도넬라 메도스는 GDP를 두고 “인류가 찾아낸 가장 어리석은 목표”라 했다. 존 F. 케네디의 동생이자 미국 법무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케네디는 “GDP는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측정한다”고 했고, GDP 개념을 만든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사이먼 쿠즈네츠조차 “국민소득(GDP를 의미)이란 한 국가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만 포착한 것”이라 했다. 그는 “여기에는 일상생활에서 사회와 가정 경제가 스스로를 위해 생산한 어마어마한 가치의 재화와 서비스가 모두 빠져 있다. 국민소득이란 지표로 한 나라의 후생을 추론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1934년 쿠즈네츠가 미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 ‘국가 수익, 1929~1932’)며 GDP 맹신을 경고했다.

 

인류가 찾아낸 가장 어리석은 목표

 

그래서 대안지수가 꾸준히 요구됐다. 특히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본격화됐다. 부탄은 2008년 헌법에 GDP 대신 국민총행복지수(GNH)를 정부의 성취 목표로 명시했다. 아이슬란드도 2019년 GDP보다 ‘좋은 삶’에 초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대안지수는 이미 많이 개발됐다. 생태발자국, 참진보지수, 인간개발지수, 환경성과지수, 행복지수 등이 대표적이다. 계산 방식을 보면 GDP의 한계가 또렷하다. GDP는 오염이 생성되고 정화될 때 두 번 다 증가한다. 반면 참진보지수(GPI)는 오염이 발생하면 줄어든다. 빈곤 등 사회 부정 요인도 그렇다.

 

기후위기가 본격화하면서 탈성장은 점차 주목받는다. 막연하고 공상적인 단계에서 실질적 대안으로 떠오른다. 탈성장론자인 프랑스 경제학자 세르주 라투슈 파리11대학 교수는 탈성장이 “과잉소비로 비만의 위협에 노출된 시대에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검소한 생활을 선택하는 치료법”이라면, 경기침체는 “기아로 죽게 될 가능성이 있는 강요된 다이어트”라고 비유했다. 김현우 소장은 “탈성장은 하나의 청사진이나 지침이 아닌 초대장으로, 여러 색깔과 방식이 있을 수 있다. 함께 가감 없이 토론하고 자극하고 구체적 대안을 모색하고 시도하려는 초대다. 탈성장으로 세계를 통일하는 게 목표가 아닌, 여러 대안의 모자이크로 성장중심주의를 상대화하고 비판하는 게 주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참고 자료

<도넛 경제학>, 케이트 레이워스 지음, 홍기빈 옮김, 학고재, 2018

<기후를 위한 경제학>, 김병권 지음, 착한책가게, 2023

정책이론지 <보다 정의> 7호, 정의당 정의정책연구소, 2023

<탈성장 쫌 아는 10대>, 하승우 지음, 방상호 그림, 풀빛, 2021

다큐멘터리영화 <성장이라는 거짓말>, 피에르 스미스 카나, 2020

 

[탈성장 사전] 도넛 경제란?


도넛 경제: 영국 옥스팜의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가 만든 것으로, 각각 자연적 한계(바깥쪽)와 사회적 기초(안쪽)를 뜻하는 두 개의 원으로 그린 도식으로 설명된다. 인류 활동이 이 두 원 사이, 도넛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탈성장 진영에서 제출한 여러 정책 대안 중 가장 유의미한 것으로 평가된다.

탈성장(Degrowth): ‘성장 지양’, 혹은 ‘적정 성장’으로도 번역된다. 도넛 경제 말고도 생태경제학자인 허먼 데일리가 주창한 ‘정상상태 경제’, 탈성장 국제회의에서 2018년 만들어진 ‘좋은 삶 경제동맹’(WE-ALL·Well-being Alliance)이 제안한 정책과 실천 방안도 관심받는다. 자본주의 자체를 극복해야 한다는 생태사회주의적 견해도 있다.

사적 충분성(Private Sufficiency)과 공적 풍요로움(Public Abundance): 개인은 기본적 필요를 채우는 것만으로 충분하며, 넘치는 재화와 서비스를 공유자원으로 만들어 부족할 수 있는 개인의 필요를 보완하는 제안. 공적 호화로움(Public Luxury)이라 말하기도 한다.

계획적 진부화: 상품 판매를 촉진하려 기업이 기존 상품을 일부러 쉽게 고장 나게 하거나 노후화하는 일.

참진보지수(GPI): 국내총생산(GDP)의 대안 지수 중 하나. GPI=Cadj+G+W-D-S-E-N로 계산한다. 소비(Cadj)와 자본(G), 복지(W)는 더하고 개인의 방어적 지출(D), 사회적 자본에 부정적 활동(S), 환경 악화 비용(E), 자연 자본에 부정적 활동(N)은 뺀다. 이렇게 계산하면, 지속해서 증가하는 GDP와 달리 GPI는 계속 머물러 있다.

 
 
 
 
< 출처 : 한겨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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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