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12

« 2024/12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과학'에 해당되는 글 13

  1. 2019.01.09 돼지가 책 속에 빠진 해, 2019년 주목할 책

 

   돼지가 책 속에 빠진 해, 2019년 주목할 책 

                                                                                  < 책 제목 : 가제 >

 

세상에 쉬운 문제는 없다. 풀기 쉽다면 애초 문제로 인식되지도 않았을 터이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올려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정책이 한계에 다다른 일부 자영업자들의 폐업을 불러오고, 여성의 권리를 찾기 위한 정당한 투쟁이 ‘역차별을 불러온다’며 남성들의 반격에 가로막힌다. 불친절한 택시의 서비스에 등을 돌린 소비자들은 카풀 서비스에 환호하지만, 수입과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두려워하는 택시 기사들의 저항을 외면할 수도 없다. 하지만 문제에 어떻게든 답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인간 사회가 처한 근본 조건이다. 한 사회가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고차원 방정식을 풀어낼 역량을 어디에서 얻을 수 있는가. 인류가 지나온 길과 나아갈 길을 읽어내고, 자신의 견해와 반대되는 주장을 인내심 있게 경청하는 느린 사고를 하며, 정해진 틀을 깨는 새로운 사상과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몫 없는 자들의 몫을 찾아주는 이성과 감성 말이다. 40개 출판사에 올해 나올 책 중에 가장 앞줄에 두고 싶은 책이 어떤 책인지 물었다. 대부분 책은 가제다.

 

감수성의 최전선, 문학

문학계에선 대형 작가들의 신작 출간이 예고되어 있다.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이후 한강 소설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줄 신작 소설이 상반기에 출간된다. 한강 작가는 2015년 황순원문학상 수상작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2018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작별’에 신작을 더해 ‘눈 3부작’(문학동네)을 선보인다. 등단 10주년을 맞은 정유정 작가는 <7년의 밤> <종의 기원> 등 긴장감 넘치는 전작과 사뭇 다른 경쾌한 판타지 휴먼드라마 <진이 지니>(은행나무)로 오는 5월께 독자들에게 돌아온다. “강인한 침팬지 사육사를 주인공으로 죽음 앞에 선 한 인간의 선택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출판사는 전했다. <82년생 김지영>의 작가 조남주는 시공간을 알 수 없는 작은 도시 국가에서 ‘불법체류자’들이 모여 사는 낡은 맨션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민음사)을 준비 중이다.

은희경 작가는 7년 만에 내놓는 여덟 번째 장편소설 <빛의 과거>(문학과지성사)에서 소설가가 되어 나타난 오랜 친구와의 만남 이후 소실된 기억을 찾아 나서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작가 심윤경은 6년 만에 펴내는 장편소설 <설이>(한겨레출판)로 한국의 부모들에게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를 묻는 소설판 <스카이 캐슬>의 출간을 예고했다.

국외 소설가도 빼놓을 수 없다. 엘레나 페란테는 ‘나폴리 4부작’을 쓰기 전 출간한 세 권의 중편소설집 ‘나쁜 사랑 3부작’(한길사)에서 자식과 아내와 어머니라는 역할을 감당하는 과정에서 여성이 겪는 심리적 변화를 파헤친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우리 대 당신들>(다산책방)은 전작 <베어타운>의 사건에서 수개월이 지난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는 후속작이다. 을유문화사는 ‘을유세계문학’ 100권째 작품으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특히 공들여 번역해 낼 예정이다.

 

거대한 이야기의 시작과 끝, 역사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그동안 축적된 학문적 성과가 열매를 맺는 해다. 2월 중으로 한국역사연구회에선 5권 분량으로 기획한 ‘3·1운동 100주년 총서’(휴머니스트)를, 권보드래 고려대 교수는 <3·1운동의 문화사>(돌베개)를 출간할 계획이다.

한편, 역사 관련 대형 시리즈들이 시작되거나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창비)가 일본편에 이어 중국편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둔황과 실크로드를 시작으로 중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며 우리 역사와 관계를 찾아가는 장대한 여정을 예고했다. 서해문집은 5년 간 기획해온 <한국 근현대생활사 큰사전> 시리즈의 시작으로 ‘시각’ 편 다섯권의 저서를 낸다. 문헌학자 김시덕은 5권으로 계획한 <일본인 이야기>(메디치미디어)의 첫 번째 편으로 16~17세기 전환기 일본을 살펴본다. 주명철 한국교원대 교수는 <프랑스 혁명사> 9, 10권(여문책)을 출간해 2015년 시작한 10부작 시리즈의 문을 닫을 예정이다.

조선시대 여성들이 혼자 힘으로 소송 서류를 제출하고 법정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었음을 처음으로 밝혀낸 김지수 워싱턴대학 교수의 <정의의 감정-조선시대 성, 신분 그리고 법률행위>(너머북스)도 올해 독자들을 만난다. 역사 전문 작가 심용환은 87년 체제에서 성장한 30·40세대로서 쓴 한국 현대사 <나의 10년>(사계절)을 내놓을 계획이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와 <문명의 붕괴>를 잇는 문명사 3부작의 완결편 <대변동>(김영사)으로 성공한 국가들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왔는지 탐구하고 국가와 세계가 나아갈 방향을 예측한다. 냉전 시기 독일 주재 미국 외교관이었던 윌리엄 스마이저가 독일 분단의 시작부터 통일까지를 다룬 <얄타에서 베를린까지>(동녘)는 현재 한반도 상황에 통찰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신생 출판사인 루아크는 19세기 이후 발명된 마취제와 수면제, 우울증 치료제 등 약물이 현대인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다룬 로랑 드 쉬테르의 <마취의 시대>를 올해 낼 책 중 기대작으로 꼽았다.

 

뿌리째 뒤흔드는 사상

철학과 사회과학, 페미니즘, 경제 분야의 단단한 책들도 독자들을 기다린다.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현대 한국철학을 대표하는 함석헌의 사상을 서양의 형이상학·존재론과 대결시키고 고유한 특질을 밝히는 <함석헌의 철학>(길)의 출간을 예고해 독자들의 기대를 모은다. 진보적 법학자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영화와 문학의 여러 사례로 현실의 법 현상을 설명하는 법학 길잡이 책 <법으로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아르테)를 낼 예정이다.

최근 인류학·철학 분야의 중요한 흐름인 ‘존재론적 전회’를 이끄는 필리프 데스콜라의 <자연과 문화를 넘어서>(사월의책)도 독자들의 기대 목록에 오를 만하다. 서발턴 집단에 대한 독창적 연구를 발표해온 제임스 스콧의 <지배와 저항의 기예>(후마니타스)는 권력의 배후에서 오간 말들을 다루는 정치학의 고전이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필립 쇼트의 <마오쩌둥>(교양인)은 마오를 신격화하거나 악마화하지 않고 총체적 관점으로 그려내 ‘마오쩌둥 전기의 결정판’이란 평가를 받는 책이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수나우라 테일러의 <짐을 끄는 짐승들>(오월의봄)은 동물해방과 장애해방이 수렴하는 지점을 탐구하며 철학과 윤리학, 정치학의 공리들을 뒤집는 저작이다.

마이클 카우프만 ‘화이트 리본 캠페인’ 공동설립자는 왜 페미니즘이 성별을 불문하고 모두가 실현해야 할 목표인지를 <왜 남성은 성평등을 위해 싸워야 하는가>(바다출판사)에서 간결한 언어로 설명한다. 오슬로대학의 두 여성 의학자 니나 브로크만과 엘렌 스퇴켄 달의 <질의 기쁨>(열린책들)은 수치심의 근원으로 여겨졌던 여성의 생식기를 자부심의 대상으로 되돌려놓는다.

<기업의 역사>(에코리브르)는 조엘 모키르 등 약 20명의 경제사가가 참여한 1000쪽이 넘는 대작으로 기업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역사를 다루는 책이다. 김종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회사의 본질>(개마고원)에서 주식의 본질이 계약권과 재산권의 결합이라고 설명하며 주식회사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한다.

 

인류의 미래를 묻는다, 과학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까치글방)은 인류가 극복해야 할 큰 물음에 대한 스티븐 호킹의 간결한 대답과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을 담은 유작이다. 리처드 프럼의 <아름다움의 진화>(동아시아)는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자가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자가 살아남는다는 ‘배우자 선택 이론’으로 ‘적자생존’에 기반을 둔 기존의 다윈주의에 반기를 들어 2017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된 문제작이다.

논픽션과 과학의 결합도 흥미롭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존 맥피의 <이전 세계의 연대기>(글항아리)는 20년간 미국의 다양한 지질학적 장소들을 답사해 지구 형성 과정을 조사한 5권의 책을 묶은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이다. 영국 자연사 박물관에 소장돼 있던 299종의 희귀 새 가죽을 훔친 사건을 논픽션 작품으로 탄생시킨 커크 월리스 존슨의 <깃털 도둑>(흐름출판)도 관심작이다.

<전길남에게 미래를 묻다>(사이행성)는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이 ‘아시아 인터넷의 아버지’라 불리는 전길남 박사를 수십 차례 인터뷰해 만들어낸 평전이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아제이 아그라월이 조슈아 갠스, 아비 골드파브와 함께 쓴 <예측 기계-인공지능의 간단한 경제학>(생각의힘)은 인공지능의 막강한 예측 능력이 몰고 올 경제·경영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측하는 책이다.

 

위로하거나 뜨겁게 하거나, 에세이

지난해 우리 곁을 떠난 칼럼니스트이자 전문 인터뷰어인 김서령 작가의 유작인 음식문화 에세이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푸른역사)가 그를 떠나보낸 이들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정신분석 전문의 김혜남과 젊은 정신과 펠로 박종석이 보통 사람들에게 건네는 ‘심리학 약봉지’ <심리학이 어른의 안부를 묻다>가 책세상의 임프린트 ‘해의시간’에서 출간된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탠드업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는 자신의 첫 번째 에세이 <본 어 크라임>(Born A Crime: Stories from a South African Childhood)에서 남아공에서 태어난 자신이 겪어온 감동적이고 장엄한 이야기를 코믹한 입담으로 풀어낸다. ‘비(B)급 좌파’ 김규항은 <혁명노트>(알마)에서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혁명을 이뤄내기 위해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은유 작가는 타인에 대한 공부를 통해 자신의 편견을 깨뜨리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당신의 삶에 밑줄을 그었다>(어크로스)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인문에세이’의 한 표본을 보여줄 예정이다.


< 출처 : 한겨레신문 >

:
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