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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즐거움 : 청소년에서 성인 독자까지 | 고전 독서를 시작하는 이들을 위한 가장 완벽한 지침서

/ 수잔 와이즈 바우어  028.9 B344wKㅇ  인문과학열람실(3층)

 

책소개

 

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고전 길잡이!

영미권에서 이미 고전 독서의 길잡이로 널리 알려진 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독서의 즐거움』. 스스로의 힘으로 꾸준히 고전을 읽어 나갈 방법부터 체계적으로 알려주는 책이다. 문학과 언어 부문에서 미국 최고의 대학 중 하나이며 미 대통령을 여럿 배출한 윌리엄 앤드 메리 대학에 대통령 전액장학생으로 입학하여 모교에서 영문학 교수로 재직한 저자는, 자신의 독학 경험에 더하여 네 자녀를 홈스쿨링으로 키운 경험에서 우러나온 확신을 통해 다른 분야와 달리 고전 독서만은 제도권 교육으로 결코 완성할 수 없는, 스스로 훈련해 나가야 하는 영역임을 강조한다.

저자는 ‘하루 중 독서에 전념할 30분 마련하기’, ‘저녁보다는 아침 독서’, ‘독서 노트에 발췌하고 요약하기’와 같은 구체적이고 간단한 지침에서 시작해 모든 분야의 책을 ‘이해, 분석, 평가’의 3단계에 걸쳐 세 번 읽기에 이르기까지, 스스로의 힘으로 꾸준히 고전을 읽어 나갈 방법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이어 소설, 자서전, 역사서, 희곡, 시, 과학이라는 여섯 분야의 장르별 독서법과 함께 우리 시대에 꼭 읽어야 할 고전의 목록을 통해 모든 분야의 고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으며 고전이야말로 인간의 삶과 분리할 수 없는 인류 문명의 빛나는 유산임을 깨닫게 해준다.

 

출판사 서평

 

“사실, 독서는 훈련이다.”
깊고 풍요로운 고전의 세계로 나아가는 첫걸음

누구나 고전을 읽고 싶어 하고,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몇 시간이고 TV나 휴대폰, 인터넷과 유튜브를 들여다보긴 쉬워도 30분간 책에 집중하기는 무척 어렵다. 우리를 에워싼 미디어가 문제인 걸까? 『독서의 즐거움』의 저자 수잔 바우어는 미디어가 현대인의 독서를 방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와 별개로 독서가 예전보다 더 어려워진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독서는 TV가 등장하기 전부터 집중을 요하는 활동이었고, 고전을 읽는 것이야말로 다른 어떤 학습보다 스스로의 훈련과 숙련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고전을 엄선하여 소개하기에 앞서, 스스로의 힘으로 꾸준히 고전을 읽어 나갈 방법부터 체계적으로 알려준다.

“독서야말로 제도권 내 교육에서는 완성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TV 등장 이전부터도 지속적이고 진지한 독서는 본래 늘 어려운 일이었지요.
고전을 꾸준히 읽는다는 것은 훈련과 가이드가 필요한 일입니다.”-수잔 와이즈 바우어

영미권에서 이미 고전 독서의 길잡이로 널리 알려진 이 책을 열기 전에 저자의 이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베스트셀러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 역사 이야기』시리즈로 알려진 수잔 와이즈 바우어는 해외에서는 고전과 역사를 주제로 자신의 지식을 쉽고 직설적인 문체로 균형감 있게 풀어쓰는 저술가로 정평이 나 있으며 그의 책들은 전 세계 20만 사서와 교육자의 커뮤니티인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의 추천을 받고 있다. 초중고 과정을 홈스쿨링으로 이수하여 문학과 언어 부문에서 미국 최고의 대학 중 하나이며 미 대통령을 여럿 배출한 윌리엄 앤드 메리 대학에 대통령 전액장학생으로 입학하여 모교에서 영문학 교수로 재직한 저자는, 자신의 독학 경험에 더하여 네 자녀를 홈스쿨링으로 키운 경험에서 우러나온 확신을 통해 다른 분야와 달리 고전 독서만은 제도권 교육으로 결코 완성할 수 없는, 스스로 훈련해 나가야 하는 영역임을 강조한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데 혼자서 양서 목록 전체를 읽어 나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중고등학교에서도 본격적인 독서법이나 공부하는 법을 훈련시키지 않지요.
고전 공부는 책을 재미로 읽을 때와는 다른 숙련 과정이 필요합니다.”-수잔 와이즈 바우어

● 학부모·독서 지도교사의 필독서, 고전 교육의 완벽한 로드맵
● 20만 사서, 교육자 커뮤니티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강력 추천
● 소설, 자서전, 역사서, 희곡, 시, 과학서 여섯 분야의 장르별 독서법과 180여 편의 엄선된 고전 목록 수록
● 새해 고전 독서 계획의 길잡이, 겨울방학 필독서
● 베스트셀러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 역사 이야기』 저자 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고전 길잡이

『독서의 즐거움』의 백미는 소설, 자서전, 역사서, 희곡, 시, 과학이라는 여섯 분야의 장르별 독서법과 함께 우리 시대에 꼭 읽어야 할 고전의 목록이겠지만, 그에 앞서 ‘하루 중 독서에 전념할 30분 마련하기’, ‘저녁보다는 아침 독서’, ‘독서 노트에 발췌하고 요약하기’와 같은 구체적이고 간단한 지침에서 시작해 모든 분야의 책을 ‘이해, 분석, 평가’의 3단계에 걸쳐 세 번 읽기에 이르기까지, 주요 고전 목록에 앞서 스스로의 힘으로 꾸준히 고전을 읽어 나갈 방법이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이 책은 십여 년 전 출간된 초판에 21세기의 고전 및 과학서 파트가 추가된 전면 개정판으로 1부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가’에서는 고전 독서를 위한 준비와 독서 일기 쓰는 법을, 2부 ‘독서의 즐거움’에서는 소설, 자서전, 역사서, 희곡, 시, 과학서 여섯 분야의 장르별 독서법을 알려 주는 한편, 각 장르별 말미에 해당 분야의 고전들을 연대순으로 소개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고대의 전통과 현대 작품들 간의 중요한 연관성을 찾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80여 편의 엄선된 고전 목록이 줄거리와 함께 수록되어 한 분야의 기초가 되는 작품부터 시작해 체계적인 독서를 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책의 2부는 장르별로 여섯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소설 편에서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거쳐 코맥 맥카시의 『로드』까지 32편을, 한 개인의 인생 이야기를 넘어서서 사회와 역사를 진단하는 자서전 편에서는 기원후 400년경에 씌어진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부터 소로의 『월든』을 지나 엘리 위젤 회고록까지 27편을, 역사서 편에서는 헤로도토스의 『역사』에서 시작하여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을 거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언과 최후의 인간』까지 31편을, 수천 년 전부터 인간이 몸짓으로 만들어 온 이야기이자 넓은 독자층보다는 특정 관객을 대상으로 씌어진 희곡 편에서는 기원전 아이스킬로스의 『아가멤논』부터 16세기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거쳐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 며』, 피터 셰이퍼의 『에쿠우스』까지 28편의 작품을, 시 편에서는 기원전 2000년경의 『길가메시 대서사시』부터 밀턴의 『실낙원』을 거쳐 실비아 플라스, 리타 도브까지 40여 명의 시와 시인들을, 책의 마지막인 과학 서적에 대한 장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와 갈릴레오에서 시작해 19세기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20세기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의 특수 이론과 일반 이론』,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과학에 대해 생각해 온 방식을 보여 주는 28편의 저술 목록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가 알려 주는 독서법대로, 추천된 작품들을 하나하나 읽어 나가다 보면, 모든 분야의 고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으며 고전이야말로 인간의 삶과 분리할 수 없는 인류 문명의 빛나는 유산임을 깨닫게 된다. 혼자 고전 읽기를 시작하는 사람들, 자녀에게 고전을 읽히고 싶은 부모에게 완벽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1부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가

1장 독서를 위한 첫 단계_지금까지 받아 본 적 없는 고전 교육
2장 고전 읽는 훈련_책과 씨름하기
3장 독서 일기 쓰는 법_새로운 배움을 위해 기록하기
4장 독서를 위한 마지막 준비_책을 내 것으로 소화하기

2부 독서의 즐거움

5장 소설을 제대로 읽는 즐거움
10분 만에 읽는 소설의 역사/ 소설 제대로 읽는 법/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소설들

6장 자서전 읽기의 즐거움
5분 만에 읽는 자서전 비평사/ 자서전 제대로 읽는 법/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자서전들

7장 역사서 읽기의 즐거움
15분 만에 읽는 역사에 대한 역사/ 역사서 제대로 읽는 법/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역사서들

8장 희곡 읽기의 즐거움
5막으로 구성한 연극의 역사/ 희곡 제대로 읽는 법/ 우리가 꼭 읽어야 할 희곡들

9장 시 읽기의 즐거움
정의 내리기 힘든 시의 세계/ 7분 만에 읽는 시인과 시어의 역사/ 시 제대로 읽는 법/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시들

10장 과학서 읽기의 즐거움
20분 만에 읽는 과학 저술의 역사/ 과학서 제대로 읽는 법/ 우리가 꼭 읽어야 할 과학서들

주석
감사의 말
찾아보기

 

< 내용 출처 : 교보문고 >

 

:
Posted by sukji

 

 

질문 100가지를 할 수 있으면 책을 쓸 수 있다

강원국의 글쓰기에 대한 글쓰기
행복했던 순간 떠올려 보니
연애하며 상대에게 질문이 많았던 때
한국, 질문·반문하기 어려운 구조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
질문 잘하는 이 많아야 사회 행복해져

 

 

 

“저 친구 참 삐딱해.”

‘삐딱’의 의미는 무엇인가. 아귀가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관계가 매끄럽지 않다는 것이다. 퍼즐 조각 맞출 때 아귀가 딱딱 맞아야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채워야 할 공간에 맞는 모양으로 주무르기 쉽게 물컹해야 한다. 고분고분해야 한다. 딱딱하게 모난 돌은 끼워 넣기 힘들다. 어디에 포섭되지 않는다. 묻어가지 않는다. 비탈에서 홀로 서 있다. 눈에 띈다. 아니, 튄다. 결국 정 맞는다. 관계 역시 그러하다. 모난 돌, 내 편이 아닌 돌, 내 말에 순응하지 않는 돌, 물 흐르듯 스며들지 않는 돌은 외톨이가 된다.

인간은 언제 행복한가. 궁금해서 못 견딜 때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을 꼽으라면 연애 기간이다. 연애 감정이란 실은 궁금증이다. 연애 시절을 떠올려 보라. 사귀는 상대가 나를 좋아할까, 좋아한다면 얼마나 좋아할까, 내가 청혼하면 받아줄까. 모든 것이 궁금하다. 데이트하고 헤어지면 조금 전까지 같이 있던 그 사람이 지금은 무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전화하고 문자 보내고, 그것도 모자라 다시 그 집 앞으로 달려가고, 그런 시간을 도저히 감당 못 해 결혼한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면 어떤가. 꼴도 보기 싫지 않던가. 눈앞에서 알짱알짱하지 않는 게 고맙지 않던가. 그때 궁금해지면 병이다. ‘출장 간다고 했는데 정말 갔는지.’ 의심하면 질환이다. 물론 내 얘기는 아니다. 나는 지금도 아내가 그립다. 여전히 궁금하다. 늘 이선희의 노래 ‘알고 싶어요’를 웅얼거린다. ‘내가 정말 그대의 마음에 드시나요. 나를 만나 행복했나요. 바쁠 때 전화해도 내 목소리 반갑나요. 그대 생각하다 보면 모든 게 궁금해요.’ 가장 궁금한 건 그녀가 지금 어디쯤 오고 있는지이다. 그녀가 오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술상도 치워야 하고 설거지도 해야 한다. 그녀가 지시한 일을 해놓아야 한다. 그래도 그 시간이 가슴 떨리게 무섭고 행복하다.

연애할 때 말고 행복한 시절은 또 있다. 바로 어린 시절이다. 왜 행복한가. 어린아이가 어른보다 모르는 게 많아서라고 생각한다. 어린아이는 모든 게 신기하다. 이것은 무엇인지, 왜 그런지, 오늘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싶다. 하루하루가 새롭다. 그래서 엄마에게 묻는다. 학교에 가선 선생님께 질문한다. 그것이 본성이다. 왜 알고 싶어 하나. 알아야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어디에 가야 먹을거리가 있는지, 어딜 가면 위험한지 알아야 살아남는다. 알았을 때 안전하다. 그래서 알고 싶고, 알았을 때 행복하다. 어쩌면 인간의 호기심은 그런 이유 때문에 만들어진 게 아닐까.

나는 질문 못 하는 사람이다. 최근 어쭙잖게 라디오 진행을 시작했지만,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진행자는 청취자 입장에서 궁금한 걸 물어야 한다. 방송국 프로듀서는 나의 연설비서관 경력을 높이 샀다. 대통령 글을 쓰려면 궁금한 걸 대통령께 물어야 하고, 국민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써야 하니 질문 하나는 잘할 것으로 믿고 있다. 착각이다. 나는 받아쓰는 사람이었다. 묻는 사람이 아니었다. 대통령 말귀를 알아듣고 대통령의 생각을 읽는 사람이었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기자들, 질문하는 것이 본업인 기자들도 묻지 않았다. 2010년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끝나고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개최국인 한국 기자들에게만 질문 기회를 줬지만, 끝내 질문하지 않았다. 한국말로 해도 된다고 했지만 끝까지 버텼다. 어디 기자뿐인가. 삼성전자, 현대차에 가도, 공무원 조직에 가도 질문하지 않는다.

질문하지 않는 것은 학습이 잘된 결과다. 우리 사회는 궁금해지면 위험하다. 어렸을 적 엄마에게 주야장천 묻는다. 그러다 혼난다. 특히 많은 사람이 보는 데서 엄마가 모르는 것을 물어보다 한 대 맞는다. “시끄러워. 사람들 많은 데서 그러는 것 아냐!” 학교에 들어가면 더욱 본격화된다. 모르는 것을 물으면 그것도 모르냐고, 무슨 그리 허접한 질문을 하느냐고 타박한다. 그래서 아는 사람만 묻는다. 선생님이 ‘질문 있나?’ 하면 모르는 아이들은 묻지 않는다. 공부 잘하는 아이가 묻는다. 학창시절 내내 그랬다. 학교에 왜 가는가. 알려고 가는 것 아닌가. 알려면 모르는 건 물어야 하지 않는가. 질문은 학교 가는 이유이고 학생의 권리 아닌가.

이스라엘에 간 적이 있다. 질문하지 않는 학생은 선생님이 상담한다고 한다. 왜 그러는지 물었더니, ‘그런 친구는 아예 모르거나 학습 의욕이 없기 때문인데, 학생에게 이보다 더 큰 문제가 무엇이냐’고 되묻는다. 0.2%도 안 되는 인구로 25% 가까운 노벨상을 휩쓰는 이유가 서로 질문하고 토론하는 ‘하브루타’ 학습과 당돌하고 뻔뻔하게 묻는 ‘후츠파’ 정신에 있다고 한다.

모르는 것을 들킬 때만 위험한 게 아니다. ‘그게 맞나?’ ‘저래도 되나?’ 의문이 들 때도 위험하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참고서를 소개했다. 우리 반 친구 중에 누군가 물었다. “선생님, 그 책 사라는 말씀이신가요?” “이리 나와. 누굴 책장사로 알아?” 그 친구 한 시간 내내 맞았다. 학교뿐 아니다. 직장에서도 고개를 갸우뚱하면 안 된다. 상사 생각에 의문을 품거나 의심하는 사람은 충성심이 부족한 사람이 된다. 대차게 끄덕여야 한다. 리액션이 좋아야 한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시기에 그렇게 고명한 생각을 하실 수 있느냐’고 감탄을 금치 못해야 한다. 당신의 말씀 단 한 자도 놓치지 않겠다는 불퇴전의 각오로 받아 적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우아하게 차려입고 청와대 상춘재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대통령 옆에 포진해 있는 기자는 어찌 그리 리액션이 좋은지. 대통령은 착각했을 법도 하다. 기자들 반응으로 봐선 모든 게 완벽하게 해명됐다고. 이뿐인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종범실록’은 또 어떤가. 대법원장을 옥에 가두는 결정적 증거도 깨알같이 받아쓴 수첩이었다지 않은가.

받아 적는 게 장땡이다. 밑줄 쫙쫙 긋고 번호 매기고 별표치고 ‘야마’ 잘 잡고 상사 의중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분위기와 흐름을 잘 읽어야 한다. 묻는 건 하수다. 행간을 읽고 빈칸을 채워줘야 중수는 되고, 시키지 않은 짓도 잘해야 고수다. 그래야 출세한다.

글쓰기를 힘들어하는 이유도 질문하기를 주저하고 두려워하는 우리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글쓰기는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게 언제였지?’ ‘누구였더라?’ ‘이것에 관한 내 생각은 뭐지?’ 물을 수 있으면 쓸 수 있다. 회사에서 쓰는 보고서는 내가 아는 것, 쓰고 싶은 것을 쓰는 게 아니다. 상사가 궁금해하는 것, 알고 싶어 하는 것에 답하는 것이다. 하물며 일기도 ‘오늘 내가 뭘 했지’라는 물음에서 시작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시 이명박 당선인이 정부 조직개편안을 발표하자, 쉰한 가지 질문으로만 연설문을 작성했다. 첫 문장을 질문으로 시작해보라. 마무리로 질문을 던지며 끝내보라. 질문 100가지를 할 수 있으면 책을 쓸 수 있다. 답을 몰라 못 쓰는 것이 아니다. 질문을 못 해 못 쓰는 것이다.

대답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도 잘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받아 적는 사람이 아니라 의문을 품고 반문하는 사람,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아니라 문제의식을 갖고 이의 제기하는 사람, 문제를 풀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 내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 그랬을 때 우리 사회는 한 단계 더 도약하고 구성원 역시 행복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은 따로 있다고요? 당신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강원국(작가)


< 내용 출처 : 교보문고 >

:
Posted by sukji

 

 

“애플-구글이 찾는 건 ‘스토리’ 가진 인재다”

 

 

배철현 건명원장이 말하는 글쓰기 교육

 

최근 서울 종로구 가회동 건명원 강의실에서 만난 배철현 건명원장은 “미래산업의 핵심은 ‘스토리’에 있다”며 “독서와 글쓰기가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한국 사회를 도약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국어 31번 논란’이 일었던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교육계에서는 국어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하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앞으로의 입시 준비를, 현장 교사와 국어학계에서는 국어 교육의 방향성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국어 교육이 새삼 화제로 떠오른 최근 서울 종로구 가회동 ‘건명원’에서 배철현 건명원장(56·서울대 종교학과 교수)을 만났다. 건명원은 문화예술 분야의 창의적 인재 양성을 목표로 설립된 기관이다. 인문 예술 과학 분야의 저명한 교수 8명이 19세부터 29세 사이의 청년들에게 융합적 강의를 무료로 제공한다. 15일 건명원의 2대 원장이 된 배 원장은 “내년부터 건명원의 모든 교육을 ‘글쓰기’ 중심으로 완전히 바꿀 생각”이라고 말했다. 

―왜 글쓰기인가.
 

“내년이면 한국에도 넷플릭스가 본격적으로 들어온다. 애플도 드라마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위협적이다. 이들의 위세에 한국의 모든 방송은 하루아침에 사라질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런데 애플이나 구글, 넷플릭스와 같은 기업들이 누굴 찾냐면 글 쓰는 사람이다. 그냥 쓰는 게 아니고 글을 깊이 있게 쓰는 사람, 높은 경지에서 쓰는 사람, 상상을 통해 쓰는 사람을 찾는다. 미래의 핵심 산업은 ‘스토리’다. ‘해리포터’라는 작품 하나의 경제적 가치가 현대차가 자동차 생산으로 얻는 이익보다 더 크다고 하지 않나. 그런데 이런 엄청난 미래 산업을 우리가 교육하지 않는다.”

―우리 교육의 문제가 뭔가.
 

“중고교생들은 내가 아는 작은 세계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깊이 책을 읽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의 교육 제도로는 책 한 권도 못 읽는다. 한 권을 ‘읽는다’는 것은 그냥 읽는 게 아니라 ‘깊이 있게’, 단순히 많이 읽는 게 아니라 고전과 같은 좋은 책을 사고(思考)하면서 읽는다는 의미다. 세계의 저명한 대학들이 교육을 논할 때 흔히 ‘교양도서 100권을 읽는 것이 대학 교육의 전부’라고 하지 않나. 자신만의 글쓰기를 위해서도 폭넓은 양서의 독서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독서도, 글쓰기도 전혀 되지 않고 있다.” 

―그런 교육은 어떤 결과를 낳나.
 

“학생에게는 ‘희망’이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 희망은 자기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어떤 것이어야지, 남이 희망이라고 만든 걸 찾는 건 흉내고 자살행위일 뿐이다. 그런데 한국의 청년들을 보면 모두 공무원을 하겠다며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한다. 만약 이들이 다양한 독서를 했다면 어땠을까. 책이란 스스로 되고 싶은 나를 찾도록 자극시켜 주는 등대와 같다. 독서를 통해 세계관이 확장되고 미래에 대한 무기를 갖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독서조차 입시를 위한 수단으로 보기 때문에 깊이 보질 못한다.”

 

―입시라는 현재의 틀에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데….

“몇 년 전 서울대 총장에게 서울대 입시를 고전 50권 깊게 읽기와 에세이 쓰기, 면접으로 바꾸자고 말한 적도 있다. 대입 시험 문제(수능)를 방송국(EBS)에서 한 내용으로 낸다는 게 과연 맞는 얘긴가. 학생들에겐 각자의 목소리가 있다. 답은 다 달라야 한다. 내 목소리로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노래할 때 가장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노래가 나온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다른 노래를 부를 수 있게 가만 놔두질 않는다. 방탄소년단(BTS)을 보라. 스스로 생각해서 가사를 쓰는 게 중요한 것이다.”

―독서와 글쓰기를 하면 교육이 변화할까.
 


 

“교육은 물론이고 사회도 바뀐다. 독서는 일종의 ‘침묵 수련’이다. 나의 말을 하지 않고 읽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의 생각이 생기고 토론을 할 수 있는 역량도 생긴다. 그런데 독서가 없다 보니 학생들에게 토론을 시키면 상대의 말은 듣지 않고 자기가 가진 알량한 지식만을 과시하고 싶어 한다. 사회적으로도 보라. 한국의 많은 문제는 깊이 생각하고 토론을 통해 결정할 일인데 그 시스템이 무너졌다. 흔히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고 논할 때 정치·경제만 말한다. 하지만 정치·경제의 변화는 국민 의식이 먼저 도약해야 가능한 것이다. 글쓰기란 생각나는 것을 글로 쓰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고, 자신의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때를 생각해 다른 사람의 입장에도 서보는 배려의 과정이다. 그런 면에서 글쓰기는 우리 교육과 사회를 구원할 가장 좋은 수단이다.”

 

< 출처 :  동아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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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