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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 판교IT기업, 남성…성공한 스타트업 창업자 3가지 열쇳말

 

[2020 스타트업 리포트] 국내 대표적 스타트업 80곳 조사
주요 5개대+미 30위권 대학 출신
양대 포털·게임 빅3 경력자 다수
“학벌 덕에 정보 우위·후광 효과”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10년 새 모바일 환경에 기반한 혁신 서비스들이 잇달아 등장하는 가운데, 국내를 대표하는 주요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절반은 국내외 주요 대학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이미 대기업으로 성장한 정보기술(IT) 기업이나 대형 게임회사를 거친 경력자도 상당수였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혁신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출신학교나 인맥 등의 변수가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한겨레>는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연구팀(김도현·이수용)과 공동으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12곳과 300억원 이상 초기 투자 유치에 성공한 기업 등 국내 대표 스타트업 80곳을 대상으로 창업자 93명의 학력과 경력 등 주요 배경 특성을 전수조사했다. 이번 조사는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배경 특성을 처음으로 대규모 분석한 작업이다. 비상장기업인 탓에 정보 취합에 일부 한계가 있었으나, 공개 정보를 중심으로 창업자의 나이, 학력 등 기본 요소와 산업·기업 경력 등을 파악했다. 조사 대상 기업은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을 포함해 유니콘 기업 12곳, 스타트업 지원 기관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300억원 이상 투자를 받았다고 정리한 기업들(11월3일 기준),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상반기부터 세차례 선정한 예비 유니콘 기업 중 300억원 이상 투자를 받은 곳 등 80개다.조사 결과, 창업자의 49.5%(46명)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포항공대·카이스트 등 국내 5개 대학과 미국 상위 30위권 대학 출신으로 집계됐다. 아이티 기업과 컨설팅사, 벤처캐피탈에서 일했거나 이미 창업을 경험하는 등 스타트업 생태계와 친숙한 분야 출신도 47.3%(44명)나 됐다. 특히 아이티 기업 출신자(20명) 중 19명은 양대 포털(네이버·카카오)과 게임 ‘빅3’(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업체를 거쳐, 이들 기업 경력이 스타트업 창업의 ‘기초자산’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분석작업에 참여한 이수용 박사(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방문학자)는 “학벌이 가진 사회적 자본은 스타트업 창업에서도 ‘정보의 우위’를 가능하게 하고 ‘후광 효과’도 일으키기 때문”이라며 “다만 일부 창업자의 결과적 특성만을 보여주는 데이터이므로 ‘학벌이 좋아야 창업에 성공한다’는 식의 인과관계는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환경으로 창업 쉬워도 성공 험난…창업 아이디어 ‘플러스 알파’는 학벌·인맥

‘끼니때가 되면 배달의민족 앱을 켜거나 마켓컬리에서 산 식재료로 요리를 한다. 출근은 공유오피스 패스트파이브로, 퇴근길엔 이웃과 만나 당근마켓 중고물품을 사고판다. 주말엔 쏘카에서 빌린 차를 타고 야놀자에서 예약한 숙소에 간다. 약속을 마치고 밥값을 정산할 땐 토스로 송금, 끝’.2010년 무렵부터 본격 등장한 국내의 모바일 기반 서비스들은 2020년대 우리의 일상 깊숙이 자리잡았다. 해당 서비스 업체들은 스타트업이란 단어가 무색하리만큼 단기간에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현재와 같은 모습의 스타트업 붐이 처음 시작된 건 2008년께 미국 실리콘밸리. ‘아이폰 등장’과 ‘풍부한 자금’이라는 조건과 맞물려 드롭박스, 에어비앤비, 우버 등이 잇달아 탄생했다. 국내의 스타트업 창업 흐름도 이런 사정과 맞물려  있다.과연 2020년대 일상을 지배하는 서비스를 탄생시킨 주인공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한겨레>는 지난 10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해온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핵심인 주요 창업자의 배경 특성을 꼼꼼하게 살펴봤다.

 

 

“가장 중요한 건 창업자에 대한 믿음”

“사업계획서 한장을 보고 결정해야 하는 스타트업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창업자에 대한 믿음이다. 출신 학교는 좋은 교육을 받았다는 것뿐만 아니라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줄 좋은 인적 네트워크도 갖췄으리라는 기대 등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말해주는 게 현실이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본투글로벌센터 김종갑 센터장의 이야기는 2020년 한국의 스타트업 현실에서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이번 조사에서도 ‘학벌 좋은’ 창업자 현상은 뚜렷했다. 조사 대상자 절반의 출신학교는 국내 5개 대학과 미국 상위 30위 대학(‘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 2020’ 기준)에 집중됐다.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서울대 치대), 샌드박스 나희선 대표(연세대 법대), 직방 안성우 대표(서울대 통계학과), 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고려대 경영학과), 왓챠 박태훈 대표(카이스트 전산학과) 외에도 하버드대 출신의 김범석·윤선주·고재우 쿠팡 공동창업자 등이 대표적이다.이번 분석 작업에 참여한 이수용 박사는 논문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의사결정 기준에 관한 연구’에서 “국내 120개 벤처캐피탈의 투자심사역 263명을 조사한 결과, 투자를 결정할 때 창업자의 학벌을 가장 중시했다”며 “명문대에서 형성한 사회 엘리트 집단의 네트워크 등 인맥 요인이 신생 벤처기업의 제품, 서비스에 대한 불확실성을 충분히 상쇄시킬 것으로 보고 있었다”고 밝혔다. 학맥으로 연결된 네트워크는 정보 획득에도 유리한 요소다. 이 박사는 “이번 조사대상 기업의 창업 시기는 2006년부터 2015년 사이(78.8%, 63곳)에 집중돼 있다”며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된 2010년 중반 이후를 보다 개방된 사회로 보는데, 이들은 모바일 시대 이전 혹은 초기에 학벌을 바탕으로 쌓인 인맥 등 사회적 자본에서 기인하는 정보를 밑천 삼아 남들보다 먼저 창업에 뛰어들어 우위를 차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능력 평가의 결과” 대 “20년 전보다 나아져”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학벌사회’ 경향을 두고선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다양한 평가가 나온다. 이성화 지에스(GS)홈쇼핑 이노베이션플랫폼사업부 상무는 학벌의 중요성엔 동의한다면서도 “결과론”이라고 못박았다. 이 상무는 “문제해결 능력은 스타트업이 도전하려는 사업의 시장 규모보다 중요하다”며 “일을 해보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닥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때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 방법을 찾는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약 20년 전인 2000년 전후의 이른바 ‘닷컴 붐’ 시절과 견줘 학벌의 영향력이 외려 줄었다는 견해도 있다. 인터넷 기반의 1세대 창업 환경과 모바일 기반의 창업 환경 사이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게 이런 판단의 근거다.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는 “지금과 같은 모바일 시대엔 개발만 할 수 있으면 창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문턱이 낮아졌다”며 “닷컴 시절엔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 출신이 주로 창업을 했고, 학벌 등 배경이 따라주지 않으면 소창업에 머무르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말했다.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도 “과거엔 대기업에 납품하는 비투비(B2B) 창업이 대부분이라 대기업 재직 경험이 있어야 유리했다. 지금은 기업이 직접 고객을 갖는 비투시(B2C) 창업이 많아진 터라 특정 배경을 갖추지 못해도 창업을 해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여성 창업자에겐 여전히 높은 문턱

여성 창업자가 극히 드문 점도 눈에 띈다. 조사 대상자 93명 가운데 여성은 김슬아(마켓컬리), 윤자영(스타일쉐어), 김연정(트리플) 대표 3명뿐이었다. 성공한 여성 스타트업 창업자가 적은 이유에 대해 커뮤니티에서 출발한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 김지영 대표는 “여성 창업자들은 좋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공격적으로 기회를 잡기보다는 ‘내가 정말 자격이 있나?’라는 식의 자기 의심이 먼저 작동하며 기회에서 한발짝 스스로 물러나곤 한다”며 “벤처투자업계의 여성 심사역이 10% 이하에 머무는 등 남성 중심적 문화가 강고하다 보니, 여성들이 성장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일도 여전히 많다”고 덧붙였다.하지만 성공한 여성 창업자가 늘어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견해도 있다. 임정욱 티비티 공동대표는 “여성 창업자들은 육아 등 주로 생활 속의 불편을 풀어주는 틈새시장에서 창업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이런 사업은 큰 기업으로 성장하기엔 시간이 필요하다”며 “최근엔 역량있는 여성 창업자들이 뛰어드는 사례가 눈에 띄게 많아졌기 때문에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달라질 것”이라 강조했다.

 

“30대 국외파, 스타트업의 주축”

‘국외파’의 움직임이 유독 활발한 것도 2010년대 이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주된 특징이다. 1983년생으로 민족사관고를 졸업한 뒤 미국 유학길에 나서 웰즐리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가 대표적이다. 카카오페이지와 소프트뱅크 덕분에 76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한 래디쉬의 이승윤 대표는 영국 옥스퍼드대 정치철학과를 졸업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국외 명문대 졸업생들은 창업이 커리어의 한 갈래로 자리를 잡았다”며 “2000년대 중후반 유학 붐 때 주로 미국으로 건너간 유학생들이 이런 모습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30대 초중반인 이들은 지금 한국 스타트업의 주축”이라고 말했다.특히 급변하는 모바일 환경에선 ‘사업의 신규성’과 관련해서도 국외파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이수용 박사는 “벤처캐피탈리스트는 국외에서 검증됐지만 국내에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안정적인 사업 모델을 선호한다”며 “국외 경험이 있는 창업자가 이런 사업을 잘할 것이라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범석(하버드대) 대표와 신현성(펜실베이니아대) 대표는 미국 소셜커머스 스타트업 ‘그루폰’의 성공을 보고 귀국해 2010년 각각 쿠팡과 티몬을 창업했다.

 

‘삼성·엘지 출신’에서 ‘네이버·카카오 출신’으로

정보기술(IT) 기업이나 벤처캐피탈 등 스타트업 생태계와 밀접한 분야에서 경력을 지닌 창업자들이 상당수인 점도 눈에 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선 2000년 전후 삼성(삼성에스디에스)과 엘지(엘지씨엔에스) 등 재벌 계열사 출신들이 잇달아 벤처 성공신화를 써 내려온 전통이 새롭게 변주되고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조사 대상자의 약 20%가 네이버와 카카오 혹은 국내 게임 ‘빅3’ 경력을 갖고 있는데, 이들 기업은 과거 삼성과 엘지의 아이티 계열사 출신들이 중심이 돼 만들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정신아 대표는 “아이티 기업은 벤처기업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창업의 디엔에이가 여전히 살아 있고, 퇴사 뒤 창업에 성공한 사례가 많다 보니 직원들에게 ‘나도 한번’이라는 동기 부여가 되는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 대표는 이어 “과거 닷컴 붐 시절에도 앞선 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삼성에스디에스나 엘지씨엔에스 출신 창업자가 많았고, 그렇게 태어난 대표적 회사가 네이버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기대 이사는 “전통 대기업 직원은 좁은 범위의 일을 하므로 사업을 벌일 정도로 업무 역량을 형성하진 못하지만, 아이티나 게임 회사는 하던 일을 그대로 떼어내면 바로 창업이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기술(개발) 분야 이외의 경력자들이 창업에 적극 나서는 것도 한 특징이다. 벤처캐피탈 투자심사역 출신(5명·5.4%)인 박지웅(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나 컨설팅사 출신(13명·14%)인 윤성혁(에스티유니타스) 대표와 강석훈(에이블리) 대표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성화 상무는 “수많은 사업모델의 성공과 실패를 보면서 풍부한 간접경험을 통해 직접 창업에 뛰어드는 것으로 보인다”거나 “컨설턴트로서 고객사에 문제 해결 솔루션을 제시했던 경험이 회사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 한겨레 자료사진

 

배민 김봉진·야놀자 이수진·당근마켓 김재현·…

화려한 경력보다 전문성으로 ‘성장가도’

 

[2020 스타트업 리포트] 건강한 창업 생태계 만들려면

국내외 명문대를 다녔거나 화려한 경력 없이도 커다란 성공을 거둔 창업자들도 많다. 이번 조사 대상 가운데는 김봉진 창업자(우아한형제들), 이수진 대표(야놀자), 김재현 공동대표(당근마켓), 우상범 대표(메이크어스), 정세주 대표(눔), 양태영 대표(테라펀딩) 등의 사례가 그랬다. 이들은 누구보다도 자신이 전문성을 갖춘 영역에서 회사를 일군 경우다. 이수진 대표는 모텔 청소부로 일하며 운영했던 모텔 정보 커뮤니티를 유니콘 기업으로 키워냈다. 조만호 대표가 창업한 무신사도 조 대표가 고등학생 때 시작한 신발 등 패션 사진을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쇼핑몰이 포함된 종합 패션 서비스로 확대된 경우다. 대학 시절 콘서트 등 공연 기획 일을 하다가 모바일 비디오 콘텐츠 플랫폼 딩고 등을 만든 메이크어스의 우상범 대표도 마찬가지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좋은 학교나 좋은 직장 경력을 갖진 못했지만 사업을 크게 키운 창업자들은 특정 영역에서 한 우물을 파고 부족한 인맥과 배경을 보완할 만한 끈기를 지녔다는 점이 공통적”이라고 말했다.하지만 2010년대 후반으로 올수록 이런 성공사례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어지는 추세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공 경로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성화 지에스(GS)홈쇼핑 이노베이션플랫폼사업부 상무는 이런 현상을 ‘선발주자의 이점’으로 설명했다. 이 상무는 “2015년 이전에는 모바일 앱에 무주공산이 많아서 오프라인 서비스를 가장 먼저 온라인화한 사람이 ‘퍼스트 무버 어드밴티지’(선발자의 이점)를 누리며 성공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웬만한 사업모델은 이미 출시가 된 터라 성공을 거두려면 더욱 뛰어난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모바일 시대에선 창업의 난이도는 크게 낮아졌지만 성공의 난이도는 갈수록 올라가는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더욱 건강한 환경으로 만들려면 창업자의 저변을 크게 넓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도현 국민대 교수(경영학)는 “특정 학교 출신이나 특정 산업(회사) 경험을 가진 이들이 성공한 창업자의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건 그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학벌과 특정 산업(회사) 경험 이외에 창업에 필요한 경험, 인맥, 지식을 쌓는 기회를 어떻게 만들어줄 수 있을지 사회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대 이사는 각 대학 창업보육센터의 내실있는 운영을 주문했다. 이 이사는 “그동안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사실상 전국의 모든 대학에 창업보육센터를 만들었지만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거의 없다”며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선배 창업자와의 접점을 찾아주는 등 창업교육을 실질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출처 : 한겨레신문 >

:
Posted by sukji

 

취업할 때 가장 중요한 스펙은?… “학벌보다 인턴 경험이 더 중요”

 

구직자 10명 중 8명 인턴 경험 강조
대규모 공채 줄고 수시 채용 확대
‘정규직 전환’ 일자리 늘어난 영향
인턴 지원 위한 스펙 쌓기 붐… 자격증 어학성적 등 취득 열기

 

 

서울에 있는 정보기술(IT) 관련 중견기업에 다니는 김모 부장은 최근 인턴사원 평가에 참여했다가 깜짝 놀랐다. 인턴의 업무능력뿐 아니라 근무태도, 생활패턴 등에 대한 여러 가지 평가결과를 ‘객관적인 자료’와 함께 꼼꼼히 적어 제출해야 했기 때문이다. 수십 쪽에 이르는 평가서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김 부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턴사원은 회사를 찾아온 손님 정도로 여겼는데 이제는 ‘인턴 고시’가 됐다는 말이 실감났다”고 했다.

국내 채용시장 구조가 바뀌면서 기업과 구직자 모두에게 인턴과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학점과 외국어 점수 등이 중요시되던 대규모 공채 대신 직무 중심의 소규모 수시채용이 ‘대세’가 되면서 인턴 근무 경력이 그만큼 중요해진 것이다.

○ 구직자 “학벌, 전공보다 인턴 경험 중요”

 

23일 취업정보 사이트 ‘진학사 캐치’가 20대 취업준비생 557명을 대상으로 인턴 경험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인턴 경험이 구직에 필수”라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83.5%에 달했다. 구직자 10명 중 8명은 인턴 경험이 있어야 취업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구직요건 중 가장 중요한 이력으로 인턴 경험을 꼽은 사람도 많았다. 취업준비생들에게 “취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스펙이 무엇인가”를 묻자 66.7%인 377명(복수응답)이 ‘인턴 경험’을 꼽았다. 기성세대에서 가장 중요한 취업 요건으로 여겨지던 ‘출신학교’(246명·44.2%), ‘자격증’(227명·40.8%), ‘전공’(221명·39.7%) 등을 모두 제친 것이다.

 

이처럼 취업에 인턴 경험이 중요해지다 보니 인턴 기회를 잡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 취업준비생들은 “인턴 되는 것이 정규직보다 더 어렵다”(전체의 14.9%)거나 “비슷한 난도”(37.7%)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설문에 답한 구직자 A 씨는 “인턴 경험을 해 보고 싶은데 지금은 인턴 되는 것이 ‘금턴(금+인턴)’ 수준”이라며 “인턴에 합격하기 위해 여러 경험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인턴 지원을 위해 다양한 스펙을 쌓는 구직자도 있다. 취업준비생들에게 “인턴 지원을 위해 필요한 스펙이 무엇인가”를 묻자 ‘전공’(262명·47.0%·복수응답)이란 답이 가장 많이 나왔다. ‘자격증’(251명·45.1%)이나 ‘어학성적’(227명·40.8%)을 취득한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IT기업에 합격한 B 씨는 “자기소개서에 인턴 경험을 쓰면 이무래도 관련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며 “면접 질문을 예상 가능한 범위로 유도할 수 있는 것도 인턴 경험의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 ‘인턴 붐’ 불붙이는 채용형 인턴

 

취업준비생들의 이 같은 ‘인턴 열기’에는 채용형 인턴 증가도 한몫을 했다. 과거엔 인턴제도가 일정 기간 일해 보는 단기 일자리(체험형 인턴)에 그쳤다면, 지금은 기업들이 단기 근무 뒤 별도의 절차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채용형 인턴을 많이 뽑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LG그룹이다. LG그룹은 올해부터 신입사원의 70% 이상을 채용 연계형 인턴으로 선발한다고 밝혔다. KT 역시 올해 하반기(7∼12월)에 대졸 신입공채를 폐지하고 6주 동안의 인턴 과정을 거친 뒤 정식 채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진학사 캐치 관계자는 “인턴 채용공고를 할 때 ‘체험형’이라고 따로 명시하지 않으면 채용형 인턴으로 인식될 정도로, 최근 채용형 인턴 공고 건수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인턴 채용에 자주 나서는 기업은 어디일까. 올해 1월 1일부터 11월까지 기업의 인턴 채용 공고를 분석한 결과 삼정회계법인이 15차례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14번씩 인턴 채용 공고를 냈다. 네이버, BAT코리아도 13번씩 인턴을 뽑아 인턴 채용이 활발한 기업으로 꼽혔다. 금융, IT 등 업종이 인턴 채용 상위권 기업에 포진해 있었다. 진학사 캐치 김정현 소장은 “기업은 신입사원을 뽑아 교육하는 것보다 인턴으로 선발해 실무 경험부터 쌓게 하는 방식을 선호한다”며 “앞으로도 정규직 채용에 인턴 과정 도입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동아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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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

 

2019하반기 채용, 가장 중요한 스펙은 ‘전공’…지는 스펙은 ‘학벌‘

 

신입사원 자격증 평균 2개 보유, 토익 771점, 평균학점 3.5점


하반기 채용 시즌이 마무리됨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합격자 발표를 쏟아 내고 있다. 23일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대표 김용환)이 올 하반기 신입사원을 채용한 기업 128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신입사원 채용 결산 및 합격 스펙’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하반기 신입 채용 경쟁률은 평균 26:1로 집계돼, 상반기(20:1)보다 다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과 비교해서는 ‘비슷했다’(55.5%)는 의견이 가장 많았지만, ‘경쟁률이 상승했다’(26.6%)는 의견이 ‘하락했다’(9.4%)의견 보다 2.8배 이상 높았다.

이렇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취업에 성공하는 비결. 즉, 기업이 채용 시 당락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스펙은 무엇일까?

 

 ‘전공’(27.3%)을 1위로 꼽았다. 이어 ‘기업체 인턴 경험’(15.6%), ‘보유 자격증’(15.6%), ‘대외활동 경험’(7%), ‘인턴 외 아르바이트 경험’(6.3%), ‘외국어 회화 능력’(3.9%) 등이 있었다. ‘

반면, 과거에 비해 영향력이 줄어든 스펙으로는 ‘학벌’(17.2%)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계속해서 ‘토익 등 어학성적’(14.1%), ‘학력’(12.5%), ‘유학 등 해외 경험’(9.4%) 등의 영향력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채용 당락에서 가장 중요한 스펙으로 꼽힌 전공을 살펴보면 ‘이공학계열’(39.6%)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인문, 어학계열’(18.4%), ‘상경계열’(15.3%), ‘사회계열’(11.4%), ‘예체능계열’(7.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직무적합성의 중요도가 높아짐에 따라 해당 직무를 미리 경험해 본 ‘기업체 인턴 경험’이나 ‘근무 경력’이 주요 스펙으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 하반기에 합격한 신입사원 중 인턴 경험이 있는 이들의 비율은 평균 23.8%로 집계됐다. 또, 신입사원이지만 근무 경력을 보유한 ‘올드루키’의 비율도 28.1%로 나타났다.

자격증은 신입사원의 무려 96.1%가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들은 평균 2개 이상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어학 성적을 살펴보면, 토익 성적 보유자의 평균 점수는 771점으로 집계돼, 상반기(740점)에 비해 31점 높아졌다. 구간별로는 ‘750~800점 미만’(20%), ‘800~850점 미만’(15%), ‘700~750점 미만’(12.5%), ‘850~900점 미만’(12.5%), ‘600~650점 미만’(8.8%) 등의 순이었다.

토익스피킹 성적은 평균 5.6레벨로 상반기(5.8레벨)에 비해 낮아졌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레벨6(130~150점)’(50%)이 가장 많았고, ‘레벨5(110~120점)’(25.9%), ’레벨4 이하(100점 이하)’(13%), ‘레벨7(160~180점)’(7.4%), ‘레벨8(190~200점)’(3.7%) 순서로 나타났다.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들의 대학 소재지는 ‘지방 사립 대학’(34.4%)이 강세를 보였다. 이어 ‘수도권 소재 대학’(26.4%), ‘지방 거점 국립 대학’(16.3%), ‘서울 소재 대학(SKY 제외)’(15.2%), ‘SKY 등 명문대학’(4.4%), ‘해외 대학’(3.4%) 순이었다.

이들의 학점 평균은 3.5점으로 지난 상반기와 같은 수준이었다.

 

 

< 출처 : 동아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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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新성공법칙]밥 먹듯 야근하고도 새벽 출근 / 명문대→대기업→고연봉 틀속에 ‘하루하루 버티며’ 살고싶지 않아. 신의 직장-대기업 미련없이 사표… 난 내가 원하는 삶을 디자인한다   http://news.donga.com/3/all/20190408/94938952/1

 

“부장님처럼 살기 싫어요”

장영은 씨(26·여)는 3년 전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금융감독원 5급 조사역으로 승진했다. 연봉도 5000만 원에 달했다. 2012년 입사한 후 야근을 밥 먹듯 하면서 승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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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新성공법칙]<1> 우리는 성공모델이 달라요 ‘마이웨이’ 내딛는 청년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獨서 민박집 차려 르포작가 꿈을 쏘다 : https://bit.ly/2Z0R5lFhttp://news.donga.com/3/all/20190408/94939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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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들어왔으니까 어떻게든 버텨봐라. 여긴 버티는 게 이기는 데야.” 직장인의 삶을 그린 드라마 ‘미생’에서 만년과장 오상식이 신입사원에게 던진 조언이다. 하지만 청년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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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新성공법칙] <2> 부모가 정해놓은 성공 공식을 거부하다 학벌보다 자신만의 행복루트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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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친아? 비교 좀 그만, 나는 나!”… 부모가 강요하는 성공방식 거부감

“부모님을 설득하는 게 제 꿈을 찾아가는 ‘첫걸음’이었습니다.” 딸기농사에 스마트 농업기술을 도입하려는 이하영 씨(21)도, 명문대 타이틀을 버리고 요리를 배운 김현성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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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新성공법칙] <3> 아버지 세대와는 다른 삶의 경로

“나만의 길 찾아서… ‘아버지의 지도’ 밖으로 행군” http://news.donga.com/Main/3/all/20190415/950480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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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후회가 되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당시로 돌아가면 어떻게 말할 건가요?” 8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카페. 청년 8명이 모여 있었다. 사회자가 질문을 던지자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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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新성공법칙] <4> 재미있는 직업 찾을래요
내키지 않아도 싫은 내색 않고 소처럼 일했던 기성세대와 달리 하고 싶은 일하며 돈 버는게 꿈
대기업 대신 작은 웹툰사 선택하고 음식이 좋아서 식자재업체 입사
“많은 월급보다 재미가 우선이죠”   http://news.donga.com/Main/3/all/20190423/95176365/1

 

“재미가 밥 먹여줍니다” 덕업일치가 직업선택 0순위

“일하면서 즐거운 순간요? 일을 재미로 하나요?”(40대 중견기업 부장 A 씨) 8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 취재팀은 ‘나는 일하면서 ○○ 순간만큼은 즐겁다’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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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新성공법칙] <5·끝> 나홀로 아닌 다함께 성공하기

“혼자만 잘살면 무슨 재미?”… 공존 앞세우는 2030

http://news.donga.com/Main/3/all/20190430/95312248/1

 

“혼자만 잘살면 무슨 재미?”… 공존 앞세우는 2030

22일 오후 1시.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러블리페이퍼’ 사무실엔 폐박스가 가득했다. 4명의 젊은이들이 폐박스를 일정한 크기로 잘랐다. 여러 장 겹친 후 그 위에 광목천을 덧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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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자신만의 성공모델을 찾아가는 청년들을 소개하는 한편 기성세대가 달라진 청년의 꿈을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웹뉴(웹툰 뉴스)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했다. 취재팀이 만난 청년들의 생각을 웹툰 작가들에게 보내 매회 관련 내용을 4컷 웹툰에 담았다. 1회 ‘부장님처럼 산다는 것’ 웹툰은 ‘조국과 민족’으로 유명한 강태진 작가가 그렸다. 김윤종기자 zozo@donga.com

장영은 씨(26·여)는 3년 전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금융감독원 5급 조사역으로 승진했다. 연봉도 5000만 원에 달했다. 2012년 입사한 후 야근을 밥 먹듯 하면서 승진한 결과였다. 그러나 성취감보다는 가슴 한쪽이 뻥 뚫린 듯한 허전함이 많았다. 선배들과의 술자리에서 ‘그저 하루하루 버티며 산다’는 한탄을 듣던 3년 전 어느 날. ‘길’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직서를 던진 장 씨는 428일 동안 6대륙 44개국을 돌아다녔다. 여행을 마치고 에세이를 출간했다. 장 씨는 “안정적인 직장은 사라졌지만, 내가 원하는 삶을 ‘디자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성세대들은 청년들에게 ‘인생은 마라톤’이라고 가르쳤다. 결승점을 향해 벌이는 속도전이라고 했다. 명문대 입학→대기업(공기업) 입사→결혼과 아파트 장만→고연봉과 승진이란 경주에서 한 방향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은 승자가 되고, 코스를 벗어나면 낙오자로 여겼다. 하지만 요즘 청년들은 묻는다. “누가 결정한 코스인가요? 왜 결승점은 하나여야 하나요?”

취업난과 저성장, 4차 산업혁명, 저출산과 고령화 속에서 성공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시각이 기성세대와 달라지고 있다. 동아일보와 취업정보업체 진학사 ‘캐치’가 청년(17∼35세) 452명을 이달 초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은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성공과 자신들이 추구하는 성공은 ‘차이가 크다’고 답했다.


시각이 다르다 보니 기성세대와 청년 간의 갈등도 자주 일어난다. 프리랜서 작가 강모 씨(33)는 4년 전 유명 대기업 A사 인턴으로 입사했다가 정규직 전환을 코앞에 두고 술 접대와 오전 6시 출근을 압박하는 듯한 임원의 말을 듣고 사표를 냈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는 청년들의 달라진 성공법칙을 소개해 세대 간 이해를 돕고, 청년들의 새로운 꿈을 지원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부장님처럼 살기 싫어요. 청년들의 신(新)성공법칙’ 시리즈를 5회에 걸쳐 게재한다. 취재팀이 만난 청년 30여 명은 “조직보다는 나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데 열중한다”고 입을 모았고, 공부만 잘하는 ‘엄친아’가 되기보단 농사, 장사에 인생을 걸었다.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대학을 가고 취업했던 아버지 세대의 ‘시간 함수’를 거부한 채 유튜브 같은 딴짓으로 돈을 벌기도 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들 앞에 놓인 사회구조적 여건이 달라졌다”며 “새로운 길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청년들의 삶을 바꾸고 있다는 점을 기성세대들이 이해하고 창업지원, 교육기회 확대 등 제도적 지원책을 사회가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결승점이 왜 똑같아야 하나요… 나만의 브랜드 만들어 성공” ▼

 

<1> 우리는 성공모델이 달라요
현장에서 만난 청년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퇴사학교’. 직장 초년생으로 보이는 20대 청년 10여 명이 ‘유튜브 크리에이터 입문’ 수업을 듣고 있었다. 이곳은 퇴사를 꿈꾸는 직장인이 자기계발을 하는 학원이다. 2016년 설립 후 지금까지 7000여 명이 거쳐 갔다. 이곳에서 만난 A 씨는 “기성세대처럼 조직에 헌신하다가 쓸쓸히 퇴사하기보다는 나만의 브랜드를 키우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요즘 청년들은 ‘좋은 대학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해 승진하기’에 올인하는 기성세대식의 성공을 원하지 않는다. 조직보다는 자신이 중심이 된 활동과 이를 뒷받침해 주는 능력을 기르는 자기계발을 원한다.

 

실제 동아일보와 취업정보 사이트 진학사 ‘캐치’가 청년 452명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을 설문한 결과 ‘롤모델이 없다’는 응답이 50.7%에 달했다. 청년 2명 중 1명이 기성세대 중 롤모델이 없다는 것이다. 또 ‘롤모델이 있다’고 답한 경우 그 이유는 ‘자신만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행복하게 살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도 ‘나만의 취향과 개인 활동’(48.7%),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 도전의 삶’(14.7%)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경제력’(9.9%)이나 ‘명예’(1.6%) 등 기성세대가 중시하는 성공의 기준을 거론한 청년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요즘 청년들은 직위나 연봉 등 획일화된 성공 기준보다 좀 더 다양한 삶의 요소를 성공의 잣대로 삼는다. 현재 셰프로 활동 중인 김현성 씨(37)는 서울대, 대기업 코스를 밟은 ‘엄친아’였다. 그가 회사를 그만두고 요리를 배운다고 할 때 김 씨 부모는 “네 생각에 잠이 안 온다”며 괴로워했다. 그럼에도 그는 요리를 배웠다. 재미를 중시하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송지훈 군(17)은 대학 진학보다는 유튜버의 길을 택했다. 송 군은 “유튜브를 통해 1만 구독자를 모았다”며 “수능 문제를 더 잘 맞히는 것보다 사람들의 ‘좋아요’가 늘어나는 것에 더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낙후한 지역사회에 공유 하우스를 만들거나 지역 내 동물 보호에 나서는 등 공동체와 함께 성공을 이루길 원하는 청년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성공에 대한 청년들의 생각이 바뀌게 된 이유를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생존 환경 변화에서 찾는다. 우리 사회는 2010년 이후 2∼3%대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나타냈다. 1980, 90년대 연간 경제성장률이 10%도 넘어서던 시대의 청년들과 달리 ‘성장의 경험’을 공유하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달라진 청년들의 성공 법칙은 기성세대와의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대형 제약회사에 다니던 박주현(가명·33) 씨는 입사 때부터 상사가 시키는 일에 충실했다. 오전 7시까지 출근해 업무를 준비했고, 팀장이 ‘퇴근하라’고 할 때까지 근무에 몰두했다. 상사와 회의를 하고 나서 팀원들끼리 따로 모여 상사의 발언 의중이 무엇인지 2차 회의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박 씨는 “직장 상사들이 강조한 근면과 희생 속에서 내 꿈이 사라지는 것 같아 퇴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년 전만 해도 청년들에게 ‘직장에서 성공하는 법’, ‘부자가 되는 법’과 같은 제목의 책들이 인기였다면 요즘에는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법’을 다룬 책이 인기라고 강조한다. 조직에서 높이 올라가는 ‘리더형 성공’보다는 자신만의 개성을 바탕으로 스스로 만족하는 성공을 이루는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요즘 청년의 꿈이라는 것이다. 커리어 개발 전문가인 장수한 ‘퇴사학교’ 대표는 “청년들이 처해 있는 환경에 공감하지 않은 채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성공법만 늘어놓으면 청년들을 정서적 사지로 내몰 뿐이다”라며 “청년들이 원하는 지원과 제도 개선책이 무엇인지 경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 “희생에 보상 따랐던 과거와 사회구조 달라” ▼


‘과로 사회’의 저자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현재 대한민국의 청년이 기성세대와는 다른 성공 방정식을 취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가성비’를 꼽았다.


산업화 시기에 국가와 기업은 ‘산업역군’ ‘모범 근로자’ 등 표어를 내세웠다. 열심히 한 만큼 물질적 보상도 보장됐다. 하지만 1985년 이후 태어난 35세 이하 청년은 노동을 둘러싼 다양한 사건 사고를 목격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땐 가족과 지인이 평생직장이라 믿었던 회사에서 명예퇴직당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돌연사, 과로 자살 등 이슈가 불거지면서 ‘일만 하다 죽을 수 있다’는 공포심이 청년들의 마음을 짓눌렀다. 김 위원은 “청년들은 한 회사에서 충성하는 것만으로는 가족과 나의 안위를 지켜낼 수 없다는 불안을 느낀다”며 “스스로 길을 찾아 나갈 수 있게 경직된 근무 환경을 바꾸고 청년의 자기계발을 독려하는 등 ‘한강의 기적’을 이룬 과거 세대에 맞춰진 사회구조를 청년 맞춤형으로 바꿔 가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 스스로도 5060이 현재 처해 있는 문제들에 비춰 자신들의 미래를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소장은 “현재 은퇴 세대는 조기 퇴사와 과도한 자녀교육비, 부모 부양과 승진 지체 현상 등과 맞물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면서도 “하지만 인구가 줄고 있어 지금 청년 세대가 20년 뒤에도 똑같은 환경에 놓이진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창호 중앙대 박사(사회심리학)는 “청년들이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게 사회보장 제도를 강화하고,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새 주역으로 거듭날 수 있게 독려하는 문화를 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 동아일보 창간기획 ‘청년들의 신(新)성공법칙’ 특별취재팀은 기성세대와는 다른 새로운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대나무숲 e메일을 개설했다. 자신의 다짐을 비롯해 부모나 직장상사, 정책담당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요구사항, 도움이 필요한 내용 등을 자유롭게 밝힐 수 있다.

 

 

< 출처 : 동아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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