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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IT 트렌드 3대 키워드… 초거대 AI, 메타버스, 블록체인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세계 규모의 사회적 거리두기, 시장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은 2021년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2022년 메타버스 연구개발비가 급증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엔데믹 국면에 접어들자 이들 기술을 향한 관심은 썰물 빠지듯 줄어들었다. 당장 실용화되기 어려운 기술에 대한 섣부른 장밋빛 전망이 거품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사이 등장한 챗GPT는 초거대 인공지능(AI) 열풍을 몰고 왔다. 구글의 연구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는 2016년 이세돌 9단과 대국에서 승리하며 크게 주목받았다. 알파고 등장 후 AI는 한참 동안 잊혔는데, 이는 AI가 일상에서 널리 쓰이지 못하고 특정 산업 분야에서 극히 제한된 목적으로만 사용됐기 때문이다.

 

반면 챗GPT는 오늘날 현대인이라면 거의 모두 사용하는 인터넷 검색에 적용됐기에 화제성은 물론, 높은 범용성도 확보했다.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신기술이 등장해 실용화 가능성과 사업성을 놓고 옥석 가리기가 한창이다.

생성형 AI, 인터넷 서비스에 높은 범용성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11월 6일 (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픈AI 개발자 행사 ‘데브 데이(Dev Day)’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GETTYIMAGES]

 

 

챗GPT 쇼크가 강타한 2023년이 서서히 저물고 있다. 2024년에는 또 어떤 IT 트렌드가 한 해를 풍미하게 될까. 현재 국내외 IT업계 움직임을 살펴보면 내년 IT 트렌드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AI다. 일상과 산업 전반에 초거대 AI가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둘째는 메타버스 부활이다. 애플 ‘비전 프로’를 위시해 LG전자와 메타가 힘을 합쳐 개발에 착수한 혼합현실(MR) 기기, 구글과 삼성전자가 협업한 갤럭시 글라스 등 업계의 치열한 경쟁으로 메타버스 산업이 회생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는 기회를 엿보는 블록체인이다. 암호화폐가 서서히 제도권에 수용되면서 ‘뉴노멀’이 될 가능성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생성형 AI 기술은 거의 모든 인터넷 서비스에 적용될 수 있는 높은 범용성을 지녔다. 이에 국내외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은 당분간 AI와의 접목을 화두로 큰 변화를 맞을 것이다. 기업에는 사업 혁신 기회가, 소비자에게는 디지털 생활 만족도를 높이는 마중물이 될 테다.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의 경우 기존에 중구난방이던 AI 기능이 ‘코파일럿(Copilot)’으로 일원화됐다. 초거대 언어 모델(LLM)이 적용된 덕에 문서 작성부터 시스템 보안까지 디지털 오피스 작업 전반이 스마트해질 전망이다. 일터뿐 아니라 디지털 여가 생활 분야에도 AI가 진출하고 있다. 음악 스트리밍 앱 ‘스포티파이’에 AI 디스크자키(DJ)가 도입된 게 대표적 사례다. 스포티파이 사용자는 생성형 AI와 대화를 나누면서 다양한 음악을 추천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인터넷 서비스의 초거대 AI 적용은 말 그래도 ‘가랑비에 옷 젖듯’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에도 디지털 기반 산업이었던 데다, 일부 업종의 경우 초보적 형태의 AI가 도입된 적이 있어 초거대 AI 적용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현 기술 단계에서 초거대 AI 산업의 최전선은 챗봇 서비스 시장이다.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에서 특히 중요한 게 상담을 비롯한 고객 관리인데, AI 챗봇 적용으로 가장 극적인 변화가 점쳐지는 분야다. 이 같은 기업 수요를 캐치한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서 미래 먹을거리를 찾고 있다. 오픈AI는 11월 6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발자 행사 ‘데브 데이(Dev Day)’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챗GPT 기술로 만든 대화형 챗봇 서비스 ‘GPTs’와 이를 만드는 데 필요한 툴 ‘GPT 빌더(Builder)’는 물론, 이 같은 각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장터 ‘GPT 스토어(Store)’가 공개됐다. 마치 2010년대 초반 스마트폰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앱 스토어 시장이 급성장하던 때를 보는 듯하다. 2024년에는 챗봇을 필두로 다양한 AI 서비스가 쏟아져나올 전망이다.

메타가 새로 출시한 혼합현실(MR) 헤드셋 ‘퀘스트3’. [메타 제공]

 

 

한동안 잊힌 메타버스 산업도 부활 발판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내년 상반기 빅테크들이 메타버스 기기를 잇달아 출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메타는 10월 MR 헤드셋 퀘스트3를 출시해 메타버스 대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디지털 디바이스 강자인 애플은 MR 헤드셋인 비전 프로 2세대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 기업 중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구글, 메타와 제휴해 메타버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전망이다. 메타버스 분야에서도 초거대 AI는 새로운 구원 투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 활용을 돕는 에이전트(agent) 서비스나 NPC(플레이어 외 캐릭터)에 생성형 AI가 접목되면 사용자 편의가 크게 높아질 것이다.

투기 붐 잦아든 블록체인에 새 기회

 

 

그간 투기 온상으로 지탄받던 블록체인에도 새로운 기회가 보인다. 투기 붐이 잦아들면서 기술적 가능성을 냉철하게 평가받을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전통 금융기업은 물론, 각국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을 결제 시스템 구축이나 거래 기록 검증에 활용하고자 궁리하고 있다. 실물경제의 주식, 채권, 펀드, 부동산, 예술품 등 자산을 토큰화해 투자 신뢰성을 높이는 증권형 토큰(STO)은 이미 현실화됐다. 메타버스 산업이 본격화될 경우 블록체인도 덩달아 각광받을 것이다. 가상공간에서 쓸 디지털 자산의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블록체인 기술 도입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가까운 미래 IT 산업은 초거대 AI를 중심으로 메타버스, 블록체인 같은 신기술이 서로 융합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AI 기술의 전면적 보급이 가시화된 지금, 이 같은 IT 트렌드는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

 

 

< 출처 : 주간동아 >

:
Posted by sukji

 

 

“집-차-로봇… 초연결된 사회, 도미노처럼 무너질수도”[초연결시대의 명암]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카톡, 카톡.”

이제는 일상생활의 일부가 돼버린 알림음이 멈추자 세상은 혼란에 빠졌다. 메신저가 먹통이 되고, 택시는 안 잡히고, 전자 결제도 불편을 겪었다. 지난달 15일 시작해 며칠 동안 이어진 카카오 시스템 장애는 단순한 화재 사고가 아니었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경계심 없이 받아들인 디지털 ‘초연결사회’. 그 어느 한 고리가 ‘작은 사고’에 의해 끊어질 경우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공개 경고였다.》


24시간, 내 삶을 묶는 디지털


문제는 이런 ‘디지털 재난’이 다시 찾아오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는 것이다. 초연결사회는 더욱더 확장되고 복잡하게 얽힐 것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할수록 휴대전화, 노트북, 컴퓨터뿐만 아니라 자동차, 로봇, 그리고 가정 곳곳에 침투할 지능형 사물인터넷(IoT)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에 연결되고 자동화되지 않는 것이 없을 것이다. 기기에 탑재된 각종 센서 곳곳에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는 인터넷을 통해 인공지능(AI) 학습이 가능한 중앙 슈퍼컴퓨터에 모인다. AI가 분석한 결과를 각각의 기기들로 다시 보내면 각 기기는 이를 바탕으로 주변 상황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게 된다.

테슬라가 9월 말 연 ‘테슬라 인공지능 데이 2022’는 그런 맥락에서 의미심장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 자리에서 직접 공개한 ‘옵티머스’는 가정용 로봇이다. 그러나 그 이면의 비전은 훨씬 더 넓을 수 있다. 테슬라 전기차는 도로에서 운전·교통 정보를 모은다. 수많은 옵티머스는 각 가정에 배치돼 개인의 생활 패턴 등 전반의 빅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들은 모두 테슬라가 현재 개발 중인 중앙 서버의 슈퍼컴퓨터 ‘도조(Dojo)’에 저장된다. 각종 IoT 기기와 공업용 로봇까지. 도로 위, 집 안, 산업 현장의 수많은 데이터가 슈퍼컴퓨터로 밀려들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천재지변, 인터넷 마비, 악성 디도스 공격으로 ‘도조’에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공장 가동이 정지되고, 도로를 달리던 수많은 전기차는 일제히 멈춰 설 수 있다. 누군가 개별 차량이나 로봇을 해킹해 거슬러 올라가 ‘도조’를 마비시키는 일을 벌일지도 모를 일이다. 모든 것이 연결돼 있으므로 역방향 해킹도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위험해 보인다고 해서 글로벌 빅테크의 ‘초연결 본능’을 막을 수는 없다. 더 편한 것을 찾는 소비자의 속성도 마찬가지다. 우리 삶 깊숙이 이미 들어온 구글과 애플은 어떨까. 애플의 자율주행 자동차, 일명 ‘애플카’는 시제품도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최근 미국 신차 선호도 조사에서 포드, 테슬라를 제치고 당당히 3위에 올랐다. 아이클라우드로 연결된 애플 생태계는 아이폰, 맥북, 아이패드, 애플TV에 이어 도로 위까지 연결될 것이다. 구글 역시 전기차 사업에 본격 뛰어들 수 있다. 집, 자동차, 직장이 하나의 가상 생태계로 이어지고, 우리가 어딜 가든 24시간 따라오며 동기화될 시대가 다가온 셈이다.

 

슈퍼 AI, 모든 정보 통제하다


이런 초연결 시스템으로 얻어낸 빅데이터는 슈퍼 인공지능에 집중된다. 그렇게 되면 재난은 컨트롤 가능한 인재(人災), 즉 ‘사람에 의한 재난’을 넘어 통제 불가의 ‘로봇에 의한 재난’으로 진화할지도 모를 일이다. 영화 ‘터미네이터’에 등장한 슈퍼 인공지능 시스템 ‘스카이넷’은 인간이 만든 이기(利器)이지만, 어느 순간 인류를 적으로 판단해 핵전쟁까지 일으키는 존재다. 영화적 상상력이지만 스카이넷의 자리에 도조 같은 초연결 슈퍼컴퓨터를 대입해 보면 어떨까.

바로 이러한 이유로 세계 각국은 초연결에 대비한 ‘안전벨트’를 단단히 조이고 있다.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는 올해부터 보안성과 신뢰성이 보장되지 않은 자동차의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정부 또한 2015년 발표한 ‘국방부 사이버 전략’을 통해 무기 체계의 보안 및 신뢰성을 향상시키겠다고 천명했다. 대표적 전자정부 강국인 에스토니아는 2007년 4월 러시아로부터 대규모 해킹 공격을 받았다. 큰 피해와 사회적 혼란을 겪은 뒤 중요 데이터를 다른 나라에 백업해두는 데이터 대사관까지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코로나19를 거치며 앞선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방역 체계를 자랑했다. 그 과정에서 테크 기업의 덕을 보기도 했다. 네이버나 카카오와 연동된 전자인증서로 많은 이들이 편리하게 식당을 드나들고 집단 방역 체계를 이뤄낼 수 있었다. 우리 정부는 전자정부의 다음 비전으로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추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가진 IT 시스템을 공유하고, 민간이 이를 가지고 디지털 플랫폼 정부 인프라를 구현하도록 한다는 그림도 그리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그 구체적 청사진이 모호하다는 데 있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모두를 연결하는 것은 결국 보이지 않는 선, 바로 인터넷이다. 장애나 해킹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향후 그 위험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다.

초연결 맹신 대신 ‘플랜B’ 마련


따라서 디지털 플랫폼 정부라고 해도 연결의 고도화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빠르고 편리한 것에만 집착해 인터넷 의존도를 100% 가까이로 높이는 것은 위험하다. 인터넷 뱅킹이 편하다고 은행 점포를 모두 없앤다면, 애플리케이션 택시가 더 편리하다고 일반 콜택시를 모조리 폐업시킨다면, 전자 서류가 쉽다고 관공서의 창구를 전부 폐쇄한다면…. 기존의 아날로그 인프라, 그리고 오프라인 업무 체계를 단순히 청산해야 할 과거의 것으로 치부해서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자타 공인의 IT 강국이다. 허나 우리가 그동안 강조하고 추구해온 것이 빠른 속도와 편리함만은 아니었는지 되물어봐야 할 시점이다. 카카오 사태는 연결 기반 사회에서 우리의 삶은 물론 국가의 근간까지도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정보 집중과 서비스 연결의 편리함과 위험성을 모두 여실히 깨닫게 해줬다. 향후 더욱더 고도화할 ‘초-초연결사회’에 대비한 심도 있는 보완책 마련이 절실하다. 안전성과 신뢰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IT 강국, 전자정부 강국은 언제든 무너져 내릴 수 있는 모래성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 출처 : 동아일보 >

:
Posted by sukji

 

 

세계화와 AI가 만났을 때…일자리 지도는 어떻게 바뀔까

[더 나은 사회]
세계화와 로보틱스의 동시적 진행
볼드윈, ‘글로보틱스 격변’이라 정의
원격지능과 인공지능의 세상 그려내

글로벌 가치사슬도 변화 흐름 뚜렷
이제는 데이터 흐름이 세계화 주도

선진국 서비스 부문에 집중된 압력
과거 전환들과는 근본적 차이 보여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선진국 서비스 부문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케이티(KT)가 인천공항에 설치한 무인 로봇카페 ‘비트’의 모습. 연합뉴스 


 

#에밀리 드라이퍼스는 미국의 정보기술 전문지 <와이어드> 기자다. 동부 보스턴 주재기자인 에밀리는 서부 샌프란시스코에 자리 잡은 본사 편집국의 회의에 늘 ‘참석’한다. 영상통화? 천만에. 비밀은 가상현실 기술을 적용해 원격 현장감(telepresence)을 높인 로봇에 있다. 편집국을 돌아다니는 로봇을 조종하는 건 6천㎞ 이상 떨어진 보스턴의 에밀리다.

#‘코인’(COIN). ‘계약지능’(Contract Intelligence)의 줄임말인 코인은 투자은행 제이피모건이 2016년 말 ‘채용’한 비서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이 똑똑한 비서는 예전엔 회사의 수많은 고학력 동료들이 연 36만시간을 들여 처리하던 자료 검색 및 처리 업무를 단 몇초 만에 해치운다.

원격지능(RI·Remote Intelligence)과 인공지능(AI)을 각각 상징하는 두 이야기는 일터에서 진행 중인 디지털 전환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다. ‘지금, 거기(에도) 있음’이 특징인 원격지능의 시대에 물리적 거리는 의미를 잃기 마련이다. 나날이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은 전문서비스직 일터를 꿰찬 화이트칼라 로봇의 다른 얼굴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세계화. 세계화가 인공지능을 만났을 때, 세계 경제는 어떤 모습을 띠게 될까? 일자리 지도는 어떻게 바뀔까?

 

‘건당 고용 모델’ 자리 잡나

스위스 제네바의 국제개발연구원(IHEID) 교수인 리처드 볼드윈이 최근 출간한 <글로보틱스 격변>은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볼드윈은 세계화와 자동화 두 변수의 조합에 따라 끊임없이 변해온 세계 경제 질서가 최근 또 한번의 격변을 경험하는 중이라며, 이를 ‘글로보틱스’로 정의했다. 세계화(글로벌라이제이션)와 로보틱스(로봇공학)를 합친 단어다.

볼드윈이 눈여겨보는 대목은 작업 방식의 변화다.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에 따라 선진국의 제조업 일자리뿐 아니라 일부 서비스 부문 일자리가 개발도상국으로 옮겨간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콜센터 일자리가 대표적. 하지만 현실의 행보는 저만치 앞서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프리랜서 일자리 연결 플랫폼인 ‘업워크’(Upwork)를 예로 들어보자. 지원자(노동력 제공자)가 세계 어느 곳에 있든지 간에 플랫폼을 통해 간단한 절차를 거쳐 엔터키만 누르면 계약이 성사된다. 태스크래빗(TaskRabbit) 파이버(Fiverr) 크레이그리스트(Craiglist) 피플퍼아워(PeoplePerHour) 프리랜서닷컴(Freelancer.com) 등 일자리 연결 플랫폼은 차고 넘친다. 건당 유료시청(pay-per-view) 모델에 비견되는 ‘건당 고용 모델’인 셈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이 실태조사를 해보니, 이들 플랫폼을 통해 일자리를 얻는 노동자 가운데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출신은 8분의 1에 그쳤다.

언어 장벽을 무너뜨리는 기계번역 기술과 원격 현장감 기술의 발전은 이런 흐름에 날개를 달아준다. 볼드윈은 이런 현상이 선진국의 저임금 서비스 일자리 일부를 아웃소싱하거나 개도국의 노동력이 일자리를 찾아 선진국으로 밀려들던 과거의 양상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한다. 개도국 노동력이 선진국의 사무실 안으로 ‘일시적으로’ 이민해오는 것과 마찬가지인 까닭이다. 물리적 공간을 이동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원격이민’(telemigration)이라 이름 붙인 배경이다.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당선의 밑바탕엔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에 대한 영국과 미국 노동자들의 불만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 많다. 사진은 지난 1월 런던 중심가에서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는 모습.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당선의 밑바탕엔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에 대한 영국과 미국 노동자들의 불만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 많다. 사진은 지난 1월 런던 중심가에서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는 모습.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지식서비스 산업 ‘교역 집약도’ 높아져

약 250년 전 산업혁명의 불길이 처음 댕겨진 이래 세계 경제는 몇차례 커다란 전환을 경험했다.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글로보틱스 격변이 과거의 전환들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볼드윈은 서비스 부문과 직결돼 있고, 세계화와 자동화가 동시에 진행돼 충격을 증폭시킨다는 점에 주목한다. 기술 발전의 충격을 흡수할 공간을 더는 남겨두지 않는 방향으로 몰아치고 있다는 얘기다. 산업혁명 이래 20세기 중반까지 장구한 세월 동안(‘거대한 전환’) 끊임없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냈거나, 1970년대 무렵부터 본격화한 또 다른 전환(‘서비스 전환’)에서 선진국의 서비스 부문이 격변의 압력으로부터 한발 물러서 있던 것과는 분명 대비된다.

이런 엄연한 현실은 세계화에 대한 우리의 낯익은 생각마저 뒤흔들고 있다. 세계화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어서다. 세계화의 최신 해부도가 증명한다. 매킨지글로벌연구소가 올해 초 발표한 ‘이행기의 세계화’ 보고서를 보면, 2000~2017년에 글로벌 가치사슬 구조는 더욱 지식집약적인 색채로 탈바꿈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킨지글로벌연구소는 43개국 23개 산업을 크게 6개 유형으로 나눠 산업별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를 분석했다. 6개 유형은 △글로벌 혁신형(화학·자동차·컴퓨터/전자 등) △노동집약적 재화형(섬유·가구 등) △지역공정형(식음료·제지/인쇄·유리/세라믹 등) △자원집약적 재화형(농업·광업·에너지 등) △노동집약적 서비스형(도소매·운송/창고 등) △지식집약적 서비스형(전문직·금융·IT서비스 등)이다. 보고서를 보면, 산업별 전체 생산 대비 수출 비중을 뜻하는 교역 집약도가 2007년 이후 거의 모든 산업 유형에서 낮아졌다. 이와는 달리 아이티서비스와 전문서비스직 등 지식집약적 서비스형 산업에서의 교역 집약도는 높아졌다.

 

미국 정보기술 전문지 ‘와이어드’ 본사 건물 안을 로봇 ‘엠봇’이 돌아다니고 있다. 엠봇은 가상현실 기술을 적용해 원격 현장감을 높인 로봇이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미국 정보기술 전문지 ‘와이어드’ 본사 건물 안을 로봇 ‘엠봇’이 돌아다니고 있다. 엠봇은 가상현실 기술을 적용해 원격 현장감을 높인 로봇이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세계 경제 ‘거대한 수렴’ 계속될까

실제로 전 세계 총생산(GDP) 대비 재화·서비스 및 금융의 글로벌 이동 규모 비중은 2014년 39%로, 2007년(53%)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대신 그동안 주목받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글로벌 흐름이 빈자리를 빠르게 꿰찼다. 전자상거래·검색·동영상 등의 얼굴을 한 데이터(지식정보)의 흐름이 주인공이다. 2005~2014년 10년 사이 데이터의 글로벌 이동 규모는 45배나 급증했다. 21세기 초반까지 세계화의 전형적 양상이던 재화·서비스 및 금융의 이동과는 다른,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도 같은’ 지식정보의 세계화가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디지털 세계화’가 불러올 파장. 볼드윈이 말한 세계 경제의 ‘거대한 수렴’(great convergence)이 계속될지 여부가 관건이다. 단순하게 말해 세계화는 여러 비용의 함수다. 재화를 멀리 옮기는 운송 비용이 낮아지면서 세계화는 시작됐다. 하지만 제조과정에 드는 ‘커뮤니케이션 비용’은 산업화에 앞선 나라들에서 이뤄진 기술 혁신의 열매가 그들 나라 내부(제조업)에만 머물게끔 했다. 대략 1820~1990년 사이 세계 경제가 선진국과 개도국의 격차가 벌어지는 ‘거대한 분기’(divergence·발산)를 경험한 배경이다.

20세기 중후반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정반대의 흐름을 낳았다. ‘아이디어(노하우) 이동 비용’이 낮아지자 선진국의 제조공정은 개도국으로 하나둘씩 옮겨갔다. 전 세계 제조업 생산에서 주요 7개국(G7)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65%에서 2014년엔 47%로 낮아졌다. 선진국과 신흥 시장의 수렴이 나타난 것이다. 앞으로 인공지능과 원격 현장감 기술 등이 꾸준히 발전하며 ‘대면(face-to-face) 비용’까지 급속도로 떨어뜨린다면? 현재의 수렴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에 일단 무게가 실린다.

이 과정에서 선진국 등 산업화에서 앞선 나라들의 혼돈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정보산업 부문 일자리 추이는 시사하는 바 크다. 퇴직과 해고 등 일자리를 떠난 이직자 수를 전체 일자리 수로 나눈 ‘이직률’은 높아진 데 반해, 신규 채용과 배치전환 등 입직자 수를 전체 일자리 수로 나눈 ‘입직률’은 2015년을 정점으로 빠르게 낮아지는 중이다. 질 좋은 일자리가 ‘어딘가’로 증발했음을 알 수 있다. 과연 어디로?

 

리처드 볼드윈 스위스 제네바 국제개발연구원(IHEID) 교수가 최근 펴낸 <글로보틱스 격변>.
리처드 볼드윈 스위스 제네바 국제개발연구원(IHEID) 교수가 최근 펴낸 <글로보틱스 격변>.

 

혼돈의 밑바탕엔 일시적 ‘피난 심리’

시곗바늘을 잠시 되돌려보자. 19세기 중반 수백만명의 일자리를 위협한 건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가 아니라 인간이 운전하는 첨단 ‘탈것’이었다. 마부들의 거센 저항을 누그러뜨리고자 영국에선 특이한 조례가 잠시 존재했다. 증기기관이나 동물 이외의 동력원으로 움직이는 차량의 경우, 최소한 3명을 반드시 고용해야 한다는 게 뼈대. 특히 이 중 한명에게는 차량보다 60야드(약 55m) 앞서 붉은 깃발을 들고 걸어가면서 경고 신호를 주는 역할을 맡겼다. 바로 1865년의 ‘붉은 깃발 조례’다. 이 조례대로라면 차량의 최고 제한속도는 시속 3.2㎞(!)였다. 기술과 혁신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얼마나 덧없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종종 거론된다.

과연 글로보틱스 격변에선 어떨까? 격변의 파고에 가장 크게 노출된 건 수억명에 이르는 선진국의 서비스 노동자다. 특히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지 않는 금융·아이티·물류 부문 등은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 볼드윈이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의 ‘뒤섞임’(fusion)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치는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 제조업에서 서비스 부문으로 일자리의 무게중심이 옮겨가면서 블루칼라 일자리가 집중 타격을 받았다면, 이젠 화이트칼라 일자리마저 흔들리고 있어서다.

물리적 장벽조차 세울 수 없는 원격이민자와 인공지능의 거센 물결. “기술 발전을 거부하지는 않으나 일시적으로나마 도피하고 싶은” 일종의 ‘피난 심리’(그가 ‘shelterism’이라 표현한 현상의 알맹이다)가 퍼져가는 상황에선 출구를 찾지 못한, 방향을 잃은 ‘분노의 연대’만이 근육을 키우기 십상이다. 글로보틱스 격변은 이제 겨우 시작됐을 뿐이다. 

 

 

< 출처 : 한겨레산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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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

 

 

“AI는 일자리 감소대신 바꿀뿐” 직무전환 훈련이 과제

 

 

2019년 정보기술 분야 미래전망

AI, 국제정치 주요이슈 부상
블랙박스 탓, 투명성 요구 증가
사라질 직업보다 생겨날 직업많아
음성비서 서비스 유용성 커질 것

 

2018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구글 캠퍼스에서 열린 2018 구글 개발자대회(I/O)에서 구글의 최고경영자 순다 피차이가 발표하고 있다. 구글은 이 컨퍼런스에서 2017년 ’인공지능 최우선’을 선언한 데 이어, 올해에는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을 기술 표어로 선언하고, 듀플렉스(음성비서) 등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과 서비스를 공개했다. 구글 제공.

 

2019년 정보기술계에서 뚜렷해질 흐름에 관한 다양한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 컨설팅기업 가트너는 디지털, 지능, 융합을 기반으로 향후 5년내 급속도로 발달할 10대 전략기술을 선정해 발표했다. 자율주행차, 로봇과 같은 ‘자율적 물체’, 현실세계의 존재를 가상공간에서 똑같이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개발’, ‘디지털 윤리와 프라이버시 보호’, ‘양자컴퓨팅’ ‘블록체인’ 등이다. 5세대(5G) 통신과 사물인터넷, 유튜브 플랫폼의 범용화 등도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데, 다양한 정보기술 변화 속에서도 인공지능은 각별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정한 도구가 아니라 필수적이며 범용적 기반기술로, 산업혁명 시기의 증기기관, 현대 문명에서 전기처럼 나머지 기술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동력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다.

구글의 기술 표어는 2010년 ‘모바일 퍼스트’, 2014년 ‘모바일 온리’에서 2017년 ‘인공지능 퍼스트’, 2018년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으로 바뀌어왔다.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는 올해 공개적 자리에서 “인공지능은 전기나 물보다 심오하다” “컴퓨팅이 모바일 퍼스트에서 인공지능 퍼스트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하며 구글의 사업 중심이 인공지능에 있음을 수시로 강조해왔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스로소프트 최고경영자도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퓨처 나우’ 컨퍼런스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인공지능 퍼스트 회사”라며 인공지능이 모든 사람의 목표달성을 돕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 7월 컨퍼런스에서 “인공지능은 역사상 최대 혁명이고 모든 산업을 재정의해, 인공지능을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정부 차원에서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인공지능 분야 1위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인재 육성과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정보기술 분야의 눈부신 기술 변화 중에서도 인공지능은 가장 중요하고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2019년 인공지능은 개인의 삶과 사회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포브스’, 인공지능관련 5대 미래예측

 

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가 지난 3일 게재한 “인공지능 분야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2019년의 5가지 예측’”을 살펴보면 내년도 인공지능 기술과 산업의 변화 방향을 조망할 수 있다.

 

첫째, 인공지능이 기술과 산업을 넘어 국제정치의 주요 이슈로 주목받게 된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무역전쟁에서 첨단 통신장비(화웨이)와 인공지능 칩(인텔, 엔비디아) 사용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며 이들 장비에 대한 자체개발 동기도 커진다. 민족주의 정치 성향이 강화되면서 두 종류의 위험이 부상한다. 하나는 독재체제가 프라이버시나 표현 자유를 억압하는 데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이다. 또 하나는 인공지능을 둘러싼 국제정치적 긴장감이 전세계 학계와 산업계의 협력을 저해해,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표준화, 규약 마련, 개방적 협력의 틀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인공지능의 투명성’이 강조된다.

인공지능이 널리 사용되면서 기술의 편향성과 블랙박스 속성에 대한 우려로 투명성 요구가 높아지게 된다. 현재 효율적인 기술이 나중에 불공정하거나 비윤리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기업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우려 때문에 인공지능 서비스 구축을 망설이고 있는 기업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마이크로소프트, 아이비엠(IBM), 구글 등은 적극적으로 투명성 제고에 나서고 있으며, 유럽연합에서 시행된 일반데이터보호규정(GDPR)은 사람이 알고리즘만으로 이루어지는 중요한 결정에 대해 설명을 요구할 권리를 도입했다.

 

셋째, 인공지능이 자동화와 결합해 모든 산업분야로 깊이 침투한다.

2018년 기업들은 인공지능이 처리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에 대한 이해를 심화했고, 이 과정에서 학습한 지식을 바탕으로 2019년에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각 산업분야에 서비스로 출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업, 소매업, 제조업 공정개선, 채용업무 등이 대표적이다.

 

넷째, 인공지능으로 사라질 직업보다 생겨나는 직업이 더 많다.

인공지능으로 인한 일자리 충격이 적어도 2019년엔 문제되지 않을 전망이다. 가트너는 2019년 말까지 인공지능으로 사라지는 일자리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화로 일자리 180만개가 사라지지만 230만개가 생겨날 것이다. 금융, 창고업, 소매분야의 일자리는 줄어들지만 제조업, 교육, 의료, 공공 부문에서는 일자리가 늘어난다. 기술 변화에 맞서 특정 직업을 보호하고 사수하려는 노력대신 개인적·사회적 차원에서 적절한 교육과 사회적 안전망을 통해 직무 전환을 지원해야 함을 의미한다.

 

다섯째, 인공지능 음성비서의 유용성이 매우 커진다.

2019년엔 시리,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같은 인공지능 음성비서의 활용이 늘어날 뿐 아니라 이용자들이 유용성을 실감하며 서비스에 대한 만족과 의존이 높아질 것이다. 일정 관리, 택시 예약, 여행지 안내, 음식 주문 등을 통해 데이터가 누적되면서 인공지능 음성비서는 사용자의 습관과 행동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된다. 빅데이터를 통해 사람의 일상언어를 음성비서가 더욱 잘 이해하게 됨에 따라, 인간과 기계 사이이 언어를 통한 소통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다

 

< 출처 : 한겨레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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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