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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소풍’.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뇌졸중 후유증으로 고통받다가 안락사를 선택하는 아버지(‘다 잘된 거야’), 정신을 통제할 힘마저 잃어가는 아버지를 보는 자식의 참담함(‘어느 멋진 아침’) 등 어떻게 삶을 마무리할 것인가라는 주제를 다룬 영화가 늘어나고 있다. 7일 나란히 개봉하는 ‘소풍’과 ‘플랜 75’는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한국과 일본에서 이 주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잘 보여준다.

노인 버전의 ‘델마와 루이스’라고 부를 만한 강렬한 엔딩이 인상적인 ‘소풍’은 노년을 다룬 한국 영화 가운데 가장 현실적이고 냉정한 질문을 던진다. 팔순을 바라보는 은심(나문희)과 금순(김영옥)은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사돈 사이다. 은심이 일찍 남편을 여의고 애지중지 키운 외아들(류승수)은 잇단 사업 실패 끝에 하나 남은 집문서마저 달라며 매달린다. 은심은 심란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금순을 따라 고향에 내려가 동창 태호(박근형)도 만나고 평온을 되찾는 듯하지만 인생의 마지막 허들을 만난다.

 

은심과 금순, 태호는 사정은 서로 다르지만 모두 마음속 돌덩이 같은 자식 문제를 안고 있다. 어려움을 겪는 자식에게 자신의 병을 털어놓지 못하는 것도 비슷한 처지다. 자식에 대한 책임감과 짐이 되지 않으려는 부모의 마음을 그리면서도 ‘소풍’은 모성애나 부성애로 미화하지 않는다. 또 노년의 작은 위안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는 육체의 쇠락을 가감 없이 묘사한다. ‘소풍’은 통제를 벗어난 육체와 의지하기 힘든 가족, 요양원에서 맞이하는 생의 마지막 등 한국 사회에서 노년 앞에 겹겹이 쌓인 벽과 막막한 심정을 풀어낸다. 영화 속 차가운 현실의 온도를 끌어올리는 건 연기 경력 도합 200년에 이르는 김영옥, 나문희, 박근형 등 명배우들의 애틋한 연기다.

 

                                                                             영화 ‘플랜 75’. 찬란 제공

 

 

2022년 칸영화제에 초청돼 신인 감독에게 주는 ‘황금카메라상 특별언급’을 받은 일본 영화 ‘플랜 75’의 질문은 ‘소풍’보다 더 도발적이다. 65살 이상 인구가 전체의 30%에 다다른 초고령사회인 일본. 근미래에 75살 이상의 노인이 죽음을 선택하면 국가가 안락사를 지원하는 ‘플랜 75’가 실행된다. 플랜 75 정책이 실시되면 국가 재정이 회복된다는 뉴스가 연일 나오고, 함께 호텔 메이드로 일하던 동료가 다치자 나이 든 직원들이 한꺼번에 잘리며 생계가 막막해진 미치(바이쇼 지에코)는 플랜 75 상담 신청을 한다.

 

‘플랜 75’의 설정은 황당하면서도 현실적이다. 한국에서도 초고령사회를 예측하며 언급되는 내용은 건강보험 등 재정 부담이 대부분이다. 제목에 75가 들어간 건 일본에서 75살은 후기 고령의 기준이 되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한겨레와 만난 하야카와 지에 감독은 “20년 전 일본 정부가 75살 이상을 후기 고령자로 명명하기 시작했을 때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지금은 익숙해져서 아무도 문제제기하지 않는다. 플랜 75라는 황당한 정책이 만약 현실이 된다면 처음엔 반대의 목소리가 있겠지만 이 역시 금방 수용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야카와 감독은 작품을 준비하며 고령 여성을 10여명 심층 인터뷰했는데 이들 모두 영화 속 정책을 현실에서도 찬성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일본은 타인이나 사회에 폐를 끼치는 걸 극도로 혐오하는 사회다. 또 자기희생을 사회에 대한 기여처럼 생각하기도 한다”며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죽음을 선택하는 건 사회의 폭력”이라고 말했다. 안락사 여론조사에서 찬성 이유로 가족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어떻게 생을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한 두 영화의 결말은, 선택의 문제와 관련해 사회가 더 많은 답변을 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남긴다.

 

 

< 출처 : 한겨레신문 > 

:
Posted by sukji

 

 

일본서 천만 돌파…“다녀왔습니다”라는 일상을 위한 ‘분투’

 

스즈메의 문단속 Suzume , 2022 제작

요약 : 일본 | 애니메이션 외 | 2023.03.08 개봉 | 12세이상 관람가 | 122분

감독 : 신카이 마코토

출연 : 하라 나노카, 마츠무라 호쿠토, 후카츠 에리, 마츠모토 하쿠오  더보기

홈페이지suzume-tojimari-movie.jp

줄거리 :

“이 근처에 폐허 없니? 문을 찾고 있어” 
규슈의 한적한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녀 ‘스즈메’는 
문을 찾아 여행 중인 청년 ‘소타’를 만난다. 
 
그의 뒤를 쫓아 산속 폐허에서 발견한 낡은 문. 
‘스즈메’가 무언가에 이끌리듯 문을 열자 마을에 재난의 위기가 닥쳐오고 
가문 대대로 문 너머의 재난을 봉인하는 ‘소타’를 도와 간신히 문을 닫는다. 
 
“닫아야만 하잖아요, 여기를!”
재난을 막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수수께끼의 고양이 ‘다이진’이 나타나 ‘소타’를 의자로 바꿔 버리고
일본 각지의 폐허에 재난을 부르는 문이 열리기 시작하자
‘스즈메’는 의자가 된 ‘소타’와 함께 재난을 막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꿈이 아니었어”
규슈, 시코쿠, 고베, 도쿄
재난을 막기 위해 일본 전역을 돌며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던 중
어릴 적 고향에 닿은 ‘스즈메’는 잊고 있던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신카이 마코토 감독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컷. 미디어캐슬 제공

 
 

2017년 개봉해 381만2천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기록을 새로 썼던 <너의 이름은.>(380만명)을 연출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이 오는 8일 개봉한다. 일본에서 지난해 11월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은 1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흥행 돌풍을 일으켰고, 일본 애니메이션으로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 이후 두번째로 올해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대형 기대작이다. 5일 <너의 이름은.>의 관객수를 넘어선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 기록을 뒤집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몸이 바뀌는 남녀 고등학생을 3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등장시킨 <너의 이름은.>은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다. 몸이 바뀐 소녀가 3년 전 혜성 운석의 추락으로 큰 피해를 입은 마을의 희생자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안 소년이 과거 시점으로 돌아가 피해를 막기 위해 분투하는 내용을 담았다. ‘일상의 작은 안녕까지 무너뜨리는 재해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까?’라는 감독의 슬픔과 문제의식은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더 구체적이고 더 직접적이며 더 스케일 크게 펼쳐진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컷. 미디어캐슬 제공

 

규슈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 사는 소녀 스즈메는 길을 가다 만난 청년에게서 “이 근처에 폐허 없니? 문을 찾고 있어”라는 기이한 질문을 받는다. 어쩐지 끌리는 청년을 쫓아간 스즈메는 폐허가 된 산속 마을 한가운데 서 있는 문을 발견하고 이를 연다. 그러자 마을에 지진 위기가 닥쳐오고, 뒤늦게 나타난 청년 소타와 함께 간신히 문을 닫자 치솟았던 붉은 기운이 가라앉는다. 하지만 스즈메가 실수로 돌에 봉인된 마법을 풀어 되살아난 고양이 다이진이 소타를 스즈메의 낡은 의자로 바꿔버린다. 스즈메는 다이진이 일본 곳곳을 쏘다니며 열어놓은 재난의 문을 닫기 위해, 그리고 소타의 마법을 풀기 위해 의자가 된 소타와 함께 길을 떠난다.처음 문을 열었을 때, 스즈메는 서너살 된 여자아이가 초췌한 모습으로 울면서 엄마를 애타게 찾는 모습을 본다. 스즈메는 그가 누군지 모르지만 관객은 안다. 동일본 대지진 직후 많은 아이들이 그 아이처럼 사라진 엄마 아빠를 부르며 울부짖었다는 걸. 영화가 정확히 2011년 사건을 가리키는 건 아니지만, 이는 보통 일본인들의 내면에 깔려 있는 풍경일 것이다. 이 작품처럼 직접적인 소재로 가져오지는 않았어도 영화 <우연과 상상>, 드라마 <최고의 이혼> 등 일본 대중문화 콘텐츠 곳곳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동일본 대지진이 남긴 흔적과 상처가 스며들어 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컷. 미디어캐슬 제공
 
                                          신카이 마코토 감독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컷. 미디어캐슬 제공

 

스즈메는 자기 때문에 소타가 의자로 변했다는 죄책감을 느끼며 소타를 ‘들고’ 길을 떠난다. 말썽의 주범인 다이진을 잡기 위해 사람들이 에스엔에스(SNS)에 올린 다이진 사진을 추적하면서 배를 타고 시코쿠에 갔다가, 고베, 도쿄까지 이어지는 여정이 <스즈메의 문단속>의 큰 줄기다. 스즈메는 열린 문을 닫기 위해 오래전 문 닫은 놀이공원, 이제는 손님이 끊긴 채 폐허가 된 온천 여관 등을 찾아간다. 지나간 시간의 아름다움, 이제는 기억으로만 존재하는 행복한 순간들이 영화에서 중요한 장면들로 등장한다.신카이 감독은 2019년 이 작품을 구상하면서 ‘장소를 애도하는 이야기’ 그리고 ‘소녀가 이상한 모양을 한 자와 여행을 하는 이야기’라는 두가지 설정을 떠올렸다고 한다. 스즈메와 소타가 재난의 문이 열리는 장소들, 더는 아무도 찾지 않는 이곳들을 찾아가는 여행이 바로 애도의 여정일 터이다.영화 초반 의자로 바뀐 소타는 마법이 풀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 의자인 상태로 스즈메의 동반자가 된다. 스즈메가 어린 시절 엄마가 만들어준 작은 의자, 다리가 하나 사라진 이 보잘것없는 의자는 얼굴도 없고 입도 없다. 사물을 의인화할 때 보통 애니메이션이 타협하는 지점을 이 영화는 완전히 무시하고 자신만의 화법을 도출해낸다. 표정도 없고 모양도 단조로운 작은 의자로 이렇게 흥미진진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면서 신카이 감독은 또 다른 자신의 경지를 보여준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컷. 미디어캐슬 제공
 

붐비는 도시의 한구석 제과점에 놓인 빵과 마카롱의 배치까지도 세밀하고 현실적으로 묘사한 <너의 이름은.>에서의 압도적 스케일과 섬세한 디테일, 보석처럼 빛나는 파도와 인상주의 화폭을 떠올리게 하는 눈 내리는 장면 등 시각적 쾌감은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한 단계 더 높아졌다. 수만 가구 각자의 사연이 담긴 듯한 조명이 하나하나 빛나는 도시의 아름답고도 쓸쓸한 야경과 금빛으로 반짝이는 바닷가 물결, 별빛과 노을을 머금은 숲과 동네의 풍경 하나하나가 가슴에 와 깊숙이 박힌다.무엇보다 “다녀오겠습니다” “잘 다녀와” “다녀왔습니다”라는 일상적인, 너무나 평범해서 내뱉었는지 아닌지도 기억하기 힘든 일상의 ‘안녕함’이 얼마나 소중하고 간절한 것인지 보여준다. 스즈메와 소타가 목숨을 걸고 폐허의 문을 닫는 건 “다녀왔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를 지키고자 하는 눈물 나는 분투다. 다만 많은 장소와 많은 역경, 많은 분투를 담은 대작이다 보니 <너의 이름은.>이 보여줬던 이야기 전개의 섬세함과 에둘러 이야기하는 맛, 아기자기한 즐거움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보는 이의 취향에 따라서 둘 중 손을 들어주는 작품은 다소 갈릴 것으로 보인다.

 
< 내용 출처 : 한겨레신문 > 
:
Posted by sukji

 

 

마지막 경기 125분 통째 담았다…추억의 '슬램덩크' 스크린 부활

 

더 퍼스트 슬램덩크  The First Slam Dunk, 2022

개봉 : 2023.01.04

장르 : 애니메이션

국가 : 일본

등급 :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 125분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4일 개봉했다. 원작 만화에서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던 북산고 농구부 2학년 포인트가드 송태섭(맨앞)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새로운 드라마를 끌어냈다. 사진 NEW

 

‘농구 천재’ 강백호, ‘불꽃 남자’ 정대만…. 분명 일본 농구만화인데 등장인물 이름은 모두 1990년대 국내에서 인기를 끈 한국 이름 그대로다. 전국 제패에 도전한 북산고 농구부 5인방이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4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90년대 농구 붐을 일으키며 전세계적으로 1억2000만부가 판매된 만화 『슬램덩크』의 극장판이다.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56)가 직접 연출한 첫 작품이다. 연재 종료 26년 만인 지난달 일본에서 개봉해 ‘아바타: 물의 길’을 제치고 흥행 1위를 지켰다.
국내에선 원작 만화가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전인 92년 처음 소개됐는데, 당시 심의규정에 따라 출판사인 도서출판 대원이 일본 지명‧이름을 모두 한국식으로 바꿨다. 쇼호쿠 고교 1학년 사쿠라기 하나마치가 ‘북산고’의 ‘강백호’로 현지화됐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도 한국어 자막‧더빙판 모두 한국 이름을 그대로 썼다.

 

원작 만화 끝판전 산왕vs북산 125분에 담아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 북산고 농구부 주장 채치수(왼쪽)와 강백호. 사진 NEW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 북산고 농구부 감독 안선생님. 사진 NEW

 

작품은 원작 만화 마지막을 장식한 전국 최강 산왕공고와 북산고의 최종전 경기를 상영시간 125분에 통째로 담아냈다. 선수들의 결정적 동작과 감정을 극대화한 화면 구도, 클로즈업 등이 실제 농구 중계 이상의 긴장감을 준다. 크게 뒤지던 북산이 역전을 노리는 순간에선 골대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몰입감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98~99년 SBS를 통해 방영된 TV 만화영화판도 한 회 분량에 한 경기가 다 담기지 않을 만큼 시합 장면 묘사가 세밀했다. 고교 시절 농구부 주장을 맡았던 이노우에 감독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일본 개봉 당시 “내 자신이 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농구다움’을 그대로 표현했다”며 발을 밟는 방법이나 공을 받는 순간의 신체 반응, 슛할 때의 타이밍 등을 예로 들었다.
이런 뉘앙스를 잘 전달하기 위해 극장판 스태프들이 직접 농구를 배웠고, 농구 경기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은 이노우에 감독이 직접 리터치를 맡았다. ‘아바타’ 못지않게 영상‧사운드 특화 상영관 관람이 제격인 이유다.

 

"왼손은 거들 뿐" 슬램덩크 명대사였다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농구다움'을 최우선으로 두고 연출했다. 사진 NEW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 서태웅. 사진 NEW

 

작품엔 원작 팬의 가슴을 뛰게 한 명대사도 쏟아져 나온다. 북산고의 농구부 풋내기 강백호가 주장 채치수에게 배워 읊조리는 슛동작의 비결 “왼손은 거들 뿐”부터 경기 중 선수 교체 지시를 거부하며 말하는 “영감님(북산 농구부 감독 안 선생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중략) 난 지금입니다” 등 만화를 안 봤어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귀에 익은 대사가 많다.
원작 인기 캐릭터인 1학년 강백호‧서태웅이나 3학년 채치수‧정대만 대신 조연으로 인식돼온 ‘낀 학년’(2학년) 송태섭을 줄거리의 중심에 둔 점도 눈에 띈다. 최단신(168㎝)의 불리한 신체 조건을 타고난 스피드와 돌파력으로 극복하는 모습 뿐 아니라, 원작 만화에선 잘 드러나지 않았던 성장 배경도 그려냈다.
오키나와 출신인 그가 불우한 가정사를 극복하고 북산고 농구부원들과 얽히는 유년시절 드라마를 산왕공고 대 북산고의 접전 승부 사이사이에 절묘하게 배치했다.
이노우에 감독은 “송태섭은 만화 연재 당시에도 더 그리고 싶은 캐릭터였다”면서 “20대에 ‘슬램덩크’를 연재할 때는 고등학생 관점에서 잘 그릴 수 있었고, 그것밖에 몰랐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시야가 넓어졌다. ‘슬램덩크’ 이후 또 다른 만화 ‘배가본드’ ‘리얼’을 그린 영향도 있었기에 자연스러운 결과였다”고 말했다.

 

원작자 "원작 개그 집착 않고 '농구다움' 우선"

 

이번 작품의 호소력 있는 얼굴 표현과 양질의 영상은 사실상 이노우에 감독의 고집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10년 전부터 극장판을 제안 받았지만 파일럿 영상이 생각과 다르다며 번번이 거절하다가 2014년에야 영상 퀄리티가 “영혼이 들어가 있는 얼굴(표현)”에 다다르자 수락했기 때문이다.
그는 “원작의 소소한 개그 등에 집착하기보다 만화는 만화, 영화는 영화만의 즐거움이 있을 거라 판단해 농구다움을 우선시했다”고 했다.
만화 그릴 때의 기억이 성우 목소리 연출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만화에서 말 풍선을 채워 넣으면서 글자 크기나 말 풍선 모양, 위치 등에서 캐릭터 목소리의 크기나 느낌을 무의식적으로 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성우 녹음 디렉션을 할 때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한국어 더빙판에는 정상급 성우가 참여했다. 강백호는 ‘명탐정 코난’ 남도일 역의 강수진 성우, 서태웅은 ‘명탐정 코난’ 괴도 키드 역의 신용우 성우가 맡았다. 송태섭은 마블 시리즈 로키 역의 엄상현 성우가 참여했고, 강백호 친구 이용팔은 ‘슬램덩크’ 팬을 자처한 배우 고창석이 맡았다.

 

< 출처 : 중앙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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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