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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천만 돌파…“다녀왔습니다”라는 일상을 위한 ‘분투’

 

스즈메의 문단속 Suzume , 2022 제작

요약 : 일본 | 애니메이션 외 | 2023.03.08 개봉 | 12세이상 관람가 | 122분

감독 : 신카이 마코토

출연 : 하라 나노카, 마츠무라 호쿠토, 후카츠 에리, 마츠모토 하쿠오  더보기

홈페이지suzume-tojimari-movie.jp

줄거리 :

“이 근처에 폐허 없니? 문을 찾고 있어” 
규슈의 한적한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녀 ‘스즈메’는 
문을 찾아 여행 중인 청년 ‘소타’를 만난다. 
 
그의 뒤를 쫓아 산속 폐허에서 발견한 낡은 문. 
‘스즈메’가 무언가에 이끌리듯 문을 열자 마을에 재난의 위기가 닥쳐오고 
가문 대대로 문 너머의 재난을 봉인하는 ‘소타’를 도와 간신히 문을 닫는다. 
 
“닫아야만 하잖아요, 여기를!”
재난을 막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수수께끼의 고양이 ‘다이진’이 나타나 ‘소타’를 의자로 바꿔 버리고
일본 각지의 폐허에 재난을 부르는 문이 열리기 시작하자
‘스즈메’는 의자가 된 ‘소타’와 함께 재난을 막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꿈이 아니었어”
규슈, 시코쿠, 고베, 도쿄
재난을 막기 위해 일본 전역을 돌며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던 중
어릴 적 고향에 닿은 ‘스즈메’는 잊고 있던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신카이 마코토 감독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컷. 미디어캐슬 제공

 
 

2017년 개봉해 381만2천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기록을 새로 썼던 <너의 이름은.>(380만명)을 연출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이 오는 8일 개봉한다. 일본에서 지난해 11월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은 1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흥행 돌풍을 일으켰고, 일본 애니메이션으로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 이후 두번째로 올해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대형 기대작이다. 5일 <너의 이름은.>의 관객수를 넘어선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 기록을 뒤집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몸이 바뀌는 남녀 고등학생을 3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등장시킨 <너의 이름은.>은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다. 몸이 바뀐 소녀가 3년 전 혜성 운석의 추락으로 큰 피해를 입은 마을의 희생자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안 소년이 과거 시점으로 돌아가 피해를 막기 위해 분투하는 내용을 담았다. ‘일상의 작은 안녕까지 무너뜨리는 재해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까?’라는 감독의 슬픔과 문제의식은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더 구체적이고 더 직접적이며 더 스케일 크게 펼쳐진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컷. 미디어캐슬 제공

 

규슈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 사는 소녀 스즈메는 길을 가다 만난 청년에게서 “이 근처에 폐허 없니? 문을 찾고 있어”라는 기이한 질문을 받는다. 어쩐지 끌리는 청년을 쫓아간 스즈메는 폐허가 된 산속 마을 한가운데 서 있는 문을 발견하고 이를 연다. 그러자 마을에 지진 위기가 닥쳐오고, 뒤늦게 나타난 청년 소타와 함께 간신히 문을 닫자 치솟았던 붉은 기운이 가라앉는다. 하지만 스즈메가 실수로 돌에 봉인된 마법을 풀어 되살아난 고양이 다이진이 소타를 스즈메의 낡은 의자로 바꿔버린다. 스즈메는 다이진이 일본 곳곳을 쏘다니며 열어놓은 재난의 문을 닫기 위해, 그리고 소타의 마법을 풀기 위해 의자가 된 소타와 함께 길을 떠난다.처음 문을 열었을 때, 스즈메는 서너살 된 여자아이가 초췌한 모습으로 울면서 엄마를 애타게 찾는 모습을 본다. 스즈메는 그가 누군지 모르지만 관객은 안다. 동일본 대지진 직후 많은 아이들이 그 아이처럼 사라진 엄마 아빠를 부르며 울부짖었다는 걸. 영화가 정확히 2011년 사건을 가리키는 건 아니지만, 이는 보통 일본인들의 내면에 깔려 있는 풍경일 것이다. 이 작품처럼 직접적인 소재로 가져오지는 않았어도 영화 <우연과 상상>, 드라마 <최고의 이혼> 등 일본 대중문화 콘텐츠 곳곳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동일본 대지진이 남긴 흔적과 상처가 스며들어 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컷. 미디어캐슬 제공
 
                                          신카이 마코토 감독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컷. 미디어캐슬 제공

 

스즈메는 자기 때문에 소타가 의자로 변했다는 죄책감을 느끼며 소타를 ‘들고’ 길을 떠난다. 말썽의 주범인 다이진을 잡기 위해 사람들이 에스엔에스(SNS)에 올린 다이진 사진을 추적하면서 배를 타고 시코쿠에 갔다가, 고베, 도쿄까지 이어지는 여정이 <스즈메의 문단속>의 큰 줄기다. 스즈메는 열린 문을 닫기 위해 오래전 문 닫은 놀이공원, 이제는 손님이 끊긴 채 폐허가 된 온천 여관 등을 찾아간다. 지나간 시간의 아름다움, 이제는 기억으로만 존재하는 행복한 순간들이 영화에서 중요한 장면들로 등장한다.신카이 감독은 2019년 이 작품을 구상하면서 ‘장소를 애도하는 이야기’ 그리고 ‘소녀가 이상한 모양을 한 자와 여행을 하는 이야기’라는 두가지 설정을 떠올렸다고 한다. 스즈메와 소타가 재난의 문이 열리는 장소들, 더는 아무도 찾지 않는 이곳들을 찾아가는 여행이 바로 애도의 여정일 터이다.영화 초반 의자로 바뀐 소타는 마법이 풀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 의자인 상태로 스즈메의 동반자가 된다. 스즈메가 어린 시절 엄마가 만들어준 작은 의자, 다리가 하나 사라진 이 보잘것없는 의자는 얼굴도 없고 입도 없다. 사물을 의인화할 때 보통 애니메이션이 타협하는 지점을 이 영화는 완전히 무시하고 자신만의 화법을 도출해낸다. 표정도 없고 모양도 단조로운 작은 의자로 이렇게 흥미진진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면서 신카이 감독은 또 다른 자신의 경지를 보여준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컷. 미디어캐슬 제공
 

붐비는 도시의 한구석 제과점에 놓인 빵과 마카롱의 배치까지도 세밀하고 현실적으로 묘사한 <너의 이름은.>에서의 압도적 스케일과 섬세한 디테일, 보석처럼 빛나는 파도와 인상주의 화폭을 떠올리게 하는 눈 내리는 장면 등 시각적 쾌감은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한 단계 더 높아졌다. 수만 가구 각자의 사연이 담긴 듯한 조명이 하나하나 빛나는 도시의 아름답고도 쓸쓸한 야경과 금빛으로 반짝이는 바닷가 물결, 별빛과 노을을 머금은 숲과 동네의 풍경 하나하나가 가슴에 와 깊숙이 박힌다.무엇보다 “다녀오겠습니다” “잘 다녀와” “다녀왔습니다”라는 일상적인, 너무나 평범해서 내뱉었는지 아닌지도 기억하기 힘든 일상의 ‘안녕함’이 얼마나 소중하고 간절한 것인지 보여준다. 스즈메와 소타가 목숨을 걸고 폐허의 문을 닫는 건 “다녀왔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를 지키고자 하는 눈물 나는 분투다. 다만 많은 장소와 많은 역경, 많은 분투를 담은 대작이다 보니 <너의 이름은.>이 보여줬던 이야기 전개의 섬세함과 에둘러 이야기하는 맛, 아기자기한 즐거움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보는 이의 취향에 따라서 둘 중 손을 들어주는 작품은 다소 갈릴 것으로 보인다.

 
< 내용 출처 : 한겨레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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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