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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이 세계라면 : 분투하고 경합하며 전복되는 우리 몸을 둘러싼 지식의 사회사 / 김승섭

306.461 김58ㅇ

사회과학열람실(3층)

 

 

책소개

 

데이터를 활용해 몸과 질병의 사회사를 이야기하다!

 

2017년 《아픔이 길이 되려면》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김승섭 교수의 신작 『우리 몸이 세계라면』. 데이터를 통해 인구집단의 건강을 말하는 사회역학 연구자인 저자가 지난 20년 동안 의학과 보건학을 통해 공부해온 몸과 질병에 관한 주제들을 ‘지식’에 방점을 찍고 새로 집필한 책이다. 집필 기간은 1년이었지만 20년간의 고민과 공부가 담겨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의 몸은 다양한 관점이 각축하는 전장이라고 이야기하며 지식의 전쟁터가 된 우리 몸에 대해 다룬다. 병원 진단 과정이나 의학 지식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남성의 몸만을 표준으로 삼아 생긴 문제들을 지적하고, 신약 개발에 있어서 고소득국가에서 소비되는 약만 개발되면서 저소득국가에서는 필요한 약이 개발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는 등 몸을 둘러싼 지식의 생산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학과 역사의 사례, 현대의 여러 연구를 망라하며 사회역학자의 글답게 데이터를 근거 삼아 몸을 둘러싸고 어떤 지식이 생산되고 어떤 지식은 생산되지 않는지, 누가 왜 특정 지식을 생산하는지,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을 만들기 위해 상식이라 불리는 것들에 질문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자세하게 보여준다.

 

 

출판사 서평

 

지식의 전쟁터가 된 몸에 대하여
지식의 최전선에서 몸을 둘러싼 지식을 질문하다
1,120편의 논문 검토, 300여 편의 문헌 인용,
20년의 공부를 전작으로 집필하다!

1,120편의 논문을 검토하고, 300여 편의 문헌을 구체적 근거로 삼았다. 1348년 프랑스 국왕 필리프 6세의 지시로, 파리 의과대학 교수가 쓴 흑사병 원인에 대한 보고서부터 유방암 치료에 영향을 미치는 세포 단위의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사회제도의 영향을 받는다는 내용을 밝힌 최신의 논문까지. 시대와 공간을 횡단하며 지식의 최전선에서 우리 몸을 둘러싼 지식의 경합과 지식인들의 분투를 담아냈다. 신간 『우리 몸이 세계라면』은 2017년 『아픔이 길이 되려면』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김승섭 교수의 신작이다. “인간의 몸은 다양한 관점이 각축하는 전장”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지식의 전쟁터가 된 우리 몸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몸을 둘러싼 지식의 생산 과정에 대해 말하면서, 어떤 지식이 생산되고 어떤 지식은 생산되지 않는지, 누가 왜 특정 지식을 생산하는지,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을 만들기 위해 ‘상식’이라 불리는 것들에 질문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말하고 있다.
전작 『아픔이 길이 되려면』이 10년간 김승섭 교수가 언론 매체를 통해 소통한 글들을 엮은 것이라면, 신간 『우리 몸이 세계라면』은 지난 20년 동안 의학과 보건학을 통해 공부해온 몸과 질병에 관한 주제들을 ‘지식’에 방점을 찍고 새로 집필한 책이다. 집필 기간은 1년이었지만 20년간의 고민과 공부가 담겼다. 방대한 자료를 검토했고, 그것들을 저자 특유의 정갈한 언어로 담아냈다. 과학과 역사의 사례, 현대의 여러 연구를 망라하며, 사회역학자의 글답게 데이터를 근거 삼아 이야기한다.

왜 어떤 지식은 생산되고,
어떤 지식은 생산되지 않는가?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을 만드는 일에 관하여 묻다

혈액형에 따라 성격이 다르다는 이야기는 2018년인 지금도 심심치 않게 매스컴에서 다루어지는 내용이다. 그 뿌리를 따라가면, 제국주의 시기의 혈액형 인류학을 찾을 수 있다. 루드빅 히르쉬펠트는 혈액형을 ‘과학’의 도구로 이용해 민족과 인종을 처음 설명한 사람이다. 그는 마케도니아 전장에서 16개 국가의 군인 8,500명의 피를 뽑아 분석한 후 ‘생화학적 인종계수(AB형+A형/AB형+B형)’라는 지수를 만든다. A형 인자를 가진 사람이 B형 인자를 가진 사람보다 더 진화했다는, 인종주의적 전제를 담은 지표다. 이 지표는 당시 조선인과 일본인의 차이를 드러낼 도구를 찾던 일본에게 주요한 관심사가 된다. 일본은 조선에서 인종계수를 측정하면서, 일본과 가까울수록 인종계수가 높다는 계산을 도출해낸다. 김승섭 교수는 이러한 일제강점기의 인종주의 과학을 소개하면서, 어떤 현상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누가 왜 그 시기에 그 질문을 던졌는지, 그 질문을 답하기 위한 연구들은 어디에 발표되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지식은 이후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일제 강점기를 말하면서는 당시에 경제성장이 있었는지에 대한 물음을 보건학자로서의 관점을 담아 다른 방향에서 질문한다. 일제강점기 조선인은 건강해졌는가를 물은 것이다. 김승섭 교수는 데이터를 통해 이를 입증해 보인다. 병원을 이용한 외래환자 수를 비교해봤을 때, 조선에 거주하는 일본인은 조선인에 비해 병원에서 치료받은 비율이 10배 이상 높았다. 한편 법정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조선인이 일본인의 10%에도 미치지 않았는데, 이 데이터를 해석하며 저자는 당시 조선인 전염병 사망자에 대해서는 그 규모조차 파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 말한다. 또한 당시 조선인의 평균키 변화를 검토하면서 식민통치가 조선인의 건강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보건학자로서의 질문에 답한다.

이 책에서는 병원 진단 과정이나 의학 지식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남성의 몸만을 표준으로 삼아 생긴 문제들을 지적하고, 신약 개발에 있어서 고소득국가에서 소비되는 약만 개발되면서 저소득국가에서는 필요한 약이 개발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기도 한다.
김승섭 교수가 이 책 전반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지식’ 그 자체에 질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지식이건 그 생산에는 누군가의 관점이 담기기 마련이고, 어떤 지식은 특정한 누군가의 이익을 반영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과학과 역사의 사례에서부터 현대의 연구까지 다루며 이러한 지식의 배경들을 드러내고 질문한다.


지식인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한국의 연구가 한국 사회를 연구하지 않는 이유


2016년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는 서울대 보건대학원에 4년간 1억원의 장학금을 제안한다. 흡연자가 고객인 담배회사가 건강을 연구하는 보건대학원에 장학금을 제안한 이유는 무엇일까? 필립 모리스는 “기존의 담배가 중독성이 있고 사망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담배의 종류는 다양하며, 그 독성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오히려 흡연자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고 말하며, 장학금을 제안했다. ‘덜 해로운 담배 선택권’ 즉, 전자 담배에 대한 연구 제안을 한 셈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은 교수회의를 거쳐 이 제안을 거절한다. 이 책에서는 지식에 질문함과 동시에 이러한 지식 생산의 주체인 지식인들의 문제를 함께 다루고 있다. 대표적으로 자본이 지식 생산 과정에 관여한 사례로서, 담배회사가 자신들에게 필요한 지식을 만들기 위해 과학자들을 어떻게 매수하는지 여러 사례와 연구를 통해 보여준다. 2018년 연구에서 국제구호단체인 유니세프(UNICEF, 유엔아동기금)가 담배회사의 후원을 받으며 어린이 흡연 예방 활동을 축소한 문제를 다루고, 미국에서 공개된 담배회사 내부문건에서 한국의 학자들이 등장한 내용을 다루기도 한다. 또한 최근 담배회사들이 주력하는 전자담배에 대한 내용도 다루고 있다. 2018년 스탠턴 글랜츠 교수는 필립모리스가 전자담배 ‘아이코스’의 미국식품농약청 승인을 받기 위해 제출한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그 내용을 소개한다. 필립 모리스는 미국과 일본에서, 90일간 아이코스를 사용한 사람의 폐활량, 백혈구 수치, 콜레스테롤 수치를 포함한 24개 생체지표의 변화량을 제시했다. 분석 결과 24개 지표 중 23개에서 기존의 궐련 담배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담배 회사는 과거 스트레스의 대가인 셀리에를 섭외해 폐암의 주요원인이 스트레스인 것처럼 지식을 생산한 바 있다. 이 책에서는 담배회사의 사례를 통해 지식 생산 과정에서 지식인들의 책무에 대해 질문한다.
여기에 더해 한국에서 학계 평가 시스템에 따라 미국 중심의 학술 주제를 선정하게 되는 상황이나 논문 발표 시에 한국에 필요한 지식이어도 국외 저널 즉, 영어논문으로 발표하게 되는 현실에 대한 문제도 제기한다.

데이터를 통해 읽는 몸과 질병의 사회사

저자인 고려대 김승섭 교수는 데이터를 통해 인구집단의 건강을 말하는 ‘사회역학’ 연구자이다. 전작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 그러한 사회역학의 연구방법으로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드러냈다면, 이 책 『우리 몸이 세계라면』에서는 데이터를 활용해 몸과 질병의 사회사를 이야기한다. 조선시대를 말하면서는 중종 시기 티푸스로 추정되는 전염병의 실제 사망자 수 데이터를 제시하고, 일제강점기를 말하면서는 병원을 이용한 외래환자 수, 법정 전염병 사망자 수, 평균키 데이터를 보여준다. 중세 흑사병을 말하면서는 ‘14세기 유럽에서 흑사병으로 인해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사망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흑사병 유행 시기와 유행하지 않은 시기의 남녀 사망비를 분석한 2017년 네덜란드의 연구를 소개한다. 데이터를 보여주며 동시에 질문한다. “대규모 재난 앞에서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했던 사람이 누구”인지 죽음의 불평등을 묻는다. 대규모 재난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오늘날 그 함의를 떠올리게 한다.

 

 

목차

 

 

들어가며 _4

1. 권력 - 어떤 지식이 생산되는가
이름을 알 수 없는 지식에 대하여
: 여성의 몸이 사라진 과학
죽음을 파는 회사의 마케팅 전략
: 담배회사의 지식 생산 1
자본은 지식을 어떻게 섭외하는가
: 담배회사의 지식 생산 2
[왜 어떤 지식은 생산되지 않는가]

2. 시선 - 보는 것과 보지 않는 것
누가 전시하고, 누가 전시되는가
: 조선인의 몸에 제국주의를 묻다 1
일제강점기 동안 조선인은 더 건강해졌는가
: 조선인의 몸에 제국주의를 묻다 2
이 땅에 필요한 지식을 묻다
: 조선, 당대의 한계에서 최선의 과학을 한다는 것

3. 기록 - 우리 몸이 세계라면
불평등이 기록된 몸
: 건강불평등은 어떻게 사회에 반영되나
차별이 투영된 몸
: 과학적으로 불투명한 인종이라는 개념

4. 끝 - 죽음의 한가운데 있는 삶
가장 많은 이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
: 암으로 읽는 질병의 원인과 죽음의 원인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과학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 흑사병, 죽음이 일상이 된 중세의 풍경
[병원에서 죽는다는 것]

5. 시작 - 질문되어야 하는 것들
‘쓸모없는’ 질문에서 시작된 과학
: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질문하지 않은 과학이 남긴 것
: 비윤리적 지식 생산 과정을 말하다

6. 상식 - 지식인들의 전쟁터
자신의 경험을 믿지 않는 일
: 데이터 근거 중심 의학에 관하여
‘상식’과 싸우는 과학
: 당위에 질문하는 과학의 역사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을 만드는 일]

참고문헌

 

< 내용 출처 : 교보문고 > 

:
Posted by sukji

 

 

 

초협력사회 : 전쟁은 어떻게 협력과 평등을 가능하게 했는가 / 피터 터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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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열람실(3층)

 

 

책소개

 

인간은 어떻게 협력하는 능력을 발전시켜왔을까?

작은 마을에서부터 도시나 국가에 이르기까지, 큰 무리를 지어 낯선 사람들과 협력할 줄 아는 인간의 능력인 ‘초사회성(ultrasociality)’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그 이유를 밝혀냄으로써 인간사회의 역사를 설명하는 『초협력사회』. 사람들이 대부분 완전히 남남인, 수백만 명으로 구성된 거대한 사회에 살아가며 큰 집단으로 협력하는 놀라운 능력을 갖게 된 것은 매우 최근의 일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인간의 협력 규모는 자꾸 작아져 작은 수렵채집 무리에 이르게 되는데, 이러한 작은 무리에서 거대한 국민국가로 바뀌게 만든 동력은 무엇일까?

저자는 문화진화론적 분석을 통해 이것의 답을 집단과 집단 사이에서 일어나는 경쟁과 갈등,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해 전쟁이라고 이야기한다. 전제군주가 다스리는 고대국가를 만든 것도, 그것을 무너뜨려 더 좋고 더 평등한 사회로 대치한 것도 전쟁이었다. 한마디로 전쟁은 파괴하면서 동시에 창조하는 힘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초사회성의 진화를 추진하는 것이 폭력, 즉 서로 전쟁을 하는 사회이고 궁극적으로 폭력을 줄이는 것 역시 초사회성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어떤 집단이 등장해서 융성, 쇠락, 소멸하는 과정은 개체들 간의 경쟁만으로 설명될 수 없으며, 그 간극을 집단 간의 경쟁에 대한 분석이 메워줄 수 있다고 보는데,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전쟁이라고 강조한다. 국가는 전쟁의 압력에 대한 반응으로 진화했고, 협력의 규모가 커진 국가를 결속하는 힘은 제도와 문화 양쪽에서 ‘공진화’했다고 이야기하면서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개념에 빗대어 전쟁을 ‘파괴적 창조’의 과정이라고 설명하며 협력의 진화, 전쟁의 파괴적인 면과 창조적인 면, 평등이 진화해온 궤적 등을 풀어내고자 한다.

 

 

출판사 서평

 

협력은 강력하다!

인간사회의 역사에 관한 일반이론의 탄생

인간사회의 진화를 추적하는 시간여행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7만~3만 년 전의 인지혁명과 함께 “역사가 생물학에서 독립을 선언”했다고 주장한다. 생물학이 아니라 역사적 서사가 호모 사피엔스의 발달을 설명하는 일차적 수단이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지혁명 이후에도 사피엔스의 진화는 지속되었다. 특히 협력하는 인간의 능력은 비약적으로 진화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인류는 위대한 기술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진보를 이루어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은 15개국이 합작하여 이뤄낸 프로젝트로, 인류가 협력에 놀라울 정도로 소질이 있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인간은 어떻게 이처럼 협력하는 능력을 발전시켜왔을까? 인간의 행위를 이기적인 유전자를 보유한 인간 개체들의 이해타산과 경쟁 그리고 갈등의 측면으로만 바라보는 일반적인 진화론에서는 도무지 설명이 되지 않는 현상이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수십 명 정도의 사람들로 구성된 수렵채집사회로부터 거의 완전히 남남인 수백만,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집단을 이루고 있는 현대사회까지, 인간은 어떤 진화의 과정을 겪어왔을까? 이 책은 초사회성(ultrasociality), 즉 큰 무리를 지어 낯선 사람들과 협력할 줄 아는 인간의 능력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그 이유를 밝혀냄으로써 인간사회의 역사를 설명하고자 한다.

‘파괴적 창조’로서의 전쟁, 인간의 협력을 이끌다

침팬지나 고릴라 무리가 우두머리 중심의 위계적인 사회구조를 갖고 있는 데 반해, 약 20만 년 전에 나타난 것으로 알려진 현생 인류는 진화 여정의 초기에 알파 메일(지배자 수컷)을 제거했다. 침팬지나 고릴라 집단에서는 싸우는 능력만으로 지배 위계가 결정되었지만, 인간 남자는 힘이 세고 공격적이라고 해서 멋대로 약한 사람들을 지배하지 못했다. 무리 속의 다른 이들이 돌이나 활과 같은 발사식 무기로 횡포를 부리려는 신흥강자를 추방하거나 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치 소년 다윗이 정확한 돌팔매질로 골리앗을 쓰러뜨렸던 것처럼 말이다. 그 결과 수렵채집사회의 인간은 놀라울 정도로 협력적이고 평등한 사회에서 살 수 있었고, 완력보다는 연합이나 제휴를 위한 사회적 지능, 즉 협력하는 능력을 진화시켰다.
그러나 농업이 도입된 이후 불과 수천 년 사이에 인간은 과거의 평등주의를 포기하고 전제주의를 받아들였다. 정착지를 기반으로 부족 간의 전쟁은 더욱 격렬해졌고, 전쟁에서 지면 살육당하거나 살아남더라도 정착지를 떠나 생존하기가 어려웠다. 참담한 패배를 면하기 위해 부족과 마을은 더 큰 규모의 사회로 결합해야 했다. 이런 결합은 동맹 관계나 좀 더 중앙집권적인 군장사회로, 나아가 대규모 국가로 발전했다. 고대국가에서 통치자는 신격화된 반면, 노예제는 예사였고 인신공양도 일상적이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같은 학자는 『총, 균, 쇠』에서 최초로 농사를 지을 지역을 결정한 것은 지형이었고 그것이 이후 인간 역사를 엮어갔다고 주장한다. 즉, 농업의 시작이야말로 문명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터친은 농업이 복잡사회로 진화하는 데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역사적 실례를 들어 반박한다. 국가를 기능하게 하는 관료제나 조직화된 종교 같은 제도가 만들어지려면 커다란 비용이 든다. 그런 비용에도 불구하고 제도들이 생겨난 것은 올바른 제도를 갖추지 못한 사회는 경쟁력이 떨어졌고 소멸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여기서 경쟁이란 전쟁의 형태로 나타났다. 만연한 전쟁은 더 큰 사회를 선택하게 하는 힘으로 작용했다.
흥미롭게도 이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전제군주를 가능하게 한 것도 전쟁, 또 이 전제군주를 몰아내고 더 평등한 사회로 다시 한 번 방향을 전환하게 한 것 또한 전쟁이었다. 이것이 기원전 800년에서 기원전 1200년 사이 차축시대에 나타난 획기적인 전환이다. 조로아스터교, 불교, 유교와 도교 등 보편적 평등윤리를 주장하는 차축종교가 발생하고 이를 통치 이념으로 삼는 거대 제국이 등장한 것이다. 이런 거대 제국은 기원전 1000년경 유라시아 대초원에서 나타난 혁신적인 군사기술, 즉 기마술이 추동력이 되어 발생했다. 이로써 기원전 500년을 전후로 몇 백 년 동안 군사혁명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전쟁이 급증했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또 전쟁의 결과로 출현한 이처럼 전례 없는 규모의 제국이 붕괴하지 않으려면 이 복합집단을 묶어주는 접착제가 필요했다. 이제 국가는 생존하기 위해 백성을 탄압할 여유가 없었다. 국가의 생존이 평민을 무장시켜 대군을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접착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차축종교로, 이들 종교의 등장과 함께 평등주의 윤리 또한 출현한다.

인간사회의 평등은 Z형으로 진화했다

위에서 간략히 살펴본 대로 인간사회의 폭력과 불평등은 선형적으로 줄어들지 않았다. 오랫동안 평등한 사회를 이루며 살던 인간들은 극도의 불평등한 시기를 거쳤고, 이는 또 한 번의 대전환을 겪어 노예제는 불법화되고 귀족들은 특권을 박탈당하는 등 다시 평등한 시대를 열게 되었다. 즉, 평등은 Z자 형태로, 지그재그로 진화해왔다.
흔히들 ‘이성의 시대’로 알려진 17~18세기부터 인권의 개념이 대두되었고 그 이전의 인간 역사는 ‘전제주의의 시대’였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대단한 착각이다. 극심한 형태의 불평등과 전제주의는 이미 차축시대부터 후퇴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증거는 그리스 철학자부터 구약의 선지자나 인도의 포기자와 중국의 현인에 이르기까지 차축시대 여러 사상가들의 저술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전제군주가 다스리는 고대국가를 만든 것도, 그것을 무너뜨려 더 좋고 더 평등한 사회로 대치한 것도 전쟁이었다. 한마디로 전쟁은 파괴하면서 동시에 창조하는 힘이다. 터친은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개념에 빗대어 전쟁을 ‘파괴적 창조’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초사회성의 진화를 추진하는 것이 폭력, 즉 서로 전쟁을 하는 사회이고 궁극적으로 폭력을 줄이는 것 역시 초사회성이라는 것이다.
터친은 흔히 집단선택론이라고 알려진 다수준 선택론과 문화진화론에 의거해 전쟁이 협력의 진화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설명한다. 1970년대부터 진화론은 하나의 유기체만이 아니라 사회의 발전 연구에 접목되어 변이와 무작이적 부동, 선택 같은 생물학적 진화의 핵심 개념이 사회 분석에도 적용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유전자와 문화의 공진화 과정에 대한 수학이론인 문화진화론으로 발전했다. 문화진화론은 제각각인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하부조직의 집합체가 아니라 서로 연접된 통합체로서 사회를 분석하는 도구다. 터친은 이 책에서 이런 문화진화론적 분석을 통해 협력과 전쟁이 소규모 사회에서 대규모 사회로 이행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설파한다.

조직 내의 경쟁이 중요한가 협력이 중요한가 ? 엔론 사태의 교훈

2001년 12월, 세상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사건이 발생했다. 흔히 회계 부정으로 몰락한 것으로 알려진 엔론이 파산한 것이다. <비즈니스위크>는 엔론의 파산에 대해 “누구의 책임인지에 대해서는 한 치의 의문도 없었다. 그것은 제프 스킬링”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제프 스킬링은 1997년에 엔론의 사장 겸 CFO가 되고, 2001년에 CEO가 된 사람이다.
스킬링은 엔론에 ‘실적평가위원회’라는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엔론 직원들은 이를 ‘등수 매겨 내쫓기’라고 불렀다. 실적 중심으로 내부 경쟁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직원들 간의 분위기는 살벌해졌다. 화장실에 갈 때도 컴퓨터를 끄거나 암호를 걸었고, 옆자리 동료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훔쳐가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이런 치열한 경쟁의 분위기는 비윤리적인 행위와 재정적 부정으로 이어졌고, 결국 엔론의 붕괴를 초래했다.
공동의 목표를 이루려는 집단이나 사회가 능력을 갖추려 할 때 그 토대가 되는 것은 협력이다. 이것은 국가 같은 정치조직뿐 아니라 기업에도 해당된다. 그러나 스킬링이 엔론에서 한 일은 집단 내의 경쟁을 극대화하는 것이었고, 그것은 동료의 뒤통수를 치고 상호불신을 조장하는 행위였다. 다른 말로, 스킬링은 직원들끼리 협력하고 상사에 협조하고 회사에 도움을 주려는 분위기를 완전히 망가뜨렸다. 그런 그들에게 어찌 보면 붕괴는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

역사에 관한 일반이론의 탄생

터친의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인간사회의 역학을 문화진화라는 틀로서 바라보고 그것을 수학적 모형으로 분석하며 데이터로 검증해낸다는 데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터친은 스티븐 핑커가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 개진한 주장을 비판한다. 핑커는 『선한 천사』에서 역사적으로 인간사회에서 폭력이 엄청난 폭으로, 선형적으로 줄어들었다고 쓴다. 그리고 이 폭력의 감소는 인간 역사에서 거의 우연적인, 핑커 자신의 표현을 따르면 ‘외인성’의 발전이 수없이 누적되어 이뤄진 결과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변화를 설명해주는 단 하나의 통합이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통합이론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터친이 하고 있는 작업이다. 특정한 하나의 제국이 무엇 때문에 생성, 쇠퇴, 소멸되었는가가 아니라 제국 일반은 무엇 때문에 생성되고 쇠퇴하며 멸망했는가를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핑커는 방대한 자료를 제시하며 역사상 폭력의 행위들을 실증하지만 정작 폭력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서는 마지막 장에서 다루고 있을 뿐이며, 폭력이 감소한 이유를 결국 인간 개인의 심리 상태에서 찾는다. 그에게 문화적, 물질적 환경 변화는 이런 환경이 개인의 심리 상태에 미치는 영향의 측면에서만 중요할 뿐이다. 반면 터친은 어떤 집단이 등장해서 융성, 쇠락, 소멸하는 과정은 개체들 간의 경쟁만으로 설명될 수 없으며, 그 간극을 집단 간의 경쟁에 대한 분석이 메워줄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전쟁이다. 국가는 전쟁의 압력에 대한 반응으로 진화했고, 협력의 규모가 커진 국가를 결속하는 힘은 제도와 문화 양쪽에서 ‘공진화’했다.
역사에 관한 일반이론을 세우기에는 수학이 제격이다. 역사에서 ‘그냥 그렇게 된 것’이라고 눙치고 넘어가는 부분을 양적으로 입증 가능한 설명, 즉 과학적인 방법으로 제시하고자 하는 터친을 위시한 학자들의 노력은 역사동역학(Cliodynamics)이라는 새로운 학문 영역을 열고 있다. 역사의 여신 클리오(Clio)와 변화를 다루는 학문인 동역학(dynamics)의 조어인 역사동역학은 역사거시사회학과 경제사와 문화진화론 같은 다양한 분야의 성과를 종합해 역사적 동역학의 모형을 만들고 실험한다. 그리고 이런 모형을 체계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들 학자들이 구축하고 있는 세샤트-지구사 데이터뱅크(http://seshatdatabank.info/)다. 고대 이집트의 필사와 기록의 여신에서 이름을 따온 세샤트는 수많은 역사가들과 고고학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과거 인간사회에 관한 어마어마한 양의 지식을 모으고 체계적으로 조직화한 문화진화론의 방대한 역사적 데이터베이스로, 이를 통해 인간사회의 진화에 관한 여러 경쟁 이론들이 엄밀하게 실증적으로 검토될 전망이다.

협력의 진화, 전쟁의 종말

터친이 전쟁으로 인간사회의 진화를 분석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쟁을 지지하거나 찬양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간사회의 진화가 흘러온 방향에서 전쟁의 역할을 엄밀하게 지적하고 분석할 뿐이다. 사실 전쟁과 협력은 언뜻 매우 배치되는 단어 같지만 서로 뗄 수 없는 역동적 관계를 맺고 있어서, 전쟁이 협력의 규모를 키웠고 그렇게 커진 사회의 규모로 인해 폭력이 줄어들었다. 결국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도 전 세계적인 규모의 협력이 필요하다. 터친은 평화가 단순히 전쟁의 부재가 아니며 능동적인 수완을 요구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현대사회는 경쟁에 있어서도 질적인 변화를 겪은 듯하다. 경쟁의 수단이 전쟁보다 오히려 경제로 옮겨갔다고도 볼 수 있다. 여전히 세계는 전쟁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부를 기반으로 한 경쟁이 더 중요해졌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책에서 터친의 주장을 간략하고 거칠게 요약해보자면, 인간의 탁월한 협력 능력은 전쟁에 의해 추동되었다는 것이다. 터친은 농업시대부터 차축시대까지 인간사회의 궤적을 추적하여 전쟁이 협력하는 인간사회의 진화를 이끌어냈고 그렇게 규모가 커진 인간사회가 궁극적으로 전쟁을 줄일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까지 내놓는다. 협력의 진화, 전쟁의 파괴적인 면과 창조적인 면, 평등이 진화해온 궤적 등을 풀어냄으로써 ‘협력의 과학’을 이용해 효과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수단까지 개발하는 것이 터친의 야심찬 포부다.

 

 

목차

 

추천의 글

1장 초사회성의 퍼즐
- 괴베클리 테페부터 국제우주정거장까지

2장 파괴적 창조
- 문화진화는 어떻게 크고 평화롭고 부유한 초협력사회를 만들어냈을까

3장 협력자의 딜레마
- 이기적인 유전자, ‘탐욕은 좋은 것’ 그리고 엔론 사태

4장 경쟁하려면 협력하라
- 팀 스포츠에서 배우는 협력의 비밀

5장 신은 인간을 만들었지만 샘 콜트는 인간을 평등하게 만들었다
- 초기 인간은 어떻게 알파 메일을 제압했는가

6장 인간의 전쟁 방식
- 파괴적 창조의 힘으로서의 전쟁

7장 신격화된 왕의 탄생
- 알파 메일의 반격

8장 과두제의 철칙
- 왜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는가

9장 역사의 축
- 차축시대의 영적 각성

10장 인간 진화의 지그재그
- 그리고 역사의 과학

감사의 말

참고문헌

 

< 내용 출처 : 교보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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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