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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② 번역서 10권

 

2023년 한겨레 ‘올해의 책’—번역서 10권

 
클립아트코리아
 

시간의 진행이 곧 역사의 진보로 이어진다는 순진한 믿음을 버린 지는 오래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날이 갈수록 세상은 더 나빠지고 살기는 더 팍팍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지난해가 제시한 숙제를 미처 마치기도 전에 올해는 또 새로운 숙제를 우리 앞에 들이민 듯한 느낌입니다. 그렇게 풀지는 못하고 쌓이기만 하는 숙제를 어떻게든 풀어 보고자 우리는 책을 읽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책 속에 정답이 모두 들어 있지는 않다고 해도 문제를 풀기 위한 실마리는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한겨레’ 책지성팀이 1년 동안 읽고 소개한 책들 가운데에서 스무 권을 ‘올해의 책’으로 골라 보았습니다. 국내 저자의 책 10권과 번역서 10권으로 나누었고, 특정 분야나 출판사에 쏠리지 않도록 안배도 했습니다. 책을 고르면서 새삼 책을 쓰고 만들고 읽어 준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사코 나빠지려고만 하는 세상에 그나마 제동을 걸어 주는 게 곧 여러분들이라고 믿습니다. 한겨레 책지성팀

 

존엄 박탈당한 엄마를 되살리다

전쟁 같은 맛 / 그레이스 M 조 저, 주해연 역 / 글항아리 / 824.92 C545tKㅈ  인문실(3층)

 

 

백인 미국인 부친과 한국 기지촌에서 일하던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의 한인 2세 사회학자·인류학자 그레이스 조가 여성, 성노동자, 이민자, 조현병 등으로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차별과 고통 속에 살았던 어머니의 삶을 회고한 책이다. ‘양공주’란 이유로, 소수 인종이란 이유로, 어머니는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성차별적이고 제국주의적인 권력에 의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박탈당했다. 지은이는 “결코 살아남을 운명이 아니”었던 어머니의 ‘사회적’ 죽음을 파헤칠 뿐 아니라, 죽음을 앞둔 어머니에게 그가 먹고 싶어했던 음식들을 요리해주며 회복, 치유, 위로 같은 가능성을 찾아낸다.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소도미법’ 폐지 이끈 그 책
생물학적 풍요 : 성적 다양성과 섹슈얼리티의 과학 / 브루스 배게밀 저, 이성민 역 / 히포크라테스
/ 591.562 B144bKㅇ  자연실(4층)
 

 

 

캐나다 출신의 생물학자이자 언어학자인 브루스 배게밀이 쓴 동물 섹슈얼리티에 대한 최초의 백과사전. 135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이 책은 1999년에 출간됐지만 이제야 국내에 소개됐다. 이 책은 미국 동성 간 성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았던 ‘소도미법’ 폐지 판결(2003년)과 인도 대법원의 동성애 비범죄화 판결(2018)에도 인용될 정도로 논거가 탄탄하다. 저자는 과학자들이 지난 200년 동안 동물 동성애를 연구하면서 얼마나 많은 선입견을 보여줬는지 분석하면서, 190여 종의 포유류 및 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 곤충 등 동물 동성애를 사실에 기초해 다룬다.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경계를 넘는 예술 여행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 / 가와우치 아리오 저, 김영현 역 / 다다서재

701.18 천212ㅁKㄱ  자연실(4층)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 매년 수십 번씩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감상하고, 산책을 하며 찍은 사진들을 전시하고, 자신의 일상생활을 작품으로 내건다. 반사적으로 ‘그게 가능해?’ 묻는 사람들에게, 일본의 논픽션 작가가 ‘전맹(全盲) 미술 감상자’인 시라토리 겐지(54)와 함께 미술관 탐방을 했던 경험을 담은 이 책을 꼭 보길 권한다. 눈이 보이든 보이지 않든 우리의 존재와 감각은 저마다 다른데, 거기에 어떤 높낮이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책은 있어야 할 것은 위계와 차별이 아니라 오직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여정을 공유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해준다. ‘함께하기’의 따뜻함도 깊은 울림을 준다.최원형 기자

 

광활한 아리스토텔레스 세계로 낸 문

아리스토텔레스 선집 /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조대호 외 역 /  길 / 구입 중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 분야는 넓고도 넓어서 인간과 자연과 우주를 포함해 거의 모든 주제를 망라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선집’은 현전하는 아리스토텔레스 저작집 가운데 주요한 부분을 발췌해 번역한 책이다. 조대호 연세대 철학과 교수를 비롯해 아리스토텔레스 전문가 다섯 사람이 번역 작업에 참여했다. 발췌 번역이라고는 해도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둘러싼 핵심 논점이 된 대목들이 거의 빠짐없이 들어가 있어 이 선집만으로도 아리스토텔레스 사상의 광활한 세계를 조망할 수 있다. 형이상학자 아리스토텔레스뿐만 아니라 논리학자‧자연철학자‧실천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를 두루 만날 기회를 준다.고명섭 선임기자 michael@hani.co.kr

 
 
착취자들의 그린 뉴딜은 가라

민중을 위한 그린 뉴딜 : 제3세계 생태사회주의 / 론맥스 아일 저, 추선영 역 / 두번째테제

363.700973 A312pKㅊ  인문실(3층)

 

 

잘사는 나라들에서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제시하고 있는 ‘그린 뉴딜’들은 과연 전 인류와 지구를 위한 것일까? 세계체제 중심부-주변부 사이 착취 구도를 직시하는 ‘종속이론’을 자원으로 삼아, 튀니지 출신 농업사회학자 맥스 아일은 북반구 중심의 그린 뉴딜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전 인류’로 돌리고 전환의 부담을 되레 가난한 사람들에게 부과하려 한다고 까발린다. 지은이는 자본주의-제국주의적 착취에 대한 배상(기후 부채 상환)과 민중이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는 정치·경제적 틀(국가/민족)을 중심에 놓는 ‘민중을 위한 그린 뉴딜’을 주창한다. 또 대전환은 농업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한다.최원형 기자

 
 
“고급 창녀가 되고 싶다”
헌치백 / 이치카와 사오 저, 양윤옥 역 / 허블 / 813.32 시813ㅎKㅇ  (인문실3층)
 
 

견고한 현실은 문학으로 붕괴된다. 그간 부재했던 주제, 부재했던 작가 범주를 일거에 무너뜨린 일본 소설. 지난 7월 아쿠타가와상 수상과 함께 현지 출판계가 들썩였다. “다시 태어난다면 고급 창부가 되고 싶다”거나 “임신과 중절을 해보고 싶다”는 장애 여성 주인공 샤카의 위악적 소망을 소설은 형상화한다. 스스로 ‘꼽추 괴물’로 부르는 샤카는 14살 때부터 인공호흡기를 달고 산 작가 이치카와 사오(44) 자신과 다르지 않다. 연애, 판타지 소설 등을 써온 이치카와가 작정하고 아쿠타가와상을 노려 쓴 정통 소설이다. 생명 윤리에 도전하는 작가는 한국 독자에게 그저 “삐딱한 주인공에 부디 큭큭큭 웃어주시길 바란다”고 썼을 뿐이다.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동서 만남 아우른 세계철학사
세계철학사 / 이토 구니타게 외 편집, 이신철 역 / 도서출판b / 신청 중
 

‘세계철학사’(전 9권)는 일본의 철학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집필한 대작이다. 동양철학과 서양철학 전공자 115명이 대거 합류해 해당 영역의 집필을 맡았다. 집필진은 이 저작을 일본에 서양 철학이 들어온 지 150여년 만에 처음으로 감행한 본격적인 ‘세계철학사’ 구축 시도라고 자평한다. 일본 철학계가 축적한 역량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작업이다. 기원전 6세기부터 21세기까지 인류가 창출한 철학적 사유를 망라했다. 철학의 흐름을 문화권마다 살펴 나열하던 서술 방식에서 벗어나, 공동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삼아 각각의 사유를 횡으로 비교함으로써 동시대 철학적 사유의 공통성과 독자성이 드러나도록 했다.고명섭 선임기자

 

유전학의 일대 변혁, 후성유전학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 / 데이비드 무어 저음, 정지인 역 / 아몬드

/ 572.86 M821dKㅈ  자연실(4층)

 

 

20세기 말까지 유전에 관한 학설에서 주류를 이룬 것은 유전자(DNA)가 단독으로 생명체의 형질을 결정한다는 유전자 결정론이었다. 이 유전자 결정론에 반기를 들고나온 것이 후성유전학이다. 미국의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무어가 쓴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는 지난 20년 사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한 후성유전학을 소개하는 책이다. 최근의 후성유전학 연구는 유전자 결정론이 틀렸으며 라마르크의 ‘획득형질 유전설’이 설득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후성유전학 발견은 인간의 후천적 경험이 당대에 사라지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든 후대에 전달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유전학에 일대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고명섭 선임기자

 

 
‘지도 밖 팔레스타인’의 심연

사소한 일 / 아다니아 쉬블리 저, 전승희 역 / 강 / 892.736 S555mKㅈ  인문실(3층)

 

 

 

징후로서의 문학을 증명한다. “염소도 다른 염소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것을 아는데, 인간은 왜 그러질 못하지요?” 팔레스타인 작가 아다니아 쉬블리(49)의 말이다. 이 소설에 10여년 품을 들인 배경. 건국 선언(1948) 이듬해 이스라엘의 군이 국경지대에서 한 아랍 소녀를 강간 사살한 과거와 이 사건의 실체를 좇는 21세기 팔레스타인 여성의 현재가 중첩한다. 세밀한 심리적 소요에 대한 핀셋 번역. 소설은 결국 올해 터진 하마스-이스라엘 전쟁과 중첩되고 만다. “지도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우는 일은 오늘도 계속” 된다던 쉬블리는 이 작품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리베라투르’ 상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시상식은 취소됐다.임인택 기자

 
 
32년 만에 완역된 기념비적 저작

한국전쟁의 기원1: 해방과 분단체제의 출현 1945~1947 

한국전쟁의 기원2-1, 2-2: 폭포의 굉음 1947~1950브 / 루스 커밍스 저, 김범 역 / 글항아리

951.723 C969oKㄱ 사회실 (3층)

 

 

한반도 전역을 폐허로 만들고 한반도 민중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긴 한국전쟁은 언제 어디에서 기원했는가? 브루스 커밍스가 쓴 ‘한국전쟁의 기원’은 이 문제에 관한 가장 심층적이고 발본적이며 선도적인 저작으로 꼽힌다. 국내외를 통틀어 가장 탁월한 한국전쟁 연구서로 평가받는 기념비적 저작이다. 완간 후 32년 만에 완역된 한국어판은 전체 3권에 모두 20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커밍스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1945년 이후 이 유서 깊은 나라를 경솔하고 분별없이 분단시킨 미국”의 잘못을 추궁하면서 “한국을 분단시킨 것이 내 조국이었기 때문에 나는 늘 책임감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 출처 : 한겨레신문 >
:
Posted by sukji

 

[2020년 한겨레 선정 올해의 책-국내서] 코로나 시대, 부조리와 차별 넘는 용기를 읽다

 

전염병 탓에 통째로 소거된 듯한 2020년. 그래도 우리는 살아갔고 사랑했고 슬퍼했고 분노했다. 사회 부조리와 모순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며, 굳어 움직이지 않는 현실에 끊임없이 작은 돌멩이를 던졌다. 그렇게 우리는 가까스로 한 걸음을 나아갔다. <한겨레> ‘책&생각’은 2020년과 작별하며 ‘올해의 책’을 국내서와 번역서 각 10권씩 꼽았다. ‘책&생각’ 필진과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아 책지성팀이 선정했다. 추천작 전체는 <한겨레> 누리집 ‘책&생각’에서 한눈에 볼 수 있다.(책 순서는 가나다순)

 

‘김지은들’이 온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김지은입니다 / 김지은 / 봄알람 /  364.153 김79ㄱ  사회과학열람실(3층)

 

<김지은입니다>는 권력이 자행한 성폭력과 사회가 가한 2차 폭력에 맞서 “살아서 증명한” 여성노동자 김지은의 기록이다. 김지은이 오랜 시간 당한 폭력, 이에 맞서온 투쟁의 시간이 침착하게 서술돼 있다. 김지은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을 고발한 피해자이지만, 이 땅의 ‘김지은들’이기도 하다. 김지은들은 고빗길마다 이 책을 서로 권하여 함께 읽음으로써 연대하고 살아남았다. 안희정은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2차 가해는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김지은들의 연대는 더욱 공고하여 권력의 폭력을 막아서는 데 온 힘을 다하고 있다. 김지은이 왜 ‘피해 생존자’인지, ‘피해자 중심주의’는 왜 그토록 중요하며 필요한 것인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필독서다.

 

윤지오를 매장한 군중혐오 해부

까판의 문법 / 조정환 / 갈무리 / 301.0951 조73ㄲ 사회과학열람실(3층)

 

장자연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던 ‘용기 있는 의인’ 윤지오가 어느날 갑자기 ‘사기꾼’으로 전락한다. 윤지오의 증언 준비를 돕던 김아무개 작가의 ‘폭로’ 직후다. 윤지오에게 향하던 대중의 환호는 저주와 비난으로 뒤바뀌었다. ‘다중지성’을 연구해온 철학자 조정환은 윤지오를 맹공격하는 군중의 혐오 현상을 ‘다중지성의 범죄화’로 규정한다. 조정환이 <까판의 문법>과 <증언혐오>를 나란히 써낸 이유다. 이 책에서 조정환은 윤지오에게 씌워진 사기꾼이라는 누명을 벗기고 가해자중심주의 시각으로 ‘가부장적 성폭력 체제’를 유지해온 한국 사회를 비판한다. 진영 논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인권연대는 이 책을 올해의 인권책으로 뽑았다.

 

공감과 연대로 써내려간 검찰 고발장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 이연주 / 포르체 / 341.5101 이64ㄴ  사회과학열람실(3층)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는 여전히 논란 중이다. ‘십수년 전 검사 경력 1년’이나 ‘크로스체크가 필요한 사실들’을 주로 걸고 넘어진다. 1년이라 해도 검사 경력이 없는 이보다 검사 출신 법조인이 더 모를 리 없다. 기자의 취재 과정이 크로스체크이듯, 저자의 집필 과정 역시 사실 확인이 수반된다. 과거 기사화되었으나 금세 시야에서 사라진 검찰의 치부가 더 자세히, 이면까지, 기자들이 취재하지 않고 쓰지 않은 이후 이야기까지 서술돼 있다. 책을 읽으면 눈 녹듯 의구심이 사라질 텐데, 불편해서 또는 편견 탓에 멀리하는 이들도 적잖을 것이다. 책 말미에 담긴 집필 동기는 마음을 움직인다. 공감과 연대의 의지로 두려움을 이겨낸, 올해 가장 용기 있는 책이다.

 

성매매, 금융으로 다시 읽다

레이디 크레딧  / 김주희 / 현실문화 / 306.742 김77ㄹ 사회과학열람실(3층)

 

가해-피해의 구도 속에서 정치·도덕의 문제로만 다뤄지던 성매매 산업을 ‘금융’의 관점으로 새롭게 접근했다. 반성매매 단체에서 일했던 활동가 출신 연구자 김주희는 20대부터 70대까지 성매매 경험이 있는 여성 15명, 성구매자·업소 관리자·사채업자 등 성매매 산업 관계자 10인을 심층 인터뷰해 성매매 산업의 변화를 추적했다. 지은이는 300만원으로 시작한 선불금이 2억원까지 늘어나 성매매에 속박되는 다혜(가명)씨의 목소리를 전하면서 ‘부채 관계’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오늘날 성산업의 메커니즘을 드러낸다. 또 신자유주의 금융화가 오늘날의 성매매 산업을 작동시키는 원동력이며, 성매매 여성들은 이 구조의 밑바닥에서 착취·수탈 당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배달 노동자가 온몸으로 부딪친 현실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  / 박정훈 / 빨간소금 / 331.1 박73ㅂ 사회과학열람실(3층) 

 

4년차 배달 라이더가 온몸으로 파악한 플랫폼 노동의 실태.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인 지은이 박정훈은 플랫폼 기업이 빅데이터 독점을 바탕으로 식당 주인과 배달 라이더를 양방향으로 쥐어 짜는 메커니즘을 독자에게 ‘배달’한다. 식당 주인에게는 ‘디지털 임대료’를 받고, 배달 라이더에게는 빅데이터를 근거로 더 가혹한 노동을 요구하는 것이다. 주문 수, 라이더 수, 날씨 등 다양한 변인에 따라 실시간으로 다르게 책정되는 노동 조건(배달료), 배달 라이더가 어디에 있는지 중계돼 소비자에게 “노동 과정 감시자이자 사용자”의 지위를 부여한다는 점 등 플랫폼 노동의 전반적 특징도 짚었다. 코로나19로 여느 때보다 배달 서비스와 가까워졌던 올해, 배달에 대한 사유를 넓히도록 안내한 책이다.

 

 

백낙청 교수의 50년 로런스 연구 총결산

서양의 개벽사상가  D. H. 로런스  / 백낙청 / 창비 / 823.09 백211ㅅ  인문과학열람실(3층)

 

영문학자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학문적 거점은 영국 소설가 데이비드 허버트 로런스다. <서양의 개벽사상가 D. H. 로런스>는 50년에 이르는 지은이의 로런스 연구를 총결산하는 저작이다. 지은이는 마르크스부터 바디우까지 서양의 사상가들을 등장시켜 로런스와 대비시킴으로써 로런스 사상의 독창성을 부각한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자본주의 문명을 극복하려고 분투한 로런스를 개벽사상가로 주목한 대목이다. 로런스 사상을 19세기 이래 한반도 후천개벽 사상과 회통시킨다는 지은이의 뜻은 책 제목에서부터 번득인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로런스 사유의 핵심을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로런스를 토대 삼아 형성된 백낙청 사유의 장관을 목격할 수 있다.

 

어린이들이 일깨우는 어른의 자세

어린이라는 세계 / 김소영 / 사계절 / 정리 중

 

독서 교실을 운영하는 김소영 작가가 책을 읽으며 어린이와 나눈 이야기, 어린이에 관한 생각을 담았다. 어른들이 기다려준다면 신발 끈을 혼자 묶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현성이, “신수성찬”이라며 틀린 사자성어를 당당히 말하는 다은이 등 당차고 귀여운 아이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세심하고 따뜻한 마음이 글의 바탕을 이룬다. 작가는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누린 사람이 잘 모르고 경험 없는 사람을 참고 기다려주는 것”이 “인간으로서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어린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좋은 어른은 어떤 모습일까’ ‘어린이들이 행복한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책이다.

 

‘46년생 순자’가 거쳐 온 간난신고

연년세세  / 황정은 / 창비 / 811.32 황73ㅇ  인문과학열람실(3층)

 

황정은의 <연년세세>는 네 단편으로 이루어진 연작소설이다. 소설의 중심 인물은 46년생 ‘순자’. 돌림병과 전쟁으로 고아가 된 순자는 괴팍한 외할아버지 슬하에서 자란 뒤 일찍 결혼해서는 두 딸과 아들 하나를 두었다. 순자의 둘째딸 세진이 어머니를 모시고 철원에 있는 순자 외조부 묘를 파묘하러 다녀오는 연작 첫 작품 ‘파묘’는 한 인간의 한과 슬픔에 대한 공명의 필요성을 알려준다. ‘무명’(無名)에서는 순자의 호적 이름이 사실은 ‘순일’이었다는 사실과 함께 그가 겪었던 “그 숱하고 징그러운 이야기”들이 세세하게 회고된다.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말은 종종 오해와 실망을 낳는데, 그렇게 잘못 전송된 말이 초래하는 상처와 그에 대한 후회 및 용서 같은 감정의 문제도 소설에서는 섬세하게 그려진다.

 

 

노년에 절감하는 삶의 기쁨과 보람

오늘 하루만이라도  / 황동규 / 문학과지성사 /  811.15 황225ㅇ  인문과학열람실(3층)

 

시인 스스로 ‘마지막’일 수도 있다며 내놓은 신작 시집. 노화에 따른 불편과 죽음에 대한 의식 속에서도 뜻밖에 씩씩하고 명랑한 어조가 인상적이다. “나뭇잎은 대개 떨어지기 직전 결사적으로 아름답다”(‘오늘 하루만이라도’)는 시구대로, 시인은 말년에도 포기할 수 없는 삶의 기쁨과 보람 그리고 여유와 해학으로 독서를 즐겁게 한다. 시 속에서 시적 자아의 실존적 갱신이 벌어지는 ‘극서정시’는 황동규 시인 득의의 장르이자 방법론인 셈인데, 이번 시집에서도 그런 거듭남은 여전하다. “그래, 아직 저물 때가 아니다”(‘아직 저물 때가 아니다’), “그래, 다시 하루다”(‘삶의 앞쪽’)처럼 반전을 수반하는 긍정의 감탄사 ‘그래’가 시집 전체의 기조를 대변한다.

 

 

역사학자 이이화가 남긴 동학혁명의 유산

이이화의 동학농민혁명사 1·2·3 / 이이화 / 교유서가 / 951.591 이69ㅇ  사회과학열람실(3층)

 

민중사학을 개척하고 역사 대중화를 이끈 이이화(1937∼2020) 선생의 마지막 저서. 50여 년 넘게 연구한 동학농민혁명의 역사를 책 세 권에 담았다. 19세기 최제우가 동학을 창시해 전파한 때부터 21세기 동학농민혁명이 재평가받기까지 120여 년을 기록했다. 흩어져 있는 사료를 모으고 동학농민군이 싸웠던 현장을 답사하고 후손들의 증언을 수집하며 쌓은 것들이다. 그는 1894년 반봉건과 반부패를 외쳤던 동학농민혁명을 “한국 근대사를 밝히는 상징”으로 평가한다. 그 혁명의 정신이 “‘3·1혁명’으로 이어졌고 반독재 민주화운동, 촛불혁명까지 영향을 끼쳤다.” 책은 민주주의 뿌리가 된 동학농민혁명의 자유, 평등, 인간 존중 사상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한겨레> ‘책&생각’이 ‘올해의 책’을 선정하며, 가장 아쉬웠던 작품은 두 편이다. 고공농성 노동자에서 시작해 10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서사를 담아낸 황석영 작가의 <철도원 삼대>(창비), 구순의 어머니를 돌아가시기 전까지 간병하며 적어나간 박희병 서울대 국문과 교수의 <엄마의 마지막 말들>(창비)이다. 올해 유독 창비에서 좋은 책이 많이 나왔지만 출판사 편중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김영옥 등, 봄날의책) <죽은 자의 집 청소>(김영사) <탈진실의 시대, 역사부정을 묻는다>(강성현, 푸른역사) <진리의 발견>(마리아 포포바, 다른) <타인에 대한 연민>(마사 누스바움, RHK) <팬데믹 패닉>(슬라보예 지젝, 북하우스)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호프 자런, 김영사) <정치적 부족주의>(에이미 추아, 부키) <연대하는 신체들과 거리의 정치>(주디스 버틀러, 창비)도 아깝게 선정되지 못했다. ‘전태일 공동 프로젝트’로 출간된 책 10권 중 한 권만 꼽을 수 없었다. 하지만, 역사에 남을 위대한 기획이었음을 여기 기록해둔다.

< 출처 : 한겨레신문 >

 

:
Posted by sukji

언론사 (동아, 한겨레, 경향, 조선일보) 선정 2019년 올해의 책

■ 동아일보 선정 올해의 책 10 : 불신의 시대, 포용과 대화로 변화를 꿈꾸다

https://bit.ly/38dtr9v

 

[책의 향기]불신의 시대, 포용과 대화로 변화를 꿈꾸다

《 불신과 배제, 혐오로 얼룩진 한 해였습니다. 출판인, 학자, 문화예술인 등 42명에게 ‘2019년 올해의 책’을 3권씩 추천받았습니다. 한 번이라도 추천된 125권 가운데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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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가 뽑은 2019 올해의 책-국내서 : 변화와 반동의 물결 속 살아남은 책들 https://bit.ly/2th05Ic

 

변화와 반동의 물결 속 살아남은 책들

[한겨레가 뽑은 2019 올해의 책-국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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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가 뽑은 2019 올해의 책-번역서] : 여전히 머나먼 정의와 공정의 길 https://bit.ly/38dtr9v

 

여전히 머나먼 정의와 공정의 길

[한겨레가 뽑은 2019 올해의 책-번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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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선정 ‘올해의 책 10’ : 암울하지만 절망할 일은 아니다…변화의 움직임은 살아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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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선정 ‘올해의 책 10’]암울하지만 절망할 일은 아니다…변화의 움직임은 살아있기에

시간이 지난 뒤 우리는 올해를 어떤 해로 기억할까요. ‘경향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책’이 훗날 독자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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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선정 2019 올해의 책 : 586 세대론부터 SF까지… 의미와 재미 잡은 베스트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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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 세대론부터 SF까지… 의미와 재미 잡은 베스트 12

경기는 어려웠지만, 애서가는 늘었다. 소설과 여행서는 전년 대비 줄었지만 에세이는 여전히 사랑받았다. 40대 여성 독자가 출판 시장의 큰손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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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책-번역서] 책은 다리가 되어 과거와 미래를 잇고

 

한반도에 봄 기운이 넘쳤다. 남북의 만남은 북미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추위는 어김없이 닥쳤다. 24살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은 새벽 홀로 순찰을 돌다 석탄을 나르는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책은 우리가 발딛고 선 곳을 진실하게 마주하도록 이끈다. <한겨레>는 올해도 국내서 10권, 번역서 10권을 ‘올해의 책’으로 꼽는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정희진 여성학 연구자, 서영인 문학평론가, 표정훈 출판평론가 등 5명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한겨레 책지성팀 구성원들이 선정했다.

 

 

 세계사 갈증, 이 책으로 채운다 / 909 G389AKㅈ(전2권) / 사회과학열람실(3층)

1870~1945, 하나로 연결되는 세계
책임 편집 에밀리 S. 로젠버그, 조행복 이순호 옮김/민음사·5만8000원

1945 이후, 서로 의존하는 세계
책임 편집 이리에 아키라, 이동기 조행복 전지현 옮김/민음사·5만3000원

세계사는 한국 출판에서 공백 상태였다. 특정 주제로 세계사를 정리한 책은 넘쳤지만, 야심차게 세계사를 써보겠다는 시도는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곰브리치 세계사>나 자와할랄 네루의 <세계사 편력> 등 80여년 전에 쓰여진 책들이 아직도 가장 많이 읽히는 세계사 책이었을 정도니 말이다. 미국 하버드대 출판부와 독일의 체하베크출판사가 함께 내는 6권짜리 대기획 <세계사>로 이런 공백이 메워졌다. ‘초국적 역사’라는 역사학계의 새 관점을 기반으로 서구 중심의 서술을 극복하고, 이주, 젠더, 생태, 문화 등 그동안 세계사에서 주요하게 다뤄지지 못한 주제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사회적 조건이 삶과 죽음을 가른다

폭염사회-폭염은 사회를 어떻게 바꿨나 / 363.3492 K65hKㅎ/ 사회과학열람실(3층)
에릭 클라이넨버그 지음, 홍경탁 옮김/글항아리·2만2000원

1995년 7월 미국 시카고에서 40도를 넘는 폭염이 일주일간 지속돼, 평소보다 700여명이 더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이 참사를 가혹한 기상 조건의 결과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미국 사회학자 에릭 클라이넨버그의 <폭염사회>는 기상학이나 의학적 부검, 역학 조사가 찾아내지 못하는 참사의 ‘사회적 병인’이 무엇인지 드러냈다. 많은 사람들이 ‘홀로’ 죽어갔으며, 빈곤과 불평등, 약화된 공동체, 민영화에 따른 공적 지원 네트워크의 부재 등 여러 사회적 조건의 차이가 삶과 죽음을 갈랐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회과학이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또 할 수 있는지 제시하는, 우리 시대의 고전이다.

 

 

 올해 가장 뜨거운 논쟁 불러일으킨 칸트 번역

비판기 이전 저작 Ⅱ(1755~1763)
임마누엘 칸트 지음, 김상봉 이남원 김상현 옮김/한길사·3만5000원

학문으로 등장할 수 있는 미래의 모든 형이상학을 위한 서설·자연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원리
김재호 옮김/한길사·3만2000원

도덕형이상학
이충진 김수배 옮김/한길사·3만5000원

한국칸트학회가 기획한 칸트 전집은 올해 학계를 통틀어 가장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칸트 전집을 번역해 내오던 백종현 서울대 명예교수가 학회 번역자들과 출판사가 사용한 ‘정본’ ‘공인’ ‘가독성’ 등의 표현을 문제 삼아 번역자들의 학회 탈퇴를 요구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특히 칸트 철학의 핵심 개념인 ‘transzendental’ ‘a priori’의 번역어를 두고 백 교수와 칸트학회장 이충진 교수만이 아닌 칸트 전문가 김상봉, 후설 번역자 이종훈, 철학자 전대호, 전 헤겔학회 부회장 백훈승 등이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번역이 얼마나 치열해야 하는 작업인지 일깨웠다.

 

 만물 관통하는 법칙 찾아가는 야심찬 시도

스케일-생물·도시·기업의 성장과 죽음에 관한 보편 법칙

303.44 W517sKㅇ/ 사회과학열람실(3층)
프리 웨스트 지음, 이한음 옮김/김영사·3만원

‘크기가 만물을 결정한다.’ 이론물리학자이면서 복잡계 과학의 선구자가 된 제프리 웨스트 미국 스탠퍼드대학 교수가 쓴 <스케일>은 동식물, 도시, 기업, 인간의 행동 등 다양한 영역을 관통하는 일반법칙을 밝히는 과학책이다. 이 책은 생명체를 지배하는 ‘4분의 1 지수 스케일링 법칙’, 사회경제 영역을 지배하는 ‘15% 스케일링 법칙’ 등 ‘크기’라는 관점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을 알려준다. 정부 정책, 도시 계획, 기업 전략 등 과학과 분리돼 존재할 수 있는 분야가 이젠 거의 남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는 의미도 적지 않은 책이다. 문제는, 인류의 크기가 인류의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적인 것을 넘어선 인류학’의 최전선

숲은 생각한다-숲의 눈으로 인간을.. / 996.6 K79hKㅊ/ 사회과학열람실(3층) 
에두아르도 콘 지음, 차은정 옮김/사월의책·2만3000원

캐나다 인류학자 에두아르도 콘(50)은 1996년부터 4년 동안 아마존강 상류의 아빌라 마을에서 루나족과 함께 먹고 자고 사냥하며 현장 연구를 했다. 그 관찰과 사색의 결과물인 <숲은 생각한다>는 학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인간은 사고가 인간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재규어에게 ‘엎드린 몸뚱이’가 공격해도 좋은 ‘고기’를 표상하듯, 의미를 만들고 그것을 파악하는 ‘기호과정’은 모든 생명의 본질이며 기호의 그물망은 인간을 포함한 숲의 모든 존재들에 걸쳐 있다. 제목 그대로 “숲은 생각한다.” 인간-동물이라는 이원론적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것을 넘어선 인류학’을 만들어가는 사유의 최전선에 놓인 책이다.

 

 개인’으로부터 ‘사람’으로 이행

부족의 시대-포스트모던 사회에서 개인주의의 쇠퇴

/ 302.5 M187tKㅂ / 사회과학열람실(3층)
미셸 마페졸리 지음, 박정호·신지은 옮김/문학동네·2만2000원

오랫동안 서구 근대는 개인을 중심에 놓고 합리적으로 조직된 ‘사회적인 것’을 추구해왔다. 그러나 프랑스 사회학자 미셸 마페졸리(74)는 <부족의 시대>에서 개인이 아니라 ‘부족’이야말로 오늘날 ‘사회적 삶’의 중심에 있다고 주장했다.

후기 근대에 이르러, 소규모 사회집단, 집합적인 감정과 감성, 디오니소스적인 관능과 흥분 등 그동안 근대가 ‘탈주술화’ 과정에서 억눌러왔던 ‘작은 야만인들’이 회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신부족주의’를 공연히 두려워하고 악마화하기보다, ‘지금-여기’의 그 부글거림 자체를 직시하라고 충고한다. 초판이 나온 지 30년이 지났지만, 책이 품은 메시지는 여전히 현재적이다.

 

 신경과학의 오만함에 제동을 걸다

는 뇌가 아니다 / 128.2 G118iKㅈ / 인문과학열람실(3층)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전대호 옮김/열린책들·1만8000원

인공지능, 빅데이터, 뇌과학, 트랜스휴머니즘…. 무섭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예상하고, 어떻게 대응할지 논하는 것은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주제가 된 것만 같다. 이런 성과에 도취된 일부 과학자들은 인간의 모든 것을 과학이 설명해낼 수 있다고 진지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독일의 신예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 예나대 교수는 이런 오만함에 제동을 건다. 그는 <나는 뇌가 아니다>에서 인간을 뇌로 치환시키고, 뇌의 작동원리를 알면 인간을 알 수 있다고 말하는 ‘신경과학’의 주장이 어떤 점에서 오류인지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짚어나간다. 해독제 같은 책이다.

 

 72년 만의 원전 번역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자키스 지음, 유재원 옮김/문학과지성사·1만3000원

니코스 카잔자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는 한국 독자들에게 오랫동안 사랑 받아 왔다. 매력적인 주인공 조르바의 생각과 행동은 많은 이의 세계관을 형성하거나 바꾸는 데 큰 구실을 했다. 한국에서 이 소설의 수용은 작고한 이윤기의 번역에 결정적으로 빚을 졌지만, 영어를 거친 중역이라는 사실은 아쉬움을 낳았다.

그리스어 전문가 유재원이 영어의 도움을 받지 않은 원전 번역 <그리스인 조르바>를 내놓은 것은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유 교수는 작가 이름 ‘카잔차키스’를 ‘카잔자키스’로 바꾼 것을 비롯해 적잖은 오류를 바로잡아 완성도 높은 번역본을 선보였다. 원전 출간 72년 만의 일이다.

 

 ‘올해의 발견’ 플래너건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 823.914 F583nKㄱ / / 인문과학열람실(3층)
리처드 플래너건 지음, 김승욱 옮김/문학동네·1만5500원

2014년 맨부커상 수상작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과 또 다른 장편 <굴드의 물고기 책>이 연초에 번역 소개되면서 리처드 플래너건은 ‘올해의 발견’이 되었다. 장편에 어울리는 규모와 무게를 지니면서 동시에 단편을 방불케 하는 문장의 밀도를 지닌 소설. 그것이 플래너건이다.

그가 오스트레일리아 부속 섬 태즈메이니어 출신 작가라는 점도 흥미롭다. 2차대전 중 일본군 포로가 되어 철도 건설 공사에 동원된 오스트레일리아 병사들 이야기인 <먼 북…>, 그리고 19세기 초 태즈메이니어의 식민 감옥을 무대로 삼은 <…물고기 책>에서 보듯, 플래너건은 자신의 고향 섬과 조국의 역사를 자신만의 틀과 어법에 담아 독자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다.

 

 “여성들이여 침묵하지 말라. 분노하라.”

시스터 아웃사이더 / 824.92 L867sKㅈ/ 인문과학열람실(3층)
오드리 로드 지음, 주해연·박미선 옮김/후마니타스·1만8000원

페미니즘 열풍의 강력한 소용돌이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수많은 페미니즘 고전들을 뒤늦게 상륙시켰다. 그런 고전들 중 일부는 ‘백인 중산층 여성의 시각과 경험만 반영됐다’는 한계를 지적받았지만, 흑인이자 레즈비언 여성이었던 ‘3중 소수자’ 오드리 로드에겐 그런 아쉬움은 없었다.

벨 훅스, 애드리언 리치 등 수많은 페미니스트에게 영감을 줬던 로드의 저서가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됐다.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분노해야 한다고, 다른 대의를 위해 여성의 자유와 권리를 포기해선 안 된다고 했던 1984년의 <시스터 아웃사이더>의 메시지가 지금도 유효한 것은 서글프지만, 절망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 출처 : 한겨레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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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