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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돼지가 책 속에 빠진 해, 2019년 주목할 책 

                                                                                  < 책 제목 : 가제 >

 

세상에 쉬운 문제는 없다. 풀기 쉽다면 애초 문제로 인식되지도 않았을 터이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올려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정책이 한계에 다다른 일부 자영업자들의 폐업을 불러오고, 여성의 권리를 찾기 위한 정당한 투쟁이 ‘역차별을 불러온다’며 남성들의 반격에 가로막힌다. 불친절한 택시의 서비스에 등을 돌린 소비자들은 카풀 서비스에 환호하지만, 수입과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두려워하는 택시 기사들의 저항을 외면할 수도 없다. 하지만 문제에 어떻게든 답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인간 사회가 처한 근본 조건이다. 한 사회가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고차원 방정식을 풀어낼 역량을 어디에서 얻을 수 있는가. 인류가 지나온 길과 나아갈 길을 읽어내고, 자신의 견해와 반대되는 주장을 인내심 있게 경청하는 느린 사고를 하며, 정해진 틀을 깨는 새로운 사상과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몫 없는 자들의 몫을 찾아주는 이성과 감성 말이다. 40개 출판사에 올해 나올 책 중에 가장 앞줄에 두고 싶은 책이 어떤 책인지 물었다. 대부분 책은 가제다.

 

감수성의 최전선, 문학

문학계에선 대형 작가들의 신작 출간이 예고되어 있다.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이후 한강 소설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줄 신작 소설이 상반기에 출간된다. 한강 작가는 2015년 황순원문학상 수상작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2018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작별’에 신작을 더해 ‘눈 3부작’(문학동네)을 선보인다. 등단 10주년을 맞은 정유정 작가는 <7년의 밤> <종의 기원> 등 긴장감 넘치는 전작과 사뭇 다른 경쾌한 판타지 휴먼드라마 <진이 지니>(은행나무)로 오는 5월께 독자들에게 돌아온다. “강인한 침팬지 사육사를 주인공으로 죽음 앞에 선 한 인간의 선택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출판사는 전했다. <82년생 김지영>의 작가 조남주는 시공간을 알 수 없는 작은 도시 국가에서 ‘불법체류자’들이 모여 사는 낡은 맨션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민음사)을 준비 중이다.

은희경 작가는 7년 만에 내놓는 여덟 번째 장편소설 <빛의 과거>(문학과지성사)에서 소설가가 되어 나타난 오랜 친구와의 만남 이후 소실된 기억을 찾아 나서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작가 심윤경은 6년 만에 펴내는 장편소설 <설이>(한겨레출판)로 한국의 부모들에게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를 묻는 소설판 <스카이 캐슬>의 출간을 예고했다.

국외 소설가도 빼놓을 수 없다. 엘레나 페란테는 ‘나폴리 4부작’을 쓰기 전 출간한 세 권의 중편소설집 ‘나쁜 사랑 3부작’(한길사)에서 자식과 아내와 어머니라는 역할을 감당하는 과정에서 여성이 겪는 심리적 변화를 파헤친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우리 대 당신들>(다산책방)은 전작 <베어타운>의 사건에서 수개월이 지난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는 후속작이다. 을유문화사는 ‘을유세계문학’ 100권째 작품으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특히 공들여 번역해 낼 예정이다.

 

거대한 이야기의 시작과 끝, 역사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그동안 축적된 학문적 성과가 열매를 맺는 해다. 2월 중으로 한국역사연구회에선 5권 분량으로 기획한 ‘3·1운동 100주년 총서’(휴머니스트)를, 권보드래 고려대 교수는 <3·1운동의 문화사>(돌베개)를 출간할 계획이다.

한편, 역사 관련 대형 시리즈들이 시작되거나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창비)가 일본편에 이어 중국편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둔황과 실크로드를 시작으로 중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며 우리 역사와 관계를 찾아가는 장대한 여정을 예고했다. 서해문집은 5년 간 기획해온 <한국 근현대생활사 큰사전> 시리즈의 시작으로 ‘시각’ 편 다섯권의 저서를 낸다. 문헌학자 김시덕은 5권으로 계획한 <일본인 이야기>(메디치미디어)의 첫 번째 편으로 16~17세기 전환기 일본을 살펴본다. 주명철 한국교원대 교수는 <프랑스 혁명사> 9, 10권(여문책)을 출간해 2015년 시작한 10부작 시리즈의 문을 닫을 예정이다.

조선시대 여성들이 혼자 힘으로 소송 서류를 제출하고 법정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었음을 처음으로 밝혀낸 김지수 워싱턴대학 교수의 <정의의 감정-조선시대 성, 신분 그리고 법률행위>(너머북스)도 올해 독자들을 만난다. 역사 전문 작가 심용환은 87년 체제에서 성장한 30·40세대로서 쓴 한국 현대사 <나의 10년>(사계절)을 내놓을 계획이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와 <문명의 붕괴>를 잇는 문명사 3부작의 완결편 <대변동>(김영사)으로 성공한 국가들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왔는지 탐구하고 국가와 세계가 나아갈 방향을 예측한다. 냉전 시기 독일 주재 미국 외교관이었던 윌리엄 스마이저가 독일 분단의 시작부터 통일까지를 다룬 <얄타에서 베를린까지>(동녘)는 현재 한반도 상황에 통찰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신생 출판사인 루아크는 19세기 이후 발명된 마취제와 수면제, 우울증 치료제 등 약물이 현대인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다룬 로랑 드 쉬테르의 <마취의 시대>를 올해 낼 책 중 기대작으로 꼽았다.

 

뿌리째 뒤흔드는 사상

철학과 사회과학, 페미니즘, 경제 분야의 단단한 책들도 독자들을 기다린다.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현대 한국철학을 대표하는 함석헌의 사상을 서양의 형이상학·존재론과 대결시키고 고유한 특질을 밝히는 <함석헌의 철학>(길)의 출간을 예고해 독자들의 기대를 모은다. 진보적 법학자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영화와 문학의 여러 사례로 현실의 법 현상을 설명하는 법학 길잡이 책 <법으로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아르테)를 낼 예정이다.

최근 인류학·철학 분야의 중요한 흐름인 ‘존재론적 전회’를 이끄는 필리프 데스콜라의 <자연과 문화를 넘어서>(사월의책)도 독자들의 기대 목록에 오를 만하다. 서발턴 집단에 대한 독창적 연구를 발표해온 제임스 스콧의 <지배와 저항의 기예>(후마니타스)는 권력의 배후에서 오간 말들을 다루는 정치학의 고전이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필립 쇼트의 <마오쩌둥>(교양인)은 마오를 신격화하거나 악마화하지 않고 총체적 관점으로 그려내 ‘마오쩌둥 전기의 결정판’이란 평가를 받는 책이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수나우라 테일러의 <짐을 끄는 짐승들>(오월의봄)은 동물해방과 장애해방이 수렴하는 지점을 탐구하며 철학과 윤리학, 정치학의 공리들을 뒤집는 저작이다.

마이클 카우프만 ‘화이트 리본 캠페인’ 공동설립자는 왜 페미니즘이 성별을 불문하고 모두가 실현해야 할 목표인지를 <왜 남성은 성평등을 위해 싸워야 하는가>(바다출판사)에서 간결한 언어로 설명한다. 오슬로대학의 두 여성 의학자 니나 브로크만과 엘렌 스퇴켄 달의 <질의 기쁨>(열린책들)은 수치심의 근원으로 여겨졌던 여성의 생식기를 자부심의 대상으로 되돌려놓는다.

<기업의 역사>(에코리브르)는 조엘 모키르 등 약 20명의 경제사가가 참여한 1000쪽이 넘는 대작으로 기업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역사를 다루는 책이다. 김종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회사의 본질>(개마고원)에서 주식의 본질이 계약권과 재산권의 결합이라고 설명하며 주식회사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한다.

 

인류의 미래를 묻는다, 과학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까치글방)은 인류가 극복해야 할 큰 물음에 대한 스티븐 호킹의 간결한 대답과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을 담은 유작이다. 리처드 프럼의 <아름다움의 진화>(동아시아)는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자가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자가 살아남는다는 ‘배우자 선택 이론’으로 ‘적자생존’에 기반을 둔 기존의 다윈주의에 반기를 들어 2017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된 문제작이다.

논픽션과 과학의 결합도 흥미롭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존 맥피의 <이전 세계의 연대기>(글항아리)는 20년간 미국의 다양한 지질학적 장소들을 답사해 지구 형성 과정을 조사한 5권의 책을 묶은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이다. 영국 자연사 박물관에 소장돼 있던 299종의 희귀 새 가죽을 훔친 사건을 논픽션 작품으로 탄생시킨 커크 월리스 존슨의 <깃털 도둑>(흐름출판)도 관심작이다.

<전길남에게 미래를 묻다>(사이행성)는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이 ‘아시아 인터넷의 아버지’라 불리는 전길남 박사를 수십 차례 인터뷰해 만들어낸 평전이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아제이 아그라월이 조슈아 갠스, 아비 골드파브와 함께 쓴 <예측 기계-인공지능의 간단한 경제학>(생각의힘)은 인공지능의 막강한 예측 능력이 몰고 올 경제·경영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측하는 책이다.

 

위로하거나 뜨겁게 하거나, 에세이

지난해 우리 곁을 떠난 칼럼니스트이자 전문 인터뷰어인 김서령 작가의 유작인 음식문화 에세이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푸른역사)가 그를 떠나보낸 이들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정신분석 전문의 김혜남과 젊은 정신과 펠로 박종석이 보통 사람들에게 건네는 ‘심리학 약봉지’ <심리학이 어른의 안부를 묻다>가 책세상의 임프린트 ‘해의시간’에서 출간된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탠드업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는 자신의 첫 번째 에세이 <본 어 크라임>(Born A Crime: Stories from a South African Childhood)에서 남아공에서 태어난 자신이 겪어온 감동적이고 장엄한 이야기를 코믹한 입담으로 풀어낸다. ‘비(B)급 좌파’ 김규항은 <혁명노트>(알마)에서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혁명을 이뤄내기 위해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은유 작가는 타인에 대한 공부를 통해 자신의 편견을 깨뜨리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당신의 삶에 밑줄을 그었다>(어크로스)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인문에세이’의 한 표본을 보여줄 예정이다.


< 출처 : 한겨레신문 >

:
Posted by sukji

 

 

내가 아무것도 아닐까 봐 : 도시 생활자의 마음 공황 / 박상아

811.8 박51ㄴ

인문과학열람실(3층)

 

 

 

책소개

 

중요한 사람이라는 착각, 이 정도면 괜찮은 삶이라는 자기 최면……
어느 날, 참고 외면했던 내 마음이 내 몸에 화를 냈다.
공황장애라는 형태로.

숨 막히는 대중교통 출퇴근길과 누군가의 화받이로 전락한 직장생활 속에서도 ‘나는 중요한 사람’이란 착각으로 버텨낸다. 광대처럼 웃으며 실제 감정은 뒤로 미뤄놓은 채 ‘이 정도면 괜찮은 인생’이라며 자기 최면을 건다. 스스로에게 혹은 가족에게 창피한 삶이 되지 않기 위해서, 사람 구실 정도는 하는 어른이 되기 위해서. 그렇게 우리는 매일의 삶을 그리도 촘촘히 엮어 짜내고 있다. 정작 가장 중요한 자신의 감정은 빼놓고서 말이다.
“참 다소곳하고 여성스럽네요.”라는 능란한 갑의 횡포에 길들여진 사회생활, 아티스트라는 꿈 대신 선택한 광고 아트디렉터라는 생업, 믿음을 져버린 연인 때문에 미래의 가능성까지 거세된 사랑……. 그 모든 것이 다 원인이자, 그 어떤 것도 직접적인 원인이라 단정 지을 수 없이 찾아온 마음의 병. 『내가 아무것도 아닐까 봐』의 저자 박상아는 어느 날 느닷없이 찾아온 공황장애를 안고 살아온 지 6년이 되었다. 누구나 겪는 스트레스 때문에 숨이 막히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점심에 먹은 것이 잘못되어 헛구역질 나는 줄 알았다. 그러다 의지와는 별개로 자신의 몸이 도마 위 횟감처럼 고통스럽게 펄떡대는 경험을 하고서야 그녀는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뒤집힐 만큼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
6년 동안 그녀는 정신과 폐쇄 병동 입·퇴원을 반복했고, 정상인의 삶과 공황 상태의 삶에 발 하나씩을 담가 부자연스럽고 아슬아슬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글이라는 형태로 자신의 감정과 마주하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렇게 공황을 겪고 있는 저자가 스스로를 위해 기록한 것이자, 그녀처럼 바쁘다는 핑계로 자기 마음을 별것 아닌 듯 대하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다.
옹알이로 말을 배우듯 감정을 공부해나가는 그녀는, 늦었지만 더 절박하게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언어화했다. 그런 만큼 자기과시나 인위적인 꾸밈이 걸러진 문장 하나하나에 바쁜 도시를 살아가며 아파본 자의 밀도 높은 감정들이 꽉 들어차 있다. 또한 그림에 꿈이 있던 만큼 한눈에 사로잡는 저자의 일러스트는 그녀가 겪고 있는 아픔에 독자들이 더 몰입하게 만든다. 스스로의 마음을 돌보지 못한 후회와, 그 누구라도 그렇듯 아직은 결론 없는 삶에 대한 희망이 공존한다.

 

 

출판사 서평

 

★ 정상과 공황 속을 동시에 살아가는 어느 도시 생활자의 기록들

“내 마음이라서…… 별것 아닌 줄 알았다.”
삶의 뒤편으로 밀어둔 감정들의 절박한 독백


국내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에서 4차원 캐릭터로 맹활약 중인 만화가 기안84(본명 김희민). 평소 밝고 해맑아 보이기만 하던 그가 방송 중, 자신이 몇 년째 공황장애를 앓고 있음을 고백하면서 큰 화제가 됐다.
“공황장애는 백 프로 싫은 기분이에요. 희망이 없는 것 같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하고, 사람 많은 곳에도 가질 못해요. 정말 지독해서 도무지 무슨 병인지조차 모르겠어요.”
그뿐만 아니라, 최근 내로라하는 유명 연예인들이 이 병으로 고통 받고 있음을 잇따라 밝히면서 공황장애라는 명칭이 전보다 비교적 대중에게 익숙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우리가 이에 대해 가지는 편견이나 오해는 여전하다. 흔히, 사람들은 “너무 생각이 많아서 걸리는 병 아니야? 바쁘게 일하다 보면 괜찮아질 것 같은데.”, “매사 여유롭게 생각해봐.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말고.” 식으로 공황장애에 대해 말한다. 심지어는 조금 긴장되는 상황에서 “나 지금 너무 떨려서 공황장애에 걸린 것 같아.”란 말을 장난스럽게 던지는 경우도 더러 목격하곤 한다. 이토록 왜곡된 생각과 말들은 실제로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이들에게 제2의 고통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가볍게 말해지기엔 그들이 겪고 있는 것은 무서울 정도로 무겁고 파괴력 있는 병이기 때문이다.
이런 편견에 맞서 최근에는 신경정신과적 질병을 앓고 있는 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속속 책으로 출간하고 있다. 그중 『내가 아무것도 아닐까 봐』는 상의가 벗겨진 한 여성이 뒤돌아서 있고, 울렁대는 주변의 물결무늬 그림이 불안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그림이 주는 인상 때문일까? 대놓고 제목에 공황장애, 죽음, 불안 등의 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알게 모르게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이들을 잡아끄는 묘한 힘이 있다.

‘그냥 느끼는 거다. 죽음의 공포와 고통의 비명을, 불안으로 요동치는 심장 박동을. 도마 위에 산 채로 썰어지는 횟감처럼 꼼짝없이 죽음의 공포에 갇혀서 세포 하나하나로 고통의 극을. 혀가 기도를 틀어막고 숨쉬기를 거부하면 고통이 횡격막과 심장을 쥐고 흔들어댄다. 뻣뻣하게 굳어가는 몸이 죽음으로 튀어오르기를 반복하면서 육체를 팽개쳐버린다. 받아들이는 것밖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공황 발작이 일어났을 때의 느낌을 이 책의 저자 박상아는 이렇게 묘사한다. 잘나가는 패션 광고 아트디렉터였던 그녀는 6년 전 공황장애로 진단 받았다. 극단의 고통, 발작, 호흡 곤란, 헛구역질 등의 증상으로 응급실과 집을 전전하던 그녀는 결국 신경정신과 폐쇄 병동에 입원해야 했다.
사실 저자는 처음 증상이 나타나고서 2년 동안은 그저 누구나 겪는 정도의 스트레스, 혹은 가벼운 소화 장애 정도로 여겼다. 극심한 사회생활의 압박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모르는 척하는 것을 택한 것이다. 그러다 믿었던 연인과의 관계가 깨지면서 꿈틀대던 감정은 폭발하기에 이르렀다. 그녀의 감정은 세상에서 가장 만만한 자신의 몸에 공황장애라는 형태로 화를 냈다. 그녀의 몸은 불안에 떨며 격렬한 고통으로 펄떡댔다. 죽음에서 겨우 건져진 그녀는 비로소 자신의 감정을 마주했다. 그동안 회피하기 급급했던 감정들은 그렇게 언어화되고, 그림으로 그려져 이 책이 되었다.

나조차도 예상할 수 없는,
그래서 누구에게도 이해될 수 없는


“그거 한가해서 걸리는 병 아니야? 뭔가를 좀 바쁘게 해봐.”
저자가 지인에게 공황장애에 걸렸음을 말하자 되돌아온 답이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일했다고 항변하고 싶지만, 부질없음을 알고 있기에 그녀는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암 같은 병이었다면,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누구나 납득 가능하고 누구에게나 설명 가능한 병. 정신과의 병이 아닌 다른 과의 병. 나의 가족이 이 병에 걸린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 가족 중에 정신과에 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창피해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또 걱정했다.

공황장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여러 학설들이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것은 없다. 또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개개인에게 어떤 상황에서 발작이나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지 물었을 때 이에 확답할 수 있는 사람도 드물다. 이 증상들이 나타나는 상황은 예측 불가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예상할 수 없기에 그 누구에게도 설명하기 어려운 병. 그러다 보니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대부분은 주변에 자신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알리지 못한다. 타인의 편견이나 오해를 풀기 어렵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으니 침묵을 택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듯 차라리 암과 같이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 가능한 병이었다면 좋겠다고 말한다. 가족들이 가슴 아플지언정 창피해지지는 않는 병이었다면 더 나았을 것 같다는 그녀의 말 속에 공황장애인이 가지고 있을 심적 고통의 무게가 느껴진다.
이 책은 그래서 비슷한 아픔이 있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내며, 동시에 외로운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또한 증상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편견이나 무지 때문에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못해 병을 키우는 이들에게 훌륭한 조언이 된다.

삶의 전부가 행복한 사람은 없다.
삶의 전부가 불행한 사람도 없다.


저자는 6년 전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곁에 있는 친구처럼 공황장애와 불안을 껴안고 살아가고 있다. 가능성이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새로운 사랑의 기회를 찾았고, 공황장애까지 품어준 남자와 결혼하여 보통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앞만 보고 자신의 쓸모를 증명해내느라 치열하게 살아왔던, 또한 자신이 가진 것에 비해 화려함에 취해야 하는 직업에서 오는 괴리감 때문에 혼란스러웠던 그녀의 삶은 결혼과 안정된 환경 속에서 조금 더 희망적인 색채를 띠게 되었다.
물론 공황장애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불안의 뿌리에 있던 자신의 존재 의미에 대해서 여유롭고 편안한 시각을 가지게 되었을 뿐이다. 생활을 위해 돈을 벌어야만 하는 삶, 일 못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치열해야 했던 생활 대신, 꽃을 사는 여유와 스스로를 위해 요리를 하는 즐거움과 같은 것을 말이다.
그녀는 여전히 진행 중인 불안 속에서도 스스로에게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꿈, 사랑,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약간의 돈, 그리고 존재의 증명’이라는 답을 나열하며, 마지막에 ‘그 사이사이 마음을 다독이며 지켜내는 일’이라고 말한다. 별것 아닌 줄 알았던 자신의 마음이 삶의 전부를 흔들어놓을 수 있음을 깨달았기에 그녀는 앞으로의 자기감정을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이는 비단 공황장애인뿐 아니라, 바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 책은 자신의 마음을 소중히 다루지 못해왔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예방주사의 역할을 할 것이다.
누구의 삶도 전부 행복하지 못한 것처럼, 그녀의 삶도 전부 불행한 것만은 아니다. 그렇게 오늘도 글을 쓰고 일을 하고 보통의 삶을 살아나가는 그녀는 이 책을 통해 명확한 답은 아니지만, 상쾌한 희망을 던져준다. 요컨대, 그녀의 결론 없는 삶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우리 모두, 그 누구의 삶이라도 그렇듯이 말이다.

 

 

목차

 

프롤로그

1.
달고 쓸쓸한 풍경
시들어간다는 것
발작
정상의 정의
공황장애는 이해될 수 없다
공황장애라는 병
공허
숨통
입원
초라한 기억
병동의 일상
담배
부모님
아이러니
희극
마비

2.
중요한 사람이라는 착각
억압
공황의 시작
그림자
역류
PAUSE
질주의 이유
스스로에게 미안한 삶
서울의 비둘기
쉽게 사는 것은 없다
살아남는 법
가면과 가식의 차이
민낯
예민함과 까탈스러움의 차이
화받이
회의 시간

3.
이별, 비극을 부여잡고 운다
나의 이별
사랑의 마음
무의식의 언어
마음
감정이 쌓이는 과정
마음의 자해
욕망
회피
불안
공허와 공황
느낌의 거세
솔직함
눈빛의 언어
행복은 과거형이다
행복과 불행
마음의 힘
편견
비밀
오만함
병동에서
자유 산책
반점, 그리고 희망
변덕
마음이 아픈 사람들
가짜 위로

4.
두 개의 세계
요양
겨울의 바다에서
외로움 혹은 불편함
시간 낭비
경고
쉬는 시간
불안의 끝에는
산다는 것, 자유가 있을까?
만약에
글 1
글 2
산다는 건

5.
과호흡
가족
품는다는 것, 품어진다는 것 1
품는다는 것, 품어진다는 것 2
엄마의 생일
한숨
무당
사랑의 방식

서울
비울 자격
루틴
인정
나답게
살면서
남들처럼만
가난한 나의 부자의 취향
도시의 삶은 치열하다
마음의 속도
불평불만
새장의 역설
씨발 정신
칭찬의 칼
존재의 증명
사회생활 잘하는 새로운 방법
소망
다시는 못할 것 같던 일
나는 바랍니다
결혼
생활
취향의 사치
체온
위로
마음은 나를 살리려 한다
행복은 어디에나 있다
행복과 슬픔
동화

6.
이해 또는 오해
나이가 든다는 건
간격
나는, 나다
닮은 사람
떠나보내는 일
데자뷔
반복
삶의 안부
마음의 겁
오해 1
오해 2
솔직함
신경안정제
도망
마음의 이해
살아 있다

에필로그

 

< 출처 : 교보문고 >

:
Posted by sukji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 혼자여서 즐거운 밤의 밑줄 사용법 / 백영옥

811.4 백64ㄱ

인문과학열람실(3층)

 

 

 

책소개

 

매일 읽고 매일 쓰는 작가 백영옥이 간직해온 문장들을 우리에게 건네다!

추억 속 빨강머리 앤을 우리 곁으로 다시 불러내 희망과 위로의 말들로 많은 독자들과 공감을 나누었던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의 저자 백영옥이 매일의 독서와 일상 속에서 수집한 보석 같은 문장들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1년에 500여 권의 책을 읽는 활자 중독자이자 문장 수집가인 저자가 오랫동안 차곡차곡 모아온 밑줄 가운데서 고르고 고른 인생의 문장들을 소개하는 에세이다.

책을 읽다가, 영화를 보다가, 텔레비전을 보다가, 길에서 마주친 글귀에서 문득문득 마음을 흔들었던 문장들을 꼼꼼하게 모아, 위로가 필요할 어느 날, 누군가를 위해 밑줄 처방전을 만들어 온 저자만의 밑줄 사용법이 담겨 있는 독서 노하우이자, 마음이 아픈 이들에게 어떤 말보다 포근한 위로가 되는 문장을 처방해주는 밑줄 처방전이다.

 

 

 

출판사 서평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작가 백영옥이 일상 곳곳에서 수집한 치유의 밑줄들

“저의 밑줄 중 단 하나라도 당신의 상처에 가닿아 연고처럼 스민다면
그것으로 저는 정말 기쁠 거예요.”

세상에 아무도 없는 듯 아픔이 찾아올 때 나에게 들려주는 위로의 문장!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을 통해 추억 속 ‘빨강머리 앤’을 우리 곁으로 다시 불러내 희망과 위로의 말들로 많은 독자들과 공감을 나눈 백영옥 작가가 이번에는 매일의 독서와 일상 속에서 수집한 보석 같은 문장들을 전한다.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는 1년에 500여 권의 책을 읽는 ‘활자 중독자’이자 ‘문장 수집가’인 백영옥 작가가 오랫동안 차곡차곡 모아온 밑줄 가운데서 고르고 고른 ‘인생의 문장들’을 소개하는 에세이다. 동시에 백영옥 작가만의 ‘밑줄 사용법’이 담겨 있는 독서 노하우이자, 마음이 아픈 이들에게 어떤 말보다 포근한 위로가 되는 문장을 처방해주는 ‘밑줄 처방전’이다.

백영옥 작가는 책을 읽다가, 영화를 보다가, 텔레비전을 보다가, 길에서 마주친 글귀에서 문득문득 마음을 흔들었던 문장들을 꼼꼼하게 모아, 위로가 필요할 어느 날, 누군가를 위해 밑줄 처방전을 만들어왔다. 평소에 분야를 가리지 않고 시와 소설, 산문집, 자기계발서 등을 다양하게 읽고, 세상 곳곳 삶의 모습에 관심이 많은 백영옥 작가는, 그냥 지나쳐버리기 쉬운 문장들에 시선을 멈추고 그녀만의 따스한 감각으로 특별한 의미를 발견해 밑줄을 긋는다.

매일 읽고 매일 쓰는 사람이 전하는 문장처방
‘이 밑줄이 당신에게 스민다면……’


이 책에는 순간적으로 반짝이며 가슴을 찌르고 들어오는 문장들의 정수가, 그러한 문장들을 우리 삶과 연결해 다시 읽어주는 작가만의 치유의 메시지가 녹아 있다.
백영옥 작가는 매일매일 일상 곳곳에서 밑줄을 수집해, 아픔을 토로하는 사람에게 약 대신 처방할 수 있는 문장을 쓴다. 상처의 시간을 겪은 사람들에게 잠이 오지 않을 때 마시는 따뜻한 차 한잔과 같은 문장으로, 위로를 건네는 것이 작가의 오랜 기쁨이다.
작가는 좋아하는 시는 반복해서 읽고, 좋아하는 작가의 습관은 본인의 생활로 만들어버릴 만큼 책을 사랑한다. 하루키 때문에 파스타와 함께 맥주를 자주 마시고, 아멜리 노통브 때문에 소설을 쓰기 전 진한 커피를 많이 마시게 됐다.
작가는 말한다. 바라고 바라던 것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끝내 포기하지 않도록 작가 자신을 붙들었던 곳은 책이었다고. 작가는 그 자신만의 안전지대인 책 속에서 밑줄을 긋고, 그 문장을 통해 ‘너를 통과한 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약함을 내보일 수 있는 게 진짜 용기예요
가끔은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사랑의 한가운데서 사람의 마음은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영영 모르게 된 사람처럼 헤매는 이들을 위해, 혼자가 더 편하지만 이따금 외로움을 견뎌야 하는 이들을 위해, 누군가의 안부를 묻고 싶지만 망설이고만 있는 이들을 위해, 옆에 있는 사람을 위로하고 싶지만 위로하는 법을 모르는 이들을 위해 백영옥 작가는 간직해둔 문장들을 가만히 건넨다.
때로는 약함을 내보일 수 있는 게 진짜 용기이다. 맑은 날만 계속되면 사막이 되듯, 비 온 후 아름다운 무지개를 볼 수 있는 것도 그런 까닭일 것이다. 울고 싶으면 마음껏 울고, 기쁘면 마음껏 그 기쁨을 즐기라고, 가끔은 그냥 흘러넘쳐도 좋다고 작가는 전한다.

서점 직원 시절부터 늘 책방을 열고 싶었습니다.
그 서점이 약국처럼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책 속의 문장을 약 대신 처방해주는 동네 약방처럼요.

저는 연애 불능자예요, 저는 선택장애가 있어요,
저는 거절을 못하는 병이 있습니다, 라고 아픔을 토로하는 사람들에게
해열제나 감기약처럼 아플 때 읽으면 좋을 책을 골라 처방해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그어온 책 속 밑줄 중 단 하나라도
당신의 상처에 가닿아 연고처럼 스민다면
그것으로 저는 정말 기쁠 거예요.
―‘프롤로그’ 중에서

 

 

목차

 

 

프롤로그 이 밑줄이 당신에게 스민다면

- 나는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
말하고 싶지만 말하고 싶지 않은 날
사랑이 저지른 짓
이별주의보
너무 사랑하는 병
비라도 내리면 널 붙잡을 수 있을 텐데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
독신의 외로움, 결혼의 노여움
혼자가 더 편한 사람들의 사랑법

- 나에겐 내가 있지만 너를 기다려
어둠 속에서 어둠을 보는 법
당신의 사진을 가지고 싶어, 모든 사람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왈칵 흐르는
너를 통과한 나
배워서 남 주자
나에겐 내가 있지만 너를 기다려
내게 와준 고마운 것들
흘러간, 놓아준 것들
78세 나모씨의 유서
별 헤는 밤

- 내 영혼아, 조용히 앉아 있자
종이 피아노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내 영혼아, 조용히 앉아 있자
기도는 나에게 건네는 위로
365일과 36.5도
마음이 힘든 날에는 왼손으로
다름과 틀림
‘좋아요’ 100개가 목표인 당신에게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

- 지구인에게는 지구력이 필요합니다
지구인과 지구력
버리는 삶과 버티는 삶
어디에도 없는, 어디에도 있는
경찰견 가벨
매일 읽고 매일 쓰는 사람이 되는 일
평균의 종말
대구 시청님, 고맙습니다!
행복의 조건
행운에 속지 마라
삶에는 바람이 붑니다
산책은 마음의 관광
앉는 법, 서는 법, 걷는 법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 마음을 다해 대충 산다는 것
우리는 애쓰며 산다
일상을 시로 만드는 마법에 대하여
걱정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스트레스의 힘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가끔은 쉼표
인생을 바꾼 2분
틈, 바람이 지나가는 길
어른의 맛
여행하지 않을 자유
밥 먹지 않은 자, 일하지 말라!

- 오늘이 내 인생의 가장 어린 날입니다
가장 하고 싶은 바로 그 일을 하렴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어린 날
몸의 일기
누구보다 불행할 수 있는 조건
여기에 머무는 여행
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 주름진 내일을 다려요
나 보란 듯 살자
이제야 보이는 것들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
그렇게 삶은 계속된다

 

< 내용 출처 : 교보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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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