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5

« 2024/5 »

  • 1
  • 2
  • 3
  • 4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무엇이 좋은 삶인가 :  동서양 고전에서 찾아 가는 단단한 삶 /  김헌 외

001.3 김93ㅁ   인문과학열람실(3층)

 

책소개

고전은 어떻게 질문하는가?
동서양 고전학자가 뽑은 12가지 질문 혁명

서양고전학자 X 중문학자가 던지는 질문『무엇이 좋은 삶인가』. 고전은 자기계발서 같은 답을 내놓기보다는 끊임없이 성찰을 요구하며 스스로 길을 찾게 만드는 텍스트다. 그래서 고전을 마주하는 것은 내 삶을 토대부터 다시 생각하게 하는 능동적인 독서 혁명이다. 게다가 서양과 동양 고전의 서로 다른 사고 체계를 따라 가느라 종횡무진 갈라지고 부닥치는 읽기 여정은 독서의 넓이와 깊이를 한 차원 더 높여 준다.

김헌 교수는 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인생의 목적을 찾고자 다시 철학과 문학을 공부하며 인문학의 뿌리를 찾게 되었다. 김월회 교수는 현대 사회의 갈등과 그 뿌리를 고민하며 중국 고전에서 현대적인 재해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들 모두 삶 속에서 맞닥뜨리는 개인적 갈등이 결코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깨달을 때면, 다시 고전을 펼쳐 들곤 한다. 지금까지 사회에서 추구해 온 명에, 인생의 목표였던 행복, 그리고 결코 머지않은 죽음, 이러한 화두들에 대하여 고전은 어떤 질문들을 던지고 있으며 그것이 지금 내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시 묻는다. 고전에서 단단한 토대를 찾고자 하는 노력, 그것이야말로 더욱 새로워지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욕망이다.

 

출판사 서평

● 서양고전학자 X 중문학자가 던지는 12가지 질문 혁명

김헌 교수는 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인생의 목적을 찾고자 다시 철학과 문학을 공부하며 인문학의 뿌리를 찾게 되었다. 김월회 교수는 현대 사회의 갈등과 그 뿌리를 고민하며 중국 고전에서 현대적인 재해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들 모두 삶 속에서 맞닥뜨리는 개인적 갈등이 결코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깨달을 때면, 다시 고전을 펼쳐 들곤 한다. 지금까지 사회에서 추구해 온 명에, 인생의 목표였던 행복, 그리고 결코 머지않은 죽음, 이러한 화두들에 대하여 고전은 어떤 질문들을 던지고 있으며 그것이 지금 내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시 묻는다. 고전에서 단단한 토대를 찾고자 하는 노력, 그것이야말로 더욱 새로워지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욕망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한, 누구라도 마주할 수밖에 없는 화두들입니다. 이를테면 명예, 운명, 행복, 부(富), 정의, 아름다움, 분노, 공동체, 역사, 짓기, 영웅, 죽음 같은 것들입니다. 핵심은, 살아가다가 이들 화두와 마주했을 때 회피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곱씹어 보며 그에 대한 자기만의 생각을 구축한다는 것, 이 두 가지입니다.” -김월회, 『무엇이 좋은 삶인가』에서

●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고결하게 판단하라!”

고전은 자기계발서 같은 답을 내놓기보다는 끊임없이 성찰을 요구하며 스스로 길을 찾게 만드는 텍스트다. 그래서 고전을 마주하는 것은 내 삶을 토대부터 다시 생각하게 하는 능동적인 독서 혁명이다. 게다가 서양과 동양 고전의 서로 다른 사고 체계를 따라 가느라 종횡무진 갈라지고 부닥치는 읽기 여정은 독서의 넓이와 깊이를 한 차원 더 높여 준다.

김헌 교수는 먼저 ‘명예’에 대한 해답을 ‘무엇이 좋은 삶인가’라는 서양 철학의 전통 위에서 찾는다.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에서 오뒷세우스는 칼?소가 제안하는 불멸의 약속을 거절한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죽음에 저항하며 존재를 영원히 지속시키려는 것이 본능적인 욕망이라면” 오뒷세우스의 거절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게다가 오뒷세우스는 험난한 귀향길에서 살아남을 가능성도 크지 않은데? 그런데 ‘감추는 자’라는 뜻의 이름 ‘칼?소’는, 오뒷세우스가 그녀의 품에 안주한다면 세상에서 ‘영원히 잊힌다는’ 것을 암시한다. 인간이 불멸의 유혹을 물리치고서라도 세상에서 기억되고자 하는 명예욕은 사실 필멸의 존재이기에 더욱 간절해지는 것이다. 오뒷세우스가 꿈꾸는 불멸은 “인간의 조건을 벗어나는 초인간적인 것이 아니라, 필멸이라는 인간의 조건 안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적인 불멸”이다.

동양 고전은, 그렇다면 “누구에게 인정받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공자는 “이름값을 바로잡는다.”는 뜻의 정명(正名)을 강조한다. 이것은 오늘날과 같은 경쟁사회가 배출한 수많은 가짜 명성이 쌓은 이름값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군자는 실체 없는 허울뿐인 명성이 아니라 ‘실덕(實德)’을 근거로 난 이름, 곧 ‘선명(善名)’을 추구해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명예욕은 과연 이러한 실체가 있는 명예일까? 김월회 교수는 이 공자의 말이 ‘올드해’ 보이느냐고 묻는다. 우리 시대는 “존재 고유의 아우라까지는 담아내지 못해도 존재의 형상만큼은 무한 복제가 가능한” 시대다. “신체와 분리된 이름이 또 실질과 무관한 이미지가 무한으로 증식 가능한” 시대에, 이 오래된 질문이야말로 오히려 더욱 우리의 현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여기서 김헌 교수는 위대한 철학책을 읽지 않고도 삶의 지혜를 실천하는 소박한 사람들을 통해 영웅 같은 삶이 과연 진짜 우리가 갈구하는 욕망인지 다시 묻는다. 그것은 자칫 목적과 수단을 혼돈하여 경쟁적인 이기심에 빠져들고 마는 인간의 연약함을 일깨운다. 우리는 “삶을 슬기롭게 재구성하고”, “과거를 통해 미래를 기획해야” 한다. 그것이 고전을 읽는 목적이다. 하지만 매끈한 노하우를 가르쳐 주는 것은 아니다. 고전의 매력은 바로 거기에 있다. 그래서 서양고전학자는 “한계를 넘어서려는 노력이 결국 운명을 만드는 힘이다.”라고 조언한다. 그래서 동양고전학자는 “진리를 따르는 삶은 열려 있지만, 운명을 따르는 삶은 닫혀 있다.”고 말한다.

● “단단하게 살아간다면, 두렵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정의로운 사회에서 사회적 명예와 개인적 행복을 보장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열심히 살아왔어도, 인생의 고비마다 나의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며 좌절할 때가 있다. 불로소득보다는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받고 싶어도 불평등의 한계에 부딪히거나, 돈과 자리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어도 초연해질 수 없는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이렇게 삶의 터전이 평화롭지 못하고 전쟁터가 될 때 우리는 먼저 전열을 가다듬어야 하는데, 남은 인생을 더욱 단단한 토대에서 다시 시작하기 위한 전략이 바로 고전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도 수천 년을 살아남은 고전은 여전히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계발 서적들은 단편적인 노하우에 그치기 때문에, 단기적인 해결책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의 본질적인 방황에 빛이 되어 주지는 못한다. 그런데 그 좋다고들 하는 고전은 진입장벽이 낮지 않다. 그래서 실제로 인생을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아온 두 저자가 고전에서 해답을 찾아 가는 과정을 따라가 보는 것은 좋은 기회다.

사실 우리가 마주하는 갈등들의 근원은 결국 두려움일 것이다. 부동산 투기에 지금 뛰어들지 않으면 나만 뒤처지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 입시와 승진에서 떨어지면 나만 열등생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나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이 두려움이 바로 인간을 심연에 빠뜨리는 근본 원인이다. 그러나 김헌 교수는 “단단하게 살아간다면, 두렵지 않다.”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김월회 교수는 “행복한 사람은 욕망과 허위를 비워낸다.”고 자신에게 말한다. 이 책에는 두 저자들의 치열한 고민과 갈등 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그래서 이 용감한 선언들은 말에 그치지 않기에 오래 곱씹어 보면 그것을 거울 삼아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죽음의 예감이 점점 진해집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한순간 한순간이 예전보다 훨씬 더 소중하고 아깝습니다. 남은 시간들을 어떻게 살아야 즐겁고 행복하고 값지게 살 수 있을까, 새삼 고민됩니다. 그래서 제 삶의 짧은 여정을 인류의 긴 역사 속에 자리매김하며, 저를 이끌어왔던 고전을 펼쳐보고 다시 생각을 정리합니다. 그것이 내 삶을 또다시 이끌어 주겠지요” -김헌, 『무엇이 좋은 삶인가』에서

『무엇이 좋은 삶인가』에는 아름다운 삶을 고민해 온 또 한 명의 예술가가 참여하고 있다. 국내 예술계에서 사진을 중요한 장르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해온 세계적인 사진작가 구본창의 인생철학이 담긴 작품들을 통해 저자들의 메시지를 담았다.

 

목차

프롤로그

명예, 필멸의 존재이기에
1 무엇이 좋은 삶인가
2 누구에게 인정받을 것인가
운명, 피할 수 없다면
3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고결하게 판단하라
4 진리를 따르는 삶은 열려 있다
행복, 삶의 목적이 다르다면
5 인간다움에서 찾아라
6 안팎의 일치를 이뤄라
부(富), 포기할 수 없다면
7 공정한 삶의 터전을 꿈꾸자
8 ‘비판적 거리 두기’로 누려라
정의, 탐리(貪利)가 본성이라면
9 약자에게 이익이 되는 철학
10 이로움이 곧 의로움이 되는 철학
아름다움, 감동이 머무는 곳
11 살 만한 가치를 발견할 때
12 소박함에 깃든 미감(美感)
분노, 어떤 분노인가
13 공동체의 생명력을 위해
14 삶을 지속하기 위하여
공동체, 만들어 가야 할 ‘우리’
15 공적 합의를 끌어내는 힘
16 상상 공동체를 현실화하는 힘
역사, 미래를 소유하고자
17 삶을 슬기롭게 재구성하라
18 과거를 통해 미래를 기획하라
짓기, 창작에 대하여
19 비극, 단단한 인문학으로
20 역사, 인간을 빚는다
영웅, 내 삶의 이야기
21 지성과 덕성을 잃지 않을 때
22 인문적 토양 위에서
죽음, 삶을 완성하다
23 단단하게 살아간다면, 두렵지 않다
24 죽음에서도 주인이 되어야 한다

에필로그

 

< 출처 : 교보문고 >

:
Posted by sukji

 

[2020년 한겨레 선정 올해의 책-번역서] 성찰하는 말들, 회복해야 할 가치 

 

전염병 탓에 통째로 소거된 듯한 2020년. 그래도 우리는 살아갔고 사랑했고 슬퍼했고 분노했다. 사회 부조리와 모순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며, 굳어 움직이지 않는 현실에 끊임없이 작은 돌멩이를 던졌다. 그렇게 우리는 가까스로 한 걸음을 나아갔다. <한겨레> ‘책&생각’은 2020년과 작별하며 ‘올해의 책’을 국내서와 번역서 각 10권씩 꼽았다. ‘책&생각’ 필진와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아 책지성팀이 선정했다. 추천작 전체는 <한겨레> 누리집 ‘책&생각’에서 한눈에 볼 수 있다.(책 순서는 가나다순)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능력주의

공정하다는 착각 / 마이클 샌델 , 함규진 역 / 와이즈베리 / 306.0973 S214tKㅎ  사회과학열람실(3층)

 

‘정의’에 대해 묻던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질문을 더 뾰족하게 가다듬었다. ‘능력주의는 정의로운가?’ 이 질문이 한국 사회의 폐부를 찔렀는지,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샌델은 능력주의가 승자에게는 오만을, 패자에게는 절망을 주는 방식으로 쌍방향 폭정을 저지르며 공동체를 황폐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또 능력주의의 이상은 ‘이동성’에 있지 ‘평등’에 있지 않다며, 능력주의는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체제라는 주장으로까지 나아간다. 샌델은 트럼프가 아니라 민주당을 비판한다. 트럼프의 당선은 패자의 절망과 모욕감을 정확히 읽어낸 “합당한 결과”이며, 민주당은 이 점을 놓쳤다는 것이다. 교육·정치·종교·철학을 넘나드는 유려한 논증이 여러 생각 거리를 건넨다.

 

민족이 근대에 탄생했다고?

민족 / 아자 가트·알렉산더 야콥슨 , 유나영 역  / 교유서가  / 320.54 G258nKㅇ  사회과학열람실(3층)

 

민족과 민족주의가 언제 탄생했느냐는 1980년대 이후 역사학계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이었다. 민족이 유구한 전통을 지닌 것이라는 ‘전통주의’ 시각은 민족이 정치적·경제적 근대화의 산물이었다는 ‘근대주의’ 시각의 공격을 받고 역사의 퇴물 취급을 받았다. 아자 가트와 알렉산더 야콥슨이 쓴 <민족>은 근대주의에 대한 전통주의 반격의 종합판이라고 할 만한 저작이다. 이 책은 인류사 전체를 아우르며 민족이라는 실체가 형성돼 변모해 온 과정을 거시적 관점에서 상술한다. 특히 근대주의 역사학자들이 ‘유럽중심주의’ 오류를 저질렀다고 지적한다. 이 책에서 ‘민족’은 국가가 탄생하는 역사의 초기 단계에 이미 형성돼 정치적으로 커다란 힘을 발휘한 것으로 나타난다.

 

 

남성 편향적 데이터가 여성을 지운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 /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황가한 역 / 웅진지식하우스 / 305.420721 P438iKㅎ 

사회과학열람실(3층)

 

‘젠더 데이터 공백’이라는 개념을 제시해 보이지 않는 차별을 가시화했다. 영국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인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는 남성을 ‘기본값’(디폴트)으로 설정하면 필연적으로 여성에 대한 ‘데이터 공백’이 발생하며, 이는 여성에게 적게는 불이익, 심하면 생명의 위협까지 야기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자동차 충돌시험에서 주로 177㎝, 76㎏인 표준 남성 체격의 인형(더미)을 사용하는데, 여성은 이보다 작고 가볍기 때문에 실제 교통사고가 났을 때 남성보다 더 위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성 중립적으로 ‘보이는’ 매끈한 제도 속에서 차별을 느낄 때 읽으면 흐릿하던 차별의 실체가 마치 새로 맞춘 안경을 쓴 것처럼 한결 또렷하게 다가올 것이다.

 

 

‘극우 예언가’ 우엘벡의 냉소와 혐오

세로토닌 / 미셸 우엘벡, 장소미  역 / 문학동네 / 843.914 H837sKㅈ  인문과학열람실(3층)

 

‘극우의 예언가’로 불리는 프랑스 작가 미셸 우엘벡의 최신작. 2018년 11월 노동자들이 벌인 유혈 시위 ‘노란 조끼 운동’을 예언했다고 해서 또 다시 화제가 되었다. 주인공인 사십대 중반 남성 플로랑은 노르망디에서 목축을 하는 농업대학 동창 에메릭을 찾아간다. 유럽연합의 우유 쿼터제 포기로 타격을 입은 에메릭은 아내마저 떠나자 유혈 시위를 벌이다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소설의 다른 한 축은 항우울제 복용으로 성기능 장애를 겪는 플로랑이 과거에 사귀었던 여성들을 다시 만나는 과정을 통해 그려지는 그의 성생활 흥망사다. 타인과 외부 세계는 물론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냉소와 혐오로 일관하는 지극히 우엘벡적인 인물 플로랑의 독설을 접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른들의 거짓, 소녀의 각성

어른들의 거짓된 삶 / 엘레나 페란테 , 김지우 역 / 한길사 / 853.92 F373vKㄱ  인문과학열람실(3층)

 

세계적 베스트셀러 ‘나폴리 4부작’의 작가 엘레나 페란테가 그로부터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소설. <나의 눈부신 친구>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로 이루어진 나폴리 4부작이 서민층 주거 지역인 ‘아랫동네’의 두 소녀 레누와 릴라의 60여 년에 걸친 우정과 갈등의 이야기였다면, 이 작품은 중산층 거주지 ‘윗동네’의 십대 소녀 조반나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책 표지에 묘사된 바, 식탁 밑에서 몰래 뒤엉킨 아빠 친구와 엄마의 다리는 조반나로 하여금 환멸과 반항을 거쳐 각성과 성장으로 나아가게 하는 촉매가 된다. ‘나폴리 4부작’의 주요 인물을 연상시키는 빅토리아 고모를 비롯해, 전작과 비교해 가며 읽을 만한 포인트들도 여럿 있다.

 

문학과 페미니즘이 선사한 새로운 언어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 에이드리언 리치, 이주혜  역 / 바다출판사 / 824.914 R498eKㅇ 

인문과학열람실(3층)                             

 

미국 시인이자 페미니스트 이론가 에이드리언 리치(1929~2012)의 산문집이다. 1951년 시집 <세상 바꾸기>를 펴내고 데뷔한 그는 <공통 언어를 향한 꿈> <난파선 속으로 잠수하기> 등 여성 인권,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작품을 발표했다. 1966년부터 2006년까지 쓴 산문을 모은 이 책에는 시를 쓰면서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공간”을 만드는 과정과 주목받지 못한 여성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 자신이 세운 레즈비언 페미니즘 이론 등을 담았다. 문학과 페미니즘을 삶의 중심에 두고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언어를, 나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언어를” 찾아 나섰던 그의 발자취를 읽을 수 있다.

 

 

‘브라만 좌파―상인 우파’ 불평등체제 혁파하라

자본과 이데올로기 / 토마 피케티, 안준범 역 / 문학동네 / 332.041 P636cKㅇ  사회과학열람실(3층)

 

<자본과 이데올로기>는 <21세기 자본>으로 세계 경제학계의 총아로 떠오른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의 최근작이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시야를 경제 영역을 넘어 정치 영역으로 확대해 경제적 불평등을 지탱하는 이데올로기의 힘에 주목한다. 이와 함께 이 책은 ‘브라만 좌파와 상인 우파’의 정치적 연합을 불평등 구조가 공고해지는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한다. 1980년대 이후 불평등이 커지는 데 정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이 정치에서 ‘브라만 좌파와 상인 우파’ 체제가 가동됐다는 것이다. 전작에서 경제적 불평등의 지속적 심화를 실증했던 지은이는 이번 책에서 극단적 불평등 구조를 혁파하는 방안으로 참여사회주의와 사회연방주의라는 더 급진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감염병과 거대 농축산업의 연결고리

팬데믹의 현재적 기원 / 롭 월러스, 구정은·이지선 역 / 너머북스 / 614.518 W193bKㄱ 자연과학열람실(4층)

 

코로나19 팬데믹의 근본 원인은 뭘까.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감염병 추적 연구를 한 진화생물학자 롭 월러스는 “거대 농축산업과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를 감염병의 주범으로 지목한다. 거대 농축산기업이 농장을 지으려고 숲을 파괴하는 과정에서 숨은 병원균이 세상 밖으로 나와, 농축산기업의 유통망을 따라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그는 단순히 백신 개발로 팬데믹을 잠재우는 일시적 방법이 아니라 생활양식의 근간을 바꾸는 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구조적 원헬스’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인간과 동물, 생태계의 공존을 추구하는 ‘원헬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의 문제, 생태계를 위협하는 사회문화 인프라 등을 개혁하자는 것이다.

 

 

혐오와 차별의 뿌리 파헤치기

편견 / 고든 올포트, 석기용 역 / 교양인 / 303.385 A441nKㅅ 사회과학열람실(3층)

 

<편견>은 1954년 초판이 출간된 사회심리학의 고전이다. 한국어판으로는 올해 처음으로 완역됐다. 이 책은 인간이 가진 ‘편견’을 파헤친다. 편견의 두 가지 기본 요소는 ‘잘못된 일반화’와 ‘적개심’이다. 편견은 차별로 현실화한다. 성폭력을 고발한 피해 여성을 향한 2차 가해, 거대 권력에 맞선 이들에게 쏟아지는 비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등을 보라. 책에서 생존을 위한 피해자의 자기 방어를 설명하는 부분은 매우 비극적이다. “내가 죽을 운명의 무언가를 앞에 두고 웃는다면 그것은 내가 울 수 없기 때문이다”라는 바이런의 시구가 인용된다. 해법은? “악순환을 깨는 능력”이 있는 입법을, 지은이는 강조한다.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다.김진철 기자

 

 

영성으로 회복해야 할, 인류 살릴 지혜

향모를 땋으며 / 로빈 월 키머러, 노승영 역 / 에이도스 / 305.897 K49bKㄴ 사회과학열람실(3층)

 

‘향모’(윙가슈크)는 아로마 허브의 일종으로 머리를 땋듯 땋아 선물이나 제의에 쓴다. 이 향모는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들에게 “어머니 대지님의 하늘거리는 머리카락”이다. 어머니 대지님 외에도 안개, 개울, 물고기, 곡물, 나무, 독수리, 달님 등이 부족들에겐 감사의 대상이다. 북아메리카 원주민 포타와토미족 출신의 식물학자인 로빈 월 키머러는 이런 토착적 세계관에 과학적 훈련을 보태 새 지식을 창출해낸다. 이 책은 과학서이면서 신화, 역사, 문화가 등장하고 경제서이기도 하다. 아우르자면 생태·영성·철학으로 가득한 에세이다. 인류의 영성을 복원해 기후위기와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인간-세상의 관계를 회복하자는 저자의 생각은, 오늘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김진철 기자

 

<한겨레> ‘책&생각’이 ‘올해의 책’을 선정하며, 가장 아쉬웠던 작품은 두 편이다. 고공농성 노동자에서 시작해 10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서사를 담아낸 황석영 작가의 <철도원 삼대>(창비), 구순의 어머니를 돌아가시기 전까지 간병하며 적어나간 박희병 서울대 국문과 교수의 <엄마의 마지막 말들>(창비)이다. 올해 유독 창비에서 좋은 책이 많이 나왔지만 출판사 편중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김영옥 등, 봄날의책) <죽은 자의 집 청소>(김영사) <탈진실의 시대, 역사부정을 묻는다>(강성현, 푸른역사) <진리의 발견>(마리아 포포바, 다른) <타인에 대한 연민>(마사 누스바움, RHK) <팬데믹 패닉>(슬라보예 지젝, 북하우스)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호프 자런, 김영사) <정치적 부족주의>(에이미 추아, 부키) <연대하는 신체들과 거리의 정치>(주디스 버틀러, 창비)도 아깝게 선정되지 못했다. ‘전태일 공동 프로젝트’로 출간된 책 10권 중 한 권만 꼽을 수 없었다. 하지만, 역사에 남을 위대한 기획이었음을 여기 기록해둔다.김진철 책지성팀장

< 출처 : 한겨레신문 >

:
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