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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 집과 도시 그리고 삶 

 

“집이란?” “도시란?” 이 질문에 집은 아파트, 도시는 빌딩이 많은 곳 정도로 쉽게 답하거나, 질문 자체를 굉장히 당황스러워할 가능성이 크다. 지극히 뻔하고 쉬운 용어인 것 같지만, 막상 대답하려고 보면, 단순하지 않은 개념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주거, 거주, 공간, 장소, 마을, 지역 등 유사한 단어로 확장해 생각하면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진다.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음의 괴리가 있고, 이는 이 단어들이 대체로 추상화되고 형식화되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짓기와 거주하기: 도시를 위한 윤리』 『한옥 적응기: 전통 가옥의 기구한 역사』 이 두 책은 어쩌면 일반적으로 머릿속에 떠올린 ‘집’과 ‘도시’와는 전혀 다른 ‘집’과 ‘도시’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이런 혼돈이 생긴 것은 서구에서 유입된 개념의 혼재와 부동산이라는 자본주의적 상품으로서의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살고 싶은 집을 커다란 네모 상자에 여러 개의 네모난 창문으로 표현한다. 기존의 집과 도시라는 물리적 환경이 인간의 상상 자체를 제한하는 지경에 이르러 있다는 말이다. 지금 우리가 집과 도시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  

짓기와 거주하기 : 도시를 위한 윤리 / 리처드 세넷 / 307.1216 S478bKㄱ

/ 사회과학열람실(3층)

 

  •  

한옥 적응기 : 전통 가옥의 기구한 역사 / 정기황 / 728.3 정19ㅎ / 자연과학열람실(4층)

 

한국적 장소 개념

 

한국에서 장소적 개념에 대한 관심은 1990년 전후에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서구사회에서 모더니즘 사조가 시작된 20세기 초 한국은 일제 식민지기였고, 1968년 ‘68혁명’을 기점으로 하는 포스트모던 시기에 한국은 군사정권에 의해 통치되던 때였다. 따라서 한국은 서구의 개인 자율성에 기초한 근현대 문화와는 크게 다를 수밖에 없고, 군사정권이 끝난 1990년대에 이르러 포스트모던과 장소 개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경제적 잉여와 물리적 도시화라는 기반도 주요한 조건이었다.

 

1990년대 한국에서 사용된 장소 개념에는 마르틴 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론, 특히 그가 1951년에 발표한 ‘건축함, 거주함, 사유함(Building, Dwelling, Thinking)’이 주요한 논거가 되었다. 하이데거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진정성(Authenticity)’이다. 이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일상적 살아감(비본래성)의 상대적 개념으로 일상적 관계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의 본래적 모습(내면)을 회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성’이 개인의 욕망과 주체에 기대어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이와는 상반된 성질이다. 무언가(장소)에 영원불변의 성질이 있다고 보는 관점이다. 하이데거의 ‘장소’는 내면의 본래적 회복의 의미로 영원불변한 ‘장소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한국적 특수성과 결합하여 또 다른 고정값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박제화된 궁궐 등의 한옥이 그렇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함께 만들어가는 ‘도시’

 

‘장소’는 개인의 자율성을 중심으로 본다면, 인간 삶과 문화가 집적되어 현상(現象)될 수는 있지만, 영원불변한 성질일 수는 없다. 즉 장소는 인간이 생산하고 만들어갈 뿐이고, 이렇게 생산된 가치가 집적되어 현상될 뿐이다. 리처드 세넷은 “물질과의 관계에서 인간은 세계 속에서 스스로 살 곳을 만드는 유능한 창조자다”(『장인』)라고 말하며, 외부와의 관계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비본래성을 강조한다. 어쩌면 세넷이 하이데거의 ‘건축함, 거주함, 사유함’에서 ‘사유함’을 뺀 ‘짓기와 거주하기’를 제목으로 선택한 이유일 것이다. 『짓기와 거주하기』는 『장인』 『투게더』에 이은 리처드 세넷의 ‘호모 파베르 3부작’의 완결판이다. 세넷은 건축과 도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도구적 인간’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 물질, 타인 등 외부와 관계 맺으며 살아가는 인간의 세계로서 건축과 도시의 중요성을 말한다.

세넷의 도시 개념을 간단하게 나누어 보자면, 물리적 도시인 빌(Ville)과 비물리적 도시인 시테(Cite)로 나눌 수 있다. 이 둘이 유기적 관계를 조화롭게 유지하는 상태를 좋은 도시로 본다. 이런 이유로 세넷은 ‘빌’ 중심으로 이루어진 20세기 도시계획을 “일단 헐 수 있는 것은 모조리 헐고 맨땅처럼 밀어버린 다음, 새로 건설한다는 것이다. 이전에 있던 환경은 설계자에게 가로 고치는 것으로 간주됐다. 이와 같은 공격적인 처방은 번번이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했다.”(『장인』)라고 비판했다. 이를 간단하게 말하면 “도시계획의 규율이 건축과 거주에 대한 지식 사이에서 분열하여 파열되었다.”(『짓기와 거주하기』)라고 분석한다.

 

세넷의 이런 관점은 현재 도시와 건축이 처해 있는 상황을 인간과 인간성 자체의 파멸로 심각하게 보는 문제의식이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보자면, 한국은 ‘빌’에 집중된 전형적인 20세기 도시계획을 여전히 맹신하고 있다. 더구나 ‘빌’을 완전하게 자본주의적 교환가치로 치환했기 때문에 분열과 파열을 넘어 거주, 건축, 도시(계획)은 교환가치의 하위에 위치한다고 할 수 있다.

 

‘집’은 형태가 아니라 공감

 

『한옥 적응기』는 ‘한옥’이 아니라 ‘적응(adaptation)’에 방점을 찍고 있다. 적응은 “적절하고 유익하게 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으로서, 외부 세계의 현실에 적당히 맞추는 활동과 환경을 바꾸거나 더 적절하게 통제하기 위한 활동을 포함한다. 또한 개인과 환경 사이에 존재하는 ‘함께 어울림(adaptedness)’의 상태를 의미”(『한옥 적응기』)한다. 왜 ‘한옥’을 주제로 하면서 ‘적응’에 방점을 찍었을까?

‘한옥’은 기이한 말이고, 고정불변의 법칙처럼 틀을 짓는 용어다. 한옥은 양옥과 구분하기 위해 1908년에 만들어진 용어이고, 1960년대부터 정부와 언론을 중심으로 일반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말이다. ‘한옥’의 ‘한’은 새로운 것과 구분하기 위한 접두사다. 하지만 보통은 ‘파’가 있고, ‘양파’가 있고, ‘배추’가 있고, ‘양배추’가 있듯이 새로운 것에 접두사를 붙인다. 따라서 ‘옥(집)’이 있고 ‘양옥(일옥)’이 있어야 하지만 ‘한옥’이 된 것이다. 현재는 오히려 ‘양옥’이 ‘양’을 뺀 채 일반적인 ‘집’이 되고, ‘한옥’이 특수한 것으로 구분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아파트가 보편적 주거유형이 되고, 한옥이 박제화되어 보존되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우리말 ‘집’은 한자 ‘葺(기울 즙)’에서 연원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초가집은 ‘초즙(草葺)’, 기와집은 ‘와즙(瓦葺)’으로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다. 한자 ‘즙’은 ‘귀에 대고 말하는 형상’의 ‘소곤거릴 집(咠)’ 위에 ‘초두머리(艹)’를 얹은 글자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초가를 잇는 행위를 나타내는 글자라고 할 수 있다. 외부와의 관계와 문화적 공감대, 함께 만들어가고 나누는 과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 ‘집’이 물리적 환경으로서의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은 이유는 물리적 환경은 이런 인간의 집단적 행위로 만들어지는 결과물일 뿐이기 때문이다. 즉 현재의 집은 “살아온 사람들의 치열한 삶과 문화가 축적된 역사의 한 단면이고, 더 나은 공간이 되기 위한 발판”(『한옥 적응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한옥 적응기』에는 집과 도시에 대한 지나간 옛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가 담겨 있다.

 

『짓기와 거주하기』 『한옥적응기』 두 책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집과 도시’의 주인으로 서기를 요구하고 있다. 두 책이 ‘짓기와 거주하기’라는 행위 자체와 ‘적응’이라는 변화 과정 자체를 중요하게 다루는 이유다. 두 책은 모든 인간을 집과 도시를 만드는 주체로서 다루는 ‘집과 도시’의 역사이고, 현재 ‘집과 도시’의 문제에서 인간성을 중심에 둔 근원적 고민과 대안을 제시한다.

 

정기황각 시대의 문화가 새겨진 공간과 도시를 계보학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이며, 이를 기초로 공간을 설계하는 건축가다. 근대 서울의 도시건축 적응과정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시시한연구소 소장으로 장소인문학적 도시건축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더불어 경의공유지시민행동 공동대표, 공유성북원탁회의 공동대표, 커먼즈네트워크 등의 도시사회운동 활동을 하고 있다.
www.facebook.com/keehwang.jung/이미지 제공_김영사, 빨간소금

 

 

 

< 출처 : 아르테365 > 

:
Posted by sukji

 

 

 

문화예술교육의 내일을 이끌며 국민 곁으로 더 가까이 

: 2024 달라지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요 정책사업

 

 

갑진년 새해 문화예술교육 정책과 현장은 어떤 변화를 준비하고 있을까.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 활동하는 많은 아르떼365 독자를 위해 달라지는 정책, 사업과 현장을 미리 살펴보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올해 중점을 두어 추진할 여러 정책과 사업을 간략히 정리해 본다.

 

학교문화예술교육 확장과 학생 중심의 문화예술교육 지원

2024년 학교 교육 현장의 화두 중 우선순위에 있는 정책이 ‘늘봄학교’이다. 교육 분야 핵심 국정과제이기도 한 늘봄학교는 2023년 시범운영을 거쳐 올해 전국 모든 학교로 확대될 예정인데 특히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진흥원은 작년 시범운영 과정부터 신속하게 대응하여 늘봄학교 정책에 부합하는 다양한 방식의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한 바 있다. 이런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2024년에는 교육부로부터 ‘늘봄학교 사업 추진센터’로 지정받았다. 본격적인 늘봄학교 지원을 위한 ‘국가시책사업 특별교부금’도 확보하여 학교별 수요 맞춤 프로그램, 저명예술가 기획 프로그램, 우수 문화예술교육 콘텐츠 활용 온·오프 블렌디드 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식의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할 계획이다. 공교육 현장에 더 많은 문화예술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또 다른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학교문화예술교육의 도약이 기대된다.

아울러 올해는 ‘학생 중심의 학교문화예술교육’을 위한 매개자 지원 및 제도적 보완도 계획되어 있다. 2022 개정 교육 과정의 분석 결과를 반영한 교육활동 가이드를 제작하여 각 교육현장에 배포, 변화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예술강사 등 매개자 교육역량 강화를 위한 평가·환류 체계 수립, 학교 수요 맞춤형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 등 프로그램 질 제고에 힘쓸 예정이다.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사회문화예술교육의 확장

 

2024년 사회문화예술교육은 모든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와 창조력 함양을 위해 보편적 지원 정책을 확대하고자 한다. 저출산·고령화·가족 형태 다변화·지방인구소멸·생활인구 증가 등의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 복합위기·사회 양극화·디지털 전환·지역 불균형·기후변화 등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경제구조에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문화예술교육 지원 방향을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선택·맞춤형으로 전환한다. 약자프렌들리 지원을 확대하고, 전 생애주기에 걸쳐 국민이 문화예술교육을 더 가까이 경험할 수 있도록 중앙-광역이 연계·협력하여 생활권 단위 지역 밀착형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고자 한다.

취약계층을 위한 예술누림사업 확대

 

먼저 사회적 약자인 아동·노인·장애인·여성 외에도 한부모·조손·다문화 이혼·청소년부모·독거노인 가정 등과 같이 중첩위기 층이나 자립준비·은둔고립·가족돌봄 청년 및 특수고용직·감정노동자 등의 사각지대 층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의 사회적 돌봄(복지)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향유 기회 제공을 위해 각종 취약계층 보호지원시설 이용자를 대상으로 ‘예술누림사업’을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운영시설과 예술가(단체)가 상호자율적으로 프로그램을 선택하여 문화예술교육이 생활권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예술누림플랫폼’을 통해 지원한다.

 

문화취약·인구소멸지역 주민을 위한 신규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추진

지리적으로 문화시설 접근이 취약한 도서·벽지 지역(653개 읍면동리)이나 인구소멸지역(89개 기초지자체)에 거주하는 마을 주민 대상으로 시도별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와 협력하여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문화 소외 문제를 해소하고, 나아가 마을 주민이 주도(참여)하는 지속가능한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삶의 활력과 역량 제고로 지방소멸 문제에 적극 대응할 예정이다. 지역별 수요와 특성에 맞는 문화예술교육이 다채롭게 펼쳐질 수 있는 환경·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중앙과 지역의 정책사업이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국민의 일상 속 문화예술교육이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환경을 지역과 함께 만들어가고자 한다.

 

국민 누구나 더 가까이 즐기는 생애주기별 ‘꿈다락 문화예술학교’

일반 국민이 생활양식·특성·관심사 등을 바탕으로 일상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지속하면서 문화적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중앙과 지역(광역·기초)이 협력하여 생활권 내 문화·생활기반시설이나 문화예술단체 공간에서 생애주기별 ‘꿈다락 문화예술학교’를 운영하여 다양한 창의적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펼칠 예정이다. 국민 모두가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더욱더 국민 곁으로 다가갈 예정이다.

 

성장과 회복, 치유 등 향유와 소통의 가치 확산

2010년부터 실행해 온 ‘꿈의오케스트라’는 아동청소년 단원의 다면적 성장을 돕고 나아가 지역사회 긍정적 관계 회복에 기여하는 문화예술교육 모델이다. 2023년에는 한국·현대·전통무용, 스트리트댄스를 포함하는 ‘꿈의댄스팀’으로 장르를 확대했다. 올해는 연극·뮤지컬·창극 등을 포함하는 ‘꿈의극단’(가칭) 신규사업을 새롭게 추진한다. 전국 100여 개 거점과 함께 새로운 교육모델 개발뿐 아니라, 일상 속에서 예술의 힘을 경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기획사업과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정책추진 10년 차를 맞이한 예술치유 사업은 학교폭력 피·가해자, 정신상담수요자, 치매안심센터 이용자 등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전문화를 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2023년 개발한 ‘예술치유 자연극장 모델’을 전국 수목원·정원으로 확대하여 사회적 고립감과 외로움 해소에 기여하는 예술의 역할과 가치를 확산할 예정이다.

 

변화와 확장을 위한 단단한 밑거름
문화예술교육 기반 구축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이라는 시대적 요구와 함께 문화예술교육 분야 또한 정책변화가 거세다. 이런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문화예술교육이 단단히 뿌리내리고 그 영역을 확장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힘을 부여하는 것이야말로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전문인력 활동영역 확장을 위한 양성체계의 개편

 

지난 십 수년간 교육진흥원은 예술강사, 기획자, 행정가 등 많은 관계자를 다양한 방식과 내용으로 만나며 함께 성장해 왔다. 이에 더해 2024년에는 디지털 교육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현업 적용성을 고려한 연수의 진행과 더불어 전문가 과정 신설 등 연수체계의 개편을 통해 전문인력의 활동영역 확장을 꾀하고자 한다.

K-문화예술교육의 외연 확장을 통한 리더십 확대

 

국내는 물론 글로벌로의 외연 확장을 통해 K-문화예술교육의 리더십과 우수성을 한층 확산시킬 계획이다.
올해는 유네스코 제2차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2010) 이후 14년 만에 제3차 세계대회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매우 의미 있는 해이다. 이에 교육진흥원은 이번 제3차 세계대회를 통해 발표 예정인 ‘문화예술교육 프레임워크’의 후속으로 국가별 전문가를 초청하여 이행과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등 실질적인 국제협력의 기반을 다지고자 한다. 아울러 전 세계 청소년과 함께 국제 청소년 예술캠프를 개최하고, 아시아 지역에서의 ODA(인도네시아, 필리핀, 몽골)를 강화하는 등 K-문화예술교육의 리더십 확대에도 힘쓸 예정이다.

 

 

더 가까이에서 접하는 문화예술교육 정보 ‘아르떼 맵’

국민의 문화예술교육 관련 수요와 관심 증가에 조응하여 생활 밀착형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정보제공을 확대·강화하고자 한다. GIS(지리정보시스템) 기반의 문화예술교육 정보제공 사이트인 ‘문화예술교육 자원지도 아르떼 맵’의 내실화를 통해 유아부터 노인까지, 일상에서 전문영역을 아우르는 콘텐츠 제공으로 문화예술교육을 더욱 가까이에서 누릴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국민 감동과 문화강국을 이끄는 핵심 국가정책으로서 재도약

2023년에는 「제2차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2023~2027)」을 계기로 문화예술계 외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문화예술교육의 미래가치와 역할’을 모색하는 15회의 라운드테이블과 시리즈로 3회의 <미래 문화예술교육 포럼>을 개최하는 등 정책 외연을 확장하였다. 2025년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시행 20주년을 앞두고, 올해에는 미래 사회변화를 대비한 문화예술교육 정책 담론을 활성화하며, 국민 감동과 문화강국을 이끄는 핵심 국가정책으로서 재도약하기 위한 전략적 옹호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또한 작년에 이어 <2024 대한민국 문화예술교육 축제>를 통해 전국의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종합성과를 확산해 나갈 것이다.

 

 

< 출처 : 아르떼365 >

:
Posted by sukji

 

 

함부로 대하지 않는 마음이 사람과 지구를 구한다

 

〈쓰레기 영웅〉과 사라진 쓸모를 찾는 여정

 

2022년 발표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는 기후 비극을 막을 골든타임이 30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작은 실천이라도 해보겠다며 배달 음식은 시켜 먹지 않고 불필요한 소비를 최소화하려 애써보지만, 어느새 수북이 쌓이는 쓰레기를 바라보거나 카드명세서를 확인할 때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쓰레기 더미 앞에서 가벼운 죄책감이나 윤리적 피로감 대신, ‘너도 나처럼 쓸모가 없어졌구나’라며 쓰레기에 감정 이입한 적이 있었던가. 정크아트 작가로 쓰레기를 통해 환경 이슈를 다루면서 인간의 ‘버려진 마음’을 함께 얘기해온 구형승 작가의 작업은 어떤 마음으로 시작된 걸까.

 

정크아트 작가, 예술가, 예술교육가, 사회혁신가, 예술혁신단체 대표 등 다양한 이름으로 활동 중인 그는 자신을 대표하는 얼굴로 사회혁신가를 꼽는다. 유년 시절부터 한일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나 정체성의 큰 혼란을 겪으면서 일상적인 차별과 폭력에 노출되어 왔는데, 그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고등학생 시절 임원 선거에 나가 본인의 신념을 분명히 하며 압도적 표 차로 선출된 경험이 있다. 돌이켜보면 이때 스스로 변화를 이뤄내는 자신 안의 힘을 자각하면서 사회혁신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한다.

 
  • 영화 〈Trash, Human〉스틸컷
  •  
    〈쓰레기, 인간〉
 

나를 살려낸 예술, 정크아트

 

대학 2학년 무렵 심각한 우울증이 찾아와 거의 1년간 집 밖을 나가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했다. 노력이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 시간 속에서 무기력증은 쌓여갔고 노력이라는 말이 무서워졌다. 끝없는 경쟁을 헤치며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사회,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깊은 우울의 망망대해에서 허우적댈 때, 그를 구원한 것은 방 안에 뒹굴던 배달음식 쓰레기 더미였다. 어느 날 이걸로 뭔가 좀 바꿔볼까 싶어 사부작사부작 만들면서 정크아트 세계를 만났고, 혼자 작업하기 힘들어서 찾아간 여러 자조모임을 통해 우울증의 늪에서 서서히 빠져나왔다.

“인간의 쓸모가 사라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사회가 버리는 쓰레기가 그걸 전달하기에 매력적인 오브제라는 생각이 들어서 정크아트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쓰레기로 조형작업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인간의 쓸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정크아트라 생각합니다. 사람이 버려지는 사회에 관해 얘기하고 싶고, 가능하다면 비즈니스를 통해 변화도 만들고 싶어요.”

– 구형승 작가

 

이런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들과 팀 작업을 통해 정크아트 전시회도 열고 사진이야기 책〈쓰레기, 인간〉도 제작했다. 정크아트의 치유적 효과를 믿으며 작업하던 중, 뜻밖의 딜레마를 발견했다. 환경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버려진 쓰레기로 작업했지만, 그냥 두면 재활용 쓰레기인 것을 글루건이나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면서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일반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쓰레기 이야기를 소재로 상상하며 문학이나 애니메이션으로 작업을 확장하기도 하고, 재료 자체를 환경에 무해한 것으로 바꿔보려 애썼다. 특히 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던 쓰레기 영웅 시즌 2 〈쓰레기 영웅의 그림책〉은 그림책이 가진 상호작용성에 주목한 사례다. 예술교육은 관계가 내용만큼이나 중요한데, 그림책이라는 매체는 구체적 스토리와 시각 작업이 같이 들어가면서 보는 사람도 이야기하기 편하다는 특별한 강점이 있다.

 

 

사람이 버린 게 사람의 마음을 구한다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는 “다정함이란 대상을 의인화해서 바라보고, 감정을 공유하고, 끊임없이 나와 닮은 점을 찾아낼 줄 아는 기술”이라 했다. 〈쓰레기 영웅의 그림책〉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과연 쓰레기에 감정 이입하면서 ‘다정한 서술자’가 되어봤을까?

 

어린이 청소년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한 참여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함께했다. 아직 자신의 쓸모에 대해 고민이 깊지 않은 어린이들은 환경 이슈 중심으로 흥미로운 애니메이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아이들은 깨진 도자기의 쓸모를 찾아가면서 개미들의 우산이나 집을 만들어주는 따뜻한 장면을 상상해낸다. 자신의 쓸모에 대해 아픔이나 고민이 있는 청소년과 성인들은 예상치 못한 감동과 위로의 순간을 만나기도 한다. 뭐든 쉽게 빨아들이지만 금세 더러워져 버려진 스펀지를 보고 타인의 말에 중심 없이 흔들리며 자책이 일상인 자신을 떠올리게 된다든지, 아직 멀쩡한데도 더 좋은 기능을 탑재한 신제품 탓에 밀려난 충전기는 여전히 일할 수 있고 일할 의지도 있는데 회사에서 뒷전으로 물러난 ‘나’처럼 보인다. 쓰레기에 내 마음을 이입하는 게 쉽진 않지만, 쓸모에 관해 얘기하고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왈칵 울음을 쏟기도 하고 서로가 귀 기울이면서 위로와 연대의 힘을 확인한다. 그저 부정적 감정이 해소되어 좋았다 차원이 아니라, 스스로 나의 쓸모를 정의하면서 잃어버린 에너지를 바로잡는 마법 같은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주변 친구들은 전부 취업을 해서 정해진 월급을 받으면서 안정적으로 살아가는데, 저는 올해 겨우 폐업을 면했습니다. 이렇게 제대로 해내지도 못할 거면서 사업을 왜 시작한 건지 제 자신이 한심하고 쓸모없게 느껴졌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불안함과 걱정들을 그림과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털어놓을 수 있어서 정말 속 시원했고, 저에 대해 돌아보면서 제가 열심히 잘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 참여자 리뷰 중: Z, 25세 남자, 사업자

 

쓰레기 영웅(Trash Human) 캐릭터는 ‘시즌 2 그림책’과 ‘시즌 3 쓰레기 왕국’을 거치면서 버려진 인간의 마음을 구하는 긍정의 에너지를 파워업하는 중이다. 구형승 작가는 인간의 형태를 가진 쓰레기 더미를 오래전부터 구상했고, ‘세상이 버린 쓰레기가 인간을 구한다’는 핵심 메시지를 구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자신의 예술은 우울증과 부정적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결말은 우리의 쓸모를 회복하고 삶의 활력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예술교육에 접근했다. 귀엽고 다정한 쓰레기 영웅 캐릭터는 최신식 무기 대신 붓이나 연필 등 예술도구로 무장하고 사람의 마음을 구하려 한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쓸모없다고 함부로 대하지 않는 마음이 사람을, 나아가 지구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 시즌 3 쓰레기 왕국
  • 〈아름다운 무지개 열매〉(쓰레기 왕국 어린이 작가 유도훈)
 

‘일단 믿는 마음이 중요해. 그다음에 찾아보는 거야. 그래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르지.’

*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드라마 〈고잉 마이 홈〉중

 

최근 코로나 엔데믹이 공식 선언되었지만, 코로나19 여파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전 지구적으로 기후 변화, 사회적 고립과 단절, 양극화 등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3년의 시간이 흘렀는데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일상 회복이라는 이름 하에 과거로 돌아갈 순 없다. ‘낡은 것은 갔지만 새 것은 아직 오지 않은’ 이 시기에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도 되돌아볼 순간들이 꽤 있을 것이다. 그중 하나로 코로나19와 함께 비대면 문화예술교육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참으로 많은 키트가 만들어지고 배포되었던 상황을 들 수 있다. 대면이 아예 불가능했던 때였으니 아쉬운 대로 효과가 있었다고 봐야 할지,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다고 해야 할지, 오히려 재활용도 안 되는 또 다른 쓰레기만 양산한 건 아닌지 생각이 많아진다.

 

구형승 작가는 예술교육 키트 상품 개발을 위한 사전 조사 차원에서 그동안 공공 지원으로 이루어진 여러 사례를 검토한 적이 있는데, 나름의 의미에도 불구하고 판매용 상품 개발에 참고하기에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한다. 〈쓰레기 예술 그림책 키트〉개발을 위해 미술치료사 자문을 받으면서 8개월 간 기획개발에 힘을 쏟았다. 무엇보다 정크아트 키트 상품인 만큼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재생지와 콩기름을 사용하고, 커피 찌꺼기 연필, 색종이 재활용 색연필, 흙 크레파스 등 다양한 소재를 도입했다. 2022년 서울 도봉구 혁신가 지원사업을 통해 개발했고, 모의펀딩대회에서 5,330만 원이라는 거액의 가상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텀블벅 펀딩으로는 백만 원 남짓 모였으니 ‘모의’와 ‘실제’의 괴리가 너무 컸다. 브랜딩도 열심히 했고 수백 명의 교육 참여자 피드백을 거쳐 만들었기에 자신 있었는데 냉정한 현실에 충격을 받았다. 사회적 가치를 응원하는 것과 실제 구매 사이에 아직 갈 길이 멀다.

 

“솔직히 멘붕 왔죠. 여전히 정답은 모르겠지만 깨지더라도 계속 들이받고 싶어요. 제 목표가 공공 지원에 너무 기대지 않고 자생성을 갖추는 거예요. 영업은 필수죠. 백화점 문화센터, 대기업 출강 건으로 제안서 보내면 몇몇 곳에서 실제 요청도 들어옵니다. 캐릭터 중심으로 예술콘텐츠 팬층을 만들면서 수익구조 다각화 작업도 계속할 겁니다. 흔히들 사회혁신 분야는 2년 넘기기 쉽지 않다고 해요.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비전도 잘 안 보이고 설득하기도 힘드니까. 그런데도 5년 동안 제가 이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건 이 일을 사랑하는 마음, 진심 때문이거든요.”

– 구형승 작가

 

 

쓸모로 증명되지 않아도 괜찮아

 

2020년에 제작된 〈Trash, Human〉 영상은 매우 암울하다. 생각해보면 ‘쓰레기 인간’이든 ‘인간 쓰레기’든 ‘쓰레기’라는 단어에 ‘인간’을 붙이는 순간 인간 말종을 의미하는 욕이 된다. 끝없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 역시 쓸모로 평가받기에, 효용이 다한 쓰레기로 인간이 비유되는 순간 인간 존재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리라. 최근 챗GPT 등 ‘폭주하는 AI가 뒤흔든 인간의 자리’를 걱정하는 소리도 많이 들린다. 쓸모로 증명되지 않더라도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

 

20대 사회혁신가가 꿈꾸는 세상은 소박하다. 내가 우울하거나 슬픈 걸 숨기지 않고 쉽게 얘기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 회사에서 지친 하루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유튜브 보면서 혼밥으로 마무리하기보다는 누구나 작은 예술작업을 하며 삶의 힘을 얻을 수 있는 세상. 아픈 마음을 다독여줬던 예술의 힘을 더 많은 이들이 느끼길 바라는 그의 건강한 욕심을 응원한다.

  • 영화〈Trash, Human〉(2022, SSLATE)
    [출처] 유튜브 Trash, Human

 

 

이선옥 한량처럼 살고 싶은 소음인. 하자센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술경영지원센터를 거쳐 수원문화재단 책문화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4년 문화예술교육 허브사이트 ‘아르떼’와 ‘웹진땡땡’을 만든 시조새였던 이유로 웹진 [아르떼365]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dal0310@naver.com
페이스북 @sonok.lee

 

 

< 출처 : 아르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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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