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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힘으로표현의 장벽을 넘는다 : 예술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

 

 

예술은 표현이다. 세월에 밀려 늦게 사 한글을 배운 곡성 할머니들은 글말로 일상을 표현하는 시인이 되었고(영화 <시인할매>) 칠곡 할머니들은 자기 스타일과 개성을 글꼴로 표현한 디자이너가 되었다(영화 <칠곡가시나들>). 글꼴이 널리 쓰임에 칠곡 할머니들이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한 말은 자기를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

 

할머니들처럼 꾹꾹 눌러두었던 표현의 욕망을 늦게서야 달랜 경험은 내게도 있다. 빨리 취업해 살림에 보탤 지름길을 찾으라는 부모님의 강요에 미대가 아닌 사범대에 입학한 이후 이십 년 가까이 그렇게 좋아하던 그림을 한 번도 그려본 적이 없다. 어쩌다 예술의 도시 빈(Vienna)에 살게 된 어느 날, 용기 내 찾은 스튜디오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스튜디오 미술 강습은 험난한 박사과정을 잘 끝낸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인상 좋은 선생님은 첫 강습을 받는 나이 많은 학생에게 무섭게도 오일과 유화 붓을 꺼내셨다. 손을 떨며 완성한 첫 유화를 마주한 내 기분은 영화 속 할머니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귀국 이후 지금까지 캔버스 앞에 다시 앉지 못하지만 그림을 그렸던 두 달의 기억으로 나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

 

속엣것을 꺼내 표현하려면 매체(media)가 필요하다. 할머니들에게 한글, 나에게 유화물감은 사치스러운 매체였고 생각과 감정, 경험을 표현하지 못하게 하는 장벽이었다. 디지털 기술은 배우고 표현할 수 있게 하는 자원(resource)에 누구든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포용성(inclusion)이 그 특징이다. 또한 디지털 기술은 보통 사람들도 자신의 역량을 꺼내고 발휘해 바깥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한다(empowerment). 이런 디지털 기술의 매력을 배우고 가르치는 일에 입혀 보고 싶은 마음에 나는 교육공학을 공부했다. 교육 현장의 여러 장벽을 넘고, 배우고 가르치는 사람들이 수동적 위치에서 벗어나 자신의 참된 모습을 발견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 디지털 기술에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런 디지털 기술의 장점으로 자기를 표현하는 청소년들을 ‘디지털 리터러시’ 연구에서 만났다. 특수학교 고1 교실에는 서로 다른 어려움을 가진 학생들이 있었다. 그중 한글을 모르던 한 아이는 글말로는 자신을 표현 못 했지만 자신이 키운 토마토의 성장을 사진으로 기록한 뒤 당시의 감정을 표현하는 이모지(emoji), 사운드와 함께 하나의 영상으로 렌더링해 친구들에게 공유하는 디지털 여정을 경험했다.

 

  • 칠곡할매체(공유마당(출처)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 한글 대신 이모지로 감정을 표현하는 아이
 

이모지, 픽토그램 – 더나운프로젝트, 잉크스케이프

 

이모지나 픽토그램은 감정과 사물, 동작, 개념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어 인포그래픽, 웹사이트, 안내문, 표지판 등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더나운프로젝트와 같은 사이트에서 픽토그램을 찾아보자. 이때 중요한 것은 머릿속 생각을 명확하게 검색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원하는 이미지를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이다. 반대로 픽토그램을 제작(예를 들어 잉크스케이프)한 후 더나운프로젝트에 업로드해 공유 혹은 판매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모델 – 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

 

최근 대중화된 인공지능 서비스로 인해 디지털 기술의 포용성은 더 커지고, 우리는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달리 2(Dall-E 2)를 활용한 인공지능 기반 디자인 서비스인 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로 소셜미디어 게시물, 초대장, 브로슈어 등을 만들어보자. 주어진 템플릿을 이용해도 좋고, 아래와 같이 인공지능을 이용해 이미지를 생성할 수도 있다.

 

 

미술을 어려워하는 아이 중에는 색상 맞추기를 곤혹스러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때는 색상 팔레트를 생성해 주는 인공지능 서비스(AI Colors 또는 DESIGNS.AI)를 이용해 보자.

 

인공지능 음악 생성기 – 크롬뮤직랩

 

디지털 리터러시 연구에서 만난 또 다른 학생은 국제고등학교에 다니며 생태 심리학을 전공하고 싶어했다. 진로 관련 책을 읽고 발표하는 활동에서 이 학생은 30초쯤 되는 음악을 들려주었다. “태어나 처음 숲에 온 도시 꼬마의 놀람과 설렘”을 표현한 것이라 했다. 음악에 소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루는 악기가 있는 것도 아닌 이 학생은 크롬뮤직랩의 송메이커를 이용해 클릭만으로 자기 아이디어를 멜로디로 바꾸었고, 흔한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대신했다.

크롬뮤직랩에는 이 밖에도 소리나 리듬, 멜로디, 화음 등 기본적 음악 요소뿐만 아니라 길이나 주파수와 소리의 관계를 재미있게 배워 볼 메뉴가 있다. 각자의 디지털 기기에서 각 메뉴를 선택해 음악을 함께 합주해 보는 것도 좋다. 특히 ‘공유 피아노’(shared piano) 메뉴의 경우 링크를 공유해서 여러 사람이 하나의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 재미있는 활동이다.

크롬뮤직랩은 구글실험 중 하나로 이 온라인 쇼룸에는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오픈소스를 이용해 예술 프로젝트를 만들어 제출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을 이용한 실험은 별도로 컬렉션이 마련되어 있으니 확인해 보자. 이 중 인기 있는 프로젝트인 스크루블리는 디자인 전문 지식이나 코딩 없이도 사용자의 라이브 모션을 매핑(Mapping)해 디지털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다.

 

추천할만한 또 다른 컬렉션은 구글 아트 앤 컬처를 이용한 실험이다. 미술품을 감상하는 여러 서비스뿐만 아니라 음악과 관련된 실험도 있으니 확인해 보자.

 

 

저작권과 윤리적 책임

 

창작의 반경을 넓혀주는 디지털 기술은 표현의 즐거움 못지않게 책임의 무거움도 뒤따른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대규모로 복사하거나 배포하기가 쉬워 저작권 침해나 윤리적 문제가 흔히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창작과 함께 법이나 윤리적 책임을 다하는 것을 다루어야 하며, 최소한 다음 네 가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아동과 청소년 대상 교육자라면 웹사이트나 서비스별 사용 연령을 확인한다. 둘째, 작품이나 콘텐츠를 창작함에 있어 나와 타인의 개인정보나 저작권을 보호한다. 셋째, 편향되거나 폭력적 내용 혹은 개인과 사회에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치는 것을 창작하지 않도록 유의한다. 넷째, 어떤 서비스를 활용해 창작한 것인지 밝힌다. 이와 관련된 퀴즈를 이용해 문제를 풀어보고 함께 토의해 보는 것도 좋다.

디지털 기술은 예술적 표현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며, 누구나 자신의 표현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연다. 이러한 디지털 세계는 물리적 세계와 구분되는 특징이 있지만, 우리는 그 경계가 더욱 모호해지는 삶을 살고 있다. 예술적 표현의 자유도가 높아지는 만큼 책임과 위험도 마찬가지임을 꼭 기억하고, 디지털로 예술을 만나보자.

 

박영민교육공학자. 한국과 미국, 유럽에서 엄마이자 학생, 연구자, 교육자로 살았다. 배움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저마다 숨겨진 역량을 꺼내 발휘하는 방법을 에듀테크와 인지과학, 학습과학, 지식정보관리, 명상에서 찾아 나누고 있다. 그 여정에서 <MS 팀즈 수업디자인>(2020)과 <블렌디드 수업 디자인>(2021)을 기획 및 공저했으며, 「디지털 리터러시」 교과서와 교육과정을 함께 설계하고 제작했다. 현재 부산광역시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에서 교육정책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digitalpark21@gmail.com

 

 

< 출처 ; arte 3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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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