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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 김인정

302.5 김69ㄱ  사회과학열람실(3층)

 

 

책 소개

 

수전 손택 이후 20년,
‘지금 이 시대의 고통’을 다루는 저널리스트, 김인정이 세계를 향해 던지는 뼈아픈 질문
“우리는 너무 손쉽게, 너무 많은 죽음을 본다”

 
 

2023년 8월, ‘칼부림’, ‘살인 예고’, ‘무차별 범죄’와 같은 키워드가 뉴스를 뒤덮었고, 충격적인 현장을 담은 영상과 이미지가 끝없이 유포되었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벌어진 참사의 이미지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목격한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일어난 일이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참사와 범죄를 실시간으로 목격한 사람들은 출퇴근길 지하철도 두렵다고 호소하고, 작은 소동을 흉기 난동으로 오인하여 대피하다 부상을 입기도 했다.


뉴스와 소셜미디어가 합세해 지금 전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생중계하는 시대, 전 세계를 연결하는 저널리스트 김인정은 수전 손택 이후 20년 ‘타인의 고통’을 다시 시대적 화두로 가져온다. 이제 타인의 고통은 단순히 연민과 대상화를 넘어 더 많은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을 위해 경쟁하는 ‘고자극 콘텐츠’가 되었다. 너무 많은 죽음을 지켜보는 ‘고통 구경하는 사회’에서 죄책감과 무력감은 필연적인 수순이다. 스마트폰이 희생자가 심폐소생술을 받는 모습을 담을 때, CCTV 화면이 범죄자가 흉기를 들고 사람들을 위협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드론 카메라가 지하차도에 시내버스가 잠겨 있는 모습을 비출 때. 이러한 장면들의 효용은 무엇일까? 고통을 보는 일은 그저 사회적으로 불안감과 공포심을 가중하며, 전 국민을 트라우마에 빠지게 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고통을 바라보는 시선을 거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는 고통을 구경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아닌, 목격한 뒤 우리에게 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는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저자는 국내 재해 현장과 홍콩 시위 한복판, 광주 평화광장과 캘리포니아주의 마약 거리를 종횡무진하며 고통을 변화의 시작점으로 만드는 방법을 모색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함께 뒷이야기를 씀으로써 변화를 만들어내는 ‘공적 애도’라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우리의 ‘응시’는 어떻게 변화의 동력이 되는가. 이 책과 함께, 연민과 공감, 대상화라는 한계를 끌어안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차근차근 모색할 수 있다.

 

 

 출판사 서평

 
 

“우리는 이색적인 죽음에만 즉각 반응한다”
‘고통의 포르노’를 넘어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고통의 균형

이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고통 중 뉴스의 거름망을 통과하여 우리가 보게 되는 고통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극적이며, 이색적인 고통이라는 것이다.
2022년 SPC 제빵 노동자 끼임 사고는 산업재해로서는 이례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었다. 많은 기사가, 노동자가 소스를 배합하는 과정에서 기계에 어떻게 끼었는지, 죽음의 순간을 생생히 그려볼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게 서술했다. 자극적인 묘사는 비판의 대상이 되었지만, 훼손된 신체로 충격을 주고 나서야 대중이 반응했다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보이는 고통’만 주목받는 사이, ‘보이지 않는 고통’과 ‘보여줄 수 없는 고통’은 상대적으로 소외된다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끼임 사고로 신체가 절단되는 일뿐만 아니라, 고압 전류를 다루는 전기원들이 연달아 백혈병에 걸리는 일에도 관심을 둔다. 꼭 ‘스펙터클한’ 고통만 보여줄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흔한 고통이 문제가 아닌 문화가 되고,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가 ‘계속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되지 않는 패러독스 속에서, 저자는 잘 보이지 않는 고통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이는 위계를 부여하여 기우뚱해진 고통의 저울에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다.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홀로 고치다 숨진 김 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작업하다 석탄 이송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하청 노동자 김용균 씨. 우리가 기억하는 이름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여전히 하루에 6명이 넘는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고 있다.”_p.100

“고통은 어떻게 드라마가 되는가”
뉴스는 하지 못하고, 넷플릭스는 해낸 것

2023년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나는 신이다〉가 불러일으킨 반향은 엄청났다. 대중의 이례적인 공분에 검찰총장까지 나섰고, 대규모 로펌의 변호인단이 전원 사임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2011년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도가니〉는 자칫 묻힐 뻔한 인화학교 성폭력 사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딱딱한 뉴스를 생생한 스토리텔링으로 전달했다는 것, 그럼으로써 뉴스가 만들어내지 못한 변화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이는 많은 이들이 뉴스에 등을 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양한 콘텐츠가 현란한 화면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지금, 건조하게 사실을 전달하는 뉴스에 마음을 포개기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뉴스의 위기를 직면하며, 저자는 “뉴스는 세상의 수수께끼들을 보여주지만, 모든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는 못한 불완전한 매체”임을 인정한다. 그러므로 뉴스는 보는 것에서 끝나는 매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기자와 시청자가 함께 뉴스를 완성해 가야 한다고 촉구한다.

이 책을 읽은 김지수 기자는 “단죄하거나 단정하지 않는 저널리스트가 있는 사회는 희망이 있다”고 했다. 1장에서 고통을 소비하는 세태를 진단한 저자는, 2장에서는 사회가 납작하게 대상화하는 고통의 맥락을 복원한다. 3장에서는 나의 타임라인에서 소외된 낯선 고통의 모습을 발견하고, 마지막 4장에서는 모든 이야기를 변화로 꿰어낼 공적 애도의 자세를 제안한다. 공동체가 뉴스의 뒷이야기를 써 내려가도록 독려하는 이 구성은,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선연한 지도가 된다.

‘나일 수 있었다’는 무책임한 말들,
알고리즘과 구독에 갇힌 타임라인을 빠져나와 세계와 접속하는 법

“그들은 우리와 너무나도 닮았다”. 2022년 다니엘 해넌 전 영국 보수당 의원이 우크라이나인들을 일컬어 한 발언은 국제적인 논란을 즉시 불러일으켰다. 선의에서 비롯되었을지언정, 순식간에 유럽 바깥에서는 생명이 위협받는 것을 당연한 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말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떳떳한가. 홍콩 시위 때 많은 매체가 우리가 자주 가는 관광지이며 좋아하는 영화의 촬영지였다는 등의 수식을 더했다. 참사와 재해를 전하는 뉴스에서 “나일 수 있었다”는 경구는 클리셰처럼 등장한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러 고통을 마주했던 저자는 소셜미디어를 주축으로 뉴스의 소비가 극도로 개인화된 시대, 우리가 다른 집단과 사회, 지구 공동체를 감각하는 능력을 상실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극도로 편향된 필터 버블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도 공감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나와 연관되지 않은 일 역시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의 테두리를 빠져나와 더 큰 ‘우리’의 세계를 생각하는 길을 알려준다. 이는 나의 가시권 안에 한정된 연민으로 흐트러진 고통의 질서를 복원하고, 좁은 타임라인에서 빠져나와 더 넓은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 죽음은 애도할 만한가”
우리는 모두 타인의 고통에 빚지고 있다

“슬픔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노력을 무력화하는 익숙한 경구는 늘 애도를 사적인 영역으로 밀어넣는다. 하지만 저자는 지금 우리에게는 ‘공적 애도’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이야기한다.
최악의 고통과 끔찍한 상실을 겪어낸 뒤, 사건을 공론화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중 앞에 고통을 꺼내든 사람은 취약해진다. 그들을 ‘감정적’이며 ‘비이성적’이라고 비난하고,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며 힐난하기란 쉬운 일이다. 하지만 이는 부정과 분노를 이겨내고, 트라우마를 반복 재생하면서까지 고통을 들고 일어선 이들에 대한 존중이 아니다.
그들은 같은 이름의 다른 고통을 막을 수 있는 길을 가리킨다. 상실과 슬픔, 우울과 기억의 혼돈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자 하는 그들을 위해, 우리는 성실하게 슬퍼해야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한 후, 무엇을 잃었는지 사유하고 고쳐나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파편으로 남겨진 외로운 사적 애도를 위해, ‘왜’, ‘무엇을’, ‘어떻게’를 이야기 속에 채워주어야 한다. 이때 애도가 정치로 흐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모두 타인의 고통에 빚지고 있다. 어떠한 죽음과 상실은 사회의 결핍을 가시화된 기호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 공동체가 슬퍼하기로 한 죽음은, 그들이 욕망하는 사회의 모습을 알려준다.
그러므로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타인의 고통뿐만 아니라, 우리가 선택한 미래를 향해 있다. 무엇을 애도하는 사회인가. 이 죽음은 애도할 만한가.

 

 

목차

 

추천의 글

들어가며: 고통을 보여주는 일

1장. 새롭고 특별한 고통이 여기 있습니다

좋아요와 리트윗, 그 이상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까지
뉴스가 끝난 뒤에 시작되는 것

2장. 타인의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

날씨는 모두에게 공평하다는 거짓말
재해는 어떻게 문화가 되었는가
아픔이 혐오가 될 때
빈곤 포르노를 넘어, 개인의 고통에 대한 사회의 책임
어떤 이야기는 이름을 갖지 못한다

3장. 나와 닮지 않은 이들의 아픔

우리가 알고리즘 밖으로 나올 수 있다면
트리거 워닝: 눈길을 사로잡거나 돌리게 하거나
고통의 현지화가 필요할 때
지역에서 유독 사건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이유
만들어진 전쟁, 젠더 갈등

4장. 세계의 뒷이야기를 쓰기 위해서

그저 뉴스거리로 끝나는 많은 일들
연민이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고 해도
언어, 계급, 인종을 넘어서는 보편적인 언어
사적 애도를 위한 공적 애도

나가며: 영원히 움직이는 텍스트
참고한 책들

 

 

< 내용 출처 : 교보문고 > 

:
Posted by sukji

 

 

노동 담당 기자가 추천하는  ‘일’과 ‘사람’을 다룬 신간들

 

1. 베테랑의 몸  / 희정 / 한겨레출판 / 정리 중

2.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서유미 외 / 문학동네 / 정리 중

3.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세라 자페 / 현암사 / 정리 중

4. 디지털 팩토리 / 모리츠 알텐리트 338.47004678A466dKㄱ / 사회실(3층)

 

 

 

조해람 기자

모처럼만의 황금 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휴식은 달콤하지만 연휴가 끝난 뒤 출근할 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쌓인 업무, 인간관계, 거래처들…. 아예 연휴 기간에 출근하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저도 연휴 중 하루는 당직근무가 예정돼 있답니다.

저는 작년부터 노동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노동 분야를 취재하다 보면 가끔, ‘일이 뭐길래 우리를 이렇게 힘들게 할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누군가와 ‘일’이라거나 ‘출근’ 같은 주제로 대화를 했을 때, 행복한 웃음보다는 한숨을 들은 경험이 저는 훨씬 많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우리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계약’을 맺은 것 뿐인데, 왜 항상 몸과 마음이 어딘가 짓눌린 듯 힘겹게 살게 되는 걸까요. ‘노동은 신성한 것’이라고 배워 왔는데 내 현실은 왜 이럴까요.

간단히 답을 찾기는 어렵겠지만, 생각할 거리를 함께 나눌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연휴를 맞아 최근 인상깊게 읽은 노동 관련 신간들을 소개합니다. 일하는 모든 이들의 고민을 어루만지고, 우리의 노동은 왜 이렇게 됐고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짚어보고, ‘나’를 넘어 ‘우리’를 생각하게 하는 책들입니다. 올해 하반기 나온 신간들로 추렸습니다.

#1 ‘베테랑의 몸’ 희정(글)·최형락(사진) | 한겨레출판

 

조해람 기자

 

“저 자세를 안다. 오랜 시간 한자리에서 일한 사람만의 태가 있다.”

 

일이 몸에 붙고, 몸이 일을 닮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평생 한 가지 노동을 꾸준히 해 온 ‘베테랑’들입니다. 이들에게 일은 나와 뗄 수 없는 무엇, 긍지, 자부심, 때로는 아픔, 결국에는 ‘삶’과 동의어가 됩니다. ‘베테랑의 몸’은 노동 현장에서 삶의 잔뼈가 굵어진 장인 12명의 인터뷰 모음집입니다.

어떤 이들은 ‘베테랑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어떤 이들은 손부터 내젓습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자신의 일에 대해 말할 때면 아이처럼 눈을 빛냅니다. 제철 식자재를 보면 어떤 요리를 해줄지 생각만으로도 즐겁다는 조리사 하영숙, 보이지도 않는 바닷속 바위의 위치를 ‘감’으로 찾아 그물을 내리면 늘 틀림이 없는 어부 박명순·염순애 부부, 아흔 평생 수많은 신문과 책을 찍어온 1934년생 식자공 권용국까지. 덤덤하지만 누구보다 단단한 장인들의 자부심에서는 도를 닦는 구도자의 자세까지 읽힙니다.

베테랑들에게 늘 ‘일의 기쁨’만 있는 건 아닙니다. 세신사 조윤주는 IMF 사태에 회사가 망한 뒤 청소·간병 등 “여자 일자리”를 전전했고, 끼니도 거르며 그림을 그리던 일러스트레이터 전포롱은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사회가 말하는 ‘예쁜 몸’을 그리지 못해 파스텔을 놓았습니다. 고층빌딩 외벽을 타고 하늘을 누비는 로프공 김영탁의 걱정은 ‘남의 방충망을 잘못 밟아 물어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베테랑들은 역시, 쓰러지지 않습니다. 장인으로서의 자부심과 타인과의 연대를 두 다리로 삼아 다시 일어납니다. ‘믿을 건 내 기술뿐’이라는 마음으로 살던 32년차 세공사 김세모는 이제 “베테랑은 내가 아니라 우리가 일한다는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일러스트레이터 전포롱과 같은 고민에 빠졌던 배우 황은후는 이제 자신의 몸을 ‘어떤 배역이든 생명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터’로 연마합니다. 타인의 노동을 대상화하거나 낭만화하지 않고 그대로 존중하는 희정의 문장이 따뜻하고, 최형락의 감각적인 사진으로 눈이 즐겁습니다.

 

▶ 책 속으로

“여기에 한 번 그물을 던졌는데, 안 잡힌다고 계속 자리를 이동하면 안 돼요. 물때가 맞으면 고기들은 와요. 사람은 거짓말해도 고기는 거짓말 안 해. 언제고 와. 끝까지 참고 기다리면. 몇 번 해 보고 포기하는 사람은 안 돼. 못 잡아.”(어부 박명순·염순애, 121p)

세신사가 빨간색이나 검정색의 속옷을 입는 이유가 있었다. “눈에 잘 띄어야 손님이 다가오기 쉽잖아요.” 영업 전략이었다.…(중략)…강해 보인다거나 촌스럽다거나 화려하다거나, 그런 한가한 감상은 들어올 자리가 없는 작업복이었던 게다. (세신사 조윤주, 223p)

주름진 손으로 돌같이 검은 활자를 차분히 쌓아 올리는 그를 보자니, 일터가 고요했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오롯한 집중. 어쩐지 그 모습이 기원을 품고 돌탑을 쌓는 것만 같았다. 차곡차곡 쌓아올려 완성을 이룬다. 세월의 풍파에 다소 허물어질지라도.(식자공 권용국, 361p)

 

 

#2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서유미 외 | 문학동네

 

조해람 기자

 

“세상을 구하는 것도 아니고 지구를 지키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일하는 게 힘들까?”

 

우리 사회의 ‘먹고사는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뤄보자며 소설가들이 뭉쳤습니다. 소설 ‘표백’과 여러 번의 방송 출연으로 대중에게 친숙한 장강명 작가의 제안이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사실적으로 그리는 한국소설이 드물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한 11명의 작가들은 ‘월급사실주의’라는 이름으로 동인을 결성했습니다. 이런 규칙도 세웠습니다. “한국 사회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다.” “당대 현장을 다룬다” “발품을 팔아 사실적으로 쓴다”….

소설가들은 우리 사회 구석구석의 노동을 예리한 눈으로 꼼꼼히 포착했습니다. 식품 공장 여성 노동자들(김의경 ‘순간접착제’), 먹고살기 위해 설계 비위를 저지르는 건설현장 소장(임성순 ‘기초를 닦습니다’), 코로나19로 구조조정에 내몰린 여행사 직원들(장강명 ‘간장에 독’)까지. 11편의 단편은 너무나 현실적인 오늘날 ‘나’와 ‘너’의 이야기들입니다.

변화하는 시대상에도 예민하게 반응했습니다. ‘플랫폼’이라는 이름 아래 점점 쪼개지고 녹아내리는 노동시장이 고스란히 반영됐습니다. 월급사실주의 동인은 “비정규직 근무, 자영업,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노동은 물론 가사, 구직 학습도 우리 시대의 노동”이라고 말합니다. 배달노동과 상하차를 전전하는 청년(주원규 ‘카스트 에이지’), 아파트와 아파트를 바삐 오가는 청년 여성 학습지 교사와 그를 바라보며 과거 같은 일을 했던 경험을 떠올리는 또다른 여성(서유미 ‘밤의 벤치’)의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의 노동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다른 이들의 처지에 가닿습니다. 그렇게 ‘나’를 넘어 ‘너’를, ‘우리’를 생각하게 되는 게 이야기의 힘입니다. 점점 쪼개지고 있는 오늘날의 사회는 ‘다른 위치’에 선 이들의 얼굴을 종종 잊게 만듭니다. 11편의 단편소설을 건너고 건너다 보면, 우리가 잊고 있던 감각을 다시 떠올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 책 속으로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몇몇 천재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부동산에 매겨지는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는데 성실한 노동의 가치는 추락한다.…(중략)…나는 저 현상들의 한가운데 있으며 그 현상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원인도 모르고 대책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알고, 그 고통에 대해서는 쓸 수 있다.(장강명 ‘기획의 말을 대신하여’ 11p)

그러면 다시 묻겠지. 오늘도 오후 세시에 지하철 2호선에서 나갈 자신이 있냐고, 오토바이에 올라타 돈 벌 자신 있냐고…(중략)…끝으로 하나만 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내 지겨운 스무 살, 사과받지 않고도 살아갈 자신 있냐고.(주원규 ‘카스트 에이지’, 271p)

“근데 제가 부품처럼 느껴져요. 일이 년에 한 번씩 교체되는 부품이요. 여길 떠날 때쯤 제가 얼마나 마모되어 있을지 모르겠어요.”

“……부품이 나빠?” (지영 ‘오늘의 이슈’, 287p)

 

#3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세라 자페 | 이재득 역 | 현암사

 

조해람 기자

 

“우리는 왜 열심히 일할수록 더 지치고 외로워질까.”

올해 초 온라인에는 ‘누칼협(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떠돌았습니다. 누군가 직장생활의 힘듦을 토로하면 ‘누가 그 일 하라고 칼 들고 협박했냐’고 빈정대는 식이죠. 그런데 ‘누칼협’이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말일까요? 사실 우리는 예전부터 비슷한 말을 들어 왔습니다. ‘네가 좋아서 하는 일이잖아’ ‘네가 선택한 일이잖아’…. 나는 힘들어 죽겠는데 세상은 ‘네 일을 사랑하라’며 꾹 참으라고 합니다. 이런 경험, 다들 있지 않나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세라 자페는 ‘네 일을 사랑하라’는 현대사회의 계율을 ‘만들어진 신화’라고 단언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일을 사랑해야 한다’같은 미사여구는, 결국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착취하도록 몰아넣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자페 스스로도 이 ‘사랑하는 일’ 이데올로기에 붙잡힌 처지를 고백합니다. “난 오늘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장장 12시간을 보냈다. 현재 시각 오후 8시. 전자레인지에 데운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수프를 먹으며 꽤 잘 쓴 내 글을 보고 흡족해하고 있다.”

10명의 직장인을 만난 자페는 1부에서 가정주부·가사도우미·교사 같은 돌봄노동자 이야기에 집중합니다. 주로 여성이 많이 일하는 직군인데요. 자페는 사회가 여성들에게 ‘사랑과 돌봄은 여성의 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고된 노동을 강요했다고 폭로합니다. 우리가 아는 ‘가족’이란 자본주의의 존립을 위해 근래 등장한 시스템이며, 이를 지탱하기 위한 돌봄·요리 등을 여성에게 ‘몰빵’했다는 겁니다.

‘즐기는 일’을 다룬 2부에서는 예술가·운동선수부터 프로그래머, 시간강사, 인턴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건강이 상하는 줄 알면서도 밤을 새우는 프로그래머, 무급으로 인턴들을 착취하면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동경과 희망고문을 자행하는 기업들의 모습을 고발합니다. 이 함정에 탈출구가 있을까요. 자페는 일에 대한 ‘만들어진 사랑’ 대신, 함께 노동하는 내 옆의 사람을 향한 사랑을 시작하자고 제안합니다.

▶ 책 속으로

일은 절대로 당신을 사랑해주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일터에서 행복해야 한다는 강요는 늘 일하는 사람에게 감정 노동을 요구한다. 일에 무슨 감정이 있단 말인가.(‘일하러 오신 걸 환영합니다’ 26p)

다시 말해 교사들은 아마도 최고의 사랑 노동자들인 듯하다. 예산을 줄여야 할 때면 그 줄어든 범위 내에서 더 많은 일을 해내라는 기대를 받으면서도, 그런 예산 삭감으로 문제가 생기면 비난을 떠안는 것도 교사들이다.(‘사명감이라는 이름으로: 교사’ 127p)

밤늦게 일하는 사무실은 파티 같기도 하고 뭔가 중요한 일에 다 함께 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지배한다. 스튜디오 고보의 홈페이지에는 또 이런 내용이 있다. “재미가 저희가 하는 일의 핵심입니다. 우리는 재밌는 게임을 만들려면 게임을 만드는 일도 재밌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재밌다는 분위기는 윗선에서 직접 압박을 주지 않아도 매일 더 오래 일하도록 직원들을 가두기 위한 계획에 불과하다.(‘좋아하는 일이니까 다 괜찮지는 않습니다: 프로그래머’ 367p)

#4 ‘디지털 팩토리’ 모리츠 알텐리트 | 권오성·오민규 역 | 숨쉬는책공장

 

 

조해람 기자

 

“플랫폼은 오늘날 디지털 자본주의의 전형적인 공장이 될지도 모른다.”

 

먼 훗날 한 화가가 2023년 한국의 도시 풍경을 스케치한다면 무엇을 떠올리며 그림을 그릴까요? 저라면 ‘쿠팡 트럭’과 ‘배달의민족 라이더’를 꼭 그려넣을 것 같습니다. 어느덧 도시 풍경의 일부가 된 이들은 플랫폼에서 일감을 구하는 전형적인 ‘플랫폼 노동자’입니다. 오늘날 플랫폼 노동은 물류·배달은 물론 IT, 돌봄노동, 문화예술,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거대한 ‘공장’으로 대표되던 자본주의는 새 시대를 맞는 걸까요? 많은 플랫폼 기업들이 광고하듯 우리는 드디어 자유롭게 일감과 노동시간·장소를 선택할 수 있는 유토피아에 진입한 걸까요? ‘긱 이코노미’ 시대의 노동을 오래 연구해 온 모리츠 알텐리트는 절대 아니라고 말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이르러 공장은 ‘공장 건물’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집과 동네 같은 시공간 전체로 확장됐다는 겁니다.

알텐리트는 아마존 같은 물류센터에서 시작해 전 지구의 플랫폼 노동 현장을 하나씩 해부합니다. 디지털·자동화라는 환상 뒤에 가려진 ‘진짜 노동’의 현실입니다. 하루 종일 서양의 게임 유저들에게 팔 아이템을 ‘파밍’하는 중국의 ‘골드 파머’들, 오류를 찾기 위해 수만 번의 클릭을 반복하는 게임 테스터들, 전 지구에 퍼진 재택근무 노동자들과 SNS 유해 콘텐츠 모니터링 요원들의 사례를 저자는 날카롭게 분석합니다.

알텐리트가 발견한 것은 공장 시대의 통제·감시가 일상 속으로 파고든 모습입니다. 플랫폼 기업들이 비공개 알고리즘으로 노동자의 발걸음 하나까지 통제하면서, ‘유연한 고용’을 악용해 노동자에 대한 책임은 피하는 현실이 드러납니다. 옮긴이의 말을 빌리면, 책은 “공장제도에 근거한 노동법은 낡았다”는 자본의 주장에 “온 세상이 공장이 됐다”고 반박합니다.

저자는 자동화에 대한 사회적 질문과 대안적 비전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우리 사회는 어떤 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분명한 건 ‘플랫폼’을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의 노동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 책 속으로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다른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피커에게는 시간당 60~180건의 피킹에 대한 명확한 성과 목표가 부여된다. “일단 목표에 도달하면 이튿날이나 다음 시간에는 거의 항상 목표가 더 높아집니다. 한 번은 상사에게 물어봤더니 스포츠맨답게 행동하라고 하더군요.” (‘글로벌 공장’ 79p)

불만이나 문제가 발생하면 아마존은 정규직보다 훨씬 쉽게 독립계약자를 해고할 수 있으며, 이를 긱 경제 전반에 걸쳐 노동자에 대한 징계 수단으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노동자가 고객 불만을 피하고 고객과 플랫폼을 만족시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며, 높은 평가 등급을 받아서 더 많은 일감을 얻으려 하고, 긱 경제에서 해고 통지서나 다름없는 계정 정지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만들 수 있다.(‘글로벌 공장’ 110p)

분산된 노동자를 분해, 표준화, 감시를 통해 조직화하는 디지털 기술의 가능성이 크라우드워크의 중요한 측면 중 하나이지만, 특정한 계약 및 임금 형태를 통해 구현되는 급진적인 유연성도 또다른 측면을 보여준다.…(중략)…작업자를 규제하는 계약 방식은 최대한 유연성을 촉진하고 플랫폼이 작업자에 대한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분산된 공장: 크라우드워크’ 198~199p)

 

< 출처 : 경향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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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파괴’ 현실로…“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엔 사람 안 뽑아”

 

IBM 크리슈나 대표, 인사 등 지원업무 꼽아
고객 비대면 업무 30% 5년내 자동화 예상
다른 기업들 뒤따를땐 일자리 영향 가속화

 

아이비엠이 향후 몇년 내에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있는 업무에는 지금부터 사람을 뽑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아이비엠 베이징 빌딩.

 
 

미국 컴퓨터 제조 대기업 아이비엠(IBM)이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있는 업무에는 사람을 뽑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기업들이 아이비엠 같은 채용 전략을 채택할 경우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감소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아이비엠의 아르빈드 크리슈나 최고경영자(CEO)는 2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몇년간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업무에는 신규 채용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그는 그런 업무의 사례로 인력 개발 및 평가, 보상 등 인적자원(HR)을 관리하는 것과 같은 후선지원업무(백오피스)를 들었다.

 

크리슈나는 “아이비엠에서 고객과 직접 대면하지 않는 이런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은 약 2만6000명에 이른다”며 “이 가운데 30%는 앞으로 5년에 걸쳐 인공지능과 자동화 시스템으로 대체되는 걸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앞으로 5년 동안 약 7800명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걸 뜻한다. 아이비엠 대변인은 “줄어든 일자리의 일부는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슈나 대표는 앞서 지난 4월 경영전문지 <포천> 기고문에서 “오늘날의 직원들은 인공지능과 함께 일할 준비를 해야 한다”며 “인재 채용, 승진, 관리에 필요한 일을 자동화하는 기술을 시험 적용한 결과 인적자원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인원을 700명에서 50명 미만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발표한 인공지능 보고서에서도 사무 및 행정 업무는 인공지능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분야로 꼽혔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챗지피티(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미국과 유럽연합에서만 3억명의 일자리를 자동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미국과 유럽의 일자리 중 3분의 2는 어떤 형태로든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화의 영향을 받으며, 4분의 1은 완전히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재직 증명서 발급이나 부서간 이동 같은 일상적인 업무는 완전히 자동화 시스템으로 바뀔 것이다. 픽사베이

 
 

인공지능의 일자리 파괴, 새 국면 진입

 

아이비엠의 방침은 인공지능 도입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인데다 적극적인 의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블룸버그>는 아이비엠의 계획은 급속한 기술 발전에 대응해 발표된 것 가운데 가장 포괄적인 인재 전략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다.크리슈나는 예컨대 재직 증명서 발급이나 부서간 이동 같은 일상적인 업무는 완전히 자동화 시스템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직의 인력 구성, 생산성 평가와 같은 일부 기능은 향후 10년 동안은 자동화하거나 인공지능으로 대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전 세계에 26만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아이비엠은 그러나 소프트웨어 개발과 고객대면 업무 분야에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아이비엠의 새로운 인력 운용 전략은 인공지능의 일자리 영향력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음을 시사한다.

 

최근 10년간 몸담았던 구글을 그만둔 인공지능의 권위자 제프리 힌튼 박사는 지난 1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이 결국엔 고용 시장을 전복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은 챗지피티와 같은 챗봇이 사람을 보완하는 경향이 있지만 나중엔 변호사 보조원, 개인 비서, 번역가와 기계적인(단순반복) 업무 처리를 하는 사람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보고서는 그러나 자동화가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크게 높여 세계 경제 전체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인공지능에 의한 ‘생산성 붐’은 앞으로 10년에 걸쳐 전 세계 연간 국내총생산(GDP)를 궁극적으로 약 7% 증가시킬 수 있다고 추정했다.

 
< 출처 : 한겨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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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난이 온다 :  뒤에 남겨진 / 우리들을 위한 / 철학 수업  / 김만권

330.01 김31ㅅ   사회과학열람실(3층)

 

책소개

 

팬데믹, 뉴노멀, 4차 산업혁명, 부의 불평등, 늘지 않는 일자리, 플랫폼 노동...
세상은 대체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
빈곤, 혐오, 모멸의 시대에 인간의 존엄은 어떻게 지켜 낼 수 있는가?
이 책은 그에 답하고자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가 위기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모든 이들이 체감하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질병뿐만이 아니다. 팬데믹이 새로운 자본주의의 문제점 역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과 부의 양극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전통적인 사회보호망을 잃은 노동자들의 삶이 얼마나 황폐해질 수 있는지, 생존을 위해 전쟁하듯 살아가는 우리들의 하루하루가 이를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사람들이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는 우리들의 미래는 암울한 전망들로 가득하다. 경제 성장은 멈춘 지 오래고, 실업률은 떨어질 줄 모른다. 대학을 나와도 남는 건 빚뿐이고, 영혼까지 끌어모아도 서울에 전세 한 칸 구하기 어렵다. 정규직은 하늘에 별 따기라는데, 팬데믹으로 경제는 더 어려워지고, 설상가상으로 인공지능, 산업용 로봇 등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기술의 발전까지 우리의 일자리를 노리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세상을 급격히 변화시키는 산업혁명이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과는 여러모로 달랐다. 노동자에게까지 혜택이 돌아갔던 과거와 달리 지금의 기술 발전은 초국적 기업의 배만 불리고 있다. 동시에 노동의 경계는 점점 더 모호해지며 노동자들은 ‘0시간 고용’, ‘클라우드 노동’, ‘컨시어지 노동’, ‘플랫폼 노동’ 등 충분한 삶의 질을 보장해 주지 못하는 고용 형태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제2 기계 시대라고도 불리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런 경제적 어려움은 사회적 안전망이 사라지며 찾아온 것이기에 더욱 치명적이다. 디지털의 얼굴을 한 시대의 노동과 가난은 이제껏 겪어 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과연’ 있을까?

정치철학을 전공한 후 대학에서, 거리에서 수많은 강의를 해 온 저자는 먼저, 이런 현실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설명하고, 현재 기술의 발전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진단하며, 마지막으로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대안들을 제시한다.
기계와 긍정적 파트너십을 맺고, 소수에게 부가 집중되는 것을 막으며, 평범한 다수가 보호 속에 살아갈 수 있는 세상. 책 속에서 저자는 이런 세상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 준다면, 인간은 그 어떠한 위기 속에서도 존엄을 지켜 낼 수 있을 거라고, 마치 세상에 종말이 온 것 같지만 모든 종말은 필연적으로 새로운 시작을 품고 있는 거라고….

그가 건네는 따스한 손길을 잡고 함께 책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자.

 

출판사 서평

 

“위기에 뒤로 남겨지는 사람들이 없도록 하라!”

모두가 불안하다

한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중산층 10명 중 8명은 자기가 빈곤층이라 여기고 있다고 한다. 31평 아파트와 중형급 자가용을 가지고 있으며, 하루 2.1잔의 커피와 6,200원짜리 점심을 먹고, 하루 평균 8.2시간 일하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65.4%가 속하는 중산층은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삶을 안정적이라 느끼지 못한다는 뜻이다. ‘언제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이들에게 삶은 외줄타기와도 같다.

위기 속에 위기가 찾아왔다. 인공지능, 디지털 기술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팬데믹이라는 새로운 위기가 전 세계를 덮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점점 더 심화되는 부의 불평등과 불안정한 사회적 안전망은 새롭게 변모한 자본주의의 문제점들을 더욱더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인류의 역사엔 여러 차례 급변의 시기와 위기들이 있었다. 하지만 과거의 산업혁명은 사회 전반의 풍요로움을 증가시키며 노동자들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가게 했고, 새롭게 만들어진 기술과 기계들 또한 이를 다루어 낼 수 있는 숙련된 노동력을 더 많이 필요로 했다. 안정적인 노동력의 공급이 중요해지자 기업과 국가는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정책을 만들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노동계층의 성장은 노동 3권을 획득하는 성과를 냈으며 사회는 평범한 이들의 삶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복지 시스템을 구축해 나갔다.

세상은 어떻게 달라졌는가?

하지만 제2 기계 시대,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 불리는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급부상하고 있는 디지털 기반 산업들이 만들어 내는 풍요로움은 노동자들에게 적절히 분배되지 않고 몇몇의 초국적 기업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슈퍼리치들은 정치의 영역에까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상위 5%가 전체 자산의 50%을 가지고 있는 현실. 운동장이 기울어졌다고 하지만, 사실 그들과 우리는 아예 다른 공간에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대다수 평범한 우리들의 삶은 어떠한가?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하는 ‘초연결 사회’는 ‘0시간 고용’, ‘클라우드 노동’, ‘컨시어지 노동’, ‘플랫폼 노동’ 등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노동, ‘경계가 모호한 노동’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들은 엄연히 고용된 노동자이지만 자영업자 취급을 받으며 노동자로서의 권리는 하나도 보장받지 못한다.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아예 처음부터 노동자로 인정되지도 않는다. 그런 그들을 향해 세상은 인공지능이 그나마 남아 있는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이라고 엄포를 놓는다. 거기에 팬데믹까지 덮친 상황, 평범한 이들의 일상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상태에서 일어난 이러한 변화들은 평범한 이들의 삶을 점점 지옥도로 만들어 가고 있다. 새롭게 변모한 자본주의 아래 아무런 보호망 없이 내던져진 우리들, ‘새로운 가난’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다.

우리가 물어야 하는 것들

이런 현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책은 현실을 진단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5가지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첫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은 인간의 삶을 어떻게, 얼마나 바꾸어 놓을까? 새로운 기계는 인간에게 닥친 새로운 고난일까, 기회일까? 인간과 새로운 기계는 서로 의존하는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을까?

둘째, 기술의 발전은 자본주의의 본질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을까? 자본주의의 중심에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공유 플랫폼이란 어떤 것일까?

셋째, 21세기 자본주의는 왜 극소수의 승자와 엘리트만을 위한 것이라 비난받고 있을까? 그렇다면 다수가 통치하는 민주주의는 왜 자본주의의 이런 병폐를 방치하고 있는 걸까?

넷째, 승자와 엘리트의 독식 사회에서 노동은 그에 합당한 존중을 받고 있을까? 빈곤, 혐오, 모멸의 시대에 인간이 존엄하게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다섯째, 21세기 새로운 기술의 시대에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불평등이란 해결 가능한 문제일까? 만약 해결하고자 한다면 어떤 시도가 가능할까?

저자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분배 기준이 필요하다.’는 전제하에 이 질문들에 답하려 한다.

위기에 뒤로 남겨지는 사람들이 없도록 하라

‘코로나19’라는 위기의 시대는 평범한 우리들에게 서로 다가가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은 더욱 고립될 것이다. 디지털 장비들을 사용할 돈이 없거나 그 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는 처지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기업은 위기를 핑계 삼아 더 많은 자유를 요구하며 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사회적 안전망 없이 노동 현장에 내몰린 이들은 더욱더 소외되고 있다. 이런 환경이 지속된다면, 우리의 연대는 점점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도전 앞에 서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위기의 시대엔 배제되는 자들이 더 늘어나기 마련이다. 비상구를 찾아 나가는 길에 어떤 이유로든 뒤에 남겨진 자들은 더 이상 동료 시민들에 대해 믿음을 가질 수 없게 된다. 결국 이 새로운 위기들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사회적 신뢰가 새롭게 재구성될 것이다. 그렇다면 보호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야말로 경계의 불확실성을 마주하며 대다수가 불안에 떠는 시기에 가장 필요한 일이 아닐까? 차별 대신, 혐오 대신, 각자의 가슴속에 서로를 보호하려는 마음을 품는다면, 맞닿은 마음의 온기가 우릴 지켜 줄 거라 믿으며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마지막 말을 남긴다.
‘위기에 뒤로 남겨지는 사람들이 없도록 하라.’

 

목차

10 〈프롤로그〉 만질 수 없는 시대의 ‘평범한 우리’

16 제 1장 인공지능의 시대에 던지는 다섯 가지 질문
- 우리가 만들어 갈 세계

19 지난 10년간 우리에게 일어난 일들
25 지난 산업혁명 과정에서 배워야 할 점
31 인공지능과 공존하기 위한 5가지 질문

34 제 2장 인공지능은 인류의 적인가
- 특이점의 도래와 변곡점에 선 인간

37 수레바퀴에서 슈퍼컴퓨터까지
39 무어의 법칙 그리고 다가오는 ‘특이점’
44 ‘인간처럼 생각하는 기계’는 결국 인간이 아니다
50 인간보다 더 똑똑한 기계, 인간에게 위협일까?
54 사라지는 일자리들
61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역설 :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왜 생존을 걱정해야 할까?
67 인간과 기계, ‘긍정적 파트너십’ 만들기
70 기계의 도움을 두려워 말라 : 도구로서의 인공지능
76 인공지능 시대, 새로운 윤리가 필요하다

78 제 3장 21세기, 자본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기술혁신이 만든 지구적 시장의 도래와 자본의 변신에 대하여

81 서로를 위한 보호가 가능했던 시절 : ‘브레튼우즈 체제’
85 신자유주의,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만들다 : 지구적 시장의 도래
94 ‘누가’, ‘왜’ 복지국가를 걷어차 버렸나?
103 신자유주의 시대의 윤리 : 네 삶은 네가 책임져야 한다!
111 ‘포노 사피엔스’의 등장 : 스마트폰이 인류를 바꾸다
114 자본의 본질을 바꾸다 : 플랫폼 자본의 등장
119 누구나 생산수단을 소유할 수 있는 세상?

125 제 4장 소수의 부자가 모든 걸 가진다
-디지털 시대, 지구적 시장이 만들어 낸 불평등
128 점점 더 양극화되는 세상
132 디지털 디바이드 : 기술의 혜택은 평등하게 분배되지 않는다
137 기술의 발전이 만들어 낸 ‘울트라리치’들
143 부유해진 국가, 가난해진 정부
150 점점 더 막강해지는 슈퍼리치들의 영향력
153 포스트민주주의 : 새로운 봉건주의의 도래
161 부자가 아닌, 모두를 위한 경제 : 샌더스와 코빈 열풍
169 백래시, 트럼프의 등장과 우파 포퓰리즘의 지배

174 제 5장 제2 기계 시대의 노동과 빈곤
-잉여가 되어 버린 삶

177 ‘액체 근대’의 도래와 뒤바뀐 운명

184 지구적 시장이 만든 창조적 파괴
188 소비사회와 실업, 잉여가 되는 삶
196 플랫폼 노동의 현실1 : 컨시어지 노동자들
202 플랫폼 노동의 현실2 : 클라우드 노동자들
206 플랫폼 밖의 모호한 노동들 : 호모 사케르가 되는 길
211 존중하지도 않는 노동이 왜 인간의 자격이 될까?
214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보이게 하라!

218 제 6장 제2 기계 시대의 인간다운 삶의 조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221 한나 아렌트와 ‘제1 기계 시대’의 문제 : 노동의 지배
225 새로운 시대의 분배 기준 : ‘노동’ 밖으로 나가자
227 인간이 기계와 파트너십을 맺을 권리 : ‘디지털 시민권’
238 로봇이 일하게 하고 그 이익을 나누어 갖자 : 로봇세
241 초국적 플랫폼에게서 우리가 일한 몫을 받아내자 : 구글세
243 지속적인 소비력을 나누어 주자 : 기본소득
247 인생을 설계할 자금을 주자 : 기초자본
254 노동 ‘안’에서 지어지고 있는 새로운 대안 : ‘전국민 고용 보험’
259 노동 ‘밖’으로 나가야 노동이 산다

262 [에필로그] 위기에 뒤로 남겨지는 사람들이 없도록 하라
-능력주의의 함정

 

< 출처 : 교보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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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