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의 변화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불확실한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이 트렌드 전망서를 찾고 있습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58)는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올해 트렌드 전망서가 인기를 끄는 건 사람들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라는 것. 김 교수 등이 내년 정치 경제 사회 전망을 담아 펴낸 트렌드 전망서 ‘트렌드 코리아 2022’(미래의창)는 지난달 6일 출간 직후 교보문고에선 6주, 예스24에선 4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1위를 차지했다. 김 교수는 “시대가 흔들릴수록 사람들은 변화의 이유를 설명해주고 미래를 예측하는 책에 끌린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 것도 트렌드 전망서가 인기를 끄는 이유”라고 했다.
미래를 예측하는 트렌드 전망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예스24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 기준 트렌드 전망서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판매량이 14.1%, 출간 종수가 4종(올해 19종) 늘어났다. 강민지 예스24 경제경영 MD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트렌드 전망서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라고 했다.
채용 트렌드 2022 / 윤영돈 (정리 중)
최근 출간된 트렌드 전망서는 코로나19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코로나 세대’를 겨냥한 게 특징이다. 채용전문가 윤영돈 씨가 펴낸 ‘채용 트렌드 2022’(비전비엔피)는 비대면 시대에 맞춰 메타버스나 온라인으로 바뀐 채용방식을 분석해 취업준비생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정보통신(IT) 전문가 현경민 씨가 쓴 ‘모바일 미래보고서 2022’(비즈니스북스)는 온라인 구매에 익숙한 코로나 세대를 공략하는 방법으로 라이브 커머스(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으로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채널) 시장을 제시한다. 김 교수의 ‘2022 트렌드 코리아’가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놓지 않고 있는 것도 코로나19 이후 개인이 흩어지고 파편화된 현상을 ‘나노 사회’라는 주요 키워드로 짚어 코로나 세대를 분석했기 때문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2 :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22 전망 / 김난도 338.544 트233 2022 사회과학열람실(3층)
올해 트렌드 전망서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주요 대상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20대 전문 연구소인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펴낸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22’(위즈덤하우스)는 메타버스의 주 사용자인 Z세대의 구매력이 내년에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 예측한다.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 씨가 펴낸 ‘라이프 트렌드 2022’(부키)는 아파트에서 태어나 성장한 MZ세대에게 흙을 만지고 식물을 키우는 행위가 유행하면서 ‘홈 가드닝’ 시장이 급격히 커질 것이라 전망한다. 김나연 씨 등 마케팅 전문가들이 함께 쓴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2’(싱긋)는 MZ세대가 즐겨하는 성격유형검사(MBTI)의 유행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제시한다.
출판계에선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고, MZ세대의 영향력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들을 대상으로 한 트렌드 전망서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은 “그동안 주요 소비층이었던 중년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던 트렌드 전망서가 코로나19를 거치며 MZ세대를 분석하고 있다”며 “비대면 시대에 익숙한 MZ세대는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를 꺼려하는 탓에 책에서 답을 찾고 있는 만큼 MZ세대도 트렌드 전망서의 주요 독자층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교보문고 선정 ‘2020 올해의 문장’ 출판사·독자들 참여 12가지 선택 장석주 시인의 “행복은…”가 1위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 장석주 / 811.4 장53ㅇ
일생일대의 거래 / 프레드릭 배크만 / 839.73 B126dKㅇ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한 너에게 / 우쥔
/ 158.1 오17ㅌKㅇ
괜찮은 어른이 되는 법은 잘모르지만 / 윤정은
/ 811.8 윤73ㄱ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 박막례
/ 811.8 박31ㅂ
이제, 당신이 떠날 차례 / 김가희 / 811.6 강11ㅇ
마음의 결 / 태희 / 811.8 태98ㅁ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 류시화 / 811.4 류59ㅈ
사하맨션 / 조남주 / 811.32 조211ㅅ
평범히 살고 싶어 열심히 살고 있다 / 최대호
/ 811.8 최222ㅍ
디어 에번 핸슨 / 벨 에비치 / 813.92 E54dKㅇ
걱정 마, 잘 될 거야 / 다스다 미리
/ 741.5953 익73ㅁKㅇ
교보문고가 독자·출판사와 함께 ‘올해의 문장’을 뽑는 이벤트를 벌여 선정된 열두개의 문장을 10일 발표했다.
1위를 차지한 문장은 장석주 시인의 행복에 대한 사유를 담은 에세이집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을유문화사)에 나오는 “행복은 늘 작고 단순한 것 속에 있다”였다. 그는 침묵, 혼자서 보내는 시간, 철마다 모란과 작약을 보는 즐거움 등 일상 속에서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들에 대해 말하면서 행복과 불행이 서로 끈끈하게 연동돼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교보문고는 지난해 11월 국내 출판사 200곳에 2019년 한 해 출간된 책에 실린 ‘50자 이내의 짧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문장’을 선정해 달라고 요청한 뒤 교보문고 내부 직원 투표 등을 거쳐 이 가운데 12가지를 정했다. 또 2019년 12월17일부터 올해 1월5일까지 인터넷 교보문고 이벤트 페이지를 통해 고객 투표를 진행했다. 이번 이벤트엔 총 1만5000여명의 독자가 참여해 5600명이 장석주 시인의 문장에 표를 던졌다.
2위는 스웨덴 출신의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 <일생일대의 거래>(다산책방)에 나오는 “나는 너를 강하게 키우고 싶었는데, 너는 다정한 아이로 자랐구나”였다. <오베라는 남자> <베어타운> 등을 통해 인기를 모았던 배크만의 이 소설은 한 남자가 죽음을 앞두고 벌이는 ‘마지막 거래’를 그린 서정적 작품이다. 아들과 아내가 떠난 것도 출장에서 돌아온 지 이틀이 지나서야 알아차릴 정도로 가족을 심리적으로 방치했던 ‘나’는 암 선고를 받은 뒤 “어리지만 자신보다 성숙했던” 아들에게 편지를 써서 암 병동에서 만난 한 용기 있는 여자 아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3위는 중국 출신으로 미국에서 유명한 인공지능 전문가로 일하는 우쥔의 “모든 일은 눈 앞의 한 걸음을 떼는 것에서 시작된단다”(<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한 너에게>, 오월구일)였다. 이 책은 성공한 아버지가 두 딸에게 쓴 개인적인 편지 형식으로 ‘태도가 운명을 결정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4위는 <괜찮은 어른이 되는 법은 잘 모르지만>(애플북스)에 실린 “서툴기 때문에 흥미로운 게 인생이기도 하니까”였다. 저자 윤정은은 자기계발 작가이자 수필가로 <퇴근 말고 퇴사가 하고 싶다>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아> <같이 걸을까> 등 다수의 책을 출간한 바 있다.
5위는 씩씩함과 유머를 잃지 않는 노년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 유튜버 박막례와 손녀 김유라가 공저한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위즈덤하우스)의 “희망을 버리면 안 돼요. 인생은 끝까지 모르는 거야”였다.
6위는 방송작가 김가희가 쓴 여행에세이 <이제, 당신이 떠날 차례>(책밥)에 담긴 “삶이란 모든 이유를 하나씩 알아가는 여정이다. 애써 빨리 정답을 찾으려 할 필요도 없다”가 올랐다. 15년지기 친구와 네 차례에 걸쳐 한 세계 여행기이자 “30대 보통여자의 평범한 삶에 대한 기록”이다.
7위는 <마음의 결>(태희 지음, 피어오름)의 “조금 쉬었다 가도 된다. 내일을 위한 준비가 아닌 오늘 이 순간을 살아내면 된다”였고,
8위는 시인 류시화의 동명의 작품(더숲)에 실린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였다.
9위는 조남주 소설가의 <사하맨션>(민음사) 중 “그냥 살아만 있는 거 말고 제대로 살고 싶어”였으며,
10위는 시인 최대호의 “그래도 괜찮아요. 다인 삶이에요. 후회도 남고 배움도 얻으며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거에요”(<평범히 살고 싶어 열심히 살고 있다>(넥서스BOOKS)),
11위는 뮤지컬 <디어 에번 핸슨>을 소설로 만든 동명의 작품(벨 에미치 지음, 현대문학)에 나오는 “당신은 혼자가 아니예요. 누군가 당신을 알아봐줄 거에요. You Will Be Found”,
12위는 일본 만화가 마스다 미리가 직장 내 여성들의 위치에 대한 예리한 시각과 공감을 표현한 <걱정 마, 잘 될 거야>(이봄)의 “힘내, 힘내. 어른들 세계에 기죽지 말고”였다. 교보문고는 장석주 시인의 “행복은 늘 작고 단순한 것 속에 있다”를 종이봉투로 제작해 10일부터 배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