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12

« 2024/12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개인을 공동체로, 경쟁을 협동으로 바꾸는 이들 

 

서울 마포구 지하철 5, 6호선 공덕역 1번 출구 인근의 빈터를 활용해 텃밭과 포장마차, 전시공간을 운영하는 ‘경의선공유지’의 풍경. / 주영재 기자

 

서울 마포구 공덕역 1번 출구를 나오면 고층 건물과 신축 아파트 단지 사이로 경의선 숲길이 나온다. 이곳에 빈 철도부지를 점유해 수공예품 상점과 분식집, 작은 텃밭을 일구는 이들이 있다.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이다. 개발권을 얻은 이랜드가 10년 가까이 빈 땅으로 둔 이곳을 점거해 전시공간과 마을장터, 도시개발로 쫓겨난 도시난민들의 일터로 만들었다. 그러나 최근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이 지역 상권개발을 시작하면서 곳곳에 철거를 요구하는 노란색 안내문이 붙었다.

공유지 운동은 땅은 본래 누구의 소유물도 아닌 모두가 함께 사용하고 접근할 수 있는 ‘공공재’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국·공유지를 개발할 때 대기업에만 개발권을 줄 것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먼저 공간을 활용할 기회를 주고, 공익적 쓰임새가 클 경우 이들에게 개발과 운영권을 주는 방식의 도시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유재산권 문제점 지적 ‘공유지 운동’

정기황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 공동대표는 “대기업이 쇼핑몰이나 호텔을 짓는 게 아니면 개발이 불가능한가”라면서 “시민들이 접근하기 편한 곳에 도서관이나구청과 같은 공공시설을 지으면 공익적인 가치에서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건축학 박사인 정 대표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여러 실험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서울 구간만 6.3㎞인 경의선 철도부지는 빈 땅을 찾기 어려운 서울에서 공기를 순환시키는 바람길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공덕역과 홍대입구역 등 경의선 철도부지 네 곳이 모두 민간기업의 개발권 아래에 놓여 있다. 홍대입구역 개발을 맡은 애경의 경우 임대료 분쟁을 겪기도 했다. 정 대표는 국토부 등 관계기관이 국유재산법상 국유지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인 ‘공익’을 과도하게 확장 해석해 대기업에 유리한 개발수익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기황 대표는 “대기업이 개발로 주변 상권을 흡수하고, 임대료 수익을 얻는 것을 사회적 가치로 이야기한다”며 “개발로 땅값이 뛰어 사람들이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이미 예상하고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니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공유지 운동은 사적 소유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저항의 기지’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독일과 영국 등에서 번진 공간 점유 운동 ‘스콰트(squat)’와 유사하다. 스콰트는 방치된 빈 공간을 소유자 허락없이 점거해 예술공간으로 사용하는 운동이다. 영국 등에서는 빈집 등을 48시간 이상 점유하면 사용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점차 제도로 인정되고 있다. 시장에서의 교환가치(소유권)보다 사용가치를 훨씬 더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한국에선 빈집이 옆집과 마을 전체에 피해를 주는데도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이를 방기한다”며 “사유재산권이 헌법보다 위에 있다”고 말했다.

측정할 수 없는 것은 인정하지 않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들은 아직 고립된 섬처럼 실험을 하고 있다. 원시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만들고 꾸미는 과정에서 생기는 사회적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 구성원들에게 만족과 행복을 주고 있다. 아현동 재개발로 쫓겨나 4년 전부터 이곳에서 ‘강타포차’를 연 전영순씨(70)는 “25년간 포장마차를 하면서 전부 아들뻘 손님만 있었는데 이곳에 와선 동네 할아버지들이 단골이 돼 하루라도 안 보이면 궁금하고 염려가 된다”며 “아현동 시절에 비하면 수입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여기서는 동네에서 함께 살아가는 관계가 생겨서 마음이 흐뭇하다”고 말했다.

자유주의 시장경제는 재산권과 사적 계약의 자유를 기초로 한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본주의 수정을 위해선 사적 계약의 요소인 개인을 공동체로, 경쟁을 ‘합의’ 혹은 ‘연대’로 대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원리에 맡겨버려 비리와 아동학대, 원장 자의에 의한 교사들의 연차 사용 제한 등 인권 침해가 끊이지 않는 육아와 돌봄서비스에서 공동체적 대안이 확산되고 있다.

 

1994년 시작된 공동육아협동조합은 부모들이 출자금을 내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교사를 초빙해 어린이집을 운영한다. 부모들은 협동조합과 어린이집 운영에 참여한다. 교사들도 보수와 휴식에서 더 나은 대우를 받는다.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의 이경란 사무총장은 “신자유주의는 모든 걸 개인이 책임지는 사회로 만들었다”며 “모든 것이 상품화되면서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개인의 역량이 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돈을 많이 벌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하면서 보험회사가 흥하고 아이들은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시험 경쟁에 매몰된다.

시장에 맞서는 ‘공동육아’ 협동조합

이경란 사무총장은 “1980년대나 90년대 초반만 해도 아이들은 학교에 다녀와서 골목에서 놀 짬이 있었지만 지금 아이들은 초등학생조차 아침부터 오후까지 학교·학원으로 꽉 짜여 있다”며 “스스로 생각하고 놀고 사람들과 어울려 뭔가 기획할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지식기반 사회에서 중요하다고 하는 창의력을 키우기는커녕 아동 사망원인 중 자살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아이들의 행복마저 박탈당하는 상황이다.

협동조합은 비영리성을 특징으로 한다. 특히 사회적 협동조합은 비영리 조직으로서 당사자의 참여와 협의, 민주적 운영을 기본으로 한다. 가치 경영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조직체다. 사회적으로 연대해 힘을 모을 수 있다면 서비스 영역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만 여기에는 지자체와 정부의 협력이 필요하다. 공동육아의 경우 공간을 지원하지 않으면 확산되기 어려운 구조다. 이경란 사무총장은 “개인이 돈에만 의지하게 만드는 게 자본주의의 가장 큰 폐해라면 사람을 믿게 하는 공동체적 원리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협동조합의 핵심인 연대의 정신을 발휘해 각 분야의 협동조합이 연대해 지역사회를 바꾸면 사실상 한국사회가 조금씩 변화하고 더 나은 미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제학자 대런 애쓰모글루의 설명에 따르면 브라질은 낡고 까다로운 투표제도 탓에 저소득층에서 무효표가 많이 나와 이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기 어려웠다. 그러나 투표제도를 저소득층도 투표하기 쉽게 바꾸자 재분배를 주장한 후보들이 많이 당선됐다. 제도 개선은 불평등을 치유할 수 있다. 한국의 진보 진영에선 이런 제도의 하나로 기본소득이 거론된다.

 

최근 국민기본소득제 연구결과 보고회를 열어 2021년부터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 월 30만 원씩 지급하는 등의 방안을 발표한 이원재 랩(LAB)2050 대표는 “기본소득제 논의는 혁신 성장하고도 연결된다”며 “사회보장이 확실해야 (해고 가능성이 있는) 혁신산업이 가능한데도 이를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자본주의의 대안을 모색하는 적극적인 정책 실험이 필요한데 정치권의 누구도 용기 있게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본소득 논의 확산을 위해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자체별로 청년기본소득이나 농민기본소득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정책이 나오는데 쪼개져서 여러 곳에서 나오니까 잘못하면 제도가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국가기본소득위원회와 같은 공론화 기구를 만들어서 어떻게 설계할지 큰 틀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출처 : 경향신문 >

:
Posted by sukji

신작을 내고 독자와의 만남 자리에서 강연한 내용입니다.  공부 하다 쉴 때 한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김훈 “악다구니로 날 지새…남의 고통 공감 능력 사라졌다”

 

소설가 김훈, 하회마을 ‘인문캠프’ 강연
조화와 공존의 공동체가 하회마을 정신
“노동자들 죽음에 고통, 공감 느껴야” 강조

 

소설가 김훈이 1일 오후 경북 안동 하회마을 만송정에서 열린 제1회 백두대간 인문캠프에서 ‘하회마을, 비스듬히 외면한 존재의 품격’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안동은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곳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가장 격렬한 독립운동이 벌어졌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독립운동은 전통적인 유림 사대부들의 권위와 지도력에 의해 전개되었습니다. 오늘 여기 하회마을에 와서 느끼는 문제는, 과연 우리가 그런 전통의 힘으로 현실을 개혁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하회마을이 우리 시대 전체에 던지는 무서운 질문이자 참으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지만, 우리는 이 질문 앞에 봉착해 있는 것이죠. 저의 개인적인 생각은 전통과 보수의 힘 안에 우리 미래를 열어젖힐 힘의 바탕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힘을 우리는 근대화의 과정에서 잊어버리고 박멸시켜 버림으로써 혼란에 빠지게 된 것이죠.”

 

소설가 김훈이 1일 오후 경북 안동 하회마을 만송정 소나무 숲을 가득 메운 700여 청중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1~2일 안동과 예천에서 열린 제1회 백두대간 인문캠프 중 핵심 프로그램인 초청 강연을 위해서였다. ‘하회마을, 비스듬히 외면한 존재의 품격’을 주제로 행한 강연에서 그는 우리 사회가 도산서원과 하회마을 등으로 대표되는 전통적 가치를 잃어버린 결과 “어수선하고 천박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악다구니, 쌍소리, 욕지거리, 거짓말로 날이 지고 샌다. 사람들이 생각 없이 혓바닥을 너무 빨리 놀리며 혀가 마음껏 날뛰게 내버려 둔다”고 그는 개탄했다.강연 첫머리에서 김훈은 “하회마을은 집과 집들이 서로 비스듬하게 외면하는 듯하고, 집과 집 사이를 길들은 물이 흘러가듯 굽이쳐서 흘러간다. 또 이 마을은 물이 사람의 마을을 향해서 곧장 달려들지를 않고, 사람의 마을을 좀 어려워하는 기색으로 옆으로 빙 돌아서 나간다. 이처럼 산과 물, 물과 마을, 집과 집, 집과 길, 인간과 인간 등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관계가 직접 대면하지 않고 약간 옆으로 비켜서 가며 조화를 이루는 곳이 하회마을”이라고 설명했다.“이 마을에는 수백년 동안 양반과 상인 등 여러 계급들, 대립하는 문화들이 서로 부닥치지 않고 공존하면서 문화와 전통을 이어 왔습니다. 인간이 세상으로부터 격절되지도 않고 또 세상에 매몰되지도 않고, 남과 대립하지도 않고 남에게 매몰되지도 않으면서, 인간과 인간이 연결되며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는 힘을 가진 곳이 하회마을입니다.”그는 “퇴계의 도산서원은 인간의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지만 마을로부터 격절된 암자가 아니라 마을과 연결되어 있다”며 “세상과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하면서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 있는 도산서원의 위치는 하회마을의 물리적 구조와 같다. 하회마을은 도산서원의 단순한 이념형을 인간의 생활 속에서 구현해 낸 구도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1일 오후 경북 안동 하회마을 만송정에서 열린 제1회 백두대간 인문캠프 참가자들이 소설가 김훈의 강연을 듣고 있다.

김훈은 또 사고로 죽는 건설노동자들에 관해 최근 <한겨레>에 기고한 칼럼을 언급하면서 “우리 사회는 남의 고통을 이해하는 능력이 너무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우리 나라에서 1년에 사고로 죽는 노동자가 2400명입니다. 추락, 폭발, 붕괴, 매몰, 중독 이런 것들로 해마다 2400명이 죽는 거예요. 내년에도 또 2400명이 죽어요. 2400. 생각을 해 보세요. 그건 눈에 보이게 죽는 거고, 노동 때문에 골병 들어 죽는 건 통계에 잡히지를 않아요. 그런데도 이런 일들에 대해 아무런 감수성이 없어요. 그냥, 으레 그러려니 하는 거죠. 전통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인간에 대한 경외심이나 연민, 남의 고통을 공감할 수 있는 감수성, 그것을 상실하고 아주 천박하고 단명하는 잔재주의 세계로 들어온 거예요.”김훈은 “이런 오래된 마을이 수백년 동안 함양해 온 덕성과 가치를 우리는 상실해 가고 있다”며 “그런 덕성과 가치를 어떻게 현대에 접목시킬 것이냐에 대해서 아무런 대책이 없다. 나 자신이 무슨 대책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 니다. 다만, 그런 고통을 여러분과 공유할 수는 있겠고, 그것만 해도 나는 아주 큰 소득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강연에 이어진 북토크에서 그는 “퇴계의 서원과 하회마을의 가르침을 개인 차원으로 치환하면 바로 ‘친절’이라 생각한다”며 ”나는 친절한 사람이 되는 게 목표고, 죽은 뒤에 친절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백두대간 인문캠프는 경상북도와 안동시, 예천군 등이 후원했는데, 이날 북토크에는 이철우 경북 지사가 깜짝 출연했다. 이 지사는 백두대간 인문캠프의 취지에 관한 질문에 “경상북도는 전통과 문화, 자연 등 관광자원이 풍부한데, 국내외적으로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경북의 문화 자산에 대한 깊이 있는 소개와 접근을 위해 이번 인문캠프와 같은 인문학적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1일 오후 경북 안동 하회마을 만송정에서 열린 제1회 백두대간 인문캠프에서 강연을 마친 소설가 김훈이 독자들에게 사인을 해 주고 있다.

인문캠프 이틀째인 2일 오전에는 예천군 초간정에서 김훈 작가의 미니 강연이 이어졌다. 이 강연에서 그는 “평면적이고 납작한 아파트에 비해 전통 가옥은 인문적 깊이를 지니고 있다”며 “일상과 세상을 반성하는 태도가 바로 인문학”이라고 강조했다.인문캠프는 김훈 작가의 강연과 북토크 외에 북뮤지션 제갈인철과 테너 황남석이 꾸린 작은 음악회, 독자들이 참여한 김훈 작품 낭독회, ‘백두대간’ 4행시 백일장, 안동 병산서원과 예천 병암정, 삼강주막을 비롯한 문화유산 답사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짜여졌다. 백두대간 인문캠프는 다음달 6~7일 안도현 시인, 9월 28~29일 정호승 시인, 10월 12~13일 만화가 이원복 교수 순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 출처 : 한겨레신문 >

 

 

김훈 “악다구니로 날 지새…남의 고통 공감 능력 사라졌다”

소설가 김훈, 하회마을 ‘인문캠프’ 강연 조화와 공존의 공동체가 하회마을 정신 “노동자들 죽음에 고통, 공감 느껴야” 강조

www.hani.co.kr

 

소설가 조정래 "축적이 아닌 분배의 시기로 진입해야"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묻는 <천년의 질문>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가 있은 이후 수천 년에 걸쳐서 되풀이되어온 질문. 그 탐험의 길을 나서야 하는 게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소설가 조정래(76)는 신작 장편소설 <천년의 질문>(전3권·해냄)을 펴내며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썼다.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소설 출간을 기념한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이 질문에 대한 응답이 세 권의 소설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사회가 안고 있는 현실의 문제점들을 총체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조 작가가 3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 <천년의 질문>은 재벌 비자금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자, 이를 무마시키 위해 주변 인물 뿐 아니라 국회의원까지 포섭하는 재벌, 서울대 출신 수재로 재벌가의 사위가 됐지만 ‘죽어도 진골은 될 수 없음’을 깨닫고 비자금 장부를 훔쳐 잠적한 사위, 강사법 실시 이후 일자리를 잃을까봐 고뇌하는 시간강사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해 정경유착 실태와 비정규직 문제, 급격한 양극화에 시달리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드러낸다. 원고지 3612장 분량의 소설은 한국 사회 곳곳의 자본과 권력에 의한 병폐를 파헤침과 동시에 작가가 오랫동안 고민해온 해법을 담았다.

“1976년 월남전쟁이 종식되고 있을 무렵부터 한국의 경제구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월남전 특수로 한국 기업이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고, 분배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려 했지만 국무총리가 ‘지금은 분배의 시기가 아니라 축적의 시기’라고 말했고, 국민들은 침묵으로 승인했습니다. 침묵은 분배를 기다리는 세월로 쌓이기 시작했고, 정권이 교체됐지만 ‘분배의 시기로 진입한다’는 선언이 없는 채로 1인당 국민총소득 3만불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손자가 올해 스무살인데, 손자 세대 만큼은 우리 세대가 겪은 갈등과 모순을 겪지 않는 정상국가가 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의지로 소설을 쓰게 됐습니다.”

소설은 재벌 비자금 사건을 파헤치는 기자 장우진을 중심으로 입법·행정·사법의 국가권력과 재벌·언론의 부패를 파헤친다. 작가는 이를 위해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을 만나 심층적으로 취재해 생생한 캐릭터를 부여했다. 메모와 그림으로 이뤄진 취재노트가 130권에 달한다. 소설은 실제 사건을 연상시키는 재벌 비리, 촛불 시위 등이 등장하며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해 묻고 답한다.

조 작가는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자기 인생에 무책임한 것이라는 소설 속 국회의원의 말이 제가 하고 싶은 말”이라며 “모든 권력은 부패하고 타락한다. 그것을 막는 것이 권력을 만들어준 국민의 의무이고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등 유럽의 선진국을 언급하며 “인권을 존중하고 복지가 제대로 갖춰진 국가가 21세기에 바람직한 국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작가가 제시하는 해법은 소설 마지막 부분에 나온다. “1000만명이 매달 1000원씩 회비를 내서 100개의 시민단체를 만들고, 그 단결된 힘으로 이 나라를 완전히 뒤집어 바꾸자는 것”이다. 작가는 이를 ‘평화적 혁명’ ‘1000만의 평화적 상비군’이라고 표현했다.

조 작가는 1970년 등단, 49년째 왕성한 창작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한민국 근현대 삼부작’인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은 1550만부가 판매됐으며, 다른 소설까지 합하면 1800만부 이상이 독자들과 만났다. 조씨는 “2008년 태백산맥 문학관이 개관할 때 벽면에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고 썼다”며 “앞으로 죽을 때까지 이 정신을 이어가며 소설을 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남북통일의 기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북핵문제 타결이 순조롭지 않은 것이 불안하다”며 “경제가 굉장히 나쁜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이 연간 1인당 10억원의 국민 세금을 쓰면서 파렴치하고 치졸한 말싸움만 하며 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 출처 : 경향신문 >

 

 

소설가 조정래 "축적이 아닌 분배의 시기로 진입해야"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묻는 <천년의 질문>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가 있은 이후 수천 년에 걸쳐서 되풀이되어온 질문. 그 탐험의 길을 나서...

news.khan.co.kr

:
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