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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밀당의 기술 : 타이밍과 끌림에 관하여  /  이미경

780.2 이39ㅇ  자연과학열람실(4층)

 

 

책 소개

 

음악의 시간은 일정하게 흐르지 않는다

미묘한 밀림과 당김이
만들어내는 마법

 

박을 정직하고 충실하게 짚어주는 음악은
내 심장을 거기에 동조해 함께 뛰도록 만들기 때문에 좋다.
반대로 살짝살짝 비껴가는 음악은 기대를
조금씩 비껴가는 안타까움에 애간장이 녹는다.
우리가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는 이런 ‘끌림’ 때문이다.

그야말로 ‘박자를 가지고 노는 것’
이 과정이 꼭 연인 사이의 ‘썸’처럼 느껴진다.
기분 좋은 떨림과 짜릿함이
사람들을 음악에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다.

 

출판사 서평

 

모두를 들썩이게 만드는 힘
공감의 원형, 박(beat)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에 북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20여 년 전 우리는 그것을 전 세계인들과 함께 확인했다. 2002년 6월, 온 나라가 하나의 ‘박(beat)’에 그렇게 강력하게 빠져드는 모습은 이전까지 어디에서도 본 적 없던 광경이었다. “대- 한 민국, 짝 짝 짝 짝짝, 대- 한 민국, 짝 짝 짝 짝짝.” 이 단순하지만 강력했던 박이 전 국민을 ‘하나’로 만들었다.
그런데 월드컵처럼 거창한 게 아니더라도 우리 가슴 속 북을 확인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이다. “드랍 더 비트(drop the beat)”와 함께 시작되는 강렬한 랩도 좋고, 흥겨운 비트와 리듬으로 몸을 한순간도 가만 두지 못하게 만드는 K팝도 좋다. 왈츠의 3박자 음악과 피아졸라의 반도네온 선율의 탱고 리듬에 몸을 맡길 수도 있다. 이런 음악은 우리 가슴을 그야말로 ‘바운스 바운스’ 두근거리게 만든다. 이런 두근거림의 이유가 바로 ‘박’이다. ‘박’은 변화하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마음이 진화시킨 특별한 능력이다. 물론 음악은 소리의 시간적 변화 그 자체이기 때문에, 우리는 음악을 들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박을 세는 능력’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그래서 혼자 노래를 흥얼거릴 때나 다른 사람과 앙상블을 즐길 때도 고개를 흔들거나 발끝을 까딱거린다.


이런 현상을 ‘동조’라고 하는데, 동조는 마음이 없는 무질서한 집단, 진동자들이 서로 보조를 맞추어 질서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우리를 당황스럽게 하는 것은 그 과정이 의식적으로 질서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소위 복잡계 과학에 속하는 현상이다. 우리가 익숙한 것은 원인-결과가 뚜렷한 직선적인 논리다. 그러나 그물처럼 상호 연결된 복잡계에서는 원인과 결과가 투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맥동으로 연결된 진동자 수백만 개의 상호작용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모두가 서로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 가슴에는 북이 하나씩 있는데, 이것들은 서로 ‘동조’한다.

 

음악에 매료되는 이유
밀고 당기는 타이밍의 예술


음악의 본질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우리는 ‘음악의 3요소’라 불리는 멜로디와 리듬, 하모니를 음악을 구성하는 주요 개념으로 다뤄왔다. ‘딴딴 따-단’하는 〈결혼행진곡〉이나 ‘띠로리로, 띠로리로리’하는 〈엘리제를 위하여〉는 우리가 음악을 멜로디로 기억하는 대표적인 곡들이다. 리듬은 음의 장단과 강약을 나타내는 것인데, 멜로디 진행에 길고 짧음, 강하고 약한 것을 보여준다. 하모니는 일정한 법칙에 따른 화음의 연결, 즉 다른 소리와의 어우러짐을 다룬다. 그런데 이 책 《음악, 밀당의 기술》은 그동안 지나쳐 온 ‘박’을 전면에 내세운다. 물론 박을 연구하는 것만으로 음악의 본질에 다가갈 수 없음을 저자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박과 박자는 음악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중요한 요소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란 것도 이해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왜 ‘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
저자는 박이 리듬이나 멜로디 같은 음악의 다른 요소들과 비교해, 비록 중요도는 떨어질지 몰라도 음악의 시간적 질서와 공감의 측면에서 다른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를 감각적으로 짚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심리학과 진화생물학 등의 다양한 연구와 연결지어 설명한다. 그래서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사람과 듣고 즐기는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박이 가진 원초적인 힘임을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이탈’을 어느 누구도 틀렸다고 말하지 않는다. 틀렸다고 말하기에 앞서 그 매혹적인 끌림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고 만다. 몸이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다. 드러내고 박을 세는 건 아니지만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박을 세고 이것들을 함께 느끼면서 시간을 공유한다. 그 타이밍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면 안정감을, 어긋나면 안타까움에 애간장이 녹는다. 이것은 마치 연애 초기에 연인들이 서로의 감정을 밀고 당기는 것처럼 간질간질하고 몽글몽글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렇게 정신없이 ‘연주자의 밀당’에 끌려다니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음악에 흠뻑 취하고 마는 것이다.
저자는 함께 박자를 공유하는 시간, ‘순간적으로 서로를 느끼고 확인하는 시간’ 그 자체가 음악의 본질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것이 ‘스트리밍 시대’에 아직도 콘서트장에서 관객과 아티스트가 호흡하는 이유라고 말한다. 이제 책을 덮고 나면 내 안의 북소리에 귀 기울여 함께 그 소리를 맞추는 쾌감을 모두가 확인하게 될 것이다.

 

목차

 

prelude | 들어가며

예비박 | 박자와 리듬, 어떻게 구별하나

1 박은 마음이 만들어낸 기술
시간 간격에 대한 사람들의 지각 | 박은 왜 우리 마음속에 생기나? | 규칙적인 사건과 불규칙적인 사건 | 박이 박자로 느껴지다 | 〈엘리제를 위하여〉가 2박자로 둔갑한 사연 | 박치가 있을까? | 쌀밥-보리밥 게임, 그리고 스트라빈스키 | 〈학교종〉의 악보는 어디에?

2 동조
외부의 리듬과 상호작용하는 자연의 원리 동조 | 약간의 상호작용 | 박동적 동조 | 의식적 동조와 무의식적 동조 | 신체 내장기관들 간의 동조 | 사람 간 동조 또는 사회적 동조 | 감정적 동조

3 춤추는 동물은 없다
앵무새는 클럽에 갈 수 있을까 | 다른 개체와 시간적으로 공동 행동을 하는
동물들 | 원숭이는 춤출 수 있을까? | 박에 맞춰 행동하는 동물과 춤 추는
아기 | 박에 맞춰 행동하도록 부추긴 트리거

4 박자, 본능에서 문화로
2박자는 생물학적 디폴트인가? | 우리말과 3소박, 혹은 3박? | 서양음악의 박은 맥동, 우리 음악의 박은 호흡? | 륄리의 지휘봉 | 분수식 박자표는 진짜 분수인가? | 블랙핑크의 〈셧다운〉은 3/4박자? | 비등시박의 매력 | 합성된 박의 출현, 내재적 패턴 현상 | 말과 음악 사이 | 박자 없는 음악의 끝판왕

5 연주, 밀당의 기술
연주자의 타이밍 | ‘뉘앙스’로 느껴지는 너, 정체가 뭐냐? | 비엔나 왈츠의 3박자와 마주르카의 3박자 | 아치형 프레이즈 연주하기 | 밀림 혹은 당김 | 참여적 불일치, 그루브 | 시간의 공유가 어떻게 공감과 연결되는가 | 밀당, 공감의 극대화

coda | 책을 마감하며 245
미주 | 251

 

< 내용 출처 : 교보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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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