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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에게 ‘책 읽기=힙한 것’…2024 상반기 도서 이슈

 

성인 중 절반이 책 한 권을 읽지 않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관람객이 여행 가방(캐리어) 한 가득 책을 산 인증샷이 SNS상에서 화제가 되는 아이러니함이 공존한다. 이 같은 현상을 정의하는 ‘Z세대의 독서 이슈’와 함께, 올해 상반기 서점가를 휩쓴 베스트셀러 동향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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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책 읽지 않는 시대, 국제도서전은 흥행

 

올 초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에서 조금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지난 1년 동안(2022. 9. 1.~2023. 8. 31)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성인이 무려 57%나 된 것. 지난 1년간 종합 독서율은 성인 43%로,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종합 독서율 추이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종합독서량은 3.9권에 달했으며, 성인들은 독서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24.4%)라고 응답했고, 2위로는 ‘책 이외의 매체를 이용해서’(20.6%)가 뒤를 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와 상반된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지난 6월 26일부터 30일까지 닷새간 열린 ‘2024 서울국제도서전’ 이야기다. 제66회를 맞이한 ‘2024 서울국제도서전’은 ‘미래의 행복’을 찾기 위한 여정을 모색하자는 의미의 ‘후이늠’(『걸리버 여행기』 속 완벽한 세상으로 묘사되는 세상)으로 주제를 선정, 총 19개국 452개(국내 330개사, 해외 122개사)의 참가사가 전시, 부대행사, 강연 및 세미나, 현장 이벤트 등 450여 개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올해 도서전은 관람객 15만 명을 기록, 지난해 방문객(약 13만 명)보다 증가 추세를 보였다. 주말에는 입장 인원이 몰리며 대기 시간에만 1시간 정도가 소요됐다는 후기도 만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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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울국제도서전 풍경 (ⓒ허승주)

 

독서 인구의 감소, 출판계의 적자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이슈 속에서 서울국제도서전에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는 소식은 다소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는 풍경이다. 이번 도서전과 관련된 언론 보도 중 다음의 기사가 화제가 되었다. ‘인스타용이라도 좋다···서울국제도서전 역대급 흥행(출처: 24. 7. 3. 국민일보 박은주 기자·최다희 인턴기자)’이라는 헤드라인의 기사에서는 이번 도서전의 흥행을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했다. 젊은 세대의 인증 욕구에서 온 ‘보여주기식 문화’라는 점과, 젊은 사람들 사이에 비슷한 고민과 정서를 지닌 사람들의 연결 욕구가 투영됐다는 점, 그리고 이런 도서전이 출판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종합해보자면, 독서 인구가 줄어들며 출판시장 역시 쇠락해가고 있다고 보지만, 책,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텍스트(Text)와 관련된 사람들의 관심이 결코 적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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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주)
 

‘과시하면 어때?’ 독서도 Z세대에겐 ‘경험’이 된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듯하다. 태어나면서부터 인터넷과 전자 기기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Z세대가 등장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도서의 위기’는 매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항간에는 ‘디지털 환경의 포화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수단, 종이 책’에 대한 유행이 퍼져나가고 있는 현상상과, 애서가들 사이에선 ‘텍스트는 힙하다’는 표현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 2월 영국 「가디언」지는 Z세대 사이에 종이 책 판매 붐이 일고 있다며, Z세대 모델이자 독서 클럽 사이트를 운영 중인 카이아 거버(Kaia Gerber)의 인터뷰 문장을 인용했다. “책은 항상 내 인생의 큰 사랑이었고, 독서는 정말 섹시하다Reading is so sexy.”(-참고 기사: ‘Reading is so sexy’: gen Z turns to physical books and libraries, 24. 2. 9. The Guardian, Chloe Mac Donnell)

 

국내에서도 지난 한 해 2030세대 사이에서 도서 『도둑맞은 집중력』이 화제성을 얻은 바 있다. 책은 집중력 감퇴의 원인 중에는 독서 시간의 감소를 꼽으며, 소설 읽기를 통해 집중력을 회복하고 몰입할 기회를 얻는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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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울국제도서전 포스터

 

한편으론 국내외 주요 매체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과시적 독서’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셀럽이나 인플루언서들을 위시한 Z세대들이 북 클럽에 가입을 하고, 도서 필사 노트의 인증샷을 찍으며, 서점의 팝업 공간을 찾는 경험 자체를 즐기는 것처럼, 종이책과 독서를 일종의 힙한 문화처럼 여기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최근 기성 세대 사이에서도 ‘과시적 독서’에 대한 표현이 결코 부정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 역시 주목해볼 부분이다. 도서전에서 산 책을 읽지 않고 쌓아둔다는 지탄 어린 글보다도, 이렇게라도 책을 접하는 기회, 읽을 기회를 얻는 것이 점차 중요해지는 시대라는 것. 이 역시 도서와 독서의 ‘자연스러운 순환’의 일부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2024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한 출판사가 판매 부스 앞에 붙여 놓은 사진이 화제가 됐다.
‘Q 안 읽는 책을 사놓는 사람을 부르는 말은? 오답: 지적허영, 정답: 출판계의 빛과 소금’(-다산북스) SNS에서 밈(meme)으로 화제가 된 문구를 활용한 사진 등을 활용한 도서 홍보 문구는 MZ세대에게 화제가 되었고, 도서전은 약 15만 명이 관객을 모으며 흥행리에 마무리됐다.

 

키워드로 보는 2024 상반기 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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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Keyword#1 ‘구간(舊刊)이 명관’

 

교보문고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98년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로 사랑받은 『모순』(소설 1위)을 포함해, 소설 분야 30위 내에서 무려 11종이 출간한 지 10년이 되어가거나, 훌쩍 넘은 책들이 자리했다.

 

이는 지난해 『달러구트 꿈 백화점』, 『불편한 편의점』으로 신작 한국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거나, 『세이노의 가르침』 같이 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주목을 받은 것과는 다른 풍경이다. 2015년 출간한 『구의 증명』(소설 3위)은 독자들의 입소문과 추천으로 판매 역주행을 하며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했고, 『인간실격』(소설 6위), 『데미안』(소설 12위), 『노르웨이의 숲』(소설 23위)과 같이 오랫동안 소설 분야 순위권을 기록하는 도서들이 자리하는 등, 출간한 지 오래된 도서(구간)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교보문고는 2024년 상반기 판매 동향으로 ‘구간이 명관’이라는 키워드를 선정했고, 예스24 역시 ‘소설, 시, 희곡 분야에서 고전의 강세가 돋보였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구간 소설들 중 영화, 드라마, 유튜브, OTT 오리지널 시리즈 원작 소설로 화제가 되면서, 갑자기 역주행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사례도 있다. 시간을 거슬러 인기를 얻는 책들이 등장하며, 교보문고는 하반기 도서 시장에 절판된 지 오래된 도서들의 재개정판 출간 활동이 늘 것으로 분석했다.

 

Keyword#2 ‘철학적 사고’

 

교보문고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도서 판매 트렌드 중에서도 인문 분야가 신장, 특히 서양철학 관련 도서의 신장률은 125.8%에 달했다. 철학 분야에서 판매 비중도 58.6%나 차지했다. 지난해 -32.1% 하락세를 보였던 동양철학 관련 도서의 신장률은 상반기 16.4% 상승했다.

 

그중에서도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는 올해 시작부터 베스트셀러 1위 및 상위권을 유지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이후에도 ‘쇼펜하우어’ 키워드를 단 제목의 책들은 지난해 8종, 올해 상반기에만 13종이 출간되었고, 일부는 상위권에 오르는 등 책 속에 담긴 쇼펜하우어 인생철학을 추구하고자 하는 독자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다른 서양철학자들의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쇼펜하우어뿐만 아니라 니체, 마키아벨리, 플라톤, 칸트 순으로 상반기에 판매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양철학자 관련 도서 중에서는 『강신주의 장자수업』, 『오십에 읽는 장자』 등 장자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졌다.

 

Keyword#3 ‘핵인싸의 추천 도서’

 

도서『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가 2024년 상반기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했다. 해당 도서는 이동진 평론가의 추천 도서라는 점도 주목해볼 부분이다. 이동진 평론가는 오랫동안 도서 팟캐스트를 진행, 교양 예능프로그램을 통해서 다양한 도서를 추천해오며 애독가 팬덤을 형성해왔다. 그가 지난해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2023 올해의 책’으로 이 책을 꼽았는데, 연말에 감성과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에세이로 입소문을 타며 추천 이후 점점 더 인기를 얻었다.

 

이 밖에도 스타나, 인플루언서들이 선택한 도서들에 관심을 보이는 추세가 커지고 있다. 특히 Z세대 독자들은 최애 아이돌의 도서 리스트에 주목했는데, 팬 소통 플랫폼을 통해 방탄소년단 RM은 『언어의 무게』를, NCT 드림의 재민은 『자존감 수업』을 추천한 바 있다. 또 평소 다독가 아이돌로 유명한 르세라핌의 멤버 허윤진이 출국 길 공항에 책을 들고 오는 모습 등이 공개되며, ‘공항 책’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허윤진의 책 리스트에는 『Breasts and Eggs』(한국어판 『젖과 알』), 『올 어바웃 러브All about Love』, 『세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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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Keyword#4 ‘갓생 위한 자기계발’

 

경기침체와 고물가가 이어지며 현실을 반영하듯 자기계발, 외국어, 수험서 분야가 ‘갓생’의 열기를 이어갔다. 예스24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점가에 혜성처럼 등장한 『세이노의 가르침』이 예스24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위 및 자기계발 분야 1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도 부와 성공, 동기부여 관련 도서가 꾸준히 관심을 얻으며 종합 100위권 내 자기계발서 10권이 포진했다. 올 상반기 자기계발 관련 도서 신간으로는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나는 나의 스무 살을 가장 존중한다』 등이 주목받았고, 그 외 기존 베스트셀러 『퓨처 셀프』, 『역행자 확장판』, 스테디셀러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무삭제 완역본)』, 『원씽』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Keyword#5 ‘웰에이징과 노년의 삶‘

 

초고령화 시대를 앞두고 ‘노화’, ‘나이듦’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젊은층 사이에 ‘저속노화식단’, ‘감속노화법’ 등이 트렌드가 된 것처럼, 건강한 나이듦을 뜻하는 ‘웰에이징Well-aging’, 노년의 삶, 죽음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 도서가 관심을 받고 있다. 예스24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노화, 나이듦’ 관련서는 2023년 64종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31종이 출간됐다. 판매량 역시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68.7% 증가했다. 노년내과 전문의 정희원 교수의 『느리게 나이드는 습관』『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가 관련 도서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올랐다. 더불어 나이듦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조명하는 『오십, 나는 재미있게 살기도 했다』 등도 사랑받았다. 특히 기대 수명이 늘어나며 4050대가 새로운 시작,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재조명되면서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같이 ‘마흔’, ‘오십’ 등을 키워드로 한 인문서, 시, 에세이 관련 도서들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참고 자료: ‘교보문고 2024 상반기 결산’, ‘예스24 2024년 상반기 베스트셀러 트렌드 및 도서 판매 동향’, ‘알라딘 2024년 상반기 베스트셀러 총결산’

2024 상반기엔 어떤 도서들이 인기였을까?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서점 3사의 2024 상반기 베스트셀러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강용수 저 / 유노북스 펴냄) / 193 강66ㅁ  인문과학열람실(3층)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강용수 저 / 유노북스 펴냄)

 

쇼펜하우어는 40대를 인생의 분기점’이라고 말한다. 여러 위기들 가운데 ‘마음의 위기를 다스리는 철학 수업’이 공감을 얻은 것처럼, 그의 통찰이 현대인의 질문의 답이 되어준다.

 

『세이노의 가르침』 (세이노 저 / 데이원 펴냄) / 650.1 세69ㅅ  사회실(3층) 독서인증실(3층)

세이노의 가르침 (세이노 저 / 데이원 펴냄)

 

지난해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며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른 세이노의 가르침. ‘당신이 믿고 있는 것들에 No!를 외치고 제대로 살아가라’는 뜻을 담은 필명 ‘세이노(Say No)’처럼, 저자가 20여 년간 쌓아온 부와 성공에 대한 지혜를 아낌없이 들려준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 저 / 김희정·조현주 역 /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824.92 B858aKㅍ  인문과학열람실(3층)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 저 / 김희정·조현주 역 /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친형의 죽음 이후 뉴욕의 미술관에서 경비원으로 10년간 근무하게 된 저자 패트릭 브링리의 자전적 에세이다. 7만 평의 공간, 300만 점의 작품, 연 700만 명의 관람객들 사이에서 발견한 저자의 다시 일어설 용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아마존 40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미국, 영국 유수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lee.seungyeon@mk.co.kr)]

[사진 및 자료 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서울국제도서전,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각 출판사 /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 출처 : 매일경제 > 

:
Posted by sukji

 

 

 

* [텍스트힙(Text-Hip)에 빠진 Z세대]  책과 출판의 가치, 그리고 과시적 독서

https://nzine.kpipa.or.kr/sub/coverstory.php?ptype=view&idx=860&code=coverstory&category=

* [텍스트힙(Text-Hip)에 빠진 Z세대]  ‘책 경험’을 파는 출판계 팝업스토어

https://nzine.kpipa.or.kr/sub/coverstory.php?ptype=view&idx=861&code=coverstory&category=

 

[텍스트힙(Text-Hip)에 빠진 Z세대] 지루한 텍스트? Z세대를 사로잡다

 

Z세대 사이에서 텍스트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지루한 텍스트보다는 재미있는 영상, 긴 길이의 롱폼보다 60초 이내의 숏폼을 좋아하는 줄 알았던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텍스트힙(Text-Hip)’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로 Z세대는 독서를 ‘힙한’ 문화로 여기며, 심지어 독서하는 모습을 “섹시하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를 살펴보고, 왜 요즘 Z세대 중심으로 텍스트힙 문화가 퍼지고 있는지, 출판문화산업은 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Z세대, 정말 책을 찾기 시작했을까?

 

미국 컨설팅 회사 맥킨지앤드컴퍼니(McKinsey & Company)가 정의한 Z세대는 1995~2010년생이며 2024년 기준으로 만 14세~29세이다. 쉽게 말해 10~20대이다. 이들은 TV 대신 유튜브를 보며 자랐고, 친구와의 소통은 인스타그램으로, 정보 검색은 틱톡으로 한다. 2005년 유튜브, 2010년 인스타그램, 2017년 틱톡, 각 소셜 미디어가 세상에 나온 해이다. 이렇게 Z세대의 성장 과정 자체가 글로벌 SNS 플랫폼들의 태동과 함께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학교 수업을 비대면으로 처음 시작한, 이른바 줌(Zoom) 세대이기도 하다.

 

Z세대는 영상에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라났다. 롱폼에서 숏폼으로 넘어가는 콘텐츠 환경의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한번 보기 시작하면 헤어 나오기 힘든 플랫폼 알고리즘과 이를 다루는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마케팅한다. Z세대는 이 영상 저 영상을 간단한 손가락 터치 한 번으로 넘나들며 점점 시각적 자극에 매료된다. 그동안 여러 조사에서 Z세대의 과잉 영상 노출에 대해 문해력 저하 등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새로운 트렌드가 감지되었다. 영상보다 텍스트를 ‘힙(Hip)’하게 여기는 ‘텍스트힙’이란 신조어가 등장하며 독서를 즐기는 Z세대가 증가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4월 발표한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종합독서율은 10년간 매년 감소 추세인 반면, 10대 청소년의 종합독서율은 95.8%, 연간 종합독서량은 36권으로 2023년을 기점으로 상승세로 전환됐다. 매체별로 나눠봤을 때도 청소년 독서율은 종이책 93.1%, 전자책 51.9%로 2년 전과 비교해 각각 5.7%p, 2.8%p 오르는 등 모든 매체에 걸쳐 고르게 증가했다.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서재’의 〈한눈에 보는 2023 독서 트렌드 리포트〉에서도 20대가 밀리의서재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종합독서율 추이

(단위: %)

출처: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

 

Z세대의 새로운 문화, 텍스트힙 트렌드

 

텍스트에 대한 관심은 이뿐만이 아니다. Z세대 사이에서 네이버 블로그가 ‘온라인 일기장’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책의 좋아하는 구절을 따라 쓰는 ‘필사’, 다이어리에 손 글씨로 직접 일기나 하루 계획을 쓰고 스티커를 붙이는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등 텍스트 쓰기에 점점 더 열광하고 있다. 네이버는 2021년부터 사용자들이 꾸준하게 블로그를 쓸 수 있도록 다양한 주제로 ‘챌린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23년 5월부터 9월까지 가장 최근에 진행한 ‘체크인 챌린지’는 여행, 맛집 등 방문한 장소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인데, 이 행사 참여자의 80%가 10~30대였다.

 

 

 

이러한 텍스트힙 트렌드는 다양한 소비 형태로도 나타난다. 연필, 수첩, 편지 등 ‘쓰기’와 관련한 아날로그 감성의 가게들이 생겨나며 주말에는 웨이팅을 할 정도로 핫플레이스로 거듭나고 있다. 펜팔 서비스 등 편지와 관련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월’, 성수동에 위치한 문구 편집샵 ‘포인트오브뷰(Point of View)’, 연남동에 위치한 빈티지 연필 편집샵 ‘작은연필가게 흑심 등이 대표적이다. X세대 이상 어른들의 감성인 줄 알았던 텍스트 읽기와 쓰기가 이제 Z세대를 힙하게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왜 텍스트를 ‘힙’하다고 생각할까

 

텍스트는 콘텐츠 유형의 하나이다. 콘텐츠는 사진, 영상, 텍스트로 나눠볼 수 있는데 Z세대의 관심이 사진과 영상에서 텍스트 기반 콘텐츠로 확대되었다는 사실은 반가운 일이다. 사진과 영상이 ‘보고 듣는’ 활동에 국한되며 단순히 ‘즐기기 위한’ 관람의 대상이었다면, 텍스트는 ‘읽고 쓰는’ 더 고차원적인 영역이자 ‘콘텐츠 생산’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Z세대의 관심과 활동 영역이 이렇게 확대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텍스트에 대한 열광은 자신에 대한 ‘기록의 욕구’와 미래에 대한 ‘안정의 욕구’가 반영되어 나타난 현상이다. 자신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는 건 결국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다. 생애주기에서 Z세대의 나이 특성을 먼저 짚어보자. 10~20세대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크고,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등 진로를 고민하며 자아를 진지하게 발견해 가는 단계이다. 나의 일상을 추억으로 남기고, 생각을 정리하고, 미래의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방향성은 맞게 가고 있는지 등 쓰기는 이러한 고민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스타그램에 #일기쓰기 해시태그는 10만 개가 넘는다. Z세대는 네이버 블로그, 스레드(Threads)와 같은 텍스트 기반의 플랫폼을 ‘온라인 일기장’으로 삼는다. 또한 SNS 플랫폼 속에서 온라인 모임, 챌린지를 하며 서로를 독려하고, 같은 해시태그를 달아 공유하며 습관처럼 글을 쓸 수 있도록 자극하는 역할도 한다. 자극적인 영상만 가득한 줄 알았던 플랫폼 안에서 텍스트로 서로 연결되는 것이다.

 

둘째, 미디어 환경 측면에서 봤을 때 ‘디지털 디톡스’의 일종으로 텍스트가 다시 각광받는 것이다. Z세대는 학교 수업까지 비대면화되는 급격한 디지털화, 학교 교재의 태블릿화, 영상 기반 SNS 플랫폼들의 범람 등으로 디지털 매체에 대한 피로도가 높다. 이러한 자극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반작용으로 종이책, 종이 수첩에 읽고 쓰는 텍스트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트렌드에 메인 트렌드(Main Trend)가 있으면 그 반대로 가는 카운터 트렌드(Counter Trend)가 생기기도 한다. 아직까지 영상 콘텐츠가 대세인 것은 사실이지만, 짧고 강렬한 영상을 즐기는 트렌드와 함께 반대로 길고 느슨한 텍스트를 원하는 욕구도 같이 올라오는 것이다.

 

셋째, 독서를 장려하는 아이돌, 인플루언서들의 영향과 소셜 미디어로 인해 텍스트힙이라는 ‘문화’가 번지고 있다. 르세라핌의 허윤진, NCT의 재민, 에스파의 카리나, 아이브의 장원영 등은 대기실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방송에서 공개하거나 팬 커뮤니티에 독서 리스트를 공유하는 등 독서 애호가로 알려진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이들이 추천하는 책 리스트는 금방 베스트셀러로 등극한다. 허윤진은 공항에 책을 들고 나타나 ‘공항 패션’ 대신 ‘공항 책’이라는 트렌드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책이 매력적인 소비의 대상으로 Z세대의 눈에 보이게 된 것이다. Z세대의 팬덤은 본인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읽는 책이기 때문에 책을 따라 사본다. 비싼 명품도 아닌, ‘책 한 권’으로 비교적 쉽게 내가 동경하는 아이돌과 취미를 공유할 수 있다. 본인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아니더라도 어떤 책이길래 추천하는 건지 호기심에 읽어보기도 한다.

 

아이돌뿐 아니라 북튜버, 북스타그래머처럼 책을 읽고 추천하는 북 크리에이터도 많아지고 이들의 영향력도 확대되고 있다. 책을 매개로 한 독서모임이 생겨나거나, 분위기 있는 도서관 및 독립서점 등에 대한 게시물도 꾸준히 올라온다. Z세대들은 본인이 읽은 책을 사진으로 찍어 SNS에 인증한다. #책덕후 #책방투어 등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올라온다. #북스타그램 해시태그만 해도 590만 건이 넘는다.

 

‘텍스트힙’을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까

 

Z세대 사이에서 독서와 텍스트에 대한 호감이 높아진 건 확실하다. 점점 책을 읽지 않는다는 우려 속에 이는 분명 반가운 흐름이다. 그렇다면, 일시적인 붐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 최근 출판사와 도서관에서는 북토크, 책 팝업스토어, 책과 함께하는 피크닉, 야외 도서관 등 Z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출판계에서는 창비, 문학동네, 밀리의서재 등 출판사들이 Z세대에게 책에 대한 흥미를 이끌기 위해 책과 작가에 맞는 콘셉트로 팝업스토어 및 체험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한다. 서울시교육청 남산도서관은 산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을 살려 ‘숲 속 북크닉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라탄바구니에 책, 돗자리 등을 넣어두면 방문객들이 무료로 빌려 가 소풍을 하면서 책을 읽게 하는 취지이다. 서울 시청에서 주관하고 있는 ‘서울야외도서관’도 이색적이다. 시청 앞 ‘책읽는 서울광장’, ‘광화문 책마당’, 청계천 ‘책읽는 맑은냇가’ 총 3곳에서 진행하는데 젊은 층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책읽는 서울광장(출처: 서울야외도서관 누리집)

 

 

Z세대는 소비 주기가 짧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똑같은 책이라도 다른 시선으로 보여주는 큐레이션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수많은 책 중에서 나의 취향에 맞는 책을 발견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Z세대들은 나의 가치관과 취향에 맞는 소비를 한다. 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립서점들에 대한 Z세대들의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아이디어는 어떻게 단련할까?’ 등 색다른 주제로 책을 소개하는 ‘최인아책방’, 사전예약제로 유료 입장 후 책을 읽을 수 있는 ‘블루도어북스, 술과 독서를 함께 즐기는 ‘책바, 나와 같은 날 태어난 작가의 책을 선별해 블라인드 북으로 소개하는 읽을마음 등이 대표적이다.

 

Z세대들은 공간에 대한 호기심 반, 책에 대한 관심 반으로 그곳을 찾지만, 중요한 것은 책과 Z세대 간의 지속적인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팝업스토어나 독립서점 등 Z세대 친화적인 오프라인 공간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오프라인 공간을 Z세대와 책을 친밀하게 이어주는 매개체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책을 단순히 소개하는 것 이상으로 책 내용을 경험하게 만들고 작가의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읽는 행위를 넘어 기록하고 공유하고 상기시켜 본인의 취향들을 쌓아가는 Z세대들에게 텍스트힙이 트렌드가 아닌 문화로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란다.

 

최수하 작가, 브랜드 전략가, 트렌드 분석가

TBWA Korea 카피라이터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19년째 신한금융그룹에 근무하고 있다. LG카드 홍보팀, 신한금융지주 전략기획팀, 신한카드 브랜드 전략팀과 글로벌 사업팀을 거친 브랜드 마케팅과 기획 분야의 전문가다. 소비자의 숨겨진 욕망과 심리를 이해하고, 뜨고 지는 브랜드를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을 즐긴다. 저서로는 『팬시, 취향을 삽니다-MZ세대의 프리미엄 소비』(다산북스, 2022)가 있다.
suhaha@naver.com
https://instagram.com/suha_brandnote

 

 

< 출처 : 출판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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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

 

 

국내 100대 기업서 바라는 Z세대 인재상, ‘책임의식’ 가진 직원

 

5년전 44%→올해 67% 급상승
도전정신-소통협력도 중요 가치
“기업 핵심 인력 떠오르는 Z세대
공정 보상만큼 책임감도 지녀야”



국내 대기업의 팀장 A 씨는 몇 주 전부터 임원 보고에 부하 직원들과 함께 들어가고 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직원들이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실수가 잦았는데 그것을 몇 번 바로잡아 주던 과정에서 선택한 해결 방안이다. A 씨는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로 임원들이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보고 책임감을 가지게 되면 실수가 줄고 업무 완성도도 높아질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이 바라는 인재상이 바뀌어 ‘책임의식’을 최우선으로 뽑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0일 국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이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한 인재상을 분석한 결과 ‘책임의식’(67곳), ‘도전정신’(66곳), ‘소통·협력’(64곳)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2008년 첫 인재상 조사를 시작한 뒤 5년 주기로 조사를 하고 있다. 이달 3일부터 17일까지 진행한 이번 조사는 네 번째다.

조사는 각 기업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인재상에서 기업이 추구하는 역량을 표현하는 특정 단어가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지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기존 조사에선 주인의식이었던 항목을 이번 조사부터 책임의식으로 바꿔 분석했다.



5년 사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책임의식을 강조하는 기업이 늘었다는 것이다. 2018년 44%의 기업이 언급해 5위였던 책임의식은, 올해 조사에선 67%의 기업이 강조해 1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포스코홀딩스는 인재상으로 “실천-책임의식과 책임감을 가지고 매사에 결단력을 발휘하며 남보다 앞서 솔선하는 인재”를 꼽았고 KT는 ‘주인정신’을 꼽았다. 2018년 포스코와 KT의 인재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표현이다.

대한상의는 “기업이 인력 핵심으로 떠오르는 Z세대의 요구에 맞게 수평적 조직, 공정한 보상, 불합리한 관행 제거 등을 위해 노력하는 만큼 직원들에게 자기 주관과 책임감 있는 자세로 맡은 일을 수행하는 역량을 기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기업 내부에선 직원들의 책임의식이 줄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2020년 진행한 기업 392곳 대상 조사에서 41.6%의 기업이 “Z세대 신입사원이 이전 세대 신입보다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답한 바 있다.

대기업 팀장 B 씨는 “임원들은 젊은 직원들이 지시한 것 이상은 안 한다고 생각하고, 젊은 직원들은 임원의 이 같은 생각이 급여 이상을 기대하는 것이라고 여기면서 갈등이 생기곤 한다”고 말했다.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사라진 것도 기업이 책임의식을 가진 직원을 선호하게 만드는 배경 중 하나다. 한 대기업 인사팀 직원은 채용 과정에서 어떤 면을 가장 중요하게 보느냐는 질문에 “우리 회사에 얼마나 오래 다닐 건지 가장 잘 드러나는 항목인 ‘지원동기’”라고 답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는 기회와 비용을 투자해 기른 인재를 다른 기업에 뺏기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보가 지난해 10월 2040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서 응답자 59.6%가 ‘회사의 조직문화가 맞지 않아 이직 또는 퇴사를 고민하거나 실행에 옮긴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30대는 같은 답변의 비율이 61.4%나 됐다. 휴넷이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6.8%는 3년 내 이직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기업들 중 ‘전문성’을 인재상에 명시한 곳은 대폭 줄어들었다. 올해 조사에서 인재상에 전문성은 45%로 6순위에 그쳤다. 전문성은 2008년 2위, 2013년 3위, 2018년 2위 등 3위권 밖을 벗어나지 않았는데 이번에 급격히 추락한 것이다.

이는 채용 방식이 달라지며 전문성에 대한 기대가 상향 평준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한상의는 “기업들이 대규모 정기 공개채용에서 직무중심 채용, 수시 채용으로 채용 방식을 바꾸면서 대졸 취업자의 직무 관련 경험과 지식이 상향 평준화됐다”며 “인재상으로 전문성을 강조할 필요성이 낮아졌기 때문에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5년 사이 인재상에서 전문성을 뺀 기업 관계자는 “전문성은 기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종별로 바라는 인재상에도 차이를 보였다. 공급망 재편, 경기 둔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제조업의 경우 도전정신을 책임의식보다 강조했다. 현장 안전을 위한 다양한 관계자 간의 소통이 필요한 건설업은 소통·협력, 도전정신, 원칙·신뢰 등의 인재상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횡령·비리사건 등에 민감한 금융·보험업의 경우 원칙·신뢰를 가장 우선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출처 : 동아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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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택한 느슨한 관계 속에 산다…책으로 미리 보는 2020 트렌드 

 

라이프 트렌드 2020 : 느슨한 연대 / 303.49 김66ㄹ 2020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20 / 구입 중
트렌드 노트(2020) 혼자만의 시공간 / 구입 중 트렌드 모니터(2020) : 대중을 읽고 기획하는 힘 / 구입 중

 

불편함 없는 혼자, 온라인 후렌드[Who+Friend]

 

해마다 가을이면 이듬해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해가 지나고 나서 다시 들춰보면 정확하게 ‘예언’한 부분도 있고, 완전히 ‘헛다리’를 짚은 내용도 있다. 2020년의 트렌드는 어떨까. 11일까지 나온 ‘2020 트렌드’ 책들을 살펴보면 ‘새로운 관계’에 대한 전망이 눈에 띈다. 한국에서는 이미 가족과 친척 등 전통적 관계가 느슨해지고,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관계가 생겨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이런 트렌드에 더 속도가 붙고 사회적 변화도 이끌어낼 것으로 보고 있다.

 

MZ세대, 관계에 기대 낮아
휘발성 관계·소통으로 만족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 연구소’ 소장이 쓴 <라이프 트렌드 2020>(부키)은 부제부터 ‘느슨한 연대’(Weak Ties)다. 김 소장은 2012년에 출간한 <라이프 트렌드 2013: 좀 놀아본 오빠들의 귀환>을 시작으로 8년째 트렌드 분석 책을 내놓고 있다. 경제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자크 아탈리의 “2030년이면 결혼 제도가 사라지고 90%가 동거로 바뀔 것”이란 말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결혼하지 않는다고 가족이 필요없는 것은 아니다. 1인 가구끼리 주거공간을 공유하는 셰어하우스, 취향을 공유하는 각종 살롱 모임과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속에서 경험을 공유하는 문화 등 가족을 만드는 다양한 방법과 이를 지원하는 사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김 소장은 “2020년에는 이에 대한 본격적인 대중소비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한다.

 

행복 키워드로 ‘가족’ 줄고
‘친구’는 여전히 순위 유지
책임·의무 부담 덜한 때문

‘느슨함’은 가족 등 혈연관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과거 가족 이상으로 끈끈했던 회사문화 역시 느슨해진 지 오래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개인이 집단보다 훨씬 중요하고 강력하다. “끈끈한 연대가 없어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혼밥, 혼술, 혼영, 혼여 등 뭐든 혼자 하는 게 이상하지 않다. 대신 SNS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일상적으로 연결된 상대는 아닐지라도, 자신의 일상을 들여다봐주는 이들이 SNS 안에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쓴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20>(위즈덤하우스)은 새로운 관계 맺기 중에서도 20대의 방식을 집중 분석했다. 연구소는 2012년부터 20대의 트렌드를 분석한 책을 매년 발간하고 있다. 연구소는 “밀레니얼과 Z세대의 마이크로 트렌드가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는 주류 트렌드로 진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1년”이라며 “이들이 반응하고 떠들기 시작하는 것들은 결국 연령과 세대를 초월하여 대부분의 사람이 궁금해하고 즐기는 것으로 확산된다”고 밝혔다.

이 책이 관계 맺기의 키워드로 선택한 단어는 ‘온라인에서 누구(Who)와도 서슴없이 친구(Friend)가 된다’는 의미의 ‘후렌드(Who+Friend)’다. MZ(밀레니얼-Z)세대는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인간관계에 권태로움을 느끼는 ‘관태기’를 겪으며 관계를 재정의”하기 시작했다. 관계에 대한 기대가 낮아졌고, 이제는 쉽게 사라지는 휘발성 관계와 소통만으로도 만족한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이용해 일상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반응하는 MZ세대에게는 자신이 상처받지 않는 방향으로, 그리고 자신을 중심으로 관계를 맺으며 나를 지켜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음소프트 생활변화관측소 연구원 7명이 함께 쓴 <2020트렌드 노트: 혼자만의 시공간>(북스톤)은 소셜빅데이터를 활용해 트렌드를 예측한다. 뜨고 지는 키워드를 포착해 그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한국에서 ‘행복의 가장 중요한 연관어’는 꾸준히 ‘사람’이 1위, ‘마음’이 2위다. 한국인의 행복에는 여전히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다만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에는 변화가 보인다. ‘사랑’ ‘아이’ ‘가족’의 언급량은 적어지는 반면 ‘친구’의 순위는 2010년 10위, 2014년 8위 등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책은 “한국인들에게 가족은 가장 중요한 존재인 동시에 가장 불편한 관계다. (…) 그러나 행복해지려면 여전히 누군가 필요하다. 그래서 가족 대신 친구를 택한다”고 설명한다.

친구는 내가 스스로 선택해서 맺어지는 관계이면서, 부부나 연인보다 책임과 의무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 전통적인 친구는 동네나 학교, 학원 등에서 만나 가까워진다. 그러나 2016년을 기점으로 친구 연관어 중 ‘학교’의 입지가 흔들렸고 인스타그램이 가장 중요한 매개로 등장했다. 이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친구에게는 ‘인친(인스타친구)’ ‘트친(트위터친구)’처럼 ‘실친(실제로 만나는 친구)’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었다.

리서치 회사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쓴 <2020 트렌드 모니터>(시크릿하우스)는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있는 ‘1인 체제’ 시대에 역행하는 ‘살롱 문화’를 눈여겨본다. 살롱은 ‘개인 취향에 따라 선택적으로 맺을 수 있는 관계’다. 동창회, 동문회, 향우회, 사우회 등 귀속적 지위에 따라 만들어진 모임은 점차 힘을 잃어가고 개인 취향에 맞는 ‘핵심 콘텐츠’가 있는 모임만 살아남는다.

 

개인 취향 따라 맺어지는
‘살롱 문화’는 세력 확장

 

마크로밀 엠브레인은 “수십만원씩 회비를 내고 참여하는 독서모임 스타트업 ‘트레바리’, 함께 운동하는 운동 플랫폼 스타트업 ‘버핏서울’, 취향을 공유하는 유료 회원제 사교 클럽 ‘문토’ ‘취향관’ 등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이들끼리 모이는 느슨한 커뮤니티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사람들은 이제 막연한 교류나 친목을 목적으로 타인과 만나지 않는다.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는 인간관계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 출처 : 경향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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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