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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도 카톡도 하지 마세요"…휴대폰 걸어 잠그는 2030

 

직장인 63.9%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과부화 겪어
'SNS 박탈감' 탈피 원하고, '낭만' 트렌드 찾고
LP 수집에 필카 현상까지…"여유로움 찾은 결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는 작곡가 코드 쿤스트가 스스로 스마트폰 중독임을 절감하며 디지털 디톡스를 단행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하루 스마트폰 사용량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스크린 타임'이 8시간 반에 육박함을 확인한 그가 '금욕 상자'에 스마트폰을 가둬두는 모습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데이터 플랫폼 썸트렌드를 통해 최근 3개월간의 언급량을 분석한 결과, 온라인상에서 '금욕 상자'의 언급량이 전년 동기간 대비 227.91% 폭증했다. 특히 '나 혼자 산다' 방영 직후인 지난 8월 12일 언급량은 54건으로 가장 많았다.

 
 
                       '나 혼자 산다'에서 코드 쿤스트가 휴대폰을 금욕 상자에 넣고 있다.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대학생 A(22)씨는 "방송을 보고 많이 놀랐다. 스크린 타임이 8시간이라고 디톡스를 하던데, 나는 13시간이 훌쩍 넘는다"며 자신 또한 디지털 디톡스를 숙고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기(Digital)와 '해독하다'라는 뜻을 가진 '디톡스(Detox)'의 합성어인 '디지털 디톡스'는 한국 사회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2014년 645건에 불과했던 '디지털 디톡스' 언급량은 2021년 3159건, 2022년에는 5681건, 2023년 10월 현재까지 7649건에 육박하며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1년간 디지털 디톡스와 함께 언급된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스마트폰을 멀리 하는 대신 독서, 산책, 운동 등 인터넷 없이도 향유 가능한 하루를 만드는 것이 디지털 디톡스의 트렌드이며, 대다수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문자, 카톡 X. 급한 건 전화 부탁'…달라진 2030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 디톡스는 디지털 친화층, 이른바 '디지털 원주민'으로 불리는 2030 청년을 중심으로 확장됐다. 일본의 경우 올해 초 직장인을 중심으로 유행한 디지털 디톡스가 '출근 전 참선 프로그램'과 '신입사원 대상 디지털 디톡스 연수'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으며 한국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디지털 과부하'를 호소하는 직장인을 중심으로 디지털 디톡스가 주목받고 있다.

 

잡코리아가 직장인 44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이후 디지털 과부하를 겪고 있는지 질문한 결과, 응답자 전체의 과반이 '그렇다'고 답했다. 디지털 과부하로 인해 스트레스를 호소한 응답자 63.9% 중 53.7%는 '비대면 업무로 인해 메신저 연락이 잦아짐'을 스트레스의 이유로 뽑았다.
직장인 B(31)씨의 메신저 상태 메시지는 '문자, 카톡 X. 급한 건 전화 부탁'으로 3년째 변함이 없다. 그는 최근 휴일마다 "'열정 품은 타이머'(이하 '열품타') 어플을 켜 둔다"고 말했다. '열품타'는 스터디 스톱워치 앱 서비스로, 공부 시간을 기록하거나 휴대폰 기능에 제한을 둬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B씨는 "코로나19 이후 업무가 유연해진 건 사실이나, 재택근무가 일상으로 자리 잡으며 집에서도 노트북과 휴대폰을 달고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며 "업무 외 시간에라도 네모난 화면을 멀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비교 안 하면 자존감도 높아지죠"…아날로그 선호 증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졸업을 앞둔 대학생 A씨는 최근 인스타그램 어플을 삭제했다. 취업에 성공한 친구들, 시험에 합격한 친구들, 아는 건 이름 뿐인 타인의 성공담을 접하는 게 견딜 수 없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페이스북 친구가 많은 청소년일수록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의 분비가 많다는 캐나다 연구팀의 연구 결과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유저의 자존감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인터넷이 일상화된 시대에 태어나 컴퓨터, 휴대 전화 따위의 디지털 기기에 친숙한 2030 청년들은 위와 같은 우울감에 더욱 취약하다. SNS의 활성화와 함께 개인 일상의 전시가 활발해지며 타인과의 비교에서 비롯된 박탈감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A씨는 "인스타그램을 삭제하니 남들 소식을 알 수 없어서 온전히 내게 집중할 수 있다"며 '카페인 우울증(카카오스토리·페이스북·인스타그램 속 타인의 행복한 모습에 박탈·우울감을 경험하는 것)'에서 해방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 낭만, 서사, 레트로…아날로그의 새로운 정의

 

디지털 디톡스 인기의 연장선으로 아날로그 또한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현 시대에 아날로그는 단순히 디지털의 반대 혹은 비(非)전자적인 것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Y2K, 싸이월드, 뉴트로 등 '그때 그 시절' 감성의 유행과 맥락을 공유하며 '역사가 담긴', '느리고 불편하지만 느낌있는', '낭만적인 것'이라는 새로운 정의를 획득했다.

 

썸트렌드에 따르면 낭만에 대한 언급량이 2021년 1월 이후 온라인상에서 2.6배 증가했다. 주로 '감성'이나 '카메라', '책' 등의 취미 콘텐츠를 수식하는 데에 사용됨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2030 사이에서 아날로그가 '시류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움'과 '느림의 미학'으로 묘사되며 새로운 취미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퇴근 후 집에서 넷플릭스를 보는 대신 독서 모임에 향하는 직장인, 바이닐을 수집하는 대학생, 필름 카메라를 들고 현상소로 향하는 20대 등이다.

 

양윤 이화여자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청년 세대가 디지털 과부화가 기본값인 현 사회에서 나름의 속도와 여유를 찾은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며 "다만 좋은 장소가 금세 입소문을 타 유명해지면 핫플레이스가 되는 것처럼 소비 트렌드 역시 과열될 수밖에 없다. 2030 세대가 아날로그 트렌드의 의의를 잊지 않고 건강히 향유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 출처 : 한국경제 >

:
Posted by sukji

 

 

“집-차-로봇… 초연결된 사회, 도미노처럼 무너질수도”[초연결시대의 명암]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카톡, 카톡.”

이제는 일상생활의 일부가 돼버린 알림음이 멈추자 세상은 혼란에 빠졌다. 메신저가 먹통이 되고, 택시는 안 잡히고, 전자 결제도 불편을 겪었다. 지난달 15일 시작해 며칠 동안 이어진 카카오 시스템 장애는 단순한 화재 사고가 아니었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경계심 없이 받아들인 디지털 ‘초연결사회’. 그 어느 한 고리가 ‘작은 사고’에 의해 끊어질 경우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공개 경고였다.》


24시간, 내 삶을 묶는 디지털


문제는 이런 ‘디지털 재난’이 다시 찾아오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는 것이다. 초연결사회는 더욱더 확장되고 복잡하게 얽힐 것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할수록 휴대전화, 노트북, 컴퓨터뿐만 아니라 자동차, 로봇, 그리고 가정 곳곳에 침투할 지능형 사물인터넷(IoT)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에 연결되고 자동화되지 않는 것이 없을 것이다. 기기에 탑재된 각종 센서 곳곳에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는 인터넷을 통해 인공지능(AI) 학습이 가능한 중앙 슈퍼컴퓨터에 모인다. AI가 분석한 결과를 각각의 기기들로 다시 보내면 각 기기는 이를 바탕으로 주변 상황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게 된다.

테슬라가 9월 말 연 ‘테슬라 인공지능 데이 2022’는 그런 맥락에서 의미심장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 자리에서 직접 공개한 ‘옵티머스’는 가정용 로봇이다. 그러나 그 이면의 비전은 훨씬 더 넓을 수 있다. 테슬라 전기차는 도로에서 운전·교통 정보를 모은다. 수많은 옵티머스는 각 가정에 배치돼 개인의 생활 패턴 등 전반의 빅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들은 모두 테슬라가 현재 개발 중인 중앙 서버의 슈퍼컴퓨터 ‘도조(Dojo)’에 저장된다. 각종 IoT 기기와 공업용 로봇까지. 도로 위, 집 안, 산업 현장의 수많은 데이터가 슈퍼컴퓨터로 밀려들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천재지변, 인터넷 마비, 악성 디도스 공격으로 ‘도조’에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공장 가동이 정지되고, 도로를 달리던 수많은 전기차는 일제히 멈춰 설 수 있다. 누군가 개별 차량이나 로봇을 해킹해 거슬러 올라가 ‘도조’를 마비시키는 일을 벌일지도 모를 일이다. 모든 것이 연결돼 있으므로 역방향 해킹도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위험해 보인다고 해서 글로벌 빅테크의 ‘초연결 본능’을 막을 수는 없다. 더 편한 것을 찾는 소비자의 속성도 마찬가지다. 우리 삶 깊숙이 이미 들어온 구글과 애플은 어떨까. 애플의 자율주행 자동차, 일명 ‘애플카’는 시제품도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최근 미국 신차 선호도 조사에서 포드, 테슬라를 제치고 당당히 3위에 올랐다. 아이클라우드로 연결된 애플 생태계는 아이폰, 맥북, 아이패드, 애플TV에 이어 도로 위까지 연결될 것이다. 구글 역시 전기차 사업에 본격 뛰어들 수 있다. 집, 자동차, 직장이 하나의 가상 생태계로 이어지고, 우리가 어딜 가든 24시간 따라오며 동기화될 시대가 다가온 셈이다.

 

슈퍼 AI, 모든 정보 통제하다


이런 초연결 시스템으로 얻어낸 빅데이터는 슈퍼 인공지능에 집중된다. 그렇게 되면 재난은 컨트롤 가능한 인재(人災), 즉 ‘사람에 의한 재난’을 넘어 통제 불가의 ‘로봇에 의한 재난’으로 진화할지도 모를 일이다. 영화 ‘터미네이터’에 등장한 슈퍼 인공지능 시스템 ‘스카이넷’은 인간이 만든 이기(利器)이지만, 어느 순간 인류를 적으로 판단해 핵전쟁까지 일으키는 존재다. 영화적 상상력이지만 스카이넷의 자리에 도조 같은 초연결 슈퍼컴퓨터를 대입해 보면 어떨까.

바로 이러한 이유로 세계 각국은 초연결에 대비한 ‘안전벨트’를 단단히 조이고 있다.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는 올해부터 보안성과 신뢰성이 보장되지 않은 자동차의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정부 또한 2015년 발표한 ‘국방부 사이버 전략’을 통해 무기 체계의 보안 및 신뢰성을 향상시키겠다고 천명했다. 대표적 전자정부 강국인 에스토니아는 2007년 4월 러시아로부터 대규모 해킹 공격을 받았다. 큰 피해와 사회적 혼란을 겪은 뒤 중요 데이터를 다른 나라에 백업해두는 데이터 대사관까지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코로나19를 거치며 앞선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방역 체계를 자랑했다. 그 과정에서 테크 기업의 덕을 보기도 했다. 네이버나 카카오와 연동된 전자인증서로 많은 이들이 편리하게 식당을 드나들고 집단 방역 체계를 이뤄낼 수 있었다. 우리 정부는 전자정부의 다음 비전으로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추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가진 IT 시스템을 공유하고, 민간이 이를 가지고 디지털 플랫폼 정부 인프라를 구현하도록 한다는 그림도 그리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그 구체적 청사진이 모호하다는 데 있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모두를 연결하는 것은 결국 보이지 않는 선, 바로 인터넷이다. 장애나 해킹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향후 그 위험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다.

초연결 맹신 대신 ‘플랜B’ 마련


따라서 디지털 플랫폼 정부라고 해도 연결의 고도화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빠르고 편리한 것에만 집착해 인터넷 의존도를 100% 가까이로 높이는 것은 위험하다. 인터넷 뱅킹이 편하다고 은행 점포를 모두 없앤다면, 애플리케이션 택시가 더 편리하다고 일반 콜택시를 모조리 폐업시킨다면, 전자 서류가 쉽다고 관공서의 창구를 전부 폐쇄한다면…. 기존의 아날로그 인프라, 그리고 오프라인 업무 체계를 단순히 청산해야 할 과거의 것으로 치부해서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자타 공인의 IT 강국이다. 허나 우리가 그동안 강조하고 추구해온 것이 빠른 속도와 편리함만은 아니었는지 되물어봐야 할 시점이다. 카카오 사태는 연결 기반 사회에서 우리의 삶은 물론 국가의 근간까지도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정보 집중과 서비스 연결의 편리함과 위험성을 모두 여실히 깨닫게 해줬다. 향후 더욱더 고도화할 ‘초-초연결사회’에 대비한 심도 있는 보완책 마련이 절실하다. 안전성과 신뢰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IT 강국, 전자정부 강국은 언제든 무너져 내릴 수 있는 모래성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 출처 : 동아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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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