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말했다. “배우고, 지식을 쌓고, 그것을 교양이나 지혜로 확장해 나가는 사람은 삶이 지겨울 틈이 없다.” 하지만 인생은 본질적으로 고통에 가깝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많다. 매 순간 치열하게 살았지만 가정과 회사에서 중심을 잡기가 힘들고, 도무지 어디로 향해 가야 하는지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인생의 허무와 공허함을 마주하게 된다. 앞만 보고 달려온 삶에 결국 남은 것은 무엇일까? 사는 게 내 마음 같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 인생의 가장 중요한 삶의 가치인 ‘기쁨(喜)’과 ‘즐거움(樂)’을 찾아 지적 여행을 떠난 한 사람이 있다. 고대 그리스, 이야기, 철학, 과학, 역사, 예술 등에서 그가 발견한 10가지 삶의 재료는 고단한 일상의 탈출구가 되어주기도 하고, 흔들리는 마음을 지탱해 줄 단단한 기둥이 되어주기도 한다.
‘빌둥(BILDUNG)’은 독일어로 성숙한 사람이 되는 데 필요한 ‘교양’을 의미한다. 이 책은 위대한 사상가와 예술가들이 작품 속에 남긴 지혜가 우리 인생에 어떠한 도움을 주는지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리고 그 여정의 끝에는, 내 안에 숨어 있던 자유를 찾고, ‘나’라는 이름으로 고유한 삶의 궤적을 그려갈 숭고한 아름다움이 기다리고 있다.
삶에 역경이 닥칠 때, 우리는 쉽게 답을 찾지 못한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비슷한 사고의 폭을 가진 주변 사람들은 좋은 조언자가 되어주기도 하지만, 명쾌한 해결사는 찾지 못할 때도 많다. 이 책 『빌둥』은 교양이 필요한 이유를 아주 단순하게 정의한다. “교양을 쌓는 과정은, 인생을 잘 살아내려고, 우리가 사는 이 세계를 더욱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나 하나는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는 여정이다.” 이미 수 세기 전부터 치열하게 삶의 문제를 고민해온 철학자, 문학가, 예술가들의 작품은, 인생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순간마다 반드시 우리에게 답을 찾아준다
출판사 서평
“사랑과 우정, 여행과 자연처럼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드는 교양이라는 마법!”
교양의 기둥이 단단히 뿌리 내린 삶은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문학과 예술 작품, 역사, 과학, 철학은 마치 좋은 영혼들로 이루어진 구름처럼 우리를 감싸고 있다. 교양을 갖추었다는 말은, 좋은 영혼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 우리를 돕는 마법의 주문을 안다는 뜻이다.”
삶에 역경이 닥칠 때, 우리는 쉽게 답을 찾지 못한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비슷한 사고의 폭을 가진 주변 사람들은 좋은 조언자가 되어주기도 하지만, 명쾌한 해결사는 찾지 못할 때도 많다. 이 책 『빌둥』은 교양이 필요한 이유를 아주 단순하게 정의한다. “교양을 쌓는 과정은, 인생을 잘 살아내려고, 우리가 사는 이 세계를 더욱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나 하나는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는 여정이다.” 이미 수 세기 전부터 치열하게 삶의 문제를 고민해온 철학자, 문학가, 예술가들의 작품은, 인생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순간마다 반드시 우리에게 답을 찾아준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에서 문제에 부딪혔을 때, 교양은 신의 이름으로 부자와 권력자를 비판했던 구약성서 속 선지자들을 동원한다. 동시에 무신론자이자 사회주의 창시자인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입을 빌리기도 한다. ‘선의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거짓말이나 전쟁을 용납해도 되는가’라는 딜레마 앞에서는 이마누엘 칸트가 조언해 주기도 한다. 이들은 모두 죽고 나서 사라져 버린 지난 날의 권위자들이 아니다. 비록 눈앞에 보이지는 않더라도 우리와 함께 생각하고, 공감하며, 세계를 발견해 나가고, 지금 여기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간다.”
『빌둥』에서 말하는 교양은 단지 지식을 늘리고 능력을 키운다는 의미가 아니다. 소크라테스와 니체, 찰스 디킨스와 갈릴레오 갈릴레이 같이 앞서간 시대의 지성들은 모두 죽고 나서 사라져 버린 지난날의 영웅들이 아니다. 우리가 인생의 굴곡을 직면할 때 그들은 시대를 초월한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문제를 헤쳐 나갈 용기를 일깨워준다. 데이터 홍수에 시달리는 현대 사회에는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들이 독이 되곤 한다. 그러나 고대부터 현대까지 교양의 재료로 키워온 생각의 그릇은, 상황에 따라 변하거나 휘둘리지 않는 분명한 기준이 되어, 불확실한 삶을 돌파하는 든든한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
“‘무엇이 올바른 삶인가’에 대한 가장 품격 있는 응답!”
성숙한 생각은 어떻게 나와 세상을 바꾸는가?
“교양을 갖춘다고 해서 바로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교양은 우리가 옹졸하거나 독단적인 사람이 되는 일만은 막아준다. 그것만으로도 교양은 큰일을 해내는 셈이다.”
『빌둥』은 무분별한 발언과 무책임한 태도가 난무하는 시대에, 타인에 대한 존중과 분별력 있는 삶의 태도가 무엇인지를 깨우쳐준다. 이 책은 최근 언론을 뜨겁게 장악하는 도덕성 결여의 문제들이 대부분 누군가의 ‘악의적인 마음’보다는 ‘상상력의 부족’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상상력이 없으면 타인의 고통, 그들의 이야기, 처지에 공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양은 상상력의 경계를 허무는 좋은 수단이다. 길거리에 앉아 있는 걸인은 그냥 지나칠 수 있어도, 소설 속에 등장하는 걸인은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때로는 철학과 예술이 현실보다 더 엄격하게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해준다. 이처럼 ‘교양을 쌓는다’는 말에는, 무지와 편협함, 편견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유행과 다수의 의견, 그저 여론을 따라가는 태도에도 일정한 거리를 둘 수 있게 해준다.
외부의 결정에 좌우된다거나 억압받는다고 느끼지 않는 삶은 자유롭다. 깊은 숨을 쉴 때처럼, 넓게 펼쳐진 풍경을 바라볼 때처럼, 충만한 자유로움이다. 출렁이는 파도에도 휩쓸리지 않고 품격 있게 나이 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이 책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모든 지혜를 담았다. 기본과 상식, 정의가 흔들리는 세상에서, 앞서간 시대의 지성들이 켜놓은 상냥한 등불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반드시 필요한 답을 들려줄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불완전한 삶의 방향을 찾는 ‘마법의 주문’
1부 삶의 기쁨은 어디에서 오는가
1장 [고대 그리스] 본질의 발견 2장 [이야기] 내 안의 위대한 유치함을 깨우는 법 3장 [과학과 철학] 세상을 거꾸로 뒤집어 보는 법 4장 [미술] 나만의 삶의 궤적을 그리는 법 5장 [음악] 내 영혼의 자유를 찾는 법 6장 [역사] 삶에 깊이를 부여하는 법
2부 성숙한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7장 [관심과 호기심] 도전을 망설이게 하는 장애물을 극복하는 법 8장 [독서와 탐닉] 나 자신을 지독히 홀로 두는 법 9장 [전통과 저항]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법 10장 [감탄과 감동] 아름답고 선한 것으로부터의 자극
10년 만의 인터뷰, 11번의 만남, 3000매의 녹취록 인터뷰어 지승호가 철학자 강신주의 육성을 온전히 담아낸 책
우리 시대 가장 사랑받는 철학자 강신주의 2022년 신작 작은 자본가가 되어버린 서글픈 이웃들에게 전하는 철학자의 생각, 철학자의 마음
끊임없이 당대의 문제에 천착하며 시대적 징후를 읽어온 인터뷰어 지승호와 시대의 징후로부터 철학적 담론을 생성해온 강신주의 만남. 이 책은 국내 최고의 인터뷰어 지승호 작가가 우리 시대 가장 사랑받는 철학자 강신주를 10년 만에 만나 인터뷰한 책이다. 11번의 만남, 3000매의 녹취록을 바탕으로 철학자 강신주의 육성을 온전히 담아냈다. 10년간 철학자 강신주의 타인에 대한 애정은 더 단단하고 깊어졌다. 타인은 물론, 가족마저 ‘기브 앤 테이크’ 관계가 되어가는 사회에서 우리 존재는 ‘교환’이 아닌 ‘불가능한 교환’의 관계임을 일깨운다. 또한 10년간 철학자 강신주의 말과 생각은 더 강력하고 신랄해졌다. 강력한 자본주의 세상을 ‘스마트폰’으로 압축하여 분석하고, 누구나 ‘작은 자본가’가 되기를 꿈꾸는 현시대를 비판한다. 마지막으로 그의 애독자들이 유독 궁금해하는 건강 문제와 집필 중인 책 이야기도 담았다. 인간성을 파괴하는 담론들과 맞서 싸우며 삶과 시대에 대한 강신주만의 성찰이 오롯이 담긴 책이다. 본 도서는 인터뷰집 시리즈 〈EBS 인생문답〉의 첫 책으로, 자신만의 철학으로 일관된 삶을 살아가면서도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쟁점을 품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한 시대의 문제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고민했던 인물들의 말과 생각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나. 인문, 경제경영, 교육 등 당대의 대표 인물을 만나 인생을 묻고 철학을 기록한 인터뷰집이다.
출판사 서평
차가운 세계를, 갈라진 세계를 용접하는 뜨거운 말들
“그늘이 넓은 나무”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철학자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곁에 와서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하는 바람이 담긴 말이다. ‘사랑과 자유의 철학자’, ‘거리의 철학자’라고 불리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철학자 강신주는 어느덧 가지와 잎이 무성한 나무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곳에 찾아오는 사람들 가슴에 그는 몰래 폭탄 하나씩 넣어두는 것만 같다. 그것은 무언가를 파괴하기 위한 무기가 아니다. 오히려 어떤 무기보다 강한 폭발력을 지닌, 세계를 정화하는 작고 단단한 연꽃 씨앗과도 같다. 그리고 무심한 듯하지만 몸 안에 수많은 질문들을 품고 살아가는 한 사람이 있다. 인터뷰어 지승호는 21년 동안 60권이 넘는 인터뷰 책을 출간했다. 그는 결핍과 허기 가득한 질문들을 주머니에 넣고 와서 철학자 앞에 가만히 놓아둔다. 두 사람의 치열하고 뜨거운 만남은 우리 시대의 찢긴 의식들, 갈라진 세계를 뜨겁게 용접한다. 좀 더 나이 들고 아픈 몸으로 만난 두 사람의 말과 생각은 “몸의 시간”을 통과하며 역설적이게도 더욱 힘 있어졌고 폭 넓어졌다. 인터뷰어 지승호는 혐오가 혐오를 부추기는 시대, 가족이라는 공동체마저 위태로운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엽기적인 사건들, 팬데믹과 언택트 시대의 현상들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도 묻는다. 이에 더해서 강신주의 철학과 담론, 집필한 책과 작업 중인 책에 대해서도 궁금증을 쏟아놓는다. 이에 대한 답변을 통해 지승호는 “현상의 본질에 조금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다”라고 털어놓으며, 강신주라는 철학자가 “점점 더 본질을 파고들어 꿰뚫어가고 있다”고 긴 만남 후의 감회를 전한다.
“개인이 시장과 한 몸이 되고, 자본주의에 물든 이 사회에 강신주라는 치료제 혹은 해독제가 필요한 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 책을 읽으시는 여러분과 함께, 강신주와 함께, 그리고 등불의 패밀리들과 함께라면 자유를 위한 싸움이 외롭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과 공동체 의식의 회복을 위하여
강신주의 말과 생각은 불편하다. 내가 속한 세계가 “억압체제”이며 “거대한 요새처럼 우리를 가로막고” 있다는 현실을 까발려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말과 생각은 뜨거우면서 동시에 상쾌하다. 사유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천의 방향으로 열려 있기 때문이고, 불가능해 보이는 세계를 가능성의 영역으로 끊임없이 불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강신주는 모든 가치를 교환 가능한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자발적 노예, 출퇴근 노예로 살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벤담적 사고를 지닌 이기적 개인이며, 모든 관계는 ‘기브 앤 테이크’의 관계로 포섭된다고 비판한다. 강신주가 드러내는 현실 속의 ‘나’는 이렇듯 무엇인가로부터 목이 눌려 있다. 이 불편함이 당연한 것으로 알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강신주는 내 몸을 누르고 있는 형상을 들춰내고 그 압력을 온전히 느끼게 만든다. 다만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가능성 너머로 가는 실천의 길을 함께 제시한다.
“강자에게 복종하지 말고 약자를 억압하지 않는다, 약자를 돌보는 것이 자유인의 자긍심이고 당당한 사람의 자긍심이라고 나는 말했어요. 어떤 강자라고 해도 그 사람이 힘이 세고 나를 억압한다고 하더라도 강하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말을 듣지 않아야 자유인이라고 배웠으니까요. 당당하고 자유로운 사람들의 공동체가 자유로운 개인들의 공동체고, 최제우가 말했던 하늘처럼 존귀한 님들의 공동체고, 불교에서 말하는 부처들이 살고 있는 땅, 불국토(佛國土)예요. 원효가 꿈꿨던 불국토. 모두가 부처고, 모두가 하늘님인데 누가 누구를 지배해요. 누가 자유인의 목을 눌러요. 나를 죽이지 않는 이상 누구도 내 몸에 걸터앉을 수 없어요. 사자를 죽여야만 사자의 목에 발을 올릴 수 있는 거죠. 강자한테는 사자 같은 사람이어야 해요. 그것이 자유인의 전통이에요.” (316쪽)
강신주는 억압체제에서 벗어나 좀 더 나은 사회로 가기 위해 우리가 “가슴속에 품어야 할 하나의 가치”는 “누구의 지배도 받지 않고, 누군가를 지배하지도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라고 말한다. 그뿐 아니라 “타자와 소통하고 연대할 수 있는 사람들, 소수 지배자가 되거나 그들 편을 들지 않고 지금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아픔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모이는 인문주의적 패밀리의 구축을 이야기한다. 결국 타인에 대한 애정과 연대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주목할 부분은 특히 ‘스마트폰 사회경제학’과 ‘팬데믹과 언택트 시대’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다. 강신주는 전염병으로 인한 팬데믹의 원인을 자본의 팽창과 세계화 그리고 몸의 로컬리티, 인간의 시간을 넘어서는 자본의 속도에서 찾는다. 그리고 여기서 “자본을 통제하지 않으면 전염병은 또 온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가속화되는 스마트폰 시장에 대해 깊은 우려를 전한다. 자본주의에서는 사치품이 필수품이 되고, 그 필수품이 새로운 사치품을 만들고, 이 새로운 사치품이 필수품이 되는 과정을 무한 반복한다고 말한다. 거기서 자연과 인간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낡은 것은 버리고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취향을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각인시키고 있어요. 자본주의는 계속 신제품을 만들어서 사용가치가 다하지 않은 제품을 버리고 새로 사도록 만들어야 하니까요. 산업자본주의가 작동하기 이전 시대에서는 어땠을까요? 낫이 다 닳아서 쓸모를 다했을 때 바꿨어요. 당연히 낫을 다량으로 소유할 필요가 없었죠. 집에 옷이나 신발이 쌓여 있지도 않았어요. 옷이 해지거나 신발이 닳을 때 옷이나 신발을 구하면 되니까요.” (125쪽)
강신주는 이러한 인간의 소유 욕망, 이기적 욕망에서 벗어나려면 각자가 자유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자유인의 정신을 가질 때 비로소 “타인 역시 존중의 대상 그리고 아낌의 대상”이 된다고 말한다. 또한 자유인들이 꿈꾸는 공동체의 이념은 노동하는 사람에게 생산수단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 명령하는 상전을 뽑지 않는 것, 그리고 모든 대표자는 언제나 소환 가능하다는 원칙이다.
바람에 흩어지는 말과 생각들
강신주는 “억압체제 혹은 억압의 형식 자체를 응시했던 사람들과 연대하고, 앞으로 태어날 자유인들을 기다리는 책”을 쓰고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그가 하고 있는 작업은 억압체제의 지배 담론에 저항하는 ‘패밀리’의 구축이다. 그가 ‘등불의 패밀리’로 호명하며 연대하는 사람들은 “마르크스, 최제우, 신채호, 로자 룩셈부르크, 기 드보르, 체 게바라, 카스토리아디스, 랑시에르” 같은 자유인들과 ‘파리코뮌의 전사들, 집강소를 지키며 산화했던 동학혁명의 농민들, 독일혁명의 전사들, 레닌과 트로츠키와 맞섰던 크론시타트 수병들과 시민들, 체 게바라와 함께했던 전사들, 68혁명에 참여했던 자유인들, 그리고 세계 도처에서 억압체제에 맞서 싸웠던 수많은 익명의 동지들’이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꿈, 평의회 코뮌주의에 대한 꿈, 인문주의적 사회에 대한 꿈, 인간이 더불어 사랑할 수 있는 연대의 사회성에 대한 꿈”을 실현하고자 한다. 강신주는 ‘사랑과 자유의 철학자’로 불린다. 거기에 ‘바람의 철학자’라는 또 하나의 명칭을 덧붙일 수 있지 않을까. 바람은 흔들림의 형식으로 존재한다. 스스로 꿈틀대며 끊임없이 이동하고, 세계를 쓰다듬으면서 동시에 자극하고, 구축된 질서를 흩어놓기도 하면서 생명을 움트게도 한다. 스스로를 “바람을 맞고 혼자 앉아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강신주는 그렇게 세계를 흔들며 또 다른 패밀리를 기다리고 있는 과정 속에 있다. 묘지 위를 부는 바람을 맞으며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시인 폴 발레리처럼 이 지독한 역설의 공간에서 굳어진 말들이 다시 흩날리기를, 썩은 자리에서 다시 풀이 자라나기를, 그래서 이곳에서 다시 살아가리라 다짐한다. ‘돌 속에 갇힌 말들’ ‘페이지 안에 갇힌 말들’에게 “날아 흩어져라” 하고 조용히 외치고 있다. 이 책에는 “몸의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한 철학자의 생각과 말들이 그늘을 드리운 나무의 잎처럼 아우성치는 소리가 담겨 있다. 철학자 강신주는 모두가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살아내기를?바라며,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며 소통하고 연대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인간에 대한 사랑과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기를 바라며 바람처럼 우리를 흔들어대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가 함께 ‘폭주하는 기차의 비상 브레이크를 잡아당길 수 있기를’ 바라면서 소통 가능성의 조건을 만들고 있다.
“분업 체계에 포획되지 않은 사유, 분업 체계를 가로질러 전체를 사유하는 사유, 그래서 소수의 지배와 명령을 무력화하는 사유! 바로 이것이 철학이에요. (…) 분리되어 격리된 A와 B를 소통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것, 바로 그것이 철학의 임무라고 할 수 있어요. 소통 가능성의 조건을 만드는 거죠.” (355~356쪽)
목차
프롤로그_ 우리 모두 조금만 더 가난해졌으면(지승호)
〈첫 만남〉 자유로운 사람만이 사랑할 수 있다 저잣거리에서 외치는 사랑과 자유 ‘나’는 수많은 인연의 결과물이다 인간의 사회, 사회적 인간 나의 ‘패밀리’를 소개합니다
〈두 번째 만남〉 사람의 문맥을 읽는다는 것 텍스트와 콘텍스트 사이에서 ‘쾌’와 ‘불쾌’의 세상에서 문맥 읽기 새롭고 낯선 세계와 만난다는 것 변화하니까 소중한 것이다 혼자 먹는 밥, 나눠 먹는 밥
〈세 번째 만남〉 팬데믹 그리고 언택트 자본의 속도는 인간의 시간을 넘어선다 팬데믹은 다시 온다, 자본을 통제하지 않으면 내 손 안으로 들어온 시장 사치품에서 필수품으로
〈네 번째 만남〉 스마트폰 사회경제학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폰 게임, 자본주의와 개인주의의 학습장 나이 듦, 꼰대 그리고 신제품 모든 것이 가능하지만, 모든 것이 불가능한
〈다섯 번째 만남〉 '작은 자본가'들의 세상 한 명의 승자, 그리고 다수의 패자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복종하지도 지배하지도 않는 자유인의 정신 자율적 주체를 위한 교육 자기 울음소리로 우는 아이
〈여섯 번째 만남〉 가족공동체와 ‘기브 앤 테이크’의 세계 가족, 자본주의가 남겨둔 마지막 공동체 ‘교환’이 아니라 ‘선물’이다 타자의 고통을 느낀다는 것
〈일곱 번째 만남〉 진보의 전제는 타인에 대한 애정이다 동등한 우정 나누기 ‘강남좌파’, ‘좋은 지주’, ‘따뜻한 자본주의’ 생계 문제 빠진 인권은 의미 없다
〈여덟 번째 만남〉 구경꾼에서 주체로 세월호 그리고 신자유주의 세상이 좋아질 거라는 낙관, 혹은 절망 촛불은 혁명이 아니다
〈아홉 번째 만남〉 글, 책, 담론들 다른 사유가 다른 세계를 구성한다 젠더 갈등, 노동자와 노동자의 갈등 노예제와 노동자제는 다르지 않다 당신은 어디에 서 있나요?
〈열 번째 만남〉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교감이 남긴 흔적들 혼자서 바람을 맞고 있는 사람 자유를 살아낸 시인 다수가 다수의 목소리를 내도록
〈열한 번째 만남〉 넓은 잎을 가진 철학 나무처럼 우리 이 돌을 함께 치워요 철학 하는 즐거움, 철학 하는 괴로움 이야기는 언제나 다시 이어집니다
《사랑의 기술》을 읽기 전에 읽어야 할 책 삶을 사랑하는 능력을 회복하기 위한 에리히 프롬의 깊은 사유와 예리한 통찰
명실상부한 사랑의 철학자인 에리히 프롬이 이제 《사랑의 기술》이 말하는 관계의 사랑을 넘어, 보다 더 근본적이고 모든 사랑의 핵심인 ‘삶에 대한 사랑’을 말한다. 자신을 미워하며 공허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심리를 분석하고 삶을 사랑할 자유에 대해 통찰한다.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미발표 작품으로, 에리히 프롬의 마지막 8년을 함께한 조교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라이너 풍크 박사가 유작을 엮었다.
에리히 프롬은 삶을 사랑하는 능력의 상실을 현대인의 핵심 문제로 삼으며, 경제, 사회, 정치, 노동과 연계해 깊이 성찰한다. 나르시시즘, 이기주의, 결핍, 소외 등 심리적·정신적 관점부터 대량생산, 기술 맹신, 경제적 과잉 등 사회경제적 조건까지 우리가 자신의 삶을 무의미하다고 여기는 이유를 탐색하고 회복의 길을 제시한다. 삶을 사랑하는 능력을 회복하기 위한 살아 있음의 철학이다.
출판사 서평
《사랑의 기술》을 읽기 전에 읽어야 할 책 자신을 미워하고 무의미하게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살아 있음의 철학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삶은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다. 우리가 삶을 사랑한다면 삶의 과정이, 다시 말해 변하고 성장하며 발전하고, 더 자각하며 깨어나는 과정이 그 어떤 기계적 실행이나 성과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40쪽)
전 세계에서 수백만 부 이상 판매되며 출간된 지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스테디셀러이자 현대의 고전 《사랑의 기술》. 명실상부한 사랑의 철학자인 그가 이제 《사랑의 기술》이 말하는 관계의 사랑을 넘어, 보다 더 근본적이고 모든 사랑의 핵심인 ‘삶에 대한 사랑’을 말한다. 자신을 미워하며 공허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심리를 분석하고 삶을 사랑할 자유에 대해 통찰한 신간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원제: Lieben wir das Leben noch?)가 출간되었다.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미발표 작품으로, 에리히 프롬의 마지막 8년을 함께한 조교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라이너 풍크 박사가 유작을 엮었다. 에리히 프롬은 사회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로서의 진면목을 발휘해 삶을 사랑하는 능력의 상실을 현대인의 핵심 문제로 삼으며, 경제, 사회, 정치, 노동과 연계해 깊이 성찰한다. 나르시시즘, 이기주의, 결핍, 소외 등 심리적·정신적 관점부터 대량생산, 기술 맹신, 경제적 과잉 등 사회경제적 조건까지 우리가 자신의 삶을 무의미하다고 여기는 이유를 탐색하고 회복의 길을 제시한다. 삶을 사랑하는 능력을 회복하기 위한 살아 있음의 철학이다. 사회의 속도에 따라가지 못해 심리적으로 고통당하고 무력감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속도를 되찾도록, 강요된 속도에 맞춰 정신없이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잠시 멈추어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질문하도록 도울 것이다.
우리는 왜 사랑을 잃어버렸는가 물질세계와 공허한 삶에 대한 비판적 성찰
“더 이상 우리 자신을 사물로 바꾸어서는 안 되며 우리는 사물의 주인으로만 존재해야 할 것이다.”(43쪽)
현대 자본주의사회는 인간에게 자신을 훈련하고 타인과 자유롭게 소통하며 다채로운 문화 서비스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대인은 감정을 비합리적인 것으로 여기며 지성과 감정을 분리해 통합된 인격을 가꾸지 못하고, 팀워크와 소속감이라는 명목하에 타인과 구분되기를 두려워하며, 욕망을 끊임없는 소비로 채우려다 공허함에 시달린다. 에리히 프롬은 사물의 생산만이 중요해지면서 우리가 스스로를 사물로 바꿔 수단이 되어버렸다고 지적하며, 세계와 인간 존재를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 이기적 인간에서 이타적 인간으로 프롬은 칼뱅, 칸트, 베버, 프로이트, 니체 등 철학자들의 논의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자신의 자기애 철학을 풀어낸다. 특히, 자신을 향한 사랑과 타인을 향한 사랑이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한 프로이트의 나르시시즘 이론을 비판한다. 타인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감정과 태도의 ‘대상’이기에 자기애와 타인을 사랑하는 것은 완벽히 일치한다. 사실 이기심, 나르시시즘은 자기를 사랑하는 것과는 완전히 반대 개념이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 항상 불안한 사람은 가지려고만 하거나 자신을 추앙하는 방식으로 사랑의 결핍을 보상하려 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 삶을 충만하게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온전함과 유일함에 대해 이해하고 존중할 줄 알며, 이는 전체 인간 존재에 대한 존중과 이해로 이어진다.
· 수동적 인간에서 활동적 인간으로 인간은 우수하고 멋진 사물을 생산하며 유례없는 부를 쌓았지만, 손수 만든 창조물은 낯설고 위협적이다. 인간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이 삶의 방향과 속도를 제시하며 인간을 소외시키는 세계가 되고, 인간은 무기력하게 복종한다. 현대인의 내면에는 그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 세계, 심지어 자신이 만든 사물조차도 바꿀 수 없다는 깊은 무력감이 자리한다. 현대인은 물질세계에서 어떻게든 생존하기 위해 남보다 더 활동적이고 분주하게 움직이며, 자신이 무력하다는 깨달음을 외면한다. 무기력에서 벗어나려면 분주함이 아닌 자유롭고 자발적인 내적 활동성을 되찾아야 한다.
· 소비하는 인간에서 존재하는 인간으로 프롬은 오늘날에도 꾸준히 논의되는 기본 소득의 문제를 사회경제적 관점을 넘어 심리적 관점으로 조명한다. 경제적 과잉의 시대에 가능해진 기본 소득으로 인간은 생계 유지의 위협에서 해방될 자유,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러나 산업사회는 인간을 소비하는 인간 ‘호모 컨슈멘스homo consumens’로 만들어버렸다. 광고에 자극받고 조종당하며 인간은 만족을 모르고 수동적이며 날로 더해가는 끝없는 소비로 텅 빈 마음을 보상하려 한다.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기에 탐욕을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본 소득으로 인간이 진정한 자유를 얻으려면 지금의 최대 소비 시스템을 공공 욕구에 맞춘 최적 소비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최대 소비에서 최적 소비로 이행하려면 생명, 생산성, 개인주의 등 인문주의적 가치를 부활시켜 물질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창의성과 활동성의 회복 새로운 삶을 위한 사랑의 기술
“사랑하는 사람은 쉬지 않고 자신을 변화시킨다. 더 많이 느끼고 관찰하며 더 생산적이고 자기 자신과 더욱 가까워진다.”(34쪽)
에리히 프롬 사랑 철학의 완성은 호모 컨슈멘스가 되어버린 현대인이 스스로 다른 인간이 되는 것이다. 인간은 매 순간 “인간이란 무슨 의미인가”라는 단 하나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모든 인간은 창의성과 활동성을 회복해야 한다. 창의성은 자기를 포함한 어떤 대상을 왜곡 없이 보고 그에 응답하는 능력으로 삶을 살아가는 자세다. 창의적인 사람은 머리로, 눈과 귀로만 반응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온 인격으로, 가슴으로 응답한다. 투영과 왜곡을 낳는 불안, 열등감 등 신경증적 ‘악덕’을 최소로 줄이고 내면의 성숙에 이른 사람만이 창의적으로 살 수 있다. 활동성은 현대인의 강제된 분주함이 아니라, 잠시 멈추어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는 내면의 활력을 의미한다. 잠시 멈추어 스스로 느낀다고 해서 고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프롬은 인간을 고립된 마지막 단위라고 여긴 데카르트의 생각을 반박하며,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는 것은 항상 세계를 이해하고 파악하는 과정, 세계에 대한 관심의 과정과 연결된다고 본다. 내면의 활력이 넘치는 사람은 “삶의 과정에서 쉼 없이 변하고, 모든 행위에서 같은 사람이 아니며, 정반대로 모든 행위가 동시에 그의 인성 변화”(227쪽)로 이어진다. 시작은 깨달음이다. 이 책은 소비가 제공하는 것에, 오늘날 주어진 일을 해치우는 것에만 만족하는 우리의 모습을 깨닫고 진정한 창의성과 활동성의 훈련을 통해 삶을 사랑하는 능력을 회복하도록 이끌어준다. 당신에게는 삶을 사랑할 자유가 있다.
목차
서문
1.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2. 인간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다 3. 이기심과 자기애 4. 창의적인 삶 5. 죽음에 대한 태도 6. 무력감에 대하여 7. 기본 소득으로 자유를 얻으려면 8. 소비하는 인간의 공허함 9. 활동적인 삶
불교 철학의 여덟 가지 키워드와 여덟 편의 시, 동서양의 중요한 철학적 사유를 통해 ‘한 공기의 사랑’과 ‘아낌의 정신’을 배우다
“사랑한다”는 말이 익숙한 시대다. 그런데 사랑은 우리를 자꾸만 공허하게 만든다. 누군가를 정말로 소중하게 여기는 것, 다시 말해 ‘아낌’의 의미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할 때다. 철학과 삶을 연결하며 대중과 가슴으로 소통해온 철학자 강신주의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 불교 철학을 담은 여덟 단어와 동서양 철학, 문학을 통해 ‘사랑’과 ‘아낌’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책이다.
이 책은 고(苦), 무상(無常), 무아(無我), 정(靜), 인연(因緣), 주인(主人), 애(愛), 생(生)을 키워드로 하여 전체 8강을 통해 ‘한 공기의 사랑과 아낌의 정신’을 이야기한다. 김선우 시인의 시 8편으로 각 주제를 열어, 싯다르타와 나가르주나, 임제, 백장 등 불교 사유와 함께 동서양 과거와 현재의 중요한 철학적 사유를 종횡으로 아우르며 주제의 핵심에 다가간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착수처’를 제시하여, 지금보다 더욱 성숙하게 ‘아낌’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독자를 이끈다.
출판사 서평
사랑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두 공기, 세 공기가 아닌 ‘한 공기의 사랑’이다
‘EBS CLASSⓔ’와 ‘철학자 강신주’의 콜라보레이션 살면서 꼭 한 번은 들어야 할 명강!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 있다면, 우리는 다른 존재에게 있어 한 공기의 밥만큼만 사랑해야 한다. 스스로 사랑이라고 믿지만 두 공기, 세 공기의 밥이 되는 순간,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강 고(苦) 아픈 만큼 사랑이다」 중에서
“사랑한다”는 말이 익숙한 시대다. 그런데 사랑은 우리를 자꾸만 공허하게 만든다. 누군가를 정말로 소중하게 여기는 것, 다시 말해 ‘아낌’의 의미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할 때다.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가? 지금 하고 있는 사랑이 ‘기브 앤드 테이크’의 관계가 되어가고 있지는 않은가? 철학과 삶을 연결하며 대중과 가슴으로 소통해온 철학자 강신주의 신작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은 불교 철학의 핵심을 담은 여덟 단어와 동서양 철학, 문학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사랑에 관한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게 하고, 사랑과 아낌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한다. 이 책은 TV 강연 프로그램 EBS 〈CLASSⓔ〉에서 총 16회에 걸쳐 방송된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과 동시 기획되어 출간되었다. TV 강연을 통해 뜨거운 울림을 주었던 ‘사랑과 아낌의 인문학’을 한층 더 심도 깊게 다루고 있다.
불교 철학의 여덟 가지 키워드와 여덟 편의 시, 동서양의 중요한 철학적 사유를 통해 ‘한 공기의 사랑’과 ‘아낌의 정신’을 배우다
이 책은 고(苦), 무상(無常), 무아(無我), 정(靜), 인연(因緣), 주인(主人), 애(愛), 생(生)을 키워드로 하여 ‘한 공기의 사랑과 아낌의 정신’을 이야기한다. 김선우 시인의 시 8편으로 각 주제를 열어, 싯다르타와 나가르주나, 임제, 백장 등 불교 사유와 함께 동서양 과거와 현재의 중요한 철학적 사유를 종횡으로 아우르며 주제의 핵심에 다가간다. 1강 ‘고(苦); 아픈 만큼 사랑이다’에서는 사랑의 바로미터인 고통의 감수성을 이야기한다. 우리 삶이 ‘고통’인 이유, 그 고통을 완화하는 것이 ‘행복’이며, 상대의 고통을 완화시켜주려 하는 것이 바로 ‘사랑’임을 사물(四物)과 공양(供養)의 의미, 모리스 메를로-퐁티의 최소 폭력과 연결 지어 살펴본다. 2강 ‘무상(無常); 무상을 보는 순간, 사랑에 사무친다’에서는 ‘덧없음’이나 ‘허무함’이 아니라 언젠가 사라질 것을 대하는 ‘지금’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다. 무상의 감각과 대비되는 ‘영원’에 대한 집착, 니체의 ‘영원 회귀’를 통해 무상의 의미에 깊숙이 들어간다. 3강 ‘무아(無我); 영원에도 순간에도 치우치지 않아야 비로소 보이는 세상’에서는 본질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고하는 ‘제법무아’의 가르침, 단견에도 상견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中道)’를 통해 사랑과 자비의 길을 역설한다. 4강 ‘정(靜); 맑고 잔잔한 물이어야 쉽게 파문이 생긴다는 이치’에서는 들끓는 마음과 고요한 물과 같은 마음을 통해 번뇌와 망집의 뿌리를 짚어보고, 혜능이 말한 ‘때가 끼지 않고 틀이 없는 마음’, 원효가 말한 ‘생멸문과 진여문’, 열반에 이르면 열반에 머물 수 없는 까닭을 통해 타인의 마음과 세상에 반응할 수 있는 인간을 그려본다. 5강 ‘인연(因緣); 만들어진 인연에서 만드는 인연으로’에서는 연기의 논리, 인연의 논리, 인과의 논리를 통해 ‘생성’을 살펴보고, 질 들뢰즈의 ‘아장스망’, 혜능의 첫 설법 등을 통해 우리 존재가 어떤 인연들로 구성되는지, 좋은 인연과 나쁜 인연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6강 ‘주인(主人);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 아니 그만둘 수 있어야 자유다’에서는 주인으로 영위하는 삶,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 스피노자의 ‘기쁨과 슬픔의 관계’, 임제의 ‘수처작주 입처개진’을 통해 ‘진짜 세계’에서 ‘진짜 나’로서 살아가는 법을 말한다. 7강 ‘애(愛); 이렇게 피곤한데 이다지도 충만하다니’에서는 상대의 고통과 수고로움을 모두 감당하고자 하는 ‘아낌’의 마음을 ‘자중자애와 애지중지’. 백장 스님의 ‘일일부작 일일불식’을 통해 살펴본다. 8강 ‘생(生); 아끼고 돌볼 것이 눈에 밟힌다면’에서는 아낌의 자유 ‘사랑=자유’, 아낌의 언어 ‘네가 있는 것만으로 좋아’, 아낌의 예술 ‘연기의 지혜로’, 아낌의 마음 ‘물망 물조장’을 통해 이제까지의 논의를 아우르며 ‘아낌’의 핵심에 다가간다. 각 장의 말미에서는 ‘착수처’를 제시하여, 지금보다 더욱 성숙하게 ‘아낌’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독자를 이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한 공기의 밥이 되도록 온몸을 다시 만드는 일, 그것은 감성과 지성, 혹은 심장과 머리를 통째로 바꾸는 일이다”
어머니는 아이가 배고파하면 한 공기의 밥을 준다. 아이는 한 공기의 밥을 먹으면 배고픔이 충분히 해소된다. 시간이 지나 아이가 다시 배고픔을 느낄 때 또 한 공기를 먹으면 배고픔의 고통이 사라진다. 그런데 어머니가 아이에게 한 번에 두 공기, 세 공기, 아니 한 가마의 밥을 먹이려 한다면 어떨까? 아이는 배고픔의 고통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배부름의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한 공기의 밥과 같은 존재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한 공기만큼의 사랑이 필요할 때 우리는 딱 그만큼을 채워주는 사랑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철학자 강신주가 말하는 ‘고통의 감수성’에 기반한 ‘한 공기의 사랑’이다. 1강의 주제 ‘고(苦)’에서부터 8강의 주제 ‘생(生)’에 이르기까지 각 키워드는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을 하려면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어떻게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진짜 사랑을 할 수 있는가’를 깊이 다루고 있다.
아낌, 사랑 그 이상의 의미
‘애’가 ‘사랑’으로 완전히 번역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애’는 ‘사랑’이라는 뜻에 ‘아낌’이라는 뜻을 더해야 제대로 읽히는 글자이니까. ‘너를 아낀다!’는 말은 ‘나는 너를 함부로 부리지 않는다’는 의미, 극단적으로 말해 ‘나는 너를 쓰지 않고 모셔두겠다’는 의미다. -「7강 애(愛) 이렇게 피곤한데 이다지도 충만하다니」 중에서
“받았으니 주려고 하거나 주었기에 받으려고 하는 자본주의적 태도, 혹은 ‘기브 앤드 테이크(give & take)’의 효율성에 온몸으로 저항하려는 의지, 이것이 아니면 아낌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철학자 강신주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우리나라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된 이래 그 의미가 희석되고 남용되는 것을 되짚어보면서, ‘애(愛)’의 진정한 의미를 담은 ‘아낌’이라는 단어에 주목한다.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는 친구의 관계, 연인의 관계를 비롯해 부모와 자식 등 가족의 관계마저 ‘기브 앤드 테이크’의 관계가 되기 쉽다. 이 책에서 말하는 ‘아낌’은 사랑 이상의 의미를 담은 단어로서 우리 모두가 하나의 타자에게만큼은 부처가 되고, 시인이 되고, 철학자가 되는, ‘기브 앤드 기브 앤드 (…)’의 삶으로 나아가는 방법이다. “사랑은 행동으로 증명되어야 할 그 무엇, 반드시 몸으로 드러나야만 하는 그 무엇이다.”
목차
머리말 프롤로그 1강 고(苦) 아픈 만큼 사랑이다 2강 무상(無常) 무상을 보는 순간, 사랑에 사무친다 3강 무아(無我) 영원에도 순간에도 치우지 않아야 비로소 보이는 세상 4강 정(靜) 맑고 잔잔한 물이어야 쉽게 파문이 생긴다는 이치 5강 인연(因緣) 만들어진 인연에서 만드는 인연으로 6강 주인(主人)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 아니 그만둘 수 있어야 자유다 7강 애(愛) 이렇게 피곤한데 이다지도 충만하다니 8강 생(生) 아끼고 돌볼 것이 눈에 밟힌다면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