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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1천 권의 조선 : 타인의 시선으로 기록한 조선, 그 너머의 이야기  / 김인숙

951.5 김69ㅇ  사회과학열람실(3층) 

 

책소개

 

“책은 몸으로 온다.
나는 그 아름다움에 매료된다!”
전설로 남은 이방인의 책들을 유랑하며
소설가 김인숙이 마주한 역사, 문화 그리고 사람

소설가 김인숙이 한국에 관한 서양 고서 마흔여섯 권에 대해 쓴 산문이다. ‘Korea’, ‘Corea’, ‘조선’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나라와 관련된 한 글자만 들어 있어도 소장하고 있는 도서관 명지-LG한국학자료관. 저자는 우연한 기회에 1만 1천여 권의 한국학 자료들이 소장된 이 도서관에 초대되어 수많은 서양 고서들을 만났고 약 3년간 이곳의 다양한 고서들을 연구하며 이 책을 준비했다. 키르허의 《중국도설》, 하멜의 《하멜 표류기》, 샬의 《중국포교사》, 키스의 《오래된 조선》, 카를레티의 《항해록》, 프로이스의 《일본사》, 쿠랑의 《한국서지》 등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스웨덴어와 같이 다양한 서구의 언어들로 기록된 이 고서들은 17~19세기 한국학 연구에 있어 중요한 사료들로 손꼽히지만 정작 대중들에게는 낯설다.
그런데 이 고서들 속 조선에 대한 기록은 정작 허점투성이에 오류가 난무한다. 우리나라가 등장하는 부분이 단 한 줄 혹은 몇 문장에 그치는 경우도 많고, 그마저도 자신들의 고정관념과 이해관계가 덧씌워진 채 왜곡되기 일쑤다. 막연한 동경이나 미화 혹은 무의식적인 혐오와 폄하의 틀을 벗어던지지 못해 마주하기 불편한 기록들도 적지 않다. 저자는 이 모든 구부러지고 빗겨나간 정보들을 있는 그대로 소개한다. 당시 서구인들의 시선에 비친 우리의 모습, 그 책을 만들어낸 인물들과 그들이 살았던 시대 그리고 그 주변부의 이야기까지 역사 속 사실들을 섬세하고 명민한 시선과 작가적 상상력으로 포착해낸다.

또 한 가지 저자가 공을 들여 소개하는 부분은 이 서양 고서들이 가진 물성 그 자체다. 실제로 이 책에는 120여 장에 가까운 고서 사진들을 직접 촬영하여 수록함으로써 쉽게 접하기 힘든 고서의 숨결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수백 년의 세월을 품은 채 낡아가는 표지, 펼치기만 해도 바스러져 가루가 되어 떨어지는 책장들, 종이 위 번진 세월의 얼룩과 멋스럽게 기울여 쓴 활자체와 정성껏 박을 입히고 공들여 엮은 장정, 사랑하는 이에게 선물하기 위해 면지에 적어둔 손글씨와 책장 사이에 끼워진 명함과 사진…. 저자는 이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아름다운 몸이라고 찬탄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 책에서 담고자 했던 바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거기에 있으나 거기에 없는 책들, 희귀한데도 희귀본이지 않고, 고서가 아닌데도 몇백 년씩이나 오래되었고, 외국어 책인데 우리나라 얘기를 담고 있는, 그런 책들 중 어떤 책이 아니라 그런 책들 모두에 대해서. 그 책들이 담고 있는 공간과 공간 사이, 시간과 시간 사이의 ‘이야기’에 대해서.”

 

출판사 서평

 

희한하고 희귀한, 이 황홀한 책들!
전설이 되어 남은 1만 1천 권 고서들의 세계를 탐닉하다
우리나라에 대해 서구인들이 남긴 기록, 특히 개항기 전후의 조선을 소개하는 책들은 국내에도 상당수 번역·출간되었다. 그러나 ‘페이지 수가 너무 많아서’, ‘우리나라에 대한 이야기는 단 몇 줄에 불과해서’ 등등 다양한 이유로 소개되지 못한 책들도 여전히 많다. 명지-LG한국학자료관은 바로 그러한 서양의 고서들과 관련 자료들을 차곡차곡 그러모은 곳으로 장서와 자료의 수가 약 1만 1천 종에 달한다. 소설가 김인숙은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이 숨은 자료관의 서가 구석구석을 탐색하며 오랜 책들에 관한 이야기, 책을 집필한 인물과 그 시대의 이야기 그리고 책과 책 사이에 숨겨진, 미처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 속 이야기와 그들의 눈에 비친 우리들의 모습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오해와 편견, 무지와 미지가 교차하는 서구인들의 시선 속
우리도 미처 알지 못했던 역사 속 조선의 모습
‘솔랑가’, ‘칼렘플루이’, ‘코레’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던 우리나라(신라, 고려, 조선)는 한마디로 세계의 끝이자, 일체 알려진 바가 없는 미지의 나라였다. 모른다는 것은 곧 판타지. 알 수 없는 이 막연한 나라에 대한 환상은 ‘금과 은이 풍부한 나라’(핀투의 《핀투 여행기》), ‘자유연애를 하고 부모의 허락 없이 결혼할 수 있는 나라’(마르티니의 《타르타르의 전쟁》), ‘모세의 후손으로 이스라엘의 사라진 열 지파 중 하나’(맥레오드의 《조선과 사라진 열 지파》), ‘칭기즈 칸이 침공한 베이징의 황손을 보호해준 나라’(볼테르의 《중국 고아》), ‘들어가기만 하면 몇 살이 되었든 나이를 먹지 않는 나라’(루브룩의 《몽골 제국 기행》)와 같이 허무맹랑한 내용들로 구체화되었다. 이후 19세기 말 서구의 문물이 물밀 듯 들어오기 시작하는 개항기에 이르러서는 ‘겁 많고 게으르며 비능률적인 민족’(런던의 《신이 웃을 때》), ‘달콤하고 정겹지만 결코 서구인을 넘어서지는 못할 착한 미개인’(뒤크로의 《가련하고 정다운 나라 조선》)와 같이 서구중심주의에 물든 시선 혹은 ‘묘지 같은 집에 사는 야만인’(피에르 로티)과 같은 혐오로 기록되기도 한다.

책과 책 사이, 기록되지 못한 채 사라진 역사의 숨결
소설가적 창조력으로 건져 올린 생생한 이야기
저자는 역사책에는 잘 소개되지 않는, 책과 책 사이의 이야기, 책 속 기록 이면의 이야기들도 소개한다. 최초로 유럽 땅을 밟은 조선인으로 알려진 안토니오 코레아의 실체, 고종의 초청으로 조선을 방문한 루스벨트 대통령의 천덕꾸러기 딸 앨리스 루스벨트와 그녀를 대접하기 위한 화려한 연회 메뉴, 도포와 갓 차림으로 당당하게 파리 거리를 활보하며 《심청전》과 《춘향전》을 프랑스어로 번역·출간한 조선 최초의 서양 유학생 홍종우가 왜 김옥균의 암살범이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조선의 개항을 돕겠다는 명분으로 남연군 묘를 도굴하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고자 조선에 관한 책까지 집필한 문제적 인물 오페르트, 이양선을 타고 강화도를 침략하는 와중에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강화도의 풍경을 찬탄했던 프랑스 군인 쥐베르의 기록에 관한 이야기 등도 담겨 있다.

읽는 것이 아니라 보는 책이기도 한 서양 고서들
낡고 바랜 종이와 장정, 그 안에 담긴 역사
저자의 시선은 이러한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이를 담고 있는 책의 외형에도 머무른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습기를 머금어 얼룩이 생기고 울룩불룩해진 종이, 기울여 씀으로써 종이의 여백을 최대한 아름답게 살리고자 한 글씨체인 이탤릭체, 책의 인쇄를 주문하는 출판사나 단체 혹은 가문에 따라 다양한 판형과 표지를 가진 책들, 그림 하나하나마다 기름종이를 덧댄 정성스러운 가공, 금박과 가죽으로 고급스럽게 엮어낸 장정은 오늘날의 책들에서는 쉬 느끼기 힘든 기품 그리고 귀중품으로서의 책의 가치를 느끼게 해준다. 이뿐만 아니라 한때 이 책을 소유했던 누군가의 흔적, 선물하면서 남긴 편지와 사진, 명함, 도서관 장서임을 증명하는 표식들과 도장에 이르기까지 고서는 자신의 몸을 스쳐 지나간 갖가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그 자체로 아름다운 몸이자 역사가 된다.

〈함녕전 시첩〉 속 고종의 글씨
망국의 한, 아픈 시대의 기록 속 우리가 바라본 우리의 모습
이 책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소개되는 작품은 〈함녕전 시첩〉이다. 이완용과 이토 히로부미 등이 1909년 덕수궁 함녕전에서 고종의 운에 맞춰 지은 칠언절구를 긴 두루마리 형태로 만든 것으로, 이 시첩에는 후에 고종의 낙관이 찍힌 친필이 들어 있는 것으로 밝혀져 그 가치가 재평가되기도 했다. 저자는 〈함녕전 시첩〉으로 책을 마무리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18세기, 19세기 서구인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남긴 기록은 그 관점이 어떠하든 간에 결국은 망해가는 한 나라에 대한 기록이다. 그러므로 그 기록의 끝에 이르러 ‘우리는 우리 눈으로 우리를’ 한 번은 들여다봐야 한다.

외세의 격랑 속 조선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던 그 시기에 이완용은 〈함녕전 시첩〉에서 “두 땅(조선과 일본)이 한 집을 이루어 천하에 봄이 왔네”라고 했다. 그리고 고종은 여기에 ‘동감지의(同感之意)’라는 말을 남겼다. 대체 무엇을 동감한다는 것인가. 왜 고종은 그런 말을 남긴 것인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다른 이야기가 있다. 〈함녕전 시첩〉의 칠언절구에서 고종이 띄운 운, ‘인(人), 신(新), 춘(春)’ 자는 춘추전국시대, 적왕 초나라 문왕에게 애첩으로 끌려가 아들 셋을 나을 때까지 일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유명한 식나라 왕비 도화부인을 기린 두목의 시에서 가져온 것이라는 사실이다. 망해가는 나라의 왕이었고, 침략자를 위한 연회에서도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던 고종은 ‘인, 신 춘’ 석 자로 도화부인을 떠올렸고, 이에 씁쓸하고도 쓸쓸하게 ‘동감지의(同感之意)’라는 글자로 무언의 저항을 한 것이다.
어린아이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할아버지의 책장을 들여다보듯 시작했던 이 책은 이처럼 한 시대의 쓸쓸함을 담은 시첩으로 끝을 맺는다. 조선 사람을 바라보았던 서구인들의 시선은 결국 스스로 바라본 우리의 모습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 저자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서양의 고서를 통해 우리의 뿌리를 되돌아보고 이를 바탕으로 지금 우리의 모습도 비추어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목차

 

들어가는 말 / 타인의 시선이 담긴 몸

1장 오해와 편견의 역사
오래된 책, 유명한 책, 한 줄의 책 - 키르허의 《중국도설》
오해와 편견의 역사 - 마르티니의 《타르타르의 전쟁》
생생하게 실재하는 야만의 나라 - 하멜의 《하멜 표류기》
시선의 방향 - 로티의 《자두부인》, 뒤크로의 《가련하고 정다운 나라 조선》
거짓말쟁이와 허풍꾼의 책 - 핀투의 《핀투 여행기》, 폴로의 《동방견문록》
희한하고 씁쓸한, 좀 이상한 책들 - 맥레오드의 《조선과 사라진 열 지파》, 미케위치의 《한국인은 백인이다》
한 번 보아서는 보이지 않는 것 - 비숍의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 그렙스트의 《스웨덴 기자 아손, 100년 전 한국을 걷다》

2장 오래된 책, 아름다운 몸
세월이 흐르면서 더욱 아름다워지는 책 - 피카르의 《종교에 관하여》
책 속에 남겨진 손글씨의 온기 - 알렌의 《조선견문기》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책 - 크랜의 《조선의 꽃들과 민담》
애정으로 포착해낸 표정 - 키스의 《오래된 조선》, 메이의 《계피나무 정원에서 온 풀잎》
가장 비싼 책의 조건 - 지볼트의 《일본》
낭만과 절망을 담은 지도 - 미국성서공회의 《선교 안내 목록》
다즐레섬, 판링타오 그리고 찬찬타오 - 라페루즈의 《항해기》

3장 역사의 지문
소현세자, 비운의 코레아 왕 - 샬의 《중국포교사》
기울어진 역사를 관통한 소년, 안토니오 코레아 - 카를레티의 《항해록》
민간인의 눈으로 기록한 전쟁의 참상 - 앨런의 《영국 선원 앨런의 청일전쟁 비망록》
한 줄의 문장이 엮어내는 역사의 지문 - 팀콥스키의 《몽골을 거쳐 베이징까지의 여행》
1890년대 조선의 일상 저장고 - 올링거의 〈코리언 리포지터리〉, 헐버트의 〈코리아 리뷰〉
유럽 최초로 한국 문학작품을 소개한 암살범 - 홍종우의 《다시 꽃 핀 마른 나무》
조선의 오징어 게임 - 컬린의 《조선의 게임》

4장 미지의 땅, 최초의 기억
흰옷, 이상한 모자, 일하지 않는 남자 - 앤드루스의 《세계의 끝》
세계의 변방에 관한 최초의 기록 - 카르피니의 《몽골의 역사》, 루브룩의 《몽골 제국 기행》
막내 왕자의 울음을 멈춘 움직이는 요술 상자 - 홈스의 《트래블로그》
조선의 지식사회를 뒤흔든 서구 문물 - 로드리게스의 《일본교회사》
이양선을 타고 온 탐사자들 - 브로튼의 《북태평양 발견 항해기》
미지의 땅, 세계의 끝과 시작 - 볼테르의 《중국 고아》
섬세하지만 겁 많고 유약한 조선인 - 런던의 《신이 웃을 때》

5장 기록하는 책, 기록하는 사람
쓰지 않은 책의 저자가 되어버린 저자 - 트리고·리치의 《중국 선교사》
포르투갈 선교사의 기록으로 남은 임진왜란 - 프로이스의 《일본사》, 《감바쿠 도노의 죽음》
시대를 앞서간 책, 말모이의 시대를 연 학자 - 언더우드의 《한영자전》
황실을 지킨 서양인들 - 크뢰벨의 《나는 어떻게 조선 황실에 오게 되었나》
모든 것이 반대인 나라를 사랑했던 선교사 - 홀의 《닥터 홀의 조선 회상》, 노블의 《노블 일지》
침략의 기록, 문제적 인물 - 쥐베르의 《조선 원정기》, 오페르트의 《금단의 나라 조선 탐험기》
조선의 책, 책 속의 조선을 발견한 남자 - 쿠랑의 《한국서지》

나가는 말 / 〈함녕전 시첩〉 속 동감지의

참고문헌
미주

 
 
< 내용 출처 > 
:
Posted by sukji

 

2021학년도 9월 주제자료실별 테마도서 안내

 

2021학년도 9월 주제자료실별 테마도서 안내해드립니다.

구성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이용 부탁드립니다. ^^

 

◆ 인문과학열람실 테마도서​

 

◆  사회과학열람실 테마도서​

 

 

◆  자연과학열람실 테마도서​

 

 

:
Posted by sukji

18세기의 방 : 공간의 욕망과 사생활의 발견 / 민은경

392.36 민68ㅅ  사회과학열람실(3층) 

 

 

책소개

 

인류는 드디어 비밀을 갖게 되었다!
사람의 일생이 피고 지는 곳, 가장 은밀한 공간에 담긴 인류의 역사

『18세기의 방』은 한국18세기학회에서 활동하는 인문학자 스물일곱 명이 ‘방’을 키워드로 18세기 방에 얽힌 이야기와 역사를 탐구한 책이다. 방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18세기 동서양에 나타난 주택구조, 인테리어 등의 변화를 추적하고 특히 사생활을 구성하는 방의 의미를 풀어냈다. 책에 실린 글은 2018년 11월부터 2019년 5월까지 ‘18세기의 방’이라는 제목으로 네이버지식백과에 연재되며 큰 호응을 얻었다. 『18세기의 맛-취향의 탄생과 혀끝의 인문학』 『18세기 도시-교류의 시작과 장소의 역사』와 궤를 나란히 하는 한국18세기학회의 세번째 책이다.

18세기 유럽의 방은 온갖 이질적이고 이국적인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거기에는 중국풍 가구와 인도산 면직물, 오스만 제국의 카펫이 놓여 있다. 조선에서는 나무로 실외 병풍을 만들어 집밖 자연을 축소된 형태로 집안으로 끌어들였고 영국에서는 지구 각지에서 가져온 희귀한 열대식물을 전시하고자 온실을 지었다. 방안으로 자연이 포섭되면서 꽃은 가장 럭셔리한 장식이 되었고 정원은 내면세계를 표상하는 공간이 되었다. 18세기에는 본격적으로 반려동물을 기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초상화에 애완동물이 함께 등장하는 사례가 많다. 그런데 그와 함께 은목걸이를 한 흑인 시동도 종종 등장한다. 어떤 의미일까? 오늘날 정서로 볼 때 충격적이게도, 당시 애완동물의 유행에는 흑인 시동이 포함돼 있었다. 1807년 노예제 폐지법이 영국의회에서 통과되기 전까지 영국 본토와 식민지에는 노예가 존재했고, 부유층 여성은 흑인 시동을 한 명쯤 거느렸다. 이들은 하인에 속했지만 사실은 재산으로 거래되었고, 원숭이처럼 부와 유행을 과시하는 전시용이었다.

 

출판사 서평

 

사교계의 여왕이 흉물스런 알로에 꽃을 살롱에 들인 이유는?
초상화 속 흑인 시동은 왜 은목걸이를 하고 있을까?
침대 옆 우아한 서랍장은 냄새나는 ‘이것’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화장방 목각인형에 뿔이 돋아 있는 까닭은?

정원에서 응접실, 서재, 부엌, 침실까지
태피스트리 수집에서 인형집 전시, 열대식물 열풍까지
감각이 깨어나고 잠드는 ‘방’에 구현한 세계

사람의 일생은 방에서 피고 진다. 방은 우리 존재의 기본 배경이자 무대. 우리는 방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결국 방에서 죽는다. 혼자만의 오롯한 안식처이자 피난처가 되어주는 방 없는 생활은 상상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방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침실, 서재, 응접실, 부엌 등 우리에게 친숙한 삶의 공간은 사실 역사적으로 구성된 근대의 산물이다. 유럽의 경우 17~18세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집이 편안함과 안락함을 추구하는 사적이고 개인적인 공간이 되었다. 이 시기에 집주인의 취향대로 집을 꾸며주는 인테리어 디자인이 본격적으로 상업화됐다. 편안한 소파가 유행하고 비밀 서랍이 갖춰진 책상이 제작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획기적 변화는 이 시대의 여러 다른 변화와 맞물려 있다. 영국의 경우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소비문화에 큰 변화가 일어났으며 중국이나 인도에서 들여온 수입품(면제품, 도자기, 차 등)이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18세기의 방』은 한국18세기학회에서 활동하는 인문학자 스물일곱 명이 ‘방’을 키워드로 18세기 방에 얽힌 이야기와 역사를 탐구한 책이다. 방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18세기 동서양에 나타난 주택구조, 인테리어 등의 변화를 추적하고 특히 사생활을 구성하는 방의 의미를 풀어냈다. 책에 실린 글은 2018년 11월부터 2019년 5월까지 ‘18세기의 방’이라는 제목으로 네이버지식백과에 연재되며 큰 호응을 얻었다. 『18세기의 맛-취향의 탄생과 혀끝의 인문학』 『18세기 도시-교류의 시작과 장소의 역사』와 궤를 나란히 하는 한국18세기학회의 세번째 책이다.

‘개인’의 등장과 자기만의 방, 그리고 여성의 사생활:
#여성의 책상 #화장방 #부엌과 식당 #델프트타일 #화장실 #럼퍼드 벽난로
필립 아리에스는 17세기 말까지는 아무도 혼자 지내지 않았다고 했다. 침실도, 심지어 침대도 공용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18세기 들어서부터 사회적 지위와 권위를 전시하는 무대로 기능하던 집이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사생활을 보장하는 안락한 공간으로 재정의되었다.
개인공간이 생겨나면서 새로운 종류의 방이 생겨났고, 이에 따라 새로운 가구와 물건이 인기를 끌었다. 침실 옆에는 개인용 ‘클로젯’이 만들어졌다. 독서와 사색을 오롯이 즐기는 자기만의 서재가 만들어졌고, 여성이 주로 쓴 글쓰기용 책상도 보급되기 시작했다. 집안 형편이 넉넉지 못했기에 제인 오스틴은 비록 자기만의 방에서 글을 쓸 수는 없었지만, 가족들이 같이 지내던 응접실 창가 작은 탁자 위에 아버지가 선물한 ‘글쓰기 상자(writing box)’를 놓고 글을 썼다.
방에서 개인이 태어나고 사생활이 펼쳐진다. 아이러니하게도, 방은 가장 내밀하기 때문에 가장 활발한 관계의 장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18세기의 방에는 무엇을 드러내고 무엇을 숨길지, 누구를 들이고 누구를 차단할지 깊이 고민한 흔적이 남아 있다. 귀부인의 화장방은 여성이 바깥으로 나가기 전 씻고 치장하는 사적인 공간이지만 사교의 공간이기도 했다. 영국이든 프랑스든 화장방에서 이뤄진 귀부인의 아침 접견에는 애인, 다양한 상인, 그 밖의 여러 이유로 부름을 받고 온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귀부인은 잠자리에서 갓 일어난 차림으로 접견을 시작해, 방문객들이 보는 앞에서 몇 시간에 걸쳐 머리와 몸 치장을 마치고 화려하게 변신했다. 화장방에는 침대 옆에 실내용 변기를 감추어둘 수 있는 캐비닛을 두기도 했다. 방은 청결과 교양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미덕으로 가려지지 않는 몸의 진실이 공개되는 장소이기도 한 셈이다.

소비의 융성, 대중적 사치:
#식물 열풍 #인형집 #태피스트리 #인도산 면직물 친츠 #취병
18세기 유럽의 방은 온갖 이질적이고 이국적인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거기에는 중국풍 가구와 인도산 면직물, 오스만 제국의 카펫이 놓여 있다. 조선에서는 나무로 실외 병풍을 만들어 집밖 자연을 축소된 형태로 집안으로 끌어들였고 영국에서는 지구 각지에서 가져온 희귀한 열대식물을 전시하고자 온실을 지었다. 방안으로 자연이 포섭되면서 꽃은 가장 럭셔리한 장식이 되었고 정원은 내면세계를 표상하는 공간이 되었다.
관련 지식이 있고 온실을 지을 재력이 있어야 소유할 수 있던 열대식물은 특히 부와 고급 취향의 상징이었다. 소설가 마리아 에지워스의 대표작 『벨린다』의 한 대목이 흥미롭다. 소설에는 100년에 한 번 피는 알로에 꽃이 등장하는데, 이는 런던 사교계의 유명한 안주인 레이디 들라쿠르가 경쟁자의 파티에서 자기 파티로 손님들을 빼앗아오기 위해 애써 구한 것이다. 라이벌인 러트리지 부인은 엄청난 공을 들여 만찬을 준비하지만 초대받은 모든 이가 레이디 들라쿠르의 알로에를 보러 자리를 떠나고, 러트리지 부인은 울음을 터뜨린다. 파인애플은 귀한 문제적 식물이었다. 남미에서 건너와 어마어마한 몸값을 갱신하며 부와 권력의 표상이 된 파인애플은, 식용보다는 장식용으로 한자리를 차지하곤 했다. 1675년, 영국의 첫 파인애플을 정원사 존 로즈가 찰스 2세에게 헌정하는 모습은 그림으로 남아 있다.
경이로운 물건을 수집한 취미방도 생겼다. 여자들은 인형집에 온갖 이국적이고 화려한 미니어처를 전시하고 자신의 취향을 한껏 자랑하기도 했다.

여주인은 실제 집처럼 완벽하고 화려한 미니어처를 인형집에 구현하고자 했다. 남편과 아내, 아이들, 하인들과 심지어 애완동물까지 모든 가족구성원의 인형이 방마다 적절한 위치에 전시되었다. 1718년에 네덜란드를 여행한 어떤 독일 여행자는 페트로넬라 오르트만의 인형집 가격이 2만에서 3만 길더 사이라고 기록했는데, 거의 실제 집값에 상응하는 가격이었다. 과장된 가격이라는 추측도 있으나, 이 기록은 네덜란드 인형집이 그만큼 화려한 스펙터클로서 이방인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음을 방증한다. - 226쪽

제국주의의 그림자:
#캘커타 거실 #흑인 시동 노예
지극히 사적일 것 같은 공간에, 제국주의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살림을 감독하는 임피 부인〉은 18세기 말 인도 캘커타로 이주한 영국인의 거실을 그린 회화로, 식민지의 엘리트 여성이 이용하는 공간을 그렸다는 점에서 희귀한 예다. 덥고 습한 인도 기후에서도 석고 몰딩과 벽판 문양 등 가능한 한 전형적인 영국 거실을 재현하고자 한 흔적이 보인다. 게다가 인도 남성 열여섯 명이 임피 부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데 영국인이 인도 생활 중 수많은 하인을 부리는 모습은 당시 방문객에게 늘 놀라운 일로 언급됐다. 초기에 영국인이 약간의 두려움을 갖고 대하던 인도 ‘원주민’이 임피 부인의 초상에서는 하인으로 변모했으며, 영국인은 사실상 인도 하인들 앞에 모든 행동이 공개되는 공적인 삶(public life)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18세기에는 본격적으로 반려동물을 기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초상화에 애완동물이 함께 등장하는 사례가 많다. 그런데 그와 함께 은목걸이를 한 흑인 시동도 종종 등장한다. 어떤 의미일까? 오늘날 정서로 볼 때 충격적이게도, 당시 애완동물의 유행에는 흑인 시동이 포함돼 있었다. 1807년 노예제 폐지법이 영국의회에서 통과되기 전까지 영국 본토와 식민지에는 노예가 존재했고, 부유층 여성은 흑인 시동을 한 명쯤 거느렸다. 이들은 하인에 속했지만 사실은 재산으로 거래되었고, 원숭이처럼 부와 유행을 과시하는 전시용이었다. 따라서 주인의 초상화나 가족 초상화에 절대 등장하지 않는 다른 하인과 달리 흑인 시동은 애완견, 원숭이, 앵무새와 함께 ‘애완동물’로서 포함되었다. 그랬기에 흑인 시동은 한결같이 마치 개 목걸이를 연상시키는 은목걸이를 착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었기에, 반노예제도 운동이 진행됨과 동시에 동물학대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함께 높아졌다.

방은 우리가 몰랐던 내밀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 방은 우리의 모든 감각이 깨어나고 잠드는 공간이다. 동시에, 방은 우리의 상상이 향하는 목적지다. 방문을 열고 들어갈 때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18세기의 방 안팎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연구하면서 방밖의 넓은 세상을 탐험할 수 있었다. 동서양 18세기의 방 구석구석을 탐방하고 구경 다니면서 수많은 박물관을 보고 세계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 머리말에서

 

목차

머리말_방으로 떠나는 세계여행

1부_ 여성의 방
책상: 내 마음의 방, 여성의 책상
화장방: 자기만의 방, 또는 침입자들
안채와 내전: 조선시대 상층 여성의 거주공간과 삶

2부_ 응접실, 거실
벽난로: 럼퍼드 벽난로와 소설 읽기의 비밀
거실: 캘커타로 간 영국 여성의 거실
사랑채: 선비의 공부방이자 놀이터였던 작은 박물관

3부_ 부엌과 화장실
부엌과 식당: 설거지 방 하녀와 귀족의 아침식사
델프트 타일: 네덜란드 낙농실의 파란 손 그림 타일
영국의 식사: 걸리버의 식탁, 크루소의 부엌
조선의 식사: 여름 도자기 겨울 유기, 밥상 위 사계절
화장실: 개인적인 불결함

4부_ 가구와 사물
거울: 거울 든 여자, 거울 보는 남자
하프시코드, 피아노: 피아노 치는 영국 소설 속 여성들
인형집: 어른들의 판타지
항, 의: 청대 귀족의 실내 풍경과 가구
도코노마와 장식용 선반: 일본 실내공간 속 붙박이형 가구

5부_ 패브릭
태피스트리: 실로 짠 방, 태피스트리 룸
카펫: 오스만 제국의 인기 수출품
친츠: 영국 침실로 들어온 인도 면직물

6부_ 식물과 동물, 정원
취병: 서울 부잣집 정원의 비췻빛 병풍
반려동물: 애완견, 앵무새, 그리고 노예
꽃과 식물: 열대식물 열풍
정원: 『친화력』과 풍경정원, 그리고 낭만주의
도자기 화분: 자연을 방안에 들이는 방법

7부_ 책과 서재
포켓북: 주머니 속 킨들, 휴대 가능한 지식의 시작
서재: 영국과 북아메리카의 서재
내면의 공간: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와 ‘아름다운 영혼’

 

< 내용 출처 : 교보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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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