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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라마의 마지막 수업 : 내 삶의 방향키를 잃어버렸을 때 / 달라이 라마

294.3923 D136fKㅇ  추천도서(3층대출실) 

 

책소개

 

“또다시 시작된 전쟁,
달라이라마가 전하는 근본적인 해답”
삶의 작별을 앞둔 달라이라마가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위대한 꿈

또다시 전쟁이다. 러시아의 독재자 블라디미르 푸틴은 전 세계적 반전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으며 현재 휴전 협정은 난항을 겪고 있다. 과학과 문명이 첨단을 달리는 21세기에도 전쟁의 욕망은 건재하다. 우리는 인류의 이성을 믿었고 시대착오적인 전쟁이 더 이상 발발하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잔인한 욕망은 우리의 섣부른 판단보다 훨씬 강했다. 달라이라마의 마지막 전언을 담고 있는 이 책에서는 기존 패러다임의 변화로는 더 이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오직 타인을 궁휼하는 연민만이 세계를 바꿀 수 있다고 단언한다. 아흔에 가까운 달라이라마는 이제 삶의 작별할 준비가 되었다며 마지막으로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새롭고 위대한 꿈 이야기를 전한다.

 

출판사 서평

 

또다시 발발하는 전쟁과 테러들
이 책에서는 오늘날 전쟁이 완전히 시대착오적인 일이 되었다고 말한다. 몇몇 국가들은 의회에서 투표를 거쳐야만 군사행동을 할 수 있다. 이제 전쟁에 찬성하는 낡은 이념들은 폐기되었고, 무장 분쟁이 일어날 때마다 세계를 대표하는 여러 도시에서 평화를 외치는 시위가 벌어지며, 화해와 인류애와 인권의 이름으로 수만 명의 군중이 결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세기 개명천지에 전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인류는 어떻게 전쟁과 테러를 근절할 수 있을까? 달라이라마는 지난 부모들의 시대에 발생했던 2차 세계대전에서부터 2017년 멘체스터 경기장 테러까지를 언급하면서, 2011년 오슬로와 우토위아섬에서 벌어진 테러 직후 발전한 민주주의와 개방과 관용으로 응답하겠다고 선언한 노르웨이 수상 옌스 스톨텐베르그의 말에 주목하자고 말한다. 또한 자신이 영웅이라고 생각하는 러처드 무어Richard Moore의 사례를 소개한다. 리처드 무어는 열 살 때 북아일랜드의 도시 런던데리에서 고무 총탄을 얼굴에 맞아 실명했다. 그리고 며칠 후 ‘피의 일요일(1972년 1월 30일 영국군이 아일랜드계 시민 시위대에게 발포하여 14명이 죽고 13명이 다친 사건)’에는 시민권을 얻어내기 위해 행진하던 그의 삼촌이 사망했다. 그렇지만 리처드 무어는 용서하는 데 이르렀고 심지어 자기에게 총을 쏘았던 병사를 만났다. 두 사람은 친구가 되어 전쟁고아를 돕는 협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연민이 인간성의 어느 정도에까지 이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부의 불평등과 모든 존재에 대한 연민
전 세계 부의 절반은 단 67명의 부자들이 독점하고 있다. 쇠고기 1킬로그램을 얻는 데는 낟알 15킬로그램과 물 50리터가 필요하다. 지구상의 경작 가능한 땅 중 3분의 1이 부자 나라 사람들이 섭취할 가축을 먹이기 위해 경작되고 있다. 달라이라마는 이러한 생산 방식을 범죄라고 규정한다. 모든 미국인이 단 하루만 고기 없이 지내도 1년 동안 2500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을 연민을 통해 바꾸기 위해서는 공감이 필요하다. 공감의 첫 단계는 인지이다. 우리가 남의 고통을 알게 되는 것이다. 2단계는 애정이다. 우리는 그 고통에 몰두하게 된다. 3단계는 의도이다. 우리는 그 고통을 위로해 주고 싶다. 4단계는 목표가 있는 주시이다. 여기서 우리는 남의 고통에 집중한 채로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5단계는 행동이다. 마침내 우리는 구체적으로 고통을 위로하는 행동에 뛰어들게 된다. 달라이라마는 우리에게 연민의 선수가 되라고 말한다. 18년간 중국의 강제 노동 수용소에 갇혀 있다가 달라이라마가 있는 다람살라의 남걀 사원으로 온 로푀라 스님은 갇혀 있는 동안 아주 큰 위험을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고문으로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가 아니라 자기를 학대하는 사람들을 향한 연민을 상실하는 것이었다. 로푀라 스님은 쉬지 않고 모든 존재, 그에게 고통을 가하려 애쓰는 고문자들까지 포함한 그 모든 존재에 대한 자애를 계발했다.

연민의 과학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가?
그렇다면 달라이라마가 강조하는 연민이란 무엇인가? 반은 승려이자 반은 과학자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달라이라마는 최근 신경과학의 연구 결과를 인용한다. ‘연민’의 감정은 우리가 잉태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신경성 질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공격성은 뉴런 순환계의 발달을 제한하며 뇌 구조의 세포들을 파괴한다. 결국 연민은 뇌의 성장과 가소성에 핵심적인 기능을 한다. 또 어린이와 청소년의 원만한 성장 여부를 결정하며, 성인 연령에 이르면 연민이 고조되어 건강한 삶에 중요 요인이 된다. 마음속에 연민이 스며들면 스트레스 유전자가 멈추고 뇌의 생화학도 바뀌어 행복 호르몬이 분비된다. 사실 옛날부터 사람들은 이를 직관적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랑하고 보호하고 아끼고 돌보는 것이 인간 종의 특성이며 생존 조건이라는 객관적 증거를 대기 어려웠을 뿐이다. 2000년 초부터 신경과학자들은 반복적이고 점진적인 연습으로 뇌의 가소성, 즉 뇌의 구조와 화학적 기능을 바꿀 수 있음을 확실히 증명해 보였다. 그렇기에 우리는 노력을 통해 일종의 조건 없는 연민을 얻을 수 있다. 현대물리학 역시 이타주의의 필연성을 입증한다. 전 인도 대통령이자 핵물리학자인 압둘 칼람Abdul Kalam은 모든 것이 서로 관계되어 있다는 ‘연기론’에서 양적 불확실성의 정수를 재발견했다고 말한다. 극미極微의 차원에서도 우리는 상호 의존한다는 조상들의 직관은 옳았다는 것이다. 가장 미시적인 구조에서조차 우리는 태양계와 은하계와 우주와, 심지어 상상 그 너머까지와도 상호작용한다. 태어나기 전, 살아 있는 동안 그리고 육체가 죽은 다음에도 우리는 무한한 우주와 함께한다.

우주적 영성에서 뻗어 나온 환경 의식
2017년 3월 21일, 인도의 우타라칸드 주는 갠지스강과 야무나강 지역 내의 모든 강을 살아 있는 개체로 인정했다. 크고 작은 강, 개울, 시내, 폭포… 이것들이 지구 생태계 내에서 우리의 형제자매나 다름없다고 판단하여 사람에 준하는 지위와 권리를 부여한 것이다. 달라이라마의 환경 의식은 이와 같은 지구 생태계의 일원으로의 의식, 더 대담하게는 우주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의식에 기반을 둔다. 우리가 이 지구상에, 우주 한복판에 생명의 자녀로 태어났다는 것. 이것이 달라이라마의 우주적 영성을 이루는 근본적인 기초이며, 모든 생명에 대한 연민이 달라이라마 환경 의식의 출발점이다. 개인은 삶의 현실 속에서 모든 생명과 이어져 있고, 모든 생명의 안녕은 생태계의 균형에 달려 있으며, 생태계의 균형은 사람들의 인간 사회에 대한 정의에 달려 있다. 온실 효과를 내는 기체에 오염되지 않은 환경에서 살 권리를 위해 투쟁한 사람들, 20분마다 식물이나 동물 종 하나가 사라지는 생태 다양성의 감소,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 숲의 대량 파괴, 대양의 산성화와 산호초로 둘러싸인 그레이트베어리프의 백화 현상, 남북극의 빙산이 녹아내리는 현실을 무기력하게 지켜보는 우리의 모습을 통해 달라이라마는 환경에 대한 우주적 메시지를 전한다.

마음의 방향키를 돌려야 한다
복잡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우울과 공허감을 자주 체험한다. 쳇바퀴 돌아가듯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자주 삶의 방향키를 잃어버린다. 우리는 무한 경쟁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고, 정직한 노동의 대가보다 부동산 관리를 통한 부의 축적이 권장되는 곳이 한국 사회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마음에 난 큰 구멍을 채우기 힘들다. “우리는 이 행성의 방문자일 뿐이다. 그러나 다른 이의 행복에 기여하면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달라이라마의 전언이다. 어쩌면 행복은 마음의 방향키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내 안으로만 향하는 방향키를 돌려, 사람들과 연대하며 열린 세상으로 향할 때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

 

목차

 

제1부 아흔의 끝, 스물의 시작
나의 희망, 인류의 미래인 여러분에게
세상을 움직일 평화의 역동적 힘
무너진 장벽 아래의 촛불
참된 것과 그른 것을 구분하는 방법
테러와 전쟁을 대화와 비폭력으로 맞서는 용기

제2부 나는 지금도 꿈을 꿉니다
나는 작별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인류애로 기후 위기에 답을 낸다면 어떠할까요?
자유·평등·박애·정의의 가치
조용한 혁명을 합시다

제3부 세상을 바꾸는 ‘우리’
뇌를 바꾸는 연민의 혁명
연민은 배움이 아니라 깨달음입니다
무엇보다 우선하는 인간이라는 카테고리
전 세계 부의 절반을 갖고 있는 67명의 부자들
감정은 숨기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는 것입니다
현대물리학이 증명한 이타주의의 필연성

제4부 나의 마지막 선물
어떻게 연민의 혁명을 할 것인가?
공감을 넘어 진정한 연민으로
미래의 인류를 위해 남겨진 일들

소피아 스트릴르베의 후기 : 지성을 넘어 우주적 영성으로
프랑스대혁명의 신봉자 달라이라마
신경과학과 불교의 만남
인더스강 변에서의 자연에 대한 명상
이타주의 혁명과 지구의 민주주의

보편적 책임 선언 요약

 
 
< 내용 출처 : 교보문고 >
:
Posted by sukji

 

(밀레니얼을 위한) 역사 오디세이 : 불확실한 시대를 똑똑하게 살기 위한 짧고 쉬운 역사 이야기   / 강응천

909 강68ㅇ  사회과학열람실(3층) 

 

책소개

 

밀레니얼-Z세대는 역사책으로 앞가림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시점에서 역사를 새롭게 재구성한 역사 입문서『역사 오디세이』.이 책은 시간의 흐름이나 지역의 구분에 따라 역사를 서술하는 기존의 문법을 건너뛴 대신, 미시사에서 거시사로 주제의 범위를 조금씩 넓혀 가는 방식으로 이해를 돕고 있다. 지리, 신화, 전쟁, 종교 등 온갖 분야를 넘나드는 박학다식한 세계사를 훑다 보면, 파편화된 지식이 하나로 이어지는 신기한 체험을 하게 된다.

총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 ‘언어와 도구의 오디세이’는 이렇듯 살면서 한 번쯤 궁금했을 이야기로 역사에 대한 흥미를 자극한다. 2부 ‘전통과 개혁의 오디세이’는 언어와 도구의 한계를 극복하며 쌓아 올린 사회 제도를 무너뜨리고 다시 쌓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4부는 이 과정에서 함께하기도 서로 다른 길을 걷기도 한 동서양의 차이를 조명하는 동시에, 19세기 이후로 줄곧 서양의 그늘 아래 머물러야 했던 동양의 문화를 재조명한다. 5부 ‘문화와 문명의 오디세이’는 1부에서 4부까지의 과정이 보여 주었듯이, 문화가 쌓여 문명을 이루고, 문명의 붕괴가 또 다른 문화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드러낸다.

 

출판사 서평

 

‘나’를 중심으로 재구성한 세계사
밀레니얼-Z세대는 역사책으로 앞가림한다
‘역사책’이라고 하면 실용서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당장 앞가림하기도 바쁜데 수백 수천 년 전의 일을 알아야 한다니 납득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세간의 편견과는 반대로 역사책은 지금의 현실을 이해하는 데 가장 유용한 도구다. 살다 보면 얽히고설킨 매듭이 언제 그랬냐는 듯 쉽게 풀리는 순간이 있다. 실마리만 제대로 잡아도 팔 할은 성공이라는 말이다. 눈만 감았다 떠도 새로운 뉴스가 터지는 빠르고 복잡한 세상, 똑똑하게 살고 싶다면 나와 세계의 연결 고리부터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역사 오디세이』는 밀레니얼 세대의 시점에서 역사를 새롭게 재구성한 역사 입문서다. 시간의 흐름이나 지역의 구분에 따라 역사를 서술하는 기존의 문법을 건너뛴 대신, 미시사에서 거시사로 주제의 범위를 조금씩 넓혀 가는 방식으로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지리, 신화, 전쟁, 종교 등 온갖 분야를 넘나드는 박학다식한 세계사를 훑다 보면, 파편화된 지식이 하나로 이어지는 신기한 체험을 하게 된다. 학창시절 시험지를 제출하는 순간 머리에서 증발하는 연도식 암기법이 지긋지긋하다면, 과거의 일이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로 느껴진다면, 다 좋은데 차근차근 공부하기엔 너무 바쁘다면, 『역사 오디세이』와 만날 준비는 끝났다.

실생활에서 찾아 낸 역사의 실마리
무너지고 다시 쌓은 진화의 흔적을 되짚다
『역사 오디세이』를 집어 들었다면 대부분 ‘숫자를 쓸 때 왜 세 자리마다 쉼표를 찍는지’, ‘어린 시절 열광했던 혈액형 심리 테스트가 왜 점차 시들해졌는지’, ‘17~18세기 유럽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면서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와 같은 호기심이 발동했기 때문일 테다. 어쩌면 등하교길 지하철에서 가끔씩 전등이 꺼지고 냉난방 장치가 정지하는 불편함을 겪었던 중고등학생이나, 영국이 축구 종주국이라는 이유만으로 네 팀이나 월드컵에 참가하는 게 억울했던 스포츠 마니아일지도 모른다.
1부 ‘언어와 도구의 오디세이’는 이렇듯 살면서 한 번쯤 궁금했을 이야기로 역사에 대한 흥미를 자극한다. 2부 ‘전통과 개혁의 오디세이’는 언어와 도구의 한계를 극복하며 쌓아 올린 사회 제도를 무너뜨리고 다시 쌓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실크로드가 개척되고 외부 문명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며 ‘서역’이라는 단어의 의미도 자연히 넓어졌지만, 이에 따른 개화파와 위정척사파의 대립도 만만치 않았다는 식이다.
3부 ‘침략과 정복의 오디세이’는 이렇듯 치열한 과정을 거쳐 쟁취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또는 그 세력을 더욱 넓히기 위해 벌인 전쟁의 역사를 논한다. 인명을 구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혈액형의 발견이 인종의 우열을 가르는 우생학의 근거로 쓰이거나, 과거에 마케도니아를 야만인 취급하며 멸시하던 그리스인들이 이제는 그곳을 민족의 성지로 받드는 모습에서 인간의 다면성을 엿볼 수 있다.

끈질기게 이어져 온 인류의 생명력
과거의 역사를 재현하다
동양과 서양은 세계사의 패권을 교대로 주고받으며 역사를 구성해 왔다. 4부는 이 과정에서 함께하기도 서로 다른 길을 걷기도 한 동서양의 차이를 조명하는 동시에, 19세기 이후로 줄곧 서양의 그늘 아래 머물러야 했던 동양의 문화를 재조명한다. 이를 테면 서양 문화의 바탕인 그리스 신화도 사실 동양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인데, 이는 인류 최초의 문명인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 즉 오리엔트 문명이 고대 그리스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은 동양도 서양 못지않다는 자부심을 심어 주기보다는 이분법적으로 우열을 가리는 편견 어린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5부 ‘문화와 문명의 오디세이’는 1부에서 4부까지의 과정이 보여 주었듯이, 문화가 쌓여 문명을 이루고, 문명의 붕괴가 또 다른 문화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드러낸다. 풀 한 포기 자랄 것 같지 않은 사막과 고원 지대에 약 5000킬로미터에 달하는 지하수로를 일궈내는 인류의 생명력은 과거의 명성과 과오를 되풀이한다. 19세기 미국을 강대국의 반열에 올린 서부 개척 시대가 21세기 중국에서 일대일로라는 이름으로 재현되고 있으며, 100여 년 전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바이러스가 이름만 바뀐 채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인류는 앞으로도 자원과 기술, 종교와 이념을 사이에 두고 총칼 없는 전쟁을 반복할 것이다. 역사책을 읽는 궁극적인 목적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복습과 예습의 기회를 얻기 위해서다. 제국주의 국가의 영향으로 정착된 숫자 표기법이나 통행 규칙을 하루아침에 바꾸진 못하겠지만, 최소한 그렇게 된 이유는 알고 쓰자는 거다. 아직도 친일파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우리나라의 모습, 인류 최초의 문명이 탄생한 이라크가 오늘날엔 전쟁과 분쟁의 온상으로 여겨지는 현실은 제때 자리 잡지 못한 역사가 훗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불어난다는 걸 보여 준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사유의 교류
불확실한 시대를 똑똑하게 살기 위한 역사 입문서
지구촌 세계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촘촘히 엮여 있다. 미국에 정복당한 하와이는 상해 임시정부 수립을 위한 해외 독립 자금의 주춧돌이 되었으며,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탄압에 터키에서 반중 시위가 벌어지기도 한다. 비슷한 예로, 중국 둔황에서 발견된 실크로드의 보물 일부가 국립중앙박물관에 남아 있지만, 같은 곳에서 발견된 신라 시대 승려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은 파리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다. 이렇듯 찬란한 문명을 관통하는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되짚다 보면 역사란 단순히 사실의 전달을 넘어 시공간을 뛰어넘는 사유의 교류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역사에서 배운 교훈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해외 뉴스를 챙겨 보며 2020년 개봉 예정인 영화 「뮬란」이 올해에는 터키에서 개봉할 수 있을지 예상해 보거나, 제1, 2차 세계 대전과 보급화된 텔레비전이 결합해 비틀스 신화의 서막을 열었던 것처럼, 21세기의 첨단 기술은 또 어떤 사회 현상과 화학 작용을 일으킬지 짐작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머지않아 과거의 어느 날에 숨겨진 미래를 발견하게 될 테니 말이다.

 

목차

 

1부 언어와 도구의 오디세이
숫자를 쓸 때 왜 세 자리마다 쉼표를 찍을까? : 읽을 땐 네 자리, 쓸 땐 세 자리 12
우왕좌왕 엇갈린 근현대사의 비극 : 통행 규칙은 왜 세 번이나 바뀌었을까? 16
목놓아 외치는 만세의 기쁨 : 삼월의 하늘에 울려 퍼진 ‘대한독립만세’ 22
한 글자 차이로 뒤집어진 세상 : 일제에 망한 대한제국, 새로 세운 대한민국 26
바리공주가 약 구하러 떠난 서천서역은 어디일까? : 서역에서 서양까지, 기나긴 지명의 역사 32
이름에 걸린 마지막 자존심 : 태종 무열왕 김춘추와 태종 이세민 38
이태원이 여행자 서비스 센터였다고? : 고려의 원(院)과 고대 로마의 호스피탈 44
캐세이퍼시픽의 ‘캐세이’가 그런 뜻일 줄이야 : 거란과 요, 같은 나라 다른 이름 50
북한 사람들은 예루살렘이 어딘지 모른다고? : 예루살렘 혹은 알꾸드스 56
메소포타미아에는 메소포타미아가 없다 : 메소포타미아 대신 알자지라로 62
영국은 어떻게 네 팀이나 월드컵에 참가할까? : 켈트족과 앵글로색슨족의 미묘한 동거 68
지식은 종이의 속도로 퍼진다 : 양피지에서 종이까지 74

2부 전통과 개혁의 오디세이
가족제도가 빚은 장화홍련의 죽음 : 의외로 짧은 가부장제의 역사 82
시간에도 주인이 있다고? : 조선의 주권을 되찾은 세종의 천문 프로젝트 88
변할 것인가 지킬 것인가 : 개화파와 위정척사파의 줄다리기 94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 권력의 견제와 감시는 대간의 몫 100
중국 비단은 좋지만 유교는 싫어! : 유교가 세계 종교가 되지 못한 이유 106
왕권 국가를 무너뜨린 시민 계급의 탄생 : 탕평군주와 절대군주, 봉건제가 택한 두 가지 노선 110
쇠락하는 국가, 소생하는 국가 : 유목민과 정착민을 보는 새로운 관점 116

3부 침략과 정복의 오디세이
전쟁의 승패를 바꾼 영웅들 : 오디세우스의 머리와 아킬레우스의 심장으로 124
실크로드의 악마 혹은 문화유산의 수호자 : 천년의 보물을 품은 둔황 막고굴 130
영화 「뮬란」이 터키에서 상영 금지된 이유는? : 터키와 중앙아시아에 뿌리 내린 흉노와 돌궐의 유산 136
임진왜란에 대한 오해와 진실 : 화약,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142
혈액형 성격검사를 믿어도 될까 : 과학의 탈을 쓴 우생학 148
인종에 귀천이 있다는 환상 : 독일과 이란, 아리아인의 원조는 누구? 154
「알로하 오에」, 나라 잃은 설움의 노래 : 하와이 왕국은 어떻게 미국의 50번째 주가 되었나 160
알렉산더 대왕의 유산은 누구의 것? : ‘마케도니아’를 둘러싼 공방전 166
평화를 발명하다 : 뉘른베르크·도쿄 전범재판의 뼈저린 교훈 172

4부 동양과 서양의 오디세이
2020년일까, 경자년일까? : 서력기원과 육십갑자, 해를 세는 두 가지 방법 180
문사철과 후마니타스는 왜 다른 길을 걸었나 : 동양과 서양의 인문학 전통 184
신성한 동양의 용, 사악한 서양의 용 : 더 잘 살기 위한 동서양의 상상력 190
세계를 양분한 두 가지 문자 : 알파벳과 한자는 어떻게 등장했을까 196
왜 우리는 정화는 모르고 콜럼버스만 알고 있을까? : 파도를 타고 세계를 누빈 동서양의 탐험가 202
라이벌 강대국의 계보, 고대에도 있었던 G2 : 세계 재패를 꿈꾸었던 한나라와 로마 제국 210
18세기 조선은 왜 혁명의 역사를 쓰지 못했나 : 왕의 도시로 남은 서울, 시민의 도시가 된 파리 216
임칙서가 보여 준 애국의 품격 : 아편전쟁, 서세동점의 문을 열다 222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미래로 : 대동과 유토피아, 동서양의 이상사회 230

5부 문화와 문명의 오디세이
첨단 기술보다 위대한 발상의 전환 : 전차(戰車)를 이기는 등자(?子) 238
인간은 세월을 두려워하고 세월은 피라미드를 두려워한다 : 중국과 이집트의 어제와 오늘 244
인류 문명의 땀방울은 지하수로 흐른다 : 이란의 카나트와 중국의 칸얼징 250
쓰러지지 않는 대국굴기의 열망 : 미국의 서부개척과 중국의 일대일로 256
커피 한 잔으로 뒤바뀐 세계의 역사 : 명예혁명과 프랑스혁명의 숨겨진 주역 262
유럽 여행에서 이스탄불을 맨 마지막에 가야 할 이유 : 인류 문명의 각축장에서 거대한 박물관으로 268
세상 모든 이야기의 기원을 찾아서 : 그리스 신화만큼 재미난 북유럽 신화 274
비틀스 신화의 서막을 열다 : 어느 날 툭 터진 대중문화의 물결 280
흑사병부터 코로나까지, 바이러스와의 전쟁 : 제1차 세계 대전과 에스파냐독감, 전쟁보다 무서운 바이러스 288

 

< 내용 출처 : 교보문고 >

:
Posted by sukji

일본 제국 패망사 : 태평양전쟁 1936~1945 / Toland, John 

940.5352 T647rKㅂ  사회과학열람실(3층) 

 

 

책소개

 

절정에서부터 파헤친 태평양 전쟁!

장장 15년에 걸친 아시아에서의 세계대전사 『일본 제국 패망사』. 1931년 만주사변, 중일전쟁, 삼국동맹 조약, 미 교섭 결렬, 나치 독일의 유럽 침공, 진주만 기습 전야 등부터 시작해, 일본 육군의 말레이반도와 필리핀 상륙, 싱가포르 함락, 자바섬 장악, 미드웨이 해전, 사이판·레이테섬·이오섬 전투, 가미카제 특공대 출격, 오키나와 사투, 도쿄 공습,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천황 항복 등에 이르기까지 일본 제국의 상승과 쇠망 그 연대기를 모조리 기록한 책이다.

저자 존 톨런드는 미국에서 대표적인 논픽션 작가이자 역사가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 책은 일본이 진주만 기습을 일으키기까지의 복잡했던 과정과 주요 전투, 그리고 패망에 이르기까지의 상황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하고 있다. 특유의 필력과 세밀한 묘사, 흥미진진한 전개는 독자들로 하여금 완전히 몰입하게 만들어준다. 전쟁의 전개과정을 일목요연한 통사적 구조로 묘사해 시작부터 끝까지 전모를 낱낱이 꿸 수 있도록 했다.

 

 

출판사 서평

 

태평양전쟁 전모를 총체적으로 그린
논픽션 걸작, 최초의 통사

일본 제국의 극적인 몰락의 연대기
방대한 자료로 1936~1945년 도쿄 정계의 최상층부 집중 해부
진주만 공격부터 원폭 투하까지 실제 전장 핍진하게 묘사
교차 인터뷰를 통한 철저한 고증과 객관적 서술, 극적인 문체!
혼란과 모순과 역설에 찼던 태평양 전쟁을 그 절정에서부터 파헤치다

★1972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
★‘사실과 드라마’를 배합한 뉴저널리즘 논픽션의 금자탑

분석을 시도하기보다는 인간적 관심사를 강조하며, 전장에서든 내각회의에서든 독자를 흥미진진한 클라이맥스로 데려가기 위한 서스펜스를 구축해낸다. (…) 톨런드는 미국의 진보를 가로막기 위한 일본인들의 헛된 노력의 내러티브를 일기와 당대의 해설, 인터뷰를 통해 서사화하고 개인화하면서 충실하고도 생생하게 기록한다. 그의 캔버스는 가장 높은 자리에 있던 민간인과 주요 결정이 내려진 도쿄의 군부에서부터 함대와 육군의 사령탑, 그리고 전장을 모두 아우를 만큼 광범위하다. (…) 정확하고, 재미있으며, 생동감 있다는 점에서 최고의 의미로 대중적인 역사서다. _『뉴욕타임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내용이 풍부하고 읽기 쉽고 흥미로운 작품. (…) 톨런드의 책에서 최고의 부분은 전투 장면이 아니라 도쿄 정치 최상층부에 관해 그가 제시하는 정통한 견해다._『뉴스위크』

태평양전쟁에 관해 풍부한 정보가 담긴 해설서 가운데 가장 읽을 만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 윌리엄 샤이어의 『제3제국의 흥망』과 비슷한 시각을 지닌 작품으로, 톨런드의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신선하고도 극적이다. 『일본 제국 패망사』는 피비린내 나는 전투 이야기일 뿐 아니라 수많은 새로운 정보를 담고 있다._『시카고 선타임스』

태평양 전쟁의 흐름을 알기 위한 최적의 책을 한 권만 고른다면, 이 책을 선택할 것이다.”_다치바나 다카시·논픽션 작가

이 책은 ‘태평양전쟁의 전사前史’인 1931년 만주사변, 중일전쟁, 삼국동맹 조약, 미 교섭 결렬, 나치 독일의 유럽 침공, 진주만 기습 전야 등부터 시작해, 일본 육군의 말레이반도와 필리핀 상륙, 싱가포르 함락, 자바섬 장악, 미드웨이 해전, 사이판·레이테섬·이오섬 전투, 가미카제 특공대 출격, 오키나와 사투, 도쿄 공습,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천황 항복 등에 이르기까지 일본 제국의 상승과 쇠망 그 연대기를 모조리 기록했다. 장장 ‘15년에 걸친 아시아에서의 세계대전사’인 셈이다.

왜 지금 태평양전쟁인가

태평양전쟁은 비록 미국과 일본의 전쟁이기는 했지만 우리와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수십만 명의 조선인이 군인과 노무자로 징용되어 머나먼 남방 전선으로 끌려갔으며 젊은 여성들은 소위 ‘정신대’라는 이름으로 일본군의 성노리개가 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또한 미 육군 제100보병대대 ‘니세이 부대’의 소대장이었던 김용옥 대령처럼 미군으로 복무한 조선인이 있는가 하면, 중국에서는 광복군이 OSS 극동지부의 도움을 받아 국내 진공 작전을 준비했다. 전쟁 말기에는 한반도 상공에 미 폭격기들이 나타나고 폭탄이 떨어지기도 했으며 치스차코프 상장이 지휘하는 소련군 제25군 6개 사단 15만 명이 두만강을 건너 한반도를 침공해 일본군과 짧은 전쟁을 벌였다.
진주만 기습 이후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적극적인 독립 청원 운동에 나섰다. 그 노력의 결실로 1943년 11월 카이로 회담에서 처음으로 조선의 독립이 공식적으로 거론되었다. 어떤 이들은 열강들이 말로만 조선 독립을 운운했을 뿐이라며 카이로 선언의 의미를 축소하기도 하지만 오키나와, 타이완처럼 중국이나 일본의 일부가 아닌 당당한 독립 국가로 인정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에게는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일본이 마지막까지 조선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 했다는 점에서 만약 카이로 회담에서 조선의 독립을 못 박아 두지 않았더라면 조기 종전의 압박을 받고 있었던 트루먼 행정부는 조선을 일본 영토로 인정할 수도 있었다. 우리가 교실에서 배우지 못하는 태평양전쟁의 또 다른 역사이기도 하다.

우리 역사와의 관련성 등 중요성에 비해 ‘통사’는 한 권도 없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중에는 태평양전쟁을 다룬 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제아무리 우리 사회가 전쟁사 불모지대라고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과 관련해서 영국의 명망 있는 군사 역사가인 존 키건 교수의 책을 비롯해 권위 있는 전문 서적들을 제법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대표적인 마이너 분야로 꼽히는 독소전쟁에 대해서도 리처드 오버리의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쟁』, 데이비드 글랜츠의 『독소전쟁사 1941~1945』, 앤서니 비버의 『피의 기록 스탈린그라드』 등 몇 권의 책이 나와 있다. 반면 태평양전쟁과 관련해서는 가토 요코 교수의 『왜 전쟁까지』를 비롯해 주로 일본인들의 시각에서 제국주의 일본이 패망하게 된 이유를 분석하거나 일본 군인들의 수기가 대부분이고 막상 전쟁 전반을 다룬 통사는 단 한 권도 없다. 기껏해야 제2차 세계대전의 한 단락을 차지해 간략하게 설명할 뿐이다. 우리 역사와도 깊은 관련이 있는 태평양전쟁이 어째서 그토록 사람들에게 무관심하게 치부되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존 톨런드의 『일본 제국 패망사』의 번역 출간은 큰 의미가 있다.
저자인 존 톨런드는 미국에서 대표적인 논픽션 작가이자 역사가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여러 저서 중에서 『6·25전쟁(전2권)』과 『아돌프 히틀러 결정판(전2권)』은 국내에도 이미 출간되어 있다. 톨런드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일본 제국 패망사』는 일본이 진주만 기습을 일으키기까지의 복잡했던 과정과 주요 전투, 그리고 패망에 이르기까지의 상황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하고 있다. 특유의 필력과 세밀한 묘사, 흥미진진한 전개는 독자들로 하여금 완전히 몰입하게 만들어준다.

질 줄 알면서도 ‘요행’을 바란 무모한 전쟁

태평양전쟁은 기묘한 전쟁이었다. 캘리포니아 정도의 크기밖에 안 되는 나라가 무엇 때문에 진주만을 공격했고 열 배는 더 강한 적과 죽기 살기로 싸우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행동을 했단 말인가?
실제로 결과는 그야말로 참담했다. 전 국토가 초토화되고 300만 명이 넘는 군인과 민간인이 죽었으며 원자 폭탄이라는 가공할 무기까지 얻어맞은 끝에 백기를 들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일본 지도부도 처음부터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히틀러 또한 소련을 공격했다가 전세가 역전되면서 결국 패망했지만 어디까지나 소련의 역량을 오판했기 때문이지 처음부터 천운을 걸고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히틀러는 물론이고, 참모총장인 할더를 비롯해 독일군 수뇌부와 미국, 영국조차 짧으면 한 달, 길어야 반년 안에 소련이 항복할 것이라는 예상이 대세였다.
반면 일본은 정반대였다. 연합함대 사령관이자 해군의 실질적인 총수였던 야마모토 이소로쿠 해군 대장이 대미 개전을 앞두고 고노에 총리가 미국과 전쟁을 했을 때 얼마나 승산이 있냐고 묻자 “처음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우세하겠지만 그 뒤는 장담할 수 없다”라면서 전쟁을 반대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야마모토만이 아니라 미국과의 싸움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다는 것이 해군의 속마음이었다. 오랫동안 태평양에서 미국과 경쟁했던 이들로서는 누구보다 미국의 역량이 얼마나 거대한지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전쟁의 주역으로서 가장 강경해야 할 해군이 시작하기도 전에 꼬리부터 내리는 판이었다. 해군 군령부 총장 후시미노미야 히로야스 친왕은 천황에게 “준비가 부족하니 경솔하게 전쟁에 나서면 안 된다”고 보고해 육군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육군 수뇌부 역시 앞에서는 기세등등하게 호전적인 말을 일삼으면서도 막상 뒤로는 우물쭈물하며 눈치를 보고 책임을 떠넘겼다. 해군은 해군대로 에둘러 얘기할 뿐, 육군 앞에서 우는소리를 할 수 없다는 자존심을 내세워 확실하게 “이 싸움은 승산이 없다”고 잘라 말하지도 못했다.

국가 전체의 판단능력 마비

군부의 입장이 싸우자는 것도, 싸우지 말자는 것도 아니다보니 일본 내각은 근 1년 동안 대미 개전을 놓고 지루한 논쟁을 벌였다. 그 한심한 작태를 보다 못한 천황이 황실의 전례를 깨고 군부의 모호한 태도를 질책하면서 전쟁을 피할 방법을 찾아보라고 명령할 정도였다. 또한 이들의 속내에는 동맹국인 나치 독일이 승승장구하는 마당에 기회를 놓치지 말고 재빨리 전쟁에 끼어든다면 그 승리에 편승해 한몫 챙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회주의적인 욕심도 깔려 있었다. 전쟁에는 자신이 없지만 욕심은 버릴 수 없고 독일이 있는 이상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하는 허황된 생각에 국가 전체의 판단능력이 마비된 셈이다.
패전 이후 일본 사회에서는 전쟁을 비판하고 반성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물론 여기서의 비판과 반성은 주변국에 대한 침략 전쟁과 전쟁 범죄가 아니라 질 것이 뻔한 이런 무모한 전쟁을 일으켜 나라를 결딴낸 그 책임이 누구한테 있는지였다. 일본군으로 복무해 직접 전쟁에 참여했던 군인들은 참전 수기에서 자신들이 몸소 체감했던 일본군의 수많은 병폐와 모순을 신랄하게 지적한다. 이런 모습은 똑같이 전쟁에는 졌지만 자신들의 군대가 세계 최강이었음을 은근히 자부하는 독일 참전 군인들의 회고록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독일인들이 나치 시절의 과거사를 완전히 청산하고 주변국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반면, 일본 정치인들은 극우 세력들의 표를 의식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걸핏하면 주변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일삼아 제 무덤을 파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에까지 나섰다. 전후의 수많은 ‘반쪽짜리’ 반성조차 별다른 깨달음을 주지 못했음이 분명해 보인다.

이 책의 특징이자 장점

존 톨런드의 『일본 제국 패망사』의 원제는 “The Rising Sun”, 즉 “떠오르는 태양”이다. 일본 욱일기의 상승하는 의미를 패전과 패망이라는 하강하는 이미지와 중첩시켜 역설적 효과를 노린 표현이다. 한 편의 장대한 비극드라마를 감상하려는 ‘미학적’인 자세도 읽힌다. 서양인의 눈에 동양의 이해할 수 없는 무모함, 자존심, 자기희생과 기이한 욕망 등이 자못 ‘숭고’의 감정을 불러일으켰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어판에서는 그런 감상적인 태도는 배제하고자 했고 원서의 부제에 해당하는 것을 제목으로 삼았다. ‘일본 제국의 쇠망’이라는 부제가 바로 이 책의 핵심 내용이기 때문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이 책의 특장점은 첫째, 전쟁의 전개과정을 일목요연한 통사적 구조로 묘사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시작부터 끝까지 전모를 낱낱이 꿸 수 있다.
둘째, 방대한 자료와 인터뷰, 관련 인물들의 적극적 협조를 바탕으로 쓰였다는 점이다. 수백 명의 사람을 만나 기록을 보여주고 인터뷰를 통해 교차·확인했다. 처음엔 입을 굳게 다물었던 일본의 전쟁 관련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경쟁하듯이 당시를 증언하기 시작했다. 이 책의 현장감과 박진감은 이들의 생생한 기억에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다.
셋째, 전쟁 당시 도쿄 최상층부에서 수많은 결정이 이뤄지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듯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어전회의와 연락회의의 기록들, 타다 남은 부분으로 추정되는 고노에 전 총리의 일기, 육군 원수 스기야마 장군의 1000페이지짜리 메모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무엇보다 천황의 최측근이었던 기도 고이치 후작, 천황의 막냇동생인 미카사 친왕, 진주만 공격과 미드웨이 해전을 실질적으로 지휘했던 구사카 류노스케 제독, 도조가 가장 신뢰하는 친구였던 사토 겐료 장군 등이 자발적으로 불행한 과거에 대해 오랫동안 저자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셋째, 이 책은 전쟁을 한 편의 드라마로 묘사하고 있다. 드라마에서 필요한 것은 사건의 플롯과 인물들 간의 갈등과 대결,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묘사다. 특히 태평양에서 벌어진 해전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는 압권이다. 미군의 상륙작전과 이에 맞선 일본군의 처절한 옥쇄공격의 전개과정을 읽는 것도 이 책의 묘미다.

 

목차

 

머리말

제1부 전쟁의 뿌리

제1장 게코쿠조
제2장 루거우차오를 향해
제3장 그렇다면 전쟁은 절망적이겠군

제2부 잔뜩 찌푸린 구름

제4장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라
제5장 운명의 메모
제6장 Z 작전
제7장 이 전쟁은 생각보다 더 빨리 끝날지도 모른다

제3부 반자이!

제8장 우린 뒤돌아보지 않는다
제9장 우리 앞에 놓인 험난한 세월
제10장 헛된 희망과 확실한 패배를 위해
제11장 자비는 전쟁을 더 길어지게 만들 뿐이다
제12장 부끄럽지는 않아도
제13장 전세가 역전되다

제4부 죽음의 섬

제14장 슈스트링 작전
제15장 녹색 지옥
제16장 나는 1만 명의 죽음을 책임져야 한다
제17장 싸움이 끝나다

제5부 힘을 모으다

제18장 생쥐들과 인간의 연합
제19장 마리아나 제도를 향해
제20장 칠생보국하리!

제6부 결전

제21장 정신을 잃지 말 것
제22장 레이테만 전투
제23장 브레이크넥 능선 전투
제24장 괴멸

제7부 쓰라린 결말 너머

제25장 절호의 기회
제26장 불 꺼진 지옥 같이
제27장 에도의 꽃
제28장 최후의 돌격
제29장 철의 태풍
제30장 패잔병

제8부 1억 총옥쇄

제31장 평화를 찾아서
제32장 당신이 걱정해야 할 것은 어떤 결정이 아닙니다
제33장 히로시마
제34장 ……그리고 나가사키
제35장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뎌야
제36장 궁성 반란
제37장 학의 목소리

에필로그

감사의 글
감수자 말
출처
주석
찾아보기

 

< 내용 출처 : 교보문고 >

:
Posted by sukji

 

 

 

초협력사회 : 전쟁은 어떻게 협력과 평등을 가능하게 했는가 / 피터 터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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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열람실(3층)

 

 

책소개

 

인간은 어떻게 협력하는 능력을 발전시켜왔을까?

작은 마을에서부터 도시나 국가에 이르기까지, 큰 무리를 지어 낯선 사람들과 협력할 줄 아는 인간의 능력인 ‘초사회성(ultrasociality)’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그 이유를 밝혀냄으로써 인간사회의 역사를 설명하는 『초협력사회』. 사람들이 대부분 완전히 남남인, 수백만 명으로 구성된 거대한 사회에 살아가며 큰 집단으로 협력하는 놀라운 능력을 갖게 된 것은 매우 최근의 일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인간의 협력 규모는 자꾸 작아져 작은 수렵채집 무리에 이르게 되는데, 이러한 작은 무리에서 거대한 국민국가로 바뀌게 만든 동력은 무엇일까?

저자는 문화진화론적 분석을 통해 이것의 답을 집단과 집단 사이에서 일어나는 경쟁과 갈등,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해 전쟁이라고 이야기한다. 전제군주가 다스리는 고대국가를 만든 것도, 그것을 무너뜨려 더 좋고 더 평등한 사회로 대치한 것도 전쟁이었다. 한마디로 전쟁은 파괴하면서 동시에 창조하는 힘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초사회성의 진화를 추진하는 것이 폭력, 즉 서로 전쟁을 하는 사회이고 궁극적으로 폭력을 줄이는 것 역시 초사회성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어떤 집단이 등장해서 융성, 쇠락, 소멸하는 과정은 개체들 간의 경쟁만으로 설명될 수 없으며, 그 간극을 집단 간의 경쟁에 대한 분석이 메워줄 수 있다고 보는데,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전쟁이라고 강조한다. 국가는 전쟁의 압력에 대한 반응으로 진화했고, 협력의 규모가 커진 국가를 결속하는 힘은 제도와 문화 양쪽에서 ‘공진화’했다고 이야기하면서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개념에 빗대어 전쟁을 ‘파괴적 창조’의 과정이라고 설명하며 협력의 진화, 전쟁의 파괴적인 면과 창조적인 면, 평등이 진화해온 궤적 등을 풀어내고자 한다.

 

 

출판사 서평

 

협력은 강력하다!

인간사회의 역사에 관한 일반이론의 탄생

인간사회의 진화를 추적하는 시간여행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7만~3만 년 전의 인지혁명과 함께 “역사가 생물학에서 독립을 선언”했다고 주장한다. 생물학이 아니라 역사적 서사가 호모 사피엔스의 발달을 설명하는 일차적 수단이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지혁명 이후에도 사피엔스의 진화는 지속되었다. 특히 협력하는 인간의 능력은 비약적으로 진화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인류는 위대한 기술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진보를 이루어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은 15개국이 합작하여 이뤄낸 프로젝트로, 인류가 협력에 놀라울 정도로 소질이 있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인간은 어떻게 이처럼 협력하는 능력을 발전시켜왔을까? 인간의 행위를 이기적인 유전자를 보유한 인간 개체들의 이해타산과 경쟁 그리고 갈등의 측면으로만 바라보는 일반적인 진화론에서는 도무지 설명이 되지 않는 현상이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수십 명 정도의 사람들로 구성된 수렵채집사회로부터 거의 완전히 남남인 수백만,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집단을 이루고 있는 현대사회까지, 인간은 어떤 진화의 과정을 겪어왔을까? 이 책은 초사회성(ultrasociality), 즉 큰 무리를 지어 낯선 사람들과 협력할 줄 아는 인간의 능력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그 이유를 밝혀냄으로써 인간사회의 역사를 설명하고자 한다.

‘파괴적 창조’로서의 전쟁, 인간의 협력을 이끌다

침팬지나 고릴라 무리가 우두머리 중심의 위계적인 사회구조를 갖고 있는 데 반해, 약 20만 년 전에 나타난 것으로 알려진 현생 인류는 진화 여정의 초기에 알파 메일(지배자 수컷)을 제거했다. 침팬지나 고릴라 집단에서는 싸우는 능력만으로 지배 위계가 결정되었지만, 인간 남자는 힘이 세고 공격적이라고 해서 멋대로 약한 사람들을 지배하지 못했다. 무리 속의 다른 이들이 돌이나 활과 같은 발사식 무기로 횡포를 부리려는 신흥강자를 추방하거나 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치 소년 다윗이 정확한 돌팔매질로 골리앗을 쓰러뜨렸던 것처럼 말이다. 그 결과 수렵채집사회의 인간은 놀라울 정도로 협력적이고 평등한 사회에서 살 수 있었고, 완력보다는 연합이나 제휴를 위한 사회적 지능, 즉 협력하는 능력을 진화시켰다.
그러나 농업이 도입된 이후 불과 수천 년 사이에 인간은 과거의 평등주의를 포기하고 전제주의를 받아들였다. 정착지를 기반으로 부족 간의 전쟁은 더욱 격렬해졌고, 전쟁에서 지면 살육당하거나 살아남더라도 정착지를 떠나 생존하기가 어려웠다. 참담한 패배를 면하기 위해 부족과 마을은 더 큰 규모의 사회로 결합해야 했다. 이런 결합은 동맹 관계나 좀 더 중앙집권적인 군장사회로, 나아가 대규모 국가로 발전했다. 고대국가에서 통치자는 신격화된 반면, 노예제는 예사였고 인신공양도 일상적이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같은 학자는 『총, 균, 쇠』에서 최초로 농사를 지을 지역을 결정한 것은 지형이었고 그것이 이후 인간 역사를 엮어갔다고 주장한다. 즉, 농업의 시작이야말로 문명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터친은 농업이 복잡사회로 진화하는 데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역사적 실례를 들어 반박한다. 국가를 기능하게 하는 관료제나 조직화된 종교 같은 제도가 만들어지려면 커다란 비용이 든다. 그런 비용에도 불구하고 제도들이 생겨난 것은 올바른 제도를 갖추지 못한 사회는 경쟁력이 떨어졌고 소멸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여기서 경쟁이란 전쟁의 형태로 나타났다. 만연한 전쟁은 더 큰 사회를 선택하게 하는 힘으로 작용했다.
흥미롭게도 이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전제군주를 가능하게 한 것도 전쟁, 또 이 전제군주를 몰아내고 더 평등한 사회로 다시 한 번 방향을 전환하게 한 것 또한 전쟁이었다. 이것이 기원전 800년에서 기원전 1200년 사이 차축시대에 나타난 획기적인 전환이다. 조로아스터교, 불교, 유교와 도교 등 보편적 평등윤리를 주장하는 차축종교가 발생하고 이를 통치 이념으로 삼는 거대 제국이 등장한 것이다. 이런 거대 제국은 기원전 1000년경 유라시아 대초원에서 나타난 혁신적인 군사기술, 즉 기마술이 추동력이 되어 발생했다. 이로써 기원전 500년을 전후로 몇 백 년 동안 군사혁명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전쟁이 급증했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또 전쟁의 결과로 출현한 이처럼 전례 없는 규모의 제국이 붕괴하지 않으려면 이 복합집단을 묶어주는 접착제가 필요했다. 이제 국가는 생존하기 위해 백성을 탄압할 여유가 없었다. 국가의 생존이 평민을 무장시켜 대군을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접착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차축종교로, 이들 종교의 등장과 함께 평등주의 윤리 또한 출현한다.

인간사회의 평등은 Z형으로 진화했다

위에서 간략히 살펴본 대로 인간사회의 폭력과 불평등은 선형적으로 줄어들지 않았다. 오랫동안 평등한 사회를 이루며 살던 인간들은 극도의 불평등한 시기를 거쳤고, 이는 또 한 번의 대전환을 겪어 노예제는 불법화되고 귀족들은 특권을 박탈당하는 등 다시 평등한 시대를 열게 되었다. 즉, 평등은 Z자 형태로, 지그재그로 진화해왔다.
흔히들 ‘이성의 시대’로 알려진 17~18세기부터 인권의 개념이 대두되었고 그 이전의 인간 역사는 ‘전제주의의 시대’였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대단한 착각이다. 극심한 형태의 불평등과 전제주의는 이미 차축시대부터 후퇴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증거는 그리스 철학자부터 구약의 선지자나 인도의 포기자와 중국의 현인에 이르기까지 차축시대 여러 사상가들의 저술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전제군주가 다스리는 고대국가를 만든 것도, 그것을 무너뜨려 더 좋고 더 평등한 사회로 대치한 것도 전쟁이었다. 한마디로 전쟁은 파괴하면서 동시에 창조하는 힘이다. 터친은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개념에 빗대어 전쟁을 ‘파괴적 창조’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초사회성의 진화를 추진하는 것이 폭력, 즉 서로 전쟁을 하는 사회이고 궁극적으로 폭력을 줄이는 것 역시 초사회성이라는 것이다.
터친은 흔히 집단선택론이라고 알려진 다수준 선택론과 문화진화론에 의거해 전쟁이 협력의 진화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설명한다. 1970년대부터 진화론은 하나의 유기체만이 아니라 사회의 발전 연구에 접목되어 변이와 무작이적 부동, 선택 같은 생물학적 진화의 핵심 개념이 사회 분석에도 적용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유전자와 문화의 공진화 과정에 대한 수학이론인 문화진화론으로 발전했다. 문화진화론은 제각각인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하부조직의 집합체가 아니라 서로 연접된 통합체로서 사회를 분석하는 도구다. 터친은 이 책에서 이런 문화진화론적 분석을 통해 협력과 전쟁이 소규모 사회에서 대규모 사회로 이행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설파한다.

조직 내의 경쟁이 중요한가 협력이 중요한가 ? 엔론 사태의 교훈

2001년 12월, 세상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사건이 발생했다. 흔히 회계 부정으로 몰락한 것으로 알려진 엔론이 파산한 것이다. <비즈니스위크>는 엔론의 파산에 대해 “누구의 책임인지에 대해서는 한 치의 의문도 없었다. 그것은 제프 스킬링”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제프 스킬링은 1997년에 엔론의 사장 겸 CFO가 되고, 2001년에 CEO가 된 사람이다.
스킬링은 엔론에 ‘실적평가위원회’라는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엔론 직원들은 이를 ‘등수 매겨 내쫓기’라고 불렀다. 실적 중심으로 내부 경쟁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직원들 간의 분위기는 살벌해졌다. 화장실에 갈 때도 컴퓨터를 끄거나 암호를 걸었고, 옆자리 동료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훔쳐가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이런 치열한 경쟁의 분위기는 비윤리적인 행위와 재정적 부정으로 이어졌고, 결국 엔론의 붕괴를 초래했다.
공동의 목표를 이루려는 집단이나 사회가 능력을 갖추려 할 때 그 토대가 되는 것은 협력이다. 이것은 국가 같은 정치조직뿐 아니라 기업에도 해당된다. 그러나 스킬링이 엔론에서 한 일은 집단 내의 경쟁을 극대화하는 것이었고, 그것은 동료의 뒤통수를 치고 상호불신을 조장하는 행위였다. 다른 말로, 스킬링은 직원들끼리 협력하고 상사에 협조하고 회사에 도움을 주려는 분위기를 완전히 망가뜨렸다. 그런 그들에게 어찌 보면 붕괴는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

역사에 관한 일반이론의 탄생

터친의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인간사회의 역학을 문화진화라는 틀로서 바라보고 그것을 수학적 모형으로 분석하며 데이터로 검증해낸다는 데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터친은 스티븐 핑커가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 개진한 주장을 비판한다. 핑커는 『선한 천사』에서 역사적으로 인간사회에서 폭력이 엄청난 폭으로, 선형적으로 줄어들었다고 쓴다. 그리고 이 폭력의 감소는 인간 역사에서 거의 우연적인, 핑커 자신의 표현을 따르면 ‘외인성’의 발전이 수없이 누적되어 이뤄진 결과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변화를 설명해주는 단 하나의 통합이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통합이론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터친이 하고 있는 작업이다. 특정한 하나의 제국이 무엇 때문에 생성, 쇠퇴, 소멸되었는가가 아니라 제국 일반은 무엇 때문에 생성되고 쇠퇴하며 멸망했는가를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핑커는 방대한 자료를 제시하며 역사상 폭력의 행위들을 실증하지만 정작 폭력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서는 마지막 장에서 다루고 있을 뿐이며, 폭력이 감소한 이유를 결국 인간 개인의 심리 상태에서 찾는다. 그에게 문화적, 물질적 환경 변화는 이런 환경이 개인의 심리 상태에 미치는 영향의 측면에서만 중요할 뿐이다. 반면 터친은 어떤 집단이 등장해서 융성, 쇠락, 소멸하는 과정은 개체들 간의 경쟁만으로 설명될 수 없으며, 그 간극을 집단 간의 경쟁에 대한 분석이 메워줄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전쟁이다. 국가는 전쟁의 압력에 대한 반응으로 진화했고, 협력의 규모가 커진 국가를 결속하는 힘은 제도와 문화 양쪽에서 ‘공진화’했다.
역사에 관한 일반이론을 세우기에는 수학이 제격이다. 역사에서 ‘그냥 그렇게 된 것’이라고 눙치고 넘어가는 부분을 양적으로 입증 가능한 설명, 즉 과학적인 방법으로 제시하고자 하는 터친을 위시한 학자들의 노력은 역사동역학(Cliodynamics)이라는 새로운 학문 영역을 열고 있다. 역사의 여신 클리오(Clio)와 변화를 다루는 학문인 동역학(dynamics)의 조어인 역사동역학은 역사거시사회학과 경제사와 문화진화론 같은 다양한 분야의 성과를 종합해 역사적 동역학의 모형을 만들고 실험한다. 그리고 이런 모형을 체계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들 학자들이 구축하고 있는 세샤트-지구사 데이터뱅크(http://seshatdatabank.info/)다. 고대 이집트의 필사와 기록의 여신에서 이름을 따온 세샤트는 수많은 역사가들과 고고학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과거 인간사회에 관한 어마어마한 양의 지식을 모으고 체계적으로 조직화한 문화진화론의 방대한 역사적 데이터베이스로, 이를 통해 인간사회의 진화에 관한 여러 경쟁 이론들이 엄밀하게 실증적으로 검토될 전망이다.

협력의 진화, 전쟁의 종말

터친이 전쟁으로 인간사회의 진화를 분석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쟁을 지지하거나 찬양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간사회의 진화가 흘러온 방향에서 전쟁의 역할을 엄밀하게 지적하고 분석할 뿐이다. 사실 전쟁과 협력은 언뜻 매우 배치되는 단어 같지만 서로 뗄 수 없는 역동적 관계를 맺고 있어서, 전쟁이 협력의 규모를 키웠고 그렇게 커진 사회의 규모로 인해 폭력이 줄어들었다. 결국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도 전 세계적인 규모의 협력이 필요하다. 터친은 평화가 단순히 전쟁의 부재가 아니며 능동적인 수완을 요구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현대사회는 경쟁에 있어서도 질적인 변화를 겪은 듯하다. 경쟁의 수단이 전쟁보다 오히려 경제로 옮겨갔다고도 볼 수 있다. 여전히 세계는 전쟁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부를 기반으로 한 경쟁이 더 중요해졌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책에서 터친의 주장을 간략하고 거칠게 요약해보자면, 인간의 탁월한 협력 능력은 전쟁에 의해 추동되었다는 것이다. 터친은 농업시대부터 차축시대까지 인간사회의 궤적을 추적하여 전쟁이 협력하는 인간사회의 진화를 이끌어냈고 그렇게 규모가 커진 인간사회가 궁극적으로 전쟁을 줄일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까지 내놓는다. 협력의 진화, 전쟁의 파괴적인 면과 창조적인 면, 평등이 진화해온 궤적 등을 풀어냄으로써 ‘협력의 과학’을 이용해 효과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수단까지 개발하는 것이 터친의 야심찬 포부다.

 

 

목차

 

추천의 글

1장 초사회성의 퍼즐
- 괴베클리 테페부터 국제우주정거장까지

2장 파괴적 창조
- 문화진화는 어떻게 크고 평화롭고 부유한 초협력사회를 만들어냈을까

3장 협력자의 딜레마
- 이기적인 유전자, ‘탐욕은 좋은 것’ 그리고 엔론 사태

4장 경쟁하려면 협력하라
- 팀 스포츠에서 배우는 협력의 비밀

5장 신은 인간을 만들었지만 샘 콜트는 인간을 평등하게 만들었다
- 초기 인간은 어떻게 알파 메일을 제압했는가

6장 인간의 전쟁 방식
- 파괴적 창조의 힘으로서의 전쟁

7장 신격화된 왕의 탄생
- 알파 메일의 반격

8장 과두제의 철칙
- 왜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는가

9장 역사의 축
- 차축시대의 영적 각성

10장 인간 진화의 지그재그
- 그리고 역사의 과학

감사의 말

참고문헌

 

< 내용 출처 : 교보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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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