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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중간점검 ‘자서전’…살아갈 나 위해 살아온 날 정리

 

 

게티이미지뱅크

 

돌아가고픈 시절, 실패 극복 과정
기억에 남는 장소, 영향 준 사람 등
돌파구 필요한 터닝포인트에
새로운 시작 ‘나를 위한’ 글쓰기

 

지난 연재에서 자신을 홍보하는 셀프 브랜딩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셀프 브랜딩만큼이나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가 자서전입니다. 자서전이라고 하면 은퇴한 뒤에 인생을 돌아보면서 기억을 더듬는 나이 지긋한 사람을 떠올리게 되는데, 요즘은 젊은 층에서도 자서전을 쓰고 싶어 하는 욕구가 높은 듯합니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중간 점검의 의미로 내가 어떤 사람이었고 지금은 어떤 사람인지, 그런 것들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제대로 파악해서 앞으로의 인생을 더 가치 있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짧은 글의 원칙’ 긴 글에 더 효과적

 

“살아갈 나를 위해 살아온 날을 쓴다.” 글쓰기 붐을 일으켰던 작가 나탈리 골드버그의 책 ‘인생을 쓰는 법’의 카피 문구인데, 문장 하나로 자서전을 쓰는 의미를 참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소개서나 에스엔에스(SNS)에 쓰는 글이 읽는 이를 의식한 글이라면 자서전은 나를 위해 나에 대해 쓰는 글입니다. 행복해지려면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하라는 얘기를 참 많이 듣습니다. 문제는 막상 내가 원하는 게 뭔지를 모르겠다는 것,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생각해볼 겨를조차 없다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자서전을 써나가다 보면 그동안의 내 삶과 경험들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가 명확해질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다는 생각 없이 마음속 밑바닥까지 내려가서 나만의 이야기를 다 글로 풀어내면 잊었던 생각과 자신의 본래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나를 위해 나에 대해 쓰는 글 자체로 의미가 있는 이유는 우리가 역사를 통해 배우는 것처럼 나라는 사람의 히스토리에서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발판 삼아 지향점을 점검하고 수정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서전이라고 해서 인생 전체를 쓴다고 생각하면 너무 막막해서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우선 기억나는 대로 시간순으로 쭉 나열해보면서 깔끔하게 정리해보는 것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일단 그렇게 전반적으로 훑고 나야 한 걸음 물러나서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전체 시각에서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되니까요. 그러고 난 다음에 어느 특정한 순간이나 기간으로 줄여서, 혹은 주제나 소재를 잡아서 거기에 맞는 에피소드를 떠올려보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시절, 터닝포인트가 됐던 시기, 실패한 경험과 극복한 과정, 기억에 남는 장소, 내 인생에 영향을 준 사람, 이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세분화해서 떠오르는 기억을 적어보는 거죠. 그 기억과 함께 생각나는 감정이나 느낌에 집중해서 쓰면 더 살아 있는 글이 됩니다.

 

은퇴 뒤 책 한 권 분량의 자서전을 완성하고 나서 퇴고를 위해 제 강의를 들으셨던 분이 있었는데 전체를 보면서 검토하니까 정리하며 다듬는 과정이 한결 수월했던 기억이 납니다. 짧은 글의 원칙은 전체 분량이 긴 글에 더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 문장이 짧아지면 길게만 느껴지던 글이 어느새 다 읽었나 싶게 속도감 있게 읽히고, 계속 말을 줄이고 표현을 바꾸고 다듬는 과정에서 내 마음과 생각까지 단순하고 간결하게 정리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겠죠.

 

 남은 인생 살아가는 길 보일 수도

 

공포소설의 거장으로 꼽히는 작가 스티븐 킹은 “지옥으로 가는 길은 부사로 가득 차 있다. 불필요한 부사를 너무 많이 쓰게 되면 글의 생명력이 떨어진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짧은 글 쓰기를 연습하면서도 끊임없이 수식어를 줄이는 훈련을 해왔는데요, 자서전을 쓰면서도 나를 수식하는 형용사, 내 인생을 표현하는 부사를 최소화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붙여놓았던 거추장스러운 군더더기들이 떨어지면서 몸과 마음이 훨씬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언어가 사람의 생각을 규정한다는 말이 있는데요, 자서전을 쓰다 보면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해서 글을 쓰게 되니까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내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나 표현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 말들을 점검하면서 의도적으로 변화를 줘보면 내 생각이나 어떤 상황에 대한 평가가 바뀔 수 있다는 것도 자서전을 쓰면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일 겁니다.

 

죽음을 앞두고 삶을 마무리하면서 쓰는 자서전도 의미가 있겠지만, 터닝포인트나 방황기, 새롭게 일을 구하는 시기 등 내 인생에 돌파구와 추진력이 필요할 때 자서전 쓰기가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마침표를 찍어야 다음 문장을 시작할 수 있는 것처럼 한번 일단락을 짓고 끝맺음을 하고 나야 그 과정에서 의미를 찾고 다시 첫발을 내디딜 용기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작년 이맘때쯤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이 가까운 지인과 함께 트라우마 장례식을 여는 ‘굿바이 트라우마’라는 프로젝트의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동안 털어놓지 못하고 깊이 가둬둔 트라우마를 꺼내어 마주하고 떠나보내는 과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픈 기억들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게 오히려 그 상처에 대해 덜 신경 쓰게 되고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자서전을 쓰면서도 비슷한 치유의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트라우마와 이별하듯 지금까지의 삶을 한번 마무리하며 떠나보내는 시간을 통해 인생의 진정한 끝을 떠올려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죽은 다음에 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내 부고나 비석에는 어떤 글이 적힐지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앞으로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해답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나에게만 의미 있어 보이는 이 글이 언젠가 누군가에게 길잡이가 될 수도 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나한테 소중한 사람들에게 남기는 나의 유산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서전을 통해 인생을 돌아보는 글을 쓰는 가장 큰 장점은 그동안 내 삶에 함께했던 사람들, 그리고, 지금도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게 아닐까 합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견딜 수 있다”는 니체의 명언처럼 딱 한 사람만 떠올릴 수 있어도 삶에 의미가 생기고 내가 중요한 존재라는 생각으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손소영 : 방송작가

물리학을 전공한 언론학 석사. 여러 방송사에서 예능부터 다큐까지 다양한 장르의 방송작가로 활동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짧은 글의 힘’, ‘웹 콘텐츠 제작’ 등을 강의하고 있다.

 

 

< 출처 : 한겨레신문 >

:
Posted by sukji

 

“유창하게 말하고 글 잘 쓰려면 000 키워야” 책 122권 낸 이시형 박사의 조언

 

글쓰기 고수들의 신박한 인생 기록 비법-2회 이시형 사단법인 세로토닌문화 원장

 

최근 자신의 인생을 자서전으로 남기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우선 글감이 되는 인생의 자료를 잘 모아두어야 합니다. 글쓰기 고수들의 신박한 인생 기록 비법을 내·손·자(내 손으로 자서전 쓰기) 클럽이 소개합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정신과 의사이자 뇌과학자, 40대 후반에 시작한 책쓰기로 90세 가까운 지금까지 122권을 책을 낸 사람. 이시형 사단법인 세로토닌문화 원장은 9월 8일 오후 약속한 시간보다 먼저 자택 근처 호텔 커피숍에 나와 앉아 있었다. 다가서면서 보니 이 원장은 서류판에 꽃힌 흰색 A4용지에 만년필로 뭔가를 빠르게 쓰고 있었다. 몰입하고 있는 기색이 역력해 인사를 하기가 어색할 정도였다.

“선생님 뭘 그리 열심히 쓰고 계셨어요?”

인사를 마친 뒤 바로 물었다. 2011년 청소년 정신건강 프로그램인 ‘세로토닌 드럼 클럽’을 시작한 그는 얼마 뒤 세로토닌문화원 교육위원회 관계자들과 이주호 교육부장관을 만나기로 했다며 무슨 말을 할지 생각나는 대로 적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남들을 따라가기만 했어요. 따라가기는 쉬워요. 이제는 앞서가야 할 때예요. 그런데 문제는 지금까지 우리 교육은 따라가는 인재는 잘 키웠는데 앞서가는 인재를 키우지 못했다는 거에요. 위험도 무릅쓰고 실패도 하고 엉뚱한 가설도 세우고 그런 인재를 키워야 하는데 시스템이 잘 안 되어있어요.”

이시형 사단법인 세로토닌문화 원장이 떠오르는 생각을 A4용지에 적고 있다.


그는 관련된 내용을 책으로 쓰고 있다고 했다. 고려병원(현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의사 시절인 1982년 ‘배짱으로 삽시다’를 낸 뒤로 지난해 ‘신인류가 몰려온다’까지 122권의 책을 낸 그는 대한민국의 글쓰기 고수다. 올해에도 세 권의 책을 동시에 쓰고 있다니 조만간 125권째 저서가 나올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 파악한 이 원장의 글쓰기 요술 방망이는 바로 눈앞에 있었다. 몽블랑 만년필 한 자루, 고급 노트 한 권, 서류판에 꽂은 A4용지들, 그리고 모든 것을 넣고 다니는 서류 가방이다. 이 원장은 언제 어디든 ‘문방사우’라할만한 이들을 데리고 다닌다고 했다. 혼자 있건 사람을 만나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적는다. 그는 2021년 펴낸 ‘어른답게 삽시다’ 226페이지 ‘자전기(自傳記)를 쓰자’ 코너에 이렇게 주장했다.

“일단 문방구나 서점에 가서 필기도구부터 사라. 좀 비싼 걸로 사라. 펜으로, 제 손으로 쓰는 게 좋다. 만년필은 몽블랑, 파버카스텔을 권한다. 제법 비싸다. 그러나 당신의 화려한 노년을 위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 공책은 몰스킨을 사라. 역시 비싸다. 다시 말하지만 그래야 할 가치가 있다. 비싼 돈을 들여 사놓았으니 그냥 놀리기가 아까워서라로 쓰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시형 원장이 최근에 액티브 시니어들을 향해 낸 인생 지침서 두 권.

 

1. 어른답게 삽시다 : 미운 백 살이 되고 싶지 않은 어른들을 위하여 / 이시형

     / 811.4 이59ㅇ  인문과학열람실(3층)

2.  (일생 최후의 10년을 최고의 시간으로 만드는 이시형의) 신인류가 몰려온다 / 이시형

     / 305.26 이59ㅅ   사회과학열람실(3층)


대화 중 취재한 놀라운 사실은 그가 글을 쓸 때 PC든 노트북이든 전자기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미국 예일대 유학시절 타이핑을 배웠고 한국에 PC가 처음 들어왔을 때 KT의 첫 시험 사용 대상자이기도 했지만 언제부턴가부터 글은 직접 손으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컴맹입니다. 타이프는 잘 치지만 글은 내 손으로 써야 내 혼이 담길 것 같았어요. 글이란 나를 떠나 독자와 대화하는 것인데 혼이 발산되려면 내 손으로 써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컴퓨터를 사용하면 내용이 말라버릴 것 같아요. 그래서 글은 만년필로만 씁니다.”

만년필로 글을 쓰는 단계는 이렇다. 우선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서류판에 꽂은 A4용지에 휘갈겨 적는다. 우선 중요한 아이디어 위주로 적는다. 다음엔 이렇게 적어놓은 아이디어를 문장으로 만들어 고급 노트의 펼친 면 중 오른쪽 페이지에 적는다. 왼쪽은 일부러 비워놓는다. 오른쪽에 적어놓은 문장에 대해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면 그것을 왼쪽에 적기 위해서다. 이렇게 노트의 오른쪽과 왼쪽이 채워지면 모든 것을 종합해서 새로운 노트에 완전한 문장으로 옮겨 적는다.

“이렇게 네 번, 다섯 번 옮겨 적기 작업을 거친 뒤에 비서에게 줍니다. 내가 글씨를 날려서 쓰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잘 못 읽는데, 비서는 귀신같이 알아보고 정리해서 출판사에 줍니다. 최근 모든 책을 이렇게 냈습니다. 올해 준비하고 있는 세 권도 마찬가지구요.”

이시형 원장이 책으로 낼 원고를 정리하는 노트와 만년필.


본인의 표현대로라면 이 원장은 ‘인풋(In-put)’도 잘 하고 ‘아웃풋(Out-put)’도 잘 하는 사람이다. 남의 생각도 머릿속에 잘 넣어두고 자신의 생각도 말과 글로 잘 풀어놓는다. 그는 대다수 한국인들은 ‘인풋’은 잘 하는데 ‘아웃풋’은 어려워한다고 했다. 지그문트 프로이드를 배운 뇌과학자로서 한국인들이 왜 말하기와 글쓰기, 즉 ‘아웃풋’을 어려워하는지 이렇게 설명했다.

“뇌과학이 밝힌 것에 따르면 ‘인풋’은 뇌의 양 옆 측두엽이, ‘아웃풋’은 앞쪽의 전두엽이 관장합니다. 측두엽은 무언가를 잘 기억해서 쌓아놓아요. 이걸 전두엽이 잘 풀어서 ‘아웃풋’을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우린 창고에 쌓아 놓기만 하고 풀어 쓰지를 못해요. 측두엽에 쌓인 생각과 지식 등을 버무려서 ‘아웃풋’을 생산하는 작업 뇌(working memory)가 잘 발달하지 않은 거지요. 작업뇌를 자꾸 써야 전두엽이 발달하거든요.”

그 역시 어린 시절엔 글을 쓴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초등학교 땐 일기도 안 썼다. 그런 그가 1982년 첫 저서 ‘배짱있게 삽시다’로 일약 글쓰기 고수의 반열에 오르게 된 건 40대 후반에 찾아온 허리 디스크가 결정적이었다. 테니스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허리에 무리가 오자 누워 책을 읽고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떠오르는 생각들 중 당대 한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책으로 풀어낸 것.

“한국 사람들이 ‘아웃풋’이 잘 안 되는 것은 자신감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성에게 마음은 가은데 ‘커피 한 잔 하자’고 못하는 것이지요. 거절당해도 믿져야 본전인데 말입니다. 말 한 마디에 죽겠느냐, 뭐 이런 취지의 이야기를 책에 풀어놓았어요.”

책은 그를 정신과 의사로도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책을 읽고 일테면 ‘한국의 쑥맥’들이 다 와서 저한테 와서 치료를 해 달라는 겁니다. 마음은 있는데 말도 행동도 잘 안되는 그들의 증상을 ‘대인공포증’이라고 이름지었어요. 환자가 하도 많아서 병원 마당에 경찰이 와서 표를 나눠줄 정도였어요. 그래서 여러 명을 한 방에 모아놓고 집단치료를 시작했지요. 세계 정신과 치료사상 처음이었어요.”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 원장은 A4용지와 노트, 만년필을 늘 가방에 넣어 들고 다닌다.



말도 글도 청산유수인 그의 일생 자체가 스토리였다. 이미 낸 책 123권 중에 반드시 자서전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과거 한 잡지사에서 내 이야기를 취재해서 기사로 쓰다 보니 거의 자전기가 되어 버렸어요. 가져왔는데 보니 뻥이 너무 많았어요. 내가 이야기할 때부터, 그리고 글로 적은 사람들이 초를 친거죠. ‘아하. 자전기는 함부로 쓰는 게 아니구나’ 생각하고 ‘없던 일로 하자. 내가 자전기를 쓸 만큼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어요. 다행히 흔쾌히 받아주었어요.”

그런 그가 일생 첫 자전기를 낸다. 지난해 122권째 책인 ‘이시형의 신인류가 몰려온다’를 냈던 출판사 ‘특별한 서재’에서 원고를 받아 제작하고 있다.

“나에게 개인적인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서 내기로 했어요. 네 다섯 살 쯤 할머니에게 혼나고 감나무 아래에 묶인 이야기로 시작을 합니다. 이후 전 일생을 이야기로 풀어서 출판사에 줬는데, 출판사가 그러면 너무 밋밋하니까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나의 해결책이 무었인지 풋노트를 달자고 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일기도 쓰기 싫어했던 시골 소년이 한국을 대표하는 정신과 의사가 되고 120여 권의 책쓰기 고수가 되어가는 과정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 출처 : 동아일보 >

:
Posted by sukji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 유치원에서의 첫 작곡부터  / 류이치 사카모토

780.92 판45ㅇKㅇ  자연과학열람실(4층)

 

 

책 소개

 

아시아 최초 아카데미 음악상 수상, 골든글로브상, 그래미어워드 수상자
류이치 사카모토가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한 최초의 자서전

서구권에서 먼저 명성을 얻으며 우리에게도 이름이 익숙한 세계적인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첫 자서전이 약 10년 만에 독자들을 다시 찾아왔다. 「Merry Christmas Mr. Lawrence」, 「Rain」 등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영화음악의 작곡가이자 전자음악의 개척자이며, 영화배우, 모델, 사회운동가 등으로도 활동한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반생(半生)을 돌아보며 자신의 성장 과정과 자신을 둘러싼 음악 세계를 직접 이야기한다. 그 안에서 유치원 시절 숙제로 「토끼의 노래」를 작곡했던 어린아이는 세계적인 밴드 YMO의 멤버이자 솔로 음악가, 유명 영화음악가로 성장하고, 같은 학교 학생들을 이끌어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10대 소년은 반전(反戰)과 환경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는 사회운동가로 탈바꿈한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2년간 잡지 「엔진(ENGINE)」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정리하여 묶은 이 책은 아시아의 거장으로 명성을 얻은 류이치 사카모토가 당시 가지고 있었던 음악가로서의 고민과 동시대인으로서의 사유를 진솔하게 보여주며 독자들을 그의 세계로 초대할 것이다.

 

출판사 서평

 

동서양과 장르를 뛰어넘은, 시대의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
인생을 함께한 음악과 철학을 말하다

유치원에서 처음 접한 피아노와 작곡부터 드뷔시와 비틀스, 존 케이지 그리고 YMO까지,
류이치 사카모토를 둘러싼 음악 세계
류이치 사카모토는 어릴 적 유치원에서 처음 피아노와 작곡을 접했다. 자신의 경험이 음악으로 재탄생한 순간에 “근질거리는 듯한 기쁨”과 “위화감”을 동시에 느꼈다는 그는 10대 시절 내내 음악을 계속 공부하며 클래식 음악과 팝은 물론 현대음악으로까지 천천히 자신의 세계를 넓혀갔다. 한때는 자신을 드뷔시의 환생이라고 여기기도 했지만, 이윽고 서구권의 음악을 넘어 인도, 오키나와, 아프리카 등 민족음악에도 관심을 기울였고, “민중을 위한 음악”을 지향하며 전자음악에서 음악의 대중화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호소노 하루오미, 다카하시 유키히로와 함께한 YMO 밴드 활동은 대학원 졸업 후 “일용직” 연주자로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그에게 일대 전환을 가져다주었다. 어릴 적부터 현대음악을 접하며 대학 교수에게 사사했던 그와 달리 록과 팝을 기반으로 했던 호소노와 다카하시의 음악은 사카모토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었고, 그가 다양한 음악을 흡수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한때 YMO의 명성과 멤버들 사이의 갈등은 그를 억압하는 힘으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류이치 사카모토는 이 과정을 통해서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세계적인 영화감독 베르톨루치와 함께한 「마지막 황제」 작업기
류이치 사카모토를 설명하는 수식어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의 이름을 대중적으로 알린 장르는 영화음악일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에게 영화음악가로서 명성을 안겨준 영화 「마지막 황제」 작업기를 애정을 담아 서술한다. 애초 배우로 이 영화에 참여했던 그는 제국주의자 아마카스 마사히코 역할을 맡아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하고, 일제의 괴뢰국 만주국의 흔적이 남은 촬영장에서 위화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던 중 베르톨루치 감독의 갑작스러운 요청으로 현장에서 사용할 생음악을 작곡한 것을 계기로 영화음악 전체를 맡게 되었다. 인터넷이 발달하지 못했던 당시 사카모토와 영화 제작팀은 BBC와 NHK의 회선을 이용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2주일 만에 음악을 만들어냈고, 그는 이 음악들을 통해서 아시아 최초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거머쥐었다.

 

학생운동을 주도한 10대 소년에서
반전과 환경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는 사회 운동가로
류이치 사카모토는 일본의 대표적인 학생운동인 전공투 세대의 일원으로서 10대로서는 드물게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교복과 교모의 철폐, 시험 및 생활 통지표 폐지 등을 외치며 수업 거부 운동을 이끌던 그는 대학에 진학한 뒤에도 교정보다는 데모에 나가 민중과 함께 호흡하고자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사카모토가 직접 목격한 9-11 테러를 계기로 더욱 공고해져서 그가 평화와 반전(反戰)에 목소리를 높이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또한 그는 내전과 기아의 문제가 본질적으로 환경 문제와 이어진다는 의식하에 “모어 트리즈(More Trees)”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지구 온난화 억지에 힘쓰고 있다.

책의 말미에서 류이치 사카모토는 자신이 스스로 음악가임을 자처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 덕분이었다고 말한다. 그에 걸맞게 이 책에는 사카모토에게 영향을 준 음악, 문학, 영화 등 다양한 예술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가족과 친구, 연애와 결혼 이야기 등 사적인 일들까지 기록되어 있다. 어린 시절부터 그가 접하고 흡수한 것들은 오늘날까지 그의 예술세계를 직조하고 있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직접 이야기한 자신의 반생을 사진과 함께 생생하게 보여주는 이 책은 그가 세상에 내놓은 최초의 자서전으로서, 국내 팬들에게 더없이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제1부 1952-1969
01 토끼의 노래
02 거울 속의 나, 악보 속의 세계
03 비틀스
04 내가 음악을 꽤 좋아하는구나
05 특별한 시간의 시작
06 장밋빛 인생
07 1967년부터 1969년까지
08 두 개의 흐름이 교차하는 지점

제2부 1970-1977
09 히비야 야회음악당과 다케미쓰 씨
10 민족음악, 전자음악, 그리고 결혼
11 무대를 따라 여행에 나서다
12 같은 언어를 가진 사람들
13 카운트다운

제3부 1978-1985
14 YMO, 시작하다
15 YMO, 세계로
16 YMO에 반기를 들다
17 길을 떠나야 할 때
18 음악 도감

제4부 1986-2000
19 베이징에서
20 지금 당장 음악을 만들어라
21 뜻밖의 선물
22 가족과 함께 뉴욕으로
23 Heartbeat
24 세기의 종언

제5부 2001-
25 세계가 변해버린 날
26 새로운 시대의 일
27 있는 그대로의 음악

에필로그
연보
찾아보기

 

 

< 내용 출처 : 교보문고 >

:
Posted by sukji